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 -- > * 4화 *
그리고 네 시간 후. 에나는 정말 손가락 하나도 까딱 못할 상태였다. 어느샌가 손을 묶고있던 포박도 풀려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껏 농락당한 그곳에선 진득한 정액이 울컥울컥 넘쳐내리며 시트를 적시고 있었다. 현실이라면 이런 긴 시간에 걸친 섹스는 불가능 하겠지만 게임 속 세계에선 얼마든지 가능했다. 상대의 사정은 눈곱만치도 봐주지 않는 미칠듯한 연속 정사. 눈앞의 짐승같은 남자는 네 시간에 걸쳐 무려 열 몇 차례나 자신을 절정에 달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섹스뿐만이 아니라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온 몸 구석구석을 애무해 자신을 철저히 무너트렸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그의 손길과 혀가 미치지 않은곳이 없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은것도 최초의 너댓번까지지, 그 이후부터는 중간중간 기억이 없다. 아니 정확히 자신이 몇 번이나 가버린건지도 잘 모르겠다. 절정에 달하고 의식이 흐려졌다 싶었는데 겨우 정신을 차리니 또 범해지고 있고 그러다 재차 절정에 달해서 정신이 깜빡깜빡 하는데 계속 범해지고... 그것의 반복. 앞뒤가 엉클어진 기억이지만 정사 도중에 그가 자신에게 했던 어떤 말 만큼은 또렷히 기억났다.
"어때, 이제 내 여자가 될 기분이 들어?"
"히, 하힛! 되... 될게욧! 아! 아윽!"
...아 모르겠다. 이젠 아무래도 좋다. 그냥 쉬고 싶었다. 에나는 눈을 감고 순식간에 죽은듯 잠에 빠져들었다. 스으 스으 규칙적인 호흡을 내쉬며 잠든 에나. 그녀를 내려다보던 진석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아직 더 할 수 있겠는데?"
여태까지 플레이하며 이렇게까지 긴시간에 걸쳐 연속적인 정사를 해본 기억은 없었다. 많아야 4, 5회 정도면 기력도 빠지고 더이상 못하겠다 싶었는데, 혹시 스테이터스 덕분일까? 진석은 대충 그렇게 추측했는데 사실 정확한 예상이었다. 둘 다 40을 넘는 높은 무력과 매력 수치 덕에 '이성함락'처럼 표시되진 않지만 숨겨진 효과인 '절륜'이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옷을 다 챙겨입은 진석은 걸음을 재촉해 시장으로 향했다.
"흐. 적당히 여비 정도나 만들어서 다른 도시로 갈 생각이었지만 좀 더 놀아도 되겠어."
진석은 히죽거리며 방금전까지 안고있던 여체의 부드러운 감촉을 떠올렸다. 처음엔 그냥 단순 강도질 상대로 골라잡은 상대였지만 이거 아주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어도 되겠다 싶었다. 지금 진석이 시장에 가서 사려는건 약초였다. 이번에 새로 익힌 스킬인 약학을 사용해 서둘러 미약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물론 식물학도 익힌 만큼 재료를 직접 채집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도시 밖에 나가야하고 또 원하는 재료를 찾기 위해선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현재 C랭크인 약학으로는 기본적인 미약만을 만들 수 있었지만, 어차피 높은 랭크로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약을 제조해봐야 했고 또 약의 효과를 확인해 볼 상대도 필요했다. 그러니 에나라는 여자를 손에 넣은 지금이 미약의 제조와 사용을 한 번에 실행할 적기였던 것이다.
"그나저나 돈이 충분한건진 모르겠네. 재료값이 얼마가 들진 모르니..."
우선 만들어볼 가장 기본적인 미약의 이름은 아우그멘. 성감 증폭을 시키는 것으로, 신체에 직접 바르는 액체형 타입이었다. 이 미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약초는 다섯가지. 그 중 세가지는 흔한 약초라 그리 비싸지 않을테지만 나머지 두가지가 좀 귀한편이라 얼마나 할지 알 수 없었다. 빠른 발걸음으로 주택가를 가로질러 상업지구에 도달한 진석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다니며 약재상을 찾았다.
"아 저기 있네."
사거리 길가에 제법 큰 약재상이 있었다. 2층짜리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데다가 오가는 손님도 많은걸 보니 찾는 물건은 충분히 있을 것 같았다. 입구 위쪽엔 푸른 바람의 어쩌고 하는 상호가 적힌 간판이 걸려있었지만 그런건 알게 뭔가.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몇몇 상인들이 점원들에게 뭔가 상담을 하거나 계산을 하며 대금을 치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석은 게 중 상대하는 손님이 없는 한 점원에게 다가가 자신이 찾고 있는 약초들이 있는지 물었다. 점원은 안면에 직업용 미소가 분명한 표정을 띄으며 싹싹한 태도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찾으시는건 다 구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량은 얼마나 필요하신가요?"
