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38화 (13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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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로우 렌서라는 연애 rpg게임에 심취해있습니다. =_=

한마디로 4다리 남 주인공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

ㅋㄷㅋㄷ.. 걍 재미로 하는 거죠..=_=

외전) 데이모스에서의 아주 지루한 일상

“젠장! 오늘도 찾기는 글렀나?”

사이토는 ‘마스터 쇠모루나 퀘스트 구합니다.’라고 써 놓은 거리 중앙 게시판을 씁쓸하게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몇 칠이 지났건만, 사람들이 읽어보기만 했을 뿐, 정작 판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본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슬슬 짜증이 쌓이다 못해 폭주 제한선을 넘어서고 있다.

“후우, 릴렉스...릴렉스, 하늘엔 평화 땅에는 축복...참자.”

마음을 가다듬어 보는 사이토였다.

[오~이~ 사이토! 일은 잘 되가나?]

오늘따라 얄궂게만 보이는 카이엔이 메시지로 농을 걸어온다. 물론 자신이 할 때는 즐겁고 유쾌한 신경 긁기 게임이건만 막상 남에게 당하게 되면 기분이 나쁘다.

[아... 그러신가! 버터 100트럭 인간... 오늘은 꼬실만한 아가씨가 없나보군. 나한테까지 메시지 보내는 것 보면... 그러기에 내가 누차 강조하지만 넌 꼬시는 것의 기본 스킬인 말빨이 극악이라니까]

잠시 조용하다. 적막... 약간 충격 먹었나 하는 생각에 뒤 이어 들려올 카이엔의 메시지를 조용히 기다리던 사이토는 특이하게도 마사무네의 조용하고도 짧은 메시지 한통을 받았다.

[카이엔님은 폭주중이십니다.]

“카하하하!”

수 많은 사람들이 그를 힐끔 힐끔 쳐다보며 지나가고 있건만, 사이토는 그런 것 따위에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원 없이 웃어 제쳤다. 한 동안 낄낄거리며 주변에 민폐를 끼치던 사이토... 지나가던 짤딸막한 귀여운 하플링 처녀가 자신을 쳐다보며 미쳤냐는 듯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자 짧은 헛기침을 통해 분위기를 다시 우중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날아간 어둠의 분위기...

“저 실례하겠소이다.”

로브 안으로 팔짱을 끼고 다시금 거리를 멍하니 쳐다보던 사이토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왠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뒤를 돌아보던 사이토는 순간 눈앞이 휘황찬란해짐을 느끼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눈에 척 보기에도 완벽한 아이템 도배인간, 머리는 두개의 뿔이 달린 그로데스크한 검은 투구에 그 뿔 사이에는 붉은색의 촌스러운 보석이 반짝거린다. 거기에 갑옷은 풀플레이트... 웬만한 디펜스메니아들도 짜증나고 답답해 보인다고 회피한다는 그것. 색마저 전체적 코디와 어울리지 않은 황색이다. 야한 코디를 즐겨할만한 여성들이 입을 만한 투명한 망토에 들고 있는 무기는 아마 6계급부터의 자유기사들이 자주 쓴다는 고풍스러운 일본도이다.

“푸핫!”

자신을 부른 인간의 정체가 어느 정도 눈에 선해지자 사이토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배를 움켜쥐었다. 가끔가다가 이런 인간들이 있었다. 전체적인 아이템들의 조화라던가 코디, 또는 클래스를 무시하고 무조건 옵션만 좋으면 착용하고 보는 이들... 아무리 전투에 좋다고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만큼은 이런 코디는 절대 사양이었다. 아마 사냥을 나가서도 그의 코디를 이해 또는 동조하는 이가 아니라면 그런 그를 보고 비웃음만 흘려주리라.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어험, 미안하다면 되었소이다. 그것보다 혹시...”

이미 여러 번 당해본 듯 기분 나쁘지만 그냥 넘어간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런 언벨런스한 코디를 한 주제에’ 라는 생각에 배알이 약간 꼴리지만 그 정도의 기분 나쁨에 포커페이스를 버릴 사이토는 아니었다.

“혹시 미스틱핸즈라고 아십니까? 아이템이나 인상을 보아하니, 듣던 것이랑 많이 비슷해서요.”

“아...”

사이토는 자신을 찾아왔다는 그의 말에 마음속으로 뜨끔하며 얼굴표정을 다스렸다. 가끔 찾아오는 도전자에 질려 아이템 구한다는 핑계로 발키리아 길드를 도망쳐 나온 그였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까지 만나게 될 줄이야..절대로 불가였다.

“아닙니다. 저는 단지 요즘 인기 있다는 그 미스틱핸즈의 복장을 좀 따라한 것일 뿐이죠. 하하... 설마요.”

이제는 이 아이템도배메니아를 떼놓고 싶은 마음만 간절한 사이토, 절대 아니라는 듯 손도 여러 번 휘저어 주고 설마 자신이 미스틱핸즈겠냐는 듯 허허로운 너털웃음도 몇 번 지어주었다.

