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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 부회의 방랑자-38화 (38/155)

< --   - 3.   -- >         * 38화 *

"여기쯤인가?"

진석은 시장의 한 오래되어 보이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주인 영감에게 은화 몇 닢을 쥐어주며 정보상의 위치를 들을 수 있었다. 주인 영감이 일러준바로는 이 주택가 부근에 정보상이 있는게 확실했다. 잘린 나무 그루터기가 있는 곳이라고 했던거 같은데? 하지만 부근엔 비슷비슷한 2층짜리 연립주택이 가득 들어차 있는터라 설명 몇마디 만으로는 정확히 어디인지 찾기 힘들었다. 그렇게 골목길에서 헤메고 있는 진석의 시야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어라?"

카야였다. 경직된 얼굴로 부하 한 명을 대동한채 빠른 걸음으로 반대편을 향해 사라지고 있었다.

'저 여자가 여긴 왜...'

멈춰서서 카야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던 진석은 아 하고 깨달았다.

'이 부근이 정보상이 있는 곳이었지? 레드라인에 대한 마무리 정리 때문에 온건가? 놈들에 대해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거나...'

그럼 카야가 나왔던 방향이 정보상이 있는 건물이겠군. 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야가 걸어나온 방향의 연립주택으로 향했다. 연립주택의 앞에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가 있는게, 식당 주인이 일러준 건물이 분명 여기가 맞는것 같았다.

"오오 찾았다. 아 거참 찾기 힘드네."

태평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진석. 복도엔 이쑤시개를 물고 무심한 눈으로 벽에 기대어 있는 사내가 있었다. 꽤 닳은 가죽 갑옷을 입고 허리엔 큼직한 곡도를 차고 있었는데, 일견 허술해 보이지만 묘하게 매서운 기도가 느껴졌다. 사내는 진석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네가 찾는건 이쪽이라는듯 손가락으로 위층을 가르켜 보였다.

"......"

정보상의 부하인걸까? 문지기라거나 뭐 그런거. 진석은 고개를 한 번 끄덕해보이곤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엔 일자형 복도를 따라 문이 셋 있었는데 한 눈에도 맨 안쪽의 문이 정보상이 있는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왜긴 왜야. 수상스럽게도 문짝에 창이 달려있는건 저기 하나 뿐이니까지.'

진석은 바로 맨 안쪽의 문으로 다가가 똑똑 노크를 했다. 잠시 기다리자 창이 열리고 안쪽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한 쌍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안쪽의 사람은 진석이 혼자인걸 확인하더니 찰칵하고 문을 열였다.

"들어오세요."

무희복 차림의 아름다운 여성. 생긋 웃으며 진석을 안으로 인도했다.

'웃... 뭐야. 왠 무희가?'

꽤나 예쁜데다 차림새의 노출도가 높다. 몸매나 굴곡이 훤히 다 드러나는 눈이 감사한 복장. 힐긋힐긋 시선이 가는걸 감출 수 없었다. 무희 차림의 여성은 진석의 노골적인 시선을 눈치채고도 되려 도발적으로 슬쩍 윙크를 해보이더니, 안쪽으로 종종거리며 들어가 버렸다. 사과같이 동그란 엉덩이가 좌우로 흔들거리는게 마치 일부러 보라는듯 과시하는것 같다.

"......"

멍청하니 여자 엉덩이나 감상하고 있을때가 아니지. 진석은 정신을 차리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집 안에 들어서자 이 공간 자체에 배어있는듯 짙은 향냄새가 느껴졌고 여기저기 난잡하게 쌓여있는 대량의 서류와 책들이 눈에 띄였다. 진석은 어쩐지 그것이 일부러 방치해둔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마치 이곳이 정보상의 집이다~ 라는점을 과시한다는듯한 느낌? 무희차림의 여성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서자 푸른 벨벳으로 장식한 방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비대한 체구의 도마뱀 인간이 눈에 들어왔다.

'...라케르투스?'

라케르투스, 도마뱀 수인. 주로 몬스터 취급을 받는 수인종이었는데 스리피스의 정장과 모노클까지 끼고 당당히 앉아있는 폼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어째서 이런 수인이 정보상인거지? 놀란 진석이 멍한 표정을 짓자 피터슨은 시시싯 하고 웃었다.

