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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하는 그녀에게 애써
웃음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파하는 그녀에게 애써
웃음지으며 다독거려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혼란에 빠져
울고있는 그녀에게 웃음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 또한 슬프고 혼란스럽지만
난 항상 그녀에게 굳건한 쉼터가 되고 싶었습니다.
슬픔을 가식적인 웃음으로 지워버리기에 더욱 슬퍼보이지만
그녀의 아픔또한 나의 가슴속에 담아 지워보려 합니다.
그렇게 나... 또다시 그렇게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며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려 합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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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이 짧았다면~ 죄송~ 허접시구리한 시 한편 써서 실망했다면 미안~
두서없이 시 한편 써봅니다.~ 히히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사이토를 멍하니 쳐다보던 실키는 머릿속을 울리는 엘리오네스의 메시지에 깜짝 놀라 문득 자신을 쳐다보는 엘리오네스의 시선을 느끼며 그쪽을 돌아보았다.
[왜요? 언니?]
[그와는 곧 헤어져야 해. 괜히 마음 주는 일 없도록 해라.]
날카롭게 지적하는 엘리오네스의 한마디에 주눅이 들어버린 실키가 곧 비실비실 일어나 엘리오네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엘리오네스는 마주 고개를 끄덕여 준 뒤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이페를 향해 조심스레 메시지를 날렸다.
[언니! 어떻게 하시겠어요?]
[일단 계획을 다시 수정해야겠지.]
하지만 막상 엘리오네스의 물음에 대답한 이페조차도 뚜렷한 대안을 생각지 못한 채 고민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사이토가 의외로 돌발 변수가 되어 버렸지만, 이미 던져버린 주사위,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 태양은 머리 꼭대기를 지나 이제 서서히 반대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사막의 밤이 찾아올 것이다. 어둠과 적막으로 가득 찬 사막의 밤이...
“드디어 도착이군.”
“그렇군요.”
카이엔이 발밑에 깔린 붉은 흙을 손으로 쥐어보며 조용히 말하자 그 옆에 조용히 시립해 있던 마사무네는 그 말에 대답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 풍경은 흡사 크레이터와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깊고 깊은 원형의 거대한 웅덩이... 간혹 주변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바위들이라던가 방금 전 자신들이 내려온 것과 같은 작은 오솔길들이 몇 개 눈에 띠었지만 광대하게 펼쳐진 이 곳 주변 경관은 한마디로 말하면 동그란 웅덩이 모양이었다. 뭐, 어차피 설정이겠지만 ‘돌아오지 않는 던젼’만의 특징인 이 독특한 입구 주위 풍경은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의 의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 용의 계곡에 잠들어 있는 레드 드래곤과 마계에서 날아온 거대한 발록과의 전투... 어째서 싸웠는지는 드래곤이나 발록 또는 리얼 판타지아사에서나 알겠지만 그렇게 3일 밤낮을 둘이서 티격태격 싸웠고 그 전투의 결론은 마지막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 한방으로 끝이었다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3일 동안이나 헛짓거리 하며 피곤한 짓을 했는지 당시 레드 드래곤만 알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레드 드래곤의 특급 브레스 한방에 노릇노릇 구워진 발록은 드래곤의 장난인지 심심에서 했던 짓인지 이 곳 ‘돌아오지 않는 던젼’에 봉인되었다고 한다.
“나라면 바로 죽여서 일용할 양식으로 삼거나 적 길드에 풀어버릴 텐데.”
“마사무네 무슨 생각하기에 내 말도 씹나!”
“예?”
용의 던젼에 얽힌 이야기를 생각하며 멍하니 던젼 입구를 바라보던 마사무네는 옆에서 들려오는 카이엔의 말에 자신이 잠시 깜빡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카이엔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뭐, 별건 아니고, 너무 허술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해서 묻는 거다. 특별하거나 기발한 계획이 아닌 이런 정직한 매복 공격이라니 이왕이면 걸려주었으면 하지만 그 이페에게 이런 작전이 먹힐 지는 장담할 수가 없군.”
