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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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신을 부르는 율의 목소리에 율의 모친이 시선을 옮겼다. 주방으로 들어선 율이 아침을 준비하는 모친의 옆에 바짝 붙어 섰다.
“이번 설에 시골 가?”
“응? 응, 가야지?”
평이하게 대답하는 모친의 말에 무언가를 고민하듯 우물쭈물하던 율은 모친에게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엄마… 저기….”
***
율이 시언과 만나고 2번째 겨울을 맞았다. 해가 바뀌며 율도 20살이 되었다. 2년간, 율은 상담을 다니며 성격도 상당히 많이 변했고, 검정고시 시험도 합격했다. 여러모로 율에겐 큰 변화가 있었던 2년이었지만 둘 사이의 일상은 크게 변한 건 없었다. 눈을 뜨면 시언의 집에 가서 함께 게임을 하거나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집에 돌아가기의 반복.
어둠이 내린 거실에 티브이의 불빛과 크리스마스 때 설치했던 트리의 미니 전구만이 빛을 더했다. 서로에게 기대앉아 영화를 보던 두 사람은 영화에 집중한 탓에 침묵이 오갔지만, 그런 침묵조차 이제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집중해서 보던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굳었던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켜던 시언은 문득 시계를 바라보곤 몸을 일으켰다. 어느덧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늦었다. 데려다 줄게.”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율에게 손을 뻗은 시언은 자신이 일어나 비어버린 자리에 아예 드러누워 버리는 율을 바라보며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런 시언을 올려다보던 율은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며 소파 위에 굴러다니는 쿠션 하나를 끌어안았다.
“형… 내일부터 설 연휴잖아요, 어디… 가요?”
그리고 난데없는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러운 율의 행동이 의아한 듯 잠시 고개를 기울였던 시언은 율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아니, 너는?”
“저는….”
“?”
“여기 있을 거예요.”
“뭐?”
“형이랑 있을 거예요.”
시언은 잠시 율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멍하니 굳어 있는 머릿속엔 율이 한 말들이 온통 떠다녔다. 하지만 곧 말뜻을 이해한 듯 놀란 얼굴로 율을 바라봤고, 동시에 율도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오늘부터.”
“…….”
“연휴 3일 동안 계속이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대담한 발언을 하는 율을 바라보던 시언은 손을 뻗어 율의 어깨를 쥐었다.
“의미는 알고 말하는 거야?”
조심스럽게, 하지만 조금은 위협적으로 묻는 시언의 목소리는 얼핏 웃음기를 담고 있었다. 율에게 도망갈 수 있는 비상구를 만들어 놓듯이.
“저도 성인이니까요….”
하지만 자신을 똑바로 바라봐 오는 아이의 얼굴은 이제 마냥 어리지 않았다. 20살을 기준으로 앳된 느낌을 많이 벗어난 그는 언뜻언뜻 놀라울 만큼 성숙한 면모를 내보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매일 봤는데도 자신이 모르는 새에 달라져 간 율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시언은 어깨를 쥐었던 손으로 소파 등받이를 짚고 율에게 키스를 했다.
부드럽게 포개어지기만 했던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율의 입술을 가볍게 두드리자 화답하듯 입술이 벌어졌다. 치열을 가르며 들어선 시언의 혀가 내부를 유영하며 입안 구석구석을 훑고 그의 혀를 옭아맸다. 타액이 넘나드는 소리가 은밀하게 오갔고, 입술 사이로 넘나드는 살덩이들이 질척한 소리로 공기를 달구고 있었다.
시언과 키스를 나누며 점점 가빠지는 열기와 호흡에 율은 시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안기듯 매달려왔다. 율의 등을 받쳐주며 그대로 소파 위에 눕힌 시언은 긴장한 듯 바짝 세워진 율의 무릎 사이에 자신의 허벅지를 끼워 넣었다.
