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어른은 아이의 거울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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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록에서 돌아온 시언과 함께 들이닥쳤던 길드원들은 훈훈함을 얻고 간다는 알 수 없는 말들을 남기고 쉼터를 떠났고, 세츠나와 니지도 새로운 던전의 헤딩을 간다며 파티를 구하러 다시 글록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다시 텅 비어 버린 쉼터에 시언과 둘만 남게 된 율은 시언에게 새로운 던전에 가보자고 권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말을 꺼내 보기도 전에 올라온 시언의 채팅에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노아 : 나 오늘은 볼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
[율 : 네?]
[율 : 아...]
[노아 : 나가기 전에 업데이트된 것 좀 확인하고 너도 볼 겸 들어와 봤어]
[율 : 언제 오세요? 오늘은 이제 못하나요?]
[노아 : 저녁엔 할 수 있을 거야]
[율 : 네...]
[노아 : 길드원들하고 놀고 있어ㅋㅋ]
[율 : 네 빨리 오세요]
[노아 : 응]
[컴패니언 노아님이 로그아웃하였습니다.]
[길드원 노아님이 로그아웃하였습니다.]
[길드] [세츠나 : 어라? 노아 오빠 나감?]
[길드] [율 : 네..볼일이 있으시다고..]
[길드] [니지 : 헐? 그럼 막내 지금 혼자 있는 거야??]
[길드] [율 : 네]
[길드] [광인한 남자 : 뭐라?!]
[길드] [KING Husband : 이럴 줄 알았으면 길드에서 파티 짜서 헤딩 올 걸 그랬다..]
[길드] [집사 : 그러게요...율님은 당연히 노아님하고 헤딩 가시는 줄..]
[길드] [율 : 다들 던전 헤딩 가 계시는 거예요?]
[길드] [KING Husband : 아마도..?]
[길드] [세츠나 : ㅇㅇ;]
[길드] [니지 : 응..]
[길드] [광인한 남자 : ㅠㅠ]
[길드] [집사 : 네...]
[길드] [율 : 아..저도 가고 싶었는데ㅠ]
[길드] [아타락시아 : 차라리 파티 매칭 해서 헤딩파티 구해보는 건 어때요 율님?]
[길드] [율 : 저..혼자요?]
[길드] [아타락시아 : 네 율님 정도면 쌍수 들고 환영해 줄 텐데..]
[길드] [율 : 아...길드원분들이나 노아님 없이는 파티 해본 적이 없는데..괜찮을까요?]
[길드] [아타락시아 : 그래요? 그럼 차라리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여러 사람하고 파티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니까요]
[길드] [율 : 음...그럼 한번 해볼게요]
[길드] [아타락시아 : 네 ㅋㅋㅋ]
[길드] [광인한 남자 : 정말 가려고?!]
[길드] [율 : 네..한번 해보려고요]
[길드] [세츠나 : 뭐지?! 막냇동생 첫 심부름 보내는 것 같은 이 기분은?!]
[길드] [니지 : 몰래몰래 쫓아가 봐야 할 것 같은 이 기분은?!]
[길드] [KING Husband : 물가에 애 내놓은 것 같은 이 기분은?!]
[길드] [집사 : 혼자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이 기분은?!]
[길드] [율 : 저 괜찮아요ㅋ]
[길드] [니지 : 아니..막내를 혼자 보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길마님과 노아 오빠의 원성을 들을 것만 같아!]
[길드] [율 : ㅋㅋㅋㅋㅋㅋ 정말 괜찮아요]
[길드] [세츠나 : 무슨 일 생기면 말해!!! 파티를 공중분해 해서라도 달려갈게!!]
[길드] [니지 : 이 싸람이?!]
[길드] [KING Husband :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아는 한에서는 정보공유 다 해줄게! 나도 별로 아는 건 없지만!]
[길드] [광인한 남자 : 아니! 풍샛퀴 학교 째고 오라고 하자!!]
[길드] [KING Husband : 천잰데?!]
와글와글 올라오는 길드원들의 채팅을 보며 율은 좀 전까지 노아의 부재로 느끼던 마음의 공백을 금세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길드원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길드] [율 : 다녀오겠습니다ㅋㅋㅋㅋ]
새로운 던전의 헤딩파티를 구하기 위해 글록시니아의 파티 매칭 게시판 앞으로 향한 율은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저들을 보고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게시판 근처는 파티를 구하거나, 파티원을 구하거나, 충원을 모집하는 채팅방들도 빼곡했다. 그리고 모든 파티의 목적지는 하나같이 신규 던전인 인형 던전이었다.
