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23화 (12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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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쏟아지는 군요. 그제와 어제 쉬지 않고 쏟아지는 빗소리에 슬슬 지겨워 지기까지 하는 데자부입니다. 몇 칠전 세탁기에 돌린 빨래들은 햇볓에 널어놓지 못해 또다시 냄새를 온 방에 풍깁니다. 아마 새로 빨아야 할 듯, 그나마 수건이나 말라서 다행인건가. -_- 음... 그럼..-ㅅ-

이건 강간이었다. 이제 육체는 완전히 가이아에게 잠식당한 듯 가이아의 행위에 동조하고 있었다. 최후의 결합은 없었지만, 몸은 이미 그녀의 손에 있었다. 비록 팔에 힘을 주어 몸을 버티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이리라. 사이토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그레이브 스피릿!”

가늘지만 긴 냉기의 검이 사이토의 손에서 빛살같이 폭사해 나왔다. 그와 함께 그녀와의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거대한 폭발!  갑자기 몸이 거대한 반발력에 튕겨 나오자 사이토는 몸의 중심을 잡으며 여관방 한 구석에 간신이 몸을 바로잡고 섰다.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그레이브 스피릿의 영향이었는지 간신히 몸이 떨어져 나왔다. 그와 함께 씻은 듯 사라져 버리는 정욕!

“가이아!”

그레이브 스피릿을 손 안으로 집어넣은 사이토는 가이아에게 고함을 질렀다. 말없이 누워있는 가이아, 자신을 쳐다보는 눈에는 눈물만이 가득하다. 미안함의 눈물, 원망의 눈물, 아픔의 눈물, 자신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한 의아함의 눈물...  가이아는 천천히 사라져 갔고 여관방의 출렁이던 벽면과 침대도 서서히 제 모양을 찾아갔다.

“하아...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사이토는 가이아가 사라진 침대에 털썩 누워버렸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두통은 없었지만, 흡사 100명 정도와 대결을 펼친 듯 몸이 나른하기만 했다.

칠흑의 공간, 수많은 소립자들이 공간을 떠돌고 있다. 가끔 유성과 같은 빛줄기들이 공간을 가르고 지나가고 공간 곳곳은 가끔씩 무언가가 움켜지듯 이지러진다.

“하아, 너만은 너만은...난 단지 촉매제일 뿐인 것을...”

한숨 섞인 목소리가 온 공간을 뒤흔든다. 그리고 다시금 잠잠해지는 칠흑의 공간...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사이토는 한동안 멍하니 여관 바닥만을 쳐다보았다. 어찌 어찌 눈을 뜨기는 했지만, 기분하나 만큼은 참담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바짝 바짝 신경을 옭아매는 날카로운 밧줄,  날카로워 지는 신경에 혼란스러워만 지는 머릿속이었다.

“훗, 폭풍 맞았구만.”

주위를 둘러본 사이토는 혀를 차며 장비들을 하나씩 주워 입었다. 생각해 보니, 가이아는 장비를 강제로 해제되어 버렸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벗기 전에는 해제되지 않는 아이템들... 여관방의 특성으로 아이템이 없어질 위험도는 없었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도 기기묘묘했다.

“정말이지, 무슨 생각인거야.”

솔직히 마음만 먹자면 그녀와 못할 것도 없었다. 그가 뭐 특별히 섹스에 대해 거부감을 지닌 것도 아니었고, 또한 정신적인 다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이토가 생각하기에 어제의 그런 방식은 절대 아니었다. 사이토는 어제의 그 방법이 가이아를 배려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고, 또 후회하지도 않았다. 물론 당 시대의 성 관념으로 볼 때 가이아와의 섹스는 그리 용서받지 못할 수준도 아니었다. 거기에 사이토 또한 그런 가이아에 대해서 안고 싶은 욕망이라던가, 탐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부인한다면 그건 자기 자신에 대한 기만...하지만 이미 마음은 다른 여자에게 있으면서 몸만이 쾌락을 탐한다는 것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혜미가 있었다. 절대적으로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밥이나 먹자. 밥...밥밥.”

가이아에 대한 생각만 하면 머릿속이 헝클어져 버리는 듯한 기분에 사이토는 서둘러 장비를 모두 챙긴 뒤 체크아웃을 하곤 밑에 층으로 내려갔다. 일단 돌아오면 그 일에 대해 충격입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그것 또한 조금 부실한 결론 같았다.

“저번에 테시미어 길드가 완전히 박살났다며?”

“그러게! 레드쉴드기사단에서 이번에는 테시미어 길드원들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까

지 완전히 통제하고 또 그 길드타워까지 싹 쓸어버렸다는군.”

간단한 식사를 시키고서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경청하던 사이토는 그의 옆 테이블에 앉은 두 유저가 자신과 관련된 테시미어의 대한 이야기가 하자 그쪽으로 살며시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음, 테시미어 길드가 그렇게 쉽사리 당할 길드가 아니라는 거지. 지금까지 그렇게 잘 버티던 테시미어 길드가 하루아침에 그리 박살날 줄 알았나?”

전사로 보이는 유저가 고개를 갸웃하며 맞은편에 앉은 이에게 묻자 맞은편에 앉은 마법사의 복장을 한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건 그렇고... 그런데 여기 웨이트리스 아가씨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한 동안 그 아가씨 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는데.”

“모르지 그건...”

가이아의 대한 화제로 끝을 맺는 그들, 사이토는 주인이 간단한 요리를 가지고 테이블로 오자 그들의 대화를 듣는 것을 그만두고 주인이 놓아 둔 음식을 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다행히도 용의 계곡에서의 일은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거기에 카이엔은 그의 생각대로 최대한 빠르게 테시미어 길드를 데이모스에서 몰아낸 듯 보였고, 미스틱핸즈에 대한 어떠한 소문도 나지 않은 듯 했다.

“하아... 그래도 골치가 아프군.”

빵을 씹던 사이토는 먹는 것도 신경질이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그냥 덤비는 애들 좀 손봐주고, 기분 상하게 만드는 인간들 장난 친 것밖에 없다. 또한 그것들은 모두 합당한 인과의 관계에 맞춘 복수라던가 아니면 전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일들뿐이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에게 이런 난처한 일이 생기는가!

“악!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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