어느새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시언의 손길 하나하나에 반응하던 율은 제 니트 속으로 파고드는 커다란 손에 순간적으로 숨을 삼키며 몸을 뒤로 물렸다. 하지만 도망쳐 봤자 소파 팔걸이에 정수리를 부딪칠 뿐이었다.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율의 행동을 내려다보며 슬쩍 웃음 지은 시언이 멈췄던 손을 움직여 니트 속의 맨살을 훑었다. 천천히 훑는 손길을 따라 니트가 딸려 올라가고,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율의 의지완 상관없이 어느새 벗겨진 율의 니트는 시언의 손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티브이와 트리의 불빛만이 희미하게 내부를 밝히는 공간에 맨살을 드러낸 율이 자신의 아래에 갇혀 누워 있다는 것만으로 시언은 아랫배에 빠듯하게 피가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옆구리와 복부를 쓸던 손길을 움직여 가슴에 봉긋이 솟아오른 돌기를 건드렸다. 동시에 앙상한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거리며 움츠러들었다.
“읏….”
억눌린 숨소리에 섞여 나온 짧은 음색에 두 사람의 행동이 멈췄다. 제 입에서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온 소리에 덩달아 놀란 율이 서둘러 제 입을 틀어막고, 시언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시언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막고 있는 율의 손을 잡아 내리려 했다. 당황한 율이 짧게 저항을 했지만, 힘으로 그를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억지로 잡아 내린 손이 거둬지자 이번엔 의지를 담은 듯 앙다문 입술이 보였다.
“…….”
고집스러운 저항에 잠시 어이가 없던 시언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교묘하게 웃었다. 처음 보는 시언의 모습에 율이 불안한 듯 흠칫거렸다. 하지만 불안함을 채 느끼기도 전에 고정하듯 자신의 허리를 양손으로 붙들어 맨 시언이 그대로 머리를 내리는 게 보였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축축한 감각과 함께 미끈한 무언가가 자신의 유두와 유륜을 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유두를 감싸며 강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절로 들썩거리는 몸과 함께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히익-!”
놀란 마음에 두 손으로 시언의 어깨를 마구 밀어내봤지만, 오히려 그의 손에 붙들려 저항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으며 헐떡이던 율은 질척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가는 시언의 입술을 느끼며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었다.
시언은 제 아래에서 바르작거리며 헐떡이던 율의 얼굴을 바라보다 가만가만 그의 눈가를 쓸어 주었다. 붉게 달아올라 있는 눈가와 젖어 드는 눈동자가 어딘지 색정적이었다. 금세 열기에 몰려 시언의 손이 닿는 대로 반응하던 율은 다시금 시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매달리듯 달라붙어 그의 이름을 불러댔다.
“형, 읏… 시언이 형….”
감정에 휩쓸려가듯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에 시언이 몸을 일으키며 율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감각에 화들짝 놀란 율이 시언의 목에 두른 팔을 더욱 옥죄며 그의 몸에 달라붙어 왔다.
율을 안아 든 시언은 조금 빠른 보폭으로 2층으로 향했다. 2층으로 가는 계단 중간중간 그가 급하게 벗겨낸 율의 나머지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렸다.
마른 등을 받치며 조심스럽게 침대에 율을 눕힌 시언은 그대로 그의 몸 위로 올라탔다. 맨살에 닿는 차가운 시트의 느낌에 잠시 몸을 떨던 율은 자신의 몸 위로 겹쳐오는 시언의 체온에 본능적으로 매달려왔다.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지는 율의 살 내음에 몸을 일으킨 시언은 다물려 있는 그의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그리고 율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순식간에 공기 중에 드러난 은밀한 곳과 그 사이에 자리를 잡는 시언의 행동에 율은 얼굴로 열이 몰리는 기분이었다. 수치스러운 기분에 몸을 뒤로 물려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금세 뻗어온 시언의 손이 율의 허리를 붙잡았다.
“괜찮아.”
허공에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저를 향해 말했다. 1층과 달리 아무런 불빛도 없는 침실은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해 시언의 실루엣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실루엣은 천천히 제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사락사락하는 천을 스치는 소리와 제 몸이 시트에 스치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던 시간이 끝나고, 제 허벅지에 닿는 맨살의 감촉이 생생했다. 왠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새카만 어둠 속에 얼핏얼핏 보이는 실루엣뿐이었다. 율은 머뭇거리다 손을 뻗었다.
