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겹쳐진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내리쬔다. 짙푸른 숲 한가운데 붉은 지붕을 덮은 저택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숲의 여름은 짜증스런 무더위보다는 청량함에 가까웠다. 샘에서 목을 축이고 지저귀며 날아가는 새소리가 잠을 깨웠다. 몸을 일으켜 창을 열면 떨어진 열매를 주워 열심히 갉아먹는 다람쥐까지 흔히 볼 수 있었다.
간만의 여름휴가였다. 물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마탑이 있기는 했으나, 오직 두 사람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곳에 몸을 누인다는 게 의미 있었다.
제리는 발치에 엉겨 붙는 고양이를 안아다 옆으로 치워놓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어젯밤에 비가 잠깐 내린다 했더니 더 짙어진 풀내음이 바람을 타고 제리의 주변을 휘감았다. 제리는 저택 앞 나무그늘에 앉아 책을 펼쳤다.
흔들거리는 풀 그림자를 잡는다고 마구 뛰어다니는 고양이들은 필요 이상으로 활기찼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세 마리는 무리를 지어 숲으로 마구 달려가고 있었다. 제리는 우다다다, 하는 발소리에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책에 시선을 박았다. 숲과 저택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귀여운 골칫덩이들이었다.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있던 제리는 결국 책을 덮고 누웠다. 굳이 제리의 곁을 지키는 고양이들 덕에 옆구리가 뜨끈뜨끈했다.
“올 때가 됐는데.”
나뭇잎과 햇살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빛망울을 멍하게 바라보며, 그는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했다.
* * *
제리는 얼마 전, 개도 안 걸릴 여름감기에 걸렸다. 때문에 원래는 함께 가기로 했던 일정을 일리야 혼자 모두 소화해야만 했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집에도 다녀올 생각에 많이 들떴었는데. 감기 짜증나. 감기 사라져. 감기 죽어. 제리는 괜히 눈가를 씰룩거리며 손에 잡히는 고양이 털을 만지작거렸다.
헨리와 시렌이 동업해 시작한 마법약 사업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들은 기존에는 없던 아주 기상천외한 마법약들을 만들어냈다. 시렌은 초기 자금을 대며 배경을 제공했고, 헨리는 그 아래서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며 그 결과물들을 판매했다.
둘의 사업은 입소문을 타고 점점 커져, 결국 가르시에 상단과 맞먹는 규모가 되었다. 상단 내 마법사라고는 시렌과 헨리, 그리고 도움도 안 될 조무래기들 몇 명뿐이라 마법약 사업은 독립을 해서 나오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지난번 만남을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일리야가 현재 상단이 위치한 타국까지 가야 했던 이유는 그것과 연관이 있었다. 마탑은 연구와 학문을 위한 기관이기도 했으나, 이런저런 사업도 몇 개 끼고 있었다. 간편한 생활 마법이 담긴 스크롤이나, 개같은 성인용품이나, 일회용 마력석 같은 물품을 파는 것 말이다.
의논 끝에 마탑은 그들에게 사업 제휴를 맺을 것을 제안했다. 커다란 상단에 속해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마탑의 이름을 걸고 있다면 재료 수급이나 사업망 구축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었다. 게다가 마탑의 숲에서만 나는 재료도 있었기 때문에 그 재료만을 더 싸게 구할 수 있다 해도 충분히 이득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시렌은 고민도 없이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일리야는 그 내용을 두 사람에게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서명을 받아오는 일을 맡았다.
‘너 혼자 괜찮겠어?’
‘괜찮아…. 처음도 아닌걸.’
‘누가 나 없다고 너 괴롭히면 너도 때려.’
‘말 안 해줘도 그럴거야, 제리…. 내가 어린애야?’
‘그냥 같이 가면.’
‘안 돼.’
‘……알았어. 헨리한테 안부 전해줘.’
‘제리 넌 무리하지 말고 쉬어.’