"이거 참 재미있군. 전혀 뜻밖의 손님이야. 싯싯시."

눈을 가늘게 뜨는 피터슨. 진석은 어깨를 으쓱해보이더니 눈 앞의 의자에 앉았다.

"아니 나도 뜻밖인데. 당신같은 수인이 정보상이라니. 신기하네."

"그런가? 뭐 세상일은 가지가지 아닌가. 나는 그저 여기 틀어박혀 정보를 사고 파는 작은 재주밖엔 없는 불쌍한 노인네라네. 피터슨이라고 부르게."

"음... 피터슨이라. 나는... 앤커니."

"가명인가보군, 싯. 뭐 상관은 없다만."

눈치도 빠른 도마뱀이군. 진석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뭐 피차 이름따위 아무 상관 없잖아? 중요한건 내가 사고 싶은 정보가 있다는건데."

짝 하고 손뼉을 치더니 싯싯 거리며 양 팔을 쫙 벌려보이는 피터슨.

"그래. 그런거라면 잘 찾아왔다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라면 뭐든 팔지. 어떤게 알고 싶은건가?"

피터슨은 질문이 기대된다는듯 어째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진석을 바라보았다. 진석은 그런 피터슨의 태도에 뭔가 기묘함을 느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에게 흥미를 느껴한답시고 트집을 잡을 수는 없지. 막 질문을 하려는 참에 피터슨의 등 뒤에 선채 방긋방긋 웃고 있는 무희복 차림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피터슨은 진석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아. 그녀는 걱정말게. 그저 충실하고 귀여운 노예일 뿐이니까, 시싯. 내 허가 없인 여기서 있었던 대화를 단 한 마디도 입 밖에 낼 수 없다네."

저 여자는 정체가 뭔가 궁금하긴 했지만 노예라니. 그제서야 납득이 갔다. 그런게 아니고서야 이런 살찐 도마뱀 영감의 곁에 붙어 있을 여자가 있을리 있나. 게다가 강력한 마법으로 통제되는 노예는 주인의 명령에 절대 불복 할 수 없다. 진석은 안심하고 질문을 했다.

"그란델 왕궁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군."

"...흐으음?"

기대하던것과는 전혀 의외의 질문이라는듯 의아한 표정을 짓는 피터슨. 흐음 하며 잠시 턱을 매만지더니 입을 열었다.

"왕궁의 경비는 겉으론 정말 물샐틈 하나 없는걸로 보이지만 그래봐야 사람이 하는 일. 방법이 아주 없진 않네. 하지만 자네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 혹 누군가의 목숨을 노린다거나...?"

피터슨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실없이 시시 거리던 조금전과는 달리 무거운 분위기가 방안을 휘감았다. 단지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이런 압력을 느끼게 하다니. 진석은 눈앞의 도마뱀 수인이 보기보다 만만한 상대가 아닌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냥 좀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을 뿐. 왕족 나으리의 살해라니? 무서워서 못한다고 그런짓은."

"시시... 그런가."

등을 펴며 의자에 기대는 피터슨. 아까보단 방안의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피터슨이 손을 들어 손가락을 하나 펼쳐보이자 무희 차림의 노예는 방 한 쪽에 있던 술병과 잔을 두 개 챙겨왔다.

"그보다 좀 전에도 손님이 와서 말을 좀 많이 했더니 목이 말라서 말이야. 한 잔 괜찮겠지?"

"아아."

노예녀는 우선 피터슨의 잔을 채우고, 그 다음 진석에게 빈 잔을 건네준 뒤 술을 따라주었다. 깊은 호박색이 나고 몰트 향이 진한걸 보니 제법 양질의 위스키였다. 피터슨과 진석은 서로 잔을 가볍게 들어보이고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크... 시시시. 그래, 가지고 싶다는 물건이 무언가? 그란델 왕가엔 별 대단한 보물은 없을텐데."

"폭풍의 지팡이."

진석의 지체없는 대답에 피터슨의 눈매가 움찔했다.

"차라리 왕족을 죽이는게 쉽겠구만."

"...어째서?"

피터슨은 반쯤 남은 잔의 내용물을 쭉 들이키더니 빈 잔을 노예에게 건네고 턱을 괸 채 입을 열었다.

