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베라 - 부회의 방랑자-76화 (76/155)

< --   - 7.   -- >         * 76화 *

진석이 알 유세피나를 제압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팔찌에 달린 보석을 사용하자 마법의 빛이 진석의 몸을 감쌌고, 진석은 금세 자신의 육체를 되찾을 수 있었다. 무희의 옷과 장신구를 그대로 걸친채 바로 남자의 몸으로 돌아간터라 꼬락서니는 우스웠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거시기! 거시기가 있어어엇!"

다리사이에 덜렁거리는 것이 달려있다. 분명히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도 왠지 눈물이 흐를것 같았다. 흑흑. 너 어디갔다 이제왔니. 네가 이렇게나 소중한 존재였을 줄이야. 미안해, 두 번 다시 널 떠나보내지 않을께. 오랜만의 재회에 잠시 깊은 감동에 빠져있던 진석은 정신을 차리고 방안을 휘휘 둘러보았다.

"흠... 거참 쓸데없이 큰 방이구만. 공간낭비를 아주 잘 표현해놓았달까."

방 한가운데엔 베이머스의 호텔에서 본 것과 비슷한 쓸데없이 커다란 크기의 침대가 놓여있었지만, 이 방의 크기에 비하면 택도 없이 작아 보일정도니 말 다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 여기서 축구같은걸 해도 될 것 같았다.

"거참. 이 방 하나가 거의 100평 가까이 되는것 같은데? 정말 쓰잘떼기 없이 넓구만. 단일 공간이 이렇게 넓으면 냉난방 효율이 안좋을텐데."

혼자 실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진석. 지금 진석이 찾고 있는것은 금고였다. 흑단목 테이블과 의자. 온갖 고급주가 그득한 한 켠의 미니 바. 방을 장식한 조형물이나 그림들. 그리고 침대 위에 굴러다니는, 알 유세피나가 무희들을 데리고 놀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가지 도구와 장난감들. 하지만 방안에 달리 금고로 보이는건 없었다.

"에이씨... 보통 왕족처럼 잘난분들은 침실에 금고 같은거 하나씩 있지않나? 설마 데오그라즈때처럼 금고실이 따로 있다거나 그런 전개는 아니겠지."

진석은 뒷통수를 벅벅 긁으며 짜증을 냈다. 이거 안되겠다. 이래서야 혼자 이 저택내에 있는 대지의 눈을 찾긴 힘들것 같았다.

"그럼 집 주인의 자발적인 도움을 받아야겠지."

진석이 시선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알 유세피나를 향했다. 진석은 침대 한켠에 굴러다니던 가죽수갑과 족쇄로 그녀의 몸을 묶고 볼개그로 재갈도 물렸다. 이걸로 정신이 들어도 저항은 커녕 꼼짝도 못하리라. 이제 남은건 구속당한 알 유세피나를 구워삶아 그녀에게서 대지의 눈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 뿐.

"후우... 뭐 이걸로 이번일도 어떻게든 되겠군."

으드득, 가볍게 손가락을 꺾고 목과 허리를 풀어주는 진석. 몸에 걸치고 있던 무희복도 훌훌 벗어던지고 알몸이 되었다.

"그보다 얘도 참 웃긴 여자구만."

진석은 알 유세피나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속옷도 입지 않은 그녀의 치마를 들추고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아까 알 유세피나가 직접 보여준대로 음핵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남성의 성기와 비슷한 생식기가 덜렁 메달려있었다. 그게 하나 달려있다는 것만 빼면 아래쪽은 분명 평범한 여성의 음부를 하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여기저기 더듬어도 보고 슬쩍 벌려도 보았지만 멀쩡했다.

"...하. 정말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게 다 있지?"

양성구유, 후타나리라. 이런것도 있었다니. 진석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셀린과 함께 다닐때 손장난만으로는 충족이 안되서 막대만 어떻게 생겨나는 마법은 없냐~ 했었는데 이런게 구현되어 있을줄은. 하여튼 제작진놈들 신사임이 분명하다. 변태라는 이름의 신사. 그 열정에 마음속 깊이 열렬한 찬사를 보내는 진석.