나 혼자는 조금 무섭지만 다녀올게…. 일리야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떠나는 일리야를 꼭 끌어안아 주는 제리의 뒤로, 마탑의 마법사들은 ‘무섭대.’하고 말을 주고받으며 형용할 수 없는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일리야의 단독 출장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매번 예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제리는 아무리 좋은 것을 해다 먹이고 충분히 쉬게 해도 일 년에 한두 번씩은 크게 앓았고, 그게 꼭 출장과 겹치는 게 문제였다.
‘있지, 일리야는 말주변도 없고 시렌이랑은 맨날 얼굴만 마주해도 싸우는데, 혼자 보내도 될까? 걱정이네.’
혼잣말로 일리야의 걱정을 하는 제리를 보며 마법사들은 입을 꾹 닫았다. 아파, 힘들어, 배고파, 무서워, 외로워…. 일리야가 그렇게 약한 말을 하는 것은 다 제리의 앞에서만이었다. 그래서 가끔 엄살을 부리거나 한껏 풀어진 분위기를 보이는 일리야를 보고 있으면, 평소 그들이 아는 남자와의 이미지 차이에 소름이 팔뚝까지 돋고는 했다.
그는 타고난 마법적인 재능이 있었으며, 정확하게 정립된 수식이 없더라도 원하는 마법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문제는 이것을 누구에게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오직 제리와 제리의 관심사. 그리고 두 사람이 옷에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털의 주인들뿐이었다. 우리가 고양이만도 못한 존재라니. 마법사들은 일리야가 1분도 되지 않아 구현한 마법의 수식을 정리하느라, 일주일 내내 밤을 꼴딱 새우며 실력을 늘렸다.
그런데 그런 일리야를 저렇게 어린아이 대하듯 하다니.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제리밖에 없을 게 분명했다! 일리야 루트는 그들의 마탑주가 생각하는 것만큼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혼자 둬도 제 밥그릇은 알아서 잘 챙길 사람이었는데, 그것을 제리만 모르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마법사들에게는 끔찍한 일도 있었다. ‘내 눈에 띄지 마….’라든가, ‘제리 봤어?’란 말 이외에는 할 줄 모를 줄 알았던 일리야가, 몇 년 전에 쓴 듯한 편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제리가 실수로 놓고 간 책 사이에서 나온 편지의 내용을 읽어보고는, 마법사들은 죄다 악몽을 꿨다.
심지어 편지지는 섬뜩한 분홍색이었다.
스물 두 번째 생일 축하해, 제리.
난 하루 전인 오늘 이 편지를 쓰고 있어. 더 일찍 천천히 쓰고 싶었는데 네가 맨날 늦게 자니까 혼자 있을 시간이 없잖아. 그러니까 키가 더 안 컸지.
이번 일주일 내내 어떤 선물을 줄지, 편지에는 무슨 말을 쓰면 네가 기뻐할지 생각했어.
좋아한다는 말은 너무 자주해서 별로야. 사랑한다는 말은 최대한 아낄래. 그렇게 다 빼다 보니까 남은 게 고맙다는 말뿐이야.
제리, 태어나줘서 고마워. 일 년의 마지막 날 태어난 너를 누구보다도 좋아해.
매년 네 생일에는 눈이 오잖아. 난 널 만나고부터 겨울이 춥지만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어. 제리, 내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
마음을 담아, 일리야가.
‘…….’
‘…….’
그들이 아는 일리야 루트는 저런 간지러운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조작이군. 마법사들은 그 편지를 암묵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 * *
“제리.”
하늘을 구경하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른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깼더니 눈앞에 바로 일리야의 얼굴이 둥둥 떠 있었다.
“어, 음, 일리야. 잘 다녀왔어?”
제리는 일리야가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나 앉았다.
“놀랐잖아. 왜 이런 데서 자고 있어….”
“나도 모르게 잠들었나 봐.”