"왕족을 죽일 기회는 생각보다 많고 의외로 쉽다네. 후환을 두려워해 시도하는 자가 없을 뿐. 이따금 왕궁 밖에 나올때를 놓치지 않으면 되니까. 적절한 타이밍에 솜씨가 확실한 사람을 쓴다면 사실 누구나 가능하지. 하지만 폭풍의 지팡이는... 더이상 왕궁 밖으로 나오지 않을거라네."

무슨 말인가 싶어 의문이 담긴 눈초리로 피터슨을 바라보는 진석. 피터슨은 설명을 계속했다.

"싯. 저번 해신제때 왕자가 폭풍의 지팡이로 퍼포먼스를 선보인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작은 용권을 일으켜 폐선을 완전 박살 냈다고 하던데."

그 이야기는 분명 미리안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그란델 왕은 영토를 확장 하고 싶어하는 생각이 없어. 귀족놈들 파벌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만도 벅찬 그릇이 작은 왕이기 때문이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대륙 남동부의 요충지이자 최대의 항구도시라는 입지조건을 무기삼아 그저 왕국의 국고나 가득 채우고 싶어하는 소인배란 말이야. 왕이 제일 좋아하는것은 정치가나 귀족들처럼 좁쌀만한 이득에 휩쓸려 여기저기 옮겨다니지 않는, 금고속에서 얌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돈이야. 돈은 결코 배신을 하지 않으니까 말이지. 어쩌면 왕보다는 장사치에 더 어울릴 양반이라니까?"

"......"

일개 뒷골목 정보상인줄 알았는데 한 나라 왕에 대한 빠삭한 분석이 튀어나온다. 진석은 솔직히 놀랬다. 피터슨의 말은 청산유수로 계속 이어졌다.

"왕자가 철없이 무력시위를 한걸로 보이겠지만 나름대로 계산에 의한 행동이었다네. 자, 눈이 있으면 보아라! 우리에겐 신기라고 불릴 정도의 이런 대단한 전략 무기가 있다! 덤볐다간 호된 맛을 보게 될것이다! 뭐 이런거지. 강력한 무기를 미리 내보여 타국의 침공을 미연에 방지해보겠다는 의미랄까."

"그러면..."

"그래. 폭풍의 지팡이는 그란델 왕궁 가장 깊은 곳에 엄중히 보관되어 있다네. 애당초 일회용으로 내보인 물건이야. 정말로 어느나라와 전쟁이라도 벌어지지 않는 이상, 다시는 햇빛을 보지 못할 심부에 얌전히 잠들어 있겠지. 그런데 그걸 훔치겠다고? 시시, 내 손님에게 이런말을 하고 싶진 않다만. 꿈 깨게."

진석은 눈 앞이 막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인가? 진석이 입을 꾹 다물고 오만상을 쓰고 있자 피터슨은 그런 진석을 비웃듯 싯싯거리며 말했다.

"어쨌거나 거기까진 그저 내 의견일 뿐이고. 왕궁에 들어갈 방법이 없다는 말을 하진 않았네."

"...!"

"자네가 왕궁에 들어가는덴 두 가지 방법이 있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안전한 방법과 빨리 들어갈 수 있으나 위험한 방법."

"...후자를 듣지."

"시시싯! 맘에 드는군. 자, 그럼 들어보게. 어느 나라 왕궁에나 유사시를 대비해 비상용 탈출통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진석. 그런거야 뭐 누구나 알고 있을 내용이었다. 피터슨은 가늘고 긴 혀를 낼름거려 입을 축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그 통로를 이용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건 또 무언가? 나는 그란델 왕성의 탈출통로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네."

이거다! 이 방법 뿐이다. 아무리 엄중한 곳에 보관되어 있다한들 일단 들어가보지도 않고서야 훔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를일. 설령 꺼내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건 왕성에 들어가는 방법이었으니까. 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면 되겠나."

피터슨은 말 없이 손가락 하나를 펴 보였다.

"...백 골드?"

"천 골드."

