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변화 (3/31)

3. 변화

술을 먹고 드러누워 잠이 든 더발은 1시간이 지나도록 깨어날 생각을 안 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며 더발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던 노아는 분을 삭이는 듯 1시간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더발이 눈을 뜬 건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난 후였다. 비몽사몽으로 몸을 일으키며 휘청휘청 대는 더발의 모습을 바라보던 노아의 캐릭터 위로 짜증을 내는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더발의 앞으로 걸어가는 노아의 모습에 율도 허둥지둥 그 뒤를 따랐다. 더발의 근처로 다가가자 저절로 대화 탭이 열리며 대화가 시작됐다.

[노아, 율 : 이제 깨셨습니까?]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어헛~ 내가 잠깐 잠이 들었나?]

[노아, 율 : 잠깐이 아닌….]

[수상쩍은 노인 더발 : 크~ 이게 얼마 만에 먹어보는 단델리온의 벽향주더냐~]

[노아, 율 : 벽향주를 드렸으니 이제….]

[수상쩍은 노인 더발 : 그런데 자네들은 누군가~?]

[노아, 율 : ??]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초면이구려~]

[노아, 율 : 벽향주를 가져다주면 올바른 모습을 되찾아준다고 하셨잖습니까?]

[수상쩍은 노인 더발 : 내가아~?]

[노아, 율 : 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허허~ 난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데~]

[노아, 율: …….]

[수상쩍은 노인 더발 : 헛, 화났는가? 하하, 내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벽향주를 맛봐 기분이 좋으니 자네들의 올바른 모습을 되찾아 주기로 하겠네~]

[노아, 율 : 부탁드립니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자아… 자, 거기 좀 더 뒤로 그래 거기. 거기 딱 서 있게.]

더발의 말에 노아와 율의 캐릭터가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어느 정도 물러서자 더발이 만족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준비가 다 된 듯 대화 탭이 닫히며 더발의 주위로 바람이 일 듯 모래 먼지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뭔가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흔들리며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캐릭터가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노아님이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무지개 요정님이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질풍님이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광인한 남자님이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세츠나님이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니지님이 사망하였습니다.]

[노아 : ?!]

[율 : ??]

[무지개 요정 : ?!!]

[질풍 :?????]

[광인한 남자 : ?????!!]

[세츠나 : ?]

[니지 : ???]

[수상쩍은 노인 더발 : 껄껄, 까불지 마라. 애송이들.]

한순간에 모두를 죽여 버린 더발이 허리까지 젖혀가며 낄낄대며 웃었다. 아무래도 술이 덜 깬 듯했다. 분노에 무더기로 부활을 한 그들이 다시 이둔 평야로 돌아왔을 때, 더발은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한동안 더발이 서 있던 자리엔 분노를 담은 스킬 난사가 이어졌다.

결국, 이날 노아와 율은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했다. 그 뒤로 4시간 정도를 더 기다려봤지만 더발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간도 새벽을 넘어가고, 피로에 지친 그들은 이를 악물고 내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

약속한 것도 아닌데 10시에 맞춰 길드원들이 속속들이 접속해 오기 시작했다. 어제 게임을 종료시켰던 이둔 평야의 절벽 아래. 그 장소에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 일곱 명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더발이 모습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2시간 남짓. 절벽 아래 동그랗게 먼지가 피어오르는 이펙트와 함께 더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순간, 율을 제외한 모든 길드원이 벌떡 일어나 더발에게 스킬을 퍼부었다. 물론, 더발이 그 스킬들을 맞을 리는 만무했지만, 그들은 한참이나 스킬 난사를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이어지던 스킬 난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이성을 되찾은 건지 모두 전투 자세 그대로 몸을 들썩거리기만 할 뿐, 더는 스킬을 퍼붓거나 하진 않았다.

[노아 : 가죠...율님]

[율 : 네;]

노아와 율이 더발에게 다가가자 자동으로 대화 탭이 열리며 대화가 시작됐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내 어제 자네들에게 실수하진 않았는가?]

[노아, 율: …….]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아… 미안하네… 내 주사가 좀….]

[노아, 율 : 저희에게 주사 부리고 싶으셔서 벽향주를 구해오라고 하셨습니까?]

[수상쩍은 노인 더발 : 응? 아닐세, 아니야. 난 단델리온 출신이라네. 젊은 시절 먹던 그 맛이 너무 그리워서….]

[노아, 율 : 사족은 됐습니다.]

[수상쩍은 노인 더발 : 허허, 미안했네.]

더발의 말을 끝으로 대화 탭이 자동으로 닫혔다. 그리고 어제와는 달리 노아와 율의 발밑으로 커다란 마법진이 생겨났다.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빛의 무리 속에 파묻혔던 두 사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전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컴패니언 퀘스트를 위해 직업을 변경합니다.]

[캐릭터의 직업을 헌터에서 프리스트로 변경합니다.]

[노아님의 직업을 그림러커에서 로드 나이트로 변경합니다.]

[Quest. 지혜를 담을 뿔피리.]

마법진 위를 빗발치던 이펙트가 사라지고, 더발도 함께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모든 걸 지켜보던 모두에겐 경악만이 남았다.

[무지개 요정 : 왜 로나?!!]

[질풍 : 룬나 이미 있잖아요????]

[광인한 남자 : 오라클도 이미 있는데?!!!]

로드 나이트와 하이 프리스트의 히든 클래스인 룬 나이트와 오라클은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컴패니언 퀘스트를 위해 로드 나이트와 프리스트로 직업이 변경된 노아와 율을 보며 이해가 되지 않는 사태에 혼란은 더욱 가중되어만 갔다.

[세츠나 : 설마 히든 클래스 중복되는 거예요?]

[무지개 요정 : 그럴 리가?!]

[니지 :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요??]

[무지개 요정 : 난들 아나?!]

[질풍 : 길마님은 아는 게 뭐예요?!]

[무지개 요정 : 이것들이?!]

포인세티아로 돌아와 쉼터에 빙 둘러앉은 그들은 작금의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뒤늦게 사태를 알게 된 나머지 길드원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길드] [질풍 : 혹시 홈피 같은 데에 히든 클래스 중복 가능하다고 공지 올라온 건 없지?]

[길드] [노아 : 응]

[길드] [KING Husband : 잠수 패치 같은 거 한 거 아냐?]

[길드] [복세편살 : 설마 히든 클래슨데?]

[길드] [KING Husband : 그렇지...]

[길드] [광인한 남자 : 아니면 운영진들 실수라거나...!]

[길드] [무지개 요정 : 검사에서 나이트랑 크루 나뉘듯이 2-2차 뭐 그런 거 일수도?]

[길드] [니지 : 오?]

[길드] [아네미아 : 어?]

[길드] [광인한 남자 : 뭔가 그럴듯한데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아마 로나랑 하프에서 히든 2차로 분류돼서 전직되는 직업이 히든 클래스에 있는 모양이지]

[길드] [노아 : 한방에 납득 가네요]

[길드] [도련 : 그래도 확실한건 전직 해봐야 아는 거네]

[무지개 요정 : 그나저나 노아는 장비 전부 바꿔야겠다]

[노아 : 아...]

[질풍 : 율님도 바꿔야 하지 않아요?]

[율 : 아...저는 상점 장비라;]

[세츠나 : 율님은 이제부터 맞춰가야겠네]

[무지개 요정 : 그나저나 율님도 쩔 해줘야 하는데 프리가 되어버렸으니...]

[광인한 남자 : 어! 그렇네요;]

[무지개 요정 : 율님 레벨에 맞는 격수들이...저 중2병 3인방...]

[노아 : 그 세 명하고 할 거면 차라리 하지 말아요]

[무지개 요정 : 음...]

[질풍 : 그럼 우리 부캐들하고 하는 건 어때요?]

[무지개 요정 : 부캐?]

[질풍 : 네 저번에 왕광 형하고 맞췄다고 했잖아요]

[노아 : 레벨이 율님이랑 맞아?]

[광인한 남자 : 완전 딱인데?]

[무지개 요정 : 아니 차라리 부캐들 모아서 각팟을 짜는 건 어떨까?]

[노아 : 각팟하면 발컨 돼요]

각팟은 레페르토르에서 인기 있는 파티의 한 형태다. 필드의 중앙에 파티의 중추가 되는 프리스트를 한 명 세워두고, 나머지는 전부 격수로 파티를 채운다. 그리고 각자 무빙을 하며 사냥을 하고, 버프가 필요한 유저는 중앙으로 이동해 버프를 받아 다시 무빙을 나가는 형태다. 단점은 프리스트가 중앙에 가만히 서서 버프만 주기 때문에 발컨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세츠나 : 각팟을 하되 격수들하고 한탐씩 돌아가면서 무빙을 하는 건?]

[노아 : 무빙을?]

[세츠나 : 어차피 각팟은 격수들이 프리한테 버프 받으러 찾아가야 하는 거니까 프리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잖아]

[무지개 요정 : 괜찮은데? 각팟을 할 거면 좀 더 경험치 좋은 사냥터도 갈 수 있겠어]

[세츠나 : 아니면 내가 중앙에 서 있어줄게]

[니지 : 어차피 율님은 노아오빠랑 균 될 때까지 키워야 하지 않아?]

[노아 : 아... 그 생각을 못했네]

레페르토르의 파티시스템은 경험치 균등분배가 가능한 레벨 차이가 최대 30레벨이다. 현재 노아의 레벨은 134, 율의 레벨은 77. 적어도 30업은 해야 문제없이 두 사람이 균등 파티가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길드] [무지개 요정 : 율님 쩔팟 가자 부캐 레벨 77~107까지 맞춰서 쉼터로]

[길드] [KING Husband : 왜 부캐에요?]

[길드] [무지개 요정 : 각팟 갈 거야 율님하고 균되는 레벨로 부캐들 데려와]

[길드] [아네미아 : 갑자기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안오면 상납 ㄱㄱ]

[길드] [츄파 : 헐...]

[길드] [블㉣┥⊆✡КⅰП9 : 길마님 저흰 부캐가 없어요!]

[길드] [무지개 요정 : 너희는...]

[노아 : 부르지 마요]

[질풍 : 걔들 오면 민폐만 끼칠 듯]

[세츠나 : 쟤들 날로 먹으면 율님한테 경치 많이 못가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안와도 된다....]

[길드] [블㉣┥⊆✡КⅰП9 : 저희도 쩔 받고 싶은데...]

[길드] [흑염룡 : 받고 싶어요...]

[길드] [눈감아♡김민지 : 저는 여친 도와주고 있어서 못가요;ㅁ;]

[길드] [복세편살 : 너희 쩔 해 주는 파티가 아니잖아]

[길드] [블㉣┥⊆✡КⅰП9 : ㅠㅠㅠ]

[길드] [무지개 요정 : 3인방 빼고 빨리 부캐들 데리고 와]

결국, 무지개 요정의 진두 아래 길드원들은 비그리드 평원으로 끌려 나왔다. 솔직히 대부분 부캐로 끌려 나온 탓에 율은 아직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기만 했다.

무지개 요정의 지휘 아래 파티의 방식을 설명받고 있는 길드원들과 좀 동떨어져 초조해하고 있던 율에게 세츠나가 다가와 거래를 걸었다. 의아한 마음에 거래를 받자, 거래 창에 연속으로 장비들이 올라왔다.

[율 : 저기?;]

[세츠나 : 제가 전에 쓰던 장비들이에요 지금은 안 쓰는 거니까 율님 임시로 쓰세요]

[율 : 아...감사 합니다;]

쭈뼛쭈뼛 거래를 완료하고,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장비들을 착용했다 세츠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주긴 했지만, 장비 창에 빈 곳 없이 전부 착용할 수 있었다.

[율 : 저.. 세츠님 프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세츠나 : 프리는 처음이세요?]

[율 : 네]

[세츠나 : 음....젬스톤 가지고 있나요?]

[율 : 아니요;]

[세츠나 : 젬스톤은 일부 스킬들 사용하는데 필요한 매개체로 쓰여요 젬스톤 필요한 스킬들은 젬스톤이 없으면 발동 안 돼요. 제가 좀 나눠드릴게요]

그리고 또다시 거래.

[세츠나 : 주로 리저렉션하고 생츄어리 사용할 때 쓰이니까 유념해주세요]

[율 : 네]

[세츠나 : 사냥할 때는 직업별로 보조 스타일이 조금씩 갈려요 파일럿이 원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을 수도 있고요]

[율 :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세츠나 : 우선 율님하고 짝지어서 무빙하는 상대방한테 원하는 스타일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딱히 없다고 하면 제가 직업별로 그때그때 설명해 드릴게요]

[율 : 감사 합니다ㅠㅠ]

[진시황 : 필드 중앙으로 이동하자]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아 진짜...길마님 아이디;]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무지개 요정이 낫지 저게 뭐야...]

