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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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번째의 인연으로 히든 코드를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컴패니언]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NO]
화면 중앙에 떠오른 수락 창을 바라보며 노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율과 자신의 캐릭터를 휘감고 터지는 이펙트에 놀라 누군가가 자신들 주변에 스킬을 쓰는 건가 했는데, 히든 퀘스트 수락 창이 떠올랐다. 물론 고민할 것 없이 [YES]를 눌렀다.
[상대방의 수락을 기다립니다.]
[노아 : ?]
하지만 바로 이어진 알림 창은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였다. 노아는 잠시 멍해졌던 정신을 다잡아 빠르게 채팅을 쳐내려 갔다.
[노아 : 율님 히든 퀘스트 수락 창 떴어요?]
[위저드 전직 npc 율 : 어;네.]
[노아 : 수락해요]
[위저드 전직 npc 율 : 네? 하지만..]
[노아 : 왜요?]
[위저드 전직 npc 율 : 이거.. 히든 클래스;]
[노아 : 그러니까 수락해요]
[위저드 전직 npc 율 : 하지만;]
[노아 : 그쪽이 거절하면 난 이 계정으론 다신 히든 클래스 못 따는 거 알죠?]
[위저드 전직 npc 율 : 아...]
[노아 : 내가 그쪽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해요?]
[위저드 전직 npc 율 : ....]
[노아 : 뭐해요?]
[상대방이 수락하였습니다.]
[컴패니언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Quest. 이둔평야 어딘가에 거짓된 모습을 바로잡아 주는 은둔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은둔자를 찾아 진실 된 모습을 되찾으세요.]
[SYSTEM] [율님과 노아님께서 히든 코드 컴패니언을 획득하였습니다.]
[길드] [무지개 요정 : ??????????]
[길드] [질풍 : 뭐야?!]
[길드] [도련 : 대박]
[길드] [KING Husband : 노아 형 뭐야!?!!]
[길드] [아네미아 : 노아오빠?!]
[길드] [광인한 남자 : 헐]
[길드] [복세편살 : 히든코드 땄어???]
[길드] [질풍 : 우리길드 히든 클래스 생기는 거야?!!!!!!]
[길드] [무지개 요정 : 율은 누구여?]
[길드] [노아 : 잠시만요]
난리가 난 길드원들을 내버려 둔 채, 노아는 제 앞에 쭈뼛쭈뼛 서 있는 율을 바라봤다.
[노아 : 율님]
[율 : 네...]
대답하는 율의 아이디가 썰렁해졌다. 히든 코드를 획득하면서 자동으로 엔피씨 직위가 해제된 듯했다.
[노아 : ...직위 사라졌네요]
[율 : 네?]
[노아 : 엔피씨 직위요]
[율 : 어? 어....]
[노아 : 우선 포인세티아로 가요]
[율 : 네?]
[노아 : 지금 저희 길드원들이 난리가 나서요]
[율 : 아...]
[길드] [노아 : 쉼터로 갈게요]
[무지개 요정 : 어떻게 된 거야?]
노아에게 끌려오듯이 포인세티아의 주막으로 오게 된 율은 10명이 넘는 인원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절로 긴장을 하고 말았다. 손끝이 차게 식어가는 기분에 키보드를 치기도 힘들 것 같은데, 왁- 하고 질문 세례가 시작됐다.
[질풍 : 어떻게 둘이 같이 히든 코드를 얻었어?]
[아네미아 : 어떤 직업이에요?]
[KING Husband : 히든 코드 어디에 숨겨져 있었어?]
[복세편살 : 진짜 부럽다]
[광인한 남자 : 대박 진짜 대박]
[도련 : 컴패니언이라서 둘이 같이 된 거야??]
줄줄이 쏟아지는 질문들에 율은 대답할 생각도 못 했다. 끊임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을 읽어 내리는 것만도 벅찼다.
[노아 : 이젠 하다하다 유저한테 히든 코드 심어 놓네요]
[무지개 요정 : 뭐?]
[도련 : 유저한테?]
[달빛 : 누가 가지고 있던 건데요?]
[노아 : 율님]
[율 : 네???]
[노아 : 율님한테 코드 심어져 있던 것 같아요]
[율 : ?????]
[아네미아 : 그럼 저분은 히든 클래스 내정? 뭐 그런 거예요?]
왠지 날카롭게 느껴지는 아네미아의 질문에 노아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부정을 했다.
[노아 : 아뇨 저 말고 다른 한 사람이 더 있었으면 그 사람하고 저하고 컴패니언이 됐겠죠]
[아네미아 : 아...]
[세츠나 : 오픈 조건은?]
[무지개 요정 : 몇 번째 만남 뭐 그런 거 아냐?]
[노아 : 네 만 번째의 인연 어쩌구 하더라구요]
[도련 : 그러고 보니 포인세티아에서 몇 번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엔피씨 였죠?]
[율 : 아 네;]
[광인한 남자 : 왜 난 율님을 만나지 않았는가!!!]
[츄파 : 으아아아!! 님은 갔습니다!!]
[니지 : 더러운 세상아!!!]
[길드] [노아 : 그래서 말인데 길마님 율님 저희 길드 넣어도 되나요?]
[율 : 저기;]
[노아 : ?]
[노아 : 왜요 율님?]
[율 : 자꾸 길드 초대를 보내셔서;;]
[노아 : ?]
[율 : 그만 보내세요ㅠㅠ]
[무지개 요정 : 무지개 요정이 살고 있는 무지개 언덕에 어서 오셔요~]
[KING Husband : 도랏?]
[광인한 남자 : 길마님 때문에 율님 도망가겠네요]
[노아 : 율님 저희 길드 오세요]
[율 : 네?]
[노아 : 어차피 퀘스트 같이 해야 하잖아요]
[율 : 아...]
[노아 : 오세요]
[레인보우 힐 길드에서 가입 요청을 보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NO]
[YES]
[레인보우 힐 길드에 가입하였습니다.]
[길드] [무지개 요정 : 어서 와요]
[길드] [도련 : 가입을 축하드려요]
[길드] [KING Husband : 잘 지내봐요^^]
[길드] [광인한 남자 : 잘 왔어요~]
[길드] [질풍 : 친하게 지내요~]
[길드] [세츠나 : 잘 부탁해요]
[길드] [니지 : 반가워요~]
[길드] [복세편살 : 편하게 지내요^^]
[길드] [아네미아 : 반가워요]
[길드] [츄파 : 어서 와요~]
[길드] [달빛 : 축하해요~]
[길드] [노아 : 앞으로 잘 부탁해요]
가입하자마자 접속해 있던 모든 길드원이 길드 말로 가입 인사를 건넸다. 차근차근 올라오는 인사말들을 읽으며 남몰래 감동하던 율은 마지막으로 올라온 노아의 인사를 보며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길드] [율 : 저도 잘 부탁드려요]
서로 인사를 나누며 시답잖은 대화가 몇 번 오가는 중에 질풍이 불쑥 질문을 던져왔다.
[질풍 : 그런데 율님은 몇 살이에요?]
[율 : 네?]
[질풍 : 나이를 알아야 호칭 정리를 하죠]
[노아 : 맞는 말이네 몇 살이에요 율님?]
[율 : 아;]
[무지개 요정 : ?]
[율 : 저기...]
