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08화 (10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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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절대 양을 늘리려는 짓은 아닙니다. -_-; 단지 좀더 교묘하게 꾸며볼까..하는 마음에 ..또 전체적 전투를 볼 때 몬스터와의 전투씬이 너무 적어서요.-_- 조금 집어넣고 ... 등등..-_-.. 제가 원하는 스토리와 함께 독자분들에게 주고 싶은 감정들을 모두 표현하고 싶기에 조금씩 글이 늘어지는 듯한 ...데자부입니다. -_-; 끙 원래는 이런 것 신경쓰면 안된다는데 저 자신도 좀 늘어진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분에 중간 한 편 분량은 그냥 건너 뛰어 버립니다.-_-;; [아 귀가 얇아 슬픈 데자부여..-_-]

ps. 참고로 부활에 필요한 것들은 예전 설정에서 변경하였습니다. 착오 없으시길..-ㅁ-

“다 왔습니다! 레인씨!”

“여기가 ‘돌아오지 않는 던젼’이군요.”

엘리오네스를 따라 걷던 사이토는 엘리오네스의 말에 머리를 쓸어 넘기며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분지를 내려다보았다. 지름이 거의 200미터는 될 듯한 둥글게 파여진 구덩이 모양의 분지... 뭔가 꺼림직한 기분이 자꾸만 사이토의 신경을 거슬렸지만, 사이토는 나흘을 걸어 도착한 ‘돌아오지 않는 던젼’을 눈앞에 두고서 그런 사소한 기분 따위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기에 언덕에 서서 그 거대한 분지 한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동굴을 눈으로 확인하며 주위 풍경을 바라보았다.

“휴... 그런데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

“뭐가요?”

사이토가 탐탁지 않은 듯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엘리오네스.

“아까 그 괴성의 주인공인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가 정말 이렇게 큰 크레이터를 만들 정도로 대단한가 해서요.”

조금 전 계곡이 떨릴 정도로 요동친 그 거대한 울음소리의 주인공이 레드드래곤이라는 것과 그 드래곤이 발록과의 싸움에서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었다는 것을 엘리오네스에게 들은 사이토는 막상 그 크레이터에 도착해보니 자신이 예상했던 크기보다 훨씬 더 큰 면적이었기 때문에 엘리오네스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엘리오네스의 대답은 차가운 말 한마디의 일축이었다.

“그걸 믿어요? 다 설정이라구요. 설정.”

예전부터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쌀쌀맞게 대하는 엘리오네스였기에 사이토는 엘리오네스에 대한 신경을 꺼버린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실키와 왠지 모르게 얼굴 표정이 굳어 있는 가이아에게 손짓을 한 뒤 말했다.

“내려가자.”

“네!”

절벽 밑 작은 광장의 상황은 마치 몬스터들의 축제와 같았다.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한데 뒤섞여 절벽 밑에 도사리고 있는 모습... 간 혹 적 관계에 있는 종족들은 서로 이빨과 손톱을 드러내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그 큰 몬스터들의 군집에는 아주 작은 면으로 보일 정도로 그 수는 대단했다. 그 많은 몬스터들의 군집 속으로 아직까지  계속 유입되고 있는 몬스터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이페는 사이토에게 숨기고 숨겼던 자신의 비장의 무기를 꺼내어 들고선 다시 한번 몬스터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역시...”

이 장소는 자신들의 길드가 이 용의 계곡을 접수했을 때 우연찮게 알아낸 것이었다. 드래곤 피어가 울리면 몬스터들이 모여드는 이 곳, 그렇다고 이 곳이 무슨 특별한 장소인 것은 아니었다. 단지 어떤 지형상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데이터상의 문제일 뿐, 평소에 이곳은  용의 계곡의 다른 공터들과 같은 평범한 곳이었다. 하지만 드래곤 피어가 울렸을 때의 이곳은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복마전으로 변하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레어 안에 있는 드래곤을 끌어내어 레드쉴드를 부셔버리고 싶었지만, 드래곤을 상대로 그런 도박을 한다는 것은 이페로써도 사양이었다. 그녀는 본 적이 있다. 물론 정말 멀리 떨어진 곳에서 관전하는 것이었지만, 당시 그녀가 그 광경을 보았을 때 드래곤은 이미 유저들의 사냥 대상이 아니게 보였다. 리얼 판타지아사의 모토인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 모토로 인한 드래곤의 힘은 거의 절대 무적이었다. 거리에 제약이 없는 듯 마구 날아오는 8서클의 엄청난 마법들, 웬만한 무기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또한 게임상의 드래곤들은 일반 유저들과 같은 거드름이나 상대를 방심하는 것도 없었다. 조금이나마 자신에게 해가 된다 싶으면 그 엄청난 몸집을 하늘로 올리고는 그대로 그 저주받을 브레스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이들을 절망에 떨게 만드는 그 불가사의할 정도의 회복력과 물리공격력...

