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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 부회의 방랑자-67화 (67/155)

< --   - 6.   -- >         * 67화 *

아침 식사전까지 약 2시간여. 진석은 제이스와 질펀하게 뒹굴었다. 요전엔 매일같이 몇 번이고 잠자리를 같이하며 이 체위 저 체위, 정말 어지간한건 다 해보던 사이라 좀 질리는 감도 있었는데 일주일 정도나마 간격을 뒀다 다시 섹스를 하니 의외로 괜찮았다. 제이스는 평소보다 빨리 절정에 다다랐고, 더 많이 느끼는것 같았다. 페레나의 변태 자매들과 한 번 호되게 몸을 섞었던 덕일까? 진석은 자신의 여러가지가 이전보다 조금 더 능숙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내 방 시트 갈아주는 평신도는 무슨 생각을 할까.'

제이스의 방에서도 관계를 가졌었지만, 주로 진석 자신의 방에서 많이 했다. 시트가 엉망진창이 되는 일은 다반사였으니... 그걸 치워주는 평신도의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깊이 생각하지 말자.'

지쳐 늘어지는 제이스를 데리고 욕실로 가 함께 씻은뒤 아침 식사를 했다. 오늘은 식당에 미리안과 아르데나, 엘리야도 이미 와 있었는데 늘 그렇듯 둘이 제일 늦었었다. 미리안은 평소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변함없이 꾸준하군요. 둘은."

하긴 이 사원내에서 진석과 제이스처럼 대놓고 몇번씩이나 '우리는 식전부터 섹스하고 왔습니다!' 하며 뻔뻔할 정도로 티를 내는 인간들이 또 누가 있을까? 이젠 평신도들에게도 거의 일상처럼 익숙해진 풍경이었다. 아침식사가 끝나고 진석은 엘리야를 불러세워 사원 밖의 공터로 데리고 나갔다. 예전 사원에 처음 왔었을때 맥과 한 판 붙었었던 그 장소였다. 진석은 엘리야에게 물었다.

"엘리야. 어제 대신관이랑은 무슨 이야기를 했어?"

"아... 뭐 이런저런 얘길 했죠. 저, 처음보는 사람한테 그렇게까지 능력을 인정받은건 처음이라... 처음엔 놀리는거 아닌가 싶을정도였는데 그런건 아니더라구요. 정말 확고한 진심을 느꼈달까? 남 뒤를 쫓고 캐는 이 일... 오빠에게 반쯤 어거지로 배우고 한 번도 기분좋게 사용해본적 없는 재주지만... 미리안 씨를 위해서라면 내 기술, 본격적으로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의에 찬 음색으로 손을 불끈 쥐어보이며 그렇게 대답하는 엘리야. 보나마나 미리안 특유의 언변으로 그녀를 완전히 구슬려넘긴 모양이었다. 재주는 진짜 대단한 재주다. 진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재차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될진 알고 있어?"

"헤세스 약품 통상의 해외영업부쪽에 넣어주겠다고 하던데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커다란 약품 회사가 이 교단의 것이었을줄은. 아, 물론 영업이란건 표면상의 직함일뿐 실제 하는 일은 제 기술을 살린 뒷조사나 정보 수집같은게 되겠지만... 그래도 선금도 천골드나 받기로 했고 앞으론 이런 큰 조직에서 인정받고 일하게 된다니 뭔가 기분은 좋네요, 헤헤헤."

교단의 진정한 목적은 모른채 미리안에게 속아넘어가 웃고 있는 엘리야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귀엽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조금 딱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기술을 살리는 일이 세계를 멸망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 따위 까맣게 모르고 있겠지. 갑작스레 산허리를 타고 바람이 쏴아아 불어왔고, 그 덕에 둘 사이엔 대화가 잠시 끊겼다.

"그런데... 저기."

바람이 멈춘 뒤, 살짝 시선을 내리깔며 머뭇거리는 엘리야. 무언가를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듯 입술을 우물거리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음- 역시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튼 러셀씨에게 처음 붙잡혔을땐 정말 죽는건가, 앞으로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생각외로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응. 자, 그럼 저는 들어가볼께요."

몸을 돌려 사원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엘리야. 하지만 진석은 그녀의 손을 붙잡아 세웠다.

"에? 저기... 뭐 더 하실 말씀이라도?"

"따라와."

"엑? 엣? 러, 러셀씨이?"