“…!”
멀지 않은 곳에서 단단한 무언가에 닿았다. 율은 잠시 놀라며 손을 떼어냈지만, 다시 한번 손을 뻗어 그것을 어루만졌다. 근육으로 느껴지는 굴곡과 길게 뻗어 제 허리 옆을 짚고 있는 그것은 시언의 팔이었다.
가만가만 자신의 팔을 매만져 오는 율의 손길에 시언은 그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고 침대 위에 찍어 눌렀다. 마주 잡은 손바닥 안이 축축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율이 얼마큼 긴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언은 무릎을 세우며 잡은 율의 손을 머리 위로 쓸어 올렸다. 천이 쓸리는 소리가 율의 귓가에 생생하게 전해지고, 무릎을 세운 채 몸을 일으키는 시언의 행동에 그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던 자신의 허벅지가 들리며 하체가 온전히 드러나 버렸다.
“읏!”
보는 사람은 없지만, 드러내 본 적 없던 은밀한 곳에 차가운 공기가 와 닿는 느낌에 깍지 낀 손을 흔들며 몸을 뒤척이는데, 어느덧 귓가에 다가온 시언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시작하면 놔주지 않을 거니까, 싫으면 지금 말해.”
“…….”
시언의 말에 율의 행동들이 일제히 멈췄다. 조용히 율을 내려다보던 시언은 천천히 깍지를 풀었고, 율의 마른 팔이 시언의 목에 둘렸다. 명백한 동의였다.
시언은 율의 목에 입을 맞추며 손으로 허리와 복부를 쓸었다. 배회하듯 움직이던 손길은 천천히 몸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매만졌다. 작은 돌기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문지르는 시언의 손길에 율은 또다시 숨을 집어삼키며 허리를 떨었다.
점점 박차를 가해오는 쾌감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열락의 출구를 찾듯 배회하던 열기는 시언의 입술을 따라 율의 몸 여기저기에 열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목과 가슴, 복부, 허벅지, 종아리 그리고 다시 입술.
율의 몸 이곳저곳을 차례로 빨아들이며 키스 마크를 찍어대던 시언은 쾌감에 반응한 듯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율의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으읏!”
동시에 율이 불에 덴 듯 놀라며 몸을 들썩거렸다. 크게 뜨인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물기에 젖어 반짝거렸다. 그 눈빛을 바라보며 진득하게 손을 움직이던 시언의 손길이 점차 빨라졌다. 불시에 몰아닥친 쾌감에 율이 시트 위에서 한껏 흐트러진 채 숨기지 못하는 신음을 터트리며 몸을 뒤척였고, 그 행동에 몸 아래에 깔린 침대 시트가 엉망으로 구겨졌다.
“아, 형… 앗.”
쾌락에 헐떡이던 몸이 격하게 뒤틀렸다. 높게 내지른 신음과 함께 시언의 손에 사정한 율은 채 가시지 않는 여운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제 손에 한껏 쏟아내진 율의 정액과 축 늘어진 율을 바라보던 시언은 그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제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율의 정액이 듬뿍 묻은 손을 그의 드러난 둔덕 사이로 가져갔다.
열기에 눈이 멀어 사고가 멈춰버린 율은 불시에 제 엉덩이 사이로 파고드는 길고 단단한 것의 감촉에 가눠지지 않는 고개를 움직여 시언을 바라봤다. 동시에 무언가가 내부를 헤집고 들어왔다.
“아윽!”
그곳으로 무언가가 들어오기는 처음이었다. 틈 하나 없이 맞물린 장소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온 무언가가 알싸한 고통을 흘리고 있어서 율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율의 비명에 시언의 손이 멈췄다. 겨우 손가락을 하나 넣었을 뿐인데 비명이라니, 안 그래도 좁은 입구와 잔뜩 다물려 있는 내부를 풀어주고 길을 내려면 상당히 힘들 것만 같았다.