실제였다면 발 디딜 곳도 없을 곳을 어렵지 않게 지나친 율은 게시판 앞에서 자신의 레벨과 직업, 목적지를 선택하고 매칭을 돌렸다. 매칭을 돌리자 검색되어 나오는 파티는 수십 개에 달했다. 하지만 파티에 가입하려 하면 이미 정원이 다 찬 파티라고 나와서 도통 가입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매칭 게시판을 나와서 채팅방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잠시 적당한 파티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율은 <인형 던전 가실 프리1 격수1 모십니다. (170↑)>라는 채팅방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클릭해 들어갔다.
[채팅방에 율님이 입장하였습니다.]
[채팅방에 개뀰맛님이 입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율의 입장과 동시에 다른 유저 한 명도 입장해 들어왔다.
[율 : 안녕하세요..]
[개뀰맛 : ㅎ2]
[바로크 : 어서옵셔]
[아이스월 : 어서 오세요]
[슈지 : 하용]
[이때가제일고민 : 헐? 아크비숍?!]
[슈지 : 헐?]
[율 : 자리 아직 있나요?]
[바로크 : 있어요!! 파티 드릴게요!!]
[개뀰맛 : 뭐야? 난 안 보여요?]
율을 격하게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 율과 함께 채팅방에 입장한 또 다른 유저 하나가 불만을 잔뜩 표출하고 나섰다.
[이때가제일고민 : 아...뀰맛님;]
[슈지 : 죄송해요 뀰맛님 그래도 율님이 입장은 더 먼저 하셨으니까..]
[개뀰맛 : 아 짜증나네.. 내가 저님보다 렙도 더 높은데요?]
[아이스월 : 아니..율님은 아크비숍이니까..]
[개뀰맛 : ㅡㅡ 차별쩌네..]
[바로크 : 아니면 뀰맛님 격수로 오시면..]
[개뀰맛 : 아이씨... 기다려요 격수로 오게]
[바로크 : 넵]
[채팅방에서 개뀰맛님이 퇴장하였습니다.]
[율 : ;]
[바로크 : 파티 드릴게요 율님~]
[율 : 아..네]
[아이스월 : 와...아크비숍이랑 파티라니..]
[슈지 : 대박...수월하게 풀릴 것 같은 예감!]
[율 : 잘 부탁드려요]
[이때가제일고민 :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채팅방에서 뀰맛이 나가고 나서, 더는 파티원을 구할 필요가 없어진 그들은 채팅방을 없애고 뀰맛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고, 초면인 자신에게도 살갑게 대해주는 파티원들의 말을 보며 율은 파티를 잘 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산미구엘 : 파티 줘요 뀰맛이에요]
그리고 기다렸던 뀰맛이 합류하고, 파티원들은 곧바로 인형 던전으로 향했다.
[길드] [세츠나 : 아나 이 개복치 같은 샛퀴들..]
[길드] [니지 : 개복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KING Husband : ??]
[길드] [세츠나 : 3넴인데 진짜 오지게 죽네]
[길드] [광인한 남자 : 벌써 3넴이야??]
[길드] [세츠나 : 너희는?]
[길드] [광인한 남자 : 나는 이제 2넴이야]
[길드] [KING Husband : 나도 막 3넴 들왔는데 패턴 좀]
[길드] [세츠나 : 안알랴줌]
[길드] [KING Husband : ?!]
[길드] [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광인한 남자 : 파티원 죽으면 누나의 특기인 욕을 시전 해 줘]
[길드] [세츠나 : 야 나도 대외적인 체면과 이미지가 있는 녀자야!]
[길드] [니지 : 친절함을 가장 중임 세상 친절할 수가 없음]
[길드] [KING Husband : 오호라? 내숭을 떤다는 말이렷다?]
[길드] [광인한 남자 : 헐? 우리가 죽으면 욕을!! 욕을!! 세상 그런 욕을 다 하면서!]
[길드] [세츠나 : 감사하게 여기렴?]
[길드] [KING Husband : ...]
[길드] [광인한 남자 : ...]
[길드] [집사 : 왕광풍 세 분이 노조라도 만드셔야겠어요 ㅋㅋㅋㅋ]
[길드] [아타락시아 : 노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도 다 다르고, 공략하는 속도도 다 다르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드 대화에 율은 마치 길드원들과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형 던전은 온통 인형들만 가득한 던전이었다. 봉제 인형, 관절 인형, 비스크 인형 등 예쁘고, 귀여운 외모의 인형들은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자랑하며 파티원들을 덮쳐오기 바빴다.
하지만 중구난방의 파티원들을 일괄적으로 보조하는 아크 비숍의 특성과 율의 컨트롤로 그들은 어렵지 않게 1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드] [율 : 저..누나 형들 1넴 공략 좀 알려주세요]
[길드] [KING Husband : 1넴은 쫄 2마리 데리고 있는데 시간제한 동안 쫄 2마리 먼저 잡아야 해]
[길드] [집사 : 제한시간이 끝나면 쫄이 광폭화해서 무적 상태가 되는데 그럼 공격이 안 먹혀요 못 잡으면 무적 상태의 쫄 데리고 1넴을 잡아야 하는 거예요]
[길드] [율 : 으아...]