대충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이엔의 말을 경청하던 마사무네는 자신이 지정한 곳곳에 매복하고 있을 레드쉴드의 정예들을 둘러본 뒤 카이엔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
“지당하십니다. 대장..!”
“그래! 당연히 지당해야지. 근데 내 말은 어떻게 그 잔머리의 대가인 이페 년들 일당을 잡을 거냔 말이다!”
자신의 말에 너무나도 쉽게 승복을 하며 마사무네가 고개를 조아리자 카이엔은 자신이 묻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마사무네에게 다그쳐 물으며 그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추가 답변을 요구 했다.
“물론, 그 문제는 저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묘한 속임수를 써서 그녀들을 현혹 시키느냐. 또는 기발한 작전을 써서 그녀들을 제압할 것이냐.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조금 전 북쪽 지역에서 작은 충돌이 있었습니다. 보고 하기에는 아마 테시미어 소속의 도둑같이 보였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이페는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녀는 이곳에 오지 않고는 못 배길 이유가 있지요.”
마사무네가 회심의 미소를 야릇하게 지으며 카이엔을 곁눈질 하자 카이엔은 팔짱을 끼고는 마사무네를 노려보았다. 평소에는 꽤나 성실한 보좌관의 모습을 보이는 마사무네, 하지만 가끔씩 자신의 인내를 시험 평가 해 보려 살살 놀리는 듯한 그의 언변은 카이엔의 인내를 정말 심심치 않게 키워주는 것이었다. 그나마 아직까지 라이프오버 상태까지 패지 않았던 건 그가 진정으로 자신이나 레드쉴드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잔머리라던가 상황에 대한 완벽한 분석 능력이 카이엔의 무차별 폭력 사태를 막고 있는 빗장의 역할을 해 주었지만 정말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마사무네의 머리를 붙잡고서 땅바닥에 붉은 낙서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왕이면 말 해 주지?!”
더 이상 뜸들이면 국물 쪼가리도 안남을 정도로 쥐어 패버리겠다는 듯 인상을 쓰며 카이엔이 슬금 슬금 다가오자 마사무네는 종전에 놀리던 때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물론 가끔씩이나마 대장 놀리는 것을 시시때때로 시도해 보는 마사무네지만 지금 그의 대장은 분노게이지가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 여기서 또 한번 장난을 치다가는 정말 살가운 살풀이 한번 해야 할 듯 했기에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카이엔이 모르는 정보들을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아시겠습니까?”
“하하하! 녀석 진작 좀 말하면 좀 좋냐?”
중간에 무의식적으로 조금 뜸을 들인 게 화근이 되어 한대 쥐어 터지는 마사무네 였지만 이야기가 다 끝난 후 카에엔이 화통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치자 마사무네는 속으로 ‘염병할!’을 세 번 외친 후 카이엔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럼 그렇게 아시고 저에게만 맡겨 주시지요.”
“그래!”
카이엔이 실실 웃으며 오솔길을 걸어 크레이터 밖으로 사라지자 마사무네는 머리를 긁적인 뒤 지금의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았다. 일단 트렙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페의 눈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기에 마사무네는 선택한 전체적 진형은 매복이기는 매복이지만 다른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여 인원을 배치했다. 또한 유기적으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어쌔신과 궁수클래스를 곳곳에 집어 넣었고 최대한 탐지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 거리도 잘 조절했다. 그렇지만 역시 기습에는 정보도 중요한 법! 각 곳에 심어놓은 자신의 눈들이 요소요소를 감시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신과 카이엔...
“오랜만에 몸 좀 재대로 풀어 볼까?”
