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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 부회의 방랑자-65화 (65/155)

< --   - 6.   -- >         * 65화 *

눈을 뜨니 마지막으로 게임을 저장하고 종료했던 사원의 자기 방 안이었다. 진석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디보자. 어디까지 했더라... 아. 배낭 정리 하려고 했던가?'

진석은 배낭을 가져다 안의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페레나의 여관에서 한 번 정리한다고 하긴 했는데 적당히 쑤셔넣어뒀던 터라 여전히 엉망진창이었다.

'깔개용 매트랑 모포가 꽤 더러운데... 이것도 평신도들한테 세탁해달라면 해주겠지. 그럼 빼놓고. 윽. 옷들도 엉망인게 제법. 이것도 세탁.'

어째 짐을 쭉 늘어놓고 세탁이니 뭐니 이러고 앉아 있으니 현실이나 게임이나 거기서 거기구나 싶어졌다. 그런데 옷 사이에서 뭔가 검은 천쪼가리 같은게 하나 툭 흘러나왔다.

'...여성용 팬티? 아.'

페레나시의 패커즈 숍에 들렀을때 아네트가 바지 주머니에 강제로 쑤셔넣었던 바로 그 팬티였다. 팬티를 손에 들고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한참 고민하는 진석.

'헉. 나도 모르게 코에 가져다 대고 냄새 맡을뻔 했... 아, 아무리 그래도 그딴 변태녀의 체취가 남아있는 팬티 냄새를 맡는 한심한 짓을 할까보냐! 아니! 솔직히 맡아보고 싶긴 하지만서도! 하지만 그랬다간 내면의 인간적인 무언가가 끝장날것 같아!'

크윽 하며 고개를 돌린채 아네트의 팬티를 그냥 화염화살로 태워버리는 진석. 아 역시 왠지 아까운것 같기도... 아니다. 에잇, 나는 남자답게 악마의 유혹을 이겨낸거야! 진석은 애써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며 배낭의 정리를 계속했다.

'미약도 있네. 아우그멘 세 병, 페르모티오 두 병. 처음엔 꽤 쓰나 싶었는데 어째 갈수록 쓸일이 많지 않아서... 끄응. 차라리 상점에 팔까? 아니, 어차피 돈도 많은데 이거 팔자고 돌아다니기도 귀찮다. 일단 그냥 냅두자.'

이전 사원을 떠나기 전에 만들어두었던 체력회복제나 SP회복제도 있었는데 체력회복제는 열병이나 남아있었던 반면 SP회복제는 딱 하나 남아있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의 전투도 방어를 하기 보단 민첩을 살려 회피 위주로 진행했던터라 체력회복제도 기껏 만들어 두곤 먹을 일이 별로 없었다. 이것 역시 일단은 미약과 함께 테이블위에 따로 빼두었다. 그외엔 투척용 단검이 잔뜩 나왔다. 투척용 단검은 남아있던것과 요전에 구입한것까지 합쳐 총 열네자루였다.

'새로 산 벨트에 파우치를 끼면... 앞엔 두자루, 뒤엔 네자루를 끼울 수 있겠군. 전보다 두자루 줄었지만 파우치엔 회복약이나 적당한 도구를 넣어둘 수 있으니까 뭐 됐다.'

그런식으로 하나하나 적당히 짐 정리를 마무리하고 나니,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것은 폭풍의 지팡이와 피터슨의 수첩이었다. 폭풍의 지팡이는 뭐 더 볼 것 없으니 바로 가죽 가방에 넣어두고 수첩을 손에 들었다.

'흥... 과연 뭐가 들었을라나. 왕궁의 탈출통로 정보도 적혀있었으니 뭔가 막 기가 막힌게 들어있지 않을까?'

수첩을 펴서 천천히 안의 내용을 살펴보는 진석. 하지만 수첩엔 생각처럼 대단한게 적혀있진 않았다. 주로 데오그라즈 내의 고위 관리들, 대형 상회, 조합 등 권력자나 주요세력들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그들의 약점이 될만한 내용이나 과거의 비밀같은것들이 많이 적혀있었다. 중간중간 찢어진 페이지도 가끔 보이는게 진석에게 그랬듯 몇 번이고 이 수첩에 적힌 내용을 팔아먹었던 것 같았다.

'에이, 뭐야 이게.'

