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 -- > * 7화 *
진석은 식사 전의 결심이 무색하게 에나를 붙잡고 또 다시 반나절을 섹스로 보내버렸다. 몇시간이나 이어진 집요한 괴롭힘으로 재차 쾌락의 끝을 맛본 에나는 완전 탈진하여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높은 스테이터스 덕으로 십수번을 내리 사정해도 거뜬한 절륜의 보정을 받고 있는 진석이 지친다고 느낄정도였으니, 지극히 평범한 여성의 체력을 가진 에나야 말할것도 없었으리라. 이후 하룻밤을 푹 쉬고 다음날 아침부턴 빠릿하게 움직였다. 에나의 직장에 들러 일을 그만두게 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부동산 계약도 해지했다. 리베라의 설정상 왕정 국가에서의 도시 부동산은 그 태반이 국왕이나 귀족의 소유로 되어있으며 평민이 사유지를 소유하는 일은 드문편이다. 농지나 상업용 건물의 경우엔 비교적 매매가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유독 거주용 주택의 경우엔 기준이 엄격했다. 거주세라는 형태의 임대수입을 거두는것이 권력층의 주 수입원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에나가 살고 있는 집은 도시 귀족 중 한 명이 소유한 자산으로 한 달에 은화 여덟닢의 세금을 치뤘었다. 그나마도 주택가 외곽 지역이라 한 채를 통째로 빌린 것 치곤 비교적 저렴한 편으로, 번화한 도시 중심지 쪽이나 부호, 귀족들을 위해 마련된 고급주택지의 경우 집이 아니라 방 하나를 빌리는 것만으로도 금화로 값을 치뤄야할 만큼 비쌌다.
리베라에서의 은행은 현실처럼 여러 지점이 있어 모든 지점에서 나의 잔고 현황이 공유되는것이 아니라 도시 단위로 따로 운영되는 사설금융의 형태에 가까웠다. 즉 내가 돈을 맡겨둔 해당 도시의 은행이 아니면 남은 돈을 찾을 수도 쓸 수도 없으니 도시를 떠날 마당에 잔금을 남겨둘 이유도 없었다. 상업이 발달한 일부의 나라에선 타 도시에 지점을 낸 은행이 있어 예금현황이 연동되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해밀턴 시의 경우도 달리 타 도시에 지점이 있는 형태는 아닌지라 에나로 하여금 남은 저축을 전부 찾아오게 했다. 그리고 아예 몇몇 상인을 불러서 집에 있는 집기나 물건들 중 매각할 수 있는건 전부 적당히 팔아넘겼다. 단 옷의 경우 에나가 아까워하는 기색을 역력히 보였지만, 여행길에 쓸데없이 많은 의복은 짐이 될 뿐. 필요한 최소한도의 것만 남기게 하고 팔 수 있는건 몽땅 상인에게 넘겼다. 하루를 그렇게 바삐 보내고나니 어느새 일몰이 가까운 저녁. 마지막으로 상점가에 들러 에나 몫의 배낭과 매트, 모포 따위를 구입한 후, 옷을 강제로 팔아 조금 뾰루퉁해져있던 에나를 달래기 위해 근처의 깔끔해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2층의 창가자리에 앉아 수입산 특산주가 딸려나오는 풀 코스 2인분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친 후, 진석은 고개를 숙인채 묵묵히 자기 물잔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에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와 같이 떠나겠다고 했잖아? 여행길에 필요없는 옷가지는 짐 밖에 안 된다고."
"...네에."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듯 어째 샐쭉한 태도다. 하긴 아무리 육욕에 굴복해 그를 따르기로 마음 먹었다지만 애시당초 만난지 이제 겨우 이틀째다. 서로의 상하관계는 인정했으나 믿음이나 신뢰 같은건 아직 쌓이지 않은 사이. 그런데 자기가 아끼는 물건들을 억지로 처분하게 만들었으니 속이 좋을리는 없었다.
"대신... 언제라고 확답은 못하겠지만, 더 좋고 예쁜 옷들을 얼마든지 사게 해줄께."
"......"
그제서야 조금 누그러지는 에나의 표정. 플레이어인 진석의 입장에서야 옷 따위 아무래도 좋은 물건이었다. 차라리 좋은 방어구라면 혹 모를까? 하지만 여자인 에나에겐 하루종일 팔아치운 집기나 옷들이 나름대로 소중한 것들이었을테지. 그냥 강도질하고 잊어버릴 상대였다면 신경도 안썼을테지만, 일단 함께 하기로 마음 먹은 상대다보니 강제로 일을 진행해버린게 좀 미안하긴 했다.
