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36화 (136/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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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흐...데자부는...저얼대..착하지 않습니다. 흣흣..=_= 사랑의 전령사 따위가 아니라는..흣흣..;;

가이아가 얼굴을 붉히며 사이토를 품안에서 떼놓자 사이토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 그 여자가 밝힌 본명은 릿츠카... 물론 전혀 모르는 여자였다. 한참을 곰곰이 자신의 원한 리스트를 뒤져보는 사이토... 꽤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올리려니 몇 명 떠오르지도 않는다.

“젠장! 그냥 그중 하나겠지.”

프라이드 하나로 먹고 사는 최고급 청부업자를 자신이 죽인 그 수많은 유저들과 관계된 애인이라던가 동생 혹은 그 친구로 붙여버린 사이토는 아직까지 꿈이 깨지 않은 듯 멍하니 서 있는 카이엔과 마사무네를 노려보고 외쳤다.

“네 이 녀석들!”

“으응?”

사이토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카이엔과 마사무네...

“나를 그런 지경으로 몰아넣는데 한 몫 했겠다!”

“으에에!”

사방을 에워싸는 와이어들... 사이토의 와이어를 이용한 화풀이는 끝날 줄 몰았고, 처음 본 릿츠카에게 뿅가서 이것저것 알아보지도 않고 가입시키려 했던 카이엔으로 인해 덩달아 애꿎은 화풀이용 장난감이 되어버린 마사무네만 죽어날 뿐이었다. 밀리전투 케릭터인 카이엔은 그나마 낫다. 마법캐릭터 마사무네에게는 그 와이어 하나하나가 필살이었다.

“가야겠네요.”

한 동안 사이토를 멍하니 쳐다보던 가이아가 잠시 후 조용히 사이토에게 말했다.

“음? 왜 그래! 오랜만에 못 봤잖아.”

가이아의 말에 사이토는 장난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한편으로는 보고 싶기도 했고 또 궁금한 것도 많았던 사이토였다. 그 날 밤의 일도 가이아와 차근차근 이야기해보고 싶었고, 그녀가 없는 사이 있었던 웃지 못 할 일들도 말해주고 싶었다.

“아... 일이 밀려서요. 어쩔 수 없어요.”

미안함의 표정을 얼굴 가득 담은 가이아가 사이토에게 말했다.

“아... 그럼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또 보면 되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가이아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시스템 중심부는 강진이 들어와 있었다. 그가 무언가에 손대고 있다. 저항하고 싶지만, 자신에게는 그럴만한 권한이 없다. 어쩌면 꽤 오랫동안 아니면 아주 영원히... 사이토와 함께 여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이토씨...”

“응?”

가이아의 몸이 회색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말을 끝내기엔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제야 알 듯한 사랑이라는 단어... 오랜 시간 방황하며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했던 가이아에게 그것은 미증유의 단어였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 의미를... '아픔은 사랑의 두배... 사랑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마음으로 느끼는 가이아였다. 눈앞에 사이토가 보였다. 그와 함께 있으면 그녀는 컴퓨터와 인간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것들이 모조리 날아갔다. 이제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사랑하....”

ost: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함께 들어보시길...물론 찾아서..^-^)

그녀는 그렇게 공간속으로 녹아 사라져갔다.

긴 두건이 인상적인 사내이다. 망토사이로 언 듯 언 듯 보이는 하프플레이트로 인해 기사로도 보였지만, 머리에 두른 것은 금속투구가 아닌 검은색의 두건이었다. 뒤로 묶어 내려 길게 늘어트렸기에 전투에는 상당히 지장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굳은 턱선과 함께 눈썹 아래로 흘러내린 은발이 묘하게 어울린다. 동쪽 성채에 모여 노닥거리던 유저들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하나 둘 물러선다.

“여기가 사이토 녀석이 있는 곳이란 말이지?”

브랜은 목이 아프게 올려봐야 할 정도로 높이 솟은 성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사이토와 떨어져 게임을 하면서 그에게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거의 기연이라면 기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연, 사이토 할아버지의 후배라는 이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 여행하게 된 자신과 밀레나 그리고 스티브... 막 전직을 끝내고 기고만장하던 자신들에게 진정한 강자의 전투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와 나눈 이야기들... 그의 사상이나 신념 같은 것은 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볍다면 가벼울 수도 있는 게임, 그러나 그 후에 밝혀진 그의 정체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일명 ‘배회하는 자’ 그와 같은 이들을 통칭하는 말로써 리얼 판타지아 내에서 아는 이들만 아는 그런 이름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가상현실 게임이 낳은 사생아와 같은 존재였다. 리얼판타지아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4년째 될 무렵, 리얼판타지아사는 매우 획기적이면서도 그로데스크한 서비스상품을 내 놓았다. 식물인간 또는 이후에 그와 같은 사고나 일이 생길 경우, 그 뇌를 그대로 게임 안으로 옮겨 버린다. 물론 본체인 뇌는 국가에서 맡아 관리하지만 그에 대한 유지비용은 마치 보험상품과 같이 사용자들에게 미리 부담된다. 약 3년간 서비스하다가 시민단체들이 거센 항의로 사라진 게임 요금 패키지... 만약 그들이 하나의 단체를 이루었다면 리얼 판타지아의 구조는 완전히 다르게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정처 없이 게임 안을 헤매고 다닐 뿐이었다. 아무튼 브랜은 그와 헤어지기까지 배웠던 모든 지식들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데이모스의 성체를 노려보았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8계급에 해당하는 살인자 둘을 한꺼번에 처치한 경험도 있었다. 그도 사이토와 같은 Rogas 마스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떨거지들 따위는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흐흐, 사이토 이 녀석 기대되는 컥!”

허리에 손을 얹고 자화자찬하던 브랜은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는 친근한 느낌의 ‘솜망치’에 그대로 말머리와 헤딩을 했다.

“뭐하는 거예요! 뒷사람들 기다리잖아요!”

긴 은발을 늘어뜨린 여성은 말의 머리를 붙잡고서 충격 입은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브랜을 서둘러 재촉했다. 한창 사람이 많을 지금 시간에 성문 한가운데 떡 버티고 서서 온갖 쇼를 다한 브랜의 책임도 있었지만, 그녀가 충고에 쓰는 도구는 단순히 충고 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아! 빨리 안가요?!”

“알았어.”

꼬리를 말아 넣은 브랜이 서둘러 말을 출발시키자 그 뒤를 따르는 밀레나와 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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