일리야가 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뭐였더라? 때 아닌 낮잠에 머리가 온통 몽롱했다. 제리는 하품을 하다 갑자기 잡아당겨져 일리야의 품에 머리를 콩 하고 박았다.
“아야.”
“제리. 몸은 좀 괜찮아?”
“다 나았어! 만져봐, 열도 안 나.”
“다행이다….”
일리야는 제리를 끌어안고 머리카락에 뺨을 부비적거렸다. 제리는 고개를 들어 일리야를 올려다보았다. 일주일 만에 보는 연인의 몸이 따끈따끈했다. 달려온 걸까? 두 뺨이 딸기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몸에서 달콤한 과일 향이 나는 것도 같았다. 제리는 간지럽게 웃었다.
그는 오랜만에 보는 것을 감안해도 반가운 기색이 너무 짙었다. 얼굴 곳곳에 내려앉는 키스도 그렇고, 꼭 끌어안은 채 놓아주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보고 싶었어, 제리….”
“숨막혀.”
제리는 괜한 반항을 하느라 체력을 허비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가볍게 입술을 핥고 내려가는 혀에서 미미하게나마 과일주 향이 났다. 달콤한 향기의 정체는 바로 과일주였다. 입에 맞지 않는 건 절대 삼키지도 않는 일리야에게서 단내가 풀풀 묻어날 정도라면, 엄청나게 달고 맛있었던 모양이다.
“일단 좀 떨어져봐. 덥단 말이야.”
해가 중천에 떠서 내리쬐고 있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 어지러워, 제리.”
“그러게 누가 술을 마시래.”
“나아…, 취했나봐….”
취한 일리야는 평소보다 더 신체 접촉빈도가 많아졌다. 지나치게 부비적거리는 것에 밀려 몸이 뒤쪽으로 기울어졌다. 결국 제리는 일어나 앉은 보람도 없이 뒤로 넘어가 누운 채 일리야에게 깔아뭉개졌다. 숨이 막혀 죽기 일보직전이 되어서야 일리야는 제리의 위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 드러누웠다.
“시렌이야?”
“말하지 말랬는데….”
“일리야, 말하면 걔가 죽고, 말 안 해도 걔가 죽어.”
“시렌 맞아. 나는 아무 잘못 없어….”
“그 새끼는 죽었어.”
술을 마시려면 혼자 처마실 것이지 왜 일리야까지 끌어들여서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드냐, 이 말이야. 제리는 마음속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가져가서 너랑 같이 먹으라고 하긴 했는데.”
“……?”
“몸에 나쁜 거니까… 내가 다 먹어 없애 버렸어.”
“뭐?”
그러니까… 같이 마신 것도 아니다…?
“제리 땀 좀 봐. 들어가서 잘까?”
그 말을 들은 직후, 나무 줄기 옆에 나뒹구는 커다란 병이 하나 보였다.
“…….”
저걸 혼자 다 처먹었으니 이 지경이 되도록 취하지. 제리는 분이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손을 옆으로 뻗어 일리야의 멱살을 확 잡아당겼다.
“나도 좋아한단 말이야!”
“알아. 너도 나 좋아하는 거….”
“너 말고 술!”
“좋아해, 제리.”
“잘은 못 마셔도 좋아하는데…. 나 주라고 준건데 그걸 왜 네가 다 마셔! 내놔!”
억울한 제리가 뺨을 붉히는 일리야의 가슴을 잡고 마구 흔드는데, 그의 주머니에서 작은 병이 또르륵 굴러 나왔다. 일리야는 시종일관 짓던 멍한 표정을 한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리는 일리야에게 빼앗길 새라 병을 들고 옆으로 또르륵 굴러가 일어나 앉았다.
“뭐야?”
“…….”
“이것도 걔들이 준 거야?”
“너한테 갖다 주라고….”
제리는 병의 중간부분이 오목하게 파여 들어간 병을 만지작거리다 마개를 뽑았다. 퐁 소리와 함께 달큰한 냄새가 올라왔다.
