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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 부회의 방랑자-16화 (16/155)

< --   - 2.   -- >         * 16화 *

현실이라면 단검 하나 들고 숲에 들어가봐야 고생만 죽도록 했을테지만, 게임이다보니 그럭저럭 여러가지를 구할 수 있었다. 식물학을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야생 열매나 버섯 종류, 그리고 약학을 써서 약을 만들 약초를 잔뜩 모았고 멍청히 근처를 지나가던 토끼 한 마리에게 돌을 던져 잡기도 했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잡자마자 목과 다리를 베어 피를 빼두는것도 잊지 않았다. 물고기도 잡아보고 싶었지만 딱히 물고기를 잡을 도구도 없고 어떻게 도구를 만들어야 할지도 몰라 포기했다. 숲에서 먹을걸 모으기 몇시간여, 시간이 슬슬 정오를 넘어가고 있어 채집을 그만두고 마차로 되돌아왔다. 슬쩍 마차와 그 안쪽을 확인해보니 어제처럼 도망을 시도했다거나 하는 일 없이 그냥 얌전히 묶여있었다.

"일단 불이나 피워볼까."

채집해온 식량을 한쪽에 놓아두곤 나뭇가지를 모으려다, 좀스럽게 나뭇가지나 주울거 없지 하고 생각하며 근처의 굵직한 나무가지를 힘으로 뚝뚝 부러트려 장작으로 만들었다. 수도를 세워 가지를 내려치니 나무가 아니라 뭔 찰흙마냥 뚝뚝 끊어졌다. 물론 현실이라면 생나무보다 바닥에 떨어져 잘 마른 나뭇가지가 장작에 더 걸맞을테지만 게임이다보니 그런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장작을 잘 쌓고 화염화살의 주문을 이용해 불을 붙이자 금세 활활 타올랐다.

"화염화살은 익혀두길 참 잘했단 말야. 조명도 되고 라이터도 되고 진짜 편하네."

그리고 불가에 턱 주저앉아 청동단검으로 토끼가죽을 슥슥 벗겨냈다. 가죽을 다루는 스킬이나 요령은 없었지만 힘이 워낙 좋다보니 대충 칼집을 내서 잡아 당겨도 삼각김밥 비닐까듯 쓱쓱 잘 벗겨진다. 가죽은 손질할줄 모르니 핏물을 닦아 대충 한 켠에 던져두었다. 몸통은 내장을 갈라서 버린 후, 양쪽으로 크게 벌려 나뭇가지를 꼬챙이처럼 꿰어서 불가에 세워놓았다.

"아 그러고보니 소금이 없네. 후추 같은것도 없고."

게임이라지만 기왕 먹는거 제대로 먹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없는건 어쩔 수 없었다. 쩝 입맛을 다시며 열매와 약초 등을 강물로 잘 씻어 분류해뒀다. 열매는 그냥 먹어도 되고 버섯 종류는 먹기 전 살짝 굽기만 하면 됐다. 중요한건 약초였다.

"어디보자. 보이는대로 적당히 뜯어오긴 했는데 이 정도 양과 종류라면..."

진석이 약학 스킬을 사용해 확인해보니 하급 액체형 체력회복제와 해독제 등 도움이 될만한 약품을 만들 재료가 충분했다. 체력회복제는 세 개, 해독제는 한 개를 만들양이 되었다. 채집한 약초가 귀한건 아니라 완성해도 질이 썩 좋은 약품이 되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없는것 보단 백 번 나을터.

"음 그리고 미약은..."

아우그멘을 만들기엔 약초 한 종류가 부족했지만, 또 다른 미약인 페르모티오를 만들 재료는 충분했다. 페르모티오는 아우그멘보다 하위에 속한 가장 낮은 단계의 미약으로 직접 복용하는 형태였다. 섭취한 대상의 흥분도가 오르는 약물로 '아 당장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미쳐버리겠다!' 까진 아니지만 '어머 왠지 자꾸 이상하게 야한생각만 나고 몸이 뜨거워지네~' 정도의 가벼운 흥분상태가 유지되는, 미약중에선 가장 온건한 종류였다.

