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4. -- > * 50화 *
"으흐브부끄르릅!"
숨을 들이쉬는 타이밍에 억지로 부어넣었으니 저항도 못하고 잔에 든 내용물을 모조리 삼켜버렸다.
"코, 콜록콜록! 오웨에... 무슨 맛이..."
인상을 되는대로 찌푸리며 혀를 내밀곤 괴로워하는 안경녀. 하긴 뭐 이상 야리꾸리한 약초들을 지지고 볶아 만든 미약맛이 달달하거나 좋을리 있을까. 진석은 잔을 치워두곤 의자를 하나 끌어다 그녀의 앞에 마주앉았다. 약효가 돌때까진 약간 시간이 걸릴터. 잠시 그녀의 정보나 살펴보려는 생각이었다. 메뉴를 열어 그녀를 관심 NPC에 등록하고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보았다.
- 이름
엘리야 딘킨스
- 종족
인간/여성
- 스테이터스
통솔 8 / 무력 7 / 민첩 12 / 지력 39 / 정치 24 / 매력 17
- 액티브 스킬
미행[A랭크] / 조사[A랭크] / 제빵[A랭크] / 스케치[B랭크] / 도구조합[B랭크] / 가사[C랭크] / 락픽[D랭크]
- 패시브 스킬
잡학[A랭크] / 은밀[B랭크] / 관찰[B랭크] / 추론[B랭크] / 회계[C랭크] / 교섭[D랭크]
'...어랍쇼?'
뭐냐 이 여자는? 스킬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 스킬란이 허전했던 아르데나와는 정반대다. 게다가 스킬들의 랭크도 다들 높다! 게다가 지력이 무려 39로 진석 자신보다 꽤 높기까지.
'그런데 어째 스킬들이... 이건 분명 도둑! 은 아닐테고. 설마, 탐정? 뭐 그런건가?'
누군가 미행을 지시했다고 했으니 분명 그럴 확률이 높을거다. 게다가 기술들이 하나같이 뭘 조사하거나 남 뒤를 캐는데 특화되어있었다.
'미행에 조사, 관찰, 은밀까지... 내가 이 여자를 발견한건 진짜 어마어마한 행운이었군. 정말로 미행을 눈치챘다는게 신기해질 정도의 흥신소 종합세트같은 여자인데?'
진석은 자신이 뭘 마신건지 몰라 불안해하는 안경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구만. 이름은 엘리야인가? 엘리야 딘킨스."
"으앗? 그걸 어떻게..."
갑자기 상대의 입에서 자신의 본명이 튀어나오자 깜짝 놀라는 엘리야. 진석은 검지손가락을 하나 세워보이며 좌우로 흔들었다.
"쯧쯔... 탐정나으리가 이렇게 쉽게 붙잡히고 정체도 들통나서야 어디 밥벌이 하겠어?"
"읏...!"
엘리야 딘킨스. 그녀의 직업은 진석이 밝힌대로 탐정이었다. 정확히는 빵집 주인이 본업이고, 탐정일은 그저 부업이었다. 원래 탐정이었던건 그녀의 오빠쪽인 엘로이 딘킨스였다. 엘로이 딘킨스는 적당히 정의감도 있고 싸움솜씨도 제법 있었지만, 엘리야 만큼 머리가 좋은 인물은 아니었다. 엘로이는 머리보단 몸을 주로 쓰는 타입의 육체파 탐정이었다. 하지만 데오그라즈 내에선 나름대로 이름도 알려져 있었고, 수완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 정보상 피터슨에게 자주 고용되어 일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엘로이는 데오그라즈에 있는 또 다른 조직인 윙어에 대한 조사를 부탁받는다. 조사를 의뢰한건 경비대로, 당시 어린 아이들에 대한 유괴사건 빈도가 이상할정도로 높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주민들이 거주하는 선착장 지구에서 애를 키우는 집은 거의 한 집 걸러 한 명씩 납치되는 정도였다. 최우선 용의선상에 떠오른건 폭력조직 윙어였다. 폭력조직들도 각자 자신들이 주력하는 사업분야가 달랐는데, 그 중 윙어는 노예거래나 인신매매를 주력으로 삼은데다가 이들에 대한 수상한 제보가 많았으므로 우선 이쪽부터 조사부터 하고자 했던것이다. 허나 정식으로 경비대를 끌고 수사하러 가봐야 그들은 태연히 위장 사업체에서 정당한 사업을 하는척 가장 할 뿐. 게다가 경비대 안엔 뇌물을 받고 폭력조직에 경비대의 조사 상황을 흘리는 변절자들도 숨어있었다. 이러다보니 박봉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경비대로선 대놓고 손을 쓸수도 없는 터라, 사건의 은밀한 조사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외부 인력인 탐정의 손을 빌리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황의 설명을 전해 들은 엘로이는 그 일을 흔쾌히 수락했다.