“잠깐, 그건 먹는 게…!”
그 말에 제리는 빼앗기기라도 할 새라 곧바로 병 안의 액체를 입에다 털어 넣고 고개를 돌렸다. 달콤한 사과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그 순간, 일리야는 제리의 뒤통수를 잡고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과즙 맛이 나는 액체를 채 다 삼키지도 못하고 일리야에게 반이나 빼앗겨 버렸다. 마지막으로 혀까지 샅샅이 훑은 일리야는 입맛을 다시며 쪽 소리를 내어 입술에 키스했다. 제리는 그 적은 양마저 일리야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에 약이 올랐다.
다른 건 몰라도 일리야는 제리의 건강을 끔찍이 생각했다. 몸에서 잘 받지 않는 체질이긴 하지만 제리는 술을 좋아했다. 미미한 양이었어도 술은 술인 모양인지 벌써 눈앞이 흐릿했다.
이상하다, 술 맛은 거의 안 느껴졌는데? 의외로 도수가 강했나….
제리는 눈을 꾹 감았다 뜨기를 몇 번 반복했다. 눈앞이 핑글 돌고 나뭇잎이 바람에 사부작거리는 소리도 가까이서 들렸다가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잠시 후, 정신이 들었다. 제리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손을 들어 눈가를 부볐다.
“제리.”
“……응?”
일리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어쩐지 몸도 더 가벼워진 느낌이 들….
“내가 꿈을 꾸나.”
제리가 중얼거렸다.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 손은 제 것 같지 않게 크고 마디도 굵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의 얼굴을 이렇게 코앞에서 바라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울 속에서나 보던 제 얼굴이 눈을 끔뻑이며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말도 안 돼.”
제리는 헛기침도 해보고 눈을 감았다 떠보고,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며 뺨도 꼬집어보았다. 하지만 통증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것은, 꿈이 절대 아니었다. 일리야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마시지 말라고 했잖아. 헨리가 새로 만들고 있는 거라고 준 거야. 그래서 네게 갖다 주라고 했단 말이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제리의 얼굴을 한 일리야가 야무지게 눈살을 찌푸리고 제리를 꾸중했다.
“걔들 지금 어디 있어?”
“아직 짐 싸고 있겠지. 그 밑에 딸린 사람이 얼만데.”
그 말은 아직도 먼 타국에 있다는 소리였다. 왜 하필 그렇게 먼 데 있어서. 제리는 지나치게 상쾌한 몸 상태에 절망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일리야.”
“응?”
“너 어지럽다며?”
“…….”
“나 지금 하나도 안 어지럽고 멀쩡한데. 너 취한 거 맞아?”
“…….”
일리야는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아냐, 아직도 어지러워.’ 하고 중얼거렸다.
“제리, 나 죽어… 머리 아파.”
“다시는 술 마시지 마.”
뭐지. 몸이 바뀌면 술기운도 같이 옮겨가나? 제리는 별 이상한 경험을 다 해본다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 *
수요일 오후 네 시, 숲 한가운데의 저택.
하얀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었다. 대문 앞에 선 남자는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숨을 가다듬었다. 저택의 대문이 이렇게 높아 보일 수가 없었다. 실제로는 보통 크기의 문이었지만 심리적으로 너무 부담이 되어 그런 것 같았다.
“왜 하필 나야.”
가위바위보에서 진 마법사는 등을 떠밀려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제발 두 마탑주 중에서도 제리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쉬는 날 방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봉변을 당했던 사람이 둘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증거는 없었지만 심증이 확실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는 손을 들어 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는 대문 옆에 붙어 있는 음성 증폭 마법석에 개미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서류를 받으러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뒤로 물러나 있는 남자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제발 그분이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그분이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하지만 하늘은 그의 소망을 무참하게 짓밟아 버렸고,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일리야였다. 마법사는 침을 꼴깍 삼키고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말을 지어 아무렇게나 지껄이기 시작했다.
