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3. -- > * 33화 *
다음날 아침. 식후의 후식을 즐기고 있을때쯤 카야가 다시 찾아왔다. 타이트한 남성용 정장 차림이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실용적인 여행가용 복장을 하고 있었다. 모자 역시 중절모가 아닌 소가죽제 헌팅캡이었다. 실용성을 중시한 복장임에도 꽤나 잘 어울리는게 역시 옷걸이가 좋구만 하고 생각하는 진석이었다. 남자처럼 딱딱한 말투를 구사해서 그렇지 카야도 분명 상당한 미인이었으니까.
"아 이거 아직 식사 도중인데 제가 조금 일렀군요.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중한 태도. 차를 마시고 있던 제이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우리도 바로 나가지. 후식 따위야 아무래도 좋..."
다고 대답하려는데 벌꿀을 굳혀 만든 과자를 막 입에 넣으려던 아르데나의 움직임이 멈칫 굳는다. 진석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만 먹어야지 후식. 암."
카야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밖으로 빠져나갔다. 아르데나는 손에 과자를 든 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를 보았지만 진석은 미안하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먹어."
고개를 끄덕이곤 과자를 입에 넣는 아르데나. 오물오물 몇 번 씹더니 맛있는지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진석이 아르데나를 귀엽다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제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애완동물 먹이주는것같네."
"에헤이. 사람보고 애완동물이라니."
진석은 정색하며 대답했지만 아르데나는 얼굴을 붉히더니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베베꼬며 대답했다.
"저는 상관없는데... 러셀님의 그, 애완... 동물이라도."
"...하."
터무니 없는 발언에 기가찬다는 표정을 짓는 제이스. 진석은 네가 참 아침부터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테이블 위로 쿵 머리를 박았다.
'얘는 왜 또 이런 열렬한 호감표시를 하는건지 당최 모르겠네. 물론 내가 저주를 파해해주긴 했으니 어느정도 납득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낯선 남자에게 이런말까지 하진 않잖아? 내가 보기엔 어린 동생뻘이라고. 제이스는 제이스대로 계속 들이대는거 상대해주느라 피곤하고. 물론 변신능력을 써먹으려면 호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긴 하다만 태연히 저런 말을 하다니 되려 무섭다고.'
"저, 저기. 기분... 나쁘세요? 역시 저 같은게... 실례되는 소리를 해서..."
진석이 테이블에 이마를 박고 있자 아르데나가 울상이 되어 그렇게 물어왔다. 진석은 아르데나의 말에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의 머리를 와락 끌어안고 턱끝으로 정수리를 꾹꾹 눌러댔다.
"아얏! 앗..."
"아이고 이거 이뻐 죽겠네. 실례되고 자시고 나는 아르데나를 동생같이 생각하고 있으니까 제발 그런 소리는 하지 말려무나? 응?"
"아우, 네, 넷."
"그리고 앞으론 러셀씨니 러셀님이니 그렇게 부르지 말고. 남들이 들으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냥 오빠라고 해 오빠."
어제 무기점에 갔을때도 들었던 소리지만 머리색도 같고 외모도 미남미녀라 아무래도 남매쯤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남들 앞에서 얘는 평원을 지나다 주운 저주받은 아이입니다~ 라고 할 수도 없으니, 차라리 그렇게 해두는게 낫겠다 싶었다. 진석과 아르데나가 찰싹 달라붙은채 서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제이스는 되려 안심했다. 동생처럼 생각한다, 오빠라고 불러라. 돌려 말하자면 난 너에게 손 댈 생각 없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분명 본인도 미성년은 손대지 않는다, 그렇게 말했었다. 물론 3,4년 뒤면 아르데나도 성인이 될테지만... 어떻게 보면 참 위선자 같기도 하다. 자신에겐 폭행과 강간도 아무렇지 않게 저질렀던 주제에 겨우 미성년이라고 꺼리다니. 이 남자의 기준은 대체 뭐가 뭔지 들쭉날쭉하다. 아르데나는 여자인 자신이 보기에도 이미 충분한 미인이었다. 남자라면 더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거 아니었나? 참 쓸데없는데서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남자다. 뭐 그런 제멋대로인 점도 포함해서 맘에 들었던거지만. 한편 아르데나는 진석의 품에 안겨있어서인지 얼굴이 빨개져서 더듬더듬 대답했다.
"러... 러, 러셀 오... 오빠."
"응 그래. 그렇게 불러. 앞으로 누가 관계를 물어보면 내가 오빠라고 하는거다. 알겠지?"
"네... 오빠."
