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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예비군 훈련~-ㅁ- 아..정말 시려.. 후우..-ㅁ-.. 걍 소설이나 쓰고 싶은데.
“하아...”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그 일이 있은 후로는 망연자실한 느낌... 찻잔을 치우던 효진은 다시금 멍해져 오는 정신에 애써 바로 세우며 찻잔을 마저 치웠다. 효진이 찻잔을 챙겨 주방으로 걸어 들어갈 때 뒤쪽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현관문 소리... 손님이라 생각한 효진은 서둘러 찻잔을 내려놓고 현관문을 쳐다보았지만, 잠시 후 그 손님의 용모를 확인하고는 서서히 얼굴이 굳어져 갔다.
“에..엘리오네스, 아니, 강미야.”
“현실로는 꽤 오랜만이지? 언니.”
“그래.”
가벼운 청바지 차림에 몸에 꽉 들러붙는 가죽 점퍼차림의 그녀, 어제 그렇게 게임오버를 당한 뒤 효진은 한 동안 멍하니 그렇게 누워만 있었다. 막상 동생들과 통화를 하려니, 실키와 유르는 그쪽 나라 말을 모르니, 채팅 상으로만 이야기 할 수 있었고, 평양에 사는 엘리오네스, 즉 강미는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 그냥 그렇게 잠들었었다. 설마 바로 찾아오리라곤...
“일단 앉아.”
“응!”
강미가 군소리 없이 안쪽 테이블로 가서 앉자 효진은 간단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두잔 만들어 그녀의 테이블로 가 앉았다. 한동안의 침묵, 먼저 입을 뗀 것은 효진이였다.
“어제일은..”
“아니, 듣고 싶지 않아. 나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어. 아니 유르나 실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 언니가 미크씨와 사귀고 있다는 거, 아마 우리라도 그 상황이면 망설였을 거야. 이해해.”
“그래...”
이미 설명한다 해도 이해받기 바라는 것은 무리인 듯 보였기에 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잔을 들었다. 확실히 그녀들도 여자인 만큼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리라. 갑자기 애써 둘사이를 감추려 했던 자신이 우스워지는 효진이였다.
“그것보다 내가 찾아온 이유는...”
“그래...”
말을 끊은 강미는 잠시 효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 미크씨한테 연락이 왔어.”
“미크씨가?”
미국에 잠시 가 있는 미크가 그녀에게 연락했다는 말에 효진은 눈이 휘둥그레 해 지면서 되물었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그였다. 그런데 자신도 아닌 강미에게 연락을 하다니...
“그런데?”
“끄응,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세 달 전에 미크씨가 그들에게 받았던 물건 있잖아.”
두통이었을까? 머리가 아파오는지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강미는 두통이 진정되는지 낮은 한숨을 내쉰 뒤 다시 설명해 주었다.
“그들?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그거 있잖아. 우리한테는 ‘제로’라고 부르라 하던 그 인간들... 그들이 맡기고 간 정체불명의 검은 상자, 언니랑 미크씨가 같이 받았었잖아.”
상미의 말에 효진은 강미가 말한 물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가 현실로 근 세달 전 미크의 소개로 만난 제로라는 단체의 인물들이 넘긴 손바닥만한 검은 상자를 생각해 냈다.
“아! 그거, 근데 그게 왜?”
“아~ 혹시 그거 열어보지는 않았나 해서...”
“아니? 그건 미크씨랑 함께 은행에 가서 내 계좌에 그대로 맡겨버렸어.”
“끄으으으으으!”
갑자기 머리를 붙잡고 진땀을 흘려대는 강미, 강미가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으며 테이블로 쓰러지자 효진은 갑작스런 강미의 행동에 깜짝 놀라 안절부절 못하다가 강미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그녀의 머리로 손을 가져갔다.
퍼억!
순간 뒷골을 당겨오는 강한 충격, 효진은 눈앞이 깜깜해 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끝났습니다. 대장!”
“어서 뇌파 스캔을 준비해!”
“넵!”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정도로 재빠르게 효진의 뒷목을 쳐 기절시킨 검은 양복의 남자들은 대장이라는 자의 명령을 받아 서둘러 그녀의 머리에 손바닥보다 약간 더 커 보이는 작은 기계를 가져다 댔다.
“뇌파 정밀 스캔 예상 소요시간! 17분!”
“젠장! 빨리 끝내라 갈 길이 멀다.”
"넵!“
효진의 머리를 스캔 하는 사이 대장이라는 인물의 옆으로 똑같은 디자인의 검은 양복을 입은 약간 젊은 듯한 인물이 걸어와 섰다.
“대장! 꼭 이런 번거로운 방법으로 일을 해야 합니까? 굳이 저 강미라는 여자에게 락을 걸어서 이렇게 쓸 필요까지.”
그러자 대장이라 불린 인물은 혀를 차며 그에게 나직이 대답했다.
“멍청하기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실수란 용서되지 않는다. 혹시나 저 여자가 그 물건을 보고, 누군가에게 그것을 말했다면 우리의 일은 두 배로 늘어나게 돼!”
“하지만, 그냥 납치해서 물어봐도 될 것을!”
“훗, 자네는 서울 쪽에서 합류해서 잘 모르겠군. 우리와 거래중인 미크라는 녀석은 저기 저 강미라는 여자에게도 꼬리를 쳤다. 물론 저 여자는 그것에 넘어갔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 여자를 먼저 덮쳐 비밀에 대한 확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렇다면?”
“그래! 어차피 저 효진이라는 여자나 상미라는 여자, 유감스럽게도 상당히 위험인물이다. 그 미크라는 새끼도 그 쪽 인물들이 처리하기로 했다. 지금은 최대한 우발적 범행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해. 현재 우리는 노출되면 안된다. 아직은..."
“넵!”
잠시 후 뇌파 스캔이 다 끝났는지 기계를 챙긴 남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대장은 부엌으로 걸어 들어가 날카로운 부엌칼을 손에 쥐고 홀로 나왔다.
“실수하지 말고 재대로 찔러라. 복부를 비켜 찔려 출혈과다로 만들어야 한다”
“네..넵!”
대장이 넘겨준 부엌칼을 받아 들은 남자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것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 내며 효진에게 걸어갔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그는 이번 살인이 처음이었다, 장갑을 낀 손바닥 안에는 땀이 진득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해내야 했다.
“이제 슬슬 재대로 움직일 때가 왔군. 아무래도 앞으로는 그것의 도움이 절실하겠지.”
뒤돌아서는 대장의 차가운 한마디였다. 몇 시간 후 그 곳은 경찰들의 도로 봉쇄로 모두 패쇠되었다. 사인은 둘다 복부창상에 의한 출혈과다와 복막염으로 인한 사망, 후에 밝혀진 사건의 내막은 치정관계에 의한 우발적 살해, 그렇게 두 여인의 죽음은 경찰에 의해 규명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