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3. -- > * 27화 *
슬슬 해가 지평선 너머로 지고 있었다. 휴식을 포기해가며 야간에까지 마차를 몰 이유는 없었으니 이제 적당히 머물 자리를 찾아야 할 터. 근방에서 작은 잡목림을 발견한 진석은 마차를 그 부근에 세웠다.
'불을 피워야 할까, 말까?'
밤의 평원에선 엄청나게 먼 거리까지 빛이 보인다. 낮에 곡물수레를 옮기던 소규모 상단을 습격한 괴물. 그게 아직 이 근방에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만에 하나 불빛을 보고 나타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긴 싫었다. 진석은 불 피우기를 관두고 마차안으로 들어갔다. 큼직한 냄비안에 뭔가 요리를 만들 재료거리를 챙겨넣고 있던 제이스가 진석을 돌아보며 물었다.
"벌써 불 피웠어?"
"아니. 오늘 저녁은 그냥 마차안에서 대충 때우자."
"어? 왜?"
"낮에 기억 안나? 그 정체모를 뭔가가 혹시 근처를 배회하고 있으면 멀리서 불빛을 보고 올지도 모르잖아."
"아... 그렇지 참."
수긍하며 챙기던것들을 도로 내려놓는 제이스. 진석은 가방안에 있던 여분의 옷가지로 마차 안쪽의 창에 임시 커튼을 쳤다. 그 다음 램프를 꺼내어 기름을 채운 다음 불을 붙여 실내를 밝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이스는 배시시 웃었다.
"꼼꼼하네."
"그야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으니까. 무슨 괴물인지는 몰라도 나는 상대할 자신이 없거든."
"하지만 러셀 굉장히 강하잖아? 왠일로 그런 자신없는 말을 다 하네."
"음... 뭐랄까. 상성이 나빠. 내 단검은 덩치가 큰 상대에겐 큰 피해를 주기 힘들테니. 차라리 네가 더 쉽게 상대할걸? 멀찍이서 강한 마법을 팍팍 뿌리면 되니까."
"그럴까나..."
둘은 잡담을 나누며 좁은 실내에서 빵과 건량 위주로 간단한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제이스는 낮에 사온 술을 맛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진석이 금지했다. 울상을 짓는 제이스의 안면에 가벼운 촙을 먹이는 진석.
"아얏."
"안돼 안돼. 오늘밤은 술도 섹스도 금지입니다."
"에, 꼼꼼한걸 넘어 너무 지나치잖아. 조금 정도는 뭐 어때!"
"술 마시고 깊게 잠들었다 습격 당하면 어쩔건데? 섹스도 마찬가지. 벗은채로 잠들었다간 위급시 대처도 못할거라고."
"우와... 갑자기 생판 다른 사람 같아 러셀."
"너야말로 낮에는 그렇게 불안해하더니 너무 태평한거 아냐?"
"끙..."
마음엔 들지 않았지만 진석의 말은 틀린거 하나 없었다. 순순히 수긍한 제이스는 웃옷 정도만 벗어두고 모포를 덮은채 좌석에 몸을 뉘였다. 하지만 진석은 잘 준비는 하지 않고 벨트에 꽂힌 단검을 뽑아 하나하나 살펴보며 무기의 정비를 하고 있었다.
"뭐해? 러셀은 안 잘거야?"
"먼저 자. 난 적당히 바깥 좀 살펴보다 알아서 잘테니까."
"......"
평소라면 아무것도 없는 평원 한복판에서 불침번따위 설 필요 없을테지만, 만약을 위해 대비하려는 모양이었다. 무기를 철저히 점검하는 폼을 보니 잠은 커녕 아마 저대로 밤을 샐 것 같았다. 진석은 별 생각 없이 만에 하나 닥칠지 모르는 습격에 대비하는 것 뿐이었지만 제이스는 그의 태도를 자신을 배려해주는 거라 지레 짐작하고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굿나잇 키스 정도는 해줘."
"...굿나잇 펠라를 받고 싶은 기분이다만."