[진시황 : 닥쳐 왕서방]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왕 서방하지 말라니까요!]

[진시황 : 그 꼴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라버 : 너네도 아디 꼴이 만만찮어]

[달빛소녀 : 도련님도 어지간...]

또다시 티키타카를 이어가며 필드 중앙으로 이동하는 길드원들 사이에 부랴부랴 쫓아가던 율의 옆에 어느샌가 노아가 나란히 걸었다. 비록 아이디도, 직업도 생소한 모습이었지만 율은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됐다.

[녹스 : 첫 주자는 저에요]

[율 : 아 네]

[길드] [녹스 : 저희는 중앙으로 안가고 이대로 사냥 시작할게요]

[길드] [진시황 : ㅇㅇ우리는 중앙 가서 시작]

[녹스 : 가요]

[율 : 아 저; 원하는 보조 스타일이 있으세요?]

[녹스 : ? 아뇨 율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율 : 네]

[길드] [율 : 세츠님.. 소서러는 어떻게 보조 하나요?]

[길드] [미아 : 뭐야 왜 세츠한테만 물어요? 나도 하픈데? 그냥 힐하고 블레싱 퀵스텝만 주면 돼요]

[길드] [율 : 네?;]

[길드] [세츠나 : 모든 캐릭터에 기본 버프는 블레싱에 퀵스텝이에요 블레싱은 올 스텟 증가 효과가 있고 퀵스텝은 이동속도 향상 시켜줘요]

[길드] [세츠나 : 소서러는 기본버프에 방어 스킬인 프로텍트 걸어주세요 근데 몬스터가 몰려서 많이 맞기 시작하면 프로텍트 소용없으니까 데미지 감소 스킬인 디크리스로 덧씌워 주시고요 서포트는 캐스팅 안 끊기게 하는 메인테인이랑 캐스팅 속도 빨라지는 더블캐스팅 위주로 반복해서 꾸준히 넣어주세요 또 어떤 직업하고 있던 엠 회복되는 리커버리는 끊기지 않게 계속 걸어 주셔야 해요]

[길드] [율 : 네네]

[길드] [세츠나 : 율님한테는 기본버프, 디크리스, 메인테인, 더블 캐스팅 걸어놓으심 돼요 그리고 버프 돌릴 때는 무조건 율님한테 먼저 거세요 율님 버프 끝나면 지체 말고 바로바로 다시 버프 돌리시구요 그러면 상대방은 버프 안 끊기고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길드] [율 : 아..]

[길드] [세츠나 : 처음엔 스킬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잘 모를 거예요 내가 아무리 말로 설명해 줘도 결국엔 직접 써가면서 상황에 맞게 잘 배합하면서 숙련할 수밖에 없어요]

[길드] [율 : 네 고맙습니다 세츠님]

[녹스 : 잘 했어요]

[율 : 네?]

[녹스 : 미아님보단 세츠한테 물어본 거요]

[율 : 아...]

[녹스 : 버프주세요]

노아의 말에 율은 세츠나가 말 한대로 자신에게 먼저 버프를 건 후, 노아에게 버프를 걸었다. 처음 보는 생소한 스킬 명들 때문에 헷갈리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했지만, 차근차근 숙지해가기로 하고, 노아의 뒤를 따랐다.

[길드] [진시황 : 언놈이 몹몰이 하냐!! 필드에 몹이 없잖아!!]

[길드] [오라버 : 저 왕광풍이 몰려다니면서 몰던데요]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헤헤헤헿헤헤헤헤헤헿]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나의 광인함을 보여주지!!]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그거 내꺼]

셋이 함께 아이디까지 맞춰서 부캐를 만들어 둔 왕광풍은 나이트인 KING Husband가 몬스터를 몰고, 몽크인 광인한 남자가 힐과 블레싱, 퀵스텝을 하고, 어쌔신인 질풍이 몰아온 몬스터들을 학살하며 몬스터 몰이를 자행 중이었다.

하지만 세 명이 필드의 구석구석에 있는 몬스터까지 몰고 다니며 한 번에 죽여댄 덕에 몬스터들의 리젠 속도가 빨라져 결과적으론 더욱 많은 몬스터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녹스 : 율님 디크리스 말고]

또다시 스킬을 혼동하고 말았다. 율은 계속 디크리스와 프로텍트를 헷갈리며 노아에게 디크리스를 걸어주고 있었다.

[율 : 죄송해요ㅠㅠ]

[녹스 : 프로텍트 주세요]

노아의 말에 율은 부랴부랴 디크리스 위에 프로텍트를 덧씌웠다.

[녹스 : 많이 헷갈리시면 세츠한테 물어보시는 건 어때요?]

[율 : 그럴게요ㅠ]

[길드] [율 : 저기;세츠님]

[길드] [세츠나 : 네?]

[길드] [율 : 죄송한데; 디크리스랑 프로텍트가 너무 헷갈려서요ㅠㅠ]

[길드] [세츠나 : 아ㅋㅋ]

[길드] [율 : ㅠㅠㅠ]

[길드] [세츠나 : 간단한데ㅋㅋㅋ 디크리스는 데미지 감소를 시켜주는 스킬이라서 탱들한테 걸어주는 거고요 프로텍트는 데미지 차단을 해주는 스킬이라서 어질 계열한테 걸어 주는 거예요]

[길드] [율 : 소서러도 바탈 계열이잖아요? 근데 왜 프로텍트인 거예요?]

[길드] [세츠나 : 소서러는 바탈 아무리 찍어도 피통이 많이 안 늘고 방어력도 낮아요 그래서 인트랑 덱 찍고 남는 잉여스텟 바탈 주는 거예요 잉여바탈이죠 디크리스 걸었다고 맘 놓고 처맞다가는 순식간에 골로 가요]

[길드] [율 : 아...]

[길드] [진시황 : 너무 신랄한 거 아니니...?]

[길드] [세츠나 : 소서러는 몸을 서는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보통 배리어 스킬인 프로텍트를 걸어주다가 몹이 많이 몰렸을 때만 데미지 감소 스킬인 디크리스로 덧씌우는 거예요]

소서러는 바탈계열이지만 프로텍트.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인지한 율이었다. 30분이 무던히도 짧게 느껴졌다. 어느새 훌쩍 지나 가버린 시간 덕에 노아와 헤어지고, 이번엔 광인한 남자와 무빙을 하게 됐다.

[길드] [율 : 세츠님 몽크는 어떻게 해야 해요?]

[길드] [세츠나 : 어 잘됐네]

[길드] [율 : 네?]

[길드] [세츠나 : 쟤는 그냥 기본버프에 데미지 감소 되는 디크리스, 공격력 올려주는 인크리즈, 엠 회복되는 리커버리만 걸어주면 돼요.]

[길드] [율 : 네]

[길드] [세츠나 : 그런데 몽크도 잉여바탈이에요]

[길드] [율 : 네? 근데 왜 디크리스...]

[길드] [세츠나 : 소서러는 원거리고 몽크는 근접이거든요]

[길드] [율 : 잘 모르겠어요;;]

[길드] [세츠나 : 디크리스 같은 경우는 시간제에요 정해진 시간 동안 효과가 유지돼요 근데 프로텍트는 횟수제에요 방어 가능한 횟수를 다 채우면 풀려요 몽크는 근접캐릭터고요 어질과 바탈을 나눠서 찍기 때문에 어중간한 회피를 해요]

[길드] [세츠나 : 완전한 어질 캐릭터라면 두세 마리 몰려도 맞지 않아요 맞지 않으니까 프로텍트 효과는 더 오래가겠죠?]

[길드] [율 : 네...]

[길드] [세츠나 : 몽크는 어중간한 어질 캐릭터에요 거기에 근접 두세 마리 몰리면 맞아요 맞으니까 그만큼 프로텍트가 일찍 풀리겠죠?]

[길드] [율 : 아...]

[길드] [세츠나 : 어차피 쳐 맞을 거 디크리스 해주고 얻어맞게 해주는 거예요]

[길드] [율 : 프로텍트는 아예 소용없는 건가요?]

[길드] [세츠나 : 레벨이 높아지면 쓰기도 하지만 근접전을 하기 때문에 파일럿들도 대부분 디크리스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길드] [율 : 아... 네]

율은 세츠나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광인한 남자와 무빙을 시작했다. 원거리에서 마법을 사용해 사냥하던 소서러와는 달리 몽크는 근접전으로 손과 발을 사용해 사냥했다.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율님]

[율 : 네]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저 점혈 4단계 되면 무기 손상률 올라가거든요? 그때 프리저베이션 부탁해요]

프리저베이션은 장비의 손상률을 낮춰주는 스킬이었다.

[율 : 네]

사냥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광인한 남자의 캐릭터의 손과 발이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검은색으로 차례차례 뒤바뀌면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점혈의 단계에 대한 이펙트라는 걸 율이 알 리가 만무했다.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율님 저 검은색 이펙트 두르면 점혈 4단계에요 프리저베이션 주세요~]

[율 : 헉; 네;]

율은 서둘러 프리저베이션 스킬을 광인한 남자에게 걸었다. 그리고 연이어 공격력을 올려주는 인크리즈까지 걸어주자, 점혈 4단계의 광인한 남자는 정말 폭발적인 데미지를 선보여 주며 몬스터의 씨를 말릴 기세로 사냥을 시작했다.

그렇게 또 정신없는 30분이 지나갔다. 정말 광적인 사냥 정신을 선보여 주던 광인한 남자와 헤어져, 이번엔 달빛과 무빙을 하게 됐다.

[달빛소녀 : 율님~ 이번엔 저에요~]

[율 : 잘 부탁드려요]

[길드] [율 : 세츠님 헌터는..]

[길드] [세츠나 : 헌터는 전형적인 극어질에 원거리 캐릭터에요 무슨 스킬이 효율적일 것 같으세요?]

[길드] [율 : 어...기본버프에 프로텍트...인크리즈, 리커버리?]

[길드] [세츠나 : 맞아요ㅋㅋ 거기에 크리율 올려주는 블로우까지 해주면 정말 좋아요~]

[길드] [율 : 네]

[달빛소녀 : 완전 1:1 과외네욬ㅋㅋㅋ]

[율 : 세츠님 귀찮으실 것 같아요ㅠㅠ]

[달빛소녀 : 귀찮았으면 진작에 꺼지라고 했을걸요?ㅋㅋㅋ]

[파티원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님이 사망하였습니다.]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히엑!!! 세츠누나 살려줘!!]

[길드] [세츠나 : 꺼지시지]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

[달빛소녀 : 저 봐욬ㅋㅋㅋ]

[율 : 아..]

[길드] [세츠나 : 율님 저기 가서 풍이한테 리저렉션 한번 써보세요]

[길드] [율 : 네]

[달빛소녀 : 율님 저 버프 주시고 풍이 살려주러 다녀오세요 ㅋㅋㅋ 무빙하고 있을게요]

[율 : 네 금방 올게요;]

[달빛소녀 : 선공 조심해요~]

[율 : 네]

율은 달빛에게 블레싱, 퀵스텝, 프로텍트, 인크리즈, 블로우, 리커버리를 걸어주고 서둘러 질풍에게 향했다. 중간중간 선공 몬스터들이 자신에게 달려들었지만, 디크리스 대신 프로텍트를 걸어 놓고 있어서 맞지 않고 떨쳐낼 수 있었다. 그렇게 질풍에게 가는 도중 어디서 나타난 건지 불쑥 튀어나온 노아가 율에게 다가왔다.

[녹스 : 왜 혼자 다녀요?]

[율 : 풍님 살려드리러요..]

[녹스 : 아]

율의 말에 납득한 듯 이모티콘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노아에게 율은 힐과 블레싱, 퀵스텝, 프로텍트, 더블 캐스팅, 리커버리를 걸었다.

[녹스 : 어...]

[율 : ??]

[녹스 : 이제 잘 하시네요]

[율 : 아...]

[녹스 : 풍이 살려주러 가야죠?]

[율 : 앗 네]

[녹스 : 젬스톤은 있어요?]

[율 : 네 세츠님이 주셨어요]

[녹스 : 잘됐네요 다녀와요]

[율 : 네]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D]

[율 : ;;;;]

노아와 헤어지고, 부랴부랴 달려온 곳에서 바닥에 누워 있던 질풍이 자신을 보자마자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예상외의 반응에 율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율 : 살려드릴게요;]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D]

율이 질풍에게 리저렉션을 사용하자,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질풍의 캐릭터가 둥실 떠올라 바닥에 발을 디뎠다.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님을 부활시켰습니다.]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부활!!!!]