[도련 : ??]
[노아 : 말하기 어려워요?]
[율 : 죄송해요...]
[무지개 요정 : 아니 뭐 죄송할 것까진 없고...]
[아네미아 : 뭘 그렇게 숨겨요? 나이를 모르면 호칭은 어떻게 하라고?]
[율 : 죄송합니다...]
[KING Husband : 미아누난 왜 화를 내고 그래?]
[아네미아 : 내가 언제?]
[무지개 요정 : 됐고 율님하고는 그냥 서로 존대하는 걸로 하자]
[도련 : 참 율님은 여자? 남자?]
[율 : 아;; 저 남자에요]
[광인한 남자 : 아...]
[무지개 요정 : 뭘 아쉬워하고 있어? 이미 길드가 꽃밭이구만]
[KING Husband : 어디가 꽃밭이에요?!]
[질풍 : 사람 먹는 꽃도 있대요... 포르기네이였나?]
[광인한 남자 : 사람 먹는 꽃 ㅋㅋㅋㅋ]
[세츠나 : ㅡㅡ?]
[아네미아 : 장난?]
[니지 : 디질?]
[츄파 : 도랏?]
[달빛 : 싸울래?]
[질풍: 잘못했어요....]
[도련 : ㅉㅉ 매를 벌어요]
또다시 저희들끼리 만담을 시작한 길드원들이 티키타카를 이어가는 사이 멍하니 그들의 대화를 관람하던 율에게 노아가 물었다.
[노아 : 율님 하는 일은 뭐예요?]
[율 : 네?]
[노아 : 접속시간을 맞춰야 해서 묻는 거예요]
[율 : 어....어;;]
[노아 : 뭘 그렇게 어려워해요? 편하게 해요]
[노아 : 난 백수라서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으니까 율님한테 맞출게요 말해봐요]
[율 : 아; 저도...저도 백수...같은 거...]
[노아 : ? 잘됐네 난 오전 10쯤에 접속하니까 율님도 그 시간 맞춰서 들어와요]
[율 : 아...네;;]
[노아 : 혹시 모르니까 핸드폰 번호 알려줄 수 있어요?]
[율 : 저; 핸드폰이 없어서요...]
학교를 자퇴하고 나서도 자신을 따돌렸던 주동자 3명은 끊임없이 연락을 시도하며 협박과 욕설을 일삼았다. 결국, 율은 핸드폰을 꺼두고, 그 후로 몇 달 동안 한 번도 켜보지 못했다. 노아에게 그런 사정을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율은 그저 핸드폰이 없다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노아 : .....]
[율 : ;;;]
[노아 :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죠?]
[율 : 네?! 아니에요!]
[노아 : 됐어요 그럼]
뭐든지 깊이 묻지 않고, 대충 넘겨주는 노아의 행동은 대놓고 너에게 별 관심이 없다. 라는 뜻이었지만 율에게는 그저 고마운 배려같이 느껴졌다.
***
[노아 : 이둔평야의 은둔자가 누구인지 짐작 가는 거 없어요? 율님?]
[율 : 모르겠어요;]
첫 번째 퀘스트의 지문에 나와 있는 이둔평야의 은둔자를 찾아 이둔평야 전역을 돌아다니던 두 사람은 조그만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답답함과 피곤함에 평야 한복판에 주저앉고 말았다.
[노아 : 단서도 힌트도 아무것도 없으니까 힘드네요]
[율 : 그러게요...]
[노아 : 율님은 이둔평야에 꽤 오래 있지 않았어요?]
[율 : 한 달 조금 더 있었어요]
[노아 :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았네요...]
[율 : 네...]
[노아 : 하아...꽤 구석구석 뒤져봤다고 생각했는데]
[율 : ;;]
[노아 : 애당초 은둔자가 엔피씨인지 유저인지도 알 수가 없으니..]
[율 : 그러게요...]
[노아 : 아니면 출몰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거나, 하이딩 같은 거로 숨어있는 상태일 수도...]
[율 : 하이딩...]
순간, 율의 뇌리를 스치며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한 달쯤 전에 겪었던, 이둔평야에서 만났던 정체를 알 수 없던 엔피씨.
[율 : 그러고 보니...]
[노아 : 네?]
[율 : 한 달 쯤 전에... 이상한 엔피씨를 본적이 있는데...]
[노아 : 이둔평야에서요?]
[율 : 네...혹시 그 엔피씨가 아닐까요? 은둔자]
[노아 : 가보죠]
이둔평야의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율도 한 달간 발을 붙이지 않아서인지 ‘수상쩍은 노인 더발’이라는 엔피씨를 만났던 곳을 찾는 데 조금은 애를 먹었다. 하지만 금세 도착한 절벽 아래는 썰렁하리만치 조용하기만 했다.
[노아 : 여기 맞아요?]
[율 : 아마도요...]
[노아 : 음... 엔피씨 이름 기억해요?]
[율 : 아....수상쩍은 노인 더발...]
[노아 : 혹시 모르니까 인벤에 검색 좀 해보고 올게요]
인벤은 게임 정보를 교환하는 웹사이트였다.
[율 : 아, 네.]
대화를 끝으로 노아는 인벤에 간 건지 말없이 서 있기만 했다. 게임을 시작한 지 근 두 달. 율은 매일 혼자 솔플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잠시 잠깐의 침묵에도 노아가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아 : 인벤에도 목격담이 전혀 없네요 엔피씨 정보도 없구요]
그리고 그런 율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노아의 채팅이 올라왔고, 괜스레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기분에 율은 급하게 답을 했다.
[율 : ㄱ;디랴버죠ㅕ]
[노아 : ?]
[율 : 기다려보죠;;]
[노아 : 화려하시네요 오타]
[율 : ㅠㅠㅠ]
창피함은 율의 몫이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엔피씨 덕에 절벽 아래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린 게 2시간째였다. 하지만 끊임없이 서로 간에 대화가 오간 덕에 율은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노아 : 그나저나 언제 나오는 걸까요 이거]
[율 : 그러게요...]
[노아 : 엔피씨 하이딩도 유저 탐색 스킬이 먹힐까요?]
[율 : 네?]
[노아 : 잠시만요]
[길드] [노아 : 길마님]
[길드] [무지개 요정 : 왜?]
[길드] [노아 : 바쁘세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아니~]
[길드] [노아 : 여기 와서 사이트 좀 날려주실래요?]
[길드] [무지개 요정 : ? 갑자기 왠 사이트? 너희 은둔잔지 뭐시긴지 찾으러 간다고 했잖아?]
[길드] [노아 : 네 짐작 가는 놈이 있는데 하이딩하고 있는 것 같아요 2시간째 기다려도 안 나오네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아~ 어딘데?]
[무지개 요정 : 여기 아래 있다는 거야?]
이둔평야 맵 끝의 두 사람에게 도착한 무지개 요정은 절벽 아래에 서서 물었다.
[노아 : 네 율님이 여기서 이상한 엔피씨를 본적이 있데요 이놈이 은둔자가 맞는지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안 나오네요 혹시 하이딩을 하는 거면 탐색 스킬에 걸리지 않을까 해서요]
[무지개 요정 : 어떤 놈이기에]
[율 : 전에 대화해봤을 때는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나눠 갖고 둘이서 오거나 가지고 있는걸 모두 나눠주라고 했었어요]
[노아 : ?]
