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0. -- > * 113화 *
다음날 오후. 패럴 왕자는 진석이 머무는 저택에 와 있었다. 테이블엔 진석과 패럴 왕자가 마주앉아 있었고, 진석의 등 뒤엔 셀린이, 그리고 패럴 왕자의 뒤엔 레나가 시립해 있었다.
"이런식으로 초대해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이며 사과하는 진석. 패럴 왕자는 선선히 손을 들어보이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레나를 통해서 대강의 이야기는 들었으니까요."
그렇겠지. 아마도 깜짝 놀랐을거다. 자신의 전속 하녀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들고 왔을테니. 패럴 왕자는 목소리를 낮게 깔며 진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어떻게 아셨죠. 제가 브래들리 형님을... 누구보다 증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장본인인 나 이외엔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었을텐데."
"그저 제가 우연히 창염의 검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과연. 그렇군요. 지극히 희귀한 고서에서 창염의 검에 대한 내용을 읽었었고, 우연히 창염의 검 그 자체를 손에 얻을 기회가 생겨 브래들리에게 선물이랍시고 떠넘겼는데. 생각치도 못하게 그것만으로 제 의도가 탄로날줄은."
폭풍의 지팡이와 대지의 눈처럼 창염의 검이 소유자에게 뭔가 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이란 가설을 세운 진석은 분명 패럴이 그 사실을 알고 무기수집가인 브래들리에게 그것을 선물했을거란 추리를 했다.
'영혼을 태운다거나 어쩐다거나 했으니, 분명 목숨을 위협할정도의 물건인게 확실. 그러면 굳이 그런 물건을 줬을 이유는 하나밖에 없잖아.'
진석의 예상대로 패럴 왕자는 브래들리를 싫어했다. 아니, 증오했다. 왕비였던 자신의 어머니는 본인이 정실임에도 패럴을 조금 늦게 낳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식이 왕좌에서 멀어지는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전까진 왕비를 지지하던 파벌과 친정 역시 그녀를 경원시하게 되었다. 왕국의 모든 실권과 이권은 보잘것 없는 후처와 그녀의 자식 브래들리 왕세자에게 쏠렸다. 자신은 정통한 일국의 왕비임에도 뒷방신세로 전락했으며, 아들인 패럴 역시 겨우 제 2왕자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에 마음의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고 피해망상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했다. 공석이 된 왕비의 자리엔 브래들리를 낳은 후처가 올랐으며, 어려서부터 그러한 과정을 지켜본 패럴이 브래들리를 원망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패럴은 외부에선 그러한 태도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되려 브래들리를 자신의 친형인양 철저히 따르는 행세를 했다. 속으론 상대를 증오하면서도 그것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철저히 숨겨왔다.
'그렇지만... 늘 곁에서 붙어 패럴을 지켜보던 레나만은 그 차이를 느꼈던거지.'
레나의 한 마디와 창염의 검에 대한 추측으로 패럴이 브래들리를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해낸 진석. 진석은 레나와 협상을 했다. 자신이 패럴 왕자를 왕세자로 만들어줄테니 그를 자신의 앞으로 데려오라는 요구를 했다. 레나 입장에선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였지만 진석이 말하는 추리를 듣고보니 그럴듯했다. 게다가 자신의 주인인 패럴 왕자가 일국의 왕세자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레나 스스로도 바라는 바. 또 이곳에 갇혀 강제로 임신당하고 쫓겨나는 일 보단, 그의 말대로 주인에게 득을 가져다 주는제안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결국 레나는 진석이 또 다시 자신의 안에 사정하는것과 동시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진석은 레나가 어느정도 기운을 차릴때까지 돌봐준 후, 마차로 왕궁까지 바래다 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레나는 약속대로 다른 호위는 다 떼놓고 패럴 왕자와 단 둘이서 진석의 저택으로 찾아온 것이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패럴 왕자는 짐짓 자조적인 태도로 입을 열었다.
"레나가 휴가를 달라고 했을땐 여느때처럼 사적인 용무를 보기위해서인줄 알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가져올줄이야. 하지만 어째서 저를 돕겠다고 한거죠? 차라리 이 이야기를 브래들리 본인에게 가져갔다면 큰 상을 받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야 제가 원하는건 돈도 뭣도 아닌 창염의 검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그 마검을? 아시다시피 창염의 검에서 뿜어지는 푸른 불꽃은 타인의 영혼을 태워 죽일 수 있지만, 그 대가 역시 사용자의 영혼이 불타서 사라진다는걸... 이미 알고 계실텐데요?"