“하지만 이 정도 것들이라면 그들도 살아남기 힘들겠지. 거기에 이 통곡의 하프가 도와준다면..”

슬슬 그녀가 생각하던 메인몬스터들도 공터로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다른 잡다한 몬스터들과는 전혀 틀린 그들을 모두 절망에 빠트릴만한 몬스터들...

품에 안은 칠흑같이 검은 하프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은 이페는 엘리오네스에게 행동 개시의 메시지를 보냈다.

“왔습니다. 대장!”

마사무네의 조용한 목소리에 카이엔은 눈을 빛내며 마사무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생각같아서는 장장 4일만에야 슬금슬금 나타난 그 빌어먹을 여자들을 얼싸안아주고 싶었지만, 그건 그녀들을 게임오버 시켜버린 뒤 천천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군요.”

“뭐가!”

평소에는 잘 꺼내지 않는 그의 주무기인 할버드를 꺼내들고 눈을 빛내던 카이엔은 마사무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를 신중히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자 마사무네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지금 알려오는 말에 의하면 이페와 유르가 보이지 않는다는군요.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한명과 성직자로 보이는 여자 하나... 그리고 엘리오네스와 실키 뿐이랍니다.

이페가 그냥 오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뭔가를 꾸미는 듯한 현재의 상황에 카이엔은 낮게 혀를 차며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네 명의 여자는 맞았지만 그 중 이페는 끼어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페는 어디에... 만약 자신이 계획을 꾸민다면 이 곳에 잠복하고 있는 자신들을 역습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한 뒤였다.

“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속 썩히는군.”

“아무래도, 다른 생각인 듯 하군요.”

“아! 젠장 머리 아파! 빌어먹을 계집!”

카이엔이 짜증난다는 듯 큰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마사무네는 그런 카이엔을 말리려 했지만, 카이엔은  마사무네의 요청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지, 손에 들고 있는 할버드를 운동 삼아 양손으로 휘휘 돌린 뒤 땅에 꽂고는 옆에 엎드려 있는 마사무네에게 말했다.

“우리가 누구냐!”

난데없는 카이엔의 물음이었다. 자신들이 누구긴 누군가! 그들은 카마 프라하 왕국 내에서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한다는 레드쉴드 기사단이었다. 어느 곳,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레드 쉴드 기사단, 물론 저렇게 똥 폼 잡고 있는 대장의 모습 속에서 자신들의 모토를 찾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카이엔의 행동 속에 들어있는 묻어나는 뜻을 알아들은 마사무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저 겉멋돌이 황제를 막을 것인가...

“알겠습니다.”

마사무네는 주위에 잠복해 있는 레드쉴드들에게 공격준비를 할 것을 명령했다. 이페가 어떤 수를 쓴다 해도 자신들은 떳떳해야 했다. 그것이 레드쉴드의 정신! 이것저것 계산하며 전투를 벌인다는 건 자신들의 생리가 아니었다. 물론 이페의 함정을 무식하게 몸으로 체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정말 힘밖에 모르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

“흐음”

카이엔은 할버드를 받쳐 들고는 사이토가 오는 쪽을 노려보았다. 물론 사이토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 턱이 없는 카이엔이었지만, 자신의 몸을 슬슬 긁어오기 시작하는 호승심은 그를 더욱 불타게 했다.

“스톱! 스톱!”

사이토는 다른 이들을 황급히 정지시키며 나침판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주위를 노려봐도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나침판에 보이는 자신들을 둥글게 에워싼 듯한 파란 점들... 왜 일반 유저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식스센스를 통해서 자신에게 전달되고 있는 살기들은 그 파란 점들이 있을만한 모든 곳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뭔가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재수 없어!.. 재수 없어!.. 살기들은 사이토의 식스센스를 자극하며 뇌 속으로 흘러 들어와 계속 해서 기분 나쁨과 재수 없음을 생성시키고 있었고, 왠지 이 사태의 원인인 듯해 보이는 엘리오네스에게 노려보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저들이 아직 무언가를 할 생각이 없는 듯이 보인다는 것

“지금 우리 주위로 꽤 많은 수의 정체불명 유저들이 숨어있습니다. 혹시 이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나침판에 확인된 숫자만 대략 10여명, 탐지 범위 밖으로는 더 많아 보이는 대형이었기에 사이토는 긴장된 어조로 엘리오네스에게 물었고, 잠시 놀라는 듯하다가 심각한 어조로 변한 엘리오네스는 사이토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제 예상이 맞다면, 저희들의 숙적이자 원수인 아이아스 길드 소속의 레드쉴드 기사단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이아스 길드는 레인씨 하고도...!”