"하지만 그... 알주머니가 있는건 아니고. 막대기뿐인가? 흠. 그래도 요 아래쪽은 평범한 여자랑 별 다를바 없는데."

꿀꺽. 군침을 삼키는 진석. 뭐 위쪽에 쓰잘떼기 없는 막대기가 하나 달려있긴 하다만... 아래쪽은 멀쩡하지 않은가? 알 유세피나 본인도 꽤나 아름답고 농염한 미인이고... 그간의 강제 금욕으로 꽤나 욕구불만이 쌓여온 진석이다. 게다가 옆엔 마치 보란듯 준비된 콤모티오 칵테일.

"그래. 이것도 나름 차려놓은 밥상이라면 차려놓은 밥상인데. 막대기는 없는걸로 치자. 사람이 편식하지 말고 이거저거 고루고루 먹을줄도 알아야지, 암. 경험이다 경험."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진석. 진석은 알 유세피나의 고개를 젖히고 그녀의 입안으로 콤모티오 칵테일을 조금씩 흘려넣었다. 기절한 와중에도 한 모금씩 그것을 받아마시는 알 유세피나. 진석은 한참을 들여 콤모티오 칵테일을 다 마시게 한 후 다시 볼개그를 물린뒤 미니 바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하다 비싸보이는 술을 몇 병 꺼내 맛을 보았다. 그렇게 한 10분쯤 지났을까? 알 유세피나가 알아서 정신을 차렸는지 볼개그 너머로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흠. 일어났나? 하긴, 약효가 돌때가 됐지."

알 유세피나는 기절을 했다가 콤모티오 칵테일의 약효때문에 반강제로 깨어난터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머리는 띵하고 무거운데 몸은 어째선지 미칠듯이 뜨거웠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팔다리는 가죽수갑과 족새로 단단히 묶여있었는데 그 구속감마저 쾌락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읍읍거리며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눈앞에 낯선 얼굴이 쓱 들이밀어졌다.

"안녕. 알 유세피나씨."

소스라치게 놀라는 알 유세피나. 누구지 이 남자는? 생전 처음보는 미남자가 알몸뚱이를 한채 자신의 침실에, 자신의 눈앞에 있는게 아닌가!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볼개그 너머로는 웁웁하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남자는 큭큭 웃더니 손에 든 술잔을 쭉 들이켜 내용물을 단번에 들이키고 말했다.

"어차피 저항해봐야 소용없어. 팔다리가 잘 묶인건 스스로도 알텐데? 무희들을 데려다 미약을 먹이고 묶어둔다음 맘대로 범해왔나본데... 오늘은 당신이 당할 차례야."

뭐지 대체 이 남자는. 어떻게 그걸 아는거지. 정신이 들고 나니 하나 둘 기절하기 직전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나지르가 에나라는 이름의 새로운 무희를 데려왔고, 늘 그래왔듯 자신에 대해 알려주고 미약을 마시게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손을 뻗어와서 날... 그 뒤론 기억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디로 간거지? 어째서 이런 남자만 남아있는걸까?

"쓰잘떼기 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자아."

남자의 손이 자신의 하복부를 더듬었다. 흠칫 놀라며 허리를 바짝 세우는 알 유세피나. 남성쪽의 성기가 순식간에 발기해 딱딱히 굳어지고, 아래쪽 여성의 성기도 습기를 머금은채 젖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손길이 자신을 매만졌을 뿐인데 양쪽의 성기 모두가 절정에 달할 정도로 강렬한 자극을 느꼈다. 문득 고개를 돌리다 옆을 보니... 미약이 담겨있던 크리스탈 글라스가 텅 비어있었다.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한 알 유세피나. 그 내용물이 다 어디로 사라졌겠는가? 틀림없이 자신의 위장안에서 강렬히 약효를 뿜어내고 있을터. 눈앞의 남자는 순식간에 발정한 자신의 두 가지 성기를 신기하다는 듯 들여다보며 위아래를 번갈아 만져대고 있었다. 손길이 스쳐갈때마다 알 유세피나는 허리를 움찔거리며 입에 물린 볼개그 안쪽으로 가쁜 숨을 토해냈다.

