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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가이드-25화 (25/132)

#25

그때는 발바닥이 한 번 짜릿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이건…… 통속적인 말로, 영혼이 울리는 느낌이다. 그에게 영혼이란 것이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는 마치 자신의 손금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이승우의 몸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어떤 에스퍼의 몸도 이승우처럼 완벽하게 그의 통제 하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매칭률이 가장 높은 에스퍼의 몸이라는 거구나.’

그는 꽤 신기한 기분으로 이승우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몸 안이 얼마나 꼬여 있는지, 가이딩은 얼마나 부족한지, 등등.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이승우의 상태는…… 아주 심각했다.

“음…….”

저절로 침음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기껏해야 몇 달 가이딩 못한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건…… 한 번도 가이딩을 받아본 적 없는 에스퍼의 몸 같았다. 손을 잡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승우는 여태 약이랑 기계로만 가이딩을 한 건가? 고은교는 그동안 왜 가이딩을 해 주지 않았던 거지?

가이딩 기록이 아예 없지는 않았는데.

‘아니…… 없었나?’

그는 당황해서 이승우를 바라보았다. 이승우는 여전히 그들이 맞잡은 손으로 시선을 내리깐 채였다. 그래서 그는 이승우의 눈동자를 덮은 부드러운 눈꺼풀과 길고 촘촘한 속눈썹을 볼 수 있었다…….

고은교의 시선을 느낀 이승우가 눈을 들어 올렸고, 그들은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는 너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최대한 빨리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아까 이승우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이승우가 고은교의 ‘my’에 들어온 지 꽤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속이 심란해진 상태였다.

무엇보다 한번 눈이 마주치자 이승우는 계속해서 고은교를 보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는 최대한 이승우의 시선을 못 느끼는 척했다.

그는 시험 삼아 기운을 움직여 이승우의 몸 전체를 구석구석 훑었다. 이승우의 몸 내부가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진단만 하려는 목적이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아주 난관이었다.

이승우의 시선 같은 것은 옛날에 잊힌 지 오래였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 눈썹을 찡그려 가며 집중하던 그는 점점 잡은 손에 힘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언제 느슨하게 잡았느냐는 것처럼, 맞잡은 손이 꽉 잡혀 있다. 힘을 좀 풀라는 뜻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승우를 쳐다보았지만,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가만히 자신을 보는 시선과 마주칠 뿐이었다.

이승우는 자신이 얼마나 절박하게 고은교의 손을 잡고 있는지 모르는 듯했다…….

그럴 만한 몸 상태였다. 그 순간 고은교는 이승우를 불쌍하게 여겼다. 어떤 가이드라도 이승우의 엉망진창인 몸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면 이승우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든지 그를 가엾게 여겨 줄 것이다.

손목 워치를 확인하자 벌써 25분이 지나 있었다. 자신도 그렇지만, 이승우도 어마어마하게 이 행위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거, 가이딩이 안 되겠는데…….’

굳이 말하자면 모든 혈맥이 막혀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가 한 거라고는 이 비쩍 말라있는 길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는 있는지 쭉 돌아본 것밖에 없었다. 남은 5분 동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냥 기운을 있는 대로 뽑아내서 쭉 뿌려 주는 것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마 그렇게 가이딩을 하면 가이딩이 몸 안에 충분히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채워졌다가 금세 쭉 흘러버리겠지만, 그래도 안 해 주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손을 통해 선명한 가이딩 기운이 이승우의 몸 구석구석 퍼지면서 흩어졌다. 비록 임시방편이지만 이 행위가 그에게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앞에 앉은 가엾은 에스퍼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삐삐삐, 삐삐삐.

시간에 맞춰 책상 위에 있는 가이딩 체크 시계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가이딩을 끝낼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꽤 긴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몸에 들어가 있는 힘을 서서히 풀자, 어깨가 뻐근하게 아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도 제대로 된 가이딩을 받은 적 없는 상급 에스퍼를 단독으로 돌봐준 터였다. 자신은 예전처럼 S급 가이드도 아니었고 이 몸은 겨우 B급 가이드였으니 전해져 오는 부담감도 상당했다.

“수고했습니다, 이승우 에스퍼.”

당분간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만나 가이딩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운을 떼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이승우가 한시라도 빨리 매칭률 높은 가이드의 ‘my’로 들어가거나.