"뭐 쓰기 나름이지."

진석은 배낭에서 제조기구를 꺼내 페르모티오의 제조부터 걸어놓고 토끼 고기를 뒤집어가며 구웠다. 잘 씻은 산딸기를 몇 개 집어 입에 털어넣으며 우물거렸다.

"그러고보니 저것도 뭔가 먹여야 할텐데."

마차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진석. 에나를 죽인 상대다. 밥을 먹여주고 싶은 생각따위 있을리가 없었지만, 더 긴 고통을 주며 괴롭히기 위해선 목숨을 붙여둬야 하니 끼니때마다 꼬박꼬박 먹이긴 해야 할 터.

"...그래도 한두끼쯤 더 굶는다고 죽진 않겠지."

한나절 쫄쫄 굶긴다음 저녁때나 페르모티오를 잔뜩 섞은 물과 음식을 먹일 심산이었다. 진석은 열매를 몇 개 더 집어먹으며 토끼 고기를 뒤집었다. 고기가 슬슬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노릇노릇 익어갔다.

하늘이 점차 어둑해지는 초저녁. 낮에 잡아온 토끼를 먹고 페르모티오와 회복약 등의 제조를 마친 다음, 뭔가를 좀 만들다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진석은 제자리에 앉아 청동단검으로 나무를 깎아가며 갖가지 모양의 딜도를 만들고 있었다. 마차에 붙잡혀 있는 붉은 머리의 여자를 괴롭혀줄때 쓸 생각이었다.

"...아 잘 안되네."

하지만 이 역시 공작 스킬같은게 있는게 아닌 이상 잘 될리가 없었다. 매끄러운 곡면을 깎으려고 했는데 각진 모서리의 투박한 막대기가 되고만다. 진석은 에라이 하며 손에 든 되다만 딜도를 바닥에 팩 팽개쳤다.

"에이! 방망이 깎는 노인도 아니고 이게 뭔 짓이야! 어차피 두고두고 쓸것도 아니고 잠깐 쓰다 버릴건데 뭐. 그냥 이거랑 이거면 충분하겠지."

그나마 게 중 모양이 잘 잡힌 두 개 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실패작들은 모닥불에 몽땅 쏟아넣었다. 그리곤 꼬챙이에 꽂아 불가에서 굽던 버섯을 몇 개 빼서 우물우물 씹어먹으며 기지개를 켰다.

"흐아아아... 암. 슬슬 밥이나 먹여줄까."

손바닥 두 개를 합쳐놓은 정도의 큰 나뭇잎을 구해 점심때 먹다 남은 토끼고기와 방금 구운 버섯, 열매따윌 약간 담아 물통과 함께 들고 마차쪽으로 가져갔다. 물론 이 물통엔 페르모티오를 잔뜩 섞어두었다. 물맛이 좀 이상할테지만 하루종일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으니 물맛을 신경쓰긴 커녕 알아서 벌컥거리며 들이키겠지. 진석이 마차의 문을 열자 붉은 머리의 여자는 이쪽을 돌아보며 재갈 안쪽으로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욱욱거렸다. 그러고보니 하루종일 묶인채 뭔 생각을 하고 있었으려나? 진석은 우선 재갈부터 풀어주었다. 그런데 여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는 의외의 것이었다.

"보... 볼일을 보게 해다오!"

"......"

리베라에서 플레이어는 용변을 볼 필요가 없었다. 용변을 보는 기능은 존재했지만 누가 게임상에서 할 일 없이 볼일을 보겠는가. 하지만 플레이어와 상호작용중인 NPC들은 사실적인 행동패턴을 위해 이따금 용변을 보는 행동을 취했다. 현실의 사람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하루에 두어번 정도는 용변을 처리하곤 했다. 그런데 이 여자는 어제부터 하루 종일 묶여 있었으니...