...그, 그런거였냐? 전혀 몰랐다. 하여튼 미리안은 뭔가 하나같이 흉악한 물건만 원하는구나. 진석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뭇 태연한 어조로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검이 필요합니다. 원래는 토너먼트에 참가해 브래들리 왕자와 마주하게 되면 강제적인 수단으로 창염의 검을 빼앗아 달아날 생각이었지만... 패럴 왕자님의 협력을 받는다면 일이 좀 더 손쉬워 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군요. 그런거라면... 좋습니다. 저는 브래들리가 빨리 죽어버리길 원해서 창염의 검을 선물했지만 놈이 생각보다 창염의 검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반쯤은 포기하던 차. 이런 일이라면 협력해 드리지요. 하지만 알아두셔야 할 게 있습니다. 브래들리는 굉장히 강합니다. 제 호오를 떠나서라도, 그는 분명 대단한 무인입니다."
진지한 태도로 말하는 패럴 왕자. 세간의 평가로는 책벌레에, 위험한 물건을 상대에게 선물해 죽게 만드려는 계획이나 세운걸 보니 어딘가 음험한 녀석인줄 알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아하니 패럴 왕자 역시 일국의 왕자다운 면모가 있긴 했다. 그때 부엌에서부터 케이트가 쟁반에 차를 타서 가지고 나왔다. 케이트의 모습에 핫 하곤 눈동자가 커지는 패럴 왕자. 진석은 씨익 웃으며 패럴 왕자에게 케이트를 소개했다.
"아 이거 소개가 늦었군요. 이쪽은... 제 안사람인 케이트라고 합니다."
"아... 안사람?"
"처음 뵙겠습니다. 러셀님의 아내되는 케이트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상냥한 태도로 미소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이는 케이트. 잠시 멍 하고 있던 패럴 왕자는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그, 그렇군요. 이미... 결혼하신 분이셨군요."
"음? 무슨 문제라도?"
진석이 모른척 묻자 패럴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실망하는 태도가 역력한 패럴 왕자. 케이트는 진석과 패럴 왕자의 앞에 각기 찻잔을 내려놓곤 고개를 숙여보인 뒤 다시 부엌쪽으로 사라졌다. 패럴 왕자는 그 뒷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첫눈에 반했다 한들 이미 타인의 아내라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패럴은 침착하게 마음을 추스리고 케이트가 놓고 간 찻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갔다.
"...향이 좋군요."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이군요. 자 그럼 세부적인 이야기를 했으면 싶습니다만..."
진석은 패럴 왕자에게 토너먼트에 대해서 물었다. 어차피 창염의 검은 브래들리 왕세자가 항시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 그가 잘때 이외엔 떼어놓는 법이 없어서 그가 잠자는 시간을 노리고 훔쳐내는 방법도 있었지만, 브래들리 왕세자에겐 레나와 같은 전속 호위가 몇 명이나 딸려있다고 했다.
'패럴 왕자의 도움을 받아 왕궁으로 들어가도 야음을 틈타 암살을 하는건 불가하다는 이야기군. 그리고 왕궁내에서 암살로 죽으면 당연히 차기 왕위 계승권자인 패럴 왕자가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그렇게 죽여버릴 순 없는 노릇이고...'
역시 토너먼트때 브래들리 왕자에게 접촉해 그를 제거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리고 패럴 왕자가 일러주길, 이 토너먼트는 전쟁을 위한 준비단계라고 했다.
"전쟁을 위한 준비요?"
"네, 그렇습니다. 지금 브래들리 휘하에는 기존의 정예군과, 용병들과 거리의 무뢰한을 마구 끌어모아 숫자만 불려놓은 신규군 두 개의 부대가 존재하는데... 이 두번째의 신규군을 통솔할 인물들을 뽑겠다는게 토너먼트의 목적이죠."
거친 용병들과 제멋대로 날뛰기 좋아하는 무뢰한을 통솔하는데는 군인이나 귀족이 아닌, 그 개인이 강력한 무력을 지닌 토너먼트의 강자들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 자들이라면 용병들과 무뢰한들도 납득하고 잘 따를것이라는 계산이 있어서였다. 토너먼트가 끝난 후 8강 위쪽에 든 인물들은 신규군을 이끌 백인장이나 이백인장 정도로 기용하고, 우승자만큼은 브래들리 왕자가 특별히 직접 만나 등용을 종용할것이란 이야기를 해왔다.
"그럼 그때가 기회겠군요."
"네. 토너먼트가 끝나고 우승자가 정해져 시상식을 하고 상금을 수여받은 이후엔... 분명 브래들리 왕자가 호출을 해올테고 단 둘이 될 기회가 생길겁니다. 하지만... 이 캐버너에는 대투기장이 있어 항상 맹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 몰려드는 곳입니다. 이번 토너먼트 역시 분명 우승은 쉽지 않을겁니다만."
"그 점은 전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패럴 왕자님은 토너먼트가 끝난 후 뒷수습만 잘 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지정하는 인물들을 범인이라 지목하시고 가능한 큰 현상금과 함께 수배를 걸어주십시오."
