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소강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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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자신의 차에 올라타던 시언은 자동차 시동을 걸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길지 않은 연결음이 끝나고, 통화가 연결되자 상대방에게 두서없이 말을 이었다.
“오늘은 제가 가 있을 테니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기 할 말만 간략하게 하고, 전화를 끊은 시언은 빠르게 차를 출발시켰다. 출근 시간이 지난 한산한 도로를 내달리는 시언의 차가 한여름의 햇빛을 받으며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
부모님이 출근한 텅 빈 집에서 홀로 아침을 먹고 있던 율은 딩동, 하고 울리는 현관 벨 소리에 숟가락을 입에 문 채로 고개를 들었다. 멍한 얼굴로 현관문 쪽을 바라보며 누가 왔나? 하고 생각하던 율은 곧 사색이 되었다.
순간 경직됐던 몸이 급하게 움직이며 식탁을 들이받아 밥그릇과 숟가락, 젓가락이 쏟아져 내렸고, 식기들이 떨어져 부딪히는 소리에 더욱 놀란 율이 파드득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다시 한번 딩동, 하고 현관 벨이 울렸다. 벨 소리 외에는 조용하기만 한 현관 밖에서 금방이라도 성원들이 소리를 치며 문을 두들겨 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이어 들려온 건 쾅쾅이 아니라 똑똑똑, 하며 현관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와 “율님?” 하고, 부르는 노아의 목소리였다. 두려움에 떨던 몸과 정신을 안도하게 하는 목소리에 퍼뜩 자리에서 일어난 율이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현관 벨을 두어 번 눌러봐도 집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시언은 의아한 듯 현관문을 두드리며 율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야 조용하기만 하던 집 안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현관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매번 현관 밖을 경계하듯 굼벵이같이 느릿느릿 열렸던 문이 단번에 벌컥 열렸다. 거침없이 열리는 현관문을 피해서 한두 걸음 뒤로 물러섰던 시언은 열린 현관문 안쪽에서 문고리를 잡고 자신을 바라보는 율의 얼굴이 안도와 기쁨으로 활짝 피어 있는 걸 보았다.
“노아님!”
그리고 드물게 흥분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율의 목소리에 놀라 짐짓 멍하게 율을 바라보던 시언은 다시 한번 “노아님?” 하고 자신을 부르는 율의 목소리에 놀란 자신을 내색하지 않고 마주 웃어 주었다.
자신의 방문을 허락한 율과 집안에 들어선 시언은 갑자기 후다닥 주방으로 달려 들어가는 율의 행동에 의아한 듯 조금 빠른 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주방에서 보게 된 모습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바닥에 밥그릇과 함께 굴러다니는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제 온몸으로 시언의 시야를 가리는 율의 모습.
“식사 중이었어요?”
“네? 저… 네….”
대뜸 물어오는 시언의 물음에 율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대답을 했다. 그런 율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시언이 시선을 돌려 바닥에 널브러진 식기들과 식탁 위에 오른 반찬들을 둘러봤다.
“…….”
그리고 바닥의 참상보다는 식탁 위에 참상에 헛숨이 터져 나왔다.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반찬이라고는 김치와 무말랭이. 뭔, 마르기로 보면 무말랭이 같은 게, 무말랭이 같은 걸 먹고 있나, 싶은 마음에 조금 한심한 빛을 담아 율을 바라보자, 시언의 눈빛에 순간 놀란 율이 뒷걸음질 치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밥그릇을 밟아 그대로 나자빠졌다.
아니, 나자빠질 뻔했다. 급하게 뻗어서 잡아주는 시언의 팔이 없었다면. 뒤로 넘어가는 율의 팔을 움켜쥔 시언이 그대로 잡아당겨 반대편 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얼결에 시언의 품 안에 안긴 듯한 모양새가 되어 버려서 당황한 율의 얼굴이 열꽃이 핀 마냥 목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노, 노아니….”
당황한 율이 얼른 몸을 떼어내며 시언을 바라봤지만, 시언은 율이 아닌 율의 발밑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시언의 시선을 따라 율도 제 발아래를 바라봤다.
“아….”
밥그릇에서 굴러 나와 바닥을 구르고 있는 밥풀들을 제가 죄다 발로 밟아 으깨놓고 있었다. 왠지 숙연해진 마음에 말없이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던 율은 갑작스럽게 몸이 붕 떠오르는 기분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
분명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위에 있어야 할 시언의 얼굴이 제 시야 아래에 있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율은 금세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시언이 제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어렵지 않게 자신을 번쩍 들어 올린 것이었다.
“노, 노아님, 내려주세요.”
