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 -- > * 12화 *
현재 진석과 에나가 묵고 있는 선셋대로 제일의 호화 숙박 업소, 베이머스 호텔의 체크아웃 시간은 정오였다. 에나와의 정사를 마치고 씻긴 다음 이것저것 뒷처리를 하고 나니 어느새 오전 10시. 진석은 서둘러 카운터로 내려갔다. 깔끔한 정복을 차려입은 미모의 여성 직원이 그를 맞이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3층의 특실에서 묵고 있는데, 연장을 하고 싶어서."
"물론 가능하십니다. 연장하실 기간과 대금의 결제는 어떻게...?"
현실이라면 신용거래라라는 게 있으니 결제는 체크아웃때 한 번에 가능할테지만 그런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 속 세계관이라 불편하더라도 바로바로 결제를 해줘야했다. 진석은 품에서 묵직한 금화 주머니를 꺼냈다.
"다음주 해신제인지 뭔지 끝나는 일요일까지 더 묵으려고. 오늘이 토요일이니 9일분 요금 금화 서른 여섯닢 맞지? 자."
아무래도 금화는 부피나 무게도 있으니 많은 양을 직접 들고 다니는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나 데오그라즈의 귀족이나 부호들은 데오그라즈의 은행에서 발행한, 도시내에선 현금과 동일한 가치로 사용 할 수 있는 수표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절그렁거리며 무거운 금화를 직접 들고다니는 것 보단 가벼운 종이 화폐를 들고 다니는쪽이 훨씬 편리하고 폼도 났기 때문이다. 베이머스 호텔의 방을 빌리며 장기숙박을 하는 손님들 역시 주로 수표로 계산을 치르곤 했지 이렇게 금화를 직접 가져와 계산을 치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카운터 위에 잔뜩 쌓여 번쩍번쩍 빛나는 금화더미를 보던 여직원은 자기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겨, 결제 확인했습니다. 저희 호텔의 이용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메뉴얼 대로의 접객발언을 하는 여직원. 진석은 발걸음을 돌려 방으로 향하려다,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 여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아참 근데 저기... 이 근처에서 괜찮은 의류점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
르 엘 드 알루에뜨. 모든게 비싸고 고급품뿐인 선셋대로에서도 최고임을 자부하는 의류 전문점이었다. 주요 고객은 대부분이 귀족. 일반인은 문턱을 넘어보기도 어려운 호화스런 가게였다. 큼직한 쇼윈도에 진열된 다양한 드레스 역시 하나같이 예술품을 보는것만치 아름다웠다. 그 앞에 서 있는 젊은 두 남녀, 진석과 에나. 가게 입구에서부터 풀풀 풍겨나오는 럭셔리함에 질린 에나는 반쯤 울상이 되어 진석을 돌아보았다.
"아... 그게 저, 이런 곳은 좀 너무..."
어려서부터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아온 에나로선 당연히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자기 입으로 언젠가 더 좋은 옷을 사달라는 약속을 지켜달라 했었지만 이건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석은 이미 군주 플레이를 할때 겨우 이런 옷가게 따윈 발길에 채일 정도의 호사를 지겹도록 누려봤던 몸. 에나가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이 그저 귀여울 따름이었다. 진석은 주춤주춤 물러나는 에나의 어깨를 꽉 붙잡고 히죽히죽 웃으며 그녀를 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약속이랬잖아?"
"하, 하지마아아아안~"
철컹. 에나가 끌려들어간 르 엘 드 알루에뜨의 문이 유난히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가게에 들어간 이후엔 일방적인 진석의 페이스였다. 진석은 에나를 대상으로 마치 인형 옷을 갈아입히듯 여러벌의 옷을 바꿔가며 계속 달라지는 모습을 즐겼다.
'...어째 남녀의 역할이 바뀐 것 같지?'
진석의 머릿속엔 드라마 같은데서 여자쪽이 남자의 옷을 일방적으로 코디해주거나, 혹은 쇼핑에 끌려간 남자가 어떤 옷이 여자에게 더 어울리는지 영혼 없는 맞장구를 쳐주는 모습이 떠올랐다. 근데 지금 자신이 하는짓은 정 반대 아닌가. 하지만 이게 의외로 재미있었다. 평범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일상복만 입고 있던 에나에게 이런저런 화려한 옷을 입히며 그 변화상을 살펴보자니 눈요기도 되고 제법 어울렸던것이다.
'아무래도 에나도 어느정도 본 바탕이 되다보니...'
매력 24. 아주 엄청난 미인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길을 지나다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정도의 미모는 되었다. 거기다 딱 균형잡힌 몸매에 깔끔한 단발과 동글동글 귀여운 이목구비. 진석이 선호하는 상이었다.