진석은 엘리야에게서 뭔가 미묘한 공기를 읽었다.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는 시선, 살짝 달아오른 얼굴,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몇 번이고 되삼키는 듯한 모습. 이거라면 하나밖에 더 있겠는가? 어차피 엘리야와는 곧 헤어지게 될터, 마침 적당한 상황 아닌가. 그 전에 한 번 정도라도 더 품에 안아보고 싶었다.

"어... 어디로 가는거에요? 뭐, 뭔가 보여주려고? 그럴리가 없잖아!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한 남자가 젊은 여자를 으슥한 숲으로 마구 끌고간 뒤에 벌어질 일은 하, 하나뿐인데..."

"응, 잘 아네."

"아니! 그러니까... 으으."

엘리야도 눈치는 빠른만큼 진석이 무슨 의도로 자신을 숲쪽으로 끌고 가는지 곧바로 알아챈것 같았다. 하지만 주저주저 하면서도 결국은 순순히 끌려오는 폼이... 그녀도 진석 자신과의 일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것 같았다. 숲까지 한참 걸어들어와 이만하면 됐다 싶은 적당한 풀밭. 진석은 자신의 상의를 벗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엘리야를 가만히 앉혔다.

"아... 그, 첫번째는 미약이었고 두번째는 야외에서라니. 이렇게 과격하게 경험을 쌓아나가도 되는걸까요. 여자로서 뭐랄까, 으응... 해선 안될일만 자꾸 하는 기분이 드는게..."

"거참, 여기까지 좋아라 졸졸 따라와놓고 이제와서 뭘."

"좋아라는 아니죠! 전 어디까지나 강제로... 흡."

반박하려는 엘리야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진석. 흠칫하던 엘리야도 곧 스르륵 눈을 감으며 입을 벌리고 진석의 혀를 받아들였다. 입술 너머로 긴장한 엘리야가 약간 떨고 있는게 느껴졌다. 진석은 입술을 떼고 그녀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상냥히 속삭였다.

"괜찮아. 오늘은 부드럽게 해줄테니깐."

"...네에."

미약으로 처녀를 잃었을때는 약에 지배당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뭐가 뭔지도 모른채 후다닥 지나가버렸을테니, 그녀가 차분히 이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남자와 관계하는건 이번이 처음 아니던가. 처녀는 이미 잃었지만, 진석은 일부러 처녀를 상대하는 것 만큼 그녀를 조심스럽게 대해주었다. 천천히 옷을 벗기고 공을 들여 몸 구석구석을 애무하며 꼭 안아주거나 키스를 자주 해서 서서히 흥분을 고조시켰다.

'예전같으면 나몰라라 하고 일단은 집어넣고 봤을텐데. 나도 참... 조금은 발전한건가?'

엘리야의 작은 가슴과 그 위의 돌기를 더듬던 진석의 손가락이 스윽 배꼽을 지나 다리 사이로 향했다. 갈라진 틈새위를 손가락이 강하게 훑자, 엘리야는 민감한 부위가 자극되는 감각에 히잇하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진석은 엘리야의 다리 사이를 잠시 들여다 보다 말했다.

"새삼 이렇게 훤한데서 들여다 보자니... 엘리야의 여긴 참 좁구나."

"그... 그, 그그그런말은 하지마요오! 바보! 데, 델리케이트함은 먹고 죽을래도 없는거에요?!"

"음~ 인체는 참 신비하기도 하지. 내 이게 어떻게 요 작은데 들어갔던걸까. 응? 그렇지?"

"아... 으. 분명 엄청 아팠던것 같기도, 아니. 굉장히 좋았던것 같기도... 가 아니라. 다시 보니 러셀씨의 그건 어째 징그럽네요. 막 울끈불끈한게..."

"한 번 맛보지 않을래?"

"엑?! 시, 싫어. 심해생물을 날로 먹는것같은 괴상망측한 맛이 날 것 같아."

"아니 뭐 그렇진 않은데... 대신 으쌰. 나도 입으로 해줄테니까."

진석은 엘리야의 가벼운 몸을 들어 자신의 위로 올라타게 했다. 단, 거꾸로. 진석의 머리는 엘리야의 다리 사이를 올려다 보고 있었고 엘리야의 시선은 진석의 물건을 바로 내려다보게 되었다.

"아아... 싫은데."

"뭐든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거야."

"경험도 경험 나름이지 이런건 어디가서 말도 못 꺼낸다구요오..."