"그리고 분명 성이 기억 안난다고 했었지... 좋아. 넌 오늘부터 아르데나 헤이든이다. 내 성을 따라 쓰는거야. 알겠지?"
"...!"
놀란 표정을 짓는 아르데나. 진석은 주요 NPC 목록을 열어 아르데나의 정보를 확인해봤다. 과연, 아르데나라는 이름 옆에 바로 자신과 같은 헤이든이라는 성이 쓰여져 있었다. 진석은 자신이 말한거지만 이런것도 되는구나 싶어 새삼 신기해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이스는 조금 걱정스럽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까지 해도... 괜찮아?"
진석은 아르데나에겐 보이지 않게 고개를 돌려 제이스에게 살짝 윙크를 했다.
"...전에 말했었지?"
"그래. 러셀이 그렇다면야 할 말 없지만..."
아르데나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다. 괴물과 마검의 두 가지 저주를 받은 아이. 하지만 그 저주는 진석이 한 번 깨트려 스스로 제어 가능한 변신능력만을 남겨놓았다. 제이스는 진석이 아르데나의 필요성을 설명하던 말을 떠올렸다. 괴물이나 마검으로 변신시켜 써먹을 수 있을거라고. 그래, 필요로 의한 도구로서 길들이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될것 없다. 이 모든게 결국 교단을 위한 일이라면. 제이스는 그렇게 납득하며 남은 차를 들이켰다.
빅 본의 충원인력은 카야를 포함한 마흔 두 명. 상단의 수송행렬로 위장하기 위해 웨건 여섯대를 준비해 각각에 나눠탄채 대기하고 있었다. 여관에서 진석 일행이 나오자 부하들과 뭔가 잡담을 나누며 대기하고 있던 카야가 다가왔다.
"여러분의 마차는 웨건 행렬 맨 뒤쪽에 대기시켜놨습니다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그쪽에 합승해도 되겠습니까?"
"합승?"
카야의 제안에 제이스의 눈썹 끄트머리가 살짝 올라갔다.
"네. 마차 운전이야 직접 하실것 없이 저희쪽의 아무나 시켜두면 되니까요. 그리고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것도 있고해서."
하지만 제이스는 단호히 거절했다.
"거절하지. 불편할 것 같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같이 타는건 그만 두더라도, 마부로 쓸 사람이라도 빌려드릴까요?"
"그것도 됐어. 출발이나 해."
"...네, 그럼 나중에 필요한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카야는 돌아서서 부하들을 지휘해 웨건에 탑승시키고 출발 준비를 시작했다. 진석 일행도 행렬 맨 뒤쪽의 마차에 탑승했다. 진석과 제이스는 마부석에, 아르데나와 짐가방은 마차 안쪽에 실었다. 선두의 웨건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행렬은 그 뒤를 따라 나아갔다. 제이스는 진석에게 바짝 붙어앉으며 귓속말을 했다.
"끈질겨. 꼴을 보니까 끝을 보기 전엔 관두지 않을 타입이네. 그냥 놔둬도 될까?"
"놔둬야지 뭐."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데오그라즈쪽 지부에 러셀 얼굴을 아는 조무래기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때 러셀을 찾는답시고 부하들을 몽땅 풀어서 수색을 했었으니..."
제이스의 말에 진석은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니 그날 에나와 쇼핑을 하고 노천 찻집에서 휴식을 취할때 래스커의 부하들로 생각되는 사내들 몇이 자신을 목격했었다. 만약 그들이 지부에 남아있고,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해서 자신을 알아본다면? 당연히 뭔가 이상하게 생각할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카야에게 보고한다면?
"...그럴수도 있겠네. 이것 참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죽일까?"
눈을 번득이며 품에서 루비 로드를 끄집어내는 제이스. 진석은 제이스의 이마에 촙을 먹였다.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아얏. 농담이다 뭐. 하지만 냅둘 순 없을것 같은데. 러셀이 말한대로 온건한 방법으로 해결하긴 힘들것 같아서..."
"...아 젠장. 이게 다 너때문이잖아. 네가 날 찾으라고 시켜서어어어."
제이스의 볼따구를 꼬집은채 쭉 잡아댕기는 진석. 하지만 제이스도 지지 않겠다는 듯 두 손을 뻗어 진석의 양 볼을 꼬집어 당겼다. 진석은 한 손으론 고삐를 쥐고 있었으니 제이스쪽이 유리했다.
"야으 너흐 이게 먼힛히햐!"
"흐흥. 내 쪽은 두 손이니 더 유리하지. 어때? 아름다운 제이스님 놔주십시오~ 라고 하면 놔줄께."