하늘을 쳐다보며 낮게 웃음을 터트린 마사무네는 잠시 후 조용히 걸어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다. 이제 그들을 기다리는 것만이 남았다. 설령 이페가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을 쓰더라도 대응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었다. 이 곳에는 자신과 카이엔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에휴...!”
사이토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일행들을 바라보다가 요 3일간 가장 고생한 가이아에게 다가갔다.
“가이아 힘들지?”
“아뇨. 설마요.”
가볍게 웃으며 사이토에게 대답하는 가이아였지만 사이토는 그 웃음이 별로 진실성을 보이지 않았기에 가이아의 머리를 손으로 슥슥 문질러 준 뒤 주위에 힘겹게 앉아 있는 네 명의 여자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너무 과대평가를 한 것일까? 이 여자들과 탐험을 시작한지 어언 2일째... 어찌 된 영문인지 이 여자들은 그제 첫날부터 부상의 연속이었다. 가장 처음 나타났던 샌드윔에게는 유르와 엘리오네스가 두 번째 나타났던 사이드와인더라는 뱀들에게는 이페가 부상을 당했고 그 후로 몬스터들이 나타날 때마다 어김없이 한명의 부상자가 속출 했다. 그 덕분에 피곤해진 것은 가이아였으니, 한참을 용을 쓰며 그녀들을 치료하던 가이아는 끝내 마법이 떨어져 버리는 사태에 직면했고 그때부터는 어쩔 수 없이 비상용 치료물약을 소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진하기 2일째 던젼용으로 데리고 들어가야 한다며 극구 짐을 풀지 않는 당나귀 한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한 마리에 있는 물약들과 치료물품들은 거의 바닥이 나 버렸고, 이때부터는 전투가 있을 때마다 거의 사이토 혼자 처리하는 실정이었다. 물론 이페를 채근하여 이 퀘스트를 중단할 것을 말한 적도 있었지만 이페를 포함한 나머지 여자들의 엄청난 반발에 그대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서 한숨만 내 쉬는 사이토였다.
[이페언니! 슬슬 찢어져야겠지? 계획대로 치료 아이템도 거의 바닥을 냈어.]
엘리오네스의 메시지에 간이 수리키트로 끊어져 버린 하프의 현을 고치던 이페는 수리를 위해 띠워 놓은 불투명사각판에서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엘리오네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 작전은 내가 어제 말한 그대로다.]
[알았어요. 언니]
엘리오네스의 대답을 확인한 이페는 다시 무기수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원래 그녀의 실력이라면 절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고장 났을 리가 없는 하프였지만, 작전을 시작하기 위해서 오버액션을 해야 했던 이페는 재수 없게도 하프의 현이 끊어지고 말았다.
“하아... 잘 안 고쳐 지네.”
역시 하프가 최고급인 만큼 수리키트도 마스터제를 써야 하는지 중급 수리키트는 실패했다는 글씨와 함께 공중으로 사라져 버렸고 이페는 아이템에 맞지 않는 수리키트를 쓴 자신을 자책하며 다시금 짐을 뒤져 마스터제 수리키트를 꺼내 들었다. 거의 1000골드가 넘는 마스터제 수리키트... 웬만한 퀘스트라면 이런 수리키트를 사 오는 일도 없겠지만, 현재 파티 안에 수리에 관한 스킬이 있는 이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 비싼 마스터제 수리키트를 사 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이토에 대해 잘 모르는 이페였기에 생겨버린 어쩔 수 없는 지출이었지만...
“하아...”
이페가 수리에 열을 올리며 한숨짓고 있는 한편, 사이토의 옆으로 조심조심 다가간 실키는 사이토에게 말도 붙일 겸 옆에 얌전히 쪼그리고 앉아 사이토에게 조용히 물었다.