데오그라즈에서 태어나고 쭉 자란 토박이인 딘킨스 남매. 엘로이 혼자서도 선착장 지구에 파고드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사히 윙어의 아지트에 잠입한 엘로이. 그런데 윙어는 높은 관리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을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을 무차별로 유괴해서, 놀랍게도 다른 조직인 빅 본에 몽땅 넘겨주고 있었다. 엘로이는 자신의 두 눈으로 그 현장을 똑똑히 목격했고 증거가 될만한 물건들도 몇 발견했다. 윙어에게 납치당해 빅 본에 넘겨진 이 아이들은 바로 헤세스모데우스 교단측에서 빅 본에 요구한 댓가 였던 것이다. 빅 본 측은 자신들이 직접 일을 처리하는 대신 노예와 인신매매가 전문인 윙어에게 일을 맡겼던 것. 바로 이 일이 래스커가 교단의 명령을 따르는 것에 회의를 느꼈었던 바로 그 과거의 사건이었다. 이 일을 기점으로 래스커는 교단과, 교단을 따르는 조직의 수뇌부에 반감을 품게 된다. 아무튼 현장도 목격한데다 증거도 찾았으니 이대로 돌아가 경비대에 상황을 알렸으면 좋았으련만 엘로이는 자신의 정의감에 따라 혼자 아이들을 구해보려는 시도를 한다. 지금 모른척했다간 당장이라도 어디로 끌려갈지 모르는 아이들. 그들의 눈물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갇힌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조직원을 격투끝에 쓰러트리고 문을 열어주려 하지만 그만 래스커에게 발각당하고 만다. 나름대로 주먹 좀 쓴다는 엘로이였지만 그래봐야 일개 탐정. 한 조직의 제일가는 격투가인 래스커에게까지 당할 수 있을리는 만무했다. 결국 엘로이는 래스커에게 살해당하고 실종처리 되며 사건은 어둠속에 묻혔다.
경비대도 엘로이마저 실종되자 결국 사건의 수사를 포기한다. 윙어는 자신들의 목표량을 이미 달성한터라 이제 유괴사건이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한 편, 엘리야는 오빠인 엘로이가 실종되자 나름대로 그를 찾기위해 백방 나서보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기껏해야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어린 여자에게 사건의 진실을 알려줄만한 이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엘리야가 수소문끝에 찾아간것은 정보상 피터슨이었다. 피터슨은 그녀가 엘로이의 여동생이라는것을 깨닫곤, 예전 엘로이가 했던 '내 동생은 겨우 빵집주인을 하기엔 머리가 너무 좋다. 어쩌면 나보다 탐정일에 적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말을 떠올려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엘로이의 행방을 알려주는 대신 정보료 백골드를 지불하던가, 혹은 정보료 대신 자신의 아래에서 세 가지의 일을 무사히 처리하는 것. 큰 돈을 지불할 수 없던 엘리야는 후자쪽을 받아들인다.
허나 피터슨은 기가 약해보이는 이 아가씨가 과연 하나라도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물론 그의 입장에선 엘리야가 일을 성공하면 성공하는대로 자신이 이득을 보는거고, 도중에 실패하면 엘로이에 관한 정보를 주지 않아도 되니 그냥 그만일 뿐. 피터슨 자신이 손해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엘리야는 세 건의 미행과 뒷조사 임무를 완벽히 해내고 돌아온다. 피터슨은 그녀의 숨겨진 적성에 감탄하며 약속대로 자신이 아는 한도내에서 그녀에게 엘로이가 어떤 경위로 죽게 되었는지를 알려주게 된다. 피터슨이 아는것은 엘로이가 경비대에게 유괴사건의 조사에 대한 의뢰를 받고 윙어라는 조직의 수사를 하러 잠입했으나, 도중에 발각당해 살해당했다는 것 까지였다. 이 시점에서의 피터슨도 윙어에게 일을 맡긴것은 사실 빅 본이며, 그 뒤엔 헤세스모데우스 교단이 얽혀 있다는 깊은 사정까진 전혀 알지 못했다. 아무튼 피터슨에게 설마 했던 오빠의 죽음을 전해 듣곤 크게 좌절한 엘리야. 하지만 피터슨은 교묘한 화술로 앞으로 탐정일을 계속 해나가며 어둠속에 묻힐 진실을 캐내는것이 진정 오빠의 유지를 잇는게 아니겠냐는 설득과 더불어, 그녀에게 계약금이자 앞선 세 건에 대한 보수로서 백골드라는 거액을 지불한다.
