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1. -- > * 127화 *
진석은 케이트와 함께 말에 탄채 함께 마을로 되돌아갔다. 되돌아 가는 도중 알림창에 퀘스트의 보상을 받았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테이터스와 스킬의 랭크가 올랐다는 문구를 보곤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해보는 진석.
- 이름
러셀 헤이든
- 종족
인간/남성
- 스테이터스
- 체력 : 290(+30) / 320
- SP : 184(+20) / 228
- 공격력 : 117(+16)
- 방어력 : 71(+65) + 2
통솔 20(+2) / 무력 46(+2) / 민첩 42(+2) / 지력 35(+2) / 정치 20(+2) / 매력 40(+2)
- 액티브 스킬
바일리 델 비엔토[A랭크] / 약학[B랭크] / 화염화살[S랭크] / 열격장[A랭크]
- 패시브 스킬
해부학[C랭크] / 식물학[C랭크] / 예민한 촉감[B랭크] / 회피의 심득[D랭크] / 투척[E랭크] / 세인트 베네딕션[D랭크] / 승마술[D랭크]
'체력이나 SP같은 스테이터스가 전체적으로 아주 약간 올랐군. 민첩은... 딱 1 이 올랐네. 그리고 회피의 심득과 승마술이 각각 한 단계씩 랭크업을 했군.'
내심 이걸로 바일리 델 비엔토가 S랭크 찍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진석으로선 조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돌발 이벤트성 퀘스트라 랭크가 낮아서 그런지 보수가 쩨쩨하겠거니 납득한 진석. 그리고 그나마 회피의 심득이 랭크업을 한건 다행이었다.
'하긴. 퀘스트래봐야 꼴랑 검사 네 명 쓰러트린것 뿐이니. 겨우 그거 잡고 이 정도 얻었으면... 뭐 나름 합당한건가.'
스테이터스의 확인을 마친 진석은 메뉴를 닫고, 자기 대신 고삐를 쥐고 있던 케이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앗 하고 어깨를 살짝 흠칫하는 케이트. 진석은 히죽 하고 웃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스윽 고개를 들이밀었다. 말의 걸음걸이에 맞춰 좌우로 흔들거리는 암청색 머리칼과 하얀 살결로부터 왠지 모르게 옅은 포푸리 향기 같은것이 느껴졌다.
"허리 되게 가느다랗네. 음음."
"아, 주인님..."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으며 가까이 밀착하는 진석. 그러자 케이트의 새하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게 보였다. 진석은 그렇게 케이트를 뒤에서 껴안은 자세를 유지한채 그녀에게 질문했다.
"자 그럼 설명을 좀 들어보기로 할까? 뭐 무작정 죄다 때려눕히고 널 다시 끌고 온 내가 할 말은 아닌것 같긴 하지만... 좌우지간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봐."
"네에. 그게... 아까 들으셨을테지만 방금전 저를 데려갔던 사람은 제 둘째 오라버니입니다."
질문에 따라 사정 설명을 시작하는 케이트. 방금전의 사내는 자신의 둘째 오빠 웰런이라고 했다. 케이트는 이전 진석에게 설명했듯 가문의 삼녀로, 두 명의 오빠와 두 명의 언니가 있으며 자신이 그 중 막내라고 했다.
'2남 3녀 중 막내딸이라... 보통 막내딸 하면 버릇없거나 철딱서니 없는 느낌인데 케이트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단 말이지. 딱봐도 곱게 자란 규중처녀같아서. 이쁨받고 큰걸까?'
진석과 만나기 전의 케이트는 쭉 마족들의 도시 살루아에서 태어나고 살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혼기가 차 스토웰 가문을 위해 인근의 다른 명문가와 혼담이 오고가던 무렵,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하녀 한 명만을 대동하고 근처에 외출을 했는데... 그 이후부터 아무 기억이 없다고 했다. 정신이 들었을땐 눈 앞에 진석이 있었고, 그녀에게 있어선 진석이 모든것을 바쳐 성심껏 섬겨야할 대상임을 한 눈에 깨달았다나.