아이아스.. 아이아스..! 한동안 잊었다 했던 아이아스라는 말이 엘리오네스의 입에서 나오자   사이토는 소태 씹은 표정이 되어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실키! 준비는 되었겠지?]

[네.]

엘리오네스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했다. 사이토가 말하는 파란 점들은 거의 90프로 레드쉴드 기사단일 것이다. 파란 점으로 보인 것은 사이토가 자신들의 길드가 아닌 단지 파티만 했을 뿐이기 때문이었다. 적길드나 PK들만의 색인 빨갛고 둥근 점... 엘리오네스는 이페와의 계획대로 이들을 도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야! 여기 대장으로 온게 누구냐! 근육머리 카이엔이냐? 쥐새끼 마사무네냐! 니들 여기 있지?! 나와서 얘기 좀 하자!”

“엘리오네스씨! 뭐하는 겁니까!”

사이토가 황급히 말렸지만, 엘리오네스는 아직 약발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다시 한번 그들을 도발했다.

“짜식들아! 니들 걸렸으니까! 거기서 콩까지 말고 나와 봐!”

이쪽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오네스가 쌍소리를 조금 섞어서 누군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사이토는 도끼눈을 뜨고는 엘리오네스를 노려보았다. 당장 뒤로 빠져도 시원찮을 판에 적에 대한 도발이라니, 뭔가 의심스러운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사고락을 함께 한 이들을 의심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이토는 머리를 흔들었다. 또한 아이아스 총길드라면 자신도 이들 못지않게 악연이 있는 곳, 엘리오네스와 당장 말싸움 하기에는 이들과의 일이 더욱 중요했기에 의심은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무슨 생각입니까?!]

이유나 알자는 생각에 사이토가 메시지를 이용해 묻자 엘리오네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저희도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랬는데 이렇게 되고야 말았군요. 죄송합니다. 사이토씨]

[그렇다면 왜 저들을 도발하는 거지요?]

사과하는 것 치고는 현재의 상황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기에 사이토는 재차 물었다.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면 모를까! 지금 엘리오네스의 행동은 거의 반 미친 짓이었기 때문에 사이토는 집요하게 물었다.

[아까 이페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내보니, 다행히 길드원들과 함께 라고 해서요. 조금 있으면 이 부근에 도착할 것이라고 하니 그 때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끌어야겠다는 생각에 저들을 도발한 것입니다.]

“그런...가요.”

사이토는 엘리오네스와 이페를 노려보며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불안했던 예상이 절반정도 들어맞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행동으로 보아 레드쉴드가 이곳에 나타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면 분명히 따라가지 않을 테니, 그것만을 교묘히 숨긴 것이리라.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자 사이토는 분노에 찬 눈으로 엘리오네스와 실키를 노려보았다. 사이토에게 등을 보이고 서있는 엘리오네스와 슬픈 듯한 눈으로 사이토를 바라보는 실키...

“젠장!”

입맛이 더러워졌다. 그리고 분노가 솟아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더 큰 적을 눈앞에 둔 상황 지금 이들에게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해 주기에는 때가 너무나도 안 좋았기에 애써 화를 삼킨 사이토는 냉정한 눈빛으로 실키와 엘리오네스를 노려본 뒤 다시금 앞쪽으로 시선을 바꾸었다.

“휴...”

사이토가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듯 조용히 있자 엘리오네스는 낮은 한숨을 쉬며 전면을 노려보았다. 본의 아니게 또다시 거짓말을 했지만, 다행히 먹혀들어간 듯 보였기에 이 계획의 민감함을 잘 알고 있는 엘리오네스는 한 고비 넘긴 듯한 기분에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물론 사이토에게 한 말은 거의 다 진실이었다. 거의 다... 단지 한 부분만 빼고...

“사이토씨... 대략 70명 정도가 숨어있어요.”

