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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_= 인간성의 회의인가.. 단순한 주관성에 기인한 주체성에 따른 회의인가... 그러나 솔직한 기분만 따르자면 어린아이의 장난에 허리가 잘려버린 개미의 기분이랄까..-ㅅ-
무심결에 빵을 집어 던져 버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막막하다. 지금까지 잘 지내오던 가이아였다. 정말 모든 게 일순간에 틀어져 버린 기분...
“어떤 자식이야!”
사이토의 소유권을 벗어나 자유물품으로 변신하여 포물선을 그리던 빵은 한 유저의 뒤통수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눈에 불꽃을 튀기며 일어서는 거대한 몸집, 그리고 그의 동료로 보이는 네 명의 유저들,
데이모스의 한 펍에 끝장나는 미모의 웨이트리스가 일한다는 소문에 옆 동네인 루즈 테인에서 구경도 하고 꼬셔도 볼 겸 날밤을 새가며 원정 온 그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펍에는 썰렁한 기운만 넘실넘실, 들려오는 소리는 그 아가씨가 이제 그만 뒀다는 실망스럽고 울화가 치미는 말들 뿐, 펍에 눌러앉아 화를 삭이기 위해 술을 들이키던 그들은 동료가 날아온 빵에 뒤통수를 얻어맞자 모두 분기탱천하여 일어섰다. 어쩌면 그들은 일부러 이런 기회를 기다렸으리라. 어딘가에 분풀이를 하기 위한... 그러나 그 대상 또한 그에 못지않은 상당한 불만에 휩싸여 있었다.
“뭐야!?”
자리를 박차버린 사이토는 거친 손놀림으로 식사를 쓸어버리고는 그들의 앞으로 성큼 성큼 걸어가 섰다.
“그래서 불만이냐?”
가당치도 않다는 듯 그들의 위아래를 아니꼽게 훑으며 코웃음까지 섞고 도발하는 사이토, 뭐 뀐 놈이 성낸다고 정작 잘못을 한 이가 더욱 당당히 그들에게 ‘꼬우면 덤벼’ 하는 포즈로 말하자 그들은 잠시 사이토에 박력에 짓눌렸다가 다시금 용기를 내어 사이토를 노려보았다. 이 곳에서 밀리면 그들은 웃음거리가 되리라. 거기에 숫자는 오 대 일의 자신들의 압도적인 전력... 밀리면 바보다.
“호오, 이거 사과만 한다면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기본이 안 되었군. 정 뭐하면 여기서 붙을까! 앙?!”
어차피 데이모스였다. 경비도 오지 않은 살인자들의 천국, 이 곳에 들어오려는 유저들은 모두 그만큼의 실력을 지니고 있거나, 또는 살인자의 낙인 따위는 우습게 볼 정도의 담력쯤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그만큼의 실력이 충분히 된다고 여기는 이들이었다. 사이토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선 넷을 바라보며 나직히 속삭였다.
“내가 누군지 알아?”
“몰라!”
그들의 대답에 사이토는 벨트의 단검집으로 손을 가져갔다. 기분도 더럽고 자신에 대해서도 모른다. 딱히 소문나기 싫어하는 사이토로써는 아주 딱 좋은 제물이었다.
“그럼 죽어!”
꽈르르릉!
“미... 미친놈이다!”
펍의 문을 박차고 나와 걷지도 못한 채 두 손으로 부지런히 몸을 물리는 사내는 질린 듯한 어조로 그가 도망쳐 나온 펍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저 문 안쪽에서는 아직도 그의 친구들이 그 미친놈의 마수 속에서 고통 짓고 있으리라.
마지막 음성과 함께 싸늘하게 굳어드는 펍 안의 공기... 사이토가 살기를 누르지 않은 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그제서야 사내들은 사이토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고 모두 신중히 사이토의 행동을 노려보았다. 처음 하던 짓이라던가 복장으로는 봐서는 네크로맨서 내지는 마법사로 알았건만 로브 안으로는 무광처리 된 어두운 암녹색의 갑옷들이 들어있었다. 그렇다고 전사계열인 줄로만 알았더니, 이번에는 도둑뺨칠 정도의 속도... 정신 못 차린 덩치가 1차로 벽면 테이블을 부수며 날아가자 나머지 넷은 사이토의 사방을 포위하고 서서히 돌았다. 차륜전을 재대로 익히지 않은 이들이었기에 서로의 행동에 가장 제약을 주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방법, 그러나 그들의 바램 또한 사이토의 단 한마디에 개박살나고 말았다.
“팬텀 피규어!”
목표물은 잃어버린 넷은 잠시 어리둥절하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곧 이어 두 사람이 사이토의 발차기에 사이좋게 구석으로 처박혀 버리자 이제는 홀로 남은 두 친구는 서로 어깨를 맞대고서는 사이토를 노려보았다. 모두 한 동네에 사는 다섯 친구, 비록 무술은 수박 겉핥기 정도로 익혔지만 함께 있으며 두려움이 없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자신감은 사이토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초전박살 나 버렸다. 만약 현실에서 만났다면 아무리 사이토라 해도 5:1은 무리였다. 하지만 이곳은 게임 속, 그 행동이 자유로울수록 무력은 증가한다. 게다가 오리지날 무골인 사이토에게는 동레벨의 어쌔신 두 셋 정도라도 순수 실력만으로 따지자면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이었다.
“할말 있어? 앙앙?!”
사이토가 쓰러진 한 녀석의 머리를 발로 밟고선 가차 없이 이를 드러낸다.
“익! 익!!”
일어나려 바둥 거리지만, 사이토가 발을 이리저리 굴리자 그것도 여의치 않은 듯 하다. 거기에 피니쉬 한방!
“커억!”
등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양 손으로 거기를 붙잡는 불쌍한 검사...
“효과 좋고...”
아무래도 통증이 1/10으로 줄어드는 게임의 특성상 제대로 된 고문이 힘들다는 것으로 한 동안 고뇌하던 사이토가 생각해낸 비장의 수법이었다. 역시나 효과는 100프로! 감소치까지 감안하여 발에 웬만큼 힘을 줬더니, 상대는 눈이 뒤집힌 듯 하다. 확인 사살로 몇 번 더...
퍽! 퍽! 퍽! 지근! 지근! 지근!
“히히히히히!”
역시 한판 벌이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사이토였다.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스트레소 해소인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알게 뭔가 화는 풀고 복은 받으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있었고 사이토는 그 말씀을 아주 충실히 따랐다. 그의 스트레스 해소로 인한 주변인들의 피해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에게는 지나가는 벼락이요, 천재지변이리라. 하지만 그 화는 그리 간단히 풀릴 것이 아니었다.
“아악! 젠장할 젠장할! 다 때려 부수겠어!”
다시금 뻗어 오르는 열기에 눈이 돌아간 사이토는 이번에는 아주 곤죽을 만들어 버리겠다는 양 다시금 그 검사의 그곳을 마구 밟아대기 시작했다.
“하아.. 후우.. 릴렉스...릴렉스! 하늘엔 평화 땅에는 축복, 참자...참자.”
이미 일은 낼 만큼 내 놓은 주제에 심호흡으로 마음을 조절하는 사이토였다. 다행이라면 살인만은 면한 것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