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39화 (139/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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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이었습니다.

예정대로 삭제하겠습니다.

카오스

[아이템을 지급하였습니다.]

은행창구 도우미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함께 허리에 맨 가방 안으로 검은 광택의 네모난 상자가 들어오자 그는 가방을 손으로 꽉 잡으며 그의 상급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모두가 고대하던 그것이 손에 들어온 상황...지금부터가 중요했다.

[물건을 입수했습니다. 제로베이스로 이동합니다.]

[좋아! 지금부터 개방하겠다.]

이페의 조종을 맡은 이와 팀장의 메시지가 끝나자 그를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던 흰 망토의 성기사들은 마을의 외곽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서둘러 몸을 돌렸다.

파팟...

[윽...]

“무슨 일인가?”

이페를 맡은 이가 갑자기 어깨를 감싸며 주저앉자 성기사중 한명이 곁눈질하며 물었다.

“아..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싱크로율이 안 맞으니 일어나는 일이겠죠.”

감싸 안은 어깨부분이 작은 입자로 변해 깨졌다가 다시 복구되곤 한다. 얼굴 또한 이마와 코가 투명하게 변했다가 다시 원상태가 되기도 했기 때문에 이페의 얼굴을 절반이상 깨져나가고 있었다.

“둘러싸라!”

갑자기 일어난 급작스러운 사태에 성기사들은  주위의 유저들이 눈을 가리기 위해 재빨리 그를 둥글게 에워쌌다.

“큰일이군. 빨리 제로베이스로 가야 하건만...”

일이 더럽게 꼬이기 시작했다. 그들만이라면 다른 이들에게 주목받지 않은 채 다닐 수 있겠지만, 현재는 짐이 있는 상태, 만약 이럴때 그들이 나타난다면 상당히 골치아파진다.

“뭐지?”

상가의 골목에 숨은 유리는 이페의 얼굴과 어깨부분들이 입자가 되어 깨져나가는 것을 목격하고는 숨을 죽였다. 그녀가 보이지 않도록 에워싸는 성기사들...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어..언니가 아냐!”

성기사들 틈으로 잠시 보인 이페의 얼굴... 그 산산히 깨져나간 곳에는 전혀 생소한 괴물의 형상이 들어있었다. 아니 인간과 같이 보이기는 했지만, 눈이라던가 입 부분은 검은 동공인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좀비? 도플갱어? 뭐지?”

이미 지금 눈앞의 그녀가 이페가 아니라는 것은 직감한 유리, 고개를 숙이고 고민하던 유리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그들에게 초신속으로 접근하는 다른 이...

츠컥!

“호오, 오랜만이군. 그동안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 다니더니 드디어 꼬리가 잡혔군”

숨쉴 틈 없이 빠른 공격으로 순식간에 두 성기사를 베어버린 한 검은 인영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성기사들을 향해 비이냥 거렸다.

“일이 더럽게 되었군.”

온몸을 감싼 검은 후드, 그리고 황금색으로 찬란히 빛나며 온몸을 휘감은 문장, 한손에 든 긴 블레이드는 빛의 검인 양, 찬란하게 빛난다.

“무.. 무급 운영자다!”

“무급 운영자가 나타났다!”

말로만 듣던 무급 운영자가 나타나자 유저들은 웅성거리며 무급운영자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앗! 이게 뭐야?”

한 유저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투명한 막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무급 운영자와 성기사들을 둥글게 둘러싼 듯한 투명한 막...

“훗, 용의주도하군.”

성기사들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이를 갈며 무급운영자에게 말했다. 무급운영자는 이미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운영자 전용의 필드를 주변에 활성화시켜놓았다. 이곳은 무급운영자만의 공간, 드래곤의 브레스도 8서클의 헬파이어로도 까딱도 하지 않는다. 물론 그 유지 시간 또한 무급운영자가 원하는 시간까지...

“뭐냐? 뒤에 숨긴 것이?”

“흐흐흐, 글쎄! 우리를 모두 이긴다면 가르쳐 줄까?”

현재의 상황을 재대로 인식하지 못한 듯, 성기사가 낮은 웃음을 흘리며 검을 뽑는다. 십여 명에 달하는 성기사들 중 이미 둘이 게임오버 당했건만, 그의 표정은 너무도 여유롭고 자신만만했다.

“그으래?”

웃음을 흘리는 성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무급 운영자는 자세를 낮추고는 그를 쏘아보았다. 단 한번에 끝내버리겠다는 듯...