쾌감에 젖어 몽롱하던 정신이 단숨에 현실로 내팽개쳐진 율은 본능적으로 도망치듯 몸을 물렸다. 시언은 낮게 혀를 차며 손가락을 빼내곤 도망치는 그를 일으켜 세워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영문도 모른 채 시언의 무릎 위에 마주 보고 앉게 된 율은 시언의 허리를 감싸듯 다리를 벌리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왠지 불안한 기분이 음습했다. 도망치지 못하게 팔로 제 허리를 감싼 시언의 손이 둔덕을 타고 내려오며 손가락이 다시 한번 내부를 침입해 들어왔다. 율은 저도 모르게 시언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 잠!”
내부를 헤집는 생생한 감각이 불쾌한 이물감을 선사했다. 선득하게 느껴지는 느낌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몸으로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아내는데 내부를 넓히며 손가락이 하나 더 밀고 들어왔다.
“윽, 윽….”
율은 멈추지 않는 시언의 행동에 그의 어깨를 퍽퍽 내리치며 선득한 감각과 싸웠다. 하지만 늘어난 손가락이 내부를 벌리며 긁어대자 절로 긴장된 몸이 시언의 손가락을 밀어내기 위해 힘을 주기 시작했다.
손가락 두 개도 빠듯한 내부가 한껏 조여 오자 시언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제 어깨에 고개를 묻어버린 율의 이름을 달래듯 몇 번이고 속삭여주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조용조용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율은 몸에 힘을 풀어갔다. 밀어내듯 압박하던 행동도 멈추자, 시언은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개, 네 개 숫자를 늘려 갈 동안 율은 시언의 어깨에 매달린 채 처음 느껴보는 곳이 주는 새로운 감각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쾌감과는 다른 감각에 녹초가 된 율의 내부를 헤집던 시언은 찐득해진 손가락을 빼냈다. 가득 채운 내부를 단숨에 빠져나가는 느낌에 율이 시언의 어깨를 쥐고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시언은 달래듯 율의 등을 쓸어내리다 그를 다시 침대 위에 눕혔다.
등 뒤에 닿는 푹신한 감촉에 경직됐던 몸이 서서히 풀어졌다. 긴장했던 숨이 한 번에 터져 나오며 늘어지는 율을 바라보던 시언은 율의 다리를 제 어깨에 걸치게 하고 허리 아래에 베개를 쌓아 넣었다. 그리고 여전히 멍해 보이는 율을 바라보며 입구에 자신의 선단을 맞췄다.
손가락과 달리 더욱 굵고 단단한 것이 하체에 닿아오자, 율은 느릿느릿 시선을 움직였다. 어느 정도 어둠에 익은 눈동자 한가득 보이는 것은 시언의 얼굴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가지런한 미간이 찌푸려진다 싶은 순간, 제 몸을 가르며 밀고 들어오는 살덩이의 느낌에 목을 젖히며 입을 크게 벌렸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와 뜨거움을 가진 살덩이가 좁은 입구를 강제로 넓히며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어 꺽꺽거리면 잠시 침입을 멈추고 자신의 호흡이 돌아오길 기다려 주었지만, 감당하면 할수록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크기에 결국 왈칵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좁은 곳을 강제로 넓히며 들어온 성기 때문에 내부가 한없이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의 성기는 끝을 모르는 듯 여전히 제 안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터진 눈물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흘러내렸다.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이 시트를 잔뜩 적셨지만 휘몰아치는 감각에 닦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제 성기를 뿌리 끝까지 밀어 넣은 시언은 간헐적으로 떨고 있는 율의 아랫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자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듯이.
삽입만으로 기력이 다 날아가 축 늘어져 있던 율은 제 아랫배를 쓰다듬는 시언의 손길에 잔뜩 흐려진 눈으로 시언을 바라봤다. 시선을 눈치챘는지 율을 마주 본 시언이 눈물로 범벅된 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괜찮아?”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와 손길에 율이 울며 도리질을 쳤다.