결국 피터슨의 제안에 넘어간 엘리야는 평소엔 빵집 주인의 일을 하며, 이따금 '엘로이'라는 가명으로 탐정일을 부업 삼는 기묘한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의 특기는 미행과 뒷조사로 지금까지의 임무 완수율은 무려 백퍼센트.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일을 달성해왔었다. 일전 진석이 에나와 함께 데오그라즈에 왔을때 래스커의 의뢰로 그 행적을 조사해 피터슨에게 보고 했던것도 사실 그녀였다. 노천카페에서 래스커의 부하들에게 들켰을때, 그 뒤를 따라붙었던 미행이 바로 엘리야였던 것이다. 어느새 엘리야는 피터슨이 가장 아끼고 애용하는 장기말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건 언제까지 실패없는 성공만 할 순 없는법. 더군다나 오늘은 어째 운이 없었달까. 여동생으로 보이는 아르데나를 데리고 다니는 진석의 모습이 어쩐지 상냥하던 자신의 오빠 엘로이와 겹쳐보였던 것이다. 애시당초 별로 알고 싶지 않던 탐정일의 여러가지를 자신에게 가르쳐줬던것도 엘로이였으니... 그런 감상에 빠져 너무 쓸데없을정도로 접근했던게 화근이었다. 아니, 그렇게 접근한것도 아니었다. 분명 나름대로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연히 진석과 눈이 한 번 마주친것 뿐인데 재수없게도 상대쪽에서 단박에 미행을 눈치챈것이다. 게다가 그녀로서도 상대가 자신을 눈치채고 추적까지 해오는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던터라 미처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조합지식으로 만들어 유사시를 대비해 지니고 다니던 연막탄과 최루탄을 뿌리며 도주해 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금방 붙잡혀선 얻어맞곤 기절해서 현재에 다다른 것이다. 한 술 더떠 정체도 모를 수상한 약마저 강제로 먹여진 상황. 더 놀라운건 상대는 어쩐일인지 자신의 본명마저 알고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엘리야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까 마신 약 탓일까, 어쩐지 몸안에서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뭐 네 이름따위... 네가 기절해 있는동안 나도 이것저것 조사했다고 생각하던가. 그건 그렇고 아직도 미행을 지시한게 누구인지 말할 생각은 아직도 안들어?"
탐정이 의뢰주의 이름을 발설하면 끝이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해선 안되는 일이다. 게다가 피터슨은 보기보다 무섭고 잔혹한 상대다. 천대받는 수인이 도시내에서 정보상을 할 수 있다는건, 단순히 많은걸 아는 정보상이라서만이 아니다. 자신이 이름을 불었다는 사실을 피터슨이 알게 되면 설령 이 남자가 자신을 살려서 보낸다 해도 그가 따로 암수를 보내 자신을 제거하리라. 맺고 끊음이 분명한 자, 엘리야가 아는 피터슨은 그런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를 위해 일하는 인물은 자신 이외에도 굉장히 많았으니 언제 어떤식으로 제거당할지 대책조차 세울 수 없었다. 즉 이래죽나 저래죽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니... 어차피 죽는다면 차라리 탐정답게 입을 다물고 죽는편이 나았다. 자신의 오빠 엘로이였어도 분명 그렇게 했을것이다.
"마, 말 할 수... 없어요. 그것만큼은."
"끈질기네."
그러고보니 엘리야 자신이 와 있는 이곳은 호사스런 고급 호텔의 객실로 보였다. 이 인테리어와 실내의 구조. 그리고 유난히 많은 관엽식물 화분이라. 그렇다면 이곳은 아마도... 로엔 호텔? 게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안하면 이곳은 고층. 그것도 최상층의 특실이 아닐까? 자신이 아는 정보대로라면 틀림없을터. 손님이 많이 묵고 있을 호텔이라. 이거 잘하면 비명을 질러 밖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또 다시 입에 뭔가가 쑥 들어왔다. 뭔가 했더니 천조각을 찢어 만든 재갈이었다. 눈 앞의 남자는 빙긋 웃으며 자신에게 강제로 재갈을 물린것이다.