"음~ 왠지 재밌는데. 원 플러스 원! 뭐 이런 행사상품 같다는 느낌이랄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자신을 농락하고 있다는 것쯤은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성기에서부터 뇌리에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이 말초적인 쾌락은... 도저히 저항하기 힘들었다. 알 유세피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길을 더 느끼려고 하체를 내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하 웃어제끼는 사내.

"하여튼... 콤모티오 칵테일이 좋긴 좋구만. 누구나 이 모양이 되는걸 보면."

콤모티오 칵테일. 자신이 무희들에게 늘 먹여 육욕의 노예로 삼을때 써온 약이었다. 이 남자는 약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그러니 그것을 자신에게 썼을테지. 하지만 지금은 그딴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 자가 누구고, 뭘 원하고는 나중의 문제. 당장은 그의 손길이 좀 더 필요했다. 목을 죄어 누르는것 같은 육욕의 갈망을 해소하고 싶었다. 알 유세피나는 먹이를 구걸하는듯한 눈빛으로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왕족으로서의 체통이고 자존심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몸 안을 태우는것 같은 강렬한 욕구에 저항할 생각이나 의지따위 없었다.

"어때. 이걸 넣어 줄까?"

알 유세피나를 도발하듯 그녀의 눈앞에 자신의 우람한 성기를 들이미는 진석. 알 유세피나가 아랫도리에 남성기 비슷한 물건을 달고 있다고 해도, 이쪽은 그런 볼품없는 것과는 처음부터 비교가 안되는 진품이었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침을 꼴딱 삼킨 알 유세피나는 곧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석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 유세피나의 다리를 묶고 있던 족쇄를 풀어준 뒤 하체를 밀착시켰다. 귀두의 끝이 알 유세피나의 여성기의 입구에 가까이 닿았다. 기대감에 눈을 크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알 유세피나.

"하지만 그전에 묻고 싶은게 하나 있는데... 틀림없이 여기 어딘가 금고가 숨겨져 있지? 재갈을 풀어줄테니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쓸데없는 저항은 하지마. 하긴, 네 입으로 오늘밤은 아무도 방해하지 말랬던데다가, 평소에 무희들 데리고 이런짓 많이 하고 논것 같으니 까짓 비명 질러봐야 소용없겠지."

"읍... 그, 금고는 저쪽의 그림 뒤에 숨겨져 있어요! 다이얼 식 금고에요. 비밀번호는 78-41-23! 안에 든건 전부 드릴테니까... 그쪽에게 다 드릴테니 제발! 어서 제 안에 그것을!"

볼개그를 입에서 떼어내자마자 금고 위치와 비밀번호까지 술술 다 불어제끼는 알 유세피나. 진석은 씨익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오오, 참 착한 아이네. 그래그래. 착한 아이에겐 상을 줘야겠지?"

꾸우욱. 진석은 자신의 허리를 알 유세피나의 하체쪽으로 근접시켰다. 서서히 알 유세피나의 몸 안으로 파고드는 진석의 성기. 알 유세피나의 입이 점차로 벌어지며 신음성이 새어나왔고 그 얼굴엔 희열과 만족감이 가득 차올랐다.

"아아... 아...! 아!"

"어이, 혀 내밀어."

"하앗... 네, 네!"

진석의 말에 따라 입을 벌리고 혀를 쭉 내미는 알 유세피나. 진석은 그녀의 혀를 잡아먹듯 자신의 입안에 삼켜넣곤 거칠게 딥키스를 나누었다. 알 유세피나는 정말로 탐욕스럽게 진석의 입술과 혀를 받아들였다. 마치 혀조차 하나의 성기가 된듯 그 입맞춤을 통해 알 유세피나는 강렬한 쾌감을 느꼈다.

"조... 좋앗. 좀더. 으응. 더, 더어."

