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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판타지아-141화 (141/169)

DeJaVu   리얼판타지아 [205 회]  2003-07-26 조회/추천 : 2748 / 44   글자 크기 8 9 10 11 12

카오스

“뭐 재미난 일 없냐?”

밀레나가 계속해서 생각에 잠겨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남자는 전혀 신경쓰지 않자 사이토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맨 앞쪽에 걷고 있는 브랜에게 물었다. 왠지 삐진 듯한 뒷모습... 설마 하는 마음에 말을 앞쪽으로 이동시킨 사이토는 브랜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혀를 찼다.

“말 위에서 자는 스킬이라도 배웠냐! 짜식아!”

브랜의 뒤통수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사이토의 손바닥, 그러나 그 손바닥은 의외의 곳에서 아니 전혀 생각지 못한 것으로 인해 막히고 말았다.

“어? 막았어?”

브랜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사이토의 손을 잡아챘다. 얼굴조차 돌리지 않은 상황...

“흐흐, 이전에 내가 아니 꾸엑!”

사이토의 다른 쪽 손바닥에 얼굴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브랜은 회심의 미소를 그대로 사이토의 손바닥에 헌납해야 했다.

“아... 미안 미안, 무의식중에 연속기가 나가버렸군. 룰루~”

딴전을 피우는 사이토, 브랜이 자신의 뒤통수 갈기기를 막아낸 것이 기분이 나쁜 듯 하다.

“크으...”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싼 브랜은 사이토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아무리 게임이라고 하지만 안면 따귀는 기분 나빠.”

“그래..그래”

쓸데 없이 말의 갈기를 쓸어주고 있는 사이토, 별로 미안하지 않다는 무언의 대사였다.

“그런데 어떻게 막은 거야?”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사이토가 넌지시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브랜에게는 절대 막지 못할 뒷통수치기였다. 남들은 그깟 뒤통수치기라고 하겠지만, 도둑의 손놀림은 동 계급의 전 클래스를 통틀어 가장 빠르다. 하물며 로그그랜져의 손놀림은 어떻겠는가...

“후후, 그것에는 약간의 비밀과 함께 아주 일부의 유저들만 알고 있는 히든피스가 있다고나 할까...”

말을 길게 늘이며 말을 끄는 브랜, 톡톡히 삐진 듯 하다. 하지만 그에 굴한 사이토가 아니었다. 그가 브랜에 대해 알고 있는 약점이 도대체 몇 개이던가... 모르긴 몰라도 그것 들 중 몇 가지만 들춰서 밀레나에게 넌지시 알려주면 브랜은 그 날로 집에서 풍지박살이 나 집밖으로 쫓겨날 것이다. 장담할 수 있었다. 의외로 브랜의 집안은 꽤나 깐깐한 집안이었다.

“음, 말해주면 2급에 해당하는 비밀하나를 영원히 함구해 주지.”

“음? 무슨 비밀?”

사이토가 난데없이 비밀이라는 것을 걸고 말을 꺼내자 브랜은 반문했다.

“오호, 아마... 너희 집안에서는 단란한 주점이라던가... 혹은, 그 사이버...섹.. 같은 곳 가는 것에 대해 아주 아주 위험... 큭..”

효과는 너무나 좋았다. 황급히 사이토의 입을 막으며 밀레나를 노려보는 브랜이었다. 밀레나는 아직까지 생각에 빠져 있는지 눈치를 못 챈 상태... 한숨을 내쉰 브랜은 비겁하다는 표정을 얼굴에 한껏 담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칫, 여행 중에 만난 분한테 들은 거야.”

“오호...”

사이토가 흥미 있다는 표정으로 다음 말을 기다리자 브랜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너는 인간의 뇌파를 어떻게 힘이라던가 민첩으로 측정한다고 생각하냐?”

“나?”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질문, 브랜의 물음에 곰곰이 생각하던 사이토는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어떻게 계급상승을 하는 것만으로도 손의 속도라던가 몸놀림 등이 빨라지는 것일까? 마법 클래스나 소환 클래스 등은 밀리클래스들을 생각해  볼때 확실히 재미있는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아아, 그러니까... 그 분이 말씀하시길, 우리가 사용하는 게임기기는 게임에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뇌파를 제한하는 기능이 있다고 하셨어.”

“오호...”

브랜의 말에 사이토는 머릿속이 밝아져 오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어떠한 수준이 되지 않는 뇌파를 기계적인 힘으로 증폭시킨다는 것보다 이미 일정 한계 이상이 되는 뇌파를 제한하는 것이 더욱 쉬우리라. 리얼 판타지아에서 뇌파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점은 수천 수억이 가짓수를 가진다. 혹자들은 뇌파를 증폭시키거나 그것을 게임 안에 적용시키는 것이 어째서 더 어려운지 반문하겠지만, 그 물음은 이미 과거 처음 시도되었던 첫 번째 온라인게임에서 입증되었다. 완전하지 않았던 그 첫 가상현실 게임... 일본에서 처음 발매되었던 버츄얼온라인은 처음 엄청난 호평을 받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수많은 부작용들이 일어났다. 그것도 작은 수준의 것이 아닌 엄청난 부작용들... 게임을 하던 일가족이 하루아침에 몰살했다. 사인은 뇌의 괴사... 또한 그 게임으로 인하여 일본 내의 모든 정신병원은 때 아닌 호황을 누려야 했다. 당시 그 사건을 조사했던 조사관들의 발표에 따르면, 그것은 완전하게 규명되지 않은 뇌파 증폭기에 있었다고 한다. 평범한 뇌파 증폭기가 아닌 수천억 개의 상황 조합을 만들어내야 하는 뇌파증폭기... 하기사 그렇게 된 근본적 이유는 버츄얼온라인의 기본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 너무 광범위한 행동 범위... 사람이 하늘을 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가끔씩 수 백 미터를 마하의 속도로도 가를 수 있게 만들었고, 단 일초에 수 백 번의 손의 움직임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무협적 요소까지 짬뽕시켜 보려 했던 버츄얼 온라인..또 하나의 잘못은  가상현실게임을 이전에 만들었던 일반 온라인게임들과 똑같이 생각한 것이었다. 수십 개의 정형화 된 스킬들... 처음 기본적 스킬들이야 그럭저럭 주입식으로 가능했다고 하지만, 갈수록 복잡해지는 스킬들은 끝내 그들의 뇌를 괴사시켜버리거나 미치게 만들었다.

“으음, 제어기라... 그런데?”

이전 수업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던 사이토는 브랜에게 다음 말을 채근했다. 뭔가 재미있는 히든 피스가 숨어 있는 듯 하다.

“그래, 그리고 또 그분이 말씀하시길 사실 리얼판타지아의 승급 시스템은 외부로 발표된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하더라. 물론 어느 정도 발표된 것과 비슷한 것도 있지만 그 속 실상을 알면 완전히 다르... 다는 거지. 에.. 또.. 그리고..”

잠시 말을 질질 끌며 머리를 골똘히 하는 브랜... 참으로 오랬동안 생각했다. 슬슬 모래언덕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평선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푸르름의 녹음... 그러나 브랜은 계속해서 생각했다. 사이토가 식스센스로 몬스터들을 감지하지 전까지...

“까먹었냐? 하긴, 넌 뇌보다는 몸으로 기억하는 스타일이지. 츳, 전방에 몬스터 출 연이다. 모두 전투준비!”

아직까지 생각에 빠져 있는 브랜의 어깨를 툭 친 사이토는 스티브와 밀레나를 향해 몬스터의 출연을 알렸다. 익숙한 동작으로 대열을 취하는 네 명, 확실한 베테랑 유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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