“탑주님 쉬시는 데 찾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배라미 님이 시켜서 어쩔 수가 없었고요, 다들 안 간다고 해서 제가… 아니, 가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갑자기 찾아와 이런 말씀 드리기 너무 죄송한데 탑주님께서.”
“대니.”
일리야의 입에서 나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응? 잘못 들은 건가? 남자는 고개를 들어 일리야를 올려다보았다. 꽤 많이 자라 끝이 옆으로 뻗쳐 있던 새하얀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상당히 단정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게다가 태양처럼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뭐가 그렇게 급한데? 천천히 말해.”
“…….”
“대니?”
“아, 그게!”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정말 일리야가 그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그가 제 이름을 기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그 전에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세심한 구석이 있는 분이시구나. 존재를 인정받은 기분에 대니는 새삼 감동받아 숨을 흡 하고 들이마셨다.
“휴가 후에 가져오는 걸 분명 잊어버리실 거라고 그냥 지금 마법약 제휴 관련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아.”
일리야는 그제야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를 돌아 소리쳤다.
“일… 아니, 제리! 나와봐!”
누군가 안에 있기는 한 건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리야는 그대로 계단을 올려다보며 잠시만 기다려보란 말을 했고, 그의 말대로 잠시 후 제리가 얼굴을 비추었다.
“나… 불렀어?”
늘 몸에 꼭 맞는 옷을 단정하게 갖춰 입고 맡은 일도 빨리 처리해 준다며 호평이 자자한 그들의 탑주는 평소에 비해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보였다.
“……저거 누군데?”
그는 자다가 깨어난 건지 눈이 반쯤 감긴 채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쳐 대니가 고개를 꾸벅 숙였으나 계단 위의 제리는 그의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고 고개를 홱 돌려 일리야를 바라보았다.
셔츠의 단추가 반쯤 풀려나 하얀 가슴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 있었다. 유독 선이 가는 느낌의 제리에게서 미묘한 분위기가 풍긴다. 그에게서 평소 느껴지지 않는 나른한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옷을 저따위로 입는 건 보통 일리야 님이셨는데…. 오늘 보니 집에서는 두 사람 모두 영 딴판으로 생활하는 것 같았다. 몸을 슬쩍 훑는 시선에 제리의 눈이 가늘어지며 몸을 계단에 반쯤 가려지도록 숨겼다.
“너 서류 어디다 뒀어? 대니가 그거 가지러 왔대.”
“왜 오늘? 아직 화요일이잖아…. 휴가 안 끝났는데.”
“일… 아니 제리. 오늘은 수요일이야.”
“그래도 아직 쉬는 날이야…. 기다려봐.”
제리는 셔츠를 여며 잡으며 2층으로 다시 자취를 감추더니, 잠시 후 고개만 슬쩍 내민 채 서류를 바람에 실어 일리야의 손에 착지시켰다. 그 섬세한 마법 컨트롤에 대니는 새삼 또 감탄했으며, 일리야는 눈을 가늘게 뜬 채 2층을 슬쩍 흘겨보더니 대니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쟤 또 자려나 보네…. 여기 있어.”
“감사합니다!”
“날이 더운데 조심해서 돌아가.”
“……!”
오늘은 정말 뜻밖의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난다. 제 이름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조심해서 돌아가라’는 안부 인사까지 받았다. 대니가 어버버거리며 입술을 달싹였고,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대문이 부드럽게 닫혔다. 문이 닫히기 전 문틈 사이로 스쳐가듯 본 일리야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것도 같았다.
맙소사. 미소라니. 나를 향해 웃어준 거야?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입매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대니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쿵 내려앉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게 뭐지, 내게 왜 웃어주신 거지? 설마 나를 눈여겨보고 계셨다던가…!
혼란스러움을 가득 품고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는 대니의 뒤로, 2층 창문에서 갈색 물체가 아른거리며 비쳤다. 그리고 잠시 후, 대니는 무언지 모를 것에 발이 걸려 넘어지며 하필이면 질척한 진흙탕에 얼굴을 쿵 박고 말았다.