[길드] [세츠나 : 파이팅! 막내! 할 수 있어!]
[길드] [니지 : 맞아! 막내는 할 수 있어!]
[길드] [광인한 남자 : 쫄 만 잡으면 대수로울 거 없더라!]
길드원들의 설명을 듣고, 파티원들에게 전달한 율은 총 네 번의 리트라이를 거치고 1넴을 잡을 수 있었다. 공략법을 대충 파악하고 잡긴 했어도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 사람들과의 파티였고, 머리로는 알고 있는 공략법이 손에 익는 것도 꽤 시간이 걸려서 상당히 애를 먹은 느낌이었다.
[길드] [KING Husband : 핫챠! 난 3넴 깸!!]
[길드] [세츠나 : ...]
[길드] [KING Husband : 아직 못 깸?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세츠나 : 공략 좀...]
[길드] [KING Husband : 안알랴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아타락시아 : 아 진짜 이분들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세츠나 : /짜증]
[길드] [광인한 남자 : 나도 3넴 옴 공략 좀]
[길드] [니지 : 알려줘!!]
[길드] [KING Husband : 보스인 막넴을 향해 달려보실까나~]
[길드] [광인한 남자 : 공략 좀!!!!!]
[길드] [광인한 남자 : 야이 쟞식아!!!]
[길드] [집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원들의 티키타카를 관전하듯 바라보며 던전을 진행하던 율은 어렵지 않게 2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길드원들에게 공략을 물어보기도 전에 산미구엘이 먼저 튀어 나가 선빵을 날려 버렸고, 순식간에 전투가 시작되어 버린 탓에 공략에 관해 물어볼 수가 없었다.
[바로크 : 헐? 구엘님 뭐하시는?!]
[산미구엘 : ㅊㅊ]
[아이스월 : 아니;]
[이때가제일고민 : 환장...]
[슈지 : ;]
(인 라피뎀)
[율 : 우선 그냥 들어가죠]
산미구엘의 어이없는 선빵에 황당해하며 우왕좌왕하던 파티원은 율이 방어 스킬을 걸어주며 말하자 그제야 산발적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길드] [세츠나 : 공략 알려줘!!]
[길드] [니지 : 알려줘!!]
[길드] [광인한 남자 : 알려줨마!!]
[길드] [KING Husband : 하..나 이 우매한 우민들]
[길드] [KING Husband : 팝스 멜팅 녹아내리는 중~]
[길드] [광인한 남자 : 왜 개소리야]
[길드] [세츠나 : 헛소리하지 말고]
[길드] [KING Husband : .....]
[길드] [KING Husband : 3넴은 비스크 인형이잖아 거기 방안에 보면 이상한 기계장치 있는 거 알지?]
[길드] [니지 : 응 3넴 공격하다 보면 간간히 활성화되긴 하던데?]
[길드] [세츠나 : 작동시켜 봐도 별일 없던데?]
[길드] [KING Husband : 중첩시켜서 열을 쌓아야 해 그럼 3넴 형태 잃고 주저앉음]
[길드] [광인한 남자 : 아 진짜?]
[길드] [KING Husband : ㅇㅇ]
[길드] [세츠나 : 별것도 아니었구만]
[길드] [KING Husband : 뭐라?!]
[길드] [광인한 남자 : 이제 너에게 볼일은 없어 ㄲㅈ]
[길드] [니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집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아타락시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KING Husband : 내 이 인간들을 그냥...]
길드 대화에 끼어들랴, 파티원들 보조하랴 정신이 없었던 율은 문득 확인한 2넴의 피가 상당량 깎여있는 걸 보았다. 파티원들도 이렇다 할 어려움 없이 2넴을 상대하고 있었다.
[길드] [율 : 2넴은 특별한 공략은 없나요?]
[길드] [니지 : 응~ 2넴은 그냥 다굴 놓으면 되더라~]
[길드] [광인한 남자 : 원래 1넴만 지나면 보스 빼고는 다 쉬운 편이라 ㅋㅋ]
[길드] [율 : 아~]
[길드] [세츠나 : 1넴은 지났어??]
[길드] [율 : 네 ㅋㅋ]
[길드] [세츠나 : 아유~ 장해라~]
[길드] [KING Husband : 우리 없이도 잘하네 막내~]
[길드] [율 : 그래도 형 누나들이랑 오는 게 좋아요ㅠ]
[길드] [세츠나 : 아파트 뿌셔!!!!]