[무지개 요정 : 맞는가본데]
무지개 요정은 절벽 밑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서서 스킬을 사용했다.
[무지개 요정 : 허허 나도 기대되는데~]
하지만 스킬이 시전됨과 동시에 뭔가가 터진 듯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며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캐릭터가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노아님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마스터 무지개 요정님이 사망하였습니다.]
[무지개 요정 : 왓?]
[노아 : ????]
[율 : ??]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쿨럭, 쿨럭.]
그리고 부옇게 피어오른 모래 먼지 속에 더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새파랗게 어린것들이 어디서 꼼수를!]
하지만 더발은 쿨럭거리는 기침을 몇 번 뱉어낸 후, 다시 모습을 감춰버렸다.
[무지개 요정 : ...]
[노아 : 뭐 저런..]
[율 :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에 세 명은 그저 허망하게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더발을 만나는 데 실패한 세 사람은 하염없이 더발이 하이딩을 풀기를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내일을 기약하며 게임을 끌 수밖에 없었다.
쉼터에 돌아와 나가기 직전까지 율에게 오전 10시까지 들어오라며 신신당부하던 노아 덕분에 율은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눈이 떠져 버렸다. 조금 여유롭게 씻고, 아침을 먹고 게임에 접속했는데도 30분 정도가 남아 버렸다.
[길드원 율님이 접속하였습니다.]
[길드] [복세편살 : 하이요~]
[길드] [율 : 안녕하세요]
[길드] [광인한 남자 : 일찍 왔네요?]
[길드] [율 : 네...노아님하고 10시에 만나기로 해서요..]
[길드] [복세편살 : 30분이나 이른데?]
[길드] [율 : 늦으면 화내실 것 같아서...]
[길드] [광인한 남자 : 백퍼 화낼 듯 ㅋㅋㅋ]
[길드] [복세편살 : ㅋㅋㅋㅋㅋ]
두 사람과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텅 비어 있는 쉼터에 앉아 있는데 다른 길드원 3명이 동시에 접속했다.
[길드원 흑염룡님이 접속하였습니다.]
[길드원 눈감아♡김민지님이 접속하였습니다.]
[길드원 블㉣┥⊆✡КⅰП9님이 접속하였습니다.]
율은 접속하는 아이디들이 어딘가에서 본 듯하다고 생각했다. 세 명은 접속하자마자 길드 쉼터에 앉아 있는 율을 보고는 대뜸 말을 놓으며 다가왔다.
[블㉣┥⊆✡КⅰП9 : 뭐야 너는?]
[흑염룡 : 야 여긴 우리 길드 쉼터... 이 새끼 우리길드원이네?]
[블㉣┥⊆✡КⅰП9 : 저런 놈 없었는데?]
[눈감아♡김민지 : 뭐야?]
[길드] [복세편살 : 안녕들]
[길드] [눈감아♡김민지 : 안녕하세요!]
[길드] [블㉣┥⊆✡КⅰП9 : 헬로우~]
[길드] [흑염룡 : 굿모닝입니당]
[길드] [광인한 남자 : 안녕]
[길드] [흑염룡 : 편살 형님 저 율은 누구에요?]
[길드] [복세편살 : 아...너희 어제 안 들어 왔지?]
[길드] [블㉣┥⊆✡КⅰП9 : 네]
[길드] [복세편살 : 어제 노아가 히든 코드 땄거든]
[길드] [눈감아♡김민지 : 헐?]
[길드] [흑염룡 : 진짜요???]
[길드] [복세편살 : 응 근데 컴패니언이라는걸 따게 돼서 저기 율님이랑 같이 히든 퀘스트 받았대 그래서 어제 가입했어]
[길드] [광인한 남자 : 율님하고는 서로 존대하기로 했으니까 너희도 존대해]
[길드] [블㉣┥⊆✡КⅰП9 : 존대요? 몇 살이길래요?]
[길드] [복세편살 : 우리도 몰라 그래서 그냥 서로 존대하기로 했다]
[길드] [광인한 남자 : 길마님이 그렇게 하기로 한 거니까 왈가왈부 하지 말고]
[길드] [눈감아♡김민지 : 아...넵]
[길드] [흑염룡 : 네에...]
[길드] [블㉣┥⊆✡КⅰП9 : 네...]
[블㉣┥⊆✡КⅰП9 : 그러고 보니 저거 그때 그 엔피씨네]
[흑염룡 : 어? 기네]
[눈감아♡김민지 : 근데 씨발....히든 코드 존나 부럽네]
[블㉣┥⊆✡КⅰП9 : 야 율]
[율 : ...네?]
[블㉣┥⊆✡КⅰП9 : 왜 너한테 존대해야 하냐? 난 생리학적으로 너한테 존대 못 하겠는데?]
[흑염룡 : 생리학적은 뭐냐 병시나ㅋㅋㅋㅋㅋㅋ]
[율 : 네?]
[눈감아♡김민지 : 네가 이해해라? 우리는 기본적으로 ‘율’한테는 존대 못햌ㅋㅋㅋ]
[블㉣┥⊆✡КⅰП9 : 아이디도 존나 찐따같은 게]
[흑염룡 : 찐따님이라고 불러드려랔ㅋㅋㅋㅋ]
[눈감아♡김민지 : 찐따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율 : ;;;]
율은 저를 두고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으며 웃고 떠드는 세 사람의 행동이 점점 불편해졌다. 제 아이디를 두고 시비를 거는 모양새를 보다 보니 세 사람을 어디서 봤었는지 떠올랐다.
불쾌하고 무례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율은 한마디 쏴줄 생각도 못 하고, 그저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평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길드원 노아님이 접속하였습니다.]
그 순간, 타이밍 좋게 노아가 접속해 들어왔다.
[노아 : 어? 율님 빠르시네요]
노아는 접속하자마자 쉼터에 서 있는 율을 보고 다가왔다.
[율 : 아...네;;]
[블㉣┥⊆✡КⅰП9 : 노아님! 히든 코드 따셨다면서요?]
[흑염룡 : 축하드려요~]
[눈감아♡김민지 : 부러워요~ 노아님~]
[길드] [복세편살 : 어솨~]
[길드] [광인한 남자 : 노아형~ ㅎ2]
[길드] [노아 : 하이]
[노아 : 율님 가요]
[율 : 어...? 네네]
삼인방의 인사를 깨끗하게 무시하고, 다른 길드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노아는 율을 파티에 초대하고, 비프로스트 서비스를 이용하려 쉼터를 떠났다. 미련 없이 가버리는 노아의 모습에 율은 허둥지둥 그의 뒤를 따랐고, 비프로스트로 이동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삼인방은 기다렸다는 듯이 호박씨를 까기 시작했다.
[눈감아♡김민지 : 씨발....인사 씹는 거 봐]
[흑염룡 : 저 새끼 왜 저렇게 우리 싫어하냐?]
[블㉣┥⊆✡КⅰП9 : 우리 가입한 거 자체가 맘에 안 드는가 보던데]
[흑염룡 : 아니 길마님이 받아주신 건데 지가 뭐라고 자꾸 틱틱대냐고]
[눈감아♡김민지 : 안 그래도 재수 없는데 히든 클래스 까지 되면 존나 나대겠지]
[블㉣┥⊆✡КⅰП9 : 그나저나 이 길드에 히든이 둘이면 머스킷보다 더 좋은 거 아냐?]