* * *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머리 모양이 다채롭게 바뀐다. 젖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모조리 넘기면 격식 있어 보였고, 끝이 살짝 구부러진 머리를 조금만 만져도 마음에 들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남의 얼굴로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제리는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어깨를 파드득 떨며 놀랐다.
“일리야?”
“좋은 시간 갖는데 내가 방해한 거야? 미안.”
콩 소리를 내며 닫힌 문을 멍하게 보던 제리는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이상한 오해를 한 건 아니겠지?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문을 열었다. 아직 자리를 뜨지 않았는지, 문 앞에서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입술을 꾹 깨문 일리야가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일리야.”
“……변태. 내 몸 돌려줘, 제리.”
“나, 나 그런 거 아냐.”
“괜찮아…. ……용서할게.”
“안 괜찮은 것 같은데? 내 눈을 보고 얘기해.”
그 말에 피했던 시선을 다시 돌려 눈을 마주한 일리야는 5초를 세기도 전에 또 시선을 홱 피하고 말았다. 이제 와서 새삼 부끄러워하는 건가, 싶다가도 낯빛에는 변화가 없다. 왜 그래? 제리의 물음에 일리야는 망설임 끝에 입을 열었다.
“제리 네가 내 몸을 가지고 뭘 하든 간에 난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나는 다 이해할 수 있어…….”
“아무것도 안 했어!”
제리는 소리를 바락 내질렀다. 그냥 머리카락 좀 가지고 놀았다고 별 오해를 다 받는다. 씻는 것 이외에 애먼 짓이라고는 하나도 못했다고.
“그냥 네 얼굴 구경 좀 했어! 네가 잘생겨서 구경했다! 왜!”
“앗.”
일리야는 수줍어했고, 사실대로 털어놓은 제리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런데 제리.”
“응?”
일리야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개를 들어올렸다. 원래 제리의 것이었던 갈색 눈동자가 작게 떨린다. 평생을 거울 속에서 질리도록 보던 얼굴인데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속에 일리야가 들었다는 것만으로, 이토록 다른 느낌이 든다.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 약효는 떨어지고도 남았을 거라고.”
제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조금 이상하긴 했다. 아무리 솜씨 좋은 헨리가 만들었더라도, 일주일이라면 약효는 이미 다 떨어지고, 몸 밖으로 모두 배출되어야 했음이 맞았다. 그렇게 소량인데다 절반은 일리야에게 빼앗기기까지 했는데 아직도 이 상태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편지를 보내뒀잖아. 조만간 해독약이든 해결법이든, 헨리의 답장이 올 거야. 그러니까 많이 걱정하지 마, 일리야.”
제리는 손을 들어 일리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상한 느낌. 손끝에서 머리카락에 한 번 걸렸다가 사르륵 빠져나가는 익숙한 감촉이 없었다. 매끄럽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의 색도 일리야의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눈높이가 가장 낯설다. 일리야가 자신보다 작았던 적이 있던가?
제리는 일리야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것도 같았다. 해결책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불안이 앞서고 가슴 고동이 빨라진다. 잊고 있다가도 바뀐 몸을 자각할 때면 한숨이 나오곤 했다. 원하면 언제든 일리야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이 느낌이 아니었다. 이건 일리야의 껍데기일 뿐, 진짜 일리야는 다른 곳에 있었다.
“사랑하고 있어, 제리.”
갑작스런 사랑고백에 제리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어?’ 하고 되물었다.
“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네가 좋아.”
“갑자기 불안하게 왜 그래?”
“그런데.”
일리야는 잠시 망설이다 이어 말했다.
“나는 제리가 아니니까… 내 얼굴에 대고 키스는 못하겠어.”
볼 때마다 기분이 너무 이상해. 하고 덧붙이는 말에 제리는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무언가를 깨닫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 미쳤냐, 나도 나한테 키스 안 해!”