물론 이걸 가지고 그들에게 접촉해서 잘만 협잡하면 돈푼깨나 뜯어낼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자신이 기대하던 종류의 내용은 아니었기에 실망스러웠다. 뭔가 더 모험냄새 넘치거나 재밌는 내용을 기대했거늘. 딱 남 뒤를 캐서 돈을 뜯어내기 좋은 정보들 뿐이었다. 하여튼 그 도마뱀 놈. 수첩을 파라락 넘기며 남은 내용들을 대충 훑는 진석. 그런데 뒷부분쪽의 딱 한 장만, 알아볼수 있는 글씨가 아닌 지렁이 기어가는 것 마냥 꼬불꼬불하고 요상한 글자로 작성되어 있는것을 발견했다.

'이건 뭐야?'

뭔가 잔뜩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한 문장들에다가, 간단한 지도같은것도 그려놓은게 분명 어떤장소의 위치나 뭐 그런걸 나타내는것 같은데 도무지 알아볼 수 있는 글씨가 아니었다. 처음보는 요상한 문자라. 아, 혹시 이건 라케르투스 족의 언어가 아닐까? 딱 이 페이지만 처음보는 묘한 언어로 적어놓은것을 보니 이 정보만은 남에게 보이기 싫었던 모양인데... 대체 무슨 내용일까?

'...일단 이건 접수해둘까.'

라케르투스족 언어를 알진 못하지만, 이 내용만은 분명 다른 종류의 것이 적혀있는것이 확실해 보였다. 의외로 앞의 내용들처럼 별것 아닐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진석은 그 페이지 한 장만 찢어서 가방 안에 고이 접어 넣어두고, 수첩은 수표와 권리서 따위가 든 가죽가방에 같이 넣어두었다. 수첩도 미리안에게 넘겨줄 생각이었다. 이제 진석 자신은 데오그라즈에 갈 일이 없을것 같으니 대신관 미리안이라면 이것도 알아서 잘 활용할테지. 어쩌면 그녀에겐 돈보다 이쪽이 더 도움이 되는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있자니 밖에서 똑똑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났다.

"저기 러셀. 안에 있어?"

제이스였다. 진석은 침대가에 걸터 앉은채로 문 밖을 향해 들어오라고 대답했다. 방 안으로 들어와 자연스레 진석의 옆자리에 붙어앉는 제이스. 진석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공주는? 그 지하인가 뭔가에 데려다 놓고 온거야?"

"응. 그러고보니 러셀은 아직 지하엔... 안 내려가 봤구나. 뭐, 뭐어... 급할건 없잖아? 나중에 안내해줄께."

슬쩍 말을 얼버무리는 제이스의 태도에서는 어쩐지 지하의 모습을 그닥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아케리우스 교단인가 뭔가하는 정신병자들에 비하면 이쪽이 좀 더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을뿐, 얘들도 세계를 망하게 하려는 정신나간 사교단이란 점은 공통사항이니... 분명 함부로 보이기엔 꺼림칙한 뭔가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구만.'

진석이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제이스는 슬쩍 진석의 손을 잡아오며 이쪽으로 은근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보다... 저기. 모처럼 사원에 돌아왔으니까. 응? 아직 저녁식사때까진 조금 시간도 있고..."

"하고 싶어?"

"아이 참, 다 알면서. 심술궂게 그러지 말고. 자."

제이스는 키스를 해달라는 듯 눈을 감으며 이쪽으로 입술을 내밀어왔다. 기본 성질머리가 있고 인상이 날카로워서 그렇지 얘도 가만 보면 나름 귀엽긴 한데... 진석은 제이스의 길을 들이려는 참이니 그녀를 그냥 내버려두고 나갈까 어쩔까 하다가 다른 방법이 하나 떠올렸다.

'본 게임까지만 안 들어가면 되지, 뭐. 한 번 애만 죽어라 태워볼까?'

천천히 제이스의 얼굴을 끌어당겨 키스를 하는 진석. 자연스레 열리는 입술 사이로 파고들어간 서로의 혀. 타인의 입속. 이리저리 얽히며 움직이는 혀를 통해 단단한 이와 잇몸, 몰캉거리는 입속 점막의 감촉이 전해져왔다. 오른손은 자연스레 그녀의 옷 안쪽으로 쑥 파고들어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유륜과 유두가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음... 아."

가슴을 애무할수록 점차로 단단해지는 유두. 진석은 손끝으로 유두를 가볍게 누르거나 꼬집으며 부드러운 애무를 해주었다.