날도둑놈 같으니. 아니, 아니지. 한 나라 왕궁의 비밀통로 위치를 알 수 있는건데 천골드면... 싼거다. 진석은 그렇게 납득하곤 품에서 수표뭉치를 꺼내 열 장을 세어 마호가니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무희 차림의 노예녀가 수표를 들고 액수를 확인한 다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그것을 건넸다. 피터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거 고맙네. 안 그래도 나이도 있고 슬슬 이 짓도 힘에 부쳐서 은퇴자금을 모으던 차였는데 이 돈이면 전망 좋은 저택과 땅을 사는데 보탤 수 있겠구만. 시시시."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안에 수표들을 챙겨넣은 피터슨은 책상서랍을 열고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자였는데 한참을 파라락 넘기다 중간의 한 장을 부욱 찢어 그것을 노예녀에게 건네주었다. 피터슨에게 종이 조각을 건네받은 그녀는 진석에게 다가가 공손한 태도로 그것을 내밀었다.

"이건..."

"통로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라네. 이제 그란델의 왕족들을 제외하고 그 위치를 아는것은 오로지 자네뿐. 물론 내 머릿속에도 들어있는 내용이네만, 자네에게 한 번 정당한 값을 받고 팔았으니 다른 누구에게 또 다시 팔 일은 없을거라네."

확언하는 피터슨. 정보상의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만큼 함부로 거짓을 말하는건 아닐테지. 아니 그보다 이런 정보를 달리 살 인간이 또 있기나 할까? 진석은 건네받은 지도를 접어서 품에 넣었다. 내용의 확인은 천천히 할 생각이었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날까 하는 찰나 피터슨이 진석을 불러세웠다.

"그보다... 뭐였더라, 아. 앤커니라고 했었지?"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진석은 피터슨의 부름에 도로 자리에 앉았다.

"뭐 더 하고싶은 말이라도?"

"시싯. 난 보통은 이런 참견따윈 하지 않지만 모처럼 큰 돈을 써준 통 큰 손님이라서 말이야. 좋은 정보가 하나 더 있는데, 듣겠나? 내 장담하는데 절대 듣고 후회하진 않을걸세."

"...얼마지?"

"시시시! 이야기가 빨라 좋구만. 백골드만 더 내게."

진석은 말 없이 수표 한 장을 더 꺼내어 피터슨에게 직접 내밀었다. 흡사 바닷새가 먹이를 나꿔채듯 빠르게 받아들고 품속에 수표를 쏙 집어넣는 피터슨. 잠깐의 면담으로 큰 돈을 번게 기분 좋은지 벙글벙글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이전 빅 본의 지부장이었던 래스커의 살해 건으로 자네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네."

"뭣..."

크게 당황하는 진석. 피터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거만한 자세로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여기 찾아오기 바로 직전에 왔던 손님이라네. 나에게 자네에 관한 것을 묻더군. 젊은 여자로, 자네는 그녀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네만?"

"......"

카야다. 여기 들어오기 직전에도 분명 봤었고, 이전에도 래스커의 건으로 몇차례나 집요하게 질문을 해오곤 했었다. 어떻게 눈치챈건진 모르겠지만 이제 그녀가 래스커의 원수를 갚겠다고 진석 자신을 노려올건 불보듯 뻔한 일.

'이런 젠장...'

결국 일은 제이스의 걱정대로 되어버렸다. 그란델 왕궁에 들어가 폭풍의 지팡이를 훔쳐내올 일도 깜깜절벽인데 카야에게까지 노려질 판이라니. 그러고보니 카야가 일의 전말을 눈치챘다면 여기서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이전 에나때처럼 호텔로 직접 처들어오기라도 하면 어쩌겠는가? 물론 정면에서 싸운다면 그깟 깡패집단에게 당할 제이스와 아르데나가 아니었지만, 현재 그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기습이나 방심을 틈타 뒷통수라도 맞는다면 다 끝장이다. 진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겁지겁 방을 빠져나갔다. 뒤통수에서 느물거리는 피터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가시게. 아직 한동안은 더 영업할 생각이니 필요하다면 낮이고 밤이고 언제든 찾아와도 좋네. 자네같은 재미난 손님은 항상 환영이니까."

피터슨이 진석에게 카야에 대한 건을 알려준건 호의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카야에게 그랬던 것 처럼 자신의 정보에 휘둘리는 두 남녀가 충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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