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리얼판타지아 [231 회]
날 짜 200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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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와 현재의 만남
“X나게 춥네~X나게 추워~ 에헤라~”
주변의 지리는 어느 정도 잘 아는 그는 그의 원룸으로 가는 길의 사이의 지름길들을 하나하나 거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밤이 되면 이 주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가끔 순찰차나 몇 번 돌아다니는 무인지대가 된다. 인적하나 없는 도심 주택가의 밤길은 언제나 적막에 싸인 공포를 주기에 형민은 애써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씨발, 가랑비냐?”
문득 얼굴에 차가운 빗방울이 느껴진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형민, 비까지 맞는 재수는 원하지 않았다. 한참을 빠르게 뛰던 형민... 그러나 곧 뇌리를 자극하는 이상한 소리에 발걸음을 늦추었다.
“응?”
그 전까지 들리지 않던 소리였다. 그가 뛰기 시작하고서부터 자신을 따르는 듯 두세 명 명으로 보이는 구두굽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설마 하는 마음에 몇 번 속도 조절을 해 본 형민은 그 발소리들이 그를 따르는 것이 확실하다는 느낌에 뒷골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제... 젠장! 뭐야! 이것들은..."
누구와 원한같은 것 만든 적 없다. 그러나 그를 따르는 구두소리는 확실히 그를 목표로 한 듯 형민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지..."
아무리 무술을 배운 그라고 하지만, 거리에서 다짜고짜 드잡이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뒤따르는 이들의 목적도 알 수 없는 것... 그러나 그도 모르게 미행하는 폼이 그리 좋은 목적은 없는 듯 했다.
“흐음...”
일반인이라면 다섯에서 여섯 정도는 상처 없이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무술의 유단자들이 세 명이라면 그도 장담하지 못한다. 일단 그들의 목적을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형민은 근처 그가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골목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하나...둘...셋...넷...”
골목길에 들어서서 신발끈을 가다듬는 시늉을 하며 형민은 속으로 숫자를 헤아렸다. 사람하나 없는 밤길이기에 거리를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만약 그에게 나쁜 뜻이 없는 이들이라면 그대로 말을 걸거나 지나칠 것이다.
“김형민씨 되십니까?”
형민의 뒤로 칼칼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뒤를 돌아다보는 형민...
“맞습니다만...”
형민의 앞에는 세 명의 사네가 서 있었다. 감색 양복의 남자와 검은 색 양복을 빼 입은 두 남자... 그 들 중 감색 양복의 사네가 상급자인 듯 형민에게 정중히 묻는다.
“저희는 국가 안보국에서 나왔습니다. 저희와 잠시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사내의 말에 형민은 고개를 갸웃 하면 반문했다. 국가 안보국이라면 통일 대한민국 정부 산하의 기관 이름이었다. 형민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쪽과 관련된 일은 눈곱만치도 해 본적 없다.
“글쎄요. 저는 그런 곳에 따라갈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단지 저희 업무상 김형민씨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어 이렇게 모시게 된
겁니다.”
감색 양복 사네의 말에 형민은 세 남자를 세심한 눈초리로 살펴보았다. 딱히 의심 가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턱대고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분증이라던가 , 소환장 같은 것 있으십니까?”
형민의 물음에 감색 양복의 사네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죄송합니다. 일의 화급으로 소환장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정중히 모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감색 양복의 사네이지만 형민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렇다면, 나중에 다시 오시지요.”
형민이 팔짱을 끼고선 고개를 가로 젓자 감색 양복의 사네는 형민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검은 양복의 사네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슬금 슬금 형민의 옆쪽으로 이동하는 검은 양복의 사네들...
“일이 급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함부로 따라가기는 어려운 처지라서요.”
형민이 고압적인 자세로 거절의 뜻을 표하자 감색 양복의 사네는 속으로 혀를 차며 검은 양복의 사네들에게 눈짓을 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남자들이 형민 모르게 서서히 자세를 취한다.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형민이 자리를 뜨려 하자 감색 양복의 사네는 쓴웃음을 지으며 형민 모르게 품에서 약 30센치 정도의 강침을 뽑아 들었다.
“조용히 처리하려 했건만 안 되겠구나!”
남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은 양복 사네 중 한명의 주먹이 형민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아윽!”
주먹에 너클이 끼워져 있는 듯, 충격이 상당하다. 비틀거리며 주춤 주춤 물러서는 형민...좁은 골목길로 인해 피하기도 수월치 않다. 어쩔 수 없이 두 세대의 주먹을 가드로 막아낸 형민...그의 앞으로 감색 양복의 사네가 다가섰다.
“청할 때 따라왔으면 조용히 끝내 줄 수 있는 것을... 일을 귀찮게 만드는 구나.”
감색 양복 사네가 구두 끝을 세워 형민을 걷어찼다.
“큭!”
구두코가 금속으로 되어 있다. 이렇다할 반격도 못한 채 다시금 물러서는 형민... 기습을 당한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
“너...너희는 누구지?”
작 가 DeJaV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