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_4
다행히 정신을 잃은 것은 몇 분에 불과했다. 눈을 떠보니 침대에 누워 있었고, 제리를 제외한 두 사람이 굉장히 다급한 얼굴로 제리에게 달려들어 괜찮냐고 물었다. 제리는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의원을 불렀어. 그러니….”
화상을 입은 손에는 응급처치를 해뒀는지 붕대가 감겨 있었다. 배에 가해지던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통증이라 기절까지 한 모양이었다.
“무리하지 마, 제리.”
몸을 일으키려는 제리를 다시 눕히며 카르얀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 괜찮아요.”
“제리.”
카르얀은 핀잔 주듯 제리의 이름을 부르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정말 괜찮아서 한 말이었다.
“그냥 꿈 때문에 그런 건데….”
억울하게 중얼거리던 그때, 시어스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대체 어떤 꿈이 그러냐. 악몽을 꾼다고 해서 쓰러질 정도로 몸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는단다.”
“…….”
시어스의 말에 제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곧 급히 도착한 의원이 제리의 몸을 진찰했다. 그는 제리가 멀쩡하다고 하며 손의 화상만 치료해주었다. 다행히 크게 데인 것은 아니라서, 환한 빛이 손을 감싸고 난 뒤 오른손은 멀쩡해졌다.
문제는 배였는데, 의원이 내장이 상한 곳도 없고 외상도 없다고 하니 시어스는 영 못 미더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제리의 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바깥에 있던 기사가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카르얀을 불렀다. 그는 제리를 돌아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가봐요, 카르얀. 저는 날이 밝으면 돌아갈게요.”
“…….”
[카르얀 디페리우스가 당신을 걱정합니다. 카르얀 디페리우스 루트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가보세요.”
제리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긴 자신이 카르얀이라도 걱정했을 것 같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코앞에서 픽 쓰러졌으니…. 그는 기지개를 켜는 척 아니요 버튼을 누르고 다시 팔을 내렸다.
“아까는 자다 깨서 둔해졌었나 봐요. 지금은 진짜 괜찮아요!”
손도 치료를 받아서 멀쩡해졌고…. 제리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며 카르얀을 안심시켰다. 자다 깼다고 해서 뜨거운 물이 손에 쏟아진 것을 모르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당연히 카르얀은 제리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제리도 카르얀이 제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하지만 좀 더 심도있게 캐묻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슬슬 카르얀은 돌아가야만 할 시간이었다.
“몸 조심해.”
“네.”
“아프면 제 때 말하고 치료받도록 하고.”
“네에.”
“그리고… 걱정하게 하지 마.”
오냐, 오냐.
제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얀은 어두운 밤길을 연신 돌아보며 길을 떠났다. 제리는 창 너머로 멀어져가는 인영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솔직하게 말해주렴.”
한참의 침묵 끝에, 시어스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리고 동시에 익숙한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일회성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명: 진실의 입
효과 : 제리 루트는 모든 말에 ‘진실’이라 생각하는 답을 한다. 거짓을 고할 수 없게 된다.
효력 기간 : 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