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2권) (7/29)

#02_1

제리는 오랜 노력을 통해, 더 이상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매일 저녁이 되면 목욕물에 보란 듯이 몸을 담그고, 시위라도 하듯 엄지손가락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들어가 있었다. 때로는 물이 식어 몸이 덜덜 떨리기 전까지 고집을 부렸다. 아인스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제리를 억지로 물속에서 끄집어내곤 했다.

“정말 괜찮아졌어. 형이 엄마한테도 얘기해줘!”

“많이 심심한가본데, 아직은 안 돼 제리.”

왜? 왜 안 돼?

‘상태이상이 풀린 지가 언제인데!’

제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단 있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두 살이나 어린 제리가 아인스에게 무슨 말을 해도, 다 투정처럼 받아들여졌던 모양이다. 제리는 몇 번의 시도와 실패 끝에 결심을 내렸다.

“제리?”

제리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자 아인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거다! 제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인스의 다리를 덥석 잡았다.

“혀어엉….”

이런 식으로 떼를 부린 적이 없는 제리가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칭얼거리자, 아인스는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당장 발걸음을 옮기면 제리가 나가떨어져 다치진 않을까 해서, 아인스는 한동안 우두커니 선 채 ‘아, 아직 안 된다, 제리.’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이어지는 아이의 고집에 모두 두 손을 들었다. 조만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게 이렇게 갑자기일 줄 몰랐던 시종들은 급하게 짐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제리의 열두 살 생일 전날, 별장은 깨끗하게 비워졌다.

“어서 오렴, 제리….”

잘 돌아왔어. 보고 싶었단다. 백작은 두 팔을 벌려 아내와 아들들을 반겼다. 부부의 애틋한 모습을 별 감흥 없이 바라보던 제리는 2층의 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 비워두었지만 매일 깨끗하게 청소해둔 제리의 방은 예전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따지자면 별장에 있던 기간이 훨씬 길었는데 처음에 눈을 떴던 장소가 이곳이라 그런지 집에 돌아온 기분이 조금 들었다. 그때였다.

[연령과 장소 조건이 충족되어 최대 호감도가 150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띠링 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눈앞에 떠오른 창에 제리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는 당황해 소리쳤다.

“이게 뭐야. 호감도가 왜 확장돼!”

[호감도] * 공략 가능한 인물만 표시됩니다.

아인스 루트 : 100

로베인 루트 : 100

조이 루트 : 100

카르얀 디페리우스 : 32

일리야 디페리우스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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