"좀 더..."

이쪽으로 선선히 몸을 맡겨오는 제이스. 진석은 제이스의 셔츠 단추를 풀어 헤치고 브래지어를 위로 걷어올려 두 가슴이 드러나게 한 다음 혀와 이로 유두를 핥거나 살짝 깨물어주었다. 가슴끝에서 전해지는 자극에 신음하는 그녀.

"으응. 가슴 정말 좋아 하는구나."

싫어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지. 진석은 대답없이 가슴을 한참이나 더 애무하다 손을 슬쩍 그녀의 치마사이로 넣었다. 자연스레 다리를 벌려주며 손길을 받아들이는 제이스. 진석의 손가락이 얇은 속옷위를 위아래로 훑어대며 문질러댔다.

"아... 아앙."

눈을 감고 가만히 진석의 손길을 음미하는 제이스. 잠시 그러고 있자니 팬티 너머가 습해지는게 느껴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제이스. 호흡에 맞춰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거렸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 애타게 하고 어서..."

평소에도 전희는 대충하고 바로 삽입에 들어갔던터라, 진석이 질질 끄는게 왠지 감질났던 모양이다. 스스로 치마를 걷어올리고 팬티를 한쪽으로 젖히며 물기 어린 비부를 드러내는 제이스. 하지만 진석은 그녀의 요구에 응해줄 생각이 없었다.

'물론 나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건 아니지만서도, 괴롭히는게 더 재밌으니까.'

진석은 제이스의 기대와는 달리 그녀의 다리사이에 머리를 파묻고 혀로 안쪽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전 데오그라즈의 호텔에서 레드라인을 놓고 했던 내기 이후 밤새 괴롭힘 당했었던 일이 생각나 흠칫하는 제이스.

"러셀. 평소랑은 다르게 왜... 읏, 앗. 아니... 저기, 으흐응!"

제이스가 뭐라 하기도 전에 거칠게 괴롭히는 진석. 혀뿐만 아니라 손가락도 동원, 예민한 촉감의 기술을 최대한 살려 그녀에게 자극을 주었다. 앞쪽뿐만 아니라 뒤쪽의 구멍도 살살 자극해 주었다. 허리를 움찔거리며 거친 숨을 토하던 제이스는 그것만으로도 절정에 다다를 것 같은지 눈을 감고 진석의 머리를 잡아 자신의 다리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좋아! 더... 아, 거기. 조금만 더..."

혀와 손가락을 동시에 사용한 애무로 서서히 마지막에 다다르고 있는 제이스. 입을 헤 벌리고 흐트러진 숨결만 연신 토하는 모습이 거의 절정 직전에 이른것 같았다. 거의 갈것같다 싶을때쯤 진석은 제이스의 손을 물리며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하앗, 으... 응?"

반쯤 쾌락에 취해 몸부림치고 있다가 아슬아슬할때쯤 진석이 물러나버리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제이스. 하지만 진석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보다 이제 슬슬 저녁 먹으러 가야지? 매번 늦어서 한 마디씩 듣는건 질렸다고."

"아니... 마, 막 갈 것 같았는데... 갑자기 저녁타령은 무슨..."

"뭐해, 안 갈거야?"

제이스의 말 따윈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듯 벌써 문가로 다가가 나가려고 하는 진석. 제이스는 그런 진석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푸욱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이러는진 모르겠지만 정말 짓궂어. 아니, 못됐어."

투덜거리며 속옷을 정리하고 치마를 내린 다음, 셔츠 단추를 잠그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제이스. 하지만 거의 절정에 달할뻔하던 흥분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지 호흡도 여전히 거칠었고 얼굴은 붉게 달아오른게, 이마엔 살짝 땀도 배어나고 있었다. 방을 나서며 진석은 옆에서 따라오는 제이스의 엉덩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느닷없는 진석의 손길에 인상을 쓰는 그녀.

"뭐하는거야?"

"오 무서워라. 하지만 이젠 그런 화내는 표정도 익숙하단 말이지. 사실 화 안났지? 응?"

제이스의 어깨를 감싸안고 귓볼을 입술로 가볍게 깨무는 진석. 제이스는 진석을 거부하려 했지만 아직 절정까지 다다르려던 여운이 남아서일까, 이내 저항하지 못하고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을 흘리며 그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같이 식당을 향해 복도를 걸어가는 와중 볼과 목덜미에 입맞춤을 하고 손은 웃옷 너머로 가슴이나 허벅지를 마구 훑었다. 누가 지나가다 볼 수도 있는 복도에서 이런 애무를 해오니 당황하면서도 별다른 저항은 하지 못하는 제이스.

