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베라 - 부회의 방랑자-86화 (86/155)

< --   - 7.   -- >         * 86화 *

그날 저녁. 시라즈 왕궁의 한 방. 외국에서 외교사절이나 귀빈이 왔을때 접대용으로 쓰이는 넓고 호사스런 침실. 벽지는 청자색으로, 가구들은 검은색으로 통일되어있어 제법 중후하고 무게감이 있어보이는 방이었다. 왕궁을 점거한 이후 쭉 이 방을 사용중인 진석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 이거. 그러고보니 아직 정리를 안했었구나."

가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각종 여성용 의복. 그리고 가방 안쪽 깊숙한 곳에서 여성용 속옷들과 더불어 갖가지 장신구가 든 주머니도 하나 나왔다. 그걸 꺼내든 진석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으이씨, 필요없어."

그것들을 탈탈 털어 한쪽에 쌓아놓는 진석. 어째 꼴보기 싫어 확 태워버릴까 하다가 조금 아까워졌다. 옷이야 그렇다 쳐도 장신구는 제법 비싼게 있었으니까. 장신구는 바보 자매한테나 던져줄까 생각하며, 그것들의 처리는 일단 보류해두고 다른 짐들의 정리를 계속 하는 진석.

"투척용 단검 여섯개 하고... 하급 회복제가 셋, 중급은 하나. 그리고 금화가 대충 한 이백오십닢 가량. 마지막으로 대지의 눈이 든 주머니. 이게 전부인가?"

옷과 몇 안되는 물품들을 빼놓고 나니 가방이 텅 비어버렸다. 가방 안을 들여다보다, 안쪽의 주머니에서 살짝 삐져나온 뭔가를 발견한 진석.

"어... 이런것도 있었지 참."

대충 반으로 접혀있는 종이. 피터슨의 수첩에서 찢어낸 메모였다. 라케르투스 족의 언어로 적혀있어 그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메모를 펴서 안을 들여다보며 흐음 하고 궁리하며 손끝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는 진석.

"라케르투스 족 언어라... 노예시장에라도 가볼까? 아니지. 그럴바에야 차라리 알 유세피나에게 부탁하는게 낫지. 이종족의 언어를 알고 있는 학자 몇 명 정도야 있을테니까. 라케르투스가 좀 마이너한 종족이라 운이 없으면 아무도 모를수도 있지만 뭐 확인해보는데 돈이 드는것도 아니고."

그리고 짐이라고 해봐야 태반이 여자옷이라 뭐 정리할것도 없구만. 시라즈를 떠나기 전에 잊지말고 보급을 해둬야겠다. 진석은 그렇게 생각하며 가방안에 메모를 도로 집어 넣고 침대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교단을 떠난지 근 한 달이 다되어가고 있었다. 6월에 떠났었는데 벌써 7월 중순이었으니. 한참을 정신없이 플레이 해왔으니 이쯤에서 저장이나 한 번 해둘 생각이었다. 그렇게 침대로 가서 막 몸을 눕히려는 찰나 누군가가 밖에서 문을 노크해왔다.

"러셀님. 주무시나요?"

알 유세피나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진석의 계획과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왕위를 계승해 여왕으로 즉위한 후 연일 엄청나게 바빴다. 왕궁 안에서만 머물렀지만 최근엔 매일매일 사후처리에 대한 논의와 국정에 대한 회의가 이어졌으니까. 국정의 최종결정권자인 군주의 기본적인 업무에다가, 정치구도 역시 새롭게 개편되었으니 그녀가 처리해야 할 일들은 그야말로 산더미 같았던 것이다. 하루에 서너시간 겨우 자고 나머지 시간은 계속 일에 치여 씨름한다는것 같더니만... 어째 이 야심한 시각에 잘도 찾아왔구나 싶었다. 진석이 문을 열자 어딘가 들떠보이는 표정의 알 유세피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근데 어째 옷이 평소 입고있던 풍성한 의전용 드레스가 아닌, 묘하게 노출도가 높고 야한 나이트 드레스였다.