“했잖아…….”
“뭐야, 내가 언제!”
“아카데미 다닐 때. 기억 안 나?”
“…….”
씨발.
“제리 네가 거울 붙잡고 눈은 이렇게 가늘게 뜬 다음에 키…읍.”
제리는 손을 뻗어 쭉 내민 일리야의 입술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이 몸 주인의 손이 커서 그런지 얼굴 절반이 가려진다. 느리게 깜빡이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일리야 너도 모르는 거 아니잖아. 그때 그건 약을 잘못 먹어서…!”
“어이아.”
“거짓말 아냐! 나도 평소엔 거울 보고 그런 짓 안 해!”
“바으 해아아.”
방금은… 비슷한 짓을 하기는 했다. 제리는 일리야의 입을 틀어막은 채 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목덜미가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나는 아무 잘못 없어. 제리는 고개를 잘게 저으며 자기위안을 했다. 욕실 문을 갑자기 벌컥 열고 들어온 일리야가 나쁘다. 거울을 보고 있던 것도 맞고, 일리야의 얼굴을 가지고 놀고 있던 것도 맞지만.
“키스하려던 건 아니었어.”
“…….”
일리야는 입을 틀어막았던 제리의 손을 잡아 내리고 말했다.
“그런 생각 하나도 안 들었어?”
“일리야 널 걸고 맹세하는데, 그런 생각 안 했어.”
“뭐야, 날 왜 걸어….”
일리야는 황당한 듯 중얼거리고는 이어서 말했다.
“난 했는데.”
“……?”
“나는 했어. 거울 보고 제리한테 키스하고 싶단 생각, 백 번도 넘게 한 것 같아.”
“백 번?”
이 자식이 자기가 그런 생각을 해놓고 내게 덮어씌우려 한 거야…? 제리는 황당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생각만 하고, 못했어. 누가 거울에 뽀뽀를 해. 바보같이.”
“…….”
제리는 바보가 되었다.
“그리고 제리 네 몸은 야하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더라….”
뭐라는 거야.
“너 내 몸 가지고 뭐 했냐.”
“날 뭘로 보는거야?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제리 몸이 예뻐서 좀 본 거야.”
“야 이.”
일리야는 고개를 들어 올려 제리에게로 손을 뻗었다. 손바닥이 눈꺼풀 위를 부드럽게 덮었다. 눈이 가려지고 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입술에 부드러운 게 맞닿았다. 쪽 소리를 내며 떨어진 일리야가 희미하게 웃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손바닥이 천천히 내려갔다. 여전히 고개를 살짝 숙여야만 볼 수 있는 곳에 일리야가 서 있다.
“막상 해보니 아무렇지도 않네.”
갈색 눈동자에 담긴 애정에 가슴이 뛴다.
“어떤 모습이든 그냥 내 제리야….”
간간이 느끼던 위화감이 눈 녹듯이 씻겨져 내려간다. 눈앞에 서 있는 건 어떠한 수식어를 붙이든 간에, 그냥 일리야다. 저렇게 예쁜 눈으로 날 보는 사람은 일리야밖에 없어. 제리는 일리야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눈을 살포시 감았다. 그의 팔이 제리의 목을 감싸 안으며 숨결이 뒤섞였다.
몸이 기울어지며 폭신한 침대 위로 두 사람이 동시에 쓰러졌다. 나보다 작아져도, 다리가 세 개가 돼도, 몸이 투명해지거나… 혹은 몸이 바뀌어도, 일리야는 일리야니까 괜찮다. 제리는 자신을 마주 안는 온기를 느끼며 손을 허공에 휘적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건 하늘이 내게 준 기회가 아닐까? 실크로 된 천이 마력에 휘감겨 날아와 순식간에 일리야의 두 손을 감아 묶었다.
“……?”
“괜찮아, 일리야.”
제리는 어리둥절하게 눈을 뜨는 일리야를 마주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만 믿어.”