“아, 그러십니까?”

사이토의 부정에 재수 없게시리 그의 위아래를 노골적으로 쓸어보는 이제는 마음속으로 ‘네 별명은 이제부터 세바스챤이다’라고 규정지어지는 그 인간, 한 동안 바라보던 그는 곧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중얼거렸다.

“하긴, 나 같은 이가 몸소 찾아와 도전하려는 미스틱핸즈라는 최강의 히로인이...”

다시 한번 사이토의 위아래를 쓸어보는 세바스챤...

“당신같이 얼빵한 인간일 리가 없지.”

“메야?”

물론 마지막의 ‘메야?’는 사이토가 속으로 중얼거린 것이었다. 자신을 칭찬하는 것은 어느 정도 듣기도 좋고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뒤 이어 흘러나오는 세바스챤의 얼빵하다는 발언은 평소 그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이토를 완벽하게 뒤집어 버리며 그전까지 쌓이고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조리 분출하게 만들어 버렸다.

“오오, 자신이 대단하시군요. 그 위대한 위명이라도 좀 알면 안되겠소이까?”

“흐흐, 내 이름은 ‘최강파워맨’이다.”

“쿨럭...”

사이토는 끝까지 자신을 웃겨버리는 이 최강파워맨에게 경의를 표하며 양 허리춤에 매인 두 자루의 단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 주려고 했지만, 그 이름마저도 게임의 질을 한없이 추락시키는 이 세바스챤 같은 넘을 단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사이토...

“혹시, 길드는?”

“하하! 나 같이 최고급아이템을 지닌 이는 길드 따위는 들지 않는다네.”

“병신 들지 않는 게 아니고 못 들어가는 거겠지.”

최강파워맨은 자신이 힘들게 키워놓은 캐릭터의 목숨이 한 번 떨어졌다가 붙은 것도 모르리라. 만약 아이아스길드라던가 그의 동맹 길드원이었다면 벌써 목이 땅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런 너저분한 녀석 따위로 인해 살인자의 오명을 받기 싫은 사이토는 로브속의 단검을 양손에 굳게 쥐며 그에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패주마.”

“응?”

사이토는 단검을 거꾸로 들었다. 일단 살상은 피하고 싶은 마음, 단검을 쥔 주먹이라면 치명적 상처는 남기지 않을 것이다. 살인자가 되기는 싫지만 죽기 바로 직전까지 떨어뜨려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 다음은 굶주린 까마귀들의 일

"크헉!"

사이토의 급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듯 그는 검도 재대로 뽑아보지 못한 채 단검들에 양 얼굴을 후려터지고 뒤로 물러섰다. 뒤 따라 공격 들어가는 사이토...

"이 자식이 감히 데이모스의 '레인'을 뭘로 보고!"

적당한 밑밥을 뿌리기 위해 레인을 들먹거린 사이토... 물론 그런 이름의 유저따위는 알지도 못했다.

"쿠엑!"

무거운 풀 플레이트를 입은 이였기에 사이토는 발을 걸어 무게중심을 흐트러뜨렸다. 쓰러지는 최강파워맨...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사이토...

"각오는 되어 있겠지?"

사이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최강파워맨의 드러난 얼굴과 사타구니를 짓밟아 버렸다. 이미 속도하나만은 카마프라하에서 거의 최강을 달린다고 공인받고 있는 사이토... 있는 힘을 다해 밟아버리는 사이토였다.

"악악악!"

가끔 팔을 움직여 등에 매달린 일본도를 뽑아보려 애쓰는 최강파워맨이었지만 사이토는 그것도 봐줄수 없는지 그때마다 손목을 차버린다. 다시금 계속되는 일방적 구타... 그렇게 약 5분 가량을 인간 개조를 위해 땀을 흘린 사이토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보람찬 결과물에 흡족함의 미소를 지으며 양 손을 입가에 모았다. 이대로 보내 주기에는 뒤가 약간 찜찜했다. 혹시나 회복되어 다시금 미스틱핸즈에게 도전하겠다고 왔다가 얼굴 마주치는 불상사 또한 사절이었다.

"여러분! 지금 이 사람은 죽기 일보 직전이랍니다. 자자~ 보세요. 아이템 휘황찬란하지 않습니까? 오셔서 검 한번 꽂아 주는 순간! 이 최강의 아이템들 중 하나는 당신들의 것이 됩니다! 자~ 도전하세요!! 용기있는 자가 아이템을 얻는다!"

시장판 골라상인 마냥 빠르게 말을 내뱉은 사이토는 미련 없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슬금 슬금 모여들기 시작하는 유저들... 초보자인듯 짤딸막하고 허름해 보이는 단검을 들고 천천히 접근하는 이들, 이미 얼굴에 살인자라는 붉은 낙인이 찍힌 탐욕스런 표정의 이들... 이미 최강파워맨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었다.

"아디오스 아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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