'윽. 안 그래도 어제 쥐어짜진게 힘들어서 오늘도 하자고 덤벼드는 바보 자매를 겨우 쫓아냈었는데 이번엔 너냐.'

어쨌거나 자신을 보러 찾아왔으니 그녀를 안쪽으로 들여 테이블로 가서 마주앉았다.

"그래. 이 야밤에는 왜."

"왜긴요. 그... 저, 이제야 조금 여유로워졌으니까요. 밤시중을 들어드릴까하고."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알 유세피나. 하지만 진석은 도통 땡기지가 않았다. 그야 처음 알 유세피나와 관계했을때와 지금은 사정이 달랐으니까. 그땐 반강제로 여자의 몸으로 한참 지낸데다가, 셀린과의 관계는 욕망이 충족이 되긴 커녕 하면 할수록 어딘가 불만족스럽기만한 만성 욕구불만의 상태였었으니까. 그래서 원래의 몸을 막 되찾았던 그땐 에라 모르겠다 이것도 다 경험이지 하고 덥썩 물어버린거였는데... 이제와서 잘 생각해보면 그녀는 자신과 같은 막대기가 아래에 달려있는 상대다. 지금은 딱히 궁한것도, 급한것도 아닌데 이제와서 잠자리를 함께 해줘야 할 이유가 있나? 하지만 알 유세피나는 진석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스윽하고 치맛자락을 걷어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저기 잠깐... 어라?"

진석은 손을 뻗어 알 유세피나를 만류하려 했는데, 치맛자락 틈으로 드러난 두 다리사이에 무심코 시선이 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움직여버리는 일종의 본능이랄까.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어, 없네?"

속이 훤히 비쳐보이는 알 유세피나의 빨간색 속옷 안쪽엔 당연히 붙어있을거라 생각했던 남성기가 붙어있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지?

'설마 무, 물리적인 수단으로 제거했다던가?'

뭐 의사라도 불러놓고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서 그것만 잘라버렸다던가... 는 있을 수 없었다. 요 열흘간 알 유세피나는 정신없이 일만 했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대체 언제 틈을 내서 그런 수술을 받는단 말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된것일까? 그게 무슨 요술봉도 아니고 저절로 뿅 사라졌을리는 없잖은가. 진석이 의문에 가득찬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우후후 요염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서서히 속옷을 내리고 알몸을 드러내는 알 유세피나.

"러셀님이 계획을 구상한 날. 거사의 전전날 저녁이었죠. 밤 늦게 대지의 눈을 가지고 돌아오셨잖아요."

그랬다. 그때 론소와 협상을 하고, 아밀의 집으로 가서 대지의 눈으로 그를 일시적으로 건강한 몸으로 되돌린 다음 저택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저택에 돌아와 알 유세피나에게 계획에 대해 논의하며 대지의 눈을 보여주었는데...

"그 다음날. 러셀님이 외출하셨을때 제가 대지의 눈을 잠깐 빌렸었답니다."

"뭐..."

분명 대지의 눈이 가진 힘에 대해선 알 유세피나에게도 알려줬었다. 그렇다면 설마?

"너... 대지의 눈을 사용한거야?"

"네. 하지만 대지의 눈을 사용는 자는 그 댓가로 모든 수명을 잃게 된다는건 러셀님이 알려주셨으니까...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자발적인 도움'을 받았지요. 그 덕에 이제 저는 평범한 사람과 같은 몸이 되었답니다."

몸에 걸친것을 모두 벗어제끼고 완전한 알몸이 되어 진석에게 다가서는 알 유세피나. 새삼 이렇게 다시 그녀의 맨 육체를 지켜보자니... 확실히 아름답다. 얼굴도 그렇거니와 몸매 역시 여성적인 굴곡이 또렷하다. 진석이 좋아하는 가슴 역시 더할나위 없는 크기다.