"응... 그, 그만해. 누가 지나가다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뭘 어때. 사원내에서 우리 관계 모르는 사람도 있던가? 신경도 안쓸걸. 아니, 차라리 누군가한테 보여주고 싶은데? 어때. 여기서 아까 방에서 하던거 마저 할까?"

"시, 싫어! 미쳤어?"

물론 진석도 남 앞에서 그런일을 하는걸 보여주는 취미는 없었다. 그냥 조금이라도 더 제이스를 놀리고 싶었을 뿐. 식당에 도착하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제 그만해."

목소리를 죽인채 속삭이는 제이스. 하긴 사람들 이목이 있으니 이 이상은 뭐 더 할 수 없겠다. 식당안에 들어서니 미리 와있던 평신도가 열대여섯쯤 있었는데, 진석과 제이스를 향해 가볍게 인사를 건네왔다. 둘은 적당히 인사를 받아넘기며 자리에 앉았는데 아직 다른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뭐 다른 수호자들은 다른일을 하는건지 뭔지 몰라도 사원에 오지 않은것 같고. 아르데나나 엘리야는... 아직도 대신관의 방에 있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저쪽에서 젊은 여신도가 식당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대신관님은 저녁 식사는 손님들과 방에서 따로 드시겠다고... 먼저들 드시라고 하십니다."

역시 아직 이야기가 덜 끝난건가? 그나저나 미리안이 방에서 따로 먹는다고 하는건 처음 봤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그런걸까. 좌우지간 여성 신도가 그렇게 전언을 하고 나자 조리를 담당하고 있던 평신도들이 조리장에서 음식들을 날라와 식기와 음식을 배분하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제이스가 수저를 들어 스프를 한 입 입에 가져가려고 하는데, 진석은 테이블 아래로 손을 뻗어 자신의 왼쪽자리에 앉아있던 제이스의 다리를 더듬기 시작했다. 느닷없는 손길에 깜짝 놀라며 수저를 떨구는 그녀. 수저의 머리와 그릇 한쪽이 부딪혀 땡그랑 소리가 났고 몇몇 신도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아니... 저, 손이 미끄러져서 그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어보이며 수저를 다시 집는 제이스. 제이스는 웃는낯을 유지하며 진석쪽을 향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러셀. 지금 뭐하는거야."

"응? 뭘. 식사하잖아?"

오른손으론 태연히 스프를 떠 먹으며 왼손으론 여전히 테이블 아래에서 제이스의 다리를 더듬는 진석. 제이스는 눈썹을 찌푸리며 자신도 한 손을 아래로 뻗어 진석의 손등을 꽉 꼬집었다. 멈칫하는 진석의 손길.

'어쭈, 그렇게 나온다 이거야?'

진석은 제이스의 꼬집기를 무시하며 그녀의 다리사이로 손을 쑥 집어 넣어 버렸다. 깜짝 놀란 제이스가 다리를 오므렸는데, 되려 진석의 손만 자신의 중심부에 꽉 붙들어멘 꼴이었다. 진석은 제이스의 다리 한가운데에 손을 넣은채로 손끝만 까딱거려 그녀의 예민한 곳을 자극해댔다. 손가락이 까딱거릴때마다 작게 흠칫거리는 제이스의 어깨.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이라도 새어 나올까봐 입술을 꾹 깨물곤 진석을 흘겨보았다.

"이... 바보가..."

"아 오늘 스프는 유난히 맛있네."

오른손으론 태연하게 스프를 퍼먹으며 왼손으로는 제이스의 음부를 괴롭히는 진석. 아까 방에서부터 절정에 이를뻔하다 멈추고, 복도를 걸어오며 누군가에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며 연신 애무당하고, 재차 많은 평신도들이 있는 식당에서도 이렇게 자극 당하고 있으니 제이스는 제대로 식사도 하지 못하고 수저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차마 선을 넘진 못하고 억지로 억눌러야 하니 그야말로 죽을맛이었다.