“이상해… 이상….”
“…미안.”
울고 있는 율을 보면서도 시언은 제어가 들지 않는 듯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부를 가득 채운 것이 빠져나가고 다시 밀고 들어오는 느낌에 율이 시트를 움켜쥐며 몸을 뒤틀었다.
천천히 내부를 드나드는 시언의 성기는 무언가를 찾듯 율의 내벽 여기저기를 찔러댔다. 길을 내면서도 탐색하듯 무언가를 찾았다. 하지만 율은 그저 시언이 선사하고 있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극에 헐떡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시언이 스치고 지나가는 어느 한 지점에 묘한 자극을 느껴 움찔거리며 발끝에 힘을 주었다. 그 찰나의 변화를 눈치챈 시언이 율의 허리를 붙잡고 그대로 제 성기를 박아 넣었다.
치고 빠지는 게 아닌 반응을 보려는 듯 그대로 찍어 누르는 시언의 행동에 율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눈앞에 불꽃이 튀는 것만 같았다.
단숨에 쾌락의 끝자락까지 몰아 넣어져 나동그라진 율은 정신을 다잡아 보려 했지만, 자신의 반응을 확인한 시언이 속도를 올리며 그곳만을 쉴 새 없이 찔러 넣는 통에 두려울 정도의 쾌락을 느끼며 희게 변하는 시야로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휘몰아치는 쾌감을 더는 감당할 수 없어 율은 제 허리를 붙들고 있는 시언의 팔을 잡았다. 그만해 달라는 듯 팔을 밀어내며 가누지 못하는 머리를 마구 흔들었지만, 시언은 집요하게 율을 쾌락의 벼랑으로 몰아갈 뿐이었다.
한 번 사정했던 몸이 다시 반응하며 율의 성기가 다시금 힘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꺼떡거리며 일어난 성기의 선단에서는 쿠퍼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얼마 못 가 사정하며 율의 배와 가슴으로 흰 액체를 흩뿌렸다.
총 2번의 사정으로 축 늘어진 몸이 여운을 느끼듯 경련했다. 녹진녹진하게 녹아버린 몸과 정신이 시트 위에 널브러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율의 내부에 들어차 있는 시언의 성기는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었다.
열락의 끝자락에 홀로 숨을 고르던 율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 시언의 행동에 불에 덴 듯 놀라며 몸을 들썩였다. 겨우 잠잠해진 열기에 다시 불이 붙을까 두려웠다.
천천히 움직이며 내벽 이곳저곳을 자극하는 시언의 움직임을 따라 율의 몸이 연신 움찔거렸다. 그리고 내부의 예민한 부분을 은근히 스치듯 지나다니자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시언의 어깨에 얹힌 두 다리가 쫓을 곳 없는 쾌락을 찾아 허공을 허우적거렸고, 시트를 움켜쥐었던 두 손은 시언의 어깨를 밀어내고 있었다.
조금씩 속도를 올리는 시언의 행동에 율도 의미 없는 저항에 박차를 가했다. 쾌락에 쫓겨 도망가듯 시언의 어깨에 손톱을 박아 넣던 율은 곧 그의 어깨를 밀며 몸을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그런 율의 행동에 시언은 율의 손을 떼어내 깍지를 끼고 시트 위에 찍어 눌렀다.
“흐… 아- 앗, 흐읏….”
터져 나오는 신음을 숨기지도 못하고 상기된 얼굴로 제 아래에 갇혀 울고 있는 율을 내려다보던 시언의 미간이 심하게 찌푸려졌다. 동시에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살덩이가 드나들며 들리는 질척거리는 소리가 음란하게 퍼지고,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사이에 심화한 쾌락이 주는 고통과도 같은 쾌감에 울부짖는 율의 신음이 섞여들었다.