"으흥~ 해줄까? 자. 아아~"
능청스럽게 눈을 감으며 입을 아 벌리는 제이스. 눈을 감은 제이스의 귓가에 진석의 벨트가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설마. 장난이었는데 진짜로 집어 넣으려는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이제와서 농담이었습니다~ 하고 눈을 뜨자니 뭔가 지는것 같아서 민망했다. 오기로 눈을 감은채 입을 벌리고 버티고 있는데 뭔가 스윽 얼굴 앞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아 정말! 이 바보 멍청이! 진짜 분위기고 뭣도 없잖아!'
속으로 진석을 원망하는 제이스. 그런 그녀의 이마에 뭔가 가볍게 와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잘 자라."
제이스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진석은 제이스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놀란 표정의 그녀를 보며 장난스레 웃곤 문을 열고 마차 밖으로 나갔다. 제이스의 얼굴이 귓가까지 빨개졌다.
"...으으으!"
모포를 뒤집어쓰고 발을 동동 구르는 제이스. 어떻하면 좋은가. 저 남자가 점점 더 좋아지기만 하고 있으니. 상대방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만 하는것 같아 분했다. 분할 정도로 그가 좋았다.
'그나저나... 뭘 한다.'
마차 밖에 나온 진석은 달리 할 것도 없고 갈데도 없으니 마부석에 올라가 가로로 길게 몸을 뉘었다. 사원에 머물고 있을땐 여유시간에 약학의 수련을 하거나 화염화살의 연습을 했으니 둘 중의 하나라도 하면 좋으련만 일단 불꽃화살은 그 자체가 불빛을 내니 그럴 수 없었다. 약학은 약초가 없어서 할 수 없었다. 가방안엔 사원에서 연습삼아 만들어뒀던 많은 약품과 미약도 들어있었지만 그걸 지금 사용할일은 없다. 결국 그냥 누워 빈둥빈둥 시간을 죽이는 것 외엔 할 게 없었다.
'아오 젠장 섹스하고 싶다.'
최근 제이스와 매일매일 틈만나면 관계를 가져온 진석. 습관적으로 하다보니 버릇이 들었는지, 한나절이나 아무것도 하질않으니 몸이 다 근질근질했다. 폼 잡느라 술도 섹스도 안된다고 하긴 했다만 그 발언이 자신의 목을 죌 줄이야!
'크윽. 밤새 평원에서 혼자 뭘 한단 말인가. 진짜 이대로 멍청하니 누워만 있어야 하나? 스킬 수련도 못해 섹스도 못해... 어휴. 그나저나 그 상인들을 죽인건 대체 뭐였던거야? 거참 희한하네.'
리베라에는 여러가지 몬스터들이 있었다. 진석도 이전 장수 플레이때 몬스터들을 퇴치해본 경험이 있었다. 무리를 지어 마을에 피해를 끼치는 몬스터떼를 몇차례 격퇴했던것이다. 단순히 짐승들의 무리도 있었고, 혹은 어느 정도의 지능을 지니고 집단을 이뤄 전술을 구사하는 부류도 있었다. 진석이 모든 종류의 몬스터를 꿰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알고있던터, 허나 낮에 본것 같은 몬스터는 금시 초문이었다. 진석은 마부석에 누운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근 두어시간 가량을 보냈다. 아까 낮의 사건 현장의 모습을 돌이켜 생각하다, 갑자기 어떤 사실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아... 그러고보니!"
진석은 대강이나마 시체들의 수습을 해주었었다. 몸통에서 떨어진 팔다리를 주인에 맞게 모아주는 정도였었지만. 그런데 처참한 시체들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시체에 남은 커다란 치열만 보곤 무의식중에 먹기 위해 습격한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시체들엔 문 자국만 있지 먹은 자국은 하나도 없었어!'
그렇다. 시체들은 몸이 토막나고 내장이 쏟아졌을지언정 분명 먹힌 부위는 하나도 없었다. 확실히 치열만 봐도 어마어마할 크기일 괴물이, 사람과 말을 먹기 위해 죽인거라면 애당초 시체가 제대로 남아있을리 없을터. 하지만 그 사실때문에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왜?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럼 대체 왜 죽인거지? 원한?"
끙끙거리며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답을 낼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시체들이나 현장 부근을 살피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이제와서 거길 다시 돌아갈수도 없는 노릇. 한 마디로 결론을 내릴 정보가 부족했다. 답답해진 진석은 마부석에서 내려와, 누워있느라 찌뿌둥해진 몸을 풀며 마차 주변을 산책하듯 걸었다.