'등장하는 고정 NPC중에서 매력 수치가 가장 높은게... 아마 49였지? 분명 엘란 공주였던가.'
세이거스 왕국의 무남독녀 외동딸 엘란드리아 공주. 통칭 엘란 공주라 불리는 그녀는 미의 여신이나 꽃의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아름다운 17세의 소녀였다. 디자이너를 갈아 넣었다는 농담이 나올정도로 게임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캐릭터. 하지만 성격은 딱 그 반대였다.
'엄청난 개차반.'
정말 얼굴값 한다는 말이 절로 튀어 나올정도로 안하무인의 싸가지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하는 공주님이었다. 그래도 외모가 워낙 받쳐주는 만큼 그녀를 노리고 공략하는 유저도 많았는데, 정상적으로 공략하는 방법부터가 군주플레이를 전제했다.
'즉 한 나라의 왕이 아니면 상대조차 안해주겠다는 패기.'
허나 그건 그냥 기본적인 조건. 거기에 더해 본인의 매력 수치가 30 미만일경우 역시 사람취급 조차 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얼굴로 감히 자신에게 말을 붙일 수 있느냐, 사람말을 하는 짐승인줄 알았다, 댁이 호흡하는 공기를 마시고 싶지 않으니 뒤로 물러서라는 등, 공주고 나발이고 한 대 치고 싶게 만들정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그렇게 군주의 신분과 매력 30을 충족해야 겨우 그녀와 안면을 틀 수 있었다. 꼬셔보려고 들이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글자 그대로 딱 안면만 틀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엘란 공주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었느냐?
'그것도 골때리지.'
군주 상태에서 메뉴 중 자산 탭을 열면 본인 국가의 1년치 세수와 경영예산 등의 재무흐름을 확인 할 수 있었는데, 엘란 공주의 생일이나 무도회 등의 특별한 시기에 본인 국가 1년 예산의 1할에 해당하는 가치의 선물들을 보내야 겨우 호감도가 틔이며 공략의 초입에 들어 설 수 있었다. 세상에 한 국가 연 예산의 1할어치의 선물이라니. 거의 요새를 하나 지어주는 수준의 금액이었다. 그후로도 그녀의 요구에 맞춰 비싼 보석이나 호화로운 드레스따윌 꾸준히 선물해줘야 호감도 관리가 가능했다. 그렇게 인하무인 공주님의 온갖 응석이나 투정, 짜증을 반드시 부드럽게! 웃으면서 즐겁게! 다 받아주고 정기적으로 선물도 해가면서 호감도를 일정치까지 도달시키면 이벤트가 발생했다.
'대륙 어딘가에 있는 랜덤한 귀중품을 하나 찾아달라고 하는거였지?'
여기서 부터가 제작진의 악의가 느껴지는 부분으로, 반드시 플레이어의 적대국이라던가 혹은 굉장히 먼 대륙 끄트머리 같은곳에나 가야 구할 수 있는 물건만을 요구했다. 그래서 어떤 플레이어는 일부러 대륙을 다 먹은 다음 세이거스 왕국 하나만 남긴채로 엘란 공주를 공략했는데,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 보고 세이거스의 속국으로 들어오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엘란 공주를 공략하기 위해 세이거스 왕국과 동맹을 맺은 다음 타국에 공격당해 망할뻔한 것을 몇 번이나 도와주고 고생끝에 대륙을 통일 직전까지 만들어 놨는데 지금 뭐가 어째?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기도 모르게 대검으로 공주의 머리통을 처날리고 있었다나... 아무튼 공주가 요구하는 귀중품을 찾아다줘야 하는데 이게 또 쉽지 않다. 시간 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뭔가 억지 이유를 만들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정말로 아슬아슬, 운이 따라줘도 가능할까말까 한 정도의 기한만을 줬다.
'그래도 그 기한내에 어떻게든 원하는 물건을 찾아 가져다주면...'
호감도가 대폭 상승하며 상황에 맞추어 단 둘만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다. 아 이제 끝났나 싶지만 아직 아니다. 뭔가 좀 좋은 분위기가 되서 본격적인 진도를 빼도 될까 할때쯤, 느닷없이 세이거스 왕가에 반심을 품고있는 불만세력이 보낸 암살자들이 습격해온다. 게다가 이 암살자들은 플레이어의 전투 능력에 맞추어, 플레이어의 실력을 한계까지 동원하고 적절한 운도 따라줘야 이길 수 있는 정도의 강함과 숫자로 설정되어 있었다.