[길드] [니지 : 전봇대 뿌셔!!!!]
[길드] [광인한 남자 : 왜 뿌셔;]
[길드] [KING Husband : 광이 뿌셔!]
[길드] [광인한 남자 : ?!]
[길드] [광인한 남자 : 무지개 보호막!!]
[길드] [세츠나 : 오로라 반사!!]
[길드] [니지 : 오로라 밚사]
[길드] [KING Husband : 오로라 반사!]
[길드] [율 : ?]
[길드] [율 : 그게 뭐예욬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아타락시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어렵지 않게 2넴을 처리한 율의 파티는 다른 길드원들도 애를 먹던 3넴에게 향했다. 중간중간 몬스터들이 테러 수준으로 몰려있는 구간들이 있어서 파티원들이 죽거나, 전멸위기에 처할 뻔도 했지만, 오즈처럼 초기화될 염려가 없으니 맘 편하게 진행을 할 수 있었다.
[길드] [세츠나 : 으아아아아!!!!! 개복치 파티원!!!!!!!]
[길드] [니지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길드] [아타락시아 : 아직 3넴인가요?]
[길드] [니지 : 지금 막 깼어요.. 3넴 ㅠ퓨ㅠ]
[길드] [니지 : 아 진짜 파티 잘못구한 듯.. 막 죽어..다 죽어...랭포에 세계수 열매 남발했어 ㅠㅠ]
[길드] [세츠나 : 난 잼스톤을 남발했다!!]
[길드] [율 : 아...저도 이제 3넴인데;]
[길드] [세츠나 : 어이구 우리 막내ㅠㅠㅠ고생하겠네]
[길드] [율 : 괜찮아요!]
[길드] [광인한 남자 : 진짜 길마님이나 노아 형 있으면 좀 수월했을 텐데]
[길드] [KING Husband : 아니면 제로님이라도...]
[길드] [율 : 그래도 헤딩이니까! 해볼 만큼은 해볼게요!]
길드원들이 몸소 깨우친 공략들을 파티원들에게 전하고, 3넴 공략에 들어간 율의 파티가 집중하는 사이, 길드원들은 보스 방에 진입한 듯 보였다.
[길드] [광인한 남자 : 보스 이름 봨ㅋㅋㅋㅋㅋㅋ]
[길드] [세츠나 : 신박함 갑이닼ㅋㅋㅋㅋㅋ]
[길드] [니지 : 운영진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ㅋ]
[길드] [KING Husband : ㅇㅇ 어떻게 해석하던 다 말 됨ㅋㅋㅋㅋㅋㅋ]
[길드] [집사 : 운영진들한테 드립 좀 배워 와야 할 듯요 ㅋㅋㅋ]
길드원들의 대화를 보던 율도 보스의 이름이 뭔지 자못 궁금했지만, 지금은 당장 채팅을 쳐서 물어볼 여유가 되지 않았다. 눈앞의 파티원들이 3넴에 고군분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략법을 전부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길드원들이 고생한 것에 비교하면 꽤 쉽게 3넴을 처리할 수 있었다.
[슈지 : 와! 율님 말대로 하니까 되게 쉽게 쉽게 깨지네요!]
[이때가제일고민 : 그러니까요! 저희랑 비슷하게 출발한 저희 길드원들은 아직 1넴도 못 깨고 있던데]
[바로크 : 헤딩인데 숙련자가 껴있는 기분 ㅋㅋㅋㅋㅋㅋ]
[율 : 저도 저희 길드원분들이 알려주고 계신 거라서요ㅋㅋㅋ]
[산미구엘 : 뭐야? 본인이 잘하는 것도 아니었네ㅋㅋㅋ]
[율 : 네?]
[아이스월 : 율님이랑 율님 길드 덕분에 저희도 쉽게 깨는 건 맞잖아요;]
왠지 자신에게 날을 세우는 것 같은 산미구엘의 행동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율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파티원들과 마지막 보스 방으로 향했다.
파티원들과 움직이면서 율은 종종 채팅창을 확인했지만, 아까부터 길드 대화는 거의 올라오지 않고, 조용하기만 했다. 아마도 보스 방에 진입한 길드원들이 보스전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파티원들과 몬스터들을 처리해가며 보스 방으로 향한 율은 어렵지 않게 보스 방에 진입할 수 있었다. 보스 방은 하나의 거대한 스테이지처럼 보였다.
방의 중앙 끝엔 붉은색 벨벳 커튼으로 둘러싸인 작은 무대가 하나 더 있었는데, 파티가 보스 방에 완전히 진입하자, 그 작은 무대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며 커튼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저들과 비슷한 키의 구관 인형이 화려한 무대의상과 스탠드 마이크를 든 채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의 이름은 I-DOLL.
[슈지 : 와오....]