"거참... 그것도 뭔가의 이벤트나 퀘스트인걸까?"
너무 현실적이다보니 깜빡 잊어버릴때도 있었지만 이곳은 엄연히 게임 속 세계였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습격 현장을 발견할리 없을터. 진석은 팔짱을 끼고 풍경을 바라보며 주변을 크게 빙글빙글 돌았다. 쏴아아 초원의 풀들이 넘실넘실 물결치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
저쪽에 뭔가가 있었다. 오늘밤은 삭월이라 달빛이 적어 명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정면으로 이백미터쯤 떨어진 곳에 뭔가가 서있었다. 크기는 그닥 크지 않았다. 좀 작았다. 저 정도라면 아마 어린아이일까? 어린아이로 보이는 그 형체는 서서히 움직이며 마차가 왔던 방향을 따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뭔진 모르겠다만 이런 한밤중의 평원에 돌아다니는게 제대로 된걸리 없지."
진석은 몸을 돌려 마차방향으로 뛰어갔다. 상대가 뭔진 몰라도 우선 전투를 대비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차문을 여니 옅은 코를 골며 잠든 제이스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마시지 말라고 했었는데, 3분의 1쯤 빈 술병이 하나 바닥에 놓여있었다.
"아니 이게 정말... 야! 얼른 일어나봐."
"으... 으응. 아우... 헤에. 러세엘."
흐리멍텅한 눈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진석을 향해 안겨오는 제이스. 진석은 제이스의 이마에 딱밤을 먹이며 말했다.
"이럴때가 아니야. 이상한게 나타났다고."
"아얏. 으하아아암. 그래 이상한거 좋... 어, 어엇?"
제이스는 딱밤을 맞으면서도 하품을 하다가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그 괴, 괴물?"
"그건 아니고 일단은 사람같은데 멀리 떨어져있어서 잘 모르겠어. 근데 그게 이쪽으로 오고 있거든? 그러니까 얼른 정신 챙기고 무기 챙겨서 나와."
"아, 알았어."
제이스는 허겁지겁 웃옷을 걸치고 손에 루비 로드를 꽉 쥔채 진석을 따라 마차밖으로 나왔다. 바깥으로 나와 진석이 가르키는 살펴보자 과연 그의 말대로 뭔가 작은 형체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제이스는 당황했다.
"...뭐야 저거? 혹시 유령 같은건가?"
"나도 모르지. 하나 확실한건 이런 시간에, 이런 장소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꼴을 보아하니 분명 정상적인 상대는 아닐거라는거."
진석의 말에 긴장한 듯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제이스. 그녀는 진석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지? 그... 다가가봐야 하나?"
"...그럴까. 좋아. 어차피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 멍청하게 서서 기다리느니 우리가 가보자. 내 뒤쪽으로 몇걸음 떨어져서 따라와. 여차하면 마법을 쏠 준비를 하는것도 잊지말고."
"응. 알았어."
제이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진석의 말대로 너댓걸음 떨어진채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아직도 백수십미터쯤 떨어져있던 상대였지만 진석과 제이스가 나서서 다가가기 시작하자 거리는 금세 가까워졌다. 달이 밝진 않았다고 해도 사오십여 미터쯤 떨어진 거리까지 근접하니 얼추 상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로브같은 뭔가의 천조각을 푹 뒤집어 쓴 사람이었다. 멀리서 볼땐 꽤나 작아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렇게까지 작은건 아니였다. 진석보다 머리 하나쯤 작은 키였다.
"...사, 사람은 맞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무심코 중얼거리는 제이스. 진석은 흑철단검과 런들 대거 포님을 뽑아들며 경계태세를 취하곤 천천히 접근했다. 이내 양쪽의 거리는 가까워져 십여미터쯤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 동시에 멈춰섰다. 쏴아아. 평원에서 재차 바람이 불어왔다.
"넌 누구냐."
진석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눈 앞의 상대방은 아무 대답없이 꼼짝않고 서있었다. 진석은 손에 쥔 단검을 들어보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적의를 가진걸로 간주하고 공격하겠다. 네 정체는 뭐냐."
"......"