“으윽!”

순간 그의 옆구리를 쑤시고 들어오는 한 자루의 롱소드...

“뭐냐?!”

조금 전 허리를 두 동강냈던 두 성기사중 한명의 그의 허리에 롱소드를 쑤셔 넣고 있었다. 뒤 이어 일제히 무급운영자에게 덤벼드는 성기사들... 10개의 검이 성기사 특유의 오오라를 발하며 그에게 떨어졌다.

“어..어떻게 이런 일이?”

무급운영자 [인]은 지금의 사태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완벽하게 허리를 잘랐다. 아무리 최대의 회복마법이라도 허리가 잘린 유저를 살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었다.

“하앗!”

그의 검이 작게 떨리기 시작한다. 성기사들의 검은 이미 그의 머리 바로 앞까지 떨어졌건만, 무급운영자[인]의 눈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순간적으로 확장되는 검의 요동... 일순간에 검을 뻗어 팔을 무작스럽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인으로부터 튕겨나간 성기사들은 곧 몸을 바로잡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일부는 검과 함께 잘려나간 팔을 붙잡고 신음한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 그 짧은 순간에도 무급운영자의 파워는 강했다.

그들의 주변으로는 방금 전 잘려 나온 듯한 팔들이 검을 쥔 채 떨어져 있다.

“뭐야. 이게...”

[인]은 잘려나갔던 성기사들의 팔이 원상복구 되기 시작하자... 침음성을 흘리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단순히 팔만 복구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검조차 원상태로 복귀가 된다. 바닥에 흩어졌던 성기사들의 팔도 자기주인에게 돌아가는 냥 하나씩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레넌! 필드를 뚫어라!”

“넵!”

리더의 명령에 한 성기사가 품안에서 검은 광택의 짧은 단봉을 꺼내들고 뒤쪽으로 뛰어간다. 미동도 하지 않는 무급운영자 [인]... 그는 지금 혼란스러움에 빠져 있었다. 무급운영자 생활 4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죽여도 죽지 않는다. 거기에 어떠한 공격도 막아내는 자신의 운영자용 필드를 깨겠다니...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윽!”

그러나 그의 그런 바램도 헛된 듯, 그가 형성해 놓은 필드도 쉽사리 깨져나갔다. 황망해진 무급운영자 [인] 그러나 이렇게 계속 맥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앗!”

그가 검을 높이 치켜들며 뛰어 올랐다.

“레기나 블레이드!”

땅으로 꽂혀 들어가는 거대한 검의 형상... 대지를 이루고 있던 땅은 스킬의 영향으로 흡사 지진을 만난 듯 쪼개져 올라갔고, 검의 형상은 곧 굉음과 함께 하늘 높이 빛을 뿌렸다. 주변 건물들은 밀려드는 엄청난 양의 파괴력을 담은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해 물결처럼 흔들렸고, 그것에 정면으로 휘말린 성기사들은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흩어져 갔다.

“젠장! 큰일이군.”

땅에 내려선 [인]은 주변의 참상에 혀를 찼다. 평소에는 운영자용 필드 안쪽에서만 사용하던 기술이기에 주변으로의 여파는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 전 필드를 해제당한 것을 생각지 못하고 뿌린 기술이었기에 그의 주변으로는 수많은 유저들이 죽어 넘어져 있었다. 거기에 운영자의 스킬에 당한 이는 몸에 가지고 있던 모든 아이템이 떨어져 버린다는 극악의 설정이 되어있었다.

“으... 으아!”

유리는 조금 전 무급운영자가 발산한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골목 안쪽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다행히 골목의 벽이 방패막이 되어 주었기에 망정이지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더라면 자신도 머리가 날아가 버릴 뻔 했다. 잠시 후 그녀 눈 앞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엄청난 양의 아이템들...

“어어..어떻게 하지?”

그러나 그녀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스킬의 영향권 밖에 있었던 유저들이 아이템을 하나라도 더 줍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하자 그녀는 더 고민할 필요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자신 혼자뿐이라면  죽을 위험성도 많고, 설령 아이템을 차지했더라도, 나중에 다시 회수당할 위험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십 명의 사람들이 아이템을 가져간다면 자신을 어쩌지는 못하리라.

“최...최고야!”

사람들이 치여 정신없이 아이템을 줍는 유리의 눈은 활기에 가득찼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자신은 지금 친구에게 아이템을 강탈하러 가기위해 특대 보유량을 지닌 스페셜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챙긴 것만도 십여 개가 넘었다. 그 때 그녀의 눈앞에 들어온 어떤 물건...