“…제리?”
“저얼대 아프게 안 할게! 내 몸이 다 기억하고 있을 거야. 사랑하는 거 알지?”
그의 손을 잡아 침대 머리맡에 꼭 붙였다. 일리야는 장난스럽게 웃는 제리의 생각을 금세 알아차리고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맞붙었던 입술이 떨어지던 그 순간. 익숙한 어지럼증이 머릿속을 마구 휘저었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새하얘지기를 반복하다 정신이 들고 보니, 제리는 누워 있었다.
“…….”
“…….”
두 손이 묶여 있다. 이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왜 하필 지금? 제리는 가까운 테이블에 놓여 있던 편지 자르는 칼을 이쪽으로 불러오다, 마력의 흐름을 중간에서 뚝 끊어버리는 일리야 탓에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일리야는 제리의 손을 잡아 올린 채 남은 한 손을 쥐었다 펴보며 몸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신기해했다.
“처음에도 키스하다 몸이 바뀐 거였지…?”
“으응.”
“돌아와서 다행이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해볼 걸 그랬어. 일주일 동안 뭘 한 건가 싶네.”
아, 미친. 이럴 줄 알았으면 키스 같은 건 안 했다.
“그렇지, 제리?”
“…….”
일리야는 시선을 피하는 제리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나만 믿어. 사랑하는 거 알지?”
“……야.”
“아프게 안 할게.”
몸이 다 기억하고 있을 거야…. 일리야는 제리의 옷 사이로 손을 슬쩍 밀어 넣으며 턱 끝부터 쪽쪽 입을 맞췄다. 자신이 했던 말이 그대로 돌아오며 일리야의 몸이 제리의 몸을 폭 덮었다. 침대 아래 숨어 졸고있던 고양이가 왥! 하고 튀어나가며 평화로운 오후의 시간이 흘러갔다.
* * *
“진짜라니깐. 정말 내 이름을 기억하셨어! 웃는 것도 똑똑히 봤고!”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말을 반복하며 데릭은 가슴을 쳤다. 마법사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게 피곤해서 드디어 미쳤군.’ 하고 중얼거렸다. 마법사들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일리야를 존경은 했지만, 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그가 ‘다정하게’ 웃으며 ‘조심히 돌아가라’ 했단 말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데릭은 정말 억울했다.
마법사들은 데릭에게 네 걱정이나 하라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돌아섰다. 일리야의 휴일을 방해한 자들은 꼭 며칠간 불운이 이어진다는 전통이 있었다.
“오늘은 탑주님도 없잖냐. 몸 조심해.”
내내 멀쩡했다던 제리는 하필이면 어젯밤, 몸살이 나서 하루 더 쉬기로 했다. 일리야는 그 무서운 배라미의 말도 가뿐히 무시해 버리는 담을 가졌다. 그가 듣는 것은 제리의 말뿐이고, 그를 저지해 줄 것도 제리뿐이었기에 마법사들은 제리가 없는 오늘, 데릭이 험한 꼴을 보게 되는 건 자명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데릭은 문이 닫히며 일리야가 보여주었던 부드러운 표정을 기억했다. 그런 얼굴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었다. 데릭, 하고 나직하게 제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는 어찌나 달콤하던지! 그가 날 기억했어. 그 대단한 사람에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심장이 콩콩 뛰었다.
하지만 데릭은 그날 일리야를 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설렘을 가득 품고 있던 그는 그날 총 열여섯 번 넘어졌고, 종이에 네 번이나 손가락을 베였으며 탑을 나서자마자 머리 위에 새가 똥을 찍 싸질렀다.
“역시나.”
다른 마법사들이 탑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혀를 찼다. 휴가를 방해한 자에게는 불운이 뒤따른다. 데릭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그분은 그럴 분이 아니셔.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빠서.’ 하고 현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의 소망과는 다르게 불운은 일주일간 이어져 마탑의 전통으로 확실히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