공격하겠다는 말에 순간 움찔한 상대는 주춤거리며 몸에 두르고 있던 천조각을 손에서 놓았다. 스르륵. 낡은 천조각이 바닥에 흘러내리고 그 안에 있던 상대의 모습이 흐린 달빛 아래 드러났다.
'어린... 여자 아이?'
상대는 잔뜩 겁을 집어 먹은 표정의 소녀였다.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카락이 허리께까지 늘어진 15, 16세 가량의 소녀. 영양상태가 썩 좋지 못한듯 갈비뼈가 다 드러날정도로 꽤 말라있었다. 게다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다.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저... 그... 저는, 아무... 잘못도 안했... 어요..."
"...러, 러셀? 뭐야? 어떻게 된거야?"
진석의 옷자락을 쥐곤 마구 흔들며 어떻게 된건지 묻는 제이스. 하지만 진석도 알 리 없었다.
"난들 알아? 가만 있어봐 좀. 에... 어... 그러니까 네 이름... 이 뭐니?"
"......"
"러셀! 칼! 칼은 집어넣고! 겁 먹었잖아!"
호들갑을 떠는 제이스. 원래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던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됐담. 술 마시고 자다 깨서 그런가? 진석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제이스의 말대로 단검을 벨트에 꽂아넣고 빈 손을 번쩍 들어보였다.
"자자. 뭐 우리도 네가 위험한 상대인게 아니라면 함부로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나는 러셀. 이쪽은 제이스. 한 번 더 물으마. 네 이름은 뭐니?"
"...아르데나..."
움찔거리며 이쪽의 눈치를 보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는 소녀. 진석은 차분히 말했다.
"그래, 아르데나라고 하는구나. 이런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니?"
"...저도... 몰라요. 갑자기 정신이 들어서... 눈 떠보니 사람들이 또 죽어있고... 무작정 걸었어요..."
"?!"
진석과 제이스는 서로서로를 돌아보았다. 뭔가 감이 왔다. 제이스가 입을 열었다.
"설마 낮의 그...?"
"쉿. 저기 아르데나? 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낮에 네 가족이 습격당한걸 본거니?"
절레절레. 아르데나는 가로로 고개를 저었다. 진석은 이 소녀가 낮에 보았던 상인들의 딸이며, 운좋게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같은게 아닐까 생각하고 한 질문이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아차.'
그러고보니 진석 본인도 의외의 상황에 꽤나 당황해서 아르데나가 한 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었다. 아르데나는 분명 사람들이 '또' 죽어있다고 했다. 눈 떠보니 사람들이 또 죽어있다라.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참극을 보고 나서 그런 말을 할리 없을텐데. 순간 진석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득하고 무시무시한 상상이 스쳐지나갔다. 그냥 가정일뿐이지만 혹시 저 소녀야 말로 그 상인단을 살해한 원흉이 아닐까 하는-
"아르데나라고 했지? 저기 너..."
"제시! 걔한테서 물러서!"
제이스는 아르데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웃는 낯으로 다가서다 진석의 호통에 깜짝놀라 뒤로 주춤 물러섰다. 진석은 벨트에 꽂아넣었던 단검을 다시 뽑아들었다. 그 모습에 아르데나가 겁먹은 기색을 띄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왜,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그래?"
"가만히 있어봐. 너, 아르데나라고 했지? 네 진짜 정체는... 뭐냐."
"......"
울상이 되는 아르데나. 입을 반쯤 벌린채 어물어물 했다.
"낮에 처참하게 찢겨 죽은 상인무리를 봤었다. 그 사람들 네가 죽였구나?"
"...!"
진석의 말을 듣던 제이스가 경악의 표정을 지으며 진석과 아르데나를 번갈아 보았다. 진석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런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접근해서 방심하게 한 다음 공격하는건가? 상대를 잘못 골랐어."
단검을 쥔 손에 힘을 넣는 진석. 그 자세는 마치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공격을 가할 듯 했다.
"아! 아니에요! 나, 나는!"
일방적인 진석의 추리를 듣던 아르데나는 억울하다는 듯 크게 외쳤다. 울먹이는 눈가엔 서서히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아르데나는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제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주륵주륵 쏟아내며 말문을 열었다.
"나... 나는... 저주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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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올릴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어느부분에서 끊어야 할지 애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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