[길드] [진시황 : 죽어있던 만큼 잡아라]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네...]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율님...저 버프 좀;]

[율 : 아 네;;]

율은 어쌔신인 질풍에게 블레싱, 퀵스텝, 프로텍트, 인크리즈, 리커버리를 걸었다.

[율 : 뭔가 더 걸어드릴 거 있나요?]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저 크리씬이라서 블로우도 주시면 감사해요]

크리씬은 크리율을 극한으로 올린 어쌔신을 말한다. 질풍의 말에 율은 서둘러 질풍에게 블로우를 걸었다. 그제야 만족한 듯 질풍은 근처의 몬스터들을 죄다 몰며 사냥을 재개했다.

몬스터들을 잔뜩 몰며 사라져 버린 질풍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율은 서둘러 달빛에게 향했다. 중간중간 파티원들을 만나 버프를 걸어주면서 달빛에게 도착하자, 달빛은 몰린 몬스터들을 잡느라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HP게이지가 붉게 물든 일명 ‘빨피’ 상태인 달빛을 보고 놀란 율이 힐과 프로텍트를 걸어주자, 그제야 안심한 듯 다급하던 그녀의 손놀림이 사라졌다.

[달빛소녀 : 와... 율님 조금만 늦게 왔으면 저도 죽을 뻔했네요 ㅋㅋ]

[율 : 죄송해요 ㅠㅠ]

[달빛소녀 : 아뇨 ㅋㅋㅋ 제 렙이 아직 좀 낮아서...]

[율 : 아;;]

[달빛소녀 : 비선공은 괜찮은데 선공이 너무 아프네요;; 율님 선공만 몸 서주실래요?]

[율 : 네 그럴게요]

[달빛소녀 : 지금 파티에서 저희둘이 제일 쪼렙이에요 ㅋㅋㅋ 불안하네요~]

달빛은 무빙으로 계속 움직이고, 사냥하는 와중에 끊임없이 율에게 말을 걸어줬다.

[달빛소녀 : 이 사냥터가 지금 저희 렙에 최고 경치 먹을 수 있는 사냥터인데... 아!!!! 율님? 전투백서 먹고 있어요?]

[율 : 네? 그게 뭐예요?]

[달빛소녀 : 헐 ㅠㅠㅠ]

[길드] [달빛소녀 : 왜 아무도 율님한테 전투백서 먹으라는 소릴 안 한 거예요?!ㅠㅠㅠ]

[길드] [진시황 : ?!]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헐;]

[길드] [녹스 : 아...]

[길드] [오라버 : 왓더...]

전투백서는 경험치 증가 효과가 있는 캐시 아이템으로, 쩔이나 닥사엔 반드시 사용되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길드] [녹스 : 율님 캐시 충전 가능해요?]

[길드] [율 : 아... 저;;;]

[길드] [진시황 : 안되나 본데?]

[길드] [녹스 : .... 우선 제가 전투백서 드릴게요 달빛이랑 사냥하면서 나 있는 쪽으로 와요]

[길드] [율 : 네;]

[달빛소녀 : 처음부터 전투백서 먹었으면 2업은 더 했을텐데ㅠㅠ 너무 아까워요]

[율 : 그런가요?;]

전투백서를 사용해 본 적이 없던 율은 길드원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노아가 건네준 전투백서를 사용해보곤 신세계를 영접할 수 있었다.

[진시황 : 다음은 나네]

언제 30분이 지난 것인지 어느샌가 무지개 요정이 다가와 달빛과 교대를 했다. 각성제 하나가 30분 타임으로, 그걸 기준으로 짝을 바꿔가고 있었는데, 중간에 먹어버린 전투백서 덕에 쿨이 조금 꼬이고 말았다. 짝을 바꿔도 전투백서 효과가 진행 중이라 사냥을 멈출 수가 없었다.

[길드] [진시황 : 백서 때문에 자세한 설명 들을 시간 없어 솔테 보조 간단하게 알려줘 세츠야]

[길드] [세츠나 : 소울테이커는 소서러랑 같아요 근데 극바탈이에요 프로텍트 말고 디크리스로 주세요]

[길드] [율 : 네]

세츠나의 조언으로 소울테이커인 무지개 요정을 보조하며 필드를 돌아다니던 율은 또다시 무시무시할 정도로 몬스터를 몰고 다니는 왕광풍을 보게 됐다. 몬스터들이 겹치고 겹쳐, 한두 마리쯤으로 보이는데, 근처에 가면 어마어마한 렉이 덮쳐왔다. 평범하게 걷기만 해도 캐릭터가 축지법을 쓰는 수준이라 무지개 요정과 함께 일대를 벗어나 중앙으로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렉이 없어졌다.

[진시황 : 어휴 저 미친놈들]

[율 : ;;]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안 돼 안 돼!! 내건데!!!]

[길드] [녹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먹튀다!!!!]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노아 형 스틸 범!!! ]

그런데 실컷 몰고 다니던 몬스터들을 노아에게 빼앗겼는지 분노하는 삼인방의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채팅을 보기도 잠시, 몰아 잡은 영향을 받은 건지 필드 중앙에 순식간에 폭젠이 시작됐다.

[진시황 : 다 내꺼야!!!!!]

그리고 이번엔 무지개 요정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몰이를 시작했다. 주변에 어마어마하게 퍼진 몬스터들을 죄다 몰며 나아가던 무지개 요정의 앞으로 생각지 못한 선공 몬스터 한 마리가 리젠이 됐다. 그리고 그 몬스터에게 한 방을 맞더니 그대로 경직이 됐고, 그 사이, 몰던 몬스터들에게 쉴 새 없이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한번 맞기 시작하자 캐릭터는 연이은 경직 상태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캐스팅이 안 끊기게 해주는 메인테인마저 풀려버렸다. 다급한 마음에 무지개 요정은 몬스터들에게 스태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느린 공속과 더불어 몬스터에게 뜨는 데미지는 두 자릿수. 암담했다.

결국, 쉴 새 없이 빠지는 무지개 요정의 체력에 율은 어찌할 바를 몰라 죽어라 힐만 넣는 상황이 되었다.

[진시황 : 으아아아아아앙아아ㅠㅠㅠㅠ]

[길드] [진시황 : 누가 나좀 돠줘라!!!]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뭔 일 났음?]

[길드] [오라버 : ?]

[길드] [미아 : 왜요?]

[길드] [나씨나길 : 뭔데요?]

무지개 요정의 외침에 상황을 모르는 길드원들은 모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상황을 모르는 길드원들 속에서 유일하게 필드 중앙에 서 있던 세츠나 혼자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길드] [세츠나 : 율님 길마님한테 프로텍트 거세요]

[길드] [진시황 : 그거 거는 동안 나 죽으라고?!]

[길드] [세츠나 : 안 걸어도 죽을 텐데요 뭘 길마님은 프로텍트 걸리고도 안 죽으면 무조건 뛰어요]

안 그래도 힐이 밀리는 상황에 채팅을 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율은 두 눈 꽉 감고, 세츠나의 말대로 무지개 요정에게 프로텍트를 걸었다. 정말 아슬아슬할 만큼의 체력을 남기고 프로텍트가 걸린 무지개 요정은 배리어 효과 덕에 경직 상태에서 벗어나 극적으로 몰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움직이기 시작한 무지개 요정은 주위를 작게 돌며 몬스터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율은 그 사이에 무지개 요정에게 힐과 메인테인, 더블 캐스팅, 프로텍트를 걸었다. 율의 버프를 모두 받은 무지개 요정은 그대로 돌던 걸 멈추고 광역기를 시전 했다.

무지개 요정이 스킬을 시전하는 사이, 어느새 다가온 세츠나가 함께 힐을 넣어 준 덕분에 힐도 밀리지 않았다. 결국, 무사히 스킬이 발동했고, 몰았던 몬스터의 수를 보여주듯 엄청난 경험치가 치솟으며 율에게 레벨 업 이펙트가 떠올랐다.

[길드] [녹스 : 좀 전에 경험치 대박이네요]

[길드] [달빛소녀 : 길마님이 몬 거예요?]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레알?!]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나보다 광인하다니!]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넌 캐삭감이다]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

[길드] [진시황 : 훗]

죽을 뻔한 추태는 고새 잊고, 거들먹거리는 무지개 요정이었다. 끔찍했던 몬스터 몰이의 상처 때문인지 무지개 요정은 더는 몬스터를 몰지 않았다. 치열한 무빙 대열에 합류해서 필드 여기저기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는데 무지개 요정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진시황 : 율님 혹시 나이가 30이 넘는다던가 그래요?]

[율 : 네?! 아니요]

[진시황 : 오? 그럼 혹시 다른 사람이 율님한테 말 놓는 거 싫어하고 그래요?]

[율 : 아니...요;]

[진시황 : ^오^]

[율 : ??;]

[진시황 : 혹시 30넘는 사람은 율님한테 말을 놔도 될까요?]

[율 : 네? 네... 그럼요;]

[진시황 : 허허허허헣헣]

[길드] [진시황 : 나는 율이한테 말 놓는다!!!!]

[길드] [율 : ;;;]

[길드] [오라버 : 뭐예요;]

[길드] [미아 : 왜 길마님만 말 놔요?!]

[길드] [녹스 : ??]

[길드] [진시황 : 너희도 말 놓고 싶으면 30넘어서 와라!!!]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치사하다!]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비열하다!]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화목하다!]

[길드] [달빛소녀 : ?]

30분이 지나고 파티에 화목함을 남겨준 무지개 요정과 헤어지고, 이번엔 서모너인 아네미아와 무빙을 하게 됐다. 그리고 세츠나에게 서모너에 관해 물으려던 율에게 아네미아가 선수를 치며 말했다.

[미아 : 세츠한테 묻지 말고 내가 하란대로해요]

[율 : 네?]

[미아 : 나도 본캐가 하프에요 왜 세츠한테만 보조를 물어요?]

[율 : 아... 죄송해요;]

[미아 : 세츠 스타일은 나한테 안 맞으니까 내 스타일대로 보조해줘요]

[율 : 네]

[길드] [미아 : 세츠야 이번 탐은 율님 내가 가르치면서 할게]

[길드] [세츠나 : 어?]

[길드] [진시황 : 그냥 세츠한테 맡기지?]

[길드] [미아 : 나도 하프에요 난 내식대로 보조받는 게 편하니까 이번탐은 참견하지 말아요]

[길드] [진시황 : 아니...]

[길드] [녹스 : ... 뭐 여러 가지 겪어 보는 게 좋으니까 둬보죠]

[미아 : 블레싱하고 퀵스텝만 줘요]

[율 : 네]

아네미아의 말대로 율은 아네미아에게 블레싱하고 퀵스텝. 두 가지 버프만 걸었다. 서모너와는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은 상태라서 율은 불안하기만 했다.

[미아 : 프로텍트 줘요]

[율 : 네]

선공 몬스터가 두세 마리 몰리자 아네미아는 율에게 프로텍트를 요구했다. 율의 생각에 여기선 메인테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녀 나름의 스타일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말대로 프로텍트를 걸었다.

프로텍트를 걸고, 두세 마리를 상대로 광역기를 날리는 아네미아의 캐스팅은 끔찍하게 느렸다. 결국, 끔찍하게 느린 캐스팅이 이어지는 도중에 프로텍트가 풀리고, 몬스터에게 맞은 탓에 끔찍하게 느린 캐스팅이 취소되었다.

[미아 : 뭐 하는 거예요?! 메인테인을 줬어야지!!]

[율 : 네?;]

[미아 : 바보도 아니고!! 프로텍트만 달랑 주면 어쩌자는 거예요!!]

[율 : 어...]

[미아 : 프로텍트랑 메인테인도 줘요!!!]

화를 내며 소리 지르듯 얘기하는 아네미아에게 한껏 주눅 든 율은 얼른 아네미아에게 프로텍트와 메인테인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가 광역기를 시전하는데, 끔찍하게 느린 캐스팅을 커버해 주고자 더블 캐스팅을 걸었다.

[미아 : 미쳤어요!? 여기서 더블 캐스팅을 왜 해!!]

[율 : 네??]

[미아 : 더럽게 못 하네 증말]

[율 : 저... 죄송해요;]

결국, 몬스터 세 마리 잡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 후, 엠이 없다며 리커버리를 달라고 해놓고, 엠이 모두 찰 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스타일이라며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버프들을 요구했고, 율 나름대로 상황에 맞춰 버프를 걸어주면 화를 내며 트집을 잡고, 짜증을 부렸다.

[길드] [미아 : 나 못하겠어요!]

[길드] [진시황 : 왜?]

[길드] [미아 : 율님 보조 너무 못하잖아요!!]

[길드] [진시황 : 나랑 할 땐 잘했는데?]

[길드] [녹스 : 잘하시던데요?]

[길드] [달빛소녀 : 저도 괜찮았는데...]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나 때도 잘하셨는데?]