"크읏. 내, 내가 이 안에서 실례를 해버리면 너도 곤란할텐데! 어서!"

급하긴 정말 되게 급한 모양이다. 자존심이고 뭐고 입술을 꾹 깨물며 채근하는 모습에서 다급함이 느껴진다. 하긴 속옷만 입은 상태다만 이대로 지려버리면 냄새도 날테고 처치도 곤란이니... 진석은 가져온 음식과 물을 좌석 위에 올려두고 여자의 다리쪽 포박만을 풀어주고 일으켰다.

"허튼짓 하면 이번엔 발목 힘줄을 끊어버릴테니 알아서 처신해."

"알았다. 빠, 빨리."

진석은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마차 근처의 적당한 수풀로 이끌었다. 딱 두 걸음만 물러서서 거기에서 해결하라는 듯 턱짓을 했다.

"...보고 있을거냐?"

"그럼 내가 속옷도 벗겨주랴? 나도 그쪽의 지저분한 취미는 없으니 얼른 볼일 보기나 해."

"망할자식..."

여자는 인상을 있는대로 구기며 치욕스런 표정으로 허둥지둥 팬티를 내리고 제자리에 앉아 용변을 보기 시작했다. 곧 졸졸졸 물소리가 들려왔다. 어째 기분이 묘했다.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짓이냐.'

예전 군주나 장수 플레이때도 적국의 포로 여성을 구금해두고 능욕하는건 많이 경험했었다. 당연히 용변 처리는 진석의 몫이었지만 그땐 지저분한 일을 대신 처리해줄 시종들이 있었다. 구속당한 상대라 일일이 화장실에 보내줄 수 없으니 적당히 변기로 쓰는 나무통에 용변을 보게 한 뒤 청소 등의 뒷처리는 하녀들이 했던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방랑자의 신분에다 야외. 사람 하나 붙잡고 있자니 행동 하나하나가 죄다 불편했다. 여자는 진석이 잠시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용변을 다 본건지 포박되어 움직이기 불편한 손으로 팬티를 주춤주춤 올려입었다. 진석은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짚었다.

"볼일 다 봤으면 일단 밥이나 먹..."

"마탄이여!"

진석이 어깨를 짚는 순간, 브래지어 안쪽에서 뭔가 손톱만한 보석같은걸 끄집어낸 여자는 몸을 돌리며 진석을 향해 주문을 발사했다. 손에 쥐고있던 보석이 푸르스름한 마력의 구체로 변하며 벼락처럼 진석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크아악?!"

뒤로 수미터를 날아 데굴데굴 나동그라지는 진석. 너무 지근거리에서 맞은 불의의 일격이라 피하고 자시고도 없었다. 남아있던 체력의 절반가량이 단번에 날아가버렸다. 평범한 수준의 체력을 가진 상대였다면 이거 한 방 만으로도 끝장났을 수도 있으리. 여자는 진석에게 주문을 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수풀을 해치며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읏... 한 방 먹었군."

아직도 이런 비장의 수를 숨겨두고 있었을 줄이야. 속옷 안에 뭔가를 숨겨뒀을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게다가 보석이 마법으로 치환되는 그런 도구는 리베라의 플레이 경험이 많은 진석으로서도 처음봤다.

"아, 아니 멍청하게 감탄하고 있을때가 아니지. 야! 너 죽었어!"

진석은 발딱 일어나 여자가 사라진 방향의 수풀을 헤치고 마구 달려나갔다. 씩씩대면서도 달려나가며 여기저기 주변을 살피는 진석. 멍청하긴, 내 민첩은 40이다. 어디 달리기로 도망갈수 있을것 같으면 도망가 보라지! 그렇게 생각하며 흥분한채로 한참 숲을 헤치며 지나가는데 어째 기분이 쌔하다.