"거 쫑알쫑알. 뭐 정 그러면 내가 먼저. 낼름낼름."

"힉, 히잇!"

축축하고 미끄러운 혀가 자신의 사타구니를 핥는 감각에 부르르 떠는 엘리야. 한참이나 아무말 못하고 진석의 혀 놀림에 몸을 맡긴채 흠칫거리던 그녀는 뭔가 결심을 굳혔는지 두어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결국 진석의 물건을 입에 넣었다.

"음. 시작이 반이라고. 그렇게 천천히 훑으면서... 응. 혀도 움직이고."

처음하는거니 엘리야의 펠라치오는 당연히 서툴렀다. 상대를 위한 애무가 아니라 그냥 막대를 입에 넣었다 뺐다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름 애를 쓰며 노력한다는 사실이 어째 기특했다. 잠시 엘리야가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던것을 지켜보던 진석은 엘리야의 몸 안에 손가락을 하나 집어넣었다.

"흐읏!"

고개를 치켜들며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엘리야의 몸. 손가락을 꽉 조이는 비육의 안쪽은 제법 젖어있었다. 예민한 촉감을 사용해 안쪽을 적당히 괴롭혀주자 엘리야의 허리가 벌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아... 으, 너무... 뭐, 뭔가 이상해. 러셀씨... 앙, 윽."

한참 괴롭히다 안쪽에 들어가있던 손가락을 빼자 축축히 젖은 애액의 호선이 주욱 딸려나왔다. 낼름 입에 넣고 맛을 보는 진석.

'...의외로 별 맛은 없는데. 역시 사람마다 다르려나? 아니면 구현을 안 해놓은걸까.'

진석은 몸을 일으켜 엘리야를 바닥에 눕히고 자신이 위로 올라갔다. 엘리야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쉬면서도 순순히 그의 행동에 따르며, 다리를 양쪽으로 한껏 벌렸다.

"그, 그러면... 이제..."

"응. 넣을께."

꾸욱. 하지만 긴장한 엘리야가 자기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고 있어서일까, 좁은 입구는 진석의 물건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다. 진석은 엘리야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가볍게 입을 맞추며 목덜미로 애무를 옮겨갔고, 이내 몸의 힘이 살짝 빠졌다 싶을때 기습적으로 자신의 분신을 단번에 밀어넣었다.

"아! 아, 아아... 안쪽에 꽈, 꽉 들어차버려서."

처녀는 아니었지만 겨우 두번째의 성교. 약기운을 빌었을때와는 다르게, 좁은 그녀의 질내는 아직 진석의 물건을 받아들이기 꽤 힘들어했다. 하긴. 처음은 약을 써서 수월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의 몸이니, 완전히 익숙해지려면 조금은 경험이 더 필요하겠지. 3분의 2밖에 안들어 갔는데 그 끝에 자궁구가 닿는게 느껴졌다.

'질의 길이가 짧으면 난산하기 쉽댔던가? 아니지. 그 반대였던가? 에이 몰라.'

쓸데없는 생각이 다 떠오른다. 진석은 가능한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며 엘리야에게 쾌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덕인지 엘리야도 서서히 자신의 내부를 찌르는 감각에 익숙해지는것 같았다. 인적 하나 없는 숲속에 두 남녀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진석은 대충이나마 엘리야의 뒷처리를 해준 다음, 잠든 그녀를 업어다 방에 눕혀주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 참이었다. 진석은 겨우 네차례 사정했을 뻔인데 지쳐 잠들어버리다니. 하긴, 진석과 엘리야, 그리고 다른 여자들의 체력이 똑같을 순 없었다. 사실 제이스가 굉장히 잘 버텨주는 편이라고나 할까. 풀밭에 깔개로 깔아 엉망이 된 옷을 세탁물로 내놨는데 갈아입으려고 보니 이제 남은 옷이라곤 달랑 한 벌 뿐이었다.

'지금은 이미 세탁물로 내놓은것도 많고 하니 갈아입을거라곤 이거 하나뿐이네. 그러고보니 옷도 좀 사야겠군. 뻑하면 찢어서 쓰거나 했으니 원, 옷 관리도 귀찮구만 귀찮아.'

그러고 있자니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바쁘구만. 미리안과의 면담에, 제이스의 상대에, 그리고 엘리야에, 이번엔 또 누구야?

"들어와."

"저기... 오, 오빠."