'지금 내 능력 정도라면... 어제 싸운 그 중년남 너댓명? 아니 대여섯? 그쯤되는 암살자들이 나타날려나?'
전투능력이라곤 당연히 없는데다가 시종일관 암살자를 도발해대는 입만 산 싸가지 공주를 지키며 싸워야한다. 그냥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한 적들인데 사람 하나를 지키며 싸운다는게 쉬울리 없었다. 여기까지 처음 진행한 플레이어의 대다수가 당연히 쓴 맛을 봤다. 지금까지 넘어트리려 오만 공을 다 들여온 공주도 죽고~ 본인도 죽어버리고~ 그렇게 게임오버 당하고~ 스트레스는 폭발하고~
'똑바로 서라 제작진! 어째서 이런 사악한 함정을 파놓았지?'
하지만 어떻게든 암살자들을 쓰러트리거나 물러가게 만들면 정말로 끝. 엘란 공주는 플레이어에게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식상하지만 반전 하나.'
엘란 공주는 암살자들과의 전투로 크게 부상을 입었을 플레이어를 필사적으로 간호하며 지금까지의 폭언과 투정, 말도 안되는 요구들을 사과한다. 사실 엘란 공주는 인하무인의 생각 없는 여자가 아니었다.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성품과 뛰어난 지성을 지닌 소녀였다. 철이 들 무렵부터 그녀는 이상할정도로 아름다운 자신의 외모에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어느 남자든 쉽게 홀릴 수 있는 자신의 압도적인 미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건 불화의 씨앗이 될거라 생각했던것이다. 만약 어느 한 명과 결혼을 한다면 자신을 사모하던 다른이는 그 결혼에 불만을 품어 원망을 품게 될 것이고, 반대로 아무와 인연을 맺지 않으려 해도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국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귀족파의 거두나 주변 강대국의 군주가 결혼을 요구할때 그것을 무작정 거부하기만 한다면 자신들에게 모욕을 줬다 여기고 틀림없이 분쟁의 구실로 삼을터. 본인이 원하지도 않았던 천상의 미모를 타고난 엘란 공주는, 그리하여 아예 세계에서 제일가는 인하무인의 공주님을 연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서 일부러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저걸 도대체 누가 데려가겠냐 싶은, 정말 성격파탄에 사리분별 하나 못하는 개차반 같은 모습만 남들 앞에서 보이기로 결심한거지.'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타국의 국왕. 일국의 지도자라는 고귀한 신분임에도 자신의 온갖 폭언과 심술을 다 받아주고, 스스로 생각해도 터무니없다 싶은 요구조차 반드시 이뤄주고야 만다. 그야말로 모든것을 다 품어줄 것 같은 호의로 자신을 대해주는 플레이어.(물론 이 사실을 모를 플레이어의 속은 부글부글 끓다못해 터져나가고 있는 중 일테지만) 자신의 결심을 어떻게든 지켜나가면서도 내면은 서서히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종국에 이르러 플레이어는 자신의 목숨마저 도외시하고 엘란 공주를 지켜가며 암살자들을 퇴치한다. 자신의 삶 중 가장 빛나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남들 앞에서 철저히 미움받을 모습만을 연기해왔던 공주. 허나 결국 그녀도 공주이기 이전에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싶었던 한 명의 소녀였다. 지금껏 써온 거짓의 가면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비밀을 고백하며 플레이어에게 모든것을 바칠 사랑을 맹세한다. 이후의 엘란 공주는 이게 정말로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정도로 헌신적인 모습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그게 제작진 측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맛보여주고 싶은 해피엔딩이었겠지만 현실은...'
전쟁과 암투를 즐기라고 만들어 놓은 게임에서 누가 그렇게 난이도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힘든 퀘스트를 하겠는가?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무력으로 처들어가 세이거스 왕국을 다 때려부수고 힘으로 공주를 취하는 방법을 택했다. 단, 수도를 함락시키고 왕궁에 처들어갈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공주가 자살해버려 닭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저 퀘스트를 실패없이 마칠 확률보다는 성공률이 높았다.
'하긴 뭐 나도 그렇게 공주를 잡아다 실컷 가지고 놀았었지.'