'게다가 그 거시기도 사라졌고. 막대 하나 있고 없고 차인데 이렇게 달라보이다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구나.'

조금전까진 알 유세피나와의 관계가 꺼림찍하게 느껴지던 진석. 하지만 알 유세피나가 완전한 여자의 몸이 되었다는걸 알자마자 그 생각은 슬쩍 바뀌어 눈 앞의 탐스러운 여체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무럭무럭 샘솟았다.

"저는 러셀님의 것입니다. 제 몸도, 이 나라도, 전부 러셀님의 것. 부디 원하시는대로..."

그렇게 말하며 진석의 품에 스리슬쩍 안겨오는 알 유세피나. 웨이브 진 풍성한 보랏빛 머리칼에선 진한 향유 내음이 풍겼다. 어쩐지 가슴속에 스며들어 음심을 자극하는듯한 묘햔 향. 아랫도리에 불끈 힘이 들어가는것을 느꼈다. 진석은 옷 너머로 전해지는 여체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 하지만 그전에... 평범한 육체를 얻기 위해 누구의 도움을 받았다는거야?"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나요? 사막의 밤은 의외로 짧답니다. 자, 어서..."

진석의 목에 팔을 두르며 자연스레 입을 맞춰오는 알 유세피나. 사실 알 유세피나는 진석이 저택에 머문 이후 그간 모아왔던 스물 가량의 무희들을 하나하나 처분해왔다. 큰 돈과 자유를 줄테니 스스로 저택에서 떠나길 권한것이다. 행여라도 진석이 자신이 아닌 무희들에게 눈독을 들일까봐 한 조치로, 대부분의 무희들은 그 제안을 승낙하고 저택을 떠나길 받아들였다. 허나 진짜로 그녀들을 놓아준것은 아니었다. 저택을 떠난 그녀들이 만에 하나라도 자신의 비밀을 누설할지도 모르니, 저택에서 내보낸 직후 나지르가 그녀들을 은밀히 처리해 영원히 입을 막았다.

하지만 단 한 명,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무희가 있었다. 돈에 팔려온 다른 무희들과 달리 그녀만큼은 진짜로 알 유세피나를 따르고 사랑했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그녀만은 끝까지 저택에 남아 알 유세피나의 곁에 있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진석이 생긴이상 알 유세피나에게 이제 일개 무희따윈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방치해두었다. 하지만 진석이 대지의 눈을 가지고 돌아와 그것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었을때, 그녀의 적절하고도 유용한 처리방법이 떠올랐던 것이다.

알 유세피나는 무희에게 찾아가 언변으로 그녀를 어르고 구슬러 자신을 위해 대지의 눈을 쓰게 만들었다. 대지의 눈을 사용하면 남은 생명은 모두 빼앗긴다는 설명은 쏙 빼놓은채, 자신과 영원히 함께 할 각오가 되어있다면 이 보옥에 목숨을 걸어도 좋겠다는 각오를 하며 소원을 빌라고 했다. 대지의 눈에 소원을 빌어 자신의 육체의 흠을 제거해주면 널 영원토록 곁에 두고 사랑하며 아껴주겠다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 교묘한 사탕발림에 속아넘어간 무희는 자신의 수명을 모조리 잃는다는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채, 대지의 눈이 자신에게 남은 수명을 알려주는 의미도 모르고 그녀의 지시대로 소원을 빌고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허나 이것은 진석이 알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알지 못할 사실이었다.

'에이, 하긴 이제와서 알게 뭐냐. 차려진 밥상인데 일단 먹고 보자. 게다가 이젠 멀쩡한 여자니 거리낄것도 없고!'

알 유세피나의 리드에 맞춰 격렬히 입을 맞추며 그녀를 그대로 들어안은채 침대로 향하는 진석. 알 유세피나를 가볍게 침대 위로 던져놓곤, 자신도 옷을 훌훌 벗어 던지며 그녀의 몸 위로 올랐다.