"이쪽으로... 안 온것 같은데?"

퍼뜩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로 뒤돌아서 다시 마차쪽으로 달렸다. 이렇게 멍청할데가! 아마도 여자는 자신이 마탄 한 방에 쓰러지지 않고 쫓을것도 예상했을 것이다. 나한테 일격을 가해놓고 흥분해서 쫓게 만든다음 자신은 근처에 숨어있다가 마차를 몰고 도망가려는 심산일터!

"그렇게 냅둘 것 같냐아아아아!"

수풀을 파악 걷어차며 마차가 있던 자리까지 순식간에 돌아온 진석. 아니나 다를까, 속옷차림의 붉은 머리 여성은 막 마부석에 오르려다 진석의 외침에 깜짝 놀라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진석은 허리춤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 들곤 손목의 스냅만으로 핑그르 회전시키며 칼날쪽을 쥐었다.

"너어어어!"

휘리릭! 진석의 손끝에서 던져진 단검이 여자를 노리고 맹렬한 기세로 날아들었다. 히익 기겁하며 마부석 위로 몸을 던지는 여자. 그리고 파악! 허나 단검은 그냥 마차의 측면에 명중했다. 진석은 바로 마부석쪽으로 달려갔다. 여자는 막 고삐를 쥐고 서둘러 마차를 몰려 했지만, 말들의 고삐가 근처의 나무에 메어있었다.

"뭐야?!"

회심의 탈출 시도였는데. 하필 저 미친놈이 성실하게도 말의 고삐를 나무에 단단히 메어놨을줄이야. 그녀가 좌절하는 사이 금방 달려온 진석은 마부석에 올라서며 빠르게 머리채를 틀어쥐었다.

"꺅!"

"이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당장 한 대 치기라도 할 듯한 진석의 태도. 데이나는 다 포기한듯 짧은 한숨을 내뱉더니 이내 킥킥 웃기 시작했다.

"후... 큿, 크크큭! 왜, 화라도 나나? 멍청하긴. 돌대가리라 벌써 까먹었나 보지? 난 네 애인을 죽인 원수라고?"

뜬금없는 도발. 진석은 멍한 표정으로 내심 이게 미쳤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도발은 계속 이어졌다.

"아니면 날 묶어놓고 끌고다니며 네 맘대로 범하기라도 하고 싶었던거야? 아하하하! 하긴 네까짓 쓰레기가 할 수있는 일이래봐야 그런 저열한 짓이 전부겠지! 한심한 새끼!"

물론 아무생각 없이 질러대는건 아니었다. 어차피 최후의 희망을 걸었던 탈출도 실패. 이제 이 상대는 자신에게 조금의 자유도 허락하지 않고 범하거나 고문을 할게 뻔했다. 가만히 앉아 그 꼴을 겪느니 상대가 흥분해 있는 지금 도발해서 자신을 죽이게 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살해당할거 온갖 고통을 다 겪고 굴복당한채 상대를 만족스럽게 하고 죽느니 단숨에 죽는편이 나았다. 데이나는 눈썹을 치켜뜨며 다리를 활짝 벌렸다.

"자! 해보시지! 그 더러운 고깃덩이를 맘대로 놀려보란 말야! 흥, 아무 대꾸도 못하는게 막상 해보라니 겁이라도 나는 모양이지? 아님 고자인가? 깔깔깔!"

하지만 진석도 아주 바보는 아니다. 물론 제압당한 상대가 되려 자신을 모욕하며 세게 나오는 꼴이 열이 받긴 했지만, 이런 태도는 분명 전에 본적이 있었던 것이다. 전에 했던 플레이에서도 데이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덜 수치스러운 죽음을 당하려 이런식으로 도발을 해오던 여자 포로들이 있었다.

'그런 도발에 속아줄것 같냐? 뭐 기왕 잘됐군.'