“레인씨!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실키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묻자 사이토는 낮은 한숨을 쉰 뒤 실키를 마주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휴식을 위해서 일행이 멈출 때마다 쉴 새 없이 자신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실키였다. 뭐, 신경 써주는 거야 좋지만 물을 때마다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실키의 눈은 상당한 부담이었기 때문에 사이토는 그런 눈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없습니다.”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나타난 몬스터들은 사이토의 몸에 손톱자국 하나 새기지 못했다. 이페라던가 엘리오네스 그리고 유르가 너무 성급하게 뛰어 들어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몬스터들은 그렇게 위험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조금 넘치지 않은 감이 있지 않을 까 하는 자신감까지 생기는 사이토였지만 자신과 가이아를 뺀 나머지 여자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너무나 낮기에 퀘스트에 대한 편안한 마음은 눈꼽만치도 들지 않는 사이토였다.
“헤에...”
엘리오네스의 경고도 있었기에 사이토에게 신경 쓰지 않으려 했던 실키였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이 이성적 사고로써 완벽히 제어되는 것이 아니기에 실키는 시간 날때마다 사이토에게 조심조심 다가가 말이라도 붙이기 위해 노력하는 소심둥이 짝사랑 소녀의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자! 이제 출발하죠.”
수리를 끝마쳤는지 이페가 쉬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말하며 슬슬 일어날 채비를 하자 사이토에게 뭔가를 더 물으려 하던 실키는 얼굴에 아쉬운 감을 감추지 못한 채 유르쪽으로 뛰어갔고 사이토도 출발을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나갔다. 원래 예정대로 진행했다면 이미 던젼 입구에 도착하였겠지만, 의외의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사이토로 인한 새로운 계획의 수립과 함께 이페가 기다리는 그것이 나타나지 않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일행을 용의 던젼 근처 한 곳을 중심으로 해서 길게 돌고 있었다. 물론 유르와 엘리오네스 그리고 실키는 이페와 계속 메시지를 교환하며 사이토와 가이아가 여정이 길어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장단을 맞췄지만 지금과 같이 계곡의 좁은 길을 한 없이 걸어야 한다는 것은 그들 모두에게 고역이었기 때문에 현재 파티의 리더인 이페는 사이토의 눈총과 함께 사이토가 짜증내기 직전이라는 것에 덩달아 기분이 나빠진 가이아의 눈총을 함께 받으며 걷고 있었다.
“저 레인씨, 레인씨는 현실에서의 직업이 어떻게 되시기에 그렇게 무술을 잘하세요?”
그나마 사이토랑 가장 사이가 괜찮은 실키에게 사이토씨의 이목을 좀 끌어보라는 의미에서 나머지 자매들이 채근하자 실키는 사이토에게 평소 궁금했던 것에 대해서 넌지시 물었다. 리얼 판타지아에는 현재 꽤 많은 밀리 클래스용 스킬들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어떻게 보면 단순한 캐릭터의 신체활동을 잠시간이나마 격렬하게 만들어 주거나 단순한 공격행위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뿐, 궁극적으로 보면 그 사람의 무기술이나 무기에 대한 이해를 늘려주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의 살의를 느끼며 격렬하게 검으로 막고 휘두르고 찌르고 회피하는 것은 단순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얼 판타지아에서 밀리 클래스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만큼의 운동신경이나 또는 무기다루는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힘든 것이었다. 물론 리얼판타지아사에서도 인간의 뇌를 더욱 연구하여 그에 대한 보완책을 내 놓기 위해서 고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에게 단 한번도 배우지 않은 공격무술을 게임 내에서 단 한번 읽거나 하는 것만으로 무기술을 능숙하게 펼치고 또 실전에서만 쌓을 수 있는 전투에 대한 경험을 기계적 방법을 통해서 실현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이런 것들을 유저에게 주입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지식을 인간의 뇌에 그대로 입력하는 것이 방법이겠지만, 만약 그런 첨단기술이 나타난다면 더 이상 인간의 대한 교육이 필요가 없어 질 것이며 또한 아직까지 그런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것 또한 아직까지 리얼판타지아와 동류의 가상현실 게임들 중 무협을 소재로 한 게임이 나오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
“왜 그러세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물음이었지만 사이토가 대답하지 않은 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자 실키는 무안함에 다시 한번 물었지만 사이토는 실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오른 손을 번쩍 들고서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전방 30미터 12방향 몬스터 5마리 접근!”