[길드] [미아 : 잘하긴 뭘 잘해? 개판인데?]

[길드] [세츠나 : 스킬 배합도 곧 잘하고 상황판단도 좋던데 왜 그래?]

[길드] [미아 : 완전 발컨인데 무슨? 네가 가르쳐서 그런 거 아냐?]

[길드] [세츠나 : 지랄?]

[길드] [미아 : 이대로는 도저히 같이 못해요! 차라리 내가 가르치게 해줘요]

아네미아의 말에 일순 침묵이 일었다. 길드에 하나뿐일 보조 형 히든 클래스의 컨을 길드 최고의 발컨 하프에게 맡기라니? 언어도단이었다. 차라리 험한 말이 나오기 전에 아네미아를 파티에서 빼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한 무지개 요정이 총대를 메려던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이가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길드] [율 : 죄송해요..미아님 저 세츠님한테 배우고 싶어요...]

[미아님이 파티에서 탈퇴하였습니다.]

율의 한마디에 아네미아는 바로 파티를 탈퇴하고 귀환 스킬을 써서 마을로 가버렸다. 그녀의 행동에 율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스러워했지만, 남아 있는 이들에게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를 받았다.

[달빛소녀 : 율님 대밬ㅋㅋㅋ]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사이다넼ㅋㅋㅋ]

[진시황 : 총대를 빼앗긴 기분인데? ㅋㅋㅋ]

[율 : 미아님 화나신 것 같은데요;]

[녹스 :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요]

[나씨나길 : ...다들 너무한 거 아니야? 미아 컨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잖아]

[진시황 : 뭐 인마?]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편살 형은 렙이 높으니까 버프 대충 줘도 버티는 거지]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솔직히 미아누나 같이 사냥가면 버프랑 힐 안주기로 유명하잖아]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각팟 때문에 발컨으로 거듭난다고 해도 기본 버프랑 힐은 끝발나게 잘 주게 된다고 해주는 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진시황 : 네가 매일 미아 무봉만 뛰어준 탓에 애가 기본 버프도 안하는 극악발컨이 된 거 몰라?]

[나씨나길 : ...]

신랄한 무지개 요정의 말에 복세편살도 말을 잃었다. 그리고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모두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한참을 말이 없던 복세편살이 한 말은 무지개 요정의 울화통을 터트리고도 남았다.

[나씨나길 : ...저도 마을 갈게요...미아가 오래요]

[진시황 : 뭐?]

[나씨나길님이 파티에서 탈퇴하였습니다.]

결국, 아네미아를 따라 마을로 가버린 복세편살의 행동에 무지개 요정이 날뛰게 되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길드] [세츠나 : 율님 니지도 서모너니까 니지랑 마저 무빙하세요]

[길드] [소담 : 그래요~ 가요 율님~]

[길드] [율 : 네...]

[길드] [세츠나 : 율님 니지가 율님한테 섭스티튜션이라는 스킬 써줄 거예요 그거 받으면 소환수한테 버프 걸어줄 수 있어요 그럼 서모너 보단 소환수 쪽에 집중해서 보조해주세요]

[길드] [율 : 네? 소환수요?]

[길드] [소담 : 네 서모너는 소환수 쪽이 본캐라고 불리거든요...]

[길드] [율 : ...미아님이랑 할 때는 소환수 같은 거 없었는데;;]

[길드] [소담 : 헐?]

[길드] [진시황 : ?!]

[길드] [세츠나 : ;;;]

[길드] [녹스 : 뭘 하든 총체적 난국이네]

결국, 별 탈 없이 니지와의 무빙을 끝내고, 잠시 쉬자는 의견을 통일해 모두 필드의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진시황 : 누구누구 남은 거지?]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저여]

[츕스 : 저도]

[오라버 : 나두요]

무지개 요정의 물음에 KING Husband, 츄파, 도련이 차례로 대답을 했다.

[진시황 : 쉬다가 왕이부터 하자]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드디어 나의 광인함을 보여줄 차례네요]

[녹스 : 그러다 뒤짐]

[세츠나 : 그거 내꺼!!!]

[달빛소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담 : 소유권 주장 낭낭하고요ㅋㅋㅋㅋ]

[츕스 : 아낰ㅋㅋㅋㅋㅋ ㅋㅋㅋㅋ]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나 필드에 있는 몹 전부 몰아서 잡아보고 싶다]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오?]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해볼까? 파티원들도 다 쉬고 있는데?]

[오라버 : ㅉㅉ 적당히 해라 그러다 또 걸려서 채금 먹는다]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후후 도련님 지엠은 그렇게 한가하질 않답니다]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율님 저희 버프 좀요]

KING Husband의 말에 율이 서둘러 세 사람에게 버프를 돌렸다. 그리고 신나서 떠난 그들은 정말로 필드에 있는 몬스터들을 전부 몰 생각인지 한참을 필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참을 필드 중앙에 앉아 수다를 떨며 휴식을 취하던 그들은 조금씩 렉이 생긴다는 걸 느꼈다. 채팅이 한 박자 느리게 올라오거나, 순간순간 게임 자체가 멎는 듯 뚝뚝 끊겼다. 그리고 그게 왕광풍 세 사람이 몬스터를 몰고 중앙으로 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렉이 심해졌다. 캐릭터를 서게 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릴 지경이었다. 미니맵에 파티원 표시가 지근거리에 보이는데도, 렉 때문에 그들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ㅊㅊㅊㅊㅊㅊㅊㅊㅊ]

캐릭터는 보이지 않고, 렉만 무수한 아비규환 속에 광인한 남자의 채팅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순간, 중앙에 모여 있던 모든 격수들이 광역기를 시전했다. 렉에 렉을 더한 셈과 같았다. 한동안 끔찍한 렉을 표현이라도 하듯 화면이 멈춰 버렸고, 모두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천천히 렉이 풀리며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밀려났던 이펙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정신없는 화면 속에서 경험치가 치솟으며 일부 길드원들에게 동시에 렙업 이펙트가 떠올랐다.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모두 흥분하며 너도나도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소담 : 대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시황 : 얼마나 몬거야 대체?!]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진짜 필드에 있는 거 전부요 ㅋㅋㅋ]

[세츠나 : 미친놈들ㅋㅋㅋㅋㅋ]

[달빛소녀 : 완전 꾼이얔ㅋㅋ]

[녹스 : 보고 배웁시다ㅋㅋㅋㅋ]

[오라버 : 배우지맠ㅋㅋㅋㅋ]

[율 : 진짜 대단하세요]

[츕스 : 미쳤엌ㅋㅋㅋㅋㅋㅋㅋㅋ]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어때 나의 광인함이?ㅋㅋㅋㅋ]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컄ㅋ컄캬컄]

[GM 소하네 : 진짜 대박이네욬ㅋㅋㅋ]

[세츠나 : ?!]

[녹스 : ????]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

[진시황 : ?]

[율 : ??]

[달빛소녀 : ??;;]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

[소담 : ?]

[츕스 : ?!]

[오라버 : ???????]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

***

포인세티아 주막의 평상 위에 앉아 있는 레인보우 힐 길드원 10명의 머리 위에 빨간색 말풍선 이모티콘이 떠 있었다. 채팅과 사냥 모두 불가하게 하는 지엠들의 처벌인 채금이었다. 열 명 모두 3시간 채금을 당한 채 마을에 돌아왔다. 채금은 해당 캐릭터를 접속한 상태로 시간을 모두 채워야 풀리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로 들어와 있을 수도 없었다.

모두 암울한 상태로 제일 큰 평상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지만 짧았던 침묵도 잠시, 무지개 요정이 왕광풍 앞으로 가더니 주먹을 쥐어 보이는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그러자 왕광풍 세 사람이 동시에 놀라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며 땀을 흘리는 이모티콘까지 연속으로 사용했고, 그들의 행동에 편승해 모두 말없이 이모티콘만으로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대부분 왕광풍 세 사람을 질책하는 내용이었지만 말이다.

말없이 시끄러웠던 3시간이 지나고, 사냥과 채금을 합쳐 총 6시간 정도를 할애한 모두는 채금이 풀리자 각자 자신들의 할 일을 찾아 쉼터를 떠났다. 텅 빈 쉼터엔 노아와 율만이 남아있었다.

[노아 : 그나저나 이번 퀘스트도 두서없긴 마찬가지네요]

[율 : 그러게요]

[노아 : 지혜를 담을 뿔피리...]

[율 : 전에 더발 찾는 거는 지역을 이둔평야로 지정해줘서 그나마 수월했는데...]

[노아 : 그것도 율님이 더발을 한번 만났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느껴졌던 거죠...그거나 이거나 두서 없인 마찬가진데요 뭘]

[율 : 아...그런가요;]

[노아 : 매번 수확은 없었지만...이번에도 인벤에 다녀와 볼게요]

[율 : 네]

그리고 노아가 인벤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쉼터에 다른 길드원들이 돌아왔다.

[블㉣┥⊆✡КⅰП9 : 너 너무 민지한테만 붙어있는 거 아니냐?]

[눈감아♡김민지 : 좀 봐줘라 민지 우리 렙 까지는 키워놔야 같이 사냥을 하잖아]

[흑염룡 : 네가 쟤한테만 붙어있으니까 우리 사냥하기가 어렵잖아 프리가 빠지면 뭐가 되냐?]

[월광의 마녀∑민지♕ : 오빠들~ 민지 때문에 싸우지 말아요ㅠㅠ]

[눈감아♡김민지 : 괜찮아 쟈기야~]

[흑염룡 : 차라리 프리가 하나 더 있었으면...]

쉼터에 들어선 중2병 4인방이 평상 하나를 차지한 채,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중간에 대화가 끊기고, 짧은 침묵 끝에 블㉣┥⊆✡КⅰП9이 자리에서 일어나 율에게 다가왔다.

[블㉣┥⊆✡КⅰП9 : 어이]

[율 : 네?]

[블㉣┥⊆✡КⅰП9 : 혼자 쩔 받으니까 좋디?]

[율 : 아....]

[블㉣┥⊆✡КⅰП9 : 받았으면 베풀 줄도 알아야지?]

[율 : ??]

[블㉣┥⊆✡КⅰП9 : 마침 직업도 프리네? 무봉 좀 해라?]

블㉣┥⊆✡КⅰП9의 말에 눈감아♡김민지와 흑염룡이 다가왔다.

[눈감아♡김민지 : 그러게? 저번엔 헌터 아니었나?]

[흑염룡 : 뭐가 어찌됐던 간에 잘됐네]

[블㉣┥⊆✡КⅰП9 : 내일부터 우리 따라다니면서 무봉 해]

블러드 킹의 말에 난감해진 율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채팅조차 치지 못했다.

[블㉣┥⊆✡КⅰП9 : 대답 안 해?]

율에겐 ‘싫다.’ 한마디를 하는 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왕따를 당하던 때에 거부와 반항을 하면 더욱 심한 괴롭힘과 폭력이 되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싫은 일도, 무서운 일도 율에겐 반항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되어 있었다.

그 악몽에서 벗어난 지 수 개월. 율은 상대방의 얼굴도 모르는 게임 안에서조차 아직 ‘싫다.’라는 한마디를 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아니, 어렵다기보단 무서웠다. 게다가 이 세 사람은 저를 강압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더욱 거절의 말을 비추기가 어려웠다. 상흔만 남은 오른쪽 손목이 시큰하게 욱신거렸다.

[길드] [노아 : 길마님]

그때, 언제 돌아온 건지 노아가 갑자기 길드 말로 무지개 요정을 불렀다.

[길드] [무지개 요정 : 왱?]

[길드] [노아 : 율님하고는 존대하기로 한 거 길드원들한테 제대로 전달이 안됐나요?]

[길드] [무지개 요정 : 그럴 리가?]

[길드] [노아 : 여기 중2병 세 명이 율님한테 반말을 찍찍하는데요?]

[길드] [무지개 요정 : 뭐?]

[길드] [질풍 : 쟤들한테 전달 안 된 거예요?]

[길드] [광인한 남자 : 아닌데? 저번에 편살 형이랑 내가 전달했는데?]

[길드] [무지개 요정 : 뭐라고 반말을 하는데?]

[길드] [노아 : 율님 혼자 쩔 받았으니까 내일부터 지들 따라다니면서 무봉 하라네요]

[길드] [KING Husband : 미쳤나?]

[길드] [도련 : 율님이 왜 걔들한테 무봉을 해?]

[길드] [무지개 요정 : 쉼터야?]

[길드] [노아 : 네]

[길드] [무지개 요정 : 기다려 갈게]

[길드] [도련 : 나도 감]

길드원들과 노아의 대화를 지켜보던 중2병 3인방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블㉣┥⊆✡КⅰП9 : 노아님 왜 그러세요;;]

[흑염룡 : 오해하시는 거예요 저희는 저 율하고 반말하기로 했어요;]

[노아 : 몇 살인데?]