"아니 그전에... 가격이 어떻게 됩니까?"
예상대로 나머지 두 가지 약초가 생각보다 비싸서 현재 소지금으로는 간당간당하게 한 세트 분량을 살 정도였다. 탈탈 털어 대금을 지불하고 나니 수중엔 딱 동화 열닢이 남았다. 동화 여섯닢으로 시작했었는데, 백주대낮에 강도질까지 했음에도 이래서야 겨우 네닢 번 꼴이다. 어째 한숨이 푸욱 나왔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찾아주세요!"
남의 속도 모르고 싱글거리며 인사를 하는 점원. 웃기고 있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또 이 돈을 주고 사서 쓸 것 같냐? 진석은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며 종이봉투에 가득한 약초를 안고 에나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껏해야 30여분 정도의 짧은 외출이어서일까, 에나는 여전히 죽은듯 잠든채였다. 진석은 거실 바닥에 떨어져있는 장바구니 안에서 사과를 하나 꺼내어 와작와작 씹어먹으며 탁자 위에 정제 기구를 꺼내 세팅했다. 아우그멘은 가장 기본적인 미약인 만큼 완성에 걸리는 시간도 두 시간 정도로 다른 약을 만드는 것에 비하면 대단히 짧은 편이었다. 진석은 중간중간 사과를 한 입씩 베어먹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식대로 약초를 자르고 다지고 섞고 끓이며 차근차근 아우그멘을 만들어 나갔다.
두시간 뒤. 손가락만한 높이의 작은 유리병안에 옅은 핑크빛을 띄는 액체가 담겨있었다. 이것이 아우그멘. 신체 부위에 바르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스며들면 평소 느끼는 것 보다 수십배의 감도를 느끼게 하는 약이었다. 효과는 약 두어시간 정도로, 주로 성기에 발라 민감도를 높여 행위시 성감을 증폭시키는것이 기본적인 사용법이었다. 약을 완성한 진석은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이거 하나뿐이지만 팔시타스까지 만들면... 훗훗."
약학 S랭크에서 제조 가능한 팔시타스는 일종의 최면용 약품이었다. 경구 복용 후 10분에서 15분 정도 흐르면 약 5분간 효력이 발휘되기 시작하는데 이때 복용자는 일종의 명정상태에 빠지며 주변의 반응을 아무 저항 없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상태가 되기에 거짓 기억이나 절대적인 명령을 심어넣는 세뇌를 시도 할 수 있었다. 이후 약효가 다해 정신을 차리면 약효가 작용하고 있던 시간 동안의 기억이나 명령을 별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것이다. 단 당사자의 종족, 스테이터스와 개인적 특성에 따라 약효가 듣는 편차가 있기에 한 번만 먹여도 세뇌효과가 문제없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 번 네 번 수차례 반복해서 약을 먹이고 세뇌해야 그 효과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팔시타스는 재료만 해도 엄청나게 희귀한것들 투성이라..."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팔시타스는 제 값을 치르고 사서 쓸래도 재료가 워낙 희귀해 구하기 쉽지 않았다. 하긴 이런 사기적인 효능의 세뇌약물이 흔하다면 밸런스가 왕창 깨질테지. 진석은 아쉬움에 혀를 차며 아우그멘을 가지고 에나가 잠들어 있는 침실로 들어섰다. 에나는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진석은 그런 에나의 다리를 벌리고 그 안에 손가락을 넣어 안쪽에 잔뜩 남아있는 정액을 살살 긁어냈다. 에나는 잠결에 움찔움찔 반응을 하긴 했지만 워낙 곤히 잠든탓인지 깨진 않았다. 옆에 굴러다니던 시트조각을 물에 적셔 수건 대용으로 이용해 에나의 몸에 남은 정사의 흔적을 적당히 닦아낸 다음, 그녀의 다리를 벌려 안쪽에 아우그멘을 찔금찔끔 흘려넣었다. 그리고 시트조각 귀퉁이에도 약을 적셔서 음부 전체, 유두와 가슴에도 약을 문질러 발랐다. 만드는 비용과 수고가 드는 물건인만큼 아껴서 쓴다고 썼는데도 거의 절반 가까이를 사용해버렸다. 진석은 입맛을 다시며 남은 약을 가방안에 잘 갈무리해두었다. 그렇게 미약을 에나에게 사용하고 약 20여분쯤 흘렀을까. 사용한 미약은 완전히 그녀의 체내로 스며들었고, 에나는 몸 여기저기가 근질근질하고 쑤셔대는 느낌에 억지로 잠에서 깨어났다.
"으응... 아, 몸이..."