[흑염룡 : ....기네]
[눈감아♡김민지 : 노아새끼 길드 나갔으면...]
[흑염룡 : 맞아]
[길드원 아네미아님이 접속하였습니다.]
[블㉣┥⊆✡КⅰП9 : 존나 재수 없어]
[아네미아 : 누가 재수 없어?]
[블㉣┥⊆✡КⅰП9 : 헉; 미아누님;;아무것도 아니에용~]
[아네미아 : ?]
[흑염룡 : 그냥 저희끼리 하는 얘기에요~]
[눈감아♡김민지 : 누님 하이요~]
[길드] [복세편살 : 미아~ 어솨~]
[길드] [광인한 남자 : 미아누나 굿모닝]
[길드] [노아 : 하이]
[길드] [율 : 안녕하세요]
[길드] [아네미아 : ㅎ2ㅎ2]
***
[노아 : 혹시 전에 이 엔피씨 만났을 때 몇 시쯤에 나왔는지 기억해요?]
[율 : 어...아니요;]
[노아 : 오늘은 그냥 하루 종일 여기서 기다려보죠]
[율 : 네]
[노아 : 그러고보니...율님 엔피씨 장비들은 어쨌어요?]
[율 : 아... 엔피씨 못하게 돼서 사용불능 됐어요]
[노아 : 그럼 지금 뭐 끼고 있어요?]
[율 : 엔피씨 장비들을 상점에서 일반 장비로 교환해 주길래 교환했어요]
[노아 : 그래요?]
[율 : 네]
[노아 : 펫은 회수 안하나 보네요]
노아의 말에 율은 제 캐릭터 옆에 웅크린 채 자는 롭이어를 바라봤다.
[율 : 얘도 회수해갔으면 되게 서운했을 것 같아요]
[노아 : 그런가요?]
노아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절벽 아래에 동그랗게 먼지가 날리는 이펙트가 퍼지며 쉬익- 하는 스킬음이 나기 시작했다.
[율 : 어? 나오나 봐요]
[노아 : 가요]
연달아 쉬익- 거리며 같은 이펙트가 몇 번 반복되더니 [수상쩍은 노인 더발]이라는 엔피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굽은 등을 두드리며 기지개를 켜던 더발은 곧, 율과 노아를 향해 손짓했다. 더발의 행동에 노아와 율이 다가가자, 저절로 대화탭이 열리며 대화가 시작됐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오늘은 제대로 왔구먼.]
[율, 노아 : ?]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우선 그 잘못 씌운 거죽을… 쿨럭, 쿨럭.]
[율, 노아 : 괜찮으세요?]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쿨럭, 크흠. 자네들은 그릇된 모습을 하고 있네.]
[율, 노아 : 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난 자네들에게 올바른 모습을 되찾아줘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캬악-! 퉷. 크흠, 필요한 것이 있네.]
[율, 노아 : 그게 뭔가요?]
[수상쩍은 노인 더발 : 나르비 구릉의 단델리온이라는 마을에서 크흠, 특별한 것을 가져오게.]
[Quest. 단델리온 마을의 특산품.]
대화 탭이 닫히며 더발은 미련 없이 모습을 감췄다. 긴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짧은 대화 끝에 남겨진 두 사람은 황당함에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노아 : 큰일이네요]
[율 : 네?]
[노아 : 단델리온은 비프로스트로 못가는 곳이라서요]
[율 : 그럼 걸어가야 하나요?]
[노아 : 걸어가는 건 문제가 없는데... 나르비 구릉이 율님이 가기엔 위험해요]
[율 : 아...]
[노아 : 길드 사람들한테 도움 좀 청해보죠]
[율 : 네]
길드에 도움을 요청한 노아와 율은 단델리온과 가장 가까운 마을인 바실 마을에 와 있었다. 단델리온 근처 마을 중에 유일하게 비프로스트 서비스가 가능한 마을이기도 했다. 바실 마을에서 스카디 산맥을 타고 넘어가 나르비 구릉을 통과하면 단델리온으로 갈 수 있다. 문제는 이 나르비 구릉을 무사히 건너갈 수 있냐는 것이었다. 먼저 도착한 두 사람이 길드원들을 기다리는 사이, 어딘지 익숙해 보이는 아이디 하나가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갔다.
흙미밥.
[파티] [노아 : 흙미밥이네요]
[파티] [율 : 네? 어...그러네요]
[파티] [노아 : 한 끗만 잘못 갔으면 흙미밥이랑 저랑 컴패니언 됐거나 율님이랑 흙미밥이랑 컴패니언 됐을 수도 있었겠어요]
노아의 말을 보고, 율은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노아가 흙미밥과 컴패니언이 되는 걸 어떻게 생각할진 몰라도 자신과 흙미밥이 컴패니언이 되는 건 왠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파티] [율 : 아; 노아님이랑 돼서 다행이네요..]
[파티장] [노아 : ...그래요?]
[파티] [율 : 네]
짧았던 대화는 비프로스트를 통해 이동해온 길드원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끝을 맺었다. 두 사람의 도움 요청에 달려와 준 건 광인한 남자, 질풍, 니지, 세츠나였다. 노아는 네 명에게 파티 초대를 하고, 대략적인 포메이션을 설명했다.
[노아 : 우선 광이랑 니지랑 선두에 서서 길 좀 뚫어줘 세츠나는 율님한테 붙어 있어 주고 뒤에서 나랑 풍이가 따라오는 몹들 처리하는 걸로]
[질풍 : 호위하는 것 같닼ㅋㅋㅋ]
[니지 : 그러겤ㅋㅋㅋ]
[광인한 남자 : 나의 광인함을 보여주지!!]
[세츠나 : 그러다 뒤짐]
[광인한 남자 : 쟈갸워...]
[노아 : 세츠는 율님한테 프로텍트 좀 수시로 걸어줘]
[세츠나 : ㅇㅇ]
[율 : 잘 부탁드려요]
[세츠나 : ^^]
[질풍 : 저 가식적인 웃음]
[세츠나 : ^^?]
[질풍 : 잘못했어요....]
바실 마을을 출발해 어렵지 않게 스카디 산맥을 넘어선 노아의 파티는 나르비 구릉의 초입에 서서 파티를 재정비 중이었다.
[노아 : 우선 몹이 너무 많이 몰리면 그냥 율님을 죽게 둬]
[율 : ??]
[니지 : 화끈하네]
[노아 : 율님 살아 있으면 세츠가 더 정신없을 테니까 우선 율님은 눕혀놓고 주변 정리 다 되고 나면 다시 살려줘]
[광인한 남자 : 정론이긴 한뎈ㅋㅋ]
[세츠나 : 나만 믿어 한큐에 죽여줌 ㅇㅇ]
[니지 : 언니가 죽이라는 게 아니잖어...]
[질풍 : 세츠누난 정말 잘 죽여줄 듯]
[세츠나 : ^^?]
[질풍 : 죄송합니다....]
[광인한 남자 : 편살 형이나 길마님 있으면 몹 몰리는 건 걱정도 안 할 텐데..]