진석은 허리춤에 남아있던 나머지 단검을 한 자루를 꺼내 묵묵히 여자의 속옷을 끊어내 벗겼다. 갑작스런 행동에 역으로 당황하는 데이나. 물론 자신이 범할거면 범해보라며 도발했지만 그건 흥분해있을 상대를 더욱 화나게 해 자신을 죽이도록 유도했던거지 진짜 강간당하고 싶은게 아니었다.

"뭐, 뭐하는거야!"

"뭐긴 뭐야. 네 입으로 할거면 해보라며?"

"미... 미친새끼! 네 그 눈꼽만한 좆으로 날 범할 수 있을 것 같... 핫."

대답대신 바로 바지를 스윽 내려보이는 진석. 이미 꼿꼿히 고개를 처들고 있는 진석의 성기는 어디서 그런 쉰소리를 떠들고 있냐는 듯 우람한 크기와 굵기를 자랑했다. 뜬금없이 발기한 성기를 들이대는 바람에 깜짝 놀란 데이나는 흡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진석은 비아냥대듯 아랫도리를 슬쩍 내밀어보였다.

"네 눈꼽은 이만한가보지?"

"...닥쳐! 이 더러운 놈! 저리 치워!"

도발마저 실패한 데이나가 다리를 오므리며 도망치려 했지만 진석은 잽싸게 그녀의 다리사이로 파고들며 포박된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어 움직이지 못하게 꽉 쥐었다. 아랫도리를 딱 붙인 자세에다 무력 45의 힘으로 팔을 짓누르고 있으니 그야말로 못 박힌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어디 보자.'

진석은 그 상태로 메뉴를 열어 빠른 손놀림으로 눈 앞의 여자를 관심 NPC로 등록한 뒤 그녀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막 일을 치루려는 애매한 타이밍이었지만,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이 상대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 이름

제이스 스콧필드

- 종족

인간/여성

- 스테이터스

통솔 19 / 무력 9 / 민첩 14 / 지력 32 / 정치 16 / 매력 23

- 액티브 스킬

비전마법 - 홍염작란[B랭크] / 감정안 - 마도구[C랭크]

- 패시브 스킬

패스트 캐스팅[C랭크] / 마도의 극의[C랭크] / 고대지식[D랭크] / 허신의 축복[E랭크]

'이건...'

스테이터스 부터가 생각보다 높았다. 어제 호텔에서 자신을 애먹이던 마법을 보곤 보통 마법사가 아니라는건 알았다만 무려 비전마법사였다니! 게다가 비전마법은 스킬의 랭크까지 꽤 높았다. 거기에다 주문의 시전 딜레이를 대폭 줄여주는 패스트 캐스팅, 또 마법 스킬의 효율과 위력을 대폭 늘려주는 마도의 극의 같은 최상급의 스킬까지. 고대지식이나 허신의 축복은 뭔지 잘 모르겠다만 분명 이 여자가 보통내기가 아님은 확실해졌다.

"이거 놔, 개자식! 쓰레기 같은 놈!"

데이나, 아니 데이나라는 가명을 쓰고 있던 제이스는 진석이 스테이터스 확인을 하느라 잠시 멈칫한 사이 욕설을 하며 몸을 비틀었다. 저런 상대에게 범해진다는건 죽기보다 싫었다. 진석은 스테이터스 창을 닫고 허리를 좀 더 밀착시켰다. 바싹 맞닿은 하복부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해보라며 호기롭게 다리까지 벌려보일땐 언제고 이제와서 반항이야?"

"네 놈에게 박히느니 개돼지와 하고 말겠다! 퉷!"

연신 욕설을 내뱉으며 진석의 얼굴에 침까지 뱉는 제이스. 일방적으로 계속 욕을 먹고 침까지 뒤집어 쓰고 있자니 진석도 슬슬 진심으로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진석은 채 젖지도 않은 제이스의 비육에 자신의 단단한 성기를 강제로 밀어넣었다.

