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16화 (116/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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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챕터 ~ 끝~ 입니다~ 흐흐... 음음 =_= 슬슬...

리얼판타지아사, 세계적인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게임을 배급하는 초우량 게임개발사이지만 본디 첫 시작이 한국이었으므로 그 본사는 한국의 대전에 위치하고 있었다. 처음 세계를 주름잡던 다국적 기업인 알레스터에서 떨어져 나온 리얼판타지아사는 단 하나의 온라인 게임 리얼판타지아로 일약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그 핵심의 리더라 한다면 현재 리얼판타지아의 수석 프로그래머 겸 회장직을 맡고 있는 올해 쉰 살을 바라보는 초일류 노처녀 김미경이 있을 것이고 그녀를 지금까지 보좌해왔던 이들은 회사 초반부터 그녀를 도와 리얼판타지아사를 발전시킨 회사 내에서 그녀의 12제자 혹은 광신적 추종자들 혹은 그녀와 함께 ‘에인션트 올드 폐인“이라 불리우는 12명의 임원들이 있을 것이다.

한가로운 오후, 슬슬 장마가 다가오는지 하늘은 하루 종일 찌뿌둥하니 햇빛을 내 비출 생각이 없는 듯 보였지만, 리얼판타지아사 최상층 개인 사무실 안 스카이라운지에 비서하나 딸랑 세워놓고 느긋하게 안락의자에 앉은 김미경에게는 금상첨화의 날씨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녀는 원체 햇빛이라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아줌마였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가 하면 들리는 헛소문에 의하면 인간이 햇빛을 안받아도 살 수 있게 된다면 아마 김미경은 평생 햇빛 안보고 살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그녀는 어두운 곳을 좋아했다. 어쩌면 젊은 시절부터 틈틈이 쌓인 폐인의 기질일지도...

“흠,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예?”

“음..아.. 아냐.  일단 결제는 이것으로 끝났나?”

미경이 대략 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일일이 살피며 사인을 마치고서 그녀의 유일한 개인비서이자 참모인 김주훈에게 넘겨주자 주훈은 보고서 페이지 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상관인 김미경의 업무에 있어서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이런 딱딱한 서류결재들에 있어서는 모두 종이를 통해서 보고 받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속속들이 들어오는 보고들과 기획안들 예산안들을 모두 정리하여 보고서 형식으로 꾸미는 번거로운 작업은 자신이 도맡아 하지만 김미경의 업무능력은 이런 특이한 징크스를 제하고라도 매우 유능한 편이었다.

“그런데 그전에 몇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

미경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반문하자 주훈은 조금 전 들어왔던 보고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북미 쪽 배급사들과 북 유럽쪽 배급사들이 좀 더 게임 시스템 기술적 정보공유에 대한 폭을 넓혀 달라는 요청과 불만이 있었습니다.

“불가!”

단박에 거절해 버린 미경은 빨리 다음 문제를 설명하라는 듯이 주훈을 재촉했다. 이런 요청은 그 전에도 몇 번씩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말마따나 시스템에 아주 작은 오류가 생기더라도 자신들이 달려가야 하니 불편하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 전에 전제되어 있는 그들의 검은 속셈을 모를 미경이 아니었다. 현재 리얼판타지아의 외부적 골격은 모두 공개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 일종의 리얼판타지아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초 일급비밀로써 외부로의 개방을 일체 봉쇄하고 있었다.   비록 그 내용이 워낙 거대하고 추상적이며 방대하여 자신이 설명해 준다고 해도 절대 이해  할 위인들이기에 마음을 놓고 있는 김미경이지만 만에 하나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그 자료의 보관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둘째로는 현재 개최하려 하는 전쟁 이벤트의 대규모 변동사항입니다.”

“그건 이미 다 들었잖나. 그 카마프라하 왕국쪽의 세력변동이 워낙 커서 전쟁 이벤

트를 한동안 미뤄야 한다는...”

그 이야기는 이미 이사회 안건에 까지 올라갈 정도로 화제를 모은 이야기였다. 미스틱핸즈라는 유저가 빌로아에서부터 데이모스까지 순례하면서 일부 특정 길드들을 거의 괴멸 직전으로까지 몰고 갔다는... 물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그 이름은 익명으로써 처리했지만, 단 한명의 힘으로 길드라는 수 많은 유저들의 공동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이버 사회학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취급되어 회사내 연구단체에서도 그 사건에 대해 연구될 정도로 화제를 끌었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괴멸된 길드들이 뭔가 꽤 구린 구석을 지닌 듯 합

니다.”