[이때가제일고민 : 쟤는 이름 짓는데 고민 안 했겠다..]
[아이스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크 : 신박하네요...]
[산미구엘 : ㅋㅋㅋㅋㅋㅋㅋ]
[율 : ;]
그리고 길드원들의 반응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는 율이었다.
[산미구엘 : 율님 여기 공략은요?]
[율 : 저희 길드원들도 보스 방은 진입한 지 얼마 안 돼서 보스공략은 모르실 거예요]
[산미구엘 : 쓸데없기는]
[율 : 네?]
[슈지 : 어차피 헤딩인데요 뭐!]
[이때가제일고민 : 헤딩다운 헤딩을 시작해 보죠!]
[아이스월 : 하다 보면 패턴은 보이겠죠!]
[바로크 : 제가 탱 볼게요!]
또다시 자신에게 날을 세우는 산미구엘의 행동에 율의 눈썹이 삐죽이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자신을 옹호해 주는 다른 파티원들의 말들을 보며 그냥 말없이 버프를 돌리기만 했다.
버프를 다 돌리고, 바로크가 탱을 보기 위해 I-DOLL에게 다가가려는데, 어디선가 헬륨가스를 마신 듯한 목소리들이 소란스럽게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다들 의아한 마음에 보스 방을 둘러보는데, 보스 방 한쪽 구석에서 3등신의 호랑이, 토끼, 여우, 고양이의 모습을 한 봉제 인형들이 우다다 달려 나와 I-DOLL이 서 있는 작은 무대의 앞에서 열광적으로 야광봉을 흔들어 댔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극성팬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들의 행동에 가만히 서 있던 I-DOLL도 치맛자락을 살짝 든 채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손 키스를 날려댔다.
그 모습에 봉제 인형들은 더욱 열광적으로 꺅꺅거리며 야광봉을 흔들어 댔고, 아이돌도 그에 응하듯 팬서비스에 열중했다. 그러다 어디선가 호루라기 부는 소리와 함께 경찰복을 입은 곰 봉제 인형이 경찰봉을 흔들며 극성팬들을 쫓아왔고, 극성팬들은 기겁하고 도망을 가버렸다.
그렇게 봉제 인형들이 사라지자, I-DOLL은 천천히 작은 무대에서 내려와 스테이지로 향했다. 잠시 극성팬들과 경찰 곰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있던 파티원들은 스테이지로 내려오는 I-DOLL에게 돌진하는 바로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산발적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율 : 앗]
또다시 I-DOLL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으로 파티원들 모두가 튕겨 나가며 보스 방의 구석으로 날렸다. 동시에 상당한 데미지의 공격까지 입어서 다들 체력게이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눈앞의 참상에 율은 서둘러 파티원들에게 힐을 해 체력을 채워 넣었다.
[이때가제일고민 : 팝콘 튀는 패턴을 알 수가 없네..]
[바로크 : 짜증 난다..]
[산미구엘 : 율님 뭐 아는 거 없어요?!]
[율 : 네]
[산미구엘 : 아나..]
[슈지 : 뭔가 팝콘 튀는 이유가 있을 건데..]
[아이스월 : 1페이즈에서는 안 그러더니 2페이즈에서 지랄이네요]
[율 : 그러게요..]
1페이즈 동안 I-DOLL은 특별할 것 없는 공격패턴을 보였다. 단순히 스탠드 마이크를 사용한 공격, 노래를 통한 체력회복과 육체 강화를 했을 뿐. 하지만 어느 정도 체력이 깎이자, I-DOLL은 스테이지 위의 작은 무대로 되돌아갔고, [I-DOLL이 앵콜을 시작합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팝콘이 터지는 패턴이 추가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패턴을 분석해보려고 해도, 팝콘이 터지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길드 마스터 무지개 요정님이 접속하였습니다.]
[길드] [무지개 요정 : 하잉]
[길드] [무지개 요정 : 쉼터에 아무도 없네..]
[길드] [세츠나 : 길마님!]
[길드] [KING Husband : 오!!]
[길드] [니지 : 길마님이닷!]
[길드] [광인한 남자 : 오!]
[길드] [율 : 길마님 ㅠ]
[길드] [집사 : 길마님!!!]
[길드] [아타락시아 : 안녕하세요 ㅋㅋㅋ]
[길드] [무지개 요정 : 뭐지..왜 날 이렇게 불러대지...? 경험상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길드] [KING Husband : 제로님한테 아이돌 공략 좀 물어봐 줘요!!]
[길드] [무지개 요정 : 뭥?]
[길드] [무지개 요정 : 그게 뭐야?]
[길드] [세츠나 : 신 던전 보스요!]
[길드] [무지개 요정 :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달래?]