"아악! 아, 아팟!"

갑작스런 삽입 시도에 제이스가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아랑곳할 진석이 아니었다. 진석은 왼손으론 제이스의 두 팔을 붙잡고 있었지만 오른손은 자유로웠다. 오른손으로 제이스의 뺨을 세차게 짝 갈겼다. 달리 힘 조절을 안 하고 친 탓에 정말로 고개가 꺾어질듯 팍 돌아갔다.

"큭! 아읏, 이... 쓰레기놈..."

제법 아팠을텐데 눈꼬리를 치켜뜨며 끝까지 지지 않고 대드는 제이스. 진석은 주먹을 쥔 자세에서 엄지손가락만 살짝 세워 그녀의 명치를 세게 찔렀다. 콱! 크헉 하고 괴로워하며 고개를 꺾는 제이스. 호흡이 괴로운지 입가에서 침을 흘리며 쌔액 쌕 숨을 몰아쉬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괴롭혀 주려고 생각했었지만... 어디 한 번 맛 좀 봐라.'

명치를 찔린 충격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분노에 찬 눈동자를 빛내는 제이스. 진석도 지지 않고 성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 번 명치를 엄지로 찍었다.

"캬학! 컥, 허으..."

제이스는 가슴 깊숙히 파고드는 고통에 괴로워했다. 갑자기 몸이 덜덜 떨려왔다. 눈앞의 상대가 무서워서 떠는게 아니야. 단지 명치를 찔려 숨쉬는게 힘들기 때문이야. 머릿속으로 그렇게 자위해봤지만, 애써 부리는 허세라는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교단의 수호자로서 오랜시간 수라장을 헤쳐왔으면 무엇하는가. 지금 당장 발가벗겨진채 완력에 짓눌려 일방적으로 구타당할 뿐인데. 눈가에 눈물이 찔끔 솟았다. 하지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악 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커억!"

재차 엄지가 명치를 찍었다. 이건 뭐 숫제 가슴을 쥐어 뜯기는 기분이다. 숨을 한 모금 들이 쉴때마다 폐부 구석구석에 유리조각이 박힌듯 찢어지는 고통이 밀려들어왔다. 호흡이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감각이었다니. 허나 눈 앞의 남자는 사정 봐주는 것 없이 다시 한 번 자신의 명치를 엄지로 내리 찍었다.

"켁! 쿨럭, 컥... 으... 흐그읏..."

개자식. 사지를 찢어 죽일 놈. 아무 욕설이라도 뱉어주고 싶었지만 단어들은 그저 머릿속에서만 뱅뱅 맴돌뿐, 그녀가 입 밖으로 낼 수 있는건 그저 괴로운 신음뿐이었다. 몇 차례나 연속으로 찍힌 명치께는 시퍼렇게, 아니 시커멓게 멍들어있었다.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니. 그 점 하나만은 감탄스러웠다. 그런데 갑자기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것이 아닌가? 제이스는 과도한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이제 좀 젖었구만."

태평하게 말하는 진석. 제이스가 오줌을 지리는것도 아랑곳 않고 그걸 윤활제 삼아 삽입을 시도했다. 비참했다. 정말로 비참했다. 어딘지도 모를 숲속에서 얻어맞고 고통에 오줌을 지리며 강간당하다니. 그러나 제이스에겐 저항할 기력이 없었다. 굵직한 진석의 성기가 굼실굼실 제이스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흑... 끄윽..."

방금전까지도 악을 쓰며 온갖 욕설을 내뱉고 죽일듯 쏘아보던 제이스였지만 지금은 눈물과 신음만을 흘릴뿐이다. 진석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기왕 시작한거 멈출 수 없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진짜 자신만 바보가 되는게 아닌가. 상대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거친 피스톤 운동이 제이스의 하체를 유린했다. 고요한 숲속엔 여자의 흐느낌과 살 부딪히는 소리만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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