컴퓨터로써의 능력을 사용하는지 캐릭터 전체에 노이즈가 낀 듯한 모습을 하고 가이아가 말해주자 사이토는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전면을 노려보았고 잠시 후 필드 곳곳이 들썩거리다가  꾸물거리며 수십의 인원이 천천히 모래위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자 침중한 눈빛이 되어 그들을 노려보았다.

“저런 씹어 먹을 계집을 봤나!”

카이엔은 할버드를 쥔 손을 바르르 떨며 저 상황파악 못하고 있는 정신 나간 여자를 노려보곤 낮게 지껄였다. 감히 홀홀단신 이곳에 나타난 주제에 겁대가리를 완벽하게 상실한 듯한 여자의 외침에 카이엔은 옆에서 평온한 눈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 마사무네에게 뇌까렸다.

“넌 아무 생각 없냐!”

“휴... 입이 저렇게 험한 것 보니 둘째인 엘리오네스인 듯 하군요. 대장! 여기서 성급하게 나간다면 우리는 저년의 계획대로 해 주는 거라구요. 난 싫습니다.”

마사무네의 말에 씩씩거리던 카이엔은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눈을 감고 손을 합장하며 나무아미타불을 외쳐보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엘리오네스의 두 번째 도발은 카이엔의 이런 참을성을 난도질하며 지나갔다.

“씹어 먹어 버린다!”

카이엔이 할버드를 양 손에 쥐고 씩씩거리며 뛰어나가 버리자 마사무네는 한숨을 내쉰 뒤 필드 전역에 웅크려 있는 레드 쉴드 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습격을 위한 잠복 해제! 모두 나가보자!]

[넵]

일행들은 모래를 털고 일어난 레드쉴드들이 곧이어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갑옷위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며 이쪽을 쏘아보기 시작하자 긴장을 내색하지 않은 채 마주 쏘아보기 시작했다. 만약 진짜 사막이었다면 저렇게 순전히 금속으로 된 갑옷들을 걸치는 바보들은 없겠지만, 이 곳은 게임 속이었다. 레드쉴드들은 단순히 말만을 도시에 맡겨 놓은 채 평소 장비들을 모두 가져왔기에 그들의 우람하고 위용 넘치는 장갑들은 일행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사이로 뚜벅 뚜벅 걸어 나오는 붉은 투구를 쓴 장신의 사네와 동양인인 듯한 이미지의 정갈한 정복차림의 남자... 만약을 대비해 후드를 눌러 쓴 사이토는 그 사내가 저번 헤어샵에서 봤던 그 장신의 남자가 걸어오자 후드를 더 푸욱 눌러쓰고는 조용히 그를 노려보았다.

[사이토씨! 아직도 꽤 숨어있어요.]

[그래!]

가이아의 메시지에 사이토는 조심스럽게 나침판을 확인하며 눈앞의 인원들을 확인해 봤다.

“쳇! 밀리 계열 클래스 빼고는 아직 다 숨어있는 건가?”

확실히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인물들은 모두 붉은 중장갑을 착용한 이들 뿐이었다. 설마 마법사 클래스라던가 도둑 등의 클래스가 이런 중장갑 안에 끼어 있을 리는 만무하고, 결론은 모두 아직 땅속에 매복해 있다는 것 뿐...

“정말인가요?”

엘리오네스가 사이토를 돌아보며 묻자 사이토는 고개를 끄덕였고 엘리오네스는 전면에서 붉은 물결을 가르며 걸어오는 두 남자의 뒤편을 눈으로 훑은 뒤 생각에 잠겼다. 내색은 안하지만 엘리오네스는 지금 속으로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많아 봐야 30명 안팎일 줄 알았건만 지금 눈으로 확인되는 숫자만도 거의 40여명... 거기에 카이엔과 마사무네까지 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엘리오네스는 생각지도 못한 대어의 출연에 몸을 더욱 긴장시켰다. 일단 미끼로써의 역할은 절반 정도 수행했다고 할 수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던젼’에 잠복해 있는 레드쉴드 기사단의 수와 함께 구성인원의 확인, 그리고 그들을 일단 밖으로 노출시키는 것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왔다. 어쩔래!”

“호호! 대 레드쉴드의 대장님께서 너무 성질 급하신 것 아닌가요?”

평소에 무뚝뚝하던 엘리오네스가  간드러진 듯한 목소리로 포즈까지 잡으며 눈앞의 사내에게 말하자 뒤에 서있던 사이토는 여자가 이렇게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조심스럽게 붉은 투구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이페는 어디에 있지! 무슨 꿍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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