[길드] [광인한 남자 : 그나마 제로님하고 친분 있는 건 길마님이잖아요!]
[길드] [무지개 요정 : 노아도 있잖아ㅡㅡ 걔가 더 친하잖아]
[길드] [율 : 노아형 없는데..]
[길드] [무지개 요정 : 너희 다 신 던전인거?]
[길드] [세츠나 : ㅇㅇ]
[길드] [무지개 요정 : 너희끼리 파티해서 간 거야?]
[길드] [니지 : 아뇨 저랑 언니만 같은 파티고 나머지는 다 각자 파티구해서 간 거예요]
[길드] [무지개 요정 : ...율이도??]
[길드] [율 : 네]
[길드] [무지개 요정 : 혼자..파티를 구해서 헤딩을 간 거란 말이야??]
[길드] [율 : 네? 네]
[길드] [무지개 요정 : 율이도 공략은 모르는 상태고?]
[길드] [율 : 네...]
[길드] [무지개 요정 : 오호 통재라...]
[길드] [무지개 요정 : 기달]
[길드] [율 : ?]
말을 끝으로 무지개 요정은 잠수라도 타는 듯 아무런 말도 없었다. 다른 길드원들은 제로사이드에게 아이돌 공략을 물어봐달라며 아우성을 쳤지만, 무지개 요정은 꿋꿋하게 씹을 뿐이었다.
그렇게 무지개 요정의 말을 기다리며 아이돌 공략을 이어가는 율에게 뜻밖의 인물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귓속말] [제로사이드 : 율님]
[귓속말] [율 : ?????]
[귓속말] [제로사이드 : ㅋㅋㅋㅋㅋ 반응잌ㅋㅋㅋㅋ]
[귓속말] [율 : 어..안녕하세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아이돌 공략 가 있다면서요?]
[귓속말] [율 : 어...네..]
[귓속말] [제로사이드 : 채원이 형이 율님한테 공략 좀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귓속말] [율 : 아..진짜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네 저도 오늘 딱 한 번 깨고 나온 거라서 정확한 공략은 아닐지도 몰라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우선 아이돌은 총 3페이즈가 있는데 앵콜과 커튼콜이 2, 3페이즈에요]
[귓속말] [율 : 아..지금 앵콜이에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팝콘 열심히 튀기고 계시겠네요 ㅋㅋㅋ]
[귓속말] [율 : ㅠㅠㅠㅠ]
[귓속말] [제로사이드 : 팝콘 튀기는 이유는 알아냈나요?]
[귓속말] [율 : 전혀요ㅠㅠㅠ]
[귓속말] [제로사이드 : ㅋㅋㅋㅋㅋㅋ]
[귓속말] [제로사이드 : 팝콘 튀기는 이유는 극성 팬들이 아이돌에게 다가왔을 때 공격을 해서 그래요]
[귓속말] [율 : 극성 팬이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네 경찰 곰한테 쫓기던 극성 팬들이 도망 다니다가 아이돌에게 다가올 때가 있는데 그때는 딜컷을 해주셔야 해요 그럼 아이돌은 스테이지 위에 작은 무대로 돌아가서 그놈들에게 팬서비스를 하거든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극성 팬이 다가왔는데도 계속 공격을 하면 무대로 돌아가지 못한 아이돌이 팝콘을 튀겨버리죠]
[귓속말] [율 : 아...]
[귓속말] [제로사이드 : 커튼콜은 작은 무대로 돌아간 아이돌이 원거리 공격을 퍼 부울 거예요 그리고 그런 아이돌 근처로 경찰 곰들이 몰려나와 경호를 시작할 거고요 그럼 아이돌을 노리지 말고 극성 팬들을 노려요]
[귓속말] [율 : 극성 팬을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네 아이돌의 원거리 공격을 운전해서 극성 팬들에게 맞춰버리면 돼요 그럼 아이돌은 다시 스테이지로 내려와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극성 팬들한테 다운이든 그로기든 어스체인이든 넣어놓고 아이돌 공격 궤도를 운전하면 쉽게 맞출 수 있어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이게 공략 다예요]
[귓속말] [율 : 끝..인가요?]
[귓속말] [제로사이드 : 네 전 그렇게 잡았어요]
[귓속말] [율 : 감사합니다ㅠㅠㅠ]
[귓속말] [제로사이드 : 뭘요ㅋㅋㅋㅋㅋ]
[귓속말] [제로사이드 : 성공을 빌어요 ㅋㅋㅋ]
[귓속말] [율 : 네 ㅋㅋㅋ]
제로사이드와 꽤 길게 귓속말을 나눈 율은 서둘러 파티원들에게 공략법을 알렸고, I-DOLL에서만 1시간이 넘는 헤딩을 하고 있던 파티원들은 광적인 반응들을 보였다.