자유로운 양 다리로 진석의 허리를 감싸며 더욱 탐욕스럽게 섹스를 갈구해오는 알 유세피나. 열락에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그 표정에선 욕망 이외의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진석은 피식 웃으며 손을 아래로 뻗어 알 유세피나의 남성쪽 물건을 쥐고 거칠게 흔들거나 주물거렸다. 남자것을 쥐는것 같아 거부감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알 유세피나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호기심이 더 컸다.

"아아아악! 하히익!"

그 손길에 고개를 뒤로 꺾으며 거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성을 내지르는 알 유세피나. 아오씨 깜짝이야. 진석은 갑자기 터져나온 신음에 놀라 손을 떼었는데, 하악하악 하고 연신 뜨거운 숨결을 토하며 황홀한 표정으로 눈물까지 찔끔거리는 알 유세피나의 얼굴을 보니... 남성쪽의 성기도 그녀를 엄청나게 민감하게 느끼게 하는것 같았다. 하긴, 보나마나 이쪽의 물건으로 무희들을 농락하고 관계해 왔을테니 당연히 느끼긴 할테지. 그렇게 생각하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 무심코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는데...

"...피?"

알 유세피나의 여성기를 드나들고 있는 자신의 물건에 애액에 섞여 적으나마 피가 묻어나고 있었다. 아니 잠깐. 이거 설마...

"너 처음이었어?"

"하아, 하아... 네, 네에... 이런 저주받은 육체를 사랑해 줄 남자따윈... 어, 없었으니까... 대신 남자쪽의 물건으로만... 무희들을..."

"......"

알 유세피나는 분명 남자에 대해 혐오나 공포증에 가까운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 한켠으론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던것도 사실. 그래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 무희들을 돈으로 긁어모아 자신의 남성기로 그녀들을 범하고, 미약과 권력으로 자신의 관리하에 둔채 지배하는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진정시키고 있었던 것이리라. 게다가 이렇게 가짜 신분을 내세워 생활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세간의 남자들과도 전혀 관계가 없었을테고... 따라서 순결을 잃을일도 없었겠지. 하지만 무희들과 관계를 해왔다 해도 이쪽을 아예 쓰지 않았다는건 꽤나 의외였다. 딜도 같은것도 잔뜩 굴러다니는데, 전부 무희들에게만 썼다는건가? 틀림없이 이래저래 경험이 풍부한 상대일거라 생각했었는데 처녀였다니. 하지만 득봤다는 생각보단 뒷감당을 생각하니 적잖이 껄끄러워졌다.

'이렇게 자신의 정체를 감춘채 살아올 정도로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인데... 지금이야 콤모티오 칵테일이 효과를 내고 있으니 좋다고 다리를 벌리지만, 약효가 다 되고 그녀가 맨정신으로 돌아오면 어떻게 되려나? 끄응, 역시 날 원수로 여기겠지? 할 수 없이 이번엔 죽여서 뒷처리를 해야하나?'

진석이 딴 생각을 하느라 허리놀림에 힘이 빠지자 알 유세피나는 필사적으로 이쪽에 달라붙어 오며 중얼거렸다.

"읏... 나는... 평생 남자와 이어질 일따윈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그쪽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누구인지 따위 상관없어. 아무래도 좋아요. 그러니 좀 더. 좀 더 당신의 것을 나에게!"

알 유세피나는 분명 미약이 불러일으킨 강제된 욕구에 취해있기도 했지만, 그 말에서는 작으나마 진실의 편린이 들여다 보였다. 사실 이 여자도 평범히 남자와 사랑하고 관계하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어려서부터 가족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한 경험과 남과 다른 자신의 몸 때문에 마음처럼 될 수 없었을테지. 결국 국왕인 사촌오빠의 도움을 받아 이런 기묘한 이중 생활로 음습한 욕구만을 채워가던 나날이 이어졌을터. 진석의 머릿속에 알 유세피나의 인생이 대충 상상되었다. 뒤는 왕궁, 양 옆은 경비대와 근위대. 그렇다, 이 말도 안되는 저택의 위치는 알 유세프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것이 아니었다. 이곳은 알 유세피나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장소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갔다.

