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 -- > * 5화 *
이후 에나는 혼미한채로 몇시간이나 더 진석의 노리개로 쓰여졌고, 아침 해가 뜰때가 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일을 당했는지 깨달은 에나는 정말로 모든것을 포기하고 그에게 굴복 할 수 밖에 없었다. 강간이었지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닌것 같은 압도적인 쾌감. 밤새 이어졌던 치명적인 열락의 섹스. 그것을 경험해 본 이상 이전의 자신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그 쾌락을 맛 볼 수 있다면... 이 남자를 위해서 정말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베푸는 자비를 또 맛보고 싶었다. 물론 괴로웠었다. 도를 넘은 쾌락은 최초엔 그저 고통에 가까웠었다. 허나 그 이후 밀려드는,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새겨지는것 같은 궁극의 환희. 그 기쁨이란 무엇에도 비할 수 없었다. 그것을 한계에 달해 쓰러질 정도로 하룻밤새 원 없이 맛보았다. 우습게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 든 생각은 아아, 또 다시 그런 섹스를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 어떤 마약도 이 남자가 맛보여준 파멸적인 섹스의 중독성엔 발끝조차 미치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진석은 다리를 쩍 벌린채 거실 의자에 걸터앉아 야금야금 빵을 뜯어먹고 있었고, 에나는 그 앞에 무릎꿇은채 성심성의껏 입으로 봉사를 하고 있었다.
"슬슬 싼다."
"읍, 츕... 네. 마음껏 내주세요."
뷰루룩! 밤새 에나의 안에 사정을 해놓고도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지 성난 진석의 물건은 그녀의 입 안에 대량의 정액을 풀어놓았다. 너무 많은 양의 정액에 차마 다 머금지 못하고 넘친 정액이 입가를 타고 턱으로 흘러내렸다. 진석의 성기에서 뿜어져나온 정액을 끝까지 쪽쪽거리며 받아마신 에나는 턱에 흘러내리는 정액조차 아깝다는듯 그것을 손가락으로 훑어 혀로 핥아먹었다.
"잘했다."
그 행동에 포상을 주듯 에나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 진석. 칭찬을 받은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머뭇대던 에나는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저기... 주, 주인님?"
"음?"
"저기 그게, 저는 주인님의 성함조차 듣지 못했습니다만... 그냥 계속 주인님이라고 불러드릴까요?"
아차. 진석은 자신의 이마를 탁 쳤다. 하루종일 붙잡고 능욕한 상대에게 자기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았었구나. 아니 잠깐. 아니지? 원래대로라면 금품만 강탈해서 떠나려고 했었으니 애당초 이름을 알려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눈 앞의 여자가 완전히 자신에게 굴복하고 예속된 것이 분명했다. 자진해서 주인님이라고 부를 정도가 아닌가? 이름정도는 알려줘도 괜찮겠지. 정 문제가 된다 싶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죽이고 도망친다는 방법도 있었다. 물론 게임상이나마 몸을 섞은 상대방이니 그런일은 가급적 없길 바래야겠지...
"...러셀 헤이든. 이름은 아무래도 좋으니 둘이 있을땐 방금전처럼 계속 주인님이라고 불러. 듣기 좋으니까. 혹 사람들의 이목이 있는곳에서는 러셀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조금 뒤엔 일터에 나가봐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흐음 하고 잠시 생각하던 진석은 손을 뻗어 에나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대답했다.
"휴가 같은거 쓸 수 있나? 가서 사정이 생겨서 일단 쉰다고 하고 오지 그래. 아니면 뭐 몸이 안 좋다고 하던가."
"읏... 그, 그렇게 하겠습니... 아앙."
그냥 해본 소린데 가능한가보다. 의외로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모양이었다. 진석은 에나를 잡아 끌어 자신의 무릎위에 앉히고 한 손으론 가슴을, 한 손으론 클리토리스를 애무하며 등줄기를 핥았다. 피부위를 훑는 혓바닥의 감촉에 부르르 떠는 에나. 잠시간 애무를 하며 에나의 몸을 즐기던 진석은 아 맞다 하고 생각났다는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말야... 은행에 예금이 있다고 했는데 얼마나 있지?"
"으응... 앗. 그, 금화 여섯닢과... 은화 약간... 핫, 이, 있습니다."
"오는길에 금화 세닢만 찾아와. 이래저래 돈 쓸 일은 많은데 내가 무일푼이다 보니 미안하지만 반절만 빌려 써야겠어."
"미안하실것 없, 읏... 전부 가져가셔도... 아아!"