"뭐 애시당초 초면에 칼을 들이대며 강도질을 했던 주제에 이제와서 터무니 없는 약속을 한다도, 싶겠지만 앞으로 네가 나를 잘 따라준다면 반드시 보답은 해줄거니까."
"...가급적 빨리 그래주길 기대할께요."
피식. 아직 앙금이 남아있는 발언인데도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거기까지 이야기 하고 나니 식전주가 나왔다. 둘은 차례대로 나오는 술과 식사를 말없이 음미했다. 테이블 위에 밝혀진 촛불과, 거리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소음만이 대화를 대신했다.
다음날 아침. 진석과 에나는 꾸린 여장을 챙기고 일찍 집을 나섰다. 진석의 배낭엔 갖가지 물자가 들어차있어 겉으로 보기에도 꽤 묵직했지만, 에나의 배낭엔 그녀 자신 몫의 매트와 모포, 간단한 조리도구와 물병뿐이라 상대적으로 부피도 무게도 적었다. 도시를 벗어나기 전 중심가에 들러 임대한 주택에 대한 업무를 대행하는 관리사무소에 집 열쇠를 반납했다. 사무소에서 나와 동문쪽으로 발길을 향하던 중 에나가 말문을 열었다.
"집 열쇠를 반납하고 나니 진짜로 떠난다는 실감이 나네요."
"여행은 안 해봤어?"
가변 NPC였다면 회화를 길게 끌기 힘든 대충대충하고 적당한 대답이 나왔을테지만 지금의 그녀는 주요 NPC로 등록된 상태. 잠시 생각하던 에나의 입에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여행은... 안 해봤어요. 살던곳을 벗어난 경험이라곤 어렸을때 이사를 한게 전부라서."
"이사?"
"네. 저는 여기에서 한참 남쪽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 출신이거든요."
"그럼 거기서 여기 해밀턴 시로 옮겨왔다는거네."
에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듯 하다 결국 이야기를 계속 했다.
"아버지가 어부였는데... 제가 여덟살때 갑자기 거칠어진 날씨때문에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셨어요. 혼자 남은 어머니는 노력하셨지만 작은 어촌에서 여자 혼자 생계를 꾸려나갈만한 일은 그리 없거든요. 할 수 없이 먼 친척이 있는 도시로 이사를 왔죠."
"......"
"벌이가 썩 좋은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도시엔 항상 일손을 구하는 곳이 많은덕에 그럭저럭 두 식구가 지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어린 여자애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주로 식당의 허드렛일이나 여관의 청소, 빨래일 같은거... 하지만 바느질일은 싫었어요. 바느질일은 작업을 마치는대로 바로바로 품삯을 계산해주는게 좋았지만, 방구석에 틀어박혀 어차피 내가 입지도 못할 예쁜옷 좋은옷을 기우고 있다는게... 어린 마음엔 속 상했으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한 벌 두 벌 소중히 모아왔을 옷을 팔게 했을때 복종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싫어했던건가. 비록 이것이 게임이고 상황에 맞추어 만들어진 사연이라는걸 분명 알건만, 그래도 가슴 한 켠에 내심 미안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아... 그, 미안하다. 옷 다 팔게해서."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요. 더 좋은걸 잔뜩 사준다고 하셨으니까."
조용히 미소를 띄워보이는 에나. 도저히 지금은 그 눈을 마주칠수가 없어 애꿎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거 음... 날씨가 좋네."
"후후."
에나는 딴청을 부리는 진석에게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
"약속은 꼭 지켜주셔야 돼요, 주인님?"
당신을 믿겠다는 이 환한 미소를 보고도 한 입으로 두 말 할 수 있겠는가. 약속, 지킬 수 밖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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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이 더딘 작은 마을이나 시골엔 없지만, 도시간엔 서로를 잇는 교통망이 존재했다. 일정한 요금을 받고 정비된 가도를 따라 사람이나 화물을 날라주는 마차나 수레들. 그들이 조합을 결성하고 운송업을 대행했다. 그렇게 사람과 화물이 오가는 기점을 통칭 마차역이라고 불렀다. 운송하는 지역간의 거리가 마차로 하루 이상 걸릴 경우 그 중간지점엔 승객이나 일꾼들의 숙박이나 식사같은 편의를 위한 마차촌도 생겨났다. 해밀턴의 도시 외곽에도 마차역이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임에도 수많은 사람과 물자가 도시를 드나들고 있었다. 진석은 에나를 데리고 역에서 데오그라즈 행의 운송 마차를 찾았다. 해밀턴과 데오그라즈는 도보로는 하루거리, 마차로는 반나절 거리인 멀지 않은 곳이니 사람을 태우려는 수도행 마차는 꽤 여럿 있었다. 진석은 게 중 나이 지긋하고 싹싹해 보이는 인상의 마부에게 다가가 마차삯이 얼마인가 물어보았다.
