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35화 (13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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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 고..고양이..=_=;; 근데 숫놈의 스프레이는 좀 시려;; 음 .. 중성화 중성화..-_-;; 아..그래도 고양이 좋아..>ㅅ<ㅡ//

“커억!”

죽고 싶지 않았다. 목에 닿은 날카로운 검의 감촉, 억지로 몸을 뒤척여 단검이 급소로 파고드는 것을 피했다. 그리고 팬텀피규어...

“씨발!”

한번 꼬이면 계속 꼬이는 것인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스킬의 실패와 함께 몸이 릿츠카의 바로 앞에서 굴러버렸다. 절대 절명의 순간...

[하아...]

“왜 그래?”

모니터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가이아가 고개를 들어 화면 밖의 민아를 쳐다본다. 물론 일반 모니터인 관계로 가이아가 진짜 그녀를 쳐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오감이 컴퓨터인 가이아에게 그것은 쉬운 일... 조용히 물끄러미 민아를 바라본다. 화면 밖에 존재하는 또 다른 여인... 요즘 들어 부쩍 부럽다는 느낌이 더해간다.

[우우우웅...]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던 가이아가 고개를 천천히 팔 안쪽으로 집어넣는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기묘한 소리만 낸다.

“끙... 캐릭터 생활 한정 금지 때문에 그래?”

민아의 말에 가이아가 고개를 가로 젓는다. 눈물까지 한 가득 그렁그렁한 가이아.

“그럼, 왜 그래?”

[사실은...흑...]

가이아는 민아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가이아 행동에 대한 사이토의 반응, 자신도 왜 그랬는지 모를 엉뚱한 유혹, 그의 거절 등등...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리고 민아는 강진보다 자신을 더욱 인간과 같이 대해 주는 여자였다.

“하아...”

민아는 화면안의 가이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장난스레 호기심에 처음 그녀에게 다가간 것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이미 강진에게 사무적인 정보공유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도 있는 사실... 원래 가이아는 강진과 약속이 되어 있었다. 게임 내에서 컴퓨터로써의 능력 사용 금지... 몇 번씩 어기기 시작하는 가이아의 근래 태도에 걱정하던 강진은 몇 칠전 큰 소동이 있은 후 가이아에게 캐릭터 생활 한정 금지라는 처분을 내렸다. 한번 웃고 넘어갔을 AI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가이아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번 웃고 넘어갈 수 없는 류의 이야기였다.

“그건 어쩌면 그 남자가 너를 더욱 인간적이고 특별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

민아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가이아에게 털어놓았다. 그녀의 사랑이 어긋나지 않게... 그녀가 다시 예전의 그녀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음... 만약 그가 너를 특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상황에서 너를 그냥 안아버렸을 꺼야. 하지만 그만큼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너를 거부한 거라고 생각해...”

[...]

침묵의 시간이 조금씩 길어져간다.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말이 없는 가이아, 서버관리실의 문을 열고 강진이 들어왔지만, 두 여자의 침묵은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계속 이어졌다.

“무슨 일이야?”

“남자 따위는 몰라도 되요!”

“윽!”

생각에 빠져 있던 민아와 가이아가 동시에 소리친다. 급작스런 두 여자의 합동 공격에 뒤로 움찔 하는 강진... 정리가 끝난 듯 가이아가 해맑게 웃었다.

[민아씨 고마워요. 헤헷!]

“호호호! 힘내!”

강진을 물리친 두 여자는 서로 마주보곤 피식 웃었다. 강진이 모르는 두 여자만의 인사치레, 강진은 민아가 가이아에게 또다시 알 수 없는 불순한 정보를 주입한 느낌에 민아에게 소리쳤다.

“뭡니까!”

“헹!”

붉은 머리가 획 돌아갈 정도로 강진을 무시한 민아, 화면 안에서 혼자 키들거리며 웃고 있는 가이아... 이때만큼은 성의 깊고 깊은 골을 까마득히 느끼는 강진이었다.

“가이아~ 나에게 좀 말해줄 수 있겠니?”

[음...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웃 갸웃하는 가이아... 강진은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가이아는 필요에 따라서는 거짓말도 할 수 있었다. 1급 AI만의 자유도... 그런 가이아가 진실을 말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계속 쳐다보는 것뿐이다.

[그..그건]

마침내 가이아가 입을 떼자 강진은 ‘옳거니!’하는 마음으로 가이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또 다시 흐르는 시간... 무었을 고민하고 있는지는 가이아만이 알겠지만, 강진은 끈기 있게 기다렸다. 그러나 그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 가이아는 눈을 크게 뜨며 급박하게 외쳤다.