"저, 정말... 이럴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한 손만으로도 요령좋게 음식을 먹으며 계속 제이스의 다리 사이를 괴롭히는 진석. 제이스의 입장으론 신도들의 이목이 있으니 어떻게 저항하기도 애매한 상황. 사람들 사이에서 태연히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색다른 경험에 제이스는 어쩔줄 모르고 그 자극을 모조리 감내해야만 했다. 한참을 이러고 있으니 그녀는 들킬지도 모르는다는 상황에 꽤나 흥분되었는지, 속옷 너머가 제법 축축히 젖은게 손가락에 질척하게 물기가 묻어날 정도였다. 제이스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어깨만 부들부들 떨고있자 건너편의 한 여성신도가 그녀의 징후를 눈치채고 안부를 물어왔다.

"저기 수호자님... 괜찮으세요? 무슨 문제라도?"

"으... 으응?!"

크게 당황하는 제이스. 진석은 제이스가 대답하는 타이밍에 맞춰 곧게 세운 중지 손가락을 세게 꾹 찔러넣었다.

"아니 난 괜찮... 힉?!"

마지막의 새된 비명에 주변의 다른 평신도까지 뭔가 하고 제이스를 돌아보았다. 그제서야 스리슬쩍 손을 떼는 진석. 제이스는 얼굴이 새빨개진채 허둥지둥하며 양손을 파닥파닥 저어보였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다, 다들 식사들 해."

식사 도중 당황해하는 제이스를 보며 다들 어딘가 이상해하는 신도들. 제이스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원흉인 진석을 노려보았지만, 진석은 잽싸게 식사를 마쳐버리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이거 잘 먹었습니다. 그럼 먼저 실례."

"...큿. 러세에에엘."

제이스가 여러가지로 굉장한 눈빛으로 이를 갈며 이쪽을 쏘아보았지만 난 몰라 하며 잽싸게 식당에서 빠져나가버렸다.

'물론 후환은 두려우니 방문 걸어잠그고 잠이라도 자야지. 넌 혼자 틀어박혀 자위라도 하렴. 그걸로 성이 찰린 없을테지만, 낄낄.'

예상대로 몇 분 지나지 않아 쿵쾅쿵쾅 복도를 울리며 진석의 방에 찾아온 제이스는 무서운 기세로 방문을 두드려댔다. 당장 열어라, 잘도 그랬겠다, 너 내일 날 어떻게 보려고 이러냐 등등. 욕만 빼고 온갖 소리를 다 해댔지만 진석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네가 지치지 내가 지치냐? 한 10분쯤 밖에서 난리를 피우던 제이스는 씩씩대며 돌아갔고 진석은 키득거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같으면 그냥 평범하게 잤을테지만, 오늘은 적당히 스킵기능을 쓰기로 했다. 현실에서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딱히 정신적 피로도 없었거니와 막 다시 시작한터라 낮밤의 시간차 문제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침대에 누워 적당히 동이 트는 새벽쯤으로 시간을 스킵시켰다. 눈을 서너번 감았다 뜨는 사이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의 달과 별이 물 흐르듯 빠르게 지나가고 산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는게 보였다.

"빨라서 좋군."

진석은 침대에서 일어나 미리안에게 주기로 한 가죽가방을 챙겨 방을 나섰다. 어둑한 복도엔 벽에 드문드문 걸려있는 양초들만이 내부를 밝히고 있었다.

'보나마나 오늘도 일어나 있겠지.'

이건 저번에 머물때 알게된 사실이지만, 미리안은 거의 잠을 자지 않는것 같았다. 제이스가 알려주길 대신관은 누구보다 늦게 잠들고 누구보다 일찍 일어난다나. 아마 하루에 기껏 서너시간 겨우 자는것 같았다. 진석도 한 번은 야밤에 제이스와 늦게까지 거사를 치루다 중간에 야식을 가지러 조리장에 간 적이 있었는데, 중간에 대신관의 방 앞을 지나다 문틈새로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는걸 본 적이 있었다.

'왜 잠이 적은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죽었다 신의 힘으로 되살아난 몸이니 피로 같은것도 별로 없는건가?'

뭐 그런것까진 모를일이다. 조용한 복도를 지나 대신관의 방 앞까지 간 진석. 과연 안쪽은 불이 밝혀져 있었다. 이런 이른 아침부터 벌써 일을 하고 있는걸까? 가볍게 똑똑 노크를 해보았다. 그러고 잠깐 기다렸는데 어째 아무 대답이 없다.

'불 켜놓고 자는건가?'