놀란 마음에 발버둥 치며 호소하는 율의 목소리는 곧, 성큼성큼 걸어 화장실로 향하는 시언에 의해 묵살되고 말았다. 화장실에 도착해 안전하게 율을 내려준 시언은 한마디를 남기고 화장실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발, 닦고 나와요.”
시언이 나가고 굳게 닫혀버린 화장실 문을 바라보는 율의 얼굴은 귀와 목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결국, 율은 달아오른 열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발보다는 얼굴을 먼저 씻어야만 했다.
율을 화장실에 들어서 내려다 놓은 시언은 화장실 안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망설임 없이 주방으로 향한 후, 바닥에 어질러진 식기들과 율이 밟아 떡이 된 밥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손을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시언은 율을 데리고 나가서 밥을 먹고 와야 하나, 아니면 배달을 시켜서 먹어야 하나를 고민했다. 그러는 와중에 딩동, 하고 현관 벨이 울렸다.
“…?”
그 소리에 시언이 고개를 들어 현관을 바라봤다.
***
요 며칠 율의 집 앞을 지키는 정체 모를 검은 양복의 2인조 덕분에 근처에도 못 가보고 돌아오기를 두어 번. 성원과 현석, 차운은 웬일인지 율의 집 앞에서 모습을 감춘 검은 양복의 2인조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율의 집 앞은 텅 비어 있었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있어야 할 두 사람의 부재에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기를 잠시, 세 명은 슬금슬금 골목에서 걸어 나와 율의 집 앞으로 다가갔다.
평소라면 대번에 튀어나와 세 사람을 제지했어야 할 두 남자의 모습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신이 난 세 사람은 후다닥 집 마당으로 들어와 계단을 오른 후, 현관 벨을 눌렀다. 딩동, 하고 울리는 익숙한 벨 소리 후에 잠시 잠깐의 침묵이 일었다.
집 안쪽의 기척을 읽기 위해 숨죽이고 현관문에 붙어 있던 세 명은 안쪽에서 일정한 발소리가 현관을 향해 다가오는 걸 들었다. 왠지 모를 흥분과 격정으로 점철된 세 명은 문 안에서든 밖에서든 자신들을 발견한 율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을 예상하며 키득거렸다.
그들은 인터폰으로 방문객을 확인하거나, 조심성 없이 현관문을 열어주는 율을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이어 벌어진 상황은 그들 중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쾅-! 하며 거세게 열린 현관문 안쪽에서 장신의 사내가 벌레를 보는 듯 무심한 눈을 하고 걸어 나왔다. 그 모습에 놀란 세 명이 숨을 집어삼키는 사이, 긴 다리가 손쓸 틈도 없이 뻗어 나와 성원의 가슴팍을 밀어 차버렸고, 성원은 그대로 저항도 없이 난간 뒤로 나자빠져 높지 않은 계단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밀려 떨어지며 그대로 등으로 착지를 한 성원이 억눌린 비명을 질렀다. 멍하니 사내를 바라보던 현석과 차운이 성원의 비명에 후다닥 뒤를 돌아 계단 밑을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너 나 할 것 없이 계단을 달려 내려가 성원을 살폈다.
“성원아!”
“괜찮아?”
잔뜩 걱정 어린 물음에 성원이 끄윽끄윽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들썩였다. 대차게 차인 가슴과 등으로 떨어져 내린 충격으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지, 희게 질린 얼굴로 컥컥댔다. 현석과 차운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다 조금씩 호흡이 진정되어 가는 성원을 일으켜 세웠고, 그런 세 명의 모습을 계단 위에 선 시언이 덤덤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정말 쓰레기나 벌레, 무생물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세 명을 내려다보던 시언이 현관 안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계단 밑에 있던 세 명에게는 문 안쪽에 선 사람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그게 율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그런 율에게 하는 시언의 말에 성원이 고통이 가시지 않은 제 가슴을 쥐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들어가긴 어딜 들어가, 나와 이 새끼야!”
서슬 퍼런 성원의 외침에 현석과 차운도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퉈가며 고함을 쳐댔다.
“그래! 누구 맘대로 기어들어 가!”
“처맞기 전에 낯짝 보여라!?”
그런 세 명의 진상에 시언이 말없이 현관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닫힌 문 때문에 뜻하지 않게 율과 차단당한 세 명은 갈 곳 잃은 분노를 시언에게 돌렸다.
“야, 너. 지금 날 폭행한 거란 건 아냐?”
“?”
“네가 지금 미자인 나를 폭행했다고.”
“그래서?”
“하, 새끼. 패기 있는 척 오지네? 긴말 필요 없고, 경찰에 신고당하고 싶지 않으면 치료비나 좀 뱉어봐라?”
빈정대는 듯 금전을 요구하는 성원의 태도에 현석과 차운이 웃음을 터트리며 거들고 나섰다.
“좀 두둑하게 뱉어봐라. 우리도 덕 좀 보게?”