알몸으로 침대 한쪽에 걸터앉아 에나가 깨어나길 기다리던 진석은 그녀가 깨어나자마자 당황해하는것을 보고 재밌다는듯 히죽거렸다. 죽을정도로 시달린 정사때문에 지쳐서 곯아 떨어졌는데, 또 미약을 발라 잠을 깨웠다는걸 그녀가 어찌 알겠는가? 에나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음부와 그 깊은곳 안쪽, 그리고 양 가슴이 불타듯 뜨거워지는것에 당황했다.
"아니 어떻게 된... 앗, 윽... 몸이 너무... 이상... 힛!"
아직 잠이 덜 깨서 더듬더듬 자기 몸을 만져가며 상황을 파악하려던 에나는 손끝이 자신의 유두를 스치자 밀려드는 어마어마한 쾌감에 깜짝 놀라 말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말 살짝 손이 스친것 뿐인데도 일순간 절정에 준하는 쾌락이 밀려온것이다. 잠이 확 달아났다. 자신을 바라다보며 재밌다는듯 웃고있는 진석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아니, 어떻게 된거에요? 내 몸에 뭔가 한거에요?"
진석은 대답대신 양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문지르고 유두를 세게 꼬집었다. 히아악! 에나의 입에서 새된 교성이 터져나왔다. 말도 안되는 감도에 몸부림을 치며 힘겹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양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뒤로 물러났다.
"하악, 하아... 몸이... 이상해... 하지마요! 시, 싫어!"
진석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에나에게 다가가 이번엔 손끝으로 비열을 한 번 스윽 문질렀다. 순간 입을 쩍 벌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에나. 머릿속에 번개가 번쩍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단순히 기분이 좋은 정도를 초월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손가락을 한 번 문지른 것 만으로 이 모양이라니. 만약 이런 상태로 본격적인 애무라도 받는다면 어떻게 될 지 상상조차 안갔다.
"우으... 윽..."
고개를 숙이며 하릴없이 양손을 내젓는 에나. 자기 딴엔 진석의 행동을 막아보려는 의도였지만 지금의 그에겐 그저 귀여운 저항일 뿐이었다. 에나의 양 팔을 붙잡은 진석은 그녀를 끌어당겨 강제로 침대위에 눕히고 그 위로 올라탔다.
"안돼! 싫어..."
"아 진짜 귀엽네."
진석은 입맞춤을 하며 에나의 가슴을 강하게 주물렀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압박에 맞춰 머리속을 마구 때려대는 자극이 너무나도 강렬했다. 발버둥쳐 벗어나려 했지만 완전히 깔린 자세인데다가 압도적인 완력의 차를 극복할 순 없었다. 이윽고 가슴을 매만지던 진석의 오른손이 에나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자그마한 클리토리스를 꾹 쥐었다.
"!!!"
입술에 막혀 소리조차 지를 수 없는 에나는 눈을 크게 뜬채 허리를 바짝 치켜올리며 굳어버렸다. 마치 몸 속에 거대한 통로가 생겨나고, 그 통로를 통해 쾌감이라는 이름의 파도가 끝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다. 뒤를 이어 곧게 세운 검지와 중지 두 개의 손가락이 그녀의 안쪽으로 꾸물거리며 파고들었다.
'주... 죽을 것 같아!'
그나마 클리토리스를 만져질때까진 버틸 수 있었지만 손가락이 안쪽으로 파고드는 느낌은 쾌감이라 형용하기엔 지나친 것이었다. 몸 전체의 신경과 촉감이 온통 내부 안쪽에 집중 되어있는 것 같았다. 그 좁은 부위에서 전해지는 감촉이 온몸으로 저릿저릿 퍼져나갔다. 전신을 다듬이질 하는것 같은 쾌감의 난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았다. 그나마 약간의 수면으로 기력을 차렸었지만 지금의 애무로 온몸의 기운이 도로 쭉 빠져나가 버렸다. 에나는 깨달았다. 자신은 이 남자에게 저항 할 수 없다는 것을. 어차피 이 사내는 자신이 저항을 포기할때까지 계속 능욕할 것이었다. 아니, 스스로가 이미 저항을 포기했다는 사실까지도 다 잊어버릴때까지 반복할 것이 확실했다. 결말이 빤히 보이는 일방향의 미래였다.
"아... 아아..."
에나는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흉악하게 발기 되어있는 굵은 성기. 그것을 막 자신의 안에 삽입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말라고, 제발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굳어버린 혀에선 안타까운 신음성밖에 나오지 않았다. 탐욕스런 진석의 분신은 주저없이 에나의 균열을 가르고 다시금 안으로 파고들었다.
"앗, 아아... 흐익, 끅..."
"밤은 아직 길다고. 듬뿍 귀여워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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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실의 섹ㅅ...는 전혀 이렇지 않습니다. 본 작품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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