클립튼 일행의 인상착의에 대해 쭉 설명한 진석. 그리고 자신은 그 중 가발을 쓰고 모데로라는 인물로 가장할거란 이야기를 했다. 패럴 왕자는 약간 붉어진 얼굴을 한채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진석의 제안을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클립튼은... 으흠. 혹시 그란델 왕국 제 1의 기사라는 클립튼 아닙니까?"
역시 책벌레라 불릴 정도의 패럴 왕자. 나름대로의 식견이 있어서인지 진석이 설명한 인상착의만으로도 클립튼의 정체를 금방 파악했다. 진석은 자연스러운 태도로 설명을 이어갔다.
"맞습니다. 자신의 주인인 해밀턴 공작을 시해하고 그 여식인 레오노르 공주를 범하려다 실패하고 도망친 저열한 범죄자지요. 놈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패악을 저지르며 도망다니고 있지만... 워낙 그 무력이 강력한지라 손을 쓰기 힘들어서요. 놈을 잡아 심판을 받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를 돕는 이들이 있어 좀체 쉽지 않으니... 이런식으로 수배라도 걸어 놈의 행동반경을 좁혀나가려고 하는겁니다. 제 요청대로 수배를 내려주신다면 놈은 대륙 북동쪽엔 얼씬도 못하겠지요. 뭐 브래들리 왕자의 암살과 창염의 검의 탈취 그 자체는 제가 할 일이지만, 클립튼은 원래 악랄한 놈이니 이 정도의 누명쯤 덧씌워진다해도 상관없을테구요."
"그렇군요. 일석이조라고 생각하면 되, 되겠... 으으음. 어흠."
패럴 왕자의 얼굴은 아까보다 좀 더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호흡도 꽤나 거칠어진 상태였다. 진석은 태연하게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이런.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그... 음."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는 패럴 왕자. 진석은 패럴 왕자의 뒤쪽에 선 레나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하지만 레나 역시 이게 무슨 일이냐는듯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방금 전 케이트가 패럴 왕자에게 내어준 차 속에는 콤모티오 칵테일이 섞여 있었다. 차 때문에 희석되어 있다곤 해도 분명 사람을 충분히 달아오르게 만들 물건임은 확실했다. 과연 패럴 왕자는 갑자기 마음속에 치미는 음심과, 이유도 없이 발기하는 자신의 물건때문에 당황해했다. 자신의 형님인 왕세자를 암살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심각한 상황에 이게 대체 무슨...? 그때 진석이 패럴 왕자에게 사과해왔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방금 왕자님이 드신 차 속에는... 약간 특별한 물건이 섞여있었거든요."
"하아, 하아... 특별한 물건?"
"네. 이건 레나의 부탁으로... 레나는 왕자님을 쭉 사모하고 있었지만 신분 차이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왕자님의 품에 안기는게 소원이라고... 그래서 제가 좀 잔재주를 부렸습니다."
"레, 레나?"
마구 맥동하는 가슴을 부여잡은채 놀란 표정으로 뒤에 서있던 레나를 돌아보는 패럴 왕자. 레나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뭐라 대꾸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으로 침실쪽을 가리켜보았다.
"효과가 탁월한 약이니 아마 한동안은 쉽게 진정되지 않으실겁니다. 왕자님을 모시기엔 부족한 장소긴 하지만... 저 안쪽은 부부 침실. 저희들은 잠시 자리를 비워드릴테니 편하실대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진석은 그 말만을 남기고 셀린, 케이트와 함께 휙하니 집을 빠져나가 버렸다. 게다가 밖에서 다그닥 거리는 소리가 나는게 정말로 이 둘만을 남겨둔채 아예 마차를 타고 외출하는 모양이었다. 잠깐사이에 집안에 덩그라니 남겨진 패럴 왕자와 레나. 멀뚱하니 한참을 진석 일행이 빠져나간 현관 쪽만 바라보고 있던 패럴 왕자. 이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레나를 돌아보았다.
"레... 레나."
"...네, 왕자님."
"너... 언제부터 날 그렇게 생각했던거야? 나, 난 그저 네가... 충실한 내 호위라고만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패럴 왕자의 얼굴은 홍시처럼 붉게 달아오른채로,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레나는 그런 왕자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몇번이고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처음... 처음부터요. 저는 왕자님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할 불민한 몸... 섬겨야 할 분에게 이런 마음을 품는다는것은 말도 안되지만... 그래도, 그래도...!"
"레나!"
약의 효과에 지배당한 패럴 왕자는 레나의 고백에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녀를 잡아 끌고 진석이 일러준 침실로 향했다. 순순히 손을 붙잡힌채 끌려가는 레나. 패럴 왕자는 레나를 침대위에 눕히고 거칠게 그녀 위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런 행동도 거기까지. 이 이후부터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거렸다. 레나는 잔뜩 흥분하기만 했지 어쩔줄 몰라하는 왕자의 모습에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어내렸다.