사이토에 급박한 말에 일행들은 모두 전투대형을 취하며 온 몸을 긴장시켰고 사이토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등에서 2자루의 대거를 더 꺼내들고 전방을 주시했다.
쿵! 쿵! 쿵!
“그레이 오우거!”
육중한 몸을 이끌고 좁은 길위로 성큼 성큼 나타난 것은 다섯 마리의 그레이 오우거였다. 일반 필드에서 나타나는 다른 색의 오우거들 중 블랙을 제외하고서 가장 강하다는 아니 방어력면에서는 블랙을 더욱 능가한다는 그레이 오우거, 하필이면 그들은 이미 꽤 많은 몬스터와의 전투로 메모라이즈한 마법이라던가 체력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 또 그레이 오우거와 전투를 벌이기엔 계곡의 좁은 길은 너무나 불리했기에 사이토는 뒤쪽에서 전투자세를 잡고 있을 이페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페씨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이토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볼 때 뒤로 회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이페에게 물었지만 이페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사이토에게 대답했다.
“이 정도 몬스터로 뒤로 도망칠 수는 없어요. 그냥 붙어요!”
전투가 일어날 때마다 다치는 것은 도맡아 하는 주제에 싸우자고 성화를 하자 사이토는 입맛을 찌푸리며 전면의 거인들을 쳐다보았다. 다가오면 올수록 높아지는 민들민들 대머리, 육중한 팔근육, 그 팔에 들린 거대한 나무 몽둥이, 가리다 만 거대한 가죽 팬티, 그리고 웬만한 거목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통나무 같은 다리 , 피부는 꼭 회색빛 강철을 두른 듯 단단해 보였고 고개가 아프도록 들어야 보이는 머리는 턱밖에 보이지 않았다.
“돌아버리겠구만!!”
사이토는 자세를 굳히며 그 재수 없는 민들머리들을 노려보았고 곧 그의 뒤에서는 실키와 가이아의 캐스팅이 시작되었다.
“타이밍 별로 안 좋은데!”
가장 빠르게 대규모 공격을 할 수 있는 이페의 하프는 점심때 만난 액스비크라는 되다만 타조 몬스터에게 현을 뜯김으로써 이페는 이제 하프를 고치기 전에는 5계급 로그의 능력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제 캐스팅을 시작하는 가이아와 실키를 방어하기 위해선 저 회색빛 불도저들을 캐스팅 시간 동안 유르와 엘리오네스 그리고 이페와 함께 막아야 하는 것이다.
“하앗!”
먼저 튀어 나간 것은 사이토였다. 현재 일행 중 물리 공격력이 가장 강한 것은 자신이었고 또 덩치에 알맞게 느려터지기로 유명한 오우거들이기에 충분히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카캉! 카가가각!
흡사 철판을 칼로 긁는 듯한 소리! 사이토는 인상을 찌푸리며 등으로 날아오는 2개의 몽둥이를 감지하곤 공중에서 앞구르기를 하며 앞쪽의 오우거의 배를 발로 차 진행방향을 바꿨다.
쉬이이잉!
절대 방심할 수 없는 바람을 가르는 몽둥이 소리. 짧은 단검으로는 생채기 이상의 상처를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이토는 곧 와이어로 그레이 오우거들의 몸들을 빠르게 감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와 함께 사이토의 양 손에서 뻗어 나오는 그 정체불명 와이어의 살상력은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다가오던 엘리오네스는 잠시 공격을 멈추고서 곧 이어 벌어질 잔혹한 절단 살인의 진수를 예상하며 오우거들을 노려보았다.