금전 따위 이 남자가 자신에게 선사하는 환상적인 쾌락에 비하면 하잘것 없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돈으로 그의 환심을 살 수 있다면 싼거다. 진석에 의해 육욕으로 복속당한 에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애무에 몸을 떨며 비음을 흘리는 에나의 모습에 마음이 동했는지 진석의 성기는 다시금 피가 쏠리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엉덩이에 와닿는 단단한 그것의 촉감을 느낀 그녀는 진석을 향해 부디, 라고 속삭이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비부를 벌려보였다. 진석은 그런 에나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고 발기해서 꺼덕거리는 자지를 주저없이 밀어넣었다.
"하루 사이에 아주 착한아이가 됐는걸."
"읏! 가... 감사합니... 히잇."
에나를 탁자위에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부터 마구 범했다. 밤새 계속된 정사와 미약의 여운으로 성적 자극에 극도로 예민해진 그녀의 몸은 별 기교도 없는 피스톤 운동에도 버틸 수 없었다. 왕복운동에 맞춰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적극적으로 자지를 받아들였다. 그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자신의 몸을 파고드는 이 남자의 분신이 끊임없이, 아니 아예 영원히 자신을 능욕해줬으면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에나는 진석의 스테이터스 이성함락과 절륜, 그리고 미약의 효과와 한계를 초월한 과도한 정사로 하룻밤만에 이성의 일부가 붕괴되고 그에게 종속 당해버렸다. 게임 상 시스템의 효과로 이제 그녀는 그가 바라는것은 무엇이든 할 충실한 노예가 되어버린것이었다. 진석의 허리놀림이 점점 거칠어 질수록 타락한 노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교성 역시 새되고 높아졌다. 그렇게 세차례나 더 정액을 쏟아넣어준 후에야, 에나는 비틀비틀 거리며 진석이 명령한대로 일터에 나가 휴가를 받고 은행에서 자신의 예금의 절반을 찾아와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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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거 괜찮네."
진석은 완전히 녹초가 된 에나를 잠자리에 들게 한 다음 쇼핑을 하기 위해 혼자 밖으로 나섰다. 어차피 리베라에서 플레이어는 딱히 잠을 잘 필요가 없었다. 물론 침대에 누워 원하는 만큼의 시간이 강제로 흘러가게끔 스킵을 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NPC들의 생활패턴에 맞추기 위해서나 필요한 행동일뿐. 플레이어는 잠을 자지 않아도 아무런 패널티도 없었다. 진석이 날 길이가 한 뼘 정도 되는 단검 한 자루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가늠하던걸 지켜보던 무기상 주인은 거 물건 잘 골랐다는 듯한 어조로 설명했다.
"잘 보셨습니다. 그거 통짜 주물로 된 강철젭니다. 아주 튼튼하죠. 어지간해선 이도 안 나갈겁니다."
달리 과장되거나 거짓을 섞지 않은 정직한 설명이었다. 공격력 15의 강철단검. 무기의 특성으로 [내구높음]이 붙어있었다. 이거라면 어지간히 험하게 쓰지 않는 이상 쉽사리 망가지진 않을것이다. 군주나 장수 플레이를 해오며 강력한 능력이나 마법이 깃든 고성능의 무기를 쓰는데 익숙해져 있었지만 평범한 무기 상점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물건이었다.
"그럼 이거 두 자루로."
"예잇! 감사합니다."
진석은 은화 여덟닢에 동화 서른닢을 더 지불하고서 그 강철제 단검 두 자루를 구입했다. 언제 부러질지 모를만치 상태가 부실한 청동단검을 주무기로 쓰는건 당연히 불안했으니... 새로 산 단검은 일개 단검치곤 꽤 비싼편이었지만 그 가격만큼 날도 예리하게 벼려져 있는데다가 손잡이와 칼집도 소가죽제로 잘 마감되어 있었다. 여분으로 남은 청동단검은 버리자니 아깝고, 팔아치우자니 똥값밖에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생각한 끝에 무기 걸이가 여럿 달린 전투용 가죽 벨트도 은화 한닢과 동화 스무닢을 지불하여 구입했다. 벨트의 앞과 뒤엔 각기 무기나 검집을 꽂을 수 있는 고리나 후크들이 달려 있었는데 앞쪽에는 강철 단검을, 그리고 뒤쪽엔 청동 단검을 꽂아두었다. 딱히 단검을 네 자루나 챙겨 다닐 필요는 없었지만 뭐 유사시엔 투척 공격이라도 할 수 있을터.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니 무기는 여분이 있는편이 안심이었다.
"일단 제일 중요한 무기는 이걸로 됐고. 그럼 다음은..."