'그렇다면... 이거 어쩌면 미약 효과에서 깨어나도 입만 좀 잘 털면 그런대로 넘어가 줄지도? 뭐 아랫도리에 막대가 하나 달려있긴 하지만 그것만 빼면 흠잡을데 없는 미인이니 딱히 죽이고 싶지도 않고. 에라, 어쨌든 일단 모처럼이니 잡생각은 때려치우고 힘껏 허리 힘 좀 써볼까.'

진석은 알 유세피나의 손을 묶고 있던 가죽 수갑도 풀어 던지고,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더욱 세차게 허리를 놀렸다. 환희에 찬 알 유세피나의 목소리가 넓은 방안에 가득 퍼져나갔다.

수시간 후. 약효가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석과 알 유세피나는 여전히 몸을 섞고 있었다. 비록 미약에 취하게 만들어 강제한 관계였지만, 알 유세피나는 진석을 통해 처음으로 여성으로서의 기쁨에 눈을 떴다. 미성숙한 남성쪽의 성기를 통해 얻던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강렬한 쾌감이었다. 언제까지고 계속 누리고 싶은 희열이었다. 보통 남녀가 관계를 가질때 서로 동시에 가는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의 알 유세피나는 신기하게도 상대가 자신의 안에 사정을 할때마다 자신도 똑같이 절정에 달해 뇌수를 저릿하게 만드는 달콤한 오르가즘을 맛보았다. 그것이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분명 두자리 수는 진즉에 넘어갔다. 알 유세피나는 자신의 몸안에 정을 풀어놓는 상대방을 두 팔과 두 다리로 연인을 대하듯 껴안았다.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거리며 자신의 안을 채워나갔다. 따스했다. 너무나 사랑스런 감각이었다.

"하아, 하아... 당신... 이름이 뭐죠?"

그야말로 짐승처럼 헐떡이며 아무 대화없이 교미를 나누길 몇시간만에, 알 유세피나는 겨우 상대방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자신을 올려다 보며 이름을 묻는 알 유세피나의 태도에 잠시 고민에 빠지는 진석.

'이름을 물어오는걸 보면 이제 약효가 빠지고 제정신으로 돌아온건 분명한 것 같고... 후우. 또 어디 한 번 약을 팔아야되나?'

진석은 대답없이 알 유세피나와 입을 맞췄다. 자연스레 입술을 열고 진석의 혀를 받아들이는 알 유세피나. 한참이나 서로의 타액을 나누는 둘. 진석은 알 유세피나의 입술을 달콤한 사탕이나 초콜릿을 핥듯 수차례나 반복하여 맛보다, 천천히 떨어지며 대답했다.

"러셀 헤이든."

"러셀... 씨. 당신은... 에나라는 무희와는 어떤 관계죠?"

"그건 처음부터 나였어. 강력한 마법사가 걸어준 일회용 환각마법 같은거랄까. 감쪽같지?"

"하... 재밌네요. 그런건 생각도 못해봤는데..."

땀 때문에 이마에 달라붙어 있던 머리칼을 스윽 쓸어 올리는 알 유세피나. 진석은 그녀의 몸에 삽입되어 있던 자신의 성기를 천천히 빼어내며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읏...!"

자신의 신체 일부마냥 꼭 들어맞아 있던 진석의 물건이 쑤욱 빠져나가자 상실감에 허리를 흠칫 떠는 알 유세피나. 그 공백이 만들어낸 안쪽에서부터 뜨겁고 진득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질벽에서 분비된 애액이 뒤섞여 질척해진 농도의 백탁액. 그 속엔 아주 희미하나마 가느다란 핏줄기가 약간 섞여있었다. 허리를 굽혀 자신의 몸안에서 흘러내리는 남자의 정을 살펴보는 알 유세피나.

"이거... 위험한 날이었으면 틀림없이 아이가 생겼겠군요."

"가지게 해줄까?"

씨익 장난스럽게 웃는 진석. 알 유세피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얼굴을 붉혔다.

"그, 그런... 마음에도 없는 소린 하지 마세요."

"그보다 자. 뒤처리를 부탁해볼까."