[율 : 구엘님 극성 팬한테 다운 넣어서 움직임 막아주세요]
[산미구엘 : ㅇㅇ]
[율 : 부탁드려요]
[산미구엘 : ㅇㅇㄱㄱ]
왠지 건성으로 대답하는 산미구엘의 행동에 율은 어렴풋한 불안감을 느꼈다. 제로사이드의 공략설명으로 아슬아슬하게 2페이즈를 넘긴 율의 파티는 3페이즈인 커튼콜에 돌입했다. I-DOLL이 스테이지에서 작은 무대로 되돌아가자 그대로 벨벳 커튼이 닫혀 버렸다.
그리고는 [I-DOLL이 커튼콜을 시작합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다시 커튼이 걷히며 경찰 곰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와 작은 무대 앞을 경호하듯 둘러쌌다. 그리고 I-DOLL은 마이크에 소리를 질러대며 음파 원거리 공격을 시작했다.
파티에 그림 러커가 있으면 극성팬들을 한데 묶어 어스 체인으로 발을 묶어 버리겠지만, 그림 러커가 없어서 다운으로 극성팬들의 발을 묶기로 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산미구엘이 맡기로 했는데, 그는 말을 들을 건지, 듣지 않은 건지 연신 건성으로만 대답해 댔다.
[율 : 구엘님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구엘님하고 극성 팬들 근처로 원거리 공격 운전하기로 해요]
[슈지 : 넵]
[아이스월 : ㅇㅋㅇㅋ]
[이때가제일고민 : 맡겨만 주세요!]
[바로크 : 끝이 보여요!]
그리고는 산미구엘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그의 주변에서 흩어진 파티원들은 산미구엘이 극성팬 근처로 가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배회했다. 잠시 후, 산미구엘이 극성팬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파티원들도 조금씩 움직여 산미구엘과 극성팬들의 근처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미구엘과 파티원들이 극성팬들의 근처로 다가갔을 때 I-DOLL의 원거리 공격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시작되고,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I-DOLL의 공격은 극성팬들이 아닌 옹기종기 모여버린 파티원들에게 직격을 해버렸다. 이유인즉슨 산미구엘이 극성팬들에게 다운을 넣지 않아 극성팬들이 I-DOLL의 공격을 피해버린 것이었다.
황당하게 실패해버린 상황에 율이 나지막하게 산미구엘을 불렀다.
[율 : 구엘님]
[율 : 다운 넣어 주시기로 하셨잖아요]
[산미구엘 : 뭐라는 거야? 내가 못 넣었으면 그쪽이라도 대신 넣었어야지?!]
[율 : 네??]
[산미구엘 : 아니 왜 꼭 다운을 내가 넣어야 하는 건데ㅡㅡ]
[율 : 저는 다운을 못 넣어요]
[산미구엘 : 아 진짜...쓸모도 없는 게]
[율 : 뭐라고요?]
[바로크 : 구엘님 그만 하세요]
[아이스월 : 보기 안 좋아요]
[이때가제일고민 : 다운은 그냥 제가 넣을게요]
[슈지 : 그게 낫겠네요]
또다시 자신에게 시비를 걸고넘어지는 산미구엘의 행동에 율은 슬쩍 미간을 구겼다. 하지만 중재를 하고 나서는 파티원들을 보며 다시 보스 공략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음번 원거리 공격은 이때가제일고민이 제대로 다운을 넣어 준 덕에 손쉽게 성공을 할 수 있었다. 극성팬을 잃은 I-DOLL은 만류하는 경찰 곰들을 떼어놓고 스테이지로 달려 나왔고,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타임 어택에 돌입을 했다.
[슈지 : 아..망했다;]
[이때가제일고민 : 타임 어택까지 절대 못 잡을 것 같은데;]
[아이스월 : 리트해야 할 듯 한데요ㅠㅠㅠ]
[바로크 : 아 ㅠㅠㅠ저 피방이라 시간이 없어요ㅠㅠㅠ]
[산미구엘 : 아 진짜 거지 같은 파티 만나가지고 ㅡㅡ]
열심히 폭딜을 넣으면서도 리트에 대한 불안감을 얘기하는 파티원들의 후방에서 힐밖에 해줄 수 없던 율은 산미구엘의 말처럼 공격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시언이나 길드원들과 함께할 때는 이런 무기력감은 느껴본 적이 없어서 더욱 생소한 기분이었다.
그 순간, 율의 무기에서 빛이 터지는 이펙트와 함께 단축키 창의 테두리가 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
처음 맞는 상황에 당황한 눈을 이리저리 굴려대던 율은 단축키의 한편. 비활성화 상태여야 할, (인 데오 스페라무스) 스킬이 활성화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뇌리를 스치는 한 가지가 떠올랐다. 진화한 무기에 새롭게 붙은 옵션. 낮은 확률로 인 데오 스페라무스 즉시 시전. 율은 지체할 것 없이 스페라무스 스킬을 사용했고, 선행 스킬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스페라무스가 시전됐다.