[니지 : 어쩔 수 없지 뭐 편살 오빠는 미아 언니랑 사냥 중이고 길마님은 접속을 안 했잖아]
[질풍 : 괜찮아 우리도 누구보다 광인한 세츠누나가 있잖아]
[세츠나 : 너무 광인해서 너한텐 힐 할 엠이 없겠음]
[질풍 : 헉;]
[노아 : 가자]
노아의 말에 나르비 구릉에 진입한 그들은 알 수 없었다. 스카디 산맥에서부터 몰래몰래 그들을 쫓아오던 복병의 존재를.
나르비 구릉은 원체 몬스터의 개체 수가 많기로 소문난 필드였다. 그 명성에 걸맞게 한걸음 걷기가 무섭게 사방팔방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게다가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선공이라, 몬스터 몰이로는 좋은 사냥터지만 물량과 비교해 경험치가 짜기 때문에 유저들의 발길이 끊긴 버려진 필드이기도 했다.
게다가 단델리온으로 가는 길은 나르비 구릉밖에 없어서 단델리온으로 가는 유저들이 쫓아오는 몬스터들을 그대로 몰고 필드를 건너다닌 탓에 구릉의 출구인 골짜기에는 더욱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캐릭터가 사망하였습니다.]
벌써 몇 번째 눕는 건지 셀 수가 없었다. 율은 죽어버린 자신의 캐릭터 위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파티원들을 바라보며 들리지도 않는 응원만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다들 한시름 놓자 세츠나가 율에게 리저렉션을 시전했다. 누워 있던 캐릭터 주변으로 화려한 이펙트가 퍼지며 캐릭터가 둥실 떠올라 바닥에 발을 디뎠다.
[캐릭터가 세츠나님에 의해서 부활하였습니다.]
[율 : 감사합니다;]
[세츠나 : ㅋㅋㅋ누워있느라 고생했어요]
[니지 : ㅋㅋㅋㅋㅋ]
[질풍 : 제일 고생 하시는 듯 ㅋㅋㅋㅋ]
[광인한 남자 : 거의 다 왔어요 출구로 이어진 골짜기만 건너면 돼요ㅋㅋ]
[노아 : 근데 길이 좁고 몰려있는 몹들이 많을 테니까 조심해요]
[율 : 네;]
[노아 : 길 중간중간 셀렉을 위장한 함정이 있으니까 일렬로 가요]
[광인한 남자 : 잘못하면 튕겨 나가서 떨어져 죽어요]
[율 : 아...]
[질풍 : 너무 어려워 하지 마세요 ㅋㅋㅋ 두 명이 한 셀안에 서지만 않으면 돼요 ㅋㅋ]
[율 : 네;]
[노아 : 가요 광이랑 니지 선두]
골짜기 입구에서부터 차근차근 몬스터들을 잡아가며 나아가는 건 탁 트인 구릉을 지나오는 것보단 손쉬운 일이었다. 구릉에선 사방팔방에서 덮쳐오던 몬스터들이 골짜기에선 앞, 뒤에서밖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두를 가는 광인한 남자와 니지가 몬스터 대부분을 처리하면서 나아가기 때문에 뒤쪽에서는 간간이 리젠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기만 하면 됐다.
[니지 : 수월하네~]
[광인한 남자 : 나의 광인함 덕이지]
[질풍 : 그러다 뒤짐]
[세츠나 : 그거 내꺼]
골짜기에 들어선 후,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파티의 상태에 다들 긴장이 풀려 여유가 생겼는지 수다를 떨거나 서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 진영도 조금 흐트러져 선두엔 광인한 남자와 질풍, 중간엔 율과 노아, 후방엔 니지와 세츠나가 걷게 되었다.
[노아 : 출구 저기에요]
노아의 말에 율은 반사적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하지만 여전히 득실거리는 몬스터들이 진을 치고 있어 율의 눈에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니지 : 뭐야 저거!!!]
[세츠나 : 미친!!!]
그 와중에 대뜸 후방에서 걷고 있던 니지와 세츠나가 무언가를 본 듯 난리를 부렸다. 의아함에 모두는 뒤를 돌아보는 사이, 율의 곁에 달려온 세츠나가 율에게 프로텍트를 걸었다. 그리고 율의 곁에 있던 노아는 어느새 후방으로 빠져 어스체인을, 뒤이어 질풍은 애로우 레인을 시전하고 있었다.
그제야 율의 눈에도 모든 게 보이기 시작했다. 웬 유저 하나가 어마어마한 양의 몬스터들을 끌고 골짜기로 달려 들어왔다. 그걸 발견한 세츠나와 니지가 난리를 부리며 사태를 알렸고, 동시에 후방으로 빠진 노아가 어스체인으로 선단의 몬스터들의 다리를 묶고, 질풍이 광역기를 시전 중이었다.
[노아 : 앞에 길 뚫어!]
노아의 말에 광인한 남자와 니지가 선두로 튀어나가 길을 열기 시작했다.
[세츠나 : 율님은 저 둘 따라가요!]
[율 : 어? 네네;]
하지만 다음에 일어난 상황은 모두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선두에서 길을 뚫으려던 광인한 남자와 니지의 앞으로 아이스 월이 생기며 골짜기의 길이 아예 막혀버린 것이었다. 놀란 두 사람이 뒤를 돌아보자 몬스터를 끌고 골짜기에 뛰어들어 온 유저가 제가 끌어온 몬스터들 뒤에도 아이스 월을 치는 게 보였다.
[노아 : ?!]
[세츠나 : 뭐?]
[질풍 : 뭐하는 거야?]
[니지 : 돌았나?]
[광인한 남자 : 너 뭐야 인마!!]
[율 : ??]
골짜기 후반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들과 함께 얼음벽에 갇혀 버린 여섯 명은 사태파악을 하기도 전에 몬스터와 유저가 한데 섞여 제대로 된 대응도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전멸할 수밖에 없었다.
황당함과 어이없음에 나가버린 정신을 수습하는 사이, 몬스터를 끌고 들어와, 본인을 포함한 노아의 파티를 전멸시킨 유저가 죽어 있는 자신의 캐릭터 위로 낄낄대는 이모티콘을 띄웠다.
[흙미밥 : 개새끼야 내가 너 다시 보이면 죽여 버린다고 했지?]
[율 : ??]
[노아 : 저 미친...]
[흙미밥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아 : 미쳤냐?]
[율 : 뭐하시는 거예요?;]
[흙미밥 : 내가 니들 가만둘 줄 알아?]
[노아 : ???]
[흙미밥 : 씨발 컴패니언? 둘이 붙어먹으니까 좋냐?]
[질풍 : 얘 뭐야 노아 형?]
[광인한 남자 : 뭐 원한이라도 샀어?]
[노아 : ...]
[흙미밥 : 너희만 아니었으면 히든 코드는 내거였어!]
[율 : ;]
[길드 마스터 무지개 요정님이 접속하였습니다.]
[길드] [질풍 : 길마님이다!!]
[길드] [니지 : 길마님 길마님!!]
[길드] [무지개 요정 : 뭐지? 이 열렬한 환영은?]
[길드] [니지 : 여기 나르비 구릉 골짜기인데 어떤 미친놈 때문에 저희 다 죽었어요!!]
[길드] [무지개 요정 : 뭔 소리야?]