찌리리리리릭!! 스컥!
“젠장!”
너무 많은 오우거를 옭아 맨 탓인가 아니면 그레이 오우거의 피부가 너무나 강한 것일까 와이어는 그레이 오우거들의 피부에 깊은 상처들만을 준 채 사이토에게 회수되었고 오우거들은 더욱 흉포해져 사이토에게 달려들었다.
“사이토씨 조심해요!”
그레이 오우거들은 정말 몸집에 어울리지 않을 속도로 사이토에게 접근했고 곧이어 세 마리의 오우거는 사이토를 그대로 밟아버리겠다는 듯 쿵쿵거리며 달려들었다. 한쪽에서 오우거의 주위를 빠르게 돌며 오우거의 다리 긁기에 열중하던 유르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사이토에게 외쳤지만 곧 이어 사이토가 있던 자리는 육중한 오우거들의 발에 짓밟혔다.
“꺄악!”
캐스팅을 하던 가이아는 사이토가 그레이오우거들에게 밟히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마법을 취소하며 사이토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그런 그녀의 팔을 뒤에서 누군가 붙잡음으로써 이런 가이아의 시도는 무산되었다.
“놔!”
격정적으로 반응하며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녀를 붙잡는 손은 굳건했고 그에 따라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녀의 행동을 그대로 멈추게 했다.
“저, 가이아! 이왕이면 레인이라고 불러달라니까.”
“흑! 사이토씨! 걱정했잖아요!”
팬텀 피규어를 이용해서 가이아의 뒤쪽으로 이동한 사이토는 가이아가 자신에게 달려들며 울음을 터트리자 당혹스러움에 마주 안아주며 가이아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잠시 발밑에서 떡이 되었을 사이토를 생각하며 발을 들어올린 오우거들은 자신들의 거대한 발자국만이 땅바닥에 오밀조밀 찍혀있자 더욱 성질을 내며 일행들에게 달려들었다.
“아이스 사이큘러!”
하지만 캐스팅이 끝나고 마법을 완성시킨 실키는 오우거들을 향해 손을 뻗었고 실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빛무리는 곧 거대한 얼음 뿔을 생성시키며 오우거들에게 폭사되어 갔다.
꽈꽈르릉! 쩌저적!
절벽 근처에 있던 오우거들을 겨냥한 실키의 마법이 유효했는지 다섯 마리 중 두 마리의 그레이 오우거는 거대한 얼음뿔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하지만 남은 것은 세 마리... 살기등등하여 다가오는 세 마리의 그레이 오우거에 일행들은 긴장하며 오우거들을 노려보았고 전투는 이페의 갑작스런 돌격으로 다시 시작되었다.
“하아아앗!”
거의 무모할 정도의 이페의 돌진에 일행들은 신음을 터트리며 이페를 따라 몸을 날렸지만 불행히도 이페는 가장 전면 오우거의 팔을 한번 긁어 보는 것을 끝으로 몽둥이에 복부를 강하게 강타 당하곤 일행들의 옆 절벽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페 언니!”
두 남자가 얇은 위장용 거적때기 두개를 머리에 둘러쓰고 땅바닥에 납짝 엎드려 있었다. 아무리 실제로 뜨겁지는 않다지만 그 햇빛 자체를 보는 것이 고문이었기 때문에 한쪽 남자는 머리를 위장용 거적때기로 꼭꼭 싸매고 있었고 한쪽은 대충 어깨에 걸친 채 주위를 탐색하고 있었다.
“싫다. 싫어. 야! 마사무네! 언제 오는 거야!”
“옵니다. 와요. 곧 옵니다.”
“저번 무휼 길드와의 일이 생각나지 않냐?”