"아아 러셀님..."

자신을 안기 위해 다가온 진석을 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알 유세피나. 진석은 그런 그녀의 입술, 볼, 목덜미를 차례로 가볍게 입 맞추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봉긋하게 솟은 젖무덤 사이를 지나 군살없이 매끈한 배와 배꼽, 그리고 다리 사이로. 확실히 이전에 봤던것과는 다른 평범한 여성의 그것이었다. 아직 전희는 시작도 안했는데 알 유세피나는 진석이 음순을 가볍게 매만져준 것 만으로도 숨을 삼켜 넘기며 콧소리 섞인 신음성을 흘렸다.

"으흐응. 아흣..."

새삼 느끼는 거지만 알 유세피나의 목소리는 야하다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여성으로서의 색기같은게 진하게 느껴지는 음색이었다. 진석은 혀 끝을 세워 클리토리스와 요도를 애무하며 질구 안쪽으로 손가락을 두마디 정도만 집어넣어 입구 부근을 괴롭혀댔다.

"지, 짖굿으세요."

어쩔줄 몰라하며 하체를 부들부들 떠는 알 유세피나. 금새 질육 안쪽에서부터 뜨겁고 질척한 애액이 배어나오는것이 느껴졌다. 혀로 음순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스윽 길게 핥아올리자 알 유세피나는 침대 시트를 꾹 쥐며 고개를 젖혔다.

"아! 아... 으. 지금... 그걸로 가볍게 갔어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하아하아 달콤한 한 숨을 내쉬며 눈가에 눈물이 고인채로 그렇게 말해오는데... 그 모습이 참 묘하게 섹시해 보였다.

'으 못참겠다. 일단 넣고보자. 전희는 무슨 얼어죽을 내가 언제부터 상대 배려해주면서 했다고.'

가장 최근에 한 섹스는 바로 어제 르마쿠르 자매와 한 쓰리썸. 하지만 즐기기 위한 섹스라기보단 일방적으로 쥐어짜인다는 느낌이라 진짜 힘만 들었는데, 알 유세피나는 그녀들과는 달리 자신이 마음대로 주도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가. 한 사람의 이성을 자신의 소유물을 다룬다는 감각. 진석은 잔뜩 흥분해선 왼손으로 그녀의 두 팔을 붙잡아 머리위로 들어올리게 하고, 오른손으론 한쪽 가슴을 거칠게 쥐고 주무르며 자신의 아랫도리를 그녀의 다리 사이에 밀착시켰다. 알 유세피나의 귓볼을 잘근 씹으며 속삭이는 진석.

"넌 누구거라고?"

"저는... 러셀님의 것...! 이 몸도 마음도, 전부 러셀님이 주인이십니다..."

반쯤 녹아내린듯한 표정으로 진석에게 호소하는 알 유세피나. 진석은 큭큭 조소하며 단단히 발기한 귀두를 알 유세피나의 질구에 가져다 댔다.

"그래. 잘 알고 있군."

그리고 쑤욱. 한껏 젖어있던 알 유세피나의 질육은 아무 저항없이 진석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따스하고 촉촉했다. 내부의 주름 하나하나가 의지를 가지고 조여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남성기와 여성기를 둘 다 가지고 있던 저번과는 분명 뭔가가 미묘하게 달랐다. 정확한 차이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지금이 더 좋았다. 진석은 서서히 허리를 움직여 왕복운동을 하며 알 유세피나와 입을 맞추고 단단히 선 유두와 유륜을 꼬집고 누르며 괴롭혔다.

"하아, 읏."