[길드] [질풍 : 노아 형이랑 율님 퀘스트 돕느라 단델리온 가는 중이었거든요? 근데 왠 미친 유저하나가 쫓아와서 우리 다 죽이고, 율님이랑 노아 형한테 지랄하고 있어요!!]
[길드] [광인한 남자 : 히든코드가 지꺼였느니 하면서 난리에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어디라고?]
[흙미밥 : 듣보잡 같은 엔피씨 새끼가 히든 클래스가 된다는 게 말이 돼?]
[광인한 남자 : 그만하지?]
[흙미밥 : 엔피씨면 엔피씨답게 있던가 주제에 무슨 사냥을 쳐한다고 싸돌아다니고 왜 유저인 내가 엔피씨 따위를 찾아서 필드랑 마을을 돌아다녀야 하냐고!]
[니지 : 그게 싫었으면 이 게임을 하지 말았어야지]
[흙미밥 : 내가 무슨 게임을 하던 니가 무슨 상관이야!!!]
[세츠나 : 엔피씨가 어딜 가던 넌 무슨 상관인데?]
[흙미밥 : 엔피씨 주제에 싸돌아다니니까 하는 말이잖아 이 씨발련들아!!]
[질풍 : 저 새끼가?]
[광인한 남자 : 누구한테 욕지거리야 지금?]
[노아 : 개념이 없는 새끼네?]
여전히 바닥에 누워서 언쟁을 벌이던 중 갈수록 입이 험해지는 흙미밥의 행동에 길드원들의 언사도 점점 험악해져 갔다. 그 사이에서 율은 어째야 할지 몰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때, 바닥에 갑자기 시커먼 공동이 생겼다. 그리고 사방팔방 퍼져 있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공동에 빨려들었고, 공동에 빨려든 몬스터들이 허우적거리며 탈출하려 몸부림치는 와중에 그 위로 마법진이 생기며 소서러의 히든 스킬인 콰트로볼텍스가 시전됐다.
불시에 지나가듯 짧은 캐스팅이 끝나고, 4가지 속성의 광역기들이 쏟아붓듯 한꺼번에 공동위로 빗발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화려하고 현란한 소서러의 스킬 이펙트들이 한데 섞여 마법진 위는 이펙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치열해 보이기까지 하는 마법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내린 후, 뭉게뭉게 피어오른 모래 먼지가 흩어져 사라지자 시커먼 공동과 그 공동에 빨려 들어갔던 몬스터들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길드원들의 시야에 유유히 걸어오는 무지개 요정이 보였다.
[질풍 : 와...역시 히든 스킬...]
[광인한 남자 : 이 많은걸 한번에...]
[무지개 요정 : 너희 죽였다던 미친놈은?]
[노아 : 네?]
[질풍 : 어?]
[광인한 남자 : 어디갔어!!!]
모두가 무지개 요정의 스킬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흙미밥은 도망을 간 건지 그가 누워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결국, 흙미밥은 놓쳤지만, 무지개 요정에 의해서 부활하게 된 그들은 무사히 단델리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노아 : 아 이 미친놈이 계속]
[세츠나 : ??]
[질풍 : 왜?]
[노아 : 흙미밥 이 새끼가 귓으로 지랄하네]
[광인한 남자 : 뭐하는 새끼래 대체?]
[노아 : 전에 필드에서 율님한테 욕하면서 쫓아다니길래 쫓아냈는데 바로 히든코드 뜬거거든 안 쫓아냈으면 저 새끼랑 나랑 컴패니언 됐을걸]
[질풍 : 헐;;;]
[노아 : 율님 흙미밥 귓 차단해둬요 아무래도 율님한테도 지랄할 것 같으니까]
[율 : 네]
[무지개 요정 : 별 미친놈들 다 보겠구만 그나저나 퀘는 뭐야?]
[노아 : 아 단델리온의 특산품을 구해오래요]
[질풍 : 특산품?]
[광인한 남자 : 단델리온에 특산품이 있던가?]
[노아 : 인벤에 검색 좀 해보고 올게]
노아가 인벤에 검색을 하러 간 뒤, 마을 입구에 모여서 특산품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길드원들 사이에 끼지 못해 뻘쭘하게 서 있기만 하던 율은 마을의 입구에 서 있는 안내 요원이 눈에 들어왔다. 길드원들의 대화에 잘 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던 율은 안내 요원에게 말을 걸었다.
[안내 요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대화 탭이 열리며 이런저런 선택지들이 나열됐다. 그리고 그중 단델리온의 특산품이라는 선택지가 보였다. 율은 놀라고도 의아한 마음에 선택지를 선택했다.
[안내 요원 : 단델리온엔 특별한 특산품을 생산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마을의 사정으로 인해 생산을 중단했지만, 때때론 그 맛이 그립기도 합니다.]
이렇다 할 단서를 주는 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내 요원이 특산품에 대해 언급을 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율은 길드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율 : 여기 안내 요원이 단델리온의 특산품에 대해 말해주는데요?]
[무지개 요정 : 정말?]
[질풍 : 그렇게 간단하게요?]
율의 말에 길드원들이 안내 요원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너도나도 말을 걸어 보는 건지 일순 부자연스러운 침묵이 일었다.
[니지 : 그런 말 없는데...]
[율 : 네?]
[질풍 : 선택지에 특산품에 대한 게 없어요;]
[무지개 요정 : 나도 없는데...]
[세츠나 : 나도 안 나오는데?;]
[광인한 남자 : 율님한테만 나오나?]
[무지개 요정 : 율님 아직 나와요?]
무지개 요정의 말에 율은 다시 한번 안내 요원에게 대화를 걸었다. 그리고 안내 목록 중 맨 아래에 ‘단델리온의 특산품’ 선택지가 있는 걸 확인했다.
[율 : 네...저한테는 나오는데;]
[무지개 요정 : 아무래도 퀘스트가 있어서 나오는 것 같은데? 노아 오면 확인해보라고 해야겠다]
무지개 요정의 말에 모두의 머리 위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노아의 채팅이 올라왔다.
[노아 : 인벤에 걸리는 건 없네요]
돌아오자마자 검색결과에 대해 말해주던 노아는 길드원들이 안내 요원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다가왔다.
[노아 : 왜 여기들 모여 있어요?]
[무지개 요정 : 어 율님이 여기 안내 요원한테 특산품에 대한 선택지가 뜬다는데 우리한테는 안 나와 네가 확인 좀 해봐]
[노아 : ?]
노아는 더 되묻지 않고 바로 안내 요원에게 대화를 걸었다.
[안내 요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리고 안내 목록을 살펴보던 중 제일 아래 ‘단델리온의 특산품’ 선택지가 있는 걸 확인했다.
[안내 요원 : 단델리온엔 특별한 특산품을 생산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마을의 사정으로 인해 생산을 중단했지만, 때때론 그 맛이 그립기도 합니다.]
[노아 : 특산품이 있었는데 지금은 생산을 안 한 다네요]
[질풍 : 어 진짜 떠?]
[노아 : 응 뜨네]
[광인한 남자 : 근데 생산을 안 하면 어떻게 구해?]
[율 : 그러게요...]
[니지 : 못 구하는 건 아닐 거 아냐?]
[무지개 요정 : 혹시 모르니까 엔피씨 전부한테 물어보면? 저기 마을 주민 지나간다 말시켜봐]
무지개 요정의 말대로 마침 근처를 지나가는 마을 주민 엔피씨가 보였다. 노아와 율은 엔피씨 근처로 다가가 대화를 걸었다.