한참을 시언에게 시달린 율이 겨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건 어슴푸레하게 창밖이 밝아질 무렵이었다. 계속 잡혀 있던 허리나 팔뚝엔 손 자욱이 선명하게 남았고, 몸 여기저기엔 시언이 꽃피운 열락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기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져 손가락 하나, 입술 한 번 움직일 수 없는 율은 한껏 가빠졌던 거친 숨을 겨우겨우 내뱉고 있었다.
“율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욱 낮게 들렸다. 율이 천천히 시선을 움직여 시언을 바라보자, 시언은 율의 등 밑으로 팔을 끼워 넣어 그를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 입가에 물 잔을 대주었다.
바짝 마른 입안이 본능적으로 대어주는 물을 급하게 받아 마셨다. 하지만 제대로 마시지 못해 잔뜩 흘러나온 물들이 턱과 목을 타고 몸으로 흘러내렸지만, 율은 늘어지는 제 몸을 받쳐주는 시언의 몸에 기대어 지친 눈을 감을 뿐이었다.
시언은 축 늘어지는 율의 몸을 바라보다 침대 위의 시트를 끌어모아 율의 머리 위에서부터 둘러씌우며 그의 몸을 감싸고 끌어안았다. 율은 응석을 부리듯 시언의 가슴에 머리를 비비며 파고들 듯 안겨 왔다. 율의 행동에 시언은 낮은 목소리를 흘리며 웃었다.
자신의 머리 위에서 낮게 흐르는 웃음소리에 시언의 얼굴이 보고 싶어진 율이 눈을 들자,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시언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 시언을 바라보던 율은 새삼 부끄러워졌다. 아마도 옷을 입고 있지 않은 그의 맨살을 보게 되어서일지도 몰랐다.
붉어진 얼굴로 서둘러 고개를 내리는 율을 바라보던 시언은 꽁꽁 둘러맨 시트 속에 숨겨진 율의 손을 잡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손장난하듯 깍지를 끼기도 하고, 손가락과 손톱을 매만지기도 하는 시언의 손길을 온전히 받고 있던 율은 그의 손이 자신의 손을 떠나 머리 위를 덮고 있는 시트를 만지작거리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딱히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이어 들려오는 나지막한 중얼거림엔 시선을 들 수밖에 없었다.
“면사포 같다.”
하지만 시선을 들려던 율은 제 손가락에 끼워지는 낯선 감각에 시언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다시 시선을 내렸다. 제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
멍하니 제 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던 율은 저를 다시 침대에 눕히는 시언의 손길에도 멍하니 반지를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곧 입 맞춰 오는 시언의 입술에 화답하듯 천천히 입을 벌리고 눈을 감아야만 했다.
제 몸을 감싼 시트가 다시 떨어져 나가고, 몸을 훑는 시언의 손길을 느끼면서도 율은 네 번째 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반지의 감촉만을 되짚어갈 뿐이었다.
***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에 서서히 눈을 뜬 율은 사방이 어둑어둑한 기운에 눈을 깜빡거렸다. 해가 뜨고서 잠자리에 들 수 있었으니, 아마도 다시 저녁이 된 듯싶었다. 이불 속에서 꼼지락대던 율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체온과 제 허리를 단단히 옥죄고 있는 단단한 팔 때문에 움직임이 부자유스럽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손을 거둬내면서까지 일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분명 그리하면 등 뒤의 시언도 깨어날 테니까. 곤히 잠든 그를 깨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용히 누워 있기로 마음먹은 율은 하릴없이 눈알만 데굴데굴 굴렸다.
그러다 문득 제 눈앞에 시언의 손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제야 자신이 베고 있는 게 시언의 팔이었다는 걸 깨달은 율은 조심조심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쓸고, 손을 매만졌다.
“아….”
조심조심 시언의 손을 펴던 율의 입에서 짧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시언의 손, 네 번째 손가락에 자신과 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율은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매만지다 시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며 깍지를 꼈다. 맞물린 손가락과 함께 맞물린 반지가 기분 좋은 감촉을 선사했다.
율은 깍지 낀 두 사람의 손을 바라보다 천천히 미소 지었다. 맞닿은 두 반지가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서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두 눈을 감았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