"내하 미혔햐."
"아하하, 러셀 말하는거 되게 바보같애!"
"아허! 너 헌한다!"
"아하하하! 하하하! 뭐? 또 말해봐!"
티격대는 진석과 제이스. 둘은 의식하고 있지 못했지만 바로 앞쪽의 웨건에 탄 카야는 슬며시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이가 좋은데? 연인인가? 하긴. 어제 방에 들렀을때도... 그런 모습이었으니. 분명 그렇겠지.'
어제 아르데나를 데려다 줬을때를 떠올리는 카야. 남자쪽은 땀냄새를 풍기며 바지만 입은채 허겁지겁 나왔었고, 수호자쪽도 알몸에 시트로 몸을 감산채였다. 바보가 아닌 이상 둘이 관계하고 있었다는건 누구나 알아챌터.
'연인이라...'
문득 자신도 그녀처럼 여느 남자와 사귄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함께 웃고 떠들고 식사를 하고 잠자리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철저한 엘리트 교육을 받아왔고 래스커에겐 격투기술을 전수받은 몸. 자신이 남자에게 알랑거리고 다리를 벌린채 헉헉거린다는건 생각만으로도 불쾌했다. 아마 죽을때까지 그럴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진석과 제이스를 잠시 지켜보던 카야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 옆에 있던 부하에게 턱짓으로 지시했다.
"저 둘, 잘 지켜 보고 있어. 혹 뭔가 일이 생기면 바로 깨우고."
"알겠습니다."
부하에게 지시를 내려둔 카야는 안쪽으로 들어가 위장용으로 실어둔 곡물포대에 몸을 기대곤 모자를 눌러써 눈을 가린채 잠을 청했다. 어차피 별 달리 할 일도 없었으니 지금은 잠이나 자두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너편 진석 일행이 타고 있는 마차. 마차칸 안에 혼자 덩그라니 앉아있는 아르데나. 조금 멍한 표정을 지은채 상념에 잠겨 있었다.
'러셀씨... 아니... 오빠. 나는 이제부터 아르데나... 헤이든.'
아르데나는 목에 걸린 본 나이프를 매만지며 이 얇은 나무벽 건너편 마부석에 앉아있을 '오빠'를 떠올렸다. 자신은 그에게 은혜를 입었다. 몇십년이었는지 도무지 기억도 안날정도로 오랫동안 자신을 잠식해온 저주를 박살내고 온전한 사람의 모습으로 돌려줬으니까. 허나 어째선지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았다. 진심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간의 관계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할 순 없는 것. 아르데나는 어떻게든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가 요구하는것은 뭐라도 해줄 수 있었다. 몸을 원한다면 몸을, 마음을 원한다면 마음을... 글자 그대로 애완동물 취급이라도 좋으니 곁에서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함께 할수록 은혜를 갚기는 커녕 하나하나 받는것만 늘어난다. 왜 저 사람은 나한테 이렇게 잘 해주는걸까? 하물며 이제부터 동생이라니. 며칠전까지만 해도 생판 모르는 사이였던 자신에게 기꺼이 성마저 나눠주고 가족으로 삼은것이다.
'카야씨... 였지...'
지금의 아르데나는 저주의 후유증으로 약간 둔하게 반응하고 말도 자주 더듬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눈치마저 없는 바보인건 아니었다. 뭔진 몰라도 카야씨는 오빠를 곤란하게 만들수도 있는 내용을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오빠나 제이스의 대화만 엿들어도 그 정도쯤 알 수 있었다. 카야는 자신을 곤경에서 도와준 사람이긴 했지만 그까짓것, 자신의 오빠가 준 은혜에 비할 수 없었다.
'도와줬었지만... 오빠를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은, 안 돼.'
키잉. 아르데나의 동공에 붉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몸 속에서 꿈틀하고, 언제든지 해방되고 싶어하는 괴물의 힘이 느껴졌다. 지금 이것을 밖으로 내보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오빠의 장애물이 되거나 적이 된다면... 용서하지 않을거에요.'