“운도 없지~ 하필이면 법에 보호를 받는 미자를 건드려~”
“신고해.”
하지만 시언은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로 툭 내뱉었다. 그 말에 세 명이 일순 행동을 멈췄지만, 이내 자기들끼리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아나, 이 새끼 허세 봐라?”
“하지 마라~ 속으로 지린 거, 다 안다~”
“깜빵 가, 임마~ 깜빵!”
여전히 낄낄거리며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며 시언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세 명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시언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 후, 자신의 행동을 멀뚱히 바라보고 선 세 명에게 내밀었다. 화면에 떠오른 다이얼 번호는 112.
세 명은 경찰서에 연결되고 있는 시언의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선을 들어 시언을 바라봤다. 시언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삐딱하게 서 있었다.
“받아서 신고해.”
그리고는 턱짓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세 명이 망부석처럼 서서 자신과 핸드폰을 번갈아 보기만 하자, 의아하다는 얼굴로 다시 한번 물었다.
“안 해?”
시언의 물음과 동시에 핸드폰에서 연결음이 끝나고 안내 멘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네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핸드폰으로 몰려들었다. 서로의 눈치만 보며 안절부절못하던 세 명 중 차운이 핸드폰을 뺏어 들어 통화를 종료시켰고, 차운의 행동에 시언이 유감스럽다는 듯 말했다.
“왜 끊어?”
시언의 물음에 세 명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시언은 말없이 두어 발자국 더 다가와 섰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살짝 허리를 굽혔다.
“경찰을 불러야 너희를 지켜주지.”
세 명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우, 우리가 너 봐주는 거야!”
“그래! 감사한 줄이나 알아!”
“우리가 시, 신고만 하면 넌 콩밥이야!”
하지만 오히려 허세를 부리듯 말까지 더듬어 가며 큰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런 세 사람의 객기에 코웃음 치며 웃던 시언이 세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하라고.”
“뭐, 뭐를?”
“신고.”
“너, 너 정도는 경찰 안 불러도 충분해!”
“우리 한 대라도 건드려봐! 법보다 무서운 건, 어, 없어!”
버벅거리며 자신을 위협하려는 듯 법에 대한 절대 맹신을 내뿜는 세 명을 보며 시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허술한 법 뒤에 숨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인간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법보다 무서운 게 없다니, 헛웃음만 나왔다.
“법보다 무서운 게 없다고?”
“뭐?”
“정작 경찰을 부르지도 못하는 너희들이 맹신할 건 아니라고 보는데.”
시언은 자신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세 명을 향해 다시 한번 말했다.
“제 발로 갈 수 있을 때 꺼져.”
무심한 듯, 하지만 위협감이 느껴지는 시언의 말에 세 사람이 쭈뼛쭈뼛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는 슬금슬금 걸음을 옮겨 시언을 지나친 후에, 도망치듯 달려서 골목을 빠져나갔다.
세 사람이 사라지고 난 후, 시언은 고개를 움직여 주변을 살폈다. 율의 집을 기준으로 오른쪽, 왼쪽, 맞은편을 꼼꼼히 살펴보던 시언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쪽, 저쪽을 살폈다. 그러다 다시 한참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노아님….”
그러길 한참. 등 뒤에서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핸드폰을 귀에서 살짝 떼어내고, 뒤를 돌아본 시언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율에게 웃어 보였다.
“네, 네.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네, 부탁드려요.”
그리고는 급하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단숨에 달려서 골목을 빠져나온 세 사람의 가쁜 숨소리가 서로의 거리를 메우고 번져갔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숨을 몰아쉬느라 굽혔던 허리를 편 성원이 잔뜩 날이 선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보이는 건 꺾어 들어가는 골목길뿐, 시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쁜 숨과 분한 마음에 연식 씩씩대며 숨을 몰아쉬던 세 사람 중 현석이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왕따 때문에 부모들이 조폭 같은 거 붙여준다던데….”
“아, 시발? 그럼 저놈도 그런 건가??”
“가능성 없진 않지….”
두 사람의 대화에 뒤를 돌아보며 숨을 고르던 성원이 신경질적으로 땀에 젖은 머리를 흐트러트리며 쓸어 올렸다.
“그럼, 저 새끼가 조폭이라는 거야?”
***
글록시니아 거리를 걷는 두 사람의 주변으로 소란스러움이 번졌다. 눈부시게 빛나는 흰색 도포 위에 상쾌하리만치 깨끗한 청색의 쾌자, 허리의 선을 잡아주듯 가볍게 묶어 늘어뜨린 세조대와 단정한 발걸음을 감싸주는 태사혜. 그리고 이마를 감싼 망건에 옥으로 장식한 관자, 흰색 주영을 늘어뜨린 갓.
