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JaVu 리얼판타지아 [206 회] 2003-07-26 조회/추천 : 123 / 0 글자 크기 8 9 10 11 12
카오스
“종류는 화이트 헤드헌터, 두 마리. 40미터 앞”
“에에 헤드헌터라니... 속도형 몬스터네. 사이토 네 종목이다.”
브랜은 재미 없다는 표정으로 워해머를 늘어뜨리며 사이토를 돌아봤다. 헤드헌터... 총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앞발로 사용하는 두개는 낫과 같은 모양으로 길게 뻗어 있다. 크기는 대략 2~3미터의 중대형 몬스터... 머리는 길쭉한 갑각 속에 들어있는 새우의 머리와 비슷했다.
“흐음, 움직이기 싫어... 난 스티브나 보호하고 있을께.”
“칫...”
사이토가 스티브의 옆에 꼬옥 붙어서 나 절대 안 싸워 하는 포즈로 배짱을 부리자 브랜은 콧방귀를 뀌면서 밀레나의 옆에 가 섰다. 물론 도둑들의 원래 포지션은 마법사를 가장 근접에서 보호하는 것과 적들의 뒤로 돌아가 습격을 하는 것, 사이토가 스티브의 옆에 있겠다는 것도 솔직히 옮은 말이었다. 그렇지만 헤드헌터의 경우는 방어가 약한 대신에 네 발로 기어 다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몬스터, 귀찮다는 듯 팔짱만 끼고 있는 사이토가 얄궂어지는 브랜이었다.
“아아... 인상 찡그리지 말라구. 오랜만에 봤는데, 그 동안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고 싶을 뿐이야.”
어깨를 까딱거리는 사이토, 뒤 이어 양 손을 모아 밀레나를 향해 입을 뻥끗거렸다.
“밀레나! 파이팅~”
“네엣!”
밀레나가 힘차게 소리치며 스틱스의 검을 굳게 잡고 앞을 노려보자 사이토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 둘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했다.
곧 이어 전방으로 두 마리의 헤드헌터가 특유의 다닥다닥 하는 소리를 내며 슬금 슬금 나타났다. 상체를 쭉 펴며 앞발에 달린 두 개의 낫을 위협적으로 치켜든다. 사이토쪽의 일행을 위협하는 듯한 행동... 그러나 사이토 쪽 일행들로써는 콧방귀도 나오지 않았다.
“까분다.”
나직이 한마디 내뱉은 브랜은 워해머와 라운드 실드를 양 손에 굳게 쥐고 몬스터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레어 아이템인 듯 가운데 황금색의 독수리가 새겨진 라운드 실드... 몬스터를 향해 걸어가는 브랜의 발걸음에는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역시, 힘과 체력으로 승부하는 녀석인가..”
전형적인 파워캐릭터인 브랜을 대충 평가한 사이토는 이번에는 밀레나쪽을 쳐다보았다. 보통의 롱소드보다 자루가 약간 더 긴 형태의 스틱스의 검을 양손으로 쥔 채 나머지 한 마리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간다. 전형적인 공격 위주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캐릭터... 예전 함께 퀘스트를 할 때보다 자세가 훨씬 안정적인 듯싶어 보였다. 헤드헌터가 밀레나의 간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아마 폭발적인 공격을 볼 수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첫 공격은 브랜을 향한 헤드 헌터의 날카로운 낫 공격, 왼쪽 대각선을 치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차앗!”
브랜의 짧은 기합소리... 낫 공격을 거의 실드챠지를 하는 듯 받아 쳐버린 브랜은 워해머로 헤드헌터의 옆면을 갈겼다. 우악스럽게도 어깨에서부터 그대로 뜯겨 날아가 버리는 헤드헌터의 앞발... 브랜은 더 이상 시간 끌고 싶지 않다는 듯이 몸을 반대쪽으로 회전하여 헤드헌터의 몸통에 워해머를 작렬시켰다.
“카아아아..”
헤드헌터의 가슴 부분의 갑주가 통째로 뜯겨 날아갔다. 흡사 삽으로 옆가슴을 파버린 듯 거대한 공동이 남는다. 쓰러져 버리는 헤드헌터... 관찰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순식간에 끝내버렸다.
“효오, 빠른데...”
다른 이들이라면 브랜의 파워에 얼이 빠져 쉽게 놓치겠지만, 사이토는 브랜이 마지막으로 몸을 회전할 때의 팔을 놓치지 않았다. 거의 잔상을 남길 정도의 빠른 팔회전, 전체적으로 볼 때 브랜의 압도적인 파워는 워해머를 가볍게 드는 그 팔 힘과 순간스피드였다. 단순한 파워 하나뿐이었다면 아마 헤드헌터는 가슴이 뜯기지 않은 채 몸 전체가 날아갔을 것이다. 거기에 브랜의 그 배짱과 담력... 앞에 선 적의 기세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차분하고 신속하게 처리한 것이다.
“밀레나는?”
브랜에게서 시선을 돌린 사이토는 밀레나가 만들어 놓은 작품을 발견하고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이토가 보고 있어 긴장했기 때문일까? 밀레나는 이미 여섯 개의 다리를 모조리 잘라버린 상태였다. 조용히 그 주위를 도는 밀레나... 신중이 너무 과한 듯싶다. 그리고 데이모스에서 만날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밀레나가 왠지 모르게 말도 줄고 행동도 전과는 달라진 듯 싶다.
“츳.아무튼..조금 불쌍한데... 빨리 끝내지.”
아무리 피가 튀지 않는다지만 몸통과 머리만 남은 채 주억거리는 헤드헌터의 모습은 과히 보기 좋지 않았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브랜군이 꽤 강해졌지?”
스티브가 옆으로 와서 섰다. 마법은 필요 없다 생각했는지 여유로운 모습으로 허리에서 곰방대를 꺼낸다.
“예... 그리고 브랜과 밀레나가 좀 변한 듯싶군요.”
“브랜은 한 동안 케인이라는 인물을 쫓아다니더니 저렇게 강해지더군. 밀레나야 뭐... 원채 기본 바탕이 있지만...”
곰방대를 입에 문 스티브가 익숙한 동작으로 곰방대의 끝을 손으로 잡고 지그시 빨아댄다. 동양풍의 곰방대는 어디서 잘도 구해서 쓰는지 “캐나다 할아버지 맞아?” 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지금 사이토가 가진 궁금증은 그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