쭈뼛거리며 안으로 들어온것은 아르데나였다. 진석은 아르데나를 테이블로 데려와 의자에 앉히고 자신도 마주앉았다.

"응. 무슨일이야? 뭐 할 말이라도 있어?"

"그... 이야기는 어제 미리안 크, 큰언니에게... 들었는데요."

'큰언니?'

아니 뭐 하긴 따지고 보면 큰언니... 가 아니라 미리안 자신이 말했던대로 증조할머니 뻘이다. 백년 가까이 살아왔으니. 하지만 이제와서 일일이 그런건 따져봐야 소용없겠지. 어쨌든 자신을 오빠로 먼저 칭한것만 놓고 보자면 미리안이 언니라고 할 수 있긴 있겠다. 게다가 원래 언니로 부르던 제이스보다도 윗사람이니. 큰언니라는 호칭이 어째 그럴듯 하기도? 아르데나의 말은 이어졌다.

"저도 앞으론 오빠처럼 교단의 수호자로 일하라고 해서... 그, 당분간은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겠다고..."

"물론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거니까."

"네. 어째서인지 제 저주나 힘도 잘 알고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고개를 내리깔고 말을 멈춘채 잠시 침묵을 지키는 아르데나. 진석은 그녀가 다시 말을 다시 할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줬다.

"...제가 여기서 미리안 큰언니의 일을 도우면... 그게 정말로 오빠에게도 도움이 되는걸까요?"

"......"

글쎄다. 나한테 도움이 되는건 아니지. 세계멸망으로 퀘스트를 클리어 하기로 마음을 굳히면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저 헤세스모데우스 교단과 미리안에게 도움이 되는것일뿐. 아마도 미리안은 아르데나에게 교단의 일에 참여하는것이 궁극적으론 진석 자신을 돕는 일이라 설득한 것 같았다. 처음보는 상대의 심리도 참 신통방통하게 잘 꿰뚫는 재주가 아닐 수 없다. 진석은 잠시 진지하게 생각을 하다 대답했다.

"나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한다가 아니라, 네 스스로 이 일을 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봐. 너도 쭉 곁에서 나랑 제시를 따라다녀 알고 있겠지만 이건 깨끗하거나 정의로운 일은 아니야. 사람도 계속 죽여나가야 할테고, 그보다 더 심한일을 할 수도 있지. 넌 정말로 그런일이 하고 싶은거야?"

"저... 저는."

말문이 막히는 아르데나. 그저 진석에 대한것만 생각해왔지 스스로의 의향따윈 생각해보지 않았다. 말도 안될정도로 바보같은 일이지만, 제대로 된 과거의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은 그녀에게 자신을 긴 저주에서 구해주고 돌봐준 진석이야말로 구원자이자 부모, 아니 그 이상의 존재였으니.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그냥 그를 따르는것이 당연하다 생각되었다. 아르데나는 잠시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하나였다.

"전 오빠를 따르겠어요. 오빠가 교단을 위해서 일을 한다면, 저도 그렇게 할께요."

"...정말 못말릴 정도로 착한 아이구나.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피식 웃으며 아르데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는 진석. 말에 깔려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진석이 교단을 등진다면 그녀도 자신을 따라 교단을 버리겠다는 의미일터. 일단은 아르데나를 교단 내에 심어놓은 확고한 자기편이라고 생각해두자. 아르데나 만큼은 뭐 의심하고 어쩌고 할 필요도 없다. 이 아이는 오로지 나만을 따른다. 진석이 한참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아르데나는 주저주저 하더니 두 손가락 끝을 마주대고 베베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저기... 봤어요. 오빠가 아까전 엘리야 씨랑... 숲에 들어가는거..."

"......"

...어? 아,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엘리야를 데려가 몰래 즐기고 온 건으로 날 타박하려는건가? 하지만 아르데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저는... 아직 안되는건가요? 저도 오빠에게 그, 그런쪽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 에, 엘리야씨의 가느다란 몸으로 가능하다면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얼굴을 발갛게 붉힌채 이쪽을 겨우겨우 마주보는 아르데나. 마주댄 두 검지 손가락 끝이 불안한듯 마구 부딪히는게, 그녀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듯 했다.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도 모르고 막 쏟아내는 거겠지.

'어째 오늘은 하루종일 그쪽 복이 터지는 날인가... 아침부터 레오노르 공주를 임신시키라는 얘길 듣고 제이스랑 하지 엘리야랑 하지... 그리고 이번엔 아르데나인가.'