[흑염룡 : 네?]

[노아 : 서로 반말하기로 했다며? 율님이 몇 살이냐고]

[흑염룡 : 어...그건;;;]

[노아 : 율님이 말 해봐요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지 말고 쟤들하고 반말하기로 했어요?]

[율 : 아니요..]

[노아 : 아니라는데?]

[눈감아♡김민지 : 아니에요 저번에!!]

[노아 : 시끄럽고]

[눈감아♡김민지 : ;;;]

[블㉣┥⊆✡КⅰП9 : ....]

잠시 후, 무지개 요정과 도련만 올 줄 알았던 쉼터엔 온갖 길드원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중2병 3인방을 둘러싸고 공방이 펼쳐졌다.

[광인한 남자 : 너희 저번에 나랑 편살 형이 율님한테는 존대하기로 했다고 너희도 존대하라고 했었잖아?]

[눈감아♡김민지 : ;;;]

[광인한 남자 : 그때는 알겠다고 했으면서 뒤에선 이게 무슨 짓이야?]

[흑염룡 : 솔직히 왜 저 사람한테 존대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세츠나 : 모르겠으면 반말해도 되는 거야?]

[흑염룡 : ...]

[질풍 : 율님 나이도 모르는 상황에 반말을 왜 하는데? 율님이 너희보다 나이가 많으시면 어쩌려고?]

[블㉣┥⊆✡КⅰП9 : 그럼 나이를 밝히면 되는 거잖아요?]

[KING Husband : 율님 나름의 사정이 있다잖아 길마님도 터치안하는 부분을 왜 너네가 난리야?]

[광인한 남자 : 그렇다고 율님이 우리한테 반말해? 율님도 우리한테 존대 써주시고 보나마나 너희한테도 존대 쓰셨을 텐데 왜 너희는 일방적으로 반말을 하려고 들어?]

[블㉣┥⊆✡КⅰП9 : ...]

[무지개 요정 : 아니 그런 것보다]

[질풍 : 네?]

[무지개 요정 : 율이가 쩔을 받은 걸로 왜 너희한테 무봉을 해줘야 하는 건지부터 설명해봐]

[블㉣┥⊆✡КⅰП9 : 그야...혼자 쩔 받았으니까.. 저희 좀 도와줘도 되는 거잖아요]

[무지개 요정 : 너희는 쩔 안 받았어?]

[흑염룡 : 저희는 하다 말았잖아요...]

[무지개 요정 : 율이도 우리 채금 먹어서 하다 말고 왔어]

[블㉣┥⊆✡КⅰП9 : ...]

[무지개 요정 : 대체 너희는 뭐가 불만이고 뭐가 문제야?]

[눈감아♡김민지 : 솔직히!!]

[눈감아♡김민지 : 저 사람하고 저희하고 차별하시잖아요!!]

[무지개 요정 : 뭐?]

[도련 : 뭔 소리야?]

[눈감아♡김민지 : 어제 단델리온? 가는 것도 우루루가서 도와주시고!!]

[광인한 남자 : 도와달라고 하니까 간 건데? 그리고 우루루 안 갔어]

[눈감아♡김민지 : 오늘 쩔 한 것도 저희도 끼고 싶었는데 저 사람만 해주고!!]

[도련 : 율님 쩔팟이니까]

[눈감아♡김민지 : 파티하는 도중에 세츠님은 계속 저 사람 가르쳐주시고!!]

[세츠나 : 율님이 가르쳐 달라고 한 건데?]

[눈감아♡김민지 : 저도 프린데 저는 안 가르쳐 주셨잖아요!!]

[세츠나 : 가르쳐 달라고 하지 그랬어?]

[눈감아♡김민지 : ...]

[무지개 요정 : 됐고 너희 율이한테 사과하고 앞으론 존대해]

[블㉣┥⊆✡КⅰП9 : ...]

[흑염룡 : ;;;너무하세요]

[눈감아♡김민지 : 진짜 저희한테만...]

[무지개 요정 : 사과해 두 번 말 안 해]

[노아 : 사과한다고 관계가 더 좋아질 것 같진 않은데요]

[무지개 요정 : ?]

[노아 : 그리고 쟤들이 사과한다고 율님이 꼭 받아줘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율님은 일방적으로 무시를 당한 건데?]

[노아 : 율님한테 사과하고 존대하는 걸로 끝내시지 말고 강경책을 내놓으시는 게 더 낫지 않아요?]

[무지개 요정 : 강경책?]

[노아 : 네 향후 쟤들하고 율님 사이에 어떤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면 그땐 쟤들이나 율님 둘 중 하나는 길드를 나가는 거로요]

경악할 만한 노아의 제안을 무지개 요정은 너무나 쿨하고, 너무나 손쉽게 받아들였다. 그 후, 황당함에 항의하며 아우성치는 길드원들을 내버려 둔 채 다시 사냥을 떠나버린 무지개 요정을 따라 노아도 율을 데리고 퀘스트를 하러 떠났다. 결국, 남겨진 이들만 오갈 데 없는 황당함으로 쉼터에 멍하니 자리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쉼터에 돌아온 아네미아와 복세편살이 의기소침해져 있는 중2병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질풍 : 이게 대체 뭔 일이래..]

[광인한 남자 : 율님은 완전 날벼락 맞은 거 아냐...]

[세츠나 : 노아오빠는 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도련 : 노아 율님도 싫어했나?]

[질풍 : 그건 아니지 않아요?]

[KING Husband : 내 생각엔 별로 심각할 거 없을 것 같은데?]

[도련 : ??]

[KING Husband : 일부러 한데 묶은 것 같은 느낌인데..]

[질풍 : 뭔 소리래?]

[광인한 남자 : 알아듣게 좀]

[KING Husband : 율님이야 사고 칠 일도 없을 테고 분란을 만들 일도 없잖아?]

[KING Husband : 결국 뭘 하던 사고 치는 건 저 중2병 트리오일 거 아냐]

[KING Husband : 언제가 됐든 사고 칠 게 확실한 트리오랑 율님을 일부러 엮어서, 오히려 보호한 게 아닌가 싶은데?]

[질풍 : ????]

[KING Husband : 그러니까~ 쟤들은 이제 율님하고 엮여서 좋을 거 하나도 없게 된 거잖아. 설마 손해 보면서까지 율님 건드리려고 하겠어?]

[KING Husband : 율님하고 엮여서 사고를 치면 지들하고 율님 둘 중에 하나는 길드를 나가야 하니까, 아예 엮이려 들질 않을걸.]

[세츠나 : 그럼 쟤들이 무슨 사고를 치든 율님이 엮일 가능성은 없어진 거?]

[광인한 남자 : 그러면 뭔가 사고를 쳐도 율님하곤 연관이 없으니까....]

[KING Husband : 그거 꼬투리 잡아서 저 중2병들만 쫓아낼 수도 있다는 거지]

[도련 : 결국 율님을 쫓아내겠다는 말은 훼이크네]

[KING Husband : 율님을 보호하면서 덫도 놓은 거지]

[노아 : 혹시 오해할까 봐 말해두는 건데, 율님이 길드를 나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율 : 네?;]

[노아 : 우선 율님이 저놈들하고 엮이지 않게 손을 써둔 거뿐이니까]

[율 : ??]

[노아 : 길마님도 쉽게 허락한 거 보면 대충 진의는 파악하신 것 같고..]

[율 :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노아 : 그냥 그렇다는 것만 알아둬요]

[율 : 네? 네...]

[노아 : 그나저나 인벤에도 뿔피리에 관한 건 없었어요]

[율 : 아;]

[노아 : 율님은 뭐 짚이는 거 없나요?]

[율 : 음...]

[SYSTEM] [헤임달이 걀라르호른을 불어 미드가르드 전역에 알립니다.]

[SYSTEM] [아스가르드로 통하는 문이 열립니다.]

[SYSTEM] [판크라티움에 비프로스트가 연결됩니다.]

그때, 화면 중앙에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아스가르드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 아스가르드로 통하는 비프로스트가 판크라티움 마을에 연결된다는 알림이었다. 아스가르드는 100레벨 이상의 유저들만 갈 수 있는 곳으로 비프로스트로는 갈 수 없는 지역 중에 하나다. 그래서 보통은 연결된 필드를 걸어 진입해야만 하는데, 하루에 한 번 아스가르드로 통하는 비프로스트가 랜덤한 시간, 랜덤한 마을에 연결된다.

[길드] [무지개 요정 : 숏컷이다]

[길드] [무지개 요정 : 아스가르드 갈사람?]

[길드] [광인한 남자 : 모시겠스빈다]

[길드] [질풍 : 개처럼 부려주세요]

[길드] [KING Husband : 이키마스!!!]

[길드] [무지개 요정 : 프리는 없냐!!! 미아, 세츠!!]

[길드] [아네미아 : 안가요]

[길드] [세츠나 : 콜]

[길드] [질풍 : 노아형은 안가?]

[길드] [노아 : 율님이랑 퀘스트]

[길드] [질풍 : 아...]

[길드] [무지개 요정 : 이번 퀘스트는 뭐래?]

[길드] [노아 : 지혜를 담을 뿔피리요]

[길드] [무지개 요정 : 그게 다야? 두서없이?]

[길드] [노아 : 네 뭘 어쩌라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길드] [무지개 요정 : 허허....]

[길드] [무지개 요정 : 아무튼 노아는 못 오는 거지? 우리끼리 간다?]

[길드] [노아 : 네 다녀오세요]

파티를 짜서 판크라티움에 모인 무지개 요정들은 비프로스트를 이용해 아스가르드로 이동했다. 워프를 빠져나오며 인근의 마을로 향하려는데, 비프로스트 위에 서 있는 헤임달 엔피씨가 보였다. 평소에 헤임달은 히민뵤르그라는 성안에 갇혀서 계약자의 소환에만 응할 수 있지만, 숏컷이 연결될 때 간혹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질풍 : 어?]

[무지개 요정 : 왜?]

[질풍 : 그동안 신경을 안 써서 몰랐는데...]

[무지개 요정 : ?]

[질풍 : 헤임달 손에 들린 거...뿔피리 아니에요?]

[길드] [노아 : 걀라르호른이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응 헤임달이 가지고 있는 걀라르호른 그것도 뿔피리 아냐?]

[길드] [노아 : 어...?!]

[길드] [무지개 요정 : 헤임달 만나서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지 않아?]

[길드] [노아 : 만나려고 해도 히민뵤르그에는 계약자 말고는 못 들어가잖아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아스가르드에 비프로스트 연결할 때 간혹 나타나긴 하잖아]

[길드] [노아 : 혹시 지금 있어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좀 전에 사라졌어]

[길드] [노아 : 아...]

[길드] [무지개 요정 : 하루에 한 번씩 연결되니까 그때마다 와서 확인해 봐봐]

[길드] [노아 : 그전에 율님부터 빨리 렙업 시켜야겠네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아 기네]

***

중2병들을 데리고 주막을 빠져나온 아네미아와 복세편살은 마을 변방 호숫가에 있는 정자로 향했다.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온 중2병들은 두 사람이 정자 위에 자리를 잡고 앉자, 저들도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네미아 : 너희 괜찮니?]

그리고 아네미아의 말을 시작으로 밀물 밀려오듯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흑염룡 : 길드원들 전부 너무한 것 같아요]

[눈감아♡김민지 :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블㉣┥⊆✡КⅰП9 : 하나같이 그 율이란 사람만 싸고돌고]

[아네미아 : 내가 봐도 너흰 잘못한 거 없어]

[흑염룡 : 그쵸 누나?]

[아네미아 : 그런데 솔직히 너희랑 율님 들어오고 나서 분위기 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게 있는 것 같긴 해]

[복세편살 : ...]

[아네미아 : 하나같이 율님한테 붙어서는...]

[블㉣┥⊆✡КⅰП9 : 히든 클래스 대단한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 율이란 사람이 대단한건 아니잖아요]

[눈감아♡김민지 : 가만 보면 그 사람 엄청 떠받들어 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네미아 : 내가 볼 때도 너희랑 율님 차별...하는 것 같아]

[흑염룡 : 그쵸!!!누나?!]

[아네미아 : 게다가 율님한텐 기본적으로 노아 오빠가 붙으니까]

[눈감아♡김민지 : 저희 정말 서러워서 길드생활 못하겠어요...]

[아네미아 : 율님 때문에 나까지 무시당했잖아]

[복세편살 : 미아야;;]

[아네미아 : 솔직히 세츠랑 나랑 컨이 뭐가 다른데?]

[복세편살 : 다를 거 없지...]