동시에 파티원들의 주변으로 빛의 조각들이 배리어처럼 둘러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파티원들은 다들 멈칫거리며 손을 멈췄고, 그 모습에 율은 서둘러 채팅을 쳐올렸다.
[율 : 멈추지 마세요 쿨 타임 마나 소모 없습니다 궁극기 무한으로 쏟아 부어주세요]
그리고 율의 말을 끝으로 다섯 명의 궁극 기가 폭포수처럼 I-DOLL에게 쏟아 부어졌다. 아슬아슬하게 타임 어택을 2초 남긴 상황에서 율의 파티는 극적으로 I-DOLL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
[슈지 : 대박!!!!잡았어!!!!]
[이때가제일고민 : 저 스페라무스 처음 받아 봐요!!!!]
[바로크 : 진짜 완전 벨붕스킬!!!!!!]
[아이스월 : 대박!!진짜 대박!!!!!!]
[율 : 고생하셨습니다 ㅠㅠㅠ]
[산미구엘 : 당연히 고생했지ㅡㅡ 가만히 서서 힐이나 하던 그쪽하곤 다르게]
[율 : ?]
[산미구엘 : 아크 비숍이라고 뻗대고 다니더니 쓸모도 없고 대단한 것도 없고]
또다시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산미구엘의 행동에 율은 가슴 한쪽이 답답한 걸 느꼈다. 아까부터 그가 모난 말을 해올 때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못 들은 척, 대수롭지 않은 척 듣고 넘기기만 했는데, 사람인 이상 율도 짜증이 나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길드원들이나 시언과 있을 땐, 자신이 화를 내 볼 틈도 없이 그들이 먼저 달려들어 물어 뜯어주곤 했으니까. 문득 저번에 들었던 무지개 요정의 말이 떠올랐다.
‘솔직히 나는 네가 좀 네 멋대로 했으면 좋겠어 억지를 부리거나 떼를 쓰거나 아니면 왕광풍이처럼 오만 지랄을 떨어도 좋고’
[율 : 아까부터 왜 자꾸 시비 거시는 거예요?]
[산미구엘 : 뭐?]
[율 : 제가 언제 뻗대고 다녔어요?]
[산미구엘 : 파티 구할 때부터 나보다 렙도 낮은데 아크 비숍이라는 이유로 파티 들어온 거 아냐ㅡㅡ]
[율 : 채팅방에 먼저 들어간 건 저였는데요? 억울하면 구엘님도 아크비숍 하세요]
[산미구엘 : 그럼 네 계정 나한테 넘겨 내가 하는 게 너보다 백배는 낳겠네]
[율 : 낳긴 뭘 낳아요?]
[산미구엘 : ??]
[율 : 직접 아크비숍 낳으시면 되겠네요]
[산미구엘 : 뭔 영문 모를 소리를 씨부려 대고 있어? 정신에 이상 있어?]
[율 : 그쪽은 지능이 오늘내일하시는 것 같아요 게임을 하지 말고 병원을 가보세요]
[산미구엘 : 뭐? 이게 진짜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나불거린다?]
[율 : 손으로 치고 있는데요?]
[산미구엘 : 뭐 이딴 병신새끼가 다 있어?!]
[산미구엘 : 직업 하나로 다른 사람들이 네 후빨해주니까 기분 좋디? 직업 빼면 별 볼일도 없을 새끼가]
[율 : 어그로가 신선하네요? 산지직송인가 봐요?]
[산미구엘 : 뭐????]
[율 : 신선한 어그로 전부 스샷 찍었습니다 너무 신선해서 바로 올리러 가야겠어요 제목은 신선한 개복치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산미구엘 : ....뭐..]
[산미구엘 : 그..그걸 왜 찍어!!]
[율 : 신선해서요]
[산미구엘 : ....올리기만 했단 봐!!]
[율 : 어그로는 신선하시더니 협박은 영 상태가 안 좋으시네요..]
[율 : 언제 한번 포인세티아로 오시겠어요? 노아님이라고 제 컴패니언인데 이 분이 신선하다 못해 생생한 협박을 보여주실 텐데..]
[산미구엘님이 파티에서 탈퇴하였습니다.]
[율 : 잉?]
[슈지 : ...]
[아이스월 : ...]
[바로크 : ...]
[이때가제일고민 : ...대박.]
레인보우 힐 길드원들은 몰랐을 것이다. 은연중에 자신들이 가르친 것들로 길드원들이 모르는 곳에서부터 율이 착실하게 성장해 가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