이젠 완전히 정상적인 체형으로 돌아와 한층 미모가 돋보이는 아르데나. 맨처음 너덜거리는 천쪼가리를 걸치고 나타났던 꾀죄죄한 모습과는 달리, 머리칼도 부드럽게 찰랑거리는게 윤기가 흘렀고 구색을 잘 맞춰입은 옷도 어울렸다. 까만 머리칼과 대조되는듯 잡티 하나 없는 하얀 피부. 큰 눈동자 덕에 순진한 초식동물이 연상되는 인상. 정말 몇 년만 더 지나면 꽃처럼 만개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껏 십오륙세. 어차피 게임, 뭐 손 못댈것도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지만... 이렇게 순수한 눈빛을 한 채 자신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아이를 배 밑에 깔아놓고 헉헉거리며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상으로 삼는다니, 어째 생각만으로도 모래알이 섞인 밥을 씹는양 껄끄러웠다.

'나도 참 이상한데서 고집스러워서... 쳇. 그렇다고 여기서 얼렁뚱땅 넘어가자니 자칫 잘못하면 아르데나의 멘탈이 이상하게 튈지도 모르겠고. 남들은 다 해주는데 왜 나는? 뭐 이럴수도 있으니. 할 수 없구만, 여기선 적당히...'

덜컥. 진석은 의자에서 일어나 아르데나의 앞으로 다가갔다. 붉게 물든 얼굴위로 기대감을 잔뜩 띄운채 자신의 앞에 다가온 진석을 올려다보는 아르데나. 진석은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며 말했다.

"앞으로 3년... 아니, 2년만 더 지나면 반드시 안아줄께. 나도 널 사랑하고 있지만 이런건 서두를 필요가 없단다. 다 때가 있는 법이니까 그때까진..."

살짝 겹치는 입술. 정말로 그냥 입술만 겹쳤을뿐인 가벼운 버드 키스였다.

"이걸로 참아주렴."

긴장감과 흥분감에 얼굴이 새빨갛게 된 아르데나를 향해 싱긋 웃어보이는 진석. 하지만 내심은 죽을맛이었다.

'으아아아아 느끼해 씨바아아아.'

이딴 대사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진석 자신은 어디까지나 NPC들을 막 괴롭히고 못되게 구는게 취향이거늘, 으아 이게 대체 뭐야. 이런 수준의 대사밖에 못 내뱉는 자신의 주둥아리가 원망스러워졌다. 보는 사람이 없으면 달려가서 벽에 머리라도 찧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늘밤은 이불뻥뻥각 예약이요. 이 부끄러움을 담아 이불을 걷어차면 달표면까지도 차날릴수 있겠다.

'하지만 2년... 그때까지 게임이 이어질수는 있을까?'

아마 힘들겠지. 게임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약 한달여. 이 페이스와 퀘스트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그 전에 뭐가되건 결착이 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르데나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그럴... 께요. 2년, 응."

그러더니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 처럼 입속으로 2년 2년 몇번이고 중얼중얼 되뇌인다. 어휴, 그냥 뽀뽀나 다름없는 버드 키스로 저런 상태가 되면 어떻게 하냐. 저건 또 저거대로 굉장히 무섭다고. 정말 아르데나와 본 게임이라도 들어가면 그녀가 어떤 모습이 될지 도저히 상상이 안갔다. 자기 물건을 보고 감격에 겨워 펑펑 울기라도 하는건 아닐까? 설마. 생각해보니 엄청 깬다. 진석은 아르데나를 되돌려 보내고 침대에 퍼질러 누웠다.

"밖에서 싸돌아 다니면서 누굴 죽이거나 싸우는것 보다 어째 이게 더 힘든거 같은데."

어젯밤을 스킵시켰던 피로가 어째 이제서야 몰려오는 느낌이다. 실제 몸이 피곤하기보다는 정신적으로 지친거겠지. 새벽같이 일어나 미리안부터 시작해 제이스, 엘리야, 아르데나까지 여자 네 명을 쭉 번갈아 상대했으니. 그러고보니 점심 식사 이후엔 미리안과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휴우. 하는거 없이 바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랄까. 일단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한글날 덕에 3일 연휴니 한 편 더..

더 많이, 더 자주 올리고 싶지만 열심히 쓴다고 써도 비축분은 기껏 며칠치 간당간당 유지하며 쓰고 있습니다. 써도써도 전혀 늘지 않는 기묘함. 왜죠..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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