눈을 감고 자신의 몸 안쪽을 드나드는 남성을 만끽하는 알 유세피나. 알 유세피나는 진석외에 다른 남자 경험이 있는건 아니지만, 눈 앞의 이 남자와 자신의 몸 상성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거라고 확신했다. 그의 음경이 힘차게 자신의 질 안쪽을 가득 찔러올때마다 묵직하고 저릿한 쾌감이 뇌리를 타고 퍼져나가는걸 느꼈다. 물기 가득한 그곳에서 살과 살이 마찰을 일으키며 질척하고 야한 소리를 냈다. 아직 피스톤 운동을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갈 것 같았다. 결국 도중에 진석이 한 번 깊게 찔러와 귀두의 첨단부로 자궁구를 꾹 누를때 허리를 들썩이며 또 다시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아아아! 아으..."

머릿속을 채워 아무 생각도 못하게 만드는 오르가즘. 마치 물에 잉크를 잔뜩 풀어놓은것 마냥 상대의 색이 자신을 물들여 나간다. 하지만 끝난게 아니라 아직 행위의 한창 도중이었다. 진석은 계속 규칙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이미 하얗게 물든 알 유세피나의 머릿속, 성기끼리 섞이는 마찰이 가져다주는 쾌감이 재차 침범해왔다. 절정을 느끼는 중간에도 멈추지 않고 더해지기만 하는 열락. 진석도 알 유세피나가 행위 도중에 절정에 달했다는건 당연히 눈치채고 있었다. 허나 봐주는것 없이 허리놀림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오른손으론 그녀의 머리채를 가볍게 쥐며 들어올렸다.

"허. 소유물 주제에 주인보다 먼저 가버리는거야?"

"죄.. 죄헤송 합히... 학. 아, 하으."

대답을 제대로 못하도록 성기를 깊게 삽입한채 빙글빙글 돌리며 그라인드 하는 진석. 알 유세피나는 단순한 왕복운동이 아닌 색다른 자극에 어쩔줄 모르고 말을 흐렸다.

"대답도 똑바로 못하는거야? 한심하구만."

"그... 하, 흡."

진석은 필사적으로 대꾸하려하는 알 유세피나의 입을 막고 혀를 섞었다. 적극적으로 혀를 내밀어 진석의 리드를 따르는 그녀. 그리고 그대로 딥키스를 하는채로 첫번째 사정을 했다.

"...!"

저번에 관계를 가졌을때도 진석이 사정할때마다 동시에 절정에 달했던 알 유세피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알 유세피나는 자신의 내부를 채우는 뜨거운 정액의 감각에 벌써 세번째 절정에 달해버렸다. 진석 역시 그녀가 또 다시 절정을 느끼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질육과 주름이 경련하듯 자신의 성기를 꽈악 압박해온것이다. 요도를 타고 음경이 확장되며 정액이 뿜어지는순간 질주름이 가해오는 압박의 쾌감은 자신도 모르게 꿀꺽 숨을 삼켜넘길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텀을 두고 연속으로 절정이라니. 미약을 쓴것도 아닌데 기묘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완전한 여자가 된채 사랑하는 이와 관계를 가진다는 단순히 정신적인 충족감 덕으로, 알 유세피나가 진석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내 테크닉이 늘은건가? 변태 자매덕에 단련되었다거나?'

딱히 그런것은 아니었지만 진석은 자기 좋을대로 생각하며 사정이 끝나자마자 재차 왕복 운동을 재개했다. 알 유세피나는 여자의 육체로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희열을 만끽하며 진석에게 몸을 맡겼다.

간만에 기분좋은 섹스였다. 후배위로 알 유세피나를 뒤에서 마구 찌르며 탐스러운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려주는것도 꽤 재밌었다. 엉덩이를 내리칠때마다 자신의 음경을 물고 있는 질주름이 강하게 조였다 풀리기를 반복하는데, 그게 의외로 기분이 좋았으니깐. 예전 레드라인의 두목이 셀린을 상대로 질식 섹스를 하던 일이 떠올랐다. 사람이 숨이 막히면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고 힘이 들어가 질 역시 극도로 수축해서 그 조임은 한 번 맛보면 중독될 정도라는데... 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도를 지나친 행위다. 진석은 목을 축이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뒤쪽엔 황홀한 표정으로 땀에 절어 축 늘어진 알 유세피나가 누워있었다. 눈에 힘이 풀린채 허덕거리는게 잠시간은 정신 못차리고 저대로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벌려진 음순과 질구 사이론 말도 안될 정도의 정액이 꿀럭꿀럭 흘러내려 허벅지와 시트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꿀꺽... 후우."