[아네미아 : 나도 무시당한 입장이지만 너희가 계속 찬밥신세 되는 게 안타깝더라]

[흑염룡 : 누님....]

[눈감아♡김민지 : ㅠㅠㅠ]

[아네미아 :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는데 누구는 히든 클래스라고 떠받들어 주고... 누구는 무시당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해]

[블㉣┥⊆✡КⅰП9 : 저희 생각해주는 건 누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네미아 : 그러니까 이제부터 우리가 너희 뒤를 봐줄게]

***

[노아 : 율님 당분간 왕광풍이가 율님 렙업 도와주기로 했어요]

[율 : 네?]

[노아 : 난 우선 장비를 바꿔야 해서 당분간 글록시니아에만 있을 거예요]

[율 : 아;]

[노아 : 장비 다 바꾸면 나도 부캐로 가서 합류할 거니까 쟤들이랑 사냥 다니면서 컨도 좀 더 익히고 그러세요]

[율 : 네]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율님!!!!!]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아이고!!! 왕이형 때문에 율님 죽었다!!]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ㅠㅠㅠㅠㅠ미안합니다ㅠ]

[길드] [율 : 괜찮아요;]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아니죠! 아니에요! 거기선 왕이형을 핍박하셔야죠!!]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세츠누나처럼!]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그렇지!]

[길드] [세츠나 : ?]

[길드] [노아 : 율님 죽이지 마라]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나도 죽었는데;ㅁ;]

왕광풍과 율은 리코리스 마을의 해저 신전에 와 있었다. 해저 신전은 총 5층으로 이루어진 던전으로 막 층인 5층이 율의 레벨에 적합한 사냥터였다.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네가 감당 못 할 정도로 몰다가 율님까지 말려들어서 죽은 거잖아]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크흡...]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나 세계수 잎 있으니까 살릴게]

세계수의 나뭇잎이라고 불리는 일회용 부활 아이템을 꺼내든 질풍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KING Husband에게 사용을 해버렸다. 이펙트 없이 벌떡 일어난 KING Husband는 황당함에 말문이 막혔지만, 곧 강하게 풍을 일갈하기 시작했다.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아 미친!!!왜 날 살려?!]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율님을 살렸어야지....]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헐;]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빨리 율님 살려...]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없는데;;; 세계수 잎;]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아나...]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미친...]

[길드] [율 : 제가 부활해서 다시 올게요;]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아니에요!!! 야 풍!!!네가 다녀와 가서 세계수 잎도 더 챙겨오고]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하! 내가 가라면 안갈 줄 알지?]

질풍은 채팅과 동시에 백 슬라이딩을 써 가며 멀어져 갔다. 쭉쭉 뒷걸음쳐 빠르게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 KING Husband와 광인한 남자는 한심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저거 왜 걸어가냐]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귀환은 폼이냐]

[길드] [율 : ;;;]

질풍이 마을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던전의 입구에 길드원 표시가 나타났다. 그들은 당연히 질풍이 돌아왔는지 알았으나, 입구에 나타나는 길드원 표시는 한 명이 아니었다.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해저신전에 누구야??]

[길드] [아네미아 : ??]

[길드] [아네미아 : 너희도 해저신전이야?]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누나가 여길 왜 왔데? 누나 렙도 아니잖아]

[길드] [아네미아 : 아 내가 아니고 킹이들 키워주려고]

[길드] [블㉣┥⊆✡КⅰП9 : 누님 쵝오]

[길드] [흑염룡 : 누님의 발닦개를 시켜주십쇼]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헐...]

[길드] [복세편살 : 너희는 미아랑 중앙에 가있어 내가 몰아서 중앙으로 갈게]

[길드] [블㉣┥⊆✡КⅰП9 : 넵]

[길드] [흑염룡 : 네~]

[길드] [눈감아♡김민지 : 네]

[길드] [월광의 마녀∑민지♕ : 넹~]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여기서 몹몰이하게?!]

[길드] [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광 : 편살 형이 여기서 몹몰이하면 우린 뭐 잡으라고?]

[길드] [아네미아 : 너희도 몰아]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아니 렙이 다르잖아!! 90~100 사냥터에서 200렙 가까운 사람이 몹을 몰고 다니겠다는데!!]

[길드] [아네미아 : 그럼 너네가 다른데 가면 되잖아 ㅡㅡ]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깡패야?!]

[길드] [무지개 요정 : 이왕이면 미아네가 다른 데 가던지 몹 몰이는 하지 말던가 해라]

[길드] [아네미아 : 왜요?!]

[길드] [무지개 요정 : 거기 끽해야 100레벨 사냥터인데 200렙 가까운 편살이까지 데려가서 몹몰이 한다는 게 말이 되니?]

[길드] [무지개 요정 : 거기다 지금 거기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길드원들이 사냥하고 있잖아]

[길드] [아네미아 : 그러니까 쟤들더러 다른 데 가라고 하면 되잖아요?]

[길드] [무지개 요정 : ...]

정말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때, 가만히 있던 노아의 채팅이 올라왔다.

[길드] [노아 : 세츠랑 니지 한가해?]

[길드] [세츠나 : ?]

[길드] [니지 : ?]

[길드] [노아 : 한가하면 저기 가서 율님네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길드] [노아 : 그리고 광이도 몽크 말고 본캐로 가서 몰아]

[길드] [아네미아 : ???]

[길드] [무지개 요정 : 노아 너까지 뭐 하는 거야?!]

[길드] [노아 : 왜요? 미아님이 지금 개싸움 하자는 거 아니었어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아무리 그래도 너까지 죽자고 달려들면 어쩌냐...]

[길드] [노아 : 상대방이 말이 안 통하는데 말로 대응할 필요 없잖아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아니 아무리 그래도 세츠랑 니지보고 가라니... 저기 초토화 시킬 일 있어...]

[길드] [노아 : 미아님네가 레벨로 갑질하려고 드니까요 그리고 율님 렙업에 방해가 되니까 빨리 치워버리는 게 좋겠다 싶은데요]

[길드] [아네미아 : 치워버린다니 노아오빠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길드] [노아 : 짐짝은 치워야 하는 게 맞잖아요?]

[길드] [복세편살 : 노아 말이 너무 심하다]

[길드] [노아 : 그래요?]

[길드] [무지개 요정 : 그만 들 못해?]

[길드] [니지 : 맞아여 싸우지들 말구 공평하게 하죠 공평하게]

[길드] [무지개 요정 : ?]

[길드] [니지 : 나랑 언니랑 가서 율님네 도와주면 되는 거잖아요?]

[길드] [아네미아 : 너희가 쓸데없이 여길 왜 와?!]

[길드] [세츠나 : 너도 쓸데없이 거기 가 있네]

[길드] [아네미아 : 난 킹이네 쩔해주러 와 있는 거잖아!!]

[길드] [세츠나 : 우리도 율님네 쩔해주러 가겠다는데 왜?]

[길드] [아네미아 : 너 나랑 싸우자는 거야?]

[길드] [세츠나 : 대뜸?]

[길드] [츄파 : 싸울 거예요? 그럼 나도 갈랰ㅋㅋ]

[길드] [달빛 : 나도 데려갘ㅋㅋㅋㅋ!!]

[길드] [아네미아 : ...]

[길드] [세츠나 : 나랑 니지 갈 테니까 왕이랑 광이 본캐로 와 율님이랑 균 맺는 격수는 풍이만 남겨]

[길드] [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왕 : 길드 최고의 몰이꾼들 등판이요!!ㅋㅋㅋㅋㅋ]

잠시 후, 해저 신전 5층에 도착한 세츠나와 니지는 맵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아네미아의 파티 바로 옆에 본진을 잡고, 율 일행을 불렀다. 지척에 자리를 잡는 세츠나의 행태에 아네미아의 파티에서 항의를 해봤지만, 깔끔하게 무시당했다.

[세츠나 : 본진에 남는 건 풍이랑 왕이 율님이에요]

[세츠나 : 두 사람 보조는 율님이 전적으로 맡아요 광이는 독자적으로 몹 몰아오고 난 니지랑 같이 다닐 테니까]

[니지 : 와 몹 몰이할 때 언니가 따라붙는 거 진짜 오랜만인데 ㅋㅋㅋ]

[세츠나 : 본진에 남는 세 사람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본진에 몹 몰리지 않게 조절하고 엠오링 안 나게 엠관리도 잘 해줘요]

[율 : 네]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응!]

[KING Husband : 오케]

[세츠나 : ㄱ]

세츠나의 신호에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니지와 광인한 남자가 몬스터를 몰아오면 본진에서 대기 중인 KING Husband가 경험치를 부풀려 주는 리그르의 노래를 연주했고, 질풍은 수월하게 몰아온 몬스터들을 잡았다.

그러는 중간중간 세츠나는 니지와 몰이를 나가지 않고, 본진에 남아 아네미아의 파티를 살펴봤다. 의아함에 뭘 보는 거냐고 물어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대답만 하곤 다시 니지와 몬스터를 몰러 나가기 때문에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게 쩔을 시작한 지 30분쯤 되었을까. 세츠나와 함께 몬스터를 몰아 본진으로 돌아오던 니지는 황당한 요구를 듣게 됐다.

[세츠나 : 그거 미아네 파티로 붙여]

[니지 : ????]

몬스터를 몰고 있어서 긴 채팅을 할 수 없는 니지가 가까스로 물음표를 남발하며 되물었지만, 세츠나의 대답은 같았다.

[세츠나 : 우선 붙여]

번복 없이 밀어붙이는 세츠나의 말에 니지는 당황스러웠지만, 우선은 시키는 대로 본진에 도착한 후, 몰고 있던 몬스터를 모조리 아네미아의 본진에 투척했다. 아네미아의 본진은 이미 복세편살이 몰아온 몬스터로 아비규환이었는데, 예고도 없이 투척된 니지의 몬스터들까지 더해져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처음엔 프리인 눈감아♡김민지가 죽었다. 그다음엔 격수들이 차례로 죽었고, 자신이 데려와 놓고 복세편살에게 몬스터 몰이를 시켜놓은 후, 여왕처럼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던 아네미아도 죽었다. 그리고 힐러 없이 몬스터들의 맹공을 견뎌내던 복세편살이 더는 견디기 힘든지 순간이동 아이템인 비프로스트 조각을 사용해 맵의 다른 장소로 텔레포트를 해버렸다.

[세츠나 : 저거 다 가져와]

그리고 우글우글하게 남은 몬스터들은 세츠나의 지시로 니지가 몽땅 몰고 자신들의 본진으로 향했다. 실로 엄청난 양들의 몬스터였다. 본진에 남아 있던 세 사람이 놀라며 조금 아슬아슬하게 모든 몬스터들을 처리하자, 뒤늦게 달려온 아네미아 일행의 원성이 시작됐다.

[길드] [아네미아 : 너희 미쳤어?!!]

[길드] [아네미아 : 뭐하는 짓이야 대체!!!!]

[길드] [세츠나 : 뭐가?]

[길드] [아네미아 : 뭐가????????]

[길드] [복세편살 : 우리 파티 전멸시켜놓고 뭐가 란 말이 나와?]

[길드] [무지개 요정 : 뭐야?! 또 뭔데?!!]

[길드] [노아 : 무슨 일이야?]

[길드] [아네미아 : 세츠랑 니지가 몹 몰아와서 우리 파티 전멸시켰단 말이에요!]

[길드] [노아 : ???]

[길드] [복세편살 : 매너없게 대뜸 무슨 짓이야 대체]

[길드] [세츠나 : 편살 오빠가 매너 찾을 줄은 몰랐네]

[길드] [복세편살 : 뭐?]

[길드] [세츠나 : 오빠도 똑같이 해 아니면 다른 데 가든가ㅡㅡ]

[길드] [노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광인한 남자 :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KING Husband : 대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니지 : 언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최고다 진짴ㅋㅋㅋ]

[길드] [복세편살 : 그럼 다른 데 가라고 하든가 왜 몹을 몰아와서 우리 파티를 전멸시켜]

[길드] [니지 : 잡지 그랬엌ㅋㅋ 누가 죽으라 그랬낰ㅋ]

[길드] [세츠나 : 렙도 제일 높은 사람이 그것 좀 몰아와서 붙였다고 죽는 해골을 하고 그래]

[길드] [아네미아 : 오빠도 똑같이 해 !!! 똑같이 해줘!!!]

한껏 난동을 부리고 돌아가는 아네미아와 복세편살의 뒷모습을 보며 니지가 세츠나에게 다가왔다.

[니지 : 언닠ㅋㅋㅋ 저 파티 전멸할 건 어떻게 알았어?]