알 유세피나의 얼굴 앞으로 아직도 단단히 발기한 채인 자신의 분신을 들이미는 진석. 기껏해야 열두세번 사정했을 뿐이다. 높은 스테이터스로 얻은 숨겨진 효과 절륜의 보정을 받는 진석의 정력은 아직도 그 잔고가 가득했다. 게다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느라 2주 가까이 금욕하지 않았던가. 서너시간 연속적으로 관계하는건 평소에도 제이스를 괴롭히며 흔히 하던 일이다. 겨우 이 정도로 진석의 욕망이 다 채워질리 없었다. 알 유세피나는 코 앞에 들이밀어진 진석의 성기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내 뭔가 결심한듯 다소곳히 무릎을 꿇고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그 붉은 입술로 애액과 정액이 번들거리는 남성의 생식기를 머금었다.

"으음... 츄웁."

"왕족에게 봉사를 받는다니. 이것 참 황공하기 그지 없는데."

"쯉. 후우, 무슨 그런 소리를... 벌거벗은채 침대위에 올라있으면 그냥 남자와 여자일 뿐이에요. 알몸으로 신분의 고하를 논한다니 우습네요."

"허, 의외로 생각이 깨인 분일세?"

진석의 말에 재차 뭐라고 대답하려는 알 유세피나. 하지만 진석은 물건에서 입을 떼려는 알 유세피나의 머리를 붙잡고 잡아당기며, 뾰족한 창처럼 곧추선 성기를 깊숙한 안쪽까지 쑤욱 밀어넣었다. 귀두의 끝을 통해 알 유세피나의 목구멍 점막의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딥 스로트. 여성의 입과 목을 성기처럼 강제로 범한다니, 이만큼 정복욕을 채워주는 행위가 또 있을까? 진석은 알 유세피나가 저항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녀는 의외로 아무 저항없이 진석의 행동을 얌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호흡이 불편해 이따금 컥컥거리면서도 얌전히 허리의 진퇴에 맞춰 입을 한껏 벌린채 성기가 드나드는것을 감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라? 어째 생각한거랑은 달리 협조적인데?'

사실 시험삼아 일부러 해본 행동이다. 알 유세피나의 태도가 콤모티오 칵테일의 영향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그럭저럭 순종적인것 같기에, 이것이 진심인지 자신을 속이기 위한 위장인지 청소 펠라치오의 요구와 딥 스로트로 시험한 것이다. 프라이드가 높을 왕족일테니 아랫사람이나 성노 대하듯 하는 구강성교의 요구엔 반발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런 기색은 없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그녀의 속 마음을 다 파악할 순 없겠지만, 생각이상으로 순순한 태도인건 확실히 의외였다. 목구멍을 찔린다는건 보통 괴로운게 아니라 무의식중에 저항을 할만도 할텐데 눈물까지 머금은채 끅끅거리면서도 참아내는 태도는 진석을 묘하게 흥분시켰다.

"자, 슬슬 낸다. 입안에 잔뜩 싸줄테니 천천히 음미해보라고."

자신의 입과 목이 남성의 성기에게 일방적으로 범해지는 와중에도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는 알 유세피나. 진석은 알 유세피나의 머리칼을 꽉 움켜쥔채 그녀의 입 안쪽에 정액을 잔뜩 싸주었다. 뷰룩, 뷰루루룩. 하반신에서부터 등골을 타고 올라가는 수초간의 진한 쾌감. 사정이 끝난 후 그녀의 입에서 성기를 떼어내자 끈적한 정액의 끈이 주욱 늘어졌다.

"으음... 으흐음. 읏."

시킨것도 아닌데 정액을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충분히 맛을 본 다음 단번에 꿀꺽 삼켜넘기는 알 유세피나. 진석은 어째 이상할정도로 고분고분한 그녀의 태도가 잘 이해하기 않았다.

'약효가 들을때야 육욕의 노예니 당연히 그렇다 쳐도... 제정신으로 돌아와서도 어째 태도가 변함이 없네? 물론 이 여자를 죽이지 않고 가능한 어떻게든 잘 때워넘겨 보자고 생각했지만서도... 그래도 이렇게까지 얌전하게 있을거라곤 생각하진 못했는데.'