주문처럼 읊조리며 카이엔을 달래는 태평무쌍의 마사무네였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카이엔의 말에 마사무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예전 아리유에서 활동했을 때 아이아스의 적 길드 중 하나였던 무휼길드... 기습한번 하겠다고 매복해 있다가 적 길드가 눈치채곤 역공작을 펼쳐서 자신들을 장장 10일 가까이 필드에 박혀 있게 만들었던 길드였다. 차라리 그냥 사라졌으면 자신들도 다음기회를 기약하며 사라질 것을 그 놈들은 가짜를 만들어 그 주위를 뱅글 뱅글 돌았고 덕분에 그들은 10일 동안 신경을 날카롭게 새우고서 필드에 잠복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설마...”
애써 부정하는 마사무네...
“이페란다.”
“큭!”
이페라는 말에 마사무네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실력만큼이나 출중한 잔머리를 보유하고 있는 테시미어 길드의 머리 이페, 아무리 자기 남자친구가 게임오버를 당해서 상당히 급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페의 그 잔머리는 예상불능이었다. 정말 적 길드만 아니라면 영입 1순위로 하고 싶을 만큼의 그 놀라운 주가실력, 임기응변, 잔머리... 마사무네는 현재 이페일행을 쫓고 있을 꼬리를 메시지로 부르며 조용히 침을 삼켰다.
사이토가 탐탁치 않는 눈빛을 보냈지만 이페와 유르는 사이토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한 뒤 재차 말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대로 ‘돌아오지 않는 던젼’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저희 길드원들이 근방에서 퀘스트를 마치고 가는 중인데 회복계 아이템들이 많이 남았다니까 그것을 인수한 다음 내일 ‘돌아오지 않는 던젼’앞에서 뵙죠.”
“하아”
한숨을 내 쉰 사이토는 아까 전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보기와는 틀리게 정말 완벽한 허우대들이였다. 무턱대고 달려들은 이페는 그레이 오우거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아 거의 라이프 오버 상태까지 떨어져 가이아에게 치료 받아 간신히 살았지만 그 후로 엘리오네스와 이페 그리고 유르가 번갈아 가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자 끝내 다른 케러밴 안에 있는 물약들까지 쓰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페의 요청은 이번 퀘스트에 믿음직 스럽지 못한 동료들과 함께 한다는 것과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꺼림직한 기분은 사이토의 기분을 계속해서 저조하게 만들었다. 거기다가 아까 상황에서 본의가 아니었더라도 자신이 그렇게 살려주었건만 전보다 더욱 쌀쌀해진 듯한 이페의 저 태도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이들과의 동행은 한시 바삐 끝내버리고 싶은 기분까지 들었다.
"그럼 내일 뵙죠.“
이페는 자신을 따르는 유르와 함께 계곡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일단 자신의 계획이 시작된 것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그레이 오우거와의 전투에서 보여준 사이토의 모습은 잠시나마 그녀의 가슴을 크게 뒤흔들었다. 너무나도 크게 얻어맞은 탓인지 그녀는 뜻하지 않게 길 옆 절벽 밑으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예기치 않은 사고... 비록 절벽에서 떨어진다 해도 죽지 않을 자신이 있기는 했지만,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같이 뛰어 내린 사이토의 모습은 그녀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하...아!”
자신이 지금 되살리려 하고 있는 남자에게서도 쉽사리 발견할 수 없는 대단한 용기였다. 왠지 모르게 끌려버리는 사이토의 그 행동에 이페는 더욱 쌀쌀 맞은 행동으로 그를 대했지만 그런 그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씩 슬퍼지기 시작하는 이페였다.
“이페 언니...”
“아니다 가자꾸나.”
이번 계획의 핵심이 될 그곳을 향해 걷는 이페의 모습은 이제 모험 3일째를 환영하듯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는 어느 이름모를 몬스터의 긴 울음소리에 묻혀 모래속에 사라져 갔다.
“레인씨! 아까 너무했어요!”
“뭐가?”