아르데나의 눈동자에 맺힌 붉은 기운이 한층 짙어졌다. 몸에서 무형의 기운이 뿜어지며 긴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아르데나는 아르데나 나름대로 혼자 그런 결심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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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야드를 거쳐 데오그라즈까지 가는 이틀간은 아무 일 없었다. 40여명이 넘는 대인원. 그 전원이 전부 전투원이었다. 어지간한 도적떼나 몬스터가 나타났어도 되려 무참하게 퇴치당했으리라. 카야는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 등 틈나는대로 진석과 제이스에게 찾아와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정보를 캐내려 했지만, 이쪽에서 별 대답을 해주지 않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틀째에 웨건들 중 한대의 바퀴축이 나가는 바람에 수리하느라 반나절을 까먹어, 결국 사흘째 정오를 넘겨서야 데오그라즈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마차역에 도착해서 카야는 부하들을 이끌고 바로 지부로 향하기로 했고, 제이스도 일에 대한 의논을 위해 그녀와 동행하기로 했다. 제이스는 카야를 따라가기 전에 진석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러셀. 선셋대로의 베이머스 호텔... 기억하지? 그 사거리 건너편에 로엔 호텔이라고 있어. 붉은색 건물이니까 찾기 쉬울거야. 거기에서 앤커니라는 명의로 방을 얻고 기다려줘. 이야기가 끝나는대로 바로 돌아갈테니까."
"음."
제이스는 카야 일당과 함께 사라졌고, 진석과 아르데나만이 마차역에 남겨졌다. 진석은 마차역에 있는 마차 보관 구역을 찾아 보관료를 지불하고 마차를 맡겨두었다. 일종의 주차장처럼 말과 마차를 맡아주는 대신, 나중에 마차를 찾을때 맡겨둔 기간에 따라 보관료를 추가로 정산하는 방식이었다. 진석은 근 십수여일만에 다시 돌아온 데오그라즈의 혼잡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당연하지만 또 에나 생각이 나는구만.'
하지만 에나는 죽었다. 자꾸 떠올려봐야 어쩌겠는가. 가급적이면 이제 이렇게 쓸데없이 떠올리는 일도 줄여나가야겠지.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과거보단 현재가 중요했다. 그리고 지금 진석의 곁에 있는것은 아르데나 아닌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돌봐줘야 할 아이. 그녀는 진석에게서 두어걸음쯤 떨어져서 사람과 건물이 넘쳐나는 도시의 풍경을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대고 있었다. 진석은 아르데나의 손을 잡고 이끌며 함께 걸었다.
"자. 일단 제시가 말한대로 방부터 잡아두자."
"네, 오빠."
며칠전 페레나 시에서 호신용으로 쓸 본 나이프를 사주고 돌아오는 길엔 쭈뼛대며 겨우 손을 잡던 아르데나였지만 이젠 같이 손을 잡고 걷는 태가 꽤 자연스럽다. 아무래도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 게 마음의 거리를 많이 줄여준 것 같았다. 하긴 처음에 구했을때는 아직 어두운 분위기가 남아 있었는데 페레나에서 데오그라즈로 오는 며칠 동안에 그런 모습은 많이 사라져있었다. 전보다 약간이긴 했지만 몸에 살도 조금 붙었고 표정도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진석은 이제 슬슬 아르데나에게 마검 변신을 부탁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로 공을 들였으니... 아르데나야, 세상에 공짜란 없단다. 너도 슬슬 밥값은 해야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역시 괴물 변신도 부탁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무시무시한 전투 능력의 괴물이 된다면 아마 아르데나 혼자서도 어지간한 진채나 요새도 떨어트릴 수 있으리. 자신이 직접 맞아봐서 알지만 발차기 한 방에도 충차 수준의 공성병기급 파괴력이 담겨있었다. 그런 괴력을 발휘하는 4미터짜리 괴물이 일반 병사를 상대로 날뛴다면? 결과야 안 봐도 뻔했다.
'큿큿. 아무리 플레이어가 능력이 좋아봐야 혼자서 할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지. 이런 강력한 동료나 부하를 둬야 일이 편해지는 법.'
이번 게임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몇 년 이상 플레이해서 아르데나가 성인이 된다면? 진석은 당연히 그녀에게도 손을 댈 생각이었다.
'지금도 이렇게 좋다고 따르는데 공략이고 나발이고 더 건드릴 건덕지도 없지. 그냥 말 한 마디만 해도 알아서 안겨올텐데 뭐. 앞으로도 잘 대해주면서 길들여 놔야지. 음, 이런게 키잡인가?'
진석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아르데나는 오빠와 함께 한다는것만으로도 만족하는건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애시당초 아르데나는 저주를 부숴준 진석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를 새긴 상태. 옆에 있는 사내가 널 이용할 도구로 보고 있으며 장차 성인이 되면 즉각 범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도, 화내거나 불신하긴 커녕 되려 그걸 바랄정도였다. 사실 '저주받은 소녀, 아르데나'라는 퀘스트는 아르데나라는 소녀 자체가 바로 퀘스트의 진정한 보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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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도 한 편 더 올립니다.
다음주는 추석이군요. 가능한 많이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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