[마을 주민 : 날씨가 참 좋네요. 마을의 특산품이요? 세계수의 열매로 만든 특별한 벽향주인데 한때는 집마다 있을 정도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술이었죠.]
[노아 : 세계수의 열매로 만드는 술이래요]
[무지개 요정 : 풍이 네가 말시켜봐]
[질풍 : ?]
질풍은 무지개 요정의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마을 주민에게 다가가 대화를 걸었다.
[마을 주민 : 날씨가 참 좋네요.]
[질풍 : 난 날씨가 좋다고만 하고 끝인데요?]
[무지개 요정 : 아무래도 노아랑 율님한테만 뜨나 본데?]
[노아 : 거기다 엔피씨마다 해주는 말이 다른 거 보니 마을 엔피씨 전부한테 말 시켜봐야 할 것 같아요]
[무지개 요정 : 음... 둘이 찢어져서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말 시켜보고 와]
[광인한 남자 : 그게 빠를 듯]
[노아 : 그럼 세츠는 율님이랑 좀 가주고 풍이는 나랑 가자 윈드워크 좀 걸어줘]
[세츠나 : ㅇㅇ]
[질풍 : 응~]
결국, 단델리온의 특산품을 알기 위해선 마을에 존재하는 모든 엔피씨한테 말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노아와 율은 각자 이속 증가 버프를 걸어줄 길드원을 한 명씩 데리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파티] [노아 : 음식점으로 오세요]
[파티] [무지개 요정 : 음식점?]
[파티장] [노아 : 네]
한참을 마을을 돌며 엔피씨들과 대화를 나누고 다닌 노아와 율은 서로가 얻어낸 정보를 합쳐 단델리온의 특산품은 음식점의 바렛사 라는 엔피씨가 만들었었다는 걸 알아냈다. 정보를 합치기 위해 만났던 네 사람은 먼저 음식점으로 향하며 남아있는 길드원들에게 음식점으로 오라고 일렀다. 먼저 도착한 네 사람이 음식점 앞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나머지 길드원들도 음식점에 도착했다.
[무지개 요정 : 여기서 특산품 만들어준대?]
[노아 : 저희도 잘 몰라요]
[광인한 남자 : ? 그럼?]
[노아 : 그냥 전에는 여기 있는 바렛사라는 엔피씨가 특산품인 벽향주를 만들었었다고 하더라고]
[세츠나 : 지금은 왜 안 만든대?]
[노아 :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졌대]
[니지 : 재료?]
[노아 : 전에는 단델리온 근처에 퍼퓸우드가 있었대 그게 떨구는 향 주머니가 벽향주의 중요한 재료였다는데 어느 날 퍼퓸우드가 모두 사라졌대]
[무지개 요정 : 퍼퓸우드?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율 : 포인세티아 필드에 있어요]
[무지개 요정 : 퍼퓸우드가?]
[율 : 네 제가 그거 사냥하러 다녔거든요;]
[노아 : 아마 단델리온에서 포인세티아로 이주를 해온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단델리온 주민들은 향 주머니를 사서라도 벽향주를 계속 만들려고 했대요 그런데 포인세티아 주민들은 퍼퓸우드를 사냥할 이유가 없었고 단델리온하고 거래를 하려고 일부러 잡다 보니까 단가가 쓸데없이 너무 높아져서 결국 벽향주 생산 자체를 포기했다고 해요]
[광인한 남자 : 그럼 재료를 구해다 주면 만들어 줄 수도 있는 건가?]
[노아 : 모르지 바렛사하고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
[무지개 요정 : 빨리 물어봐봐]
[율 : 없어요;]
[니지 : ?]
[질풍 : 배달 갔대요...]
[무지개 요정 : ㅡㅡ]
[광인한 남자 : 정말 이 게임은 가지가지...]
배달을 갔다던 바렛사는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대체 무슨 배달을 30분씩이나 나가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돌아온 바렛사는 기다리고 있는 노아 일행을 향해 “어머~ 미안해요~”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가 느릿느릿 카운터로 향하는 도중 노아와 율이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대화 탭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기어이 그녀가 카운터에 선 후에야 대화 탭이 열렸다.
[바렛사 : 단델리온엔 특별한 음식이 많이 있죠. 어머, 특산품인 벽향주요? 벽향주는 제 어머니가 만드신 특별한 술이에요. 세계수의 열매와 퍼퓸우드의 향 주머니가 주된 재료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만들어지는 푸른빛의 맑은 술이죠.]
[노아, 율 : 벽향주를 구할 수 없을까요?]
[바렛사 : 벽향주는 더 만들지 않는답니다.]
[노아, 율 : 그걸 어떻게 좀 안될까요?]
[바렛사 : 사실, 만들려고 해도 이 마을엔 재료가 존재하지 않아요.]
[노아, 율 : 저희가 재료를 구해오면 어떨까요?]
[바렛사 : 어머?]
[노아, 율 : 부탁드릴게요.]
[바렛사 : 그럼, 재료를 좀 많이 구해다 줄 수 있을까요? 만드는 김에 마을 사람들 몫까지 만들어서 나눠드리고 싶어요.]
[노아, 율 : 그럴게요.]
[바렛사 : 어머, 감사해라. 부탁드릴게요.]
[Quest. 바렛사의 부탁.
세계수의 열매 x40, 향주머니 x40, 천연수x20, 멥쌀x20, 진말x20, 누룩x20, 매병x20.]
[노아 : 재료 떴어요 구해오면 되나 봐요]
[질풍 : 뭐야 뭐야?]
[니지 : 뭐뭐 필요해?]
[노아 : 세계수열매40개 향주머니40개 천연수20개 멥쌀 진말 누룩20개 매병 20개]
[무지개 요정 : 멥쌀 진말 누룩은 마을 재료상인이 팔지 않나?]
[세츠나 : 그럴걸요]
[광인한 남자 : 그럼 세계수열매랑 향주머니, 매병만 구하면 되겠네]
[노아 : 율님 향주머니 없나요? 퍼퓸우드 잡지 않으셨었어요?]
[율 : 아... 먹은 건 전부 창고에 넣어놓긴 했어요]
[노아 : 단델리온에도 창고 있으니까 가서 확인해 보실래요?]
[율 : 네]
[질풍 : 율님 저 따라오세요 창고 알려드릴게요]
[율 : 아 네]
질풍이 먼저 앞서가며 윈드워크를 걸었다. 뒤이어 율이 부랴부랴 따라나서며 두 사람은 어느샌가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광인한 남자 : 세계수 열매는 글록 노점존가면 많을걸]
[노아 : 그건 내가 사올게]
[무지개 요정 : 그럼 다 같이 글록시니아 갔다가 매병 구하러 가자]
[노아 : 아... 율님은 여기 두고 가죠]
[니지 : 왜?]
[노아 : 율님 데리고 왔다 갔다 하다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무지개 요정 : 너무 짐짝 취급하는 거 아니냐?]
[노아 : 빨리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무지개 요정 : 그래...]
[파티] [율 : 창고에 향주머니 42개 있어요]
[파티장] [노아 : 잘됐네요 우리 세계수열매랑 매병 구하러 다녀올 테니까 율님은 여기서 기다려요]
[파티] [율 : 네? 아...네...]