“응?”

[인]은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은 다른 유저들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강하게 밀쳐보려 했지만, 이미 아이템에 눈이 돌아간 유저들은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아무리 무급운영자가 사기와 같은 파워를 지녔다 해도, 아이템에 눈이 먼 다른 유저들을 밀어낼 재간이 없었다.

“흐흐! 바쁘군. 다음에 또 만나지!”

스킬에 휘말려 죽었는 줄 알았던 성기사들이 말짱한 몸으로 한 인영을 어깨에 맨 채 이쪽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제..젠장!”

움직일 수가 없었다. 텔레포트를 하려 해도 주변의 유저들이 이리저리 밀치자 도저히 정신 집중이 안 된다. 무급운영자 [인]이 유저들에 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성기사들은 재빨리 제로베이스로 향하였다. 조금만 더 지체되면 그가 또다시 쫓아올 것이다. 재수 없게도 리얼판타지아의 데이터상에 너무나 많은 자신들의 자취를 남겨버렸다.

“그는?!”

“죽음의 충격으로 인해 기절상태입니다.”

“젠장!”

이페의 캐릭터는 자신들과 같은 완전한 무적이 아닌 불완전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무적상태의 캐릭터였기에 10여명의 성기사들은 그 하나의 캐릭터를 보호하기 위해 애를 썼었다. 하지만 운영자의 스킬은 그런 그들의 보호정도는 우습다는 듯이 그들을 순식간에 소멸시키고 이페의 캐릭터를 덮쳤다. 다행히 이페의 캐릭터 또한 무적의 상태로 만든 상태이기에 죽지는 않았지만, 재수 없게도 기절해 버린 것이다.

“일단 후퇴다!”

“넵!”

기절한 이페의 캐릭터를 힐끔 쳐다본 그는 곧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지금 현재 이페의 속옷 상의라던가... 머리핀... 그리고 가방등이 사라져 있다는 것을...

“뭐하냐?”

“아... 이것저것...”

카이엔이 뒤로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묻자 사이토는 고개를 갸웃하며 건성으로 대답해 버렸다. 밀레나의 일행이 이곳에 도착하려면 앞으로도 15일 정도나 남았다. 위치만 된다면 게이트스톤을 구해서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그것도 별로 마땅치 않았다.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기분, 확실히 가이아가 일이 있다며 가버린 그때부터 슬슬 무언가 찜찜한 것들이 머릿속을 간질이기 시작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대로 로그 아웃해서 밀레나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볼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밖으로 나가면 아마 다리의 통증이 다시 덮칠 것이다. 그것만은 사절이었다. 그의 담당 의사도 걷지만 말라고 했으니 지금과 같이 게임이나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약간 논점에서 벗어난 일례이긴 하지만 비슷한 선례로 요즘은 웬만한 병원은 거의 게임장을 방불케 한다는 웃기지도 않는 사례들이 즐비했다.

연구에 따르면 일단 게임 안으로 들어오면 모든 감각기들의 뇌파는 게임과 연결되기 때문에 상당한 고통까지도 거의 잊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물론 가끔 신문지상 한편에 조그맣게 나오는 『가상현실 게임 중 산소부족으로 사망』이라던가 『가상현실 게임 중독증 걸린 중년 가족들 무참히 살해』같은 뜨끔 뜨끔한 기사들이 올라오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런 것은 남의 일로만 보이는 것이 현실이었다. 각설하고 사이토는 카이엔이 뻘쭘하니 자신의 옆으로 와서 쭈그리고 앉자 고개를 돌려 나른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뭐 먹고 살아?”

“나?”

사이토의 물음에 카이엔은 잠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눈길을 돌리지 않은 채 조용히 대답했다.

“뭐, 평범한 요리사... 이래뵈도 한식, 양식, 일식 못하는게 없지.”

“중식은?”

“끄응... 중식은 아직 자격증 따는 중...”

사이토가 앞의 한식, 양식, 일식에 현혹되지 않은 채 현재 자신이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차 없이 물어오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보통 직업을 물어볼 때 요리사라고 대답하면 상당한 흥미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이토는 별 달리 흥미 없다는 표정으로 김빠지는 물음만 한다.

“결혼은?”

“독신...”

“그 나이에?”