하지만 그가 알기로, 이승우에게는 매칭률이 괜찮은 가이드가 없었다. 고은교를 제외하고는. 그러니…… 아무쪼록 당분간은 그가 책임을 지는 게 여러모로 가성비가 좋았다.

예전에 벌려 놓았던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은근히 마음이 놓인다. 이승우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 치사하게 느껴졌지만, 뭐 어떤가. 자신이 이승우를 뭐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는 애써 이승우에게 사심이 없음을 반복해서 떠올렸다. 이승우 역시 고은교의 가이딩이 마음에 들었을 테니, 그동안의 무례했던 태도를 바꿀 것 같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가이딩은 기운을 나누는 것이어서, 칼같이 잘라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서서히 기운이 멎었지만 손을 완전히 떼어 내야 가이딩을 그만 둘 수 있었다.

그가 칼칼해진 목을 가다듬으며 소리를 냈다.

“손 놔도 됩니다.”

“…….”

하지만 이승우는 손을 떼지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것은 그때였다.

“……이승우 학생?”

고은교가 자신도 모르게 ‘이승우 에스퍼’ 대신 ‘이승우 학생’이라고 그를 불렀을 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과 의자가 넘어졌다. 동시에 폭풍같이 뭔가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밀고 들어오며 그를 뒤로 몰아붙였다.

당연히 그는 꼼짝없이 뒤로 넘어졌고, 엉덩이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그대로 끌어 올려졌다. 순식간에 거의 벽 끝까지 몸이 밀렸다.

“……웃!”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어느새 턱이 잡혀 있었다.

언제부터 키스하고 있었던 거지?

정신을 차린 순간 입술과 입술이 닿아 있었는데, 당황해서 입을 벌리는 순간 혀가 그 틈을 파고들어왔다.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는 혀를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가이딩을 하는 중이었다. 손을 통해 방출하고 있었던 기운은 이미 새로운 접촉을 따라 입술과 안쪽 점막으로 방출되고 있었다. 이승우의 인도를 따라 그들은 보다 내밀하고 밀접하게 느껴지는 행위를 통해 가이딩 했다. 이 불민한 에스퍼는 아주 잡아먹을 듯 그의 입안과 혀, 혀 아래 점막을 빨아댔다. 그는 고은교가 입을 벌린 정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턱을 눌러가며 입을 더욱 크게 벌리도록 만들었다.

폭력적인 키스에 저절로 숨이 가빠왔다. 아니, 키스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가이딩을 더 하기 위해 정신이 나가 버린 에스퍼 특유의 스트레스 반응이었다. 가이딩이 부족할수록 에스퍼들은 이성을 잃고 가이딩에 매달리게 된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그는 이 말도 안 되는 행위에 아주 특별한 기분을 느꼈다…….

고은교가 그를 밀어내지 않자 입술의 움직임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아, 하아. 하읍…….”

춥, 쭙. 말랑하고 물기 있는 것을 빠는 소리가 난다.

빨리는 족족 멍이 든 것처럼 찌릿찌릿했고 키스하는 입술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기운이 흡착되어 빨려 들어가는 기분에 정신이 몇 번이나 아찔해진 것은 물론,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 젠장…….’

고은교의 몸은 너무도 예민해서 이승우가 고개 각도를 달리하여 침을 삼키고 혀를 빨 때마다 움찔움찔 튀어 올랐다. 생리적인 반응이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졌지만, 이승우를 말리기 위해 어깨 위로 손을 올리고 힘을 주어도 더더욱 벽으로 떠밀릴 뿐이었다.

쪽, 쫍, 쭈읍, 같은 민망한 소리는 보통 키스할 때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집착적으로 빨아 먹히는 소리에 가까웠다. 혀가 입천장을 훑다가 목구멍까지 기어 넘어오려 했다. 기어코 산소가 부족해졌다. 숨을 헐떡이며 고은교가 이승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승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서 끝장을 보고 싶은 건지, 키스로 혼을 쏙 빼놓으면서 고은교의 옷을 반쯤 벗기려 했다. 아니, 실제로도 그러는 중이었다. 티셔츠는 위로 말려 올라가고, 손이 들어와 허리며 배, 가슴과 등이 만져졌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무례한 손이 올라붙은 엉덩이 골을 어루만졌다.

고은교는 너무 당황하고 놀라서 굳어 있다가, 몸이 마구 만져지는 통에 정신을 차렸다.

‘이 새끼, 손이 왜 이렇게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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