[사이토씨가 위험해!!]

“응?”

“응?”

가이아는 사이토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온 신경을 시스템에 집중했다. 강진의 물음 따위는 이미 저 하늘로 날려버렸다. 그가 위험했다. 그와 이어진 센서를 통해 위험이 그녀의 뇌리로 속속들이 들어온다. 순식간에 강진이 시스템에 걸어 놓은 캐릭터 생활 한정 금지에 대한 구속을 풀어버렸다. 그녀에게는 쉬운 일, 사이토가 위험하다.

파아아앗!

“윽!”

강진은 전 모니터를 통해 뻗어 나오는 엄청난 빛에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가이아...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가이아가 자신에게 반항을 한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이게!”

강진은 서둘러 수동 조작 키보드를 사출시켰다. 자신만이 사용하는 메인컴퓨터 통제용 비상 시스템...그는 그녀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리얼판타지아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가이아! 이러면 곤란해!"

“크윽!”

사이토는 케르베로스의 거대한 발을 피하며 신음을 흘렸다. 곧 죽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목과 가슴에 난 깊은 상처는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카이엔이 달려오고는 있지만 얄궂은 케르베로스는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죽엇!”

일곱 개의 매직 미사일을 캐스팅한 릿츠카는 사이토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정없이 날아드는 빛의 화살들... 사이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안돼!”

허공중에 생성 되어 사이토의 앞을 가로막는 하얀 여성체... 그녀가 손을 뻗자 매직 미사일은 지우개로 지워져 버린 듯 사라져 버렸다. 황망해 하는 릿츠카... 그런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그 여성체는 사이토를 안아들고 예의 매직 미사일을 지워버린 그 손으로 사이토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쉴 새 없이 말을 내뱉는 가이아... 이미 가이아의 손길에 몸의 상처는 ‘리커버리’ 저리가라 할 정도로 완벽하게 나아 있었건만, 가이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계속 사이토에게 물어댔다.

“아아, 어디 갔다가 이제 왔니?”

너스레를 떠는 사이토, 하얀 빛무리의 여성체였던 가이아는 이전의 그 성직자의 모습으로 변하며 사이토를 쳐다보았다. 자신을 향해 포근하게 웃어주는 사이토... 이전의 일은 모두 잊은 듯 가식 없는 웃음이었다.

“젠장! 젠장!”

릿츠카는 입안으로 욕을 되뇌며 세검을 손에 들었다. 검의 이름은 “나락의 속삭임” 힘이 약한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스페셜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있는 방해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벌이었다.

“피리리릿!”

빛살의 세검은 가이아의 등에 꽂혔다. 급격히 흔들리는 가이아... 충격이 심했다.

“가이아! 왜 그래?!”

품에 안겨 있던 사이토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지만 가이아는 애써 고개를 가로저었다. 약간의 고통이 감지되기는 했지만, 그녀에게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사이토에게 작게 웃음 지으며 뒤편에 서 있을 릿츠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죽음을 부여합니다.”

가이아의 짧은 한마디, 그러나 그 결과는 처참했다.

“아..아아..”

릿츠카는 손끝을 타고 가슴 쪽으로 슬금슬금 올라오는 붉은 기운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죽여오던 그 수많은 이들에게서 보던 그 빛, 흡사 몸에 아로새겨진 붉은 살인자의 표식이 오오라로 변하여 그녀를 집어 삼키는 듯 하다.

“안돼...안돼!”

라이프와 마나가 완전히 제로였다. 릿츠카가 죽어가기 시작하자 서서히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케르베로스, 무릎 꿇은 채로 멍하니 사라져 가는 자신의 몸을 쳐다보던 릿츠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눈으로 가이아를 응시하다가 공중으로 산화해 버렸다.

“뭐지?”

케르베로스와 전투를 벌이던 카이엔마저 지금의 상황을 이해 못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발 빠른 마사무네는 벌써 다른 길드원들을 불러대고 있었다.

“사이토씨...”

사이토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을 촉촉이 젖어 있었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온 몸을 휘감는다. 데이터와 시킬 수 없는 그 단어, 수 많은 자료들 속에서 발견했던 그 흔하디흔한 단어...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이토씨? 저...”

문뜩 그에게 확인해보고 싶어지는 가이아였다. 물론 두려움이 더하지만, 묻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했다. 왠지 모를 절박함. 그러나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카이엔과 마사무네의 눈길이 마음에 걸렸다. 언젠가 읽은 연애백서의 한 구절...‘성급하지 말라.’

“아..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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