혹시나 싶어 살짝 문을 열어보았다. 미리안은 분명 방 안에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다 잠든건지, 손엔 깃털펜을 쥔채 책상에 그대로 고개를 박은채로 스으 스으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있었다. 그 정체야 어찌됐건 외관만은 열 살 짜리 어린아이. 그런 모습으로 자고 있는게 굉장히 어색하면서도 뭔가 딱해 보였다.

'하이고...'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는 진석. 가방은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미리안에게 다가가봤다. 작성하던 책상 위의 서류는 결산 비용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숫자와 표가 빼곡한게, 무언가의 회계문서 였다. 하긴 이쪽 세계엔 계산기나 엑셀 같은게 있는것도 아니니 일일이 인력으로 계산해야 할테지. 그러니 교육을 받아 회계를 할 줄 아는 인력이 중히 쓰이는 걸테고. 그러고보면 에나도 상회에서 회계일을 했었다. 근데 이 서류의 숫자들은 제법 길고 복잡해보이는데... 하다못해 주판같은것도 없이 암산으로 계산하는건가?

능력치는 확인해 볼 수 없지만 분명 미리안의 지력은 엘리야 이상으로 높을것 같긴한데... 머리가 좋아서 이런 수식 따위 보기만 해도 머릿속으로 저절로 계산이 되는걸까? 음~ 좀 부럽다. 진짜로 머리가 좋다는건 대체 어떤 느낌일라나.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미리안을 바라보고 있자니... 역시 귀엽긴 굉장히 귀여웠다. 반짝거리는 허니 블론드와 어린아이 특유의 뽀얀 피부.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데 그 사이로 하얀 이와 작은 혀가 빼꼼 보이고 입가로는 침이 살짝 흐를듯 말듯 하는게... 정말 흐뭇한 아빠미소가 지어진다. 미리안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살짝 쓸어 귀 뒤쪽으로 넘겨주었다.

"어떻게 봐도 그냥 어린아이인데."

그 내용물은 허신을 강림시켜 세상을 멸망시키고 싶어하는 교단의 수괴라니. 참 잔인하달까. 미리안을 죽이는게 인류나 세계를 위해선 분명 옳은 선택이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참 이상하다. 상대가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있는것 만으로도 그 본질에서 눈을 돌린채 겉모습만을 보게 된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녀를 죽일수도 있지 않을까? 깨어있을때의 미리안은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그 심중이 전혀 읽히지 않지만, 잠이 든 지금이라면 손을 뻗어 목을 비트는걸로 정말 가볍게 끝장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를 해치우면 허신 헤세스모데우스 교단의 퀘스트가 끝나는걸까?

'하지만...'

죽일 생각이었다면 여기 서서 이렇게 한참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았을거다. 목을 비틀건 어쩌건 빈틈을 보자마자 바로 끝장을 냈을테지. 나중에 상황을 봐서 자신이 배신을 할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아직은 좀 더 미리안을 도우며 진행해보도록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가려고 미리안에게서 몸을 돌렸다.

"러셀님."

까, 깜짝이야! 소스라치게 놀라는 진석. 미리안이 뒤에서 말을 걸며 손을 뻗어 진석의 옷가락을 붙잡는 바람에 깜짝 놀라며 제자리에 멈춰섰다. 뭐야, 설마 안자고 있었던건가? 진석이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자 미리안은 책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었다. 방금전까지 졸던 사람 같지 않은 똘망똘망한 눈동자였다.

"...자는 척 하고 있는거였나."

"아뇨, 깜빡 잠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제 잠귀는 밝거든요. 노크소리에 깼었지만 오빠인걸 알곤 일부러 자는척 하고 있었지요."

그렇게 말하며 후후 웃는 미리안. 으... 천진하게 웃는 저 얼굴이 어째 무섭다. 그것도 모르고 만약 자신이 그녀에게 해를 끼치려는 시늉이라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신이 미리안을 해치우는것보다도 빠르게 뭔가 강력한 신성마법이라도 발해서 반격을 가했을지도... 아니, 애시당초 미리안은 허신의 선택을 받아 죽음에서 부활한 인물이다. 특별한 힘이나 속성이 담긴것도 아닌 자신의 평범한 공격이 먹히기는 할런지 모르겠다. 그녀의 능력을 파악할 수 없으니 진짜 모를일이다. 이래서 그녀의 능력치 확인에 락을 걸어놓은걸까? 징그러운 놈들.