[세츠나 : 미아가 힐 안 해주잖아 김민지가 혼자 백날 힐 넣어도 편살오빠 피통 다 못 채워 힐 밀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세츠나 : 보면 편살 오빠는 미아랑 다닐 때 포션 들고 다니거든]

[세츠나 : 중간중간 확인했는데 힐 밀릴 때마다 포션 먹더라고]

[세츠나 : 그런데 아까 포션 안 먹고 아슬아슬하게 버티더라? 그때 알았지 포션 오링난거]

[세츠나 : 그럼 보나마나 밀리는 힐 받으면서 버틸 만큼만 몰아 올 거란 말이짘]

[니지 : 그래서 중간중간 본진에 남은 거구나? 그거 확인하려고?]

[세츠나 : 응 근데 우리가 몰아온 몹 갖다 붙여도 편살 오빠가 다 잡아버리면 망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뎈ㅋ 튀어줘서 다행이지]

[니지 : 그럼 지금부터 계속 미아언니네 파티에 갖다 붙여?]

[세츠나 : 아니 매번 통하진 않을걸]

[세츠나 : 그리고 아마 이번엔 왕창 몰아서 우리한테 갖다 붙일 거야]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그럼 우린 땡큐지ㅋㅋㅋ]

[세츠나 : ㅋㅋㅋㅋㅋ 풍이는 계속 하이딩 하고 있어 다행히 악마 형 몹은 없어서 하이딩 풀릴 일은 없으니까]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ㅇㅇ!]

[세츠나 : 그리고 광이랑 니지랑 나도 여기서 대기]

질풍이 하이딩을 하고, 세츠나는 율의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전, 후로 광인한 남자와 니지가 버티고 섰다.

[세츠나 : 편살오빠가 몹 몰아오면 우선 나는 율님이랑 내 주변에 생츄어리 칠 거야]

생츄어리는 젬스톤을 소모하는 스킬로, 시전자의 주변에 성역을 만들어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니지 : 엉??]

[세츠나 : 미아네가 몹 몰아오면 보나마나 프리부터 죽이려고 들 거야 나랑 율님이 생츄어리 안에서 대기할 동안 광이랑 니가 몹들 어그로 전부 가져가야 해]

[광인한 남자 : ㅇㅇ]

[니지 : ㅇㅋ]

율 일행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미니맵에서 복세편살로 보이는 길드원 표시 하나가 맵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중앙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세츠나는 서둘러 율과 자신 주위에 생츄어리를 쳤고, 광인한 남자와 니지가 복세편살이 오고 있는 방향으로 조금 더 나가서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도착한 복세편살은 율 일행에게 몬스터를 투척했다. 아비규환이 시작되자, 근처에 있던 아네미아의 파티원들이 구경한답시고 몰려들었다. 하지만 생츄어리 안에 있어서 공격을 전혀 받지 않는 세츠나와 율을 대신해 광인한 남자와 니지가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몽땅 끌어갔고, 그와 동시에 세츠나가 생츄어리를 풀자 KING Husband가 힌들라의 시를 연주했다.

힌들라의 시는 스킬의 후 딜레이를 없애주는 스킬로 민스트럴의 대표 스킬 중의 하나였다. 그때부턴 일사천리였다. 안정적으로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어가 몸을 서주는 로드나이트 두 명에게 힌들라의 시를 받은 세츠나와 율이 밀리지 않게 힐을 넣었고, 질풍은 하이딩을 한 상태로 스톰 블로우라는 스플레쉬 효과가 있는 공격을 남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KING Husband의 리그르의 노래로 경험치가 추가된 몬스터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율의 롭이어가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전리품들을 주워 먹는 사이, 율 일행은 망연자실해 있는 아네미아 일행이 들으라는 듯 잡담을 시작했다.

[KING Husband : 우리 팀웤 죽이는 듯]

[세츠나 : 힌들라의 시 죽여줬다]

[니지 : 계속 몰아다 줬음 좋겠네 ㅋㅋㅋㅋㅋ]

[광인한 남자 : 개꿀ㅋㅋㅋㅋㅋㅋ]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역시 프리는 컨이짘ㅋㅋㅋ]

[율 : ;;;]

웃고 떠드는 사이, 근처에 리젠된 몬스터 한 마리가 율에게 다가와 율을 툭툭 쳤다. 그리고 질풍이 그 몬스터를 잡자마자 율에게 레벨 업 이펙트가 떠올랐다.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왘ㅋㅋㅋㅋㅊㅋ해요 율님ㅋㅋㅋ]

[광인한 남자 : 타이밍 시벌ㅋㅋㅋㅋㅋ]

[니지 : 편살 오빠한테도 감사하다고 합시다 우리 ㅋㅋㅋㅋ]

[길드] [KING Husband : 율님 95렙 달성ㅋㅋㅋㅋ 일등공신 편살 형님 감사드립니다~!]

[길드] [세츠나 : 미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노아 : 뭔 일이 있었던 거야? ㅋㅋㅋㅋ]

[길드] [아네미아 : 너네 정말 답도 없다ㅡㅡ]

[길드] [니지 : ?!]

[길드] [아네미아 : 좋니?]

[길드] [광인한 남자 : 응~ 존좋!]

[길드] [아네미아 : 진짜 개 매너 쩌네]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자기들은 다 죽었는데 우린 다 잡아서 배 아픈가?ㅋㅋㅋㅋ]

[길드] [KING Husband : 능력이 좋아도 탈이지 한번쯤은 누워줄걸 그랬나봐?]

[길드] [광인한 남자 : 이게 바로 격이라는 거지]

[길드] [아네미아 : 좀 닥치지?]

[길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뉘예 뉘예 알게쯉니다아-]

[길드] [니지 : 미칰ㅋㅋㅋㅋㅋ 개 얄미웤ㅋㅋㅋㅋ]

짧은 언쟁 끝에 아네미아 일행은 씩씩거리며 자신들의 본진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한동안은 조용히, 서로 분쟁 없이 자신들의 파티에 전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짧은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광인한 남자가 몬스터를 몰고 본진으로 돌아와 질풍이 잡으려는 순간, 우르르 몰려온 중2병들이 광역기를 마구 난사해 스틸을 한 것이었다.

몬스터들을 남김없이 스틸하고, 전리품까지 약탈해서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유유자적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율 일행은 황당하기만 했다. 그리고 곧이어 몬스터를 몰고 들어오는 복세편살을 보고, KING Husband가 아네미아의 본진으로 쳐들어가 그들이 서 있는 바닥에 그림니르의 비가를 깔았다. 그 뒤를 질풍이 하이딩을 한 채로 질주를 해 스톰 블로우를 마구 날려댔다.

그림니르의 비가는 시전자 주위의 바닥에 흰색 문양의 빛나는 장판을 까는데, 그 장판 위에서는 아군이고 적군이고 모두 스킬 사용을 불가하게 만든다. 결국, 그림니르의 비가를 밟고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아네미아의 파티원들은 장판 밖에서 날아오는 질풍의 스킬이 모든 몬스터를 다 잡아버릴 때까지 샌드백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들이 모두 정리되자 질풍과 KING Husband는 율을 불러 그의 롭이어가 전리품을 모두 주워 먹게 하고 난 후, 본진으로 되돌아 왔다. 이후, 율 일행은 복세편살이 몬스터를 몰아오는 족족 우르르 몰려가 몬스터를 스틸 했고, 아네미아 일행은 광인한 남자가 몬스터를 몰아오는 족족 우르르 몰려와 몬스터를 스틸 했다.

하지만 KING Husband의 서포트 때문에 아네미아의 파티는 스틸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광역기를 쓰는 격수들이기 때문에 한자리에 서서 캐스팅을 해야 하는데, KING Husband가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 그림니르의 비가를 깔아서 스킬을 캔슬 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네미아 : 너희 그만 못해?!!!]

[KING Husband : 와.. 시작한 게 누군데]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그러게]

[복세편살 : 정말 화나려고 하니까 이제 그만해]

[광인한 남자 : 나도 화가 나는데?]

[광인한 남자 : 아까부터 내가 몰아오는 것만 계속 스틸 하는 것 같은데]

[KING Husband : 니지꺼 뺏기가 무서운가 봄ㅋㅋ ]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거기다 세츠누나까지 붙어있으니까 ㅋㅋㅋ]

[광인한 남자 : 결국 내가 제일 만만하다는 거지]

[KING Husband : 아니면 세츠누나 눈치 보거나? ㅋㅋ]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ㅋㅋㅋㅋㅋㅋㅋ]

[아네미아 : 헛소리하지마]

왕광풍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아네미아는 차갑게 쏘아붙인 후 자신의 본진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 뒤를 복세편살이 빠르게 따라갔다. 씩씩거리며 본진으로 되돌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광인한 남자는 율에게 버프를 받고, 다시 한번 몬스터를 몰러 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복세편살도 본진을 떠나는 게 보였다.

그 사이, 니지와 세츠나가 몬스터를 몰고 돌아왔는데, 중2병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스틸을 하기 시작했다. 대놓고 쫓아와서 광역기를 날려대는 중2병들의 모습에 몸을 서던 니지의 캐릭터 위로 짜증을 내는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니지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몰아온 몬스터들을 끌고, 중2병들 근처로 향했다. 그리고 광역기를 시전 중이라 움직일 수 없는 그들의 곁에서 비프로스트 조각을 이용해 날라버렸다. 어글자를 잃은 몬스터들은 자동으로 중2병들에게 달라붙었다.

앗, 하는 사이, 중2병들이 전부 죽고, 또다시 어글자를 잃은 몬스터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며 율 일행에게 몰려오자, 세츠나는 율과 KING Husband의 근처로 가서 생츄어리를 깔았다.

결국, 타깃을 잃은 몬스터들은 아네미아에게 몰려들었고, 당황한 아네미아가 어쩔 수 없이 몸을 서는 사이, 홀로 하이딩을 하고 몸을 사리던 질풍이 스톰 블로우를 날리며 몬스터들을 전부 잡아 버렸다.

[블㉣┥⊆✡КⅰП9 : ...]

[흑염룡 : ...]

[눈감아♡김민지 : ...]

[월광의 마녀∑민지♕ : ...]

바닥에 누워 망연자실하게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중2병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땀을 흘리는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것뿐이었다.

[세츠나 : 뭐 하냐 너희?]

그리고 깔끔하게 정리된 상황에 세츠나와 어느새 돌아온 니지가 아네미아 일행에게 다가왔다. 아네미아 일행 앞에 버티고 선 세츠나와 니지 뒤로, 율의 롭이어가 바닥에 떨어진 전리품들을 주워 먹고 있었다.

[니지 : 이젠 하다하다 스틸까지 하셔?]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누나들 없는 사이에 여러 번 스틸했어]

[니지 : 진짜?]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응 치사하게 광이 형이 몰아온 것만 스틸하더라]

[KING Husband : 그래서 좀 긁었더니 누나랑 니지한테 까지 덤벼든 거야]

[세츠나 : 가지가지 한다 진짜....]

[아네미아 : ...]

[세츠나 : 죽은 애들이나 살리지 그러냐?]

세츠나의 말에 아네미아는 말없이 바닥에 누워 땀을 흘리고 있는 중2병들을 살렸다. 아네미아에 의해 부활한 김민지가 파티원들에게 버프를 돌리는 사이, 몹을 몰러 나갔던 광인한 남자와 복세편살이 동시에 돌아오고 있었다.

거리를 두고 나란히 본진으로 돌아오던 중 광인한 남자가 갑자기 진로를 바꿔 복세편살의 앞에 끼어들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얽히며 몰아온 몬스터까지 한데 뭉쳤다. 다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서서 지켜보기만 하는 와중에 질풍과 율, KING Husband가 순식간에 달려 광인한 남자와 복세편살에게 향했다.

광인한 남자에게 도착한 즉시, KING Husband가 힌들라의 시 연주를 시작했다. 버프를 받은 율이 빠르게 광인한 남자에게 힐을 넣기 시작했고, 질풍은 하이딩을 하고 스톰 블로우를 날려댔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니지와 세츠나, 아네미아와 중2병들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힐을 받지 못한 복세편살이 죽고, 몬스터들이 광인한 남자에게 몰리면서 힐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도착한 세츠나가 힐을 넣기 시작했고, 니지가 몬스터의 절반을 빼서 몸을 섰다. 한발 늦게 도착한 중2병들이 부랴부랴 광역기를 시전 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KING Husband가 그들의 발밑에 그림니르의 비가를 깔았다.

끝나지 않는 티키타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아비규환 끝에 경치를 독식한 건 율과 질풍이었다.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대밬ㅋㅋㅋㅋㅋㅋㅋㅋ]

[KING Husband : 이 미친놈이 독단으로 무슨 짓이얔ㅋㅋㅋ]

[광인한 남자 : 야!! 중요한 건 이 수라장 속에 율님이 달려와 준거야!!!]