테이블 위에 있던 물병과 컵에 물을 따라 목을 축이고 창 밖을 보니... 달이 제법 기울었다. 메뉴를 열어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49분. 얼추 셈을 해보니 대충 4시간 가까이 알 유세피나와 뒹군셈이다.

'음. 한 번 할때마다 이렇게 몇시간씩 잡아먹고 마는데 이거 잘 생각해보면 엄청 시간 낭비 아냐?'

하지만 기분이 좋은건 사실이다. 현실에서 느끼는 것보다 뭐랄까, 뭔가 더 깔끔하면서도 깊이있는 만족감이랄까? 게다가 절정감도 훨씬 길고. 이러한 느낌을 정확히 설명하긴 미묘했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는 행위라면 이렇게 쓸데없이 공을 들여가며 할 리 없었다. 게다가 절륜을 지닌 진석은 고작 몇 번의 행위로는 성에 차지 않게 되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때 알 유세피나가 정신을 차렸는지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후우... 역시 대단하시네요."

"뭐 보통이지."

"그나저나 이걸로 생겼으면... 좋겠는데요."

정액이 가득 들어차있을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아련한 미소를 짓는 알 유세피나.

'아, 아니. 생겼으면 좋겠다니. 그 무슨 무서운 소리를.'

진석은 혹시나 싶어 주요 NPC 목록에서 알 유세피나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그녀의 스테이터스 창에 분명히 떠올라있는 가임기의 아이콘.

'하. 가임기였는데 말도 안했단 말이지? 허나 안됐구만. 아무리 싸넣어도 소용없다고. 교단에서 레오노르 공주와 잔뜩 한 다음에 이후 임신기능은 분명 OFF로 해뒀... 어어어? 이거 왜 ON으로 되어있냐아?'

크게 당황하는 진석. 분명 OFF로 돌려뒀던 임신 기능이다. 어째서 이게 ON으로 되어있는거지? 진석의 아이를 배고 싶다는 알 유세피나의 초월적인 의지? 아니 그럴리가 없잖냐. 분명 이유가 있을터. 대체 뭘까. 자신이 메뉴를 열고 닫다 실수로 건드렸다거나? 그건 아니다. 임신기능을 켜고 끌땐 확실한거냐고 묻는 확인창이 한 번 더 나오는데 단순한 조작 미스라면 그걸 못보고 지나쳤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혹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답은 하나뿐. 성별 전환의 팔찌 뿐이다.

'설마... 설마. 그걸로 성별이 전환될때, 임신 기능이 초기 설정으로 돌아가 저절로 ON이 되었던건가. 그걸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달리 생각나는 문제는 없다. 아마도 그게 정답일 것이리라. 그것외엔 달리 기능이 켜져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 이것도 일종의 버그 아냐? 아니 물론 게임내에서 성별이 바뀌는건 대단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 성별이 바뀌건 말건 임신기능 설정은 유지가 되어야지 성별이 바뀔때 초기설정으로 돌아가 버리다니. 크으윽!'

진석이 임신기능이 켜진줄 모르고 관계한 대상은 셋. 르마쿠르 자매와 눈 앞의 알 유세피나다. 하지만 르마쿠르 자매와는 서로 종족이 다르므로 상관없었다. 인간과 델 그로도 사이의 혼혈은 게임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임신 기능을 켜두더라도 그녀들이 진석에 의해 임신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알 유세피나는 달랐다. 임신 기능이 켜진줄도 모르고 가임기인 그녀의 질과 자궁내에 실컷 정액을 싸넣지 않았는가. 물론 가임기라 해도 백퍼센트 반드시 임신하는것만은 아니었다. 확률에 따라 이따금 임신하지 않기도 했지만...