실키와 엘리오네스 그리고 가이아와 함께 ‘돌아오지 않는 던젼’방향으로 진로를 잡고 열심히 주위를 탐색하던 사이토는 가이아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 조심조심 속삭이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아까, 이페씨 떨어질 때 그냥 못본척 하려고 했죠?”
“끙...”
역시 대열의 뒤편에서 있던 가이아의 이목은 피할 수 없었는지 자신이 떨어지는 이페를 외면했다는 것을 날카롭게 캐치한 가이아가 실눈을 뜨면서 사이토에게 조용히 따지자 사이토는 머리를 긁적이며 가이아의 조용한 질책에 항의했다.
“그래도 네가 구해달라고 하자마자 뛰어들었어.”
“에... 마지못해서 뛰어들었으면서...”
가이아가 비이냥대는 듯한 표정과는 다르게 화사하게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말똥말똥 쳐다보자 사이토는 그것을 못본 채하곤 엘리오네스와 실키를 채근하며 더욱 걸음을 빨리했다.
“빨리 빨리 걸어서 이페씨보다 먼저 도착합시다!”
“네!”
모험 4일째, 이페와 유르는 그 장소에 앉아서 이재나 저재나 그것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엘리오네스와 메시지를 교환한 결과 그녀들은 다행히 사이토가 눈치채지 못하게 한 채 '돌아오지 않는 던젼'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고, 그것이 나타나기 만을 기다리는 두 여자는 저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돌아오지 않는 던젼’으로 가는 계곡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 그들이 기다리는 곳, 자신들의 생명을 취하기 위해 숨죽여 기다리는 하이에나들이 있는 곳... 이페는 문득 불어오기 시작하는 바람에 재멋대로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그대로 놔두고 바람을 맞아보았다.
“시원하다.”
크어어어어엉!
엄청나게 큰 울음소리에 용의 계곡이 흡사 지진을 만난 듯 흔들린 뒤 잠시간의 정적이었다. 용의 계곡 전체가 흔들릴 듯 크나큰 울부짖음이 지나간 자리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정적... 하지만 이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무었인지... 바로 그녀가 기다리던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잠시 후 ‘용의 계곡’에서 일어날 그 일! 자신이 기다리던 그 때였다.
“유르! 빨리 계곡 윗쪽으로!”
“네! 언니!”
유르도 이미 그 울부짖음이 무었인지 잘 알고 있었고 또 이페의 계획 또한 잘 알고 있었기에 이페의 말에 재빨리 대답하며 계곡을 타기 시작했다.
[엘리오네스! 너도 그 소리 들었지?!]
[네 언니!]
[행동 개시다! 빨리 ‘돌아오지 않는 던젼’으로!]
[네!]
카마디스 블루의 특산물인 상어고기 어포를 씹으며 무료함을 달래던 카이엔은 용의 계곡을 뒤 흔드는 커다란 울음소리에 어포 씹기를 멈추고 옆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각 곳에서 들려오는 메시지를 경청하고 있는 마사무네에게 무료하게 말했다.
“여기 이렇게 죽치고 있으니까 용 짖는 소리도 듣네?”
“그러게요.”
마사무네는 카이엔의 넋두리에 눈을 감은 채로 대답을 한 뒤 다시 생각에 빠져 들었다. 지금 들려온 소리는 레드 드래곤의 드래곤 피어였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별 걱정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무료하게 앉아 있는 건 그냥 드래곤이 우는 것일 뿐 레어 밖으로 나오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들이나 용 잡아 보겠다는 사람들이 레어로 들어간다면 모를까 레드 드래곤의 드래곤 피어를 듣는 건 상당히 희귀한 구경이었고 이 드래곤 피어가 있은 후로는 몬스터들의 움직임도 꽤나 민감해 지기 때문에 몬스터들의 민감한 움직임에 각 곳에 숨어있는 레드쉴드들이 보고해 오는 메시지를 경청하며 감시를 계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