알 유세피나는 정액을 마신 후 눈가에 고여있던 눈물을 슥슥 닦아내며 말했다.

"후우, 자. 시킨대로 다 삼켰어요. 그래도 생각보다 고약한 맛은 아니네요."

"음... 아니 근데 저기. 한참이나 그쪽을 범하고 이런짓까지 한 내가 이제와서 묻기엔 참 우스운 질문이겠다만... 내가 싫거나 하지 않아? 왜 이렇게 태도가 고분고분해?"

진석의 질문을 듣곤 잠시 이쪽을 빤히 올려다 보다 곧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알 유세피나.

"아하핫. 이렇게나 잔뜩 일을 저질러놓고 이제서야 그게 궁금한건가요? 물론 처음에야 놀라고 당황했었지만 이젠 상관없어요."

알 유세피나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키더니 진석의 품을 향해 스윽 안겨왔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에 되려 움찔하는 진석. 알 유세피나는 진석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채 대답했다.

"무희의 모습으로 가장하고 있었을때, 제 이야기 다 들었잖아요? 어차피 난 처음부터 추악한 모습으로 태어나 줄곧 비뚤어진 삶을 살아오던 입장. 이제와서 이런일 한번쯤 당했다고 당황할 것 같아요? 엉엉 울거나 화라도 버럭 내길 기대했어요? 아뇨, 달라요. 평생 접점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남자에게 안겨보고... 여자의 기쁨이 이런거라는걸 깨달아서 되려 굉장히 좋았는걸요. 정말... 정말 기분 좋았어요. 분명 금고의 위치를 물었었죠? 러셀씨, 당신이 돈을 노리고 이런일을 벌인거라면 내가 얼마든지 내어줄께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를 안겨줄께요. 그러니..."

스윽 고개를 들어 진석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는 알 유세피나. 그녀의 두 눈동자엔 굳은 결의의 빛이 담겨있었다.

"나와 함께해줘요. 아니, 나를 가져요. 저는 당신의 것이 되겠어요."

"......"

...어? 어어어? 어라아아아? 자, 잠깐? 이거 뭔가 이상한데? 알 유세피나의 말을 들은 진석은 얼굴만큼은 간신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머릿속은 태풍에 휩쓸린 조각배마냥 혼란스럽게 요동치고 있었다. 미약을 먹이고 범한다. 진석은 늘 해오듯 아무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알 유세피나의 남성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깨버렸고, 채워지지 않는 애정에 대한 열망을 무식할 정도의 쾌락을 줌으로서 충족시켰으며, 마지막으로 숨겨진 효과인 이성함락까지 더해지며 그녀를 무너트려 버린것이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표정으로 진석의 품에 안기며 가슴팍에 볼을 부벼오는 알 유세피나.

'아니 거 뭐냐...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거긴 한데... 이, 이거... 이러다가 되려 얘한테 발목 잡히는거 아냐?'

르마쿠르 자매도 그렇고 알 유세피나도 그렇고 요샌 어딘가 이상한 여자들에게서 자꾸 사랑받는데 진석은 어째 그것이 부담스러웠다. 자신은 재미나 볼 대상이 필요한건데 상대쪽에서 애정을 갈구하며 달라붙는건 굉장히 피곤했다. 그런건 제이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쪽은 아직도 식을줄 모르는군요. 자. 이번엔 제가 해드릴테니까."

아직도 진석의 성기가 단단히 발기해 있는것을 보고는 진석을 툭 밀어 침대위로 쓰러트리곤 그 위로 올라타는 알 유세피나. 딴 생각으로 정신이 팔려있던 진석은 어어 하며 뒤로 넘어가 버렸고 알 유세피나는 잽싸게 그의 위로 올라타, 기승위로 재차 행위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복부에서 덜렁거리는 알 유세피나의 남성쪽 물건이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올라타 체중을 실어 꽉 조인채 열심히 허리를 위아래로 놀려대니 은근한 쾌감이 제법 나쁘지 않았다. 결국 진석은 아무말 않고 알 유세피나의 봉사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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