사대부의 자태를 뽐내며 단아하게 걷고 있는 이의 이름은 도련. 일명 도련님. 그리고 그 뒤를 검은색 연미복을 입은 집사가 뒤따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급하게 스크린 샷 버튼을 눌러댔다.
모두의 관심이 스포트라이트처럼 쏟아져 내렸지만, 두 사람은 두 사람만의 풍류를 즐기듯 모두의 시선을 뒤로한 채, 유유자적 글록시니아 중앙거리를 노닐었다.
[컴패니언 노아님이 접속하였습니다.]
[길드원 노아님이 접속하였습니다.]
[율 : 안녕하세요]
[노아 : ?]
접속해 들어오는 율의 모습에 놀란 노아가 시간을 확인했다. 9시가 조금 넘어 있는 시간. 율이 접속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게임을 켜 놓은 채 10시까지 잠수를 탈 생각이었던 노아는 자신을 반겨주는 율의 모습에 놀라 되물었다.
[노아 : 왜 이렇게 일찍 접속했어요?]
[율 : 옆집에 공사를 하나 봐요…]
[노아 : 네?]
[율 : 며칠 전에 옆집 사람들이 이사를 갔는데 오늘 아침부터 공사를 하는지 새벽부터 시끄러워서 일찍 깼어요..]
[노아 : ...그랬어요?]
[율 : 네...]
[질풍 : 아 길마님!!!! 저 방학 끝나기 전에 정모 함해요!!!]
[무지개 요정 : 갑자기 왜 정모타령이래?]
[질풍 : 저희 같이 한지는 꽤 됐는데 정모는 아직 한 번도 안 해봤잖아요]
[광인한 남자 : 찬성이요!]
[KING Husband : 맞아요 이제 슬슬 현실친목도 다져 볼 때가 되지 않았어요?]
[도련 : 그러게 다들 바빠지기 전에 함 모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요]
[무지개 요정 : 아 안되는데...]
[질풍 : 왜요!]
[광인한 남자 : ???]
[무지개 요정 : 내 외모가 너무 출중해서 보게 되면 반하는데...]
[KING Husband : 헛소리하지 마시고요]
[무지개 요정 : ...]
[무지개 요정 : 노아는 어떻게 생각해?]
[노아 : 저요?]
[노아 : 뭐...못 올 사람은 알아서 빠질 테니 올 수 있는 사람만이라도 모여 보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질풍 : 하게 되면 노아형도 올 거야?!]
[노아 : 못 갈 이유도 없으니까 뭐]
[광인한 남자 : 율님은요?!]
[율 : 네?! 아..저는..]
[노아 : 나랑 같이 가면 되겠네요]
[율 : 네? 어....]
[질풍 : 뭐야? ㅋㅋㅋ되게 자연스럽게 같이 가자 그러네?]
[광인한 남자 : 누가 보면 이미 만난 사인 줄 알겠어? ㅋㅋㅋㅋㅋ]
[노아 : 가는 길에 들러서 데리고 가면 되니까]
[KING Husband : 이 자연스러운 위화감은 뭐지?]
[무지개 요정 : 설마...두 사람 만났어?]
[노아 : 네]
[율 : ...]
[질풍 : 헐?!?!]
[KING Husband : ?????]
[광인한 남자 : 쥐도 새도 모르게 친목을 쌓고 있었어?!]
[무지개 요정 : 뭐야!! 언제!!]
[노아 : 며칠 됐어요]
[질풍 : 둘만 만나고 치사하다!!!! 왜 만났어!!! 누가 먼저 만나자고 했어?!]
[무지개 요정 : 그래 치사하다!!! 누가 만나자고 했니야!!]
[노아 : ...율님이?]
[율 : 네?!]
[무지개 요정 : 뭐?]
[질풍 : 응?]
[광인한 남자 : ??????]
[KING Husband : 헐?!]
[노아 : 율님이 날 불렀잖아요? ㅋㅋ]
[율 : 아;]
[질풍 : 진짜예요?!]
[무지개 요정 : 율이가 노아를 불렀다고???]
노아의 말에 질풍과 무지개 요정이 달려들 듯 율에게 질문 공세를 시작했다. 솔직히 노아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어서 뭐라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질문들에 율은 어떤 답도 하지 못하고, 당황함과 난감함에 진땀을 빼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아무런 답도 해주지 못하는 율 대신에 타깃을 바꿔 이번엔 노아에게 질문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노아 역시 질문들에 웃어넘기거나, 단답으로 짧게 대답을 해주는 게 다라서 다들 제풀에 지쳐 떨어진 가운데 질풍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질풍 : 그럼 율님 어떻게 생겼어?]
[노아 : 율님?]
[질풍 : 응...]
[노아 : 무말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