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15화 (11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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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리님 감사..(__ 잘먹고 잘쓰겠습니다. 이 은혜는 추후...

ps. 우어! 힐클립가지구파..

“너보다 먼저 게임오버당한 그녀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네가 드래곤아이를 내놓기를 싫어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죽임을 당한 줄 알걸.”

말을 마친 사이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크린샷이나 특별히 저장을 하지 못한다면 이 일은 거의 완전범죄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같은 게임상 옵션들은 모두 특별한 아이템을 요구하는 것들로써 현재의 이페가 그런 것을 미리 생각했다고 하기에는 무리, 완벽한 범죄였다.

“죽여라.”

공허한 눈의 이페는 나직이 한마디 뱉은 뒤 그대로 멍하니 사이토의 무릎 깨를 쳐다보았다. 허탈했다. 미스틱핸즈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녀의 머릿속을 하얗게 잠식해 들어왔다. 미스틱핸즈... 단순한 이름 뿐이려니 했다. 그 이름에 걸린 뜻과 엄청난 소문들은 그냥 사람들에 의해 부풀려진 줄 알았다. 하지만, 다른 면은 몰라도 그 치밀함과 잔인함만은 소문의 내용보다 훨씬 무서웠다.

“그 애들은 지금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문득 먼저 죽은 동생들이 머릿속을 하나 둘 스치고 지나갔다.

독일의 부유한 가정의 막내로 자라나 애교가 많았던 실키, 자신보다 나이는 2살 어리지만 성격이 괄괄한 유르, 그리고 북쪽의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성격은 쌀쌀맞지만 자신을 잘 따르는 엘리오네스, 어떻게 보면 모두 현실로 매우 떨어져서 사는 입장이었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친남매 이상의 우애를 가졌던 아이들이었다.

일이 이렇게 까지 되고 보니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에도 많은 후회가 뒤따라 몰려왔다. 겉으로는 그녀들에게 항상 사랑스럽고 진실 되게 행동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의 대한 경쟁에서 이겼다는 자만심에 가득 찬 위선이었을 지도 모르리라.

“별로 효과가 그리 좋지 않군.”

대거를 높이 치켜들며 사이토는 씁쓸한 마음에 고개 숙인 이페를 내려다보았다. 던젼을 돌파해 오며 생각했던 복수였다. 조금 전까지는 상당히 득의양양 했지만 막상 이페가 너무나 조용히 처분을 기다리자 기분만 더러워진 느낌이었다.

“잘 가라.”

사이토는 미련 없이 대거를 내리그어 버렸다. 어차피 처음부터 살려주거나 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던 사이토였다. 이제 테시미어 길드는 레드쉴드에서 알아서 처분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혹시 이 여자들이 앙심을 품고 현실에서 접근해 올 지도 모르겠지만, 리얼판타지아는 본인이 자신의 정보를 남에게 알려주기 전까지는 어떤 수를 쓰더라도 절대 알 수가 없다.

물론 리얼판타지아와 관련된 직원들이라면 어떤 다른 방법으로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법적으로 매우 엄격히 관리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무서워했다면 애초에 일을 이렇게 크게 벌리지도 않았으리라. 사이토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몇 개의 선을 그어두고 있었다. 불행히도 그녀들은 그 선을 밟는 것도 모자라 자신을 농락한 것이다. 그것은 정당한 댓가...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그에 맞는 처절한 복수를 해 줬을 것이다.

“큭!”

짧은 신음과 함께 이페는 앞으로 꼬꾸라져 버렸다. 단 일검에 그녀의 뒷목을 반 이상 갈라버린 대거는 이미 사이토의 칼집에 얌전히 꽂혀 있었고 앞으로 쓰러진 이페는 검은 장막이 서서히 자신의 시야를 덮는 것을 느끼며 사이토를 향해 마지막 일별을 했다.

“뒈져라. 미스틱핸즈!”

마지막 남은 힘으로 가운데 손가락까지 선사한 이페가 붉은 오오라를 흩뿌리며 사라져가자 얼굴에 굵은 땀방울 한개 매달고 마지막 이페의 최후를 관전하던 사이토는 곧 고개를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비웃는 듯이 중얼거렸다.

“설마... 리치가 신성력 뿌리며 힐링 쓰는 날이 오면 생각해 보지.”

던젼을 돌아 나가려던 사이토는 문득 가방 속에 넣어버린 드래곤 아이를 생각해 내곤 잠시간 고민에 빠졌다. 일단 자신도 이들과 퀘스트를 했던 이상,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퀘스트에 대한 간섭능력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정보들은 방금 전 게임오버 당하신 이페가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으로써는 단순한 돌맹이일 뿐, 어차피 퀘스트와 관련되지 않은 이에게는 하나의 장식품일 뿐이었다.

“뭐.. 예쁘니까, 나중에 밀레나 만나면 선물로 줘도 되겠지.”

문득 밀레나가 보고 싶어지는 사이토였다. 어쩌다 보니 참 엉켜도 더럽게 얽혔던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재대로 된 퀘스트는 몇 번이나 해 본 것일까? 생각해보니, 죽인 몬스터 숫자와 사람 숫자가 비등비등 해 보였다. 그 와중에도 용케 살인자의 낙인이 찍히지 않은 것만도 천행이리라. 간만에 활성화 시켜 본 캐릭터 창 밑으로는 카오스 수치가 엄청난 크기로 늘어나 있었다. 처음 할어버지의 캐릭터를 인계 받을 때만 해도 2자리 숫자를 넘지 않던 것이 벌써 4자리 숫자를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카오스 수치가 오른다는 건 단순히 성향이 나빠지는 것일 뿐이지만, 한편으로는 할어버지께서 물려주신 캐릭터를 너무 변질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뭐, 카르마 수치도 꽤나 올랐으니, 할아버지도 용서해 주시겠지.”

사람 많이 죽인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일단 살인에 대한 카오스 수치의 반대급부인 급격한 카르마 증가는 이제 거의 다음 등급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로그그랜져 중급, 도둑클래스 중 몇 명이나 달성했는지는 모를 최고급의 계급이었다. 할아버지께서 진정 자신에게 바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변해버린 그의 모습도 그의 한 단면일 뿐이었다.

“자~ 이제 출발해 볼까? 이번에도 꽤나 무리해서 게임을 했군. 혜미한테 구박 먹으면 어떻게 하지?”

너무 게임에 열중해 버린 자신을 도끼눈으로 쳐다볼 혜미를 연상한 사이토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피식피식 웃으며 혜미의 반응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는가? 그 모습 모두 사랑스럽기만 한 것을, 겉으로는 꽤나 말괄량이 인 듯 보이는 혜미이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여리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아는 사이토였다.

“아, 일부러 떠올리니까 더 보고 싶네.”

갑자기 욕구불만이 되어 버린 사이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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