[파티장] [노아 : 풍이 빨리 와]
[파티] [질풍 : 어? 어;;;]
노아의 부름에 다시 부랴부랴 되돌아온 질풍과 율은 금방이라도 떠날 듯한 길드원들의 모습에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노아 : 율님은 여기서 기다려요]
[율 : 네...]
[노아 : 금방 올게요]
[율 : 네]
[광인한 남자 : 울지 말고 기다려요?]
[율 : 안 울어요;]
[니지 : ㅋㅋㅋㅋㅋ]
[세츠나 :ㅋㅋㅋㅋㅋㅋ]
[노아 : 빨리 빨리 진행하려는 거니까 서운해 하지 말구요]
[율 : 네 알아요]
[노아 : 가자]
노아의 말에 세츠나가 글록시니아로 통하는 워프를 열려던 순간이었다.
[길드] [눈감아♡김민지 : 길마님~]
[길드] [무지개 요정 : ?]
[길드] [눈감아♡김민지 : 제 여자 친구 오늘 게임 시작했는데 길드 넣어주세용~]
[길드] [KING Husband : 여자 친구가 있으시겠다?!]
[길드] [눈감아♡김민지 : 데헷♡]
[길드] [KING Husband : .....]
[길드] [무지개 요정 :...도련이한테 가입 달라 그래]
[길드] [눈감아♡김민지 : 와~ 네~]
[노아 : 아...좀...]
[무지개 요정 : 데헷♡]
[광인한 남자 : 아 좀!!!]
[길드] [도련 : ....신입..한 분.....]
[길드] [월광의 마녀∑민지♕ : 안녕 하세요~ 이쁜이 민지에요~]
[길드] [아네미아 : 어멐ㅋㅋㅋㅋ]
[길드] [츄파 : ? 앜ㅋㅋㅋㅋ]
[길드] [흑염룡 : 제수씨 어서와~]
[길드] [KING Husband : ;;;;;]
[길드] [달빛 : 어서와욬?ㅋㅋㅋㅋ]
[길드] [복세편살 : 반가워요^^;;;]
[길드] [블㉣┥⊆✡КⅰП9 : 환영 환영~]
[길드] [월광의 마녀∑민지♕ : 잘 부탁드려요~ 뿌잉뿌잉]
[길드] [눈감아♡김민지 : 너무 귀여워 우리 쟈기>_<]
[노아 : 아...미친...]
[질풍 :ㅋㅋㅋㅋㅋ대미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츠나 : 쟤네는 죄다 왜 저래?;;]
[니지 : 어이어뵤닼ㅋㅋㅋㅋㅋㅋㅋ]
[광인한 남자 : 뭐라곸?ㅋㅋㅋㅋㅋㅋ]
[니지 : 어이없닼ㅋㅋㅋㅋㅋ]
[무지개 요정 : ....]
[율 : 아...]
[질풍 : 율님이 탄식을 내 뱉었엌ㅋㅋㅋㅋㅋㅋ]
[세츠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광인한 남자 : 진짜 도랏닼ㅋㅋㅋㅋ]
[노아 : ...가자]
신나게 웃고 있는 길드원들 사이에서 혼자 심각한 노아가 조용히 말하자 세츠나가 얼른 글록시니아로 통하는 워프를 열었다. 차례차례 워프를 타고 사라져 가는 길드원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율에게 워프 앞에서 멈춰선 노아가 말했다.
[노아 : 다녀올게요]
[율 : 네 다녀오세요]
짧은 대화를 끝으로 노아와 세츠나는 워프를 타고 사라졌고, 텅 비어버린 단델리온에 홀로 남은 율은 마을의 입구로 이동해 그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재료들은 대부분 상점이나 노점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매병은 몬스터가 떨구는 전리품인지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노점존에서도 파는 사람이 없어서 구매한다는 채팅방을 니지에게 열게 하고, 나머지 다섯은 매병을 구하러 나섰다.
결국, 2시간에 걸쳐 다섯 명이 매병을 모두 구해왔고, 글록시니아에서 니지를 픽업해 바실 마을에서 단델리온까지 순식간에 달려왔다. 그리고 단델리온 마을 입구에서 쓸쓸히 앉아 있는 율을 데리고 다시 음식점으로 향한 그들은 바렛사에게 대화를 걸었다.
[바렛사 : 구해오셨어요?]
[노아, 율 : 네.]
[바렛사 : 어머, 재료가 너무 신선하네요!]
[노아, 율 : 이제 벽향주를 만들 수 있나요?]
[바렛사 : 그럼요~ 재료도 충분한 덕에 마을 사람들 몫까지 넉넉하게 만들 수 있겠어요~]
[노아, 율 : 그럼 부탁드려요.]
[바렛사 : 어머, 그런데 벽향주는 만드는데 48시간 정도가 걸려요.]
[노아, 율 : 네??]
[바렛사 : 하지만 3000만 리블을 주시면 제 비법으로 2시간 만에 생산 가능하답니다.^^]
[3000만 리블을 주시겠습니까?]
[YSE] [NO]
[노아 : 이런 도둑놈을 봤나...]
[율 : ;;;]
[질풍 : 왜?]
[광인한 남자 : 뭐 또 가져오래?]
[무지개 요정 : 뭔데?]
[노아 : 아뇨 재료가 아니고...만드는 데 48시간 걸리는데 2시간 만에 만들려면 3000만 리블을 내놓으라네요]
[세츠나 : 상 도둑이네]
[니지 : 쩐다]
[무지개 요정 : 줬어?]
[노아 : 48시간 기다릴 순 없으니까요...]
결국 3000만 리블을 내고 2시간 만에 벽향주를 손에 넣은 노아와 율은 다시 이둔평야로 향했다. 단델리온에서 길드원들과는 헤어지려 했지만, 모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며 꾸역꾸역 두 사람을 따라왔다.
운이 따랐는지 절벽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더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기해하는 길드원들을 뒤로하고 노아와 율은 서둘러 더발에게 다가갔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오오, 가져왔는가?]
[노아, 율 : 네.]
노아와 율이 벽향주를 더발에게 넘기자, 더발은 벽향주가 담긴 매병을 살펴보며 연신 오오, 오오 하고 감탄사를 뱉어냈다. 그리고 매병의 뚜껑을 열고 그대로 벽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무지개 요정 : 뭐야 저거 왜 처먹냐?]
[질풍 : 저래도 되는 거예요? 저거?]
[노아 : 뭐야]
[율 : ;;]
[광인한 남자 : 왜 그래?]
[노아 : 갑자기 대화탭이 닫혔어]
[세츠나 : 뭐?]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드을~ 어떠~ 하리~ 만~ 수산 드렁칡이~~~]
[니지 : 뭐야?]
더발이 갑자기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매병을 든 손을 높이 쳐올렸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목~동이~ 소 몰고~ 밭둑길로 간다~~~~]
매병을 든 손을 흔들어 대며 계속 노래를 부르던 더발은 그대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옹헤야~]
그리고 남은 술을 모두 들이켜고,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노아 : ...]
[율 : ;;;]
[무지개 요정 : ??]
[질풍 : 뭐야?]
[광인한 남자 : ...?]
[니지 : ㅇㅅㅇ]
[세츠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