"슬슬 약효가 돌 때가 됐으니 미리 입을 막아두려고. 싫어도 입에서 비명이 줄줄 터져나올걸?"
"으브흐브 흐브브!"
안돼! 막 비명이라도 질러 구원을 요청해볼까 생각하던 참인데 뭐야 이 타이밍은?! 하지만 재갈에 막힌 항의의 소리는 바보같은 탁음이 되어 의미없이 흩어졌다. 그런데 슬슬 약효가 돌 때가 됐다고? 저 남자가 조금전 술을 섞어 자신에게 강제로 먹인 의문의 약 말이겠지? 그건 대체 무엇일까. 자백제? 아니지. 자백제에 술을 섞는다니 있을리 없다. 자백제 같은 정밀한 약에 술을 섞으면 성분을 흐려 효과만 망칠뿐. 잘 떠올려보자. 여러가지 약에 대해서라면 오빠가 남긴 책에서 읽은적이 있다. 늘 하던것처럼 '추론'해보자. 분명 술을 섞어서 효과를 내는 약이라면... 그것은 분명...
"히햐?"
떠올랐다, 미약! 미약이다! 미약 콤모티오! 자신이 아는 한 술과 섞으면 효과가 늘어나는 약은 그것뿐이다. 이따금 데이트 강간을 위한 소재로도 사용된다는 흉악한 약물! 여자로선 절대로 먹고 싶지 않은 끔찍한 약이다... 만 그것을 자신이 방금 먹었잖은가? 그것도 한 컵 가득. 으에에엑! 토하게 해줘!
"으브브브흐으으~!"
미약을 먹었다는걸 의식하고 나니 어쩐지 몸 안쪽이 뜨거워져 오는것 같다. 아니 뜨거워져 오는게 아니라 실제로 뜨겁다! 아랫배쪽이 묘하게 근질거리고 호흡이 가빠져온다. 심박수가 올라가며 체온이 오르고 땀이 난다. 왠지 거추장스런 옷 따위 다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게... 이런게 미약의 효과? 진석은 얼굴이 달아오르며 몸부림 치는 엘리야의 모습을 보며 히죽 미소지었다.
"약효가 돌기 시작하는가 보네. 뭐 미행을 지시한 상대를 말하거나 말거나 이젠 아무래도 좋아. 아까 내 손을 깨문 댓가는 따로 받을테니까."
저 미소가 무슨 의미인지 머리 회전이 빠른 엘리야는 쉽사리 눈치챌 수 있었다. 미약을 왜 먹였겠는가?
"읍! 으븝!"
탐정의 의리고 뭐고 다 필요없다.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다면 모를까 이건 진짜 아니다! 으아아아, 잘못했어요! 다 알려드릴께요. 피터슨이에요! 그 징그러운 도마뱀 영감이 시켰어요! 이번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시켰었어요. 갈색머리 아가씨와 함께 다닐때 말이에요. 네, 당신을 미행한건 이게 벌써 두번째에요. 다 알려드릴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이 재갈 좀! 하지만 엘리야가 마음속으로 뭐라고 외치건, 진석의 손은 이미 그녀의 빈약한 몸을 신나게 더듬고 있었다.
"가슴도 없고 전체적으로 빈약해서 내 타입은 아니다만 편식하면 못쓰지. 암. 그리고 요새 제이스하고만 계속 하는것도 질리던 참이고."
"으우우우우!"
애무라고 부를수도 없는 제멋대로의 손놀림이 엘리야의 몸을 옷 위로 훑었다. 민감한 부분을 스칠때마다 엘리야의 머릿속엔 번개가 치듯 불이 번쩍번쩍 거렸다. 엘리야는 남자와의 연애는 커녕 이성과 별 접점도 없던 처녀. 물론 머릿속으론 성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있었지만 머리로 아는것과 실제로 하는것은 백만광년정도의 까마득한 차이가 있었다.
'뭐야 이건! 너무... 너무 싫은데! 이런식으로 첫경험을 잃고 싶지 않은데... 기, 기분이... 좋아! 미쳐버릴만큼! 어떻게 된거야 나?'