"수도로 가려고 하는데요. 요금이 얼마나 됩니까?"
"음 옆의 처자랑 두 분 이신가? 수도까진 1인당 동화 서른 다섯잎이니까, 은화 한닢하고 동화 스무닢."
뭐 그만하면 그냥저냥 납득할 만한 가격이다. 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에나가 앞으로 나섰다.
"저기 실은... 저희가 이대로 수도까지 가서 배를 타고 북쪽의 페레나 시까지 가야하거든요. 연로하신 할머님의 지병이 깊어져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연락을 받은 상황이라... 근데 워낙 급하게 준비하느라 경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서 예산이 아슬아슬해요."
갑작스레 쏟아내는 자기 사정 타령에, 눈을 멀뚱히 뜨고 에나의 말을 듣는 중년의 마부.
"그 말인즉슨... 에..."
"네.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기 정말 죄송하지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좋으니 요금을 깎아주시면... 안될까요?"
눈 앞에 양손을 꼭 모아보이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에나. 진석은 그제서야 에나의 교섭 스킬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허, 이것 참."
마부는 허허 너털웃음을 짓더니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교섭 스킬을 발휘했다고 해도 D랭크라 먹힐까 싶었는데 나름 귀여운 에나의 태도를 보고 그런대로 받아들여 준 모양이었다.
"그럼 은화 한 닢만 내요. 아 그리고 다른 승객한테나 어디가서 함부로 내가 요금 깎아줬다는 소린 절대로 하지 말고! 그랬다간 큰일나요 큰일. 이게 원래 운송 조합에서 정해놓은 요금표가 있어서 내 멋대로 흥정해줬다는걸 들켰다간 자칫 허가를 잃을수도 있어서 말이지."
"당연하죠. 정말 감사합니다."
진석은 요금을 지불하고 에나와 함께 마부가 안내해준 마차에 탔다. 마차는 흔히 알고 있는 짐마차, 웨건에 가까운 형태였다. 그 웨건의 몸체를 사람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해 극단적으로 길게 개조한 형태. 무려 8륜 웨건이었다. 그만큼 중량도 많이 나갈거라 그런지 말도 네 마리나 메여있었다. 웨건의 천막 안으로 들어서니 안엔 먼저 탄 다른 승객들이 몇 명 보였다. 가만히 앉아 한 30분쯤 기다리니 남은 좌석도 거의 들어찼고, 마부는 안쪽의 승객들을 향해 출발을 알렸다.
"자 이제 데오그라즈로 출발합니다. 아시겠지만 수도까지 가는길에 달리 마차촌 같은건 없으니 음료나 식사 준비 안하셨으면 얼른 요 앞 식당에서라도 사오시고."
그 말을 들은 진석은 뭔가 좀 사올까 하다가 사람과 짐보따리가 꽉 들어찬 웨건안에서 일어나 나갔다오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구입해뒀던 육포와 건량으로 때우기로 했다. 어차피 수도까진 길어야 반나절. 한 끼니만 때우면 되니까. 마부는 자신의 알림에도 달리 움직이는 사람이 없자 두 말 않고 마부석에 올라 마차를 출발시켰다.
"그런데 주인... 아니 저, 러셀님. 수도에 가선 뭘 하실거에요?"
마차가 출발하고 한시간여. 덜그락 덜그락 지루한 바퀴소리만 들려오던 웨건 안쪽의 침묵을 깨고 옆에 앉아있던 에나가 먼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음 뭐어 일단 그건 비밀."
진석은 마차가 출발하자마자 배낭에 들어있던 화염화살의 책을 꺼내 스킬을 마저 습득한 다음, 손바닥 위로 손가락 하나 길이만한 E랭크의 화염화살을 만들어냈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숙련도를 쌓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실 수도에 간다고 해도 뭔 뾰족한 수가 있거나 생각해둔바가 있는건 아니었다. 그냥 수도니까 가보면 퀘스트라던가 적당히 할만한 일거리가 있을지도 몰라 가는것 뿐. 한 마디로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자기 하나 바라보고 모든 재산을 처분하며 따라온 이에게 나 아무 생각 없다고 할 순 없는법. 비밀이라며 적당히 말을 흐렸다. 에나는 슬며시 머리를 옆으로 기울여 진석의 어깨에 기대며 팔짱을 끼었다.