[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풍 : 진짴ㅋㅋ 율님 상황판단 반응속도 대밬ㅋㅋ]

[광인한 남자 : 솔까 너랑 왕이는 와줄 거라고 생각했는뎈ㅋㅋ 율님이 와줄 줄은 몰랐엌ㅋㅋㅋ]

[율 : 풍님이랑 왕님이 달려가시기에 따라온 것뿐인데요;]

[광인한 남자 : 겸손해하지 말아요 율님~! 율님 안 왔으면 나도 죽고 상황 개판 되고 난 욕만 먹었을 거예욬ㅋㅋㅋ]

[세츠나 : 아나 이 미친놈들 ㅋㅋㅋㅋ]

[니지 : 저 셋은 정말 답이 없엌ㅋㅋㅋ]

승리에 심취해 저들끼리 신나있는 율 일행을 바라보던 아네미아는 말없이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율 일행의 모습에 쓴 입맛을 다시며 중2병들과 복세편살도 조용히 귀환 스킬을 쓸 수밖에 없었다.

***

해저 신전 일이 있고, 3일이 지났다. 그동안 율과 왕광풍은 레벨 100을 달성한 후 다 같이 3차 전직을 했다. 율은 아스가르드 출입이라는 첫 번째 과제는 달성했고, 다음으로 노아와의 균등 파티라는 과제를 위해 열심히 달려 104렙이 되었다.

그동안 노아는 그림러커의 장비를 팔고, 로드 나이트의 장비를 구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워낙 좋고, 비싼 장비를 가졌던지라 손쉽게 팔리지 않아서 글록시니아에 앉은 채로 이틀은 지새웠다고 했다. 급한 김에 로드나이트 장비의 시세에 맞춰서 싸게 판 아이템도 몇 가지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는 중간중간 아스가르드에 숏컷이 연결될 때마다 잊지 않고, 헤임달의 유무를 보고 오기까지 했다. 결국, 노아가 장비를 전부 바꾸고, 율이 104레벨을 달성할 때까지 헤임달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스가르드에 들러 헤임달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쉼터로 돌아온 노아, 율, 왕광풍은 허무함에 진이 빠져 있었다. 랜덤하고, 희박한 확률로 모습을 드러내는 헤임달 때문에 두 사람의 퀘스트 진행에 차질이 생겨 버렸다. 물론 당사자들만큼 애가 타진 않을 테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 또한 그들의 직업이 무엇이 될지 궁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질풍 : 아 진짜 궁금한데]

[광인한 남자 : 근데 헤임달 만나는 걸로 퀘스트가 끝이진 않을 거 아냐]

[질풍 : 그렇겠지...괜히 히든 퀘스트겠어...]

[노아 : 생각 같아선 히민뵤르그에 쳐들어가고 싶네]

[KING Husband : 노아 형답다ㅋㅋㅋㅋ]

[율 : ;;]

[노아 : 그나저나 율님 며칠 동안 고생 많으셨네요 렙업하느라]

[율 : 네? 아니에요; 저보다 왕님 광님 풍님이 더 고생하셨는데..]

[노아 : 이럴 땐 공적을 독식하는 거예요]

[질풍 : 노아형이 율님한테 이상한 거 가르친다!!]

[광인한 남자 : 성격 나쁜 율님을 만들려고 한다!!]

[KING Husband : 난 이 육성 반댈세!!]

[SYSTEM] [앙그르보다의 지팡이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다섯 명이 쉼터에서 웃고 떠드는 사이, 화면 상단에 시스템 알림 글이 커다랗게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알림에 모두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질풍 : 헐?]

[광인한 남자 : 대박 누구냐?]

[KING Husband : 와....]

[율 : 저게 뭐예요?]

[노아 : 누가 S급 레어템 제작 했나보네요]

[율 : S급 레어템이요?]

[노아 : 네 앙그르보다의 무기라고 제작 가능한 레어 무기 중에 최고등급 템이에요 양손 무기라서 방어력은 떨어지는데 공격력이 폭발적으로 올라가죠]

[율 : 아...]

[노아 : 지팡이 인거 보니까 소서러나 소울테이커 하이프리스트겠네요]

[질풍 : 저거 서버에 몇 개 없는 거예요!]

[율 : 아... 그래요?]

[KING Husband : 노아형도 저거 만든다고 재료 모으지 않았었나?]

[노아 : 응 근데 히든 퀘스트가 우선인 것 같아서]

[광인한 남자 : 근데 저거 재료가 너무 살인적이야...]

[질풍 : 돈 없는 사람은 서러워 웁니다;ㅁ;]

[노아 : ㅋㅋㅋㅋㅋㅋ]

[길드] [니지 : 저거 보고 길마님 울고 있는 거 아녀?]

[길드] [무지개 요정 : ?]

[길드] [광인한 남자 : 어허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

[길드] [KING Husband : 태어났을 때, 히든 스킬은 얻었지만 역린은 얻지 못했을 때, 앙그르보다의 무기를 나보다 남이 먼저 만들었을 때ㅋ]

[길드] [도련 : 미친놈 드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복세편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무지개 요정 : ...]

[길드] [질풍 : 괜찮아요 길마님!!! 머스킷에 제로사이드도 앙그르무기는 아직 이잖아요!!]

[길드] [무지개 요정 : 그 자식 얘기는 왜 꺼내는...]

[길드] [광인한 남자 : 솔까 머스킷이 길드이름도 길마이름도 저희보단 더 멋지고 길마인 제로사이드가 역린스킬까지 보유중이지만 앙그르무기는 없잖아요!!! 쌤쌤이죠!!!]

[길드] [KING Husband : 길마님이 세우지 못했던 명성은 노아 형하고 율님이 히든 클래스로 세워 줬구요!!!!]

[길드] [질풍 : 그러니까 앙그르무기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용!]

[길드] [무지개 요정 : ....이것들이 날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길드] [세츠나 : 표현조차 옛날 사람]

[길드] [니지 :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무지개 요정 : ....]

[길드] [무지개 요정 : 니들 어디냐...]

[길드] [광인한 남자 : 쉼터데스]

[길드] [노아 : 쉼터요 ㅋㅋ]

[길드] [니지 : 사냥 중?]

[길드] [세츠나 : 글록이요]

돌아오는 대답에 무지개 요정의 답은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아와 율, 왕광풍이 있는 쉼터에 무지개 요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아 : 길마님?]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놀란 노아가 어리둥절해서 그를 부르자, 무지개 요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텅 빈 주막 마당에 공격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캐릭터가 전투 모드로 전환하며 그의 양손에 들린 커다란 지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아 : ?!]

[질풍 : 헐?]

[율 : ??]

[광인한 남자 : 앙그르보다의 지팡이잖아요?!!!]

[KING Husband : 뭐야?!!]

[노아 : 저거 길마님이 띄운 거였어요?!]

[광인한 남자 : 미쳤다;;;;]

[무지개 요정 : 이제 나의 위대함을...]

[질풍 : 재료를 언제 모았데?!!!]

[KING Husband : 와 진짜... 우리길드 클라스 폭업 오진다]

[무지개 요정 : 내 위대함...]

[광인한 남자 : 와나 이 길드 들어와서 처음으로 자랑스럽다!]

[무지개 요정 : 위대한...]

[질풍 : 이제 길마님 창피하게 생각 안 할게요!!]

[무지개 요정 : ...]

***

한가한 오후였다. 길드원 대부분이 사냥이나 노가다를 가지 않고, 쉼터에 앉아 수다를 떨기에 바쁜. 그리고 파문의 시작은 쉼터로 들어오는 도련에 의해 시작됐다. 도련은 쉼터에 돌아와 평상에 앉아 길드원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무지개 요정의 옆에 앉았다.

[도련 : 길드 가입하고 싶다는 사람한테 귓이 왔어요]

[무지개 요정 : ?]

[도련 : 길드가입하고 싶다고 개인적으로 귓을 보낸 사람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길마님 무기 만든 거랑 노아랑 율님 때문에 나름 유명세를 치르나 봐요]

[무지개 요정 : 그래서 어떻게 했어?]

[도련 : 저도 쉼터로 가는 도중이라고 쉼터로 오라고 했어요]

[무지개 요정 : 잘 했네]

[도련 : 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련이 말했던 유저가 포인세티아 주막으로 들어왔다.

[흙오이 : 안녕하세요~]

그의 등장에 도련이 일어나 그를 맞이했고, 무지개 요정과 KING Husband, 츄파, 달빛 등이 그를 반기는 와중에 말없이 흙오이를 바라보던 노아, 율, 광인한 남자, 질풍, 세츠나, 니지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대표하듯 흙오이에게 다가온 광인한 남자의 한마디에 흙오이는 그대로 도망치듯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광인한 남자 : 너...흙미밥이지?]

흙오이 사건으로 흙미밥에 대한 모든 걸 알게 된 길드원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무슨 목적으로 길드에 들여오려고 했던 건진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다 같이 ‘흙’은 조심하자는 주의로 사건을 일단락했다.

[서버] [무지개 요정 : 무지개 요정이 살고 있는 무지개 언덕으로 오셔요~]

[서버] [질풍 : 고정 멘트구만...]

[서버] [노아 : 레인보우 힐 길드에서 함께하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서버] [광인한 남자 : 4채 글록시니아 무기 점 옆에서 ‘도련’을 찾아주세요]

[서버] [도련 : 삐끼냐?]

[서버] [광인한 남자 : 미낌다]

[서버] [KING Husband : 레벨, 스펙에 상관없이 모십니다]

[서버] [니지 : 문의, 상담도 환영합니다 도련 혹은 무지개 요정에게 귓 주세요]

간만에 길드원 모집 활동을 벌이는 레인보우 힐 길드는 역시나 모집보다는 본인들의 만담이 8할을 차지하는 서버 채팅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담을 이어 갈수록 무기점 옆에 자리한 도련의 채팅방엔 사람이 늘어갔다.

[도련 : 세 분 가입하셨어요]

[큐컴버 : 안녕하세요~]

[꼼수가르뎅 : 잘 부탁드려요~]

[크로이츠 : 안녕하세요]

모두가 모여 있는 쉼터에 도련이 갓 가입한 신입 길드원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평상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모두의 이목이 쏠리며 신입들을 반겼다.

[무지개 요정 : 각자 소개 좀요]

[큐컴버 : 22살이고요 남잡니다~]

[꼼수가르뎅 : 20살이구요 저도 남자에요~]

[크로이츠 : 25살이에요 유감스럽네요 저도 남자...]

[무지개 요정 : 오 무엇보다 중2병이 없어서 좋넼ㅋㅋ]

[도련 : 나이는 좀 가렸어요...]

[무지개 요정 : 잘했다 근데 셋뿐인가?]

[도련 : 네 나이 좀 가리고 이중 길드 가려내니까 저 세분 정도 밖에 없더라고요]

[무지개 요정 : 뭐 아무튼 잘 왔어요 길마인 무지개 요정입니다 나이는 30]

[도련 : 부 길마인 도련입니다 나이는 27]

[무지개 요정 : 늬들도 다 인사 나눠라]

자신들의 소개를 끝낸 후에 무지개 요정이 모여 있는 길드원들에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시작으로 다들 일사불란하게 가벼운 소개들을 시작했다.

[질풍 : 반가워요 19살 풍입니다]

[KING Husband : 24살이에요 잘 부탁해요]

[광인한 남자 : 하이요! 나도 24살]

[노아 : 27살입니다]

[니지 : 23살이에요 반가워요]

[츄파 : 저도 23살 방가]

[복세편살 : 29살입니다 잘 왔어요]

[아네미아 : 25살이에요 여자구요~ 어서 와요]

[세츠나 : 25살입니다 반가워요]

[달빛 : 19살이에요~]

[블㉣┥⊆✡КⅰП9 : 18입니다!!]

[눈감아♡김민지 : 친하게 지내요! 저도 18]

[월광의 마녀∑민지♕ : 전 17살 이구요~ 임자 있어요~]

[흑염룡 : 18살 임다!]

[무지개 요정 : 그러고 보니 율이 들어왔을 때 길원들 나이 소개 안 했었네]

[노아 : 어 그랬나요?]

[율 : 아.. 죄송해요;]

[노아 : ? 왜 죄송해요?]

[율 : 제가 나이를...말 못 해서;;]

[노아 :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요]

[크로이츠 : 저기...율님은 몇 살이신?]

[노아 : 율님은 사정이 있어서 나이 안 밝힙니다 그냥 서로 존대하심 돼요]

[크로이츠 : 아아...]

[도련 : 그리고 길드 사정상 길마랑 부 길마한테도 존대쓰고 있습니다]

[큐컴버 : 넵 도련님!]

[꼼수가르뎅 : 네넹!]

그리고 그들은 몰랐다. 오늘 가입한 이 신입 3명 중 한 명이 엄청난 복병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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