진석은 세이거스 왕국에 침공하여 방어선을 몇 차례나 격파하며 진격전을 펼쳤다. 수도 근방까지 몰려 최종방위전에 몸소 나선 세이거스의 국왕을 인질로 잡아, 휴전하는 조건으로 국왕을 풀어주는 대신 엘란 공주를 보내줄것을 요구했다. 수도를 공략할때 공주가 자살하는 꼴을 보느니 이쪽이 훨씬 안전한 방법이었다. 군도 무력화되고 국왕마저 붙잡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세이거스 측에선 엘란 공주가 직접 나서 그 요구를 수락하고 교환대상이 되어준다. 뭐 그 다음은 마음대로. 휴전 약속을 깨고 공주의 눈 앞에서 아버지인 국왕을 죽인 뒤 남은 영토를 침탈하던가, 약속만은 지켜준 채로 공주를 데려가 능욕하던가... 참고로 진석은 전자를 선택했었다. 눈 앞에서 아버지가 죽고 나라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봤던 엘란 공주는 심한 능욕을 당하면서도, 알몸뚱이로 비참하게 끌려나가 처형당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끝까지 진석을 저주했었다. 양심에 조금 찔리긴 했었지만 뭐 어떠랴. 다 지나간 선택이고 어차피 게임아닌가. 그리고 그땐 무리하게 군사를 일으켰던지라 약속을 지켜가며 전쟁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세이거스 이외에도 국경을 맞댄 세 개의 나라와 국지적인 분쟁을 벌이고 있던 참이라 뒤통수에 세이거스라는 불안 요소를 남겨둘 수 없었던 것이다. 휴전 약속을 지키며 물러났다가 세이거스 측이 엘란 공주를 뺏긴것에 앙심을 품고 다른 국가와 연합하여 양면에서 침공을 해온다면 생각만으로도 골치아픈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엘란 공주에 얽힌 퀘스트와 이전 플레이들을 떠올리던 진석은 한참 상념에 잠겨있다가 앞에서 말을 걸어오는 에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러셀님? 저기... 러셀님?"
"...응? 아아, 응."
눈 앞의 에나는 또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채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진석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또 갈아입고 왔는데 뭔가 다른 생각에 열중하고 계셔서..."
"아니 별거 아니야. 잠깐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진석은 위아래를 훑어 에나가 이번에 입은 의상을 살펴보았다. 가슴과 옆구리, 등 부분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검은색의 이브닝 드레스. 어깨를 살며시 감싼 백색의 모피가 대비되는 색감을 강조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커다란 진주가 여럿 박힌 은제 브로치로 살짝 틀어올려 고정하고 있었는데, 그 덕에 훤히 드러난 목덜미가 묘하게 색기있어 보였다.
"예쁜데. 지금까지 입은 것 중 제일 맘에 들어."
"그... 런가요? 저는 등이랑 옆구리가 너무 허전해서..."
진석은 에나가 입은 드레스와 구두, 악세사리를 세트로 묶어 계산했다. 그리고 본인 역시 적당한 정장을 한 벌 골라 갈아입고 함께 가게를 나섰다.
"더 사주고 싶지만 여기서 쭉 눌러 살것도 아니고, 해신젠지 뭔지 축제가 끝날때까지만 있다 떠날거니까. 너무 짐을 늘릴 순 없잖아."
에나는 진석의 옆에서 팔짱을 낀채 따라 걷다가,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아니에요! 확실히 멋진 옷이긴 하지만... 한 벌이면 충분해요."
그도 그럴것이 단 진석과 에나 각자의 의상 한 세트씩을 구입했을 뿐인데 무려 40골드를 계산해야 했다. 예전 에나가 일하던 상회의 1년치 봉급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도 댈 수 없는 금액. 이 정도면 옷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사치품이었다. 하지만 에나가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 구입한 의상은 물론 어느정도 거품이 끼어있긴 하지만 비싼 값을 치뤄야 할 만큼의 귀한 재료와 뛰어난 솜씨의 재단사들이 만든 옷이라는걸. 진석은 에나의 드레스 어깨 부분에 걸치는 모피만 해도 대륙 최북단에 사는 희귀한 눈여우의 것이며, 브로치를 장식한 진주들 역시 틀림없는 진품이라는걸 플레이어로서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 점심이나 하러 갈까? 뭐 먹고 싶은거라도 있어?"
"음... 전 해산물이 먹고 싶은데."
진석은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실에서의 이야기. 게임상에서는 독처럼 먹어서 해를 입을것만 아니라면 뭘 입에 넣어도 상관없었다. 게다가 데오그라즈는 항구도시. 질 좋고 신선한 해산물이 넘쳐날터였다. 그래, 기왕 먹는거 에나가 원하는걸 먹는것도 좋겠지. 진석은 그녀의 제안대로 해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레스토랑을 찾아 발길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일정 분량을 쓸때마다 한 번 확인 후 내용을 다듬거나 수정을 하긴 하지만... 여전히 오타라던가 문장간의 연결이 어색한 부분, 조사가 잘못된 부분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읽으시다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