"네. 저는 그냥... 믿고 따라갈께요."
아니 그렇게 무작정 신뢰를 보내주는것도 속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운데. 자신은 그저 즐기기 위해, 말초적 재미를 얻으려고 아무렇게나 게임을 해나가고 있는데 에나는 대단히 진지하다. 하긴 어지간한 결심을 한게 아니고서야 생판 젊은 처자가 알게된지 며칠 되지도 않은, 그것도 시작부터 최악의 형태로 얽힌 남자를 따라 나설리가 없지 않겠는가. 진석은 만들었다 없앴다를 반복하던 화염화살의 연습을 중단하고 손을 뻗어 에나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손길을 받아들이는 그녀.
'할 수 없지. 초반엔 느긋하게 진행하려고 했지만 좀 사고를 쳐볼까.'
처음인 방랑자 플레이의 감을 잡기 위해 초반엔 소소한 플레이를 하려 했지만 에나라는 혹이 딸린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이 높은 스테이터스와 스킬 포인트를 잔뜩 투자해 익혀둔 바일리 델 비엔토를 뒀다 뭐하겠는가. 그래, 돈이 필요하다면 빼앗으면 그만이다. 신고를 당해 수배자가 되고 악명이 올라갈게 두렵다면, 신고를 못할 놈들을 털면 되는것 아닌가. 어마어마한 화물과 재화가 오가는 항구도시엔 그 틈새에 빌붙은 뒷세계의 조직들 역시 많을것이었다.
'항구도시의 범죄조직들은 몇 번 소탕해 본 경험이 있으니까.'
군주와 장수 플레이를 할때의 경험이다. 그런 조직들을 내버려두면 마약을 풀어 시민들을 중독시켜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선량한 상인들의 이권을 갈취하며 도박장이나 고리대금업을 벌여 선량한 이들의 고혈을 빨아먹었다. 이따금 상대 국가의 도시를 내부에서부터 망가트리기 위해 일부러 뒤에서 범죄조직을 지원하거나 직접 지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론 치안향상과 도시 수익성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그들을 소탕하곤 했었다. 물론 이런 범죄 조직은 사람과 돈이 얽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했으므로 그 존재를 완전히 뿌리뽑긴 어려웠다. 게다가 이권과 돈이 많이 오가는 항구도시에선 유난히도 그들의 세가 컸다. 유달리 악독했던 어떤 폭력 조직의 경우 도시의 경비대를 총 동원해 조직원들의 대다수를 붙잡아 가둔 다음, 숨겨둔 아편을 발각해 모조리 바다에 뿌려버리고 부정하게 축재한 금화는 전부 압수했었다. 두목이나 간부급들은 몇 놓치긴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재기불능일거라 완전 끝장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에 그 여력을 남겨뒀었는지 복수를 하겠답시고 도시의 주요시설에 방화를 저질러 혼란을 유도하고 그틈에 자신에겐 암살자를 보내기도 했었다. 물론 어줍잖은 암살자에 당할 진석이 아니었다. 완전히 뚜껑이 열린 나머지 경비대가 아니라 아예 군대를 동원해 도시에 계엄을 선포하고 대대적으로 잔당의 씨를 싹 말려버렸다. 확실히 매듭짓는 김에 그들과 관련이 있는 자라면 가족이건 친구건 모조리 목을 쳐버리거나 감옥에 넣어 다시는 세상빛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것 조차 일시적인 조치였을뿐. 한 조직이 사라진 공백은 서서히 또 다른 범죄자들이 메꾸어나갔다.
'이번에도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서 니들이 피를 좀 봐야겠다.'
허나 아주 정면으로 놈들과 치고 받을 생각은 없었다. 홀몸으로 자금력과 인원수를 갖춘 폭력집단과 상대한다는건 아무리 강력한 플레이어라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으니. 아니 정말 그냥 홀몸이면 도망이라도 갈 수 있지. 지금은 에나가 딸려있으니 사고를 친다고 해도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해야했다. 강도질 할때 복면으로 쓰려고 샀던 그 싸구려 손수건 드디어 쓸 수 있겠군. 진석은 뒤로 고개를 젖혀 기대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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