"으... 어, 어서."
레나의 아름다운 나신이 드러나자 패럴 왕자는 더 참을 수 없다는듯 채근을 해왔다. 레나는 서둘러 마지막 한꺼풀마저 벗어버린 후, 뒤이어 패럴 왕자의 바지를 벗겨주었다. 찰칵거리고 허리띠가 풀린 뒤 바지가 내려가자 단단히 서 있는 그의 성기가 드러났다. 하지만 어제 레나의 처음을 빼앗아간 진석의 물건과 비교하면 볼품없는 크기와 모양새였다. 하지만 레나는 자신이 사모하는 남자의 것이 그저 사랑스럽게 보였다.
"자 왕자님. 이쪽으로..."
레나는 패럴 왕자를 껴안으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극도로 흥분해서 빨갛게 달아오른채 덜덜 떠는 그의 물건을 쥔채로 자신의 중심에 가져다 대었다. 패럴 왕자는 레나의 인도대로 생전 처음보는 여성기에 자신의 것을 힘차게 밀어넣었다.
"아... 아아앗!"
허나 한심하게도, 패럴 왕자는 레나의 몸에 삽입함과 동시에 사정해버렸다. 벌떡거리는 성기는 레나의 몸에 들어간채 마구 맥동하며 세차게 정액을 뿜어댔다. 삽입하자마자 사정해 버린것은 그의 흥분과 긴장이 극도로 높아져있던 탓이었다. 레나는 그가 자신에게 삽입하자마자 사정했다는것을 깨달았지만, 되려 그를 꼬옥 껴안으며 다독였다.
"아아 왕자님... 사랑해요."
"레나. 아, 아아... 레나!"
첫 성교와 어설픈 사정에 대한 부끄러움. 하지만 그것마저도 부드럽게 포용해주는 레나의 모습. 패럴 왕자는 레나의 품에 안겨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달콤한 여성 특유의 체취가 느껴졌다. 그 향기에, 사정 후 약간 수그러들어있던 왕자의 물건은 다시 한 번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레나는 자신을 뜨거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패럴 왕자와 긴 입맞춤을 한 번 나눈 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움직여주세요. 왕자님이 원하시는대로 마음껏..."
"그... 그래!"
약기운에 취한 패럴 왕자는 눈 앞의 레나가 그저 사랑스럽게 보였다. 처음 갖는 성교의 쾌락에 취해 그녀의 균열에 재차 자신의 성기를 밀어넣었다.
그리고 진석은 두 노예와 함께 중심가의 꽤 고급스러운 카페에 나와있었다. 셀린은 진석이 주문해준 여러가지 케이크를 먹어치우며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고, 케이트는 조용히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잠시 진석의 눈치를 보던 케이트는 찻잔을 내려놓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
"응? 왜."
"일은 잘 처리된건가요?"
케이트의 질문에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히죽 웃는 진석.
"아마도. 이제 패럴 왕자는 미약의 효과가 다할때까지 레나와 실컷 재미를 보다 돌아가겠지. 처음하시는 왕자님이 얼마나 힘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 오늘은 느긋하게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자고. 도중에 마주치면 엄청 민망해 할거아냐. 끌끌."
"그렇군요. 그런데... 저기."
우물거리며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케이트. 진석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또 뭐. 뭔가 할 말 있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숨기지 말고 해."
"...네. 비록 상대를 속이기 위한 한 순간의 거짓이긴 했지만, 주인님의 아내를 자처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단지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어보이는 케이트. 티없이 밝은 미소에 진석은 또 다시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리는걸 느꼈다. 하지만 평정을 가장하며 헛기침을 했다.
"으흠. 거 쓸데없는 소릴... 하지만 뭐, 시킨대로 잘 했다."
"천만의 말씀을. 저는 앞으로도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라도 따르겠습니다."
진석은 애정을 담아 자신을 바라보는 케이트의 시선에 왠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는걸 느꼈다. 아 이것 참. 난 이런거에 약한데... 그러는 찰나, 셀린이 둘의 사이에 끼어들며 양 손을 붕붕 휘둘렀다.
"냐하하! 나도 다냐! 나도 주인님 따른다냐! 그보다 주인님, 이거 케이크? 진짜 맛있다냐! 고기만큼은 아니지만... 아니, 고기보다 맛있을지도!"
왠지 모르게 케이트와의 사이에서 생겨나려던 미묘한 무드가 와장창 박살나는걸 느끼는 진석.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그거 잘됐구나. 많-이 먹어라."
"응? 더 먹어도 되는거냥? 주인님 만세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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