"그냥 머리카락만 쓰다듬고 가다니. 여전히 상냥하네요. 저로선... 그, 입술에 츄 한 번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는데."

진석을 올라다 보며 천연덕스럽게 말해오는 미리안. 진석은 손을 내저으며 질색했다.

"저기, 날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그건 범죄잖아 범죄."

"글쎄요... 전 이래보여도 오빠보다 몇 배는 오래 살아왔는데. 벌써 백년 가까이 살아온걸요. 원래대로 수명을 먹고 늙었다면 증조 할머니 뻘쯤 되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네 감사합니다 하고 겉모습만은 열살짜리인 여자애한테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겠냐? 진석은 가죽가방을 가져다 미리안의 책상위에 올려둔다음, 의자에 앉았다.

"이건 뭐죠?"

"선물."

곧바로 가죽 가방을 열어보는 미리안. 안의 내용물을 하나하나 꺼내며 흥미로운 눈으로 살펴보았다.

"우선 수만 골드 어치의 데오그라즈 수표와, 공증받은 각종 권리서... 어째, 제가 드린 공작금보다 몇 배는 되는 돈을 불려서 오셨네요. 도대체 어떻게 하신거죠? 아무리 뛰어난 상인에게 투자하더라도 이렇게 단시간 내에 원금의 10배 이상을 불려오는 일 같은건 불가능 할텐데."

"내가 워낙 유능해서~ 그깟일쯤은~ 쉽게 한거라면 좋겠지만 고생 엄청 했지... 현금과 금괴도 제법 챙겼지만 그건 내 몫으로 알아서 떼어뒀어."

고개를 끄덕이며 진석을 향해 가볍게 미소짓는 미리안. 그녀는 이번엔 가방 안쪽에서 폭풍의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임무의 진정한 목표물. 가만히 폭풍의 지팡이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미리안은 진석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보였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대단한 물건을 구해오셨네요. 제가 지시하면서도... 솔직히 실패할거라 생각했었습니다만. 너무 기대 이상의 성과를 해내서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한 교단의 장이자 대신관 치고는 정중하다 못해 너무 저자세가 아닌가? 진석은 너무 예의를 차리는 그녀의 태도에 되려 당황스러웠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가방을 가르키는 진석.

"그... 그거 말고도 하나 더 있어. 도움이 될 진 모르겠다만 일단 챙겨왔으니까."

진석의 말에 가방에 손을 넣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수첩을 끄집어 내는 미리안.

"음. 이건... 수첩 인가요?"

수첩을 펼쳐 그 내용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는 미리안. 처음 서너장은 신중히 읽더니 그 다음부러는 휙휙 넘기며 대충 훑기 시작했다. 수첩을 반쯤 읽은 미리안은 그것을 덮고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것도 엄청난 선물이군요. 막대한 돈과 각종 권리서, 목표물이었던 폭풍의 지팡이, 게다가 이런 귀한 정보를 담은 수첩까지... 일을 잘 해낸 정도가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초과 달성 해오셨군요."

"뭐 일단은 이번만이야. 다음에도 이런식으로 일을 잘 해결 할 수 있을거란 보장은 없으니까. 아 처음부터 기대치를 너무 키워놓으면 안되는데. 이러면 다음엔 막 더 큰 기대를 할거 아냐?"

배시시 웃어보이는 미리안.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석에게 다가와, 늘 하던것처럼 무릎위에 걸터앉더니 가슴팍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어왔다.

"제가 정말 사람은 잘 뽑았군요. 아니, 제시 덕일까요?"

"제시 덕이라고 하면 왠지 기분나쁘니까... 내 덕이 반, 미리안의 덕 반이라고 하자."

"후후. 이렇게 일을 잘 해오셨으니 뭔가 상이라도 드려야 할텐데... 어쩌죠? 저는 달리 해드릴게 없는데."

그렇게 말하더니 기습적으로 진석의 머리를 감싸안고 당기며 입맞춤을 해오는 미리안. 진석은 깜짝 놀라 떨어지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꼼짝 못하고 그대로 미리안의 입맞춤을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맞닿은 입술 사이로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에선 어째서인지 덜 여문 복숭아 향기 같은 풋풋한 내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건 또 무엇인가, 미리안의 입 안쪽에서부터 뭔가의 기운이랄까 흐름같은것이 자신의 입을 통해 몸 안쪽으로 넘어오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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