올해 38살이라고 한다. 잘 모르는 이가 독신이라고 대답한다면 사이토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신경 끄겠지만, 평소 여자를 꽤나 밝히는 듯한 그의 행동으로 볼 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미중년 같은 것은 절대 아니더라도 상당히 큰 덩치에 얼굴도 꽤 호남형으로 생겼다. 여자가 없다는 게 이상할 정도...

“귀찮고 힘들어. 흐흐”

손을 절래 절래 흔드는 카이엔... 사이토가 묘한 눈빛으로 계속 쳐다보자 카이엔은 좀 더 설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헛기침을 한 뒤 말을 이었다.

“현실의 여자 따위는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이젠 지겨울 뿐이야. 다 지쳤어... 비위 맞추는 것 따위는... 그래서 그냥 게임 상으로나 가볍게 사귀려고 하는 거지.”

“아아...”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토...그렇게 세상은 남자들을 점점 비굴하게 만든다. 그럼으로 인해 양산되는 것이 지금의 카이엔과 같은 현실의 여자 따위는 싫어요! 라는 사람들... 세상이 발전할수록 남자들의 필요성은 없어지는 시대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자신의 여자친구인 밀레나는 거의 천사 급에 속한다. 오빠가 둘이나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서인지 남자들에 대해서 꽤나 잘 알고 있고 이해할 줄도 안다. 집안도 그럭저럭 잘살고, 그를 매우 사랑해 주기도 하고, 거기에다가 함께 있으면 기분도 좋다. 가장 평범하면서도 이상적인 사랑... 사이토는 소설 속에 나오는 그런 애틋한 사랑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서로 평범하게 사랑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 한명일 뿐이었다. 애틋한 사랑은 아름다운 만큼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있을 뿐...

“힘들지?”

“그래.짜식아..”

불쌍한 두 대한민국남자의 넋두리 한편이었다.

[오빠! 나 도착했어요! 어디에요?]

[요~ 친구 오랜만이야~ 간만에 만났는데 한판 붙자~]

[사이토군...오랜만일세. 허허!]

순간 사이토의 머릿속을 진동하는 세 개의 메시지..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사이토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 오랜만 오랜만... 그런데 꽤나 빨리 도착했네? 어디야?]

[동쪽 입구에요. 오빠!]

밀레나가 위치를 가르쳐 주자 사이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현실의 지인들이라는 건 언제 어디서 봐도 즐거운 일이었다. 거기에 여자친구가 끼어 있다면 금상첨화!

“저 먼저 갑니다.”

“응? 어딜?”

카이엔이 멀뚱하니 물었다.

“여자 친구 만나러...”

“끙...”

아무리 여자가 귀찮다지만, 여자친구라는 건 항상 부러운 법이다.

재수 없으니 얼른 가보라는 카이엔, 사이토는 가벼운 발걸음에 입가에는 미소를 걸치고 서둘러 데이모스의 동쪽 성곽으로 향하였다.

“잘 먹고 잘 살았냐?”

“그럭저럭”

어울리지도 않는 두건을 맨 브랜이 사이토에게 다가와 건들건들 묻는다. 물론 그런 브랜을 쳐다보지도 않는 사이토... 눈길은 온통 밀레나에게 쏠려있다. 게임 안에서의 시간 감각으로 인해 못 본지 상당히 된 듯싶다. 머릿속이 따스해지면서 생각의 잔재들을 지워버리는 것 같은 느낌... 멍 하니 쳐다보았다. 평소 맑다 생각했던 눈빛이 오늘따라 청명할 정도로 깨끗해 보인다. 자신이 선물해 준  하프 플레이트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소중히 쓴 듯한 느낌... 여자치고는 아주 적당한 키... 사이토를 올려다보는 밀레나의 얼굴선이 유난히 예뻐 보인다.

“커음, 브랜군... 우리는 이만 빠지지. 둘이 할 말이 많은 것 같군.”

“아.. 무슨 소리에요! 내 친구도 된다니까!”

“어허! 빠지라면 빠져.”

스티브가 노익장을 과시하며 브랜의 두건 끈을 붙잡고 골목으로 사라지자 밀레나와

사이토는 그들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가운데 서서 서로를 멍하니 쳐다봤다.

“오랜만... 보고 싶었어.”

“네.. 오빠... 저도요.”

밀레나의 얼굴에 살짝 붉은 끼가 돌면서 조용히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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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3까지...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_-; 진정한 노가다군 이것...-_-; [머엉] ... 나 바보같아..-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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