강철 단검 두자루와 가죽벨트로 무기점에서 딱 금화 한닢어치의 장비를 구입한 진석은 망설임 없이 근처에 있던 잡화점에 들어갔다. 큼직한 모험가용 배낭과 야영을 위한 깔개용 매트와 모포, 물병, 기름병, 램프, 성냥. 마지막으론 육포와 건량을 적당히 구입했다. 대략 은화 여덟닢을 조금 넘는 지출이었다.
"와 별로 산것도 없는데 이제 금화랑 은화가 한 닢씩밖에 안남았네?"
빌린 남의 돈이다 보니 씀씀이가 더 헤픈것 같다. 물론 빌렸다고 해도 갚을 생각따윈 전혀 없었지만서도. 계산을 마치고 물건을 챙겨 가게를 나서려던 진석의 눈에 가게 한 켠에 자리잡은 어떤 상품이 눈에 들어왔다.
"어... 다용도 윤활제?"
"아 그거요, 꽃에서 뽑아낸 일종의 식물성 오일입니다. 향이 아주 그만이에요. 열을 가하면 향기가 확 퍼져나가기 때문에 비싼 향 대용으로 써도 되고 목욕 후 머리에 바르거나 맛사지를 할때 써도 좋지만 뻑뻑한 경첩같은데 살짝 발라줘도 됩니다."
윤활제라. 진석의 머리에 윤활제의 적당한 용도가 하나 떠올랐다. 은화 한닢을 주고 윤활제를 한 병 구입하여 배낭안에 챙겨서 가게를 나왔다. 무기점과 잡화점에 이어 진석이 마지막으로 들른곳은 서점이었다. 진석이 들른 서점은 흡사 총판이라도 되는지 가게 안팎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진석은 수레에 가득 찬 책을 끌고 어딘가로 바쁘게 움직이는 점원을 불러세우곤 가게 어디에서 지도를 찾을 수 있는지 물었다.
"지도요? 지도는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서요, 앤커니라는 붉은 머리 점원을 찾아서 물어보세요."
일러준대로 가게안에 들어가 붉은머리를 한 앤커니라는 점원을 찾아 그에게 지도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는 진석을 데리고 가게 한켠의 진열장으로 안내해줬는데, 그쪽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과 족자들이 전부 대륙의 지도였다. 대륙 전도, 어느 도시의 지도, 특정 지방의 지도, 해도 등등... 온갖 용도로 나뉜 지도와 각 지역별 지도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었다. 진석은 대륙 전도를 집어 대륙의 국가 배치 현황을 쭉 훑어보았다. 우선 자신이 있는 그란델의 영토는 기본 설정에서보다 두 배쯤 되는 크기였고, 수도인 데오그라즈는 해밀턴에서 동쪽으로 하루거리에 위치한 항구도시였다. 그 외의 국가들은 대륙 이곳저곳에 제법 고르게 분포한 상태로, 특별히 큰 영토를 보유한 나라는 없이 고만고만했다. 특정 국가나 세력이 차지하지 않은 공백지역도 대륙 전체의 3분의 1은 되었는데 이 말인 즉슨 충분한 세력을 모은다면 공백지에 자신만의 나라를 세울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대륙 전도의 확인을 마치고 지도창을 띄워보자 방금 지도에서 확인한 수많은 정보가 고스란히 지도창에 옮겨가 있었다. 필요한 정보를 얻은 진석은 책장에 대륙 전도를 꽂아넣고 계산대 방향으로 향했다. 온갖 서적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책장들 사이를 지나다, 문득 마법학이라고 되어있는 코너에서 발길이 멈췄다.
"마법이라..."
마법은 익히기 위해선 높은 지력을 요구하는데다가 학습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도 다른 스킬들에 비해 길었다. 리베라의 설정에 따르면 이 세계엔 학파별로 수많은 마법이 존재했지만, 쓸만하거나 강력한 비전의 마법은 대부분 1인 전승에 가깝게 전수되었다. 마치 무협지에나 나오는 것 같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일자전승. 자신들이 깨우친 오의나 마법을 편집증 환자처럼 감추고 아끼는 부류가 마법사들이다보니, 본인이 정한 제자나 후계자 이외엔 절대 그 비의를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책으로 입수해 손쉽게 배울수 있는 마법들은 지력이 어느정도 낮아도 누구나 익힐 수 있는 약하고 별 볼일 없는것이 대부분이었다.
"뭐 그래도 마법 하나쯤 쓸 수 있다면 나쁠거 없겠지?"