“구려? 어떻게?”

흥미로운 눈길로 다음 말을 재촉하는 김미경...

“몇 주전 보고에서 말씀드렸던 모로노프병을 기억하십니까? 그 집단 소송건.."

비서의 물음에 미경은 잠시 기억을 되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모로노프 병... 2017년부터 생겨난 병으로써 이 병은 감염되는 즉시 신경계 질환과 호흡곤란을 야기 시키며 종국에는 온 몸의 신경들이 돌처럼 딱딱하게 변하여 죽는 병이였다. 이 병이 처음 나타났을 때 학자들은 석회성 건염 또는 그와 유사한 질병의 발전형이라고 생각 했지만, 거의 90프로에 달하는 치사률의 원인이 뇌신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러시아인 블라디미르 모로노프가 발견함으로써 그의 이름을 따 모로노프병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다행히 그 발병률이 거의 몇백만분의 일에 해당되기에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그 병에 걸린 이들의 기묘한 특징이라면, 모두 상당히 발전된 선진국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점, 또한 그 사람들 모두 가상 현실 온라인 게임을 상당히 즐겨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병에 걸린 사람들 중 거의 80프로가 리얼판타지아를 플레이 하던 사람들이라는데 본사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는 있었지만, 아직 뚜렷한 발병 원인이라던가, 전의 경로를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어떻다는 건가?”

“예. 조사해 본 결과 교묘하게도 그 병에 걸렸던 사람들이 모두 그 길드들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병과 그 길드들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힘든 듯한데... 어차피 지금까지 괴멸된 길드는 단지 세 개일 뿐이지 않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이에 대해서 연구하던 한 학자가 그 길드들을 이루고 있는 유저들을 현실상으로 추적해보던 도중 행방불명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이가 특정 연구소 같은 곳에 소속된 이가 아닌 단순한 아마추어적 호기심에 접근했기에 그의 행방불명을 저희들도 표면적으로만 조사했을 뿐 대략적인 것을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이 세가지 사실들을 종합해 볼때 뭔가가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주훈의 보고를 전해들은 김미경은 잠시 동안 스카이라운지 밖 멀리 보이는 하얀 지평선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리얼판타지아와 함께한 수십년, 이미 리얼판타지아는 그녀의 분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 동안 수 많은 위험들이 있었다. 과거 귀화 일본인들의 폭동도 있었고, 게임의 대규모 버그 발생으로 난생 처음 게임 초기화도 해 보았다. 거기에 첨단 기술을 탐 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쪽의 수 많은 기업들이 그들을 회유하기 위해 온갖 갖은 술책과 협박을 해 왔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끈질기게 버텨왔다. 얼핏 듣기로는 아주 작고 사소하게도 들리지만, 그녀의 직감으로는 뭔가 냄새나는 것이 게임 안으로 스며 들어온 듯 하다. 김미경은 그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일단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루트는 모두 동원하여 그 일에 대해서 조사 해 봐. 수단은 염두에 두지 말고, 사람을 고용하든 뇌물을 먹이든 그 일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보도록. 또 무급운영자들도 그 쪽에 신경 쓰라고 하고. 특히 그 특정 유저에 대한 조사도 충실히 해보라고.”

“그럼 경찰쪽의 의뢰는...”

비서의 물음에 미경은 주름잡힌 눈에 인상을 쓰며 비서를 노려보았다.

“당연히 비밀로 해서 알아봐야지! 꼭 이유를 설명해야 하나!”

“예! 알겠습니다.”

비서가 황급히 나가자 미경은 넥타이를 푸르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회사 내 사원들에게는 자유로운 복장, 자유로운 출퇴근을 지시한 그녀이지만 그녀 자신은 회사 내에서 항상 단정한 차림새의 양복을 입었다. 세월을 이길 수 없는 얼굴에도 잔주름이 끼기 시작하고 젊은 시절 항상 미인소리를 듣던 그녀도 이제 슬슬 노년의 티를 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가 한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좋은 그녀의 역작인 리얼판타지아... 무언가 꺼림칙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흡사 눈을 가린 채로 코끼리 코를 주무르듯... 더 큰 위험스런 무언가가 뒤에 도사리고 있는 느낌...

“잘 끝나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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