'자궁과 질내가 저렇게 정액으로 가득차고 넘칠 정도로 사정했는데... 이제와서 임신이 안될거라 생각하는게 더 무리겠지.'

현실이라면 가임기라고 해도 이런 저런 요인으로 수정이 안될 확률도 있겠지만 이것은 게임. 이렇게나 반복해서 연달아 관계했으니 임신이 되질 않길 바라는게 더 무리다. 이것 참 의도치 않게 사고를 쳤다. 레오노르 공주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신의 아이를 갖게 만들었지만 지금 알 유세피나는 그냥 모른채로 저질러 버린것이다.

'아 이거... 여기저기 책임지지도 않을 내 씨앗을 퍼트리고 다니는 꼴인데. 이미 엎어진 물이지만 이래도 괜찮을까.'

아직 아기가 들어선것도 아닌데, 이미 아기가 생긴걸 떠올리는듯한 눈빛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내려다보고 매만지는 알 유세피나를 보고 있자니 거참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알 유세피나는 진석의 속도 모르고 활짝 미소지으며 태연히 말을 해왔다.

"처음 만난 날 관계 후에 그러셨죠. 제가 위험한 날이었다면 이거 반드시 아이가 생겼을거라고 하니, 그럼 갖게 해줄까라고 하셨었는데."

...그랬던가? 잘 모르겠다. 그런 회화 하나하나가 일일이 기억날리가 있나. 알 유세피나는 아무 대답않는 진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기뻤어요. 그 전까진 평범한 여자처럼 누군가의 아이를 갖는다는 일은 꿈꾸지도 못했는데... 러셀님은 사소하게 흘린 말일지 몰라도, 저한테는 정말 무엇보다 들어보고 싶던 말이었으니까요."

"......"

"그래서 결심했던거에요. 그럼 기왕 이렇게 된거 바라던바를 현실로 만들겠다고. 그리고 이렇게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이루어졌네요."

환하게 웃는 알 유세피나. 하지만 진석은 알 유세피나의 미소를 마주 볼 수 없었다. 자신은 그냥 아무렇게나 내뱉었을 말이고 되는대로 한 행동이었을텐데 고작 그딴걸 저렇게 진지하게 여기고 있었다니. 아무리 자기 좋자고 내키는대로 하는 게임이었지만 어째 양심이 조오금 찔리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저런 말을 듣고보니 새삼 귀, 귀여워 보인달까. 레오노르때처럼 묘하게 사랑스러워 보인달까...'

에이 모르겠다. 하지만 기왕 사고를 쳤다면... 하는김에 확실히 쳐볼까? 한 나라의 여왕에게 자신의 아이를 배게 하는건 이게 처음도 아니고 두번째 아닌가. 까짓 세번이나 네번은 못하겠냐. 그리고 르마쿠르 자매의 엄마도 그랬다잖는가, 마음에 드는 상대가 생기면 힘으로 콱 눌러서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리라고. 진석은 가방 옆에 굴러다니던 장신구 주머니에서 적당한 은반지를 하나 꺼내, 알 유세피나에게 다가가 손가락에 끼워주곤 어리둥절해 하는 그녀의 어깨를 눌러 다시 침대위로 눕히며 입을 맞췄다.

"흡... 음음. 아, 하아... 러셀님...? 이건...?"

"...그래, 알 유세피나. 내 아이를 낳아라."

"아... 네! 네, 낳을께요! 몇이라도!"

갑작스러운 행동과 발언이었지만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알 유세피나. 끙, 하지만 진짜 이래도 되는걸까 모르겠다. 진석은 이래저래 복잡한 기분을 느끼면서 알 유세피나를 껴안고 다시 한 번 몸을 겹쳤다.

============================ 작품 후기 ============================

낳아라 하면 역시 그/아/아/앗..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