자의가 아닌데도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손길에 몸을 내밀고 있다. 좀 더 만져줬음 좋겠다. 뭐랄까 힘껏 누르거나 비비거나... 더, 더, 더! 제발! 그렇게 성의없이 훑지말고! 성에 차지 않는 애무가 고통이 되어 그녀를 괴롭혔다. 재갈이 물린 입에선 가쁜 호흡이 새어나오며 침이 줄줄 흘렀다.
"팔은 안돼도 다리의 포박은 풀어줄테니까. 잠깐 가만 있어봐."
다리를 묶어놓은채론 일을 치르기 힘드니, 진석은 단검으로 다리의 포박만 끊어주었다. 엘리야는 기다렸다는듯 다리를 벌리며 하체를 내밀어왔다. 그 모습에 푸핫 웃음을 터트리는 진석.
"이야 이거. 효과 좋네. 미약은 이런 맛이 있어야지 암."
자신의 이성이고 도덕심이고 싹 날려버린 뒤 그저 성욕밖에 남지 않은 짐승으로 되돌리는 미약. 자신은 이런 효과를 보고 싶어 약학을 찍고 미약을 만들었던거 아닌가. 진석은 손을 뻗어 엘리야의 바지를 벗겼다. 엘리야는 저항은 커녕 바지를 내리기 쉽도록 허리까지 들어주며 협조했다.
'빨리! 빨리빨리빨리빨리! 일단 아무래도 좋아, 다 상관없으니까... 제발 날 어떻게 해줘!'
약물로 강제된 강렬한 성욕이 엘리야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다. 흡사 채워지지 않는 허기마냥, 머릿속을 까맣게 물들인 육욕은 그녀의 이성과 판단력마저 가볍게 지워버렸다. 엘리야의 바지를 다 벗기고 속옷에도 손을 대는 진석. 속옷은 이미 그 중심부가 흠뻑 젖어있었다. 별다른 애무는 커녕 옷 위로 조금 더듬은 것 뿐인데도 엘리야의 그곳에선 이미 애액이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석은 콤모티오 칵테일의 효과에 감탄했다.
'허. 이거 다음에 하나 더 만들어서 제이스한테 꼭 먹여봐야겠다. 그리곤 삽입 안해주고 애타게 만들어봐야지.'
그러는 와중에도 엘리야는 준비 만전이다 못해 다리를 벌린채 허리를 뒤틀며 난리 법석이라, 진석도 서둘러 자신의 바지를 내렸다. 엘리야의 눈 앞에 꺼떡거리며 맥동치는 남성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발기한 남자의 물건을 처음 보는 엘리야로선 그 모습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저렇게 크고 굵은게... 이제 곧 내 안에... 나, 나 처음인데. 들어갈까?'
스스로 다리를 벌릴 정도로 이성을 잃고 흥분한 와중에도 그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진석은 그녀의 걱정따윈 아랑곳 없다는 듯, 엘리야의 허리를 안으며 하복부를 밀착시켰다.
"자 그럼 감사히."
"으- 으브읍!"
아픔? 아니 쾌락. 아니, 역시 아픔. 타인의 성기가 좁은 틈을 비집고 몸 안에 강제로 침입하며 느껴지는... 뭔가가 찢겨지는듯한 고통. 처녀를 잃는 파과의 아픔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픔이나 고통따윈 아주 잠시였다. 미약 콤모티오의 영향은 그것마저 금세 희열로 바꾸어버렸으니까. 미칠듯이 높아진 심박이 엘리야의 머릿속을 쿵쿵 울려댔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것 같은 쾌감과 행복감이 하복부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아까전의 어설픈 애무로는 메워지지 않던 부족함이 완전히 충족되는 뿌듯한 기분이었다.
"...앗. 혹시 처음?"
너무 빡빡하고 조임이 심해서 혹시나 하고 아래를 확인해봤더니 애액에 섞여 옅게 피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흣..."
엘리야는 지독한 쾌감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유로운 두 다리로 상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지금은 그런거 묻지 말길. 자, 좀 더! 좀 더 내게 이 충족감을! 진석은 자신의 허리를 다리로 끌어안는 엘리야의 모습에 잘 알았다는듯 히죽 미소를 짓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험없는 처녀조차 삽시간에 이 정도로 타락시키는 효능이라니.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넓은 호텔방안엔 두 남녀의 살이 섞이는 소리만이 가득 채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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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정말 너무 안 남아서 당분간 올리는 분량을 조절 해야할것 같습니다.
비축분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늘리겠습니다.
추석연휴인데도 어째 글 쓸 짬이 더 안나는군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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