책장에서 이책 저책을 꺼내 한참을 어느 마법이 조금이라도 더 쓸만할까 비교하던 진석은 결국 화염화살의 주문을 배울 수 있는 책을 골라 계산대로 가져갔다. 지금까지의 군주나 장수 플레이는 늘 무기를 사용하는 무술만으로 싸워왔었다. 어차피 전장에선 지휘하는 쪽의 입장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엔딩에 도달하기에 충분했었지만 이번엔 기왕 자유로운 플레이를 하는만큼 다른 스킬도 한 번 익혀보고 싶어졌다. 게다가 애시당초 스킬을 선택할때 바일리 델 비엔토의 습득과 랭크업에 절반이나 포인트를 써버려서 입수한 스킬도 몇가지 없었으니. 문득 이전 플레이때 마법사를 집단으로 양성해 전투병과로 부리던 나라들과 전쟁을 벌일때의 생각이 났다. 이름은 거창하게 마도병단이나 마법사단 따윌 칭했지만, 흔해빠진 공격마법 한 가지 정도를 겨우 익힌 병사들의 집단일 뿐이었다. 일반 병사의 스탯이니만큼 SP도 많지않아 전투 초반에나 마법을 겨우 몇 번 사용해 견제하는게 전부고, 사실 그 위력도 화살을 쏘는것보다 별반 나을게 없었다. 게다가 근접전이 시작되면 정신집중을 요하는 마법은 쓸 수가 없게 되니 일반 궁병과 비교해봐도 뭐 다를게 없었다. 그래서 기왕 병사를 늘린다면 육성하는데나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는 마법병사보다는, 그냥 싸고 빠르게 마구 뽑아낼 수 있는 창병이나 늘리는게 백번 나았다. 어차피 전장에서 병사들은 일개 장기말 신세. 그리고 장기말은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어쨌거나 방랑자. 뭔가 몸에 익힌 기술이 하나라도 더 많으면 유리하지 나쁠것은 없을터였다. 진석은 계산해달라며 점원에게 책을 내밀었다.
"1골드입니다."
"......"
비싸잖아? 이걸로 또 다시 빈털털이다. 화염화살은 별로 대단한 마법도 아닌데 뭐 이렇게 가격이 높아? 책값을 치르고나니 수중엔 달랑 동화 수십닢만이 남았다.
"참 거... 현실이나 게임이나 돈 벌기는 어렵고 쓰기는 쉽구나! 잠깐 사이에 금화를 세닢이나 써버리다니."
금화 세닢.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이다. 하긴, 군주 플레이때는 거처를 꾸미는데만도 금화를 수백 수천닢씩 펑펑 쓰기도 했었다. 최고급 비단과 모피로 벽을 도배하고 사막을 건너 수입한 호화 융단과 대리석으로 바닥을 꾸몄다. 실내에 꿀이 샘솟는 황금 욕조을 설치하기도 하고 하루 건너 큰 연회를 열어 온갖 진귀한 식재를 맛보고 보석만큼 비싼 와인을 물처럼 마셔댔다. 각지에서 수많은 미녀들을 엄선해 입은건지 벗은건지 참으로 애매한 면적을 자랑하는 천조각, 아니 메이드복을 입혀 내키는대로 밤낮없이 희롱하고 범하고... 글자 그대로 주지육림을 누리며 밑도 끝도 없는 사치와 향락을 일삼았다. 그렇게 한 1년쯤 국정도 내팽개치고 국고를 탕진하며 지내다보니 자연히 능력있는 충신들은 멀어지고 주변엔 간신과 모리배만이 드글거렸다. 결국 나라가 망해가는 꼬라지를 보다못한 몇몇 수하들이 일으킨 반란과 암살시도에 거의 죽을뻔 했다. 한 번 반기를 든 세력이 나타나니 반란은 여기저기 마치 거칠것 없는 들불처럼 빠르게 번져나갔다. 반란이 벌어진지 며칠만에 전 영토의 절반을 순식간에 잃었다. 허나 아이러니 하게도 반란군의 세력이 너무 짧은 시간에 커져버린 탓에 그들을 하나로 이끌 구심점이나 지도부가 제대로 결성되지 못했고, 그 틈을 탄 진석이 죽기 살기로 남은 병력을 이끌어 각개격파에 성공해서 간신히 반란을 진압했었다. 이후 끔찍한 피의 숙청이 뒤따른것은 물론이다.
"...과소비는 나쁜거지 암."
그 일을 떠올려보니 아무리 게임이라도 도를 넘어서면 안되겠지 싶었다. 한낱 게임속이라도 모든 일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니까. 아무튼 지금 당장 필요한건 다 샀으니, 지금은 에나의 집으로 돌아가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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