'노예 사냥꾼들이 어찌저찌 마족들의 도시 살루아까지 숨어들어가 그녀를 정신마법으로 제압해 납치해왔다는 이야긴가? 거 재주도 좋지. 아무튼 그렇게해서 케이트를 내 손으로 낙찰받고... 복종마법에 걸리고 나서야 다시 눈을 떴다 이거군. 하지만 케이트의 오빠가 그녀를 정확히 찾아온 건 어떻게 된거지?'
마치 진석의 의문에 대답하듯 케이트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마족들에는 여러 부류가 있고 각기 그 능력이나 특징이 다르다고 했다. 케이트 자신과 같은 영마족에겐 그림자를 다루는 능력이 있듯 교마족이라는 부류에겐 정령들과 소통하는 기술이 있었기에, 그 중 간혹 특출난 자는 마치 천리안처럼 제자리에서 먼 곳의 일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케이트는 아마도 교마족의 누군가에게 자신의 탐색을 부탁해서 웰런이 찾아온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허... 마족은 어디 박혀있는지도 모를 지하도시에서 산다나 어쩐다나 해서, 여태까진 통 아무 접점 없이 플레이 해왔던터라 잘 몰랐는데... 그런 능력이 있는 마족도 있었군.'
그리고 그 다음은 용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족들에게 있어 용이란 일종의 신수 비슷한 존재라나? 마족의 부류마다 제각기 어느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용에 대해선 신성하면서도 두렵고 절대적인 존재, 대충 그런 느낌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까전 진석이 용을 소환해 냈을때는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도망쳐버리고 싶었을 정도였다나.
'하긴 나도 여태까지 플레이하면서 용을 직접적으로 본 적은 없구만... 이 플라메우스를 통해 소환하는 아르도르의 대가리를 본게 전부니까. 아무튼 용이 마족에겐 꽤 먹어주는 존재란 말이지? 뭐 좋아. 만약 또 다른 누군가가 케이트를 데리러 오거나 한다면 허세만으로도 물러가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아니면 어느 다른 마족과 맞서게 되더라도 절대적인 승부카드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렇게 대강의 설명을 다 들은 진석. 케이트를 한층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목덜미에 슬쩍 입을 맞추었다. 케이트는 진석의 행동에 귓바퀴까지 빨갛게 달아오른채로 부끄러워했다. 진석은 한참을 케이트의 끌어안은채 그녀의 부드러운 목덜미에 입을 맞추다가 문득 물어보았다.
"저기 케이트.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네? 아뇨... 그... 딱히 제가 없더라도 가문의 유지엔 아무 지장 없으니까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즉답하는 케이트. 진석은 또 다시 물었다.
"혼담이라던가 뭔가는? 약혼자라도 있었던거 아냐?"
"아뇨. 그런건 아니에요. 어차피 혼담도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게 아니라 그냥 가문의 어른들간에 이야기를 막 꺼냈을 뿐이었고... 무엇보다 지금의 저는 러셀님의 곁에 있는게 가장 행복하니까요. 다른 어디에도 돌아가고 싶진 않답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미소짓는 케이트. 아 이것 참. 케이트가 인간이 아닌 마족이긴 하지만, 사실 엄하게 좋은 집안 처자 하나 잡아다 애꿎게 노예로 떨어트린 꼴이 아닌가. 그리고 진석 자신은 그런 그녀를 돈 주고 샀을 뿐이고.
'그것도 뭐 애정이 있었다거나 인간적인 동정심이라도 들어서 산게 아니지.'
딱 잘라놓고 말해 그녀가 아름다웠기에 그저 아랫도리 욕심이 들어 샀을 뿐이다. 그것도 미리안에게 돈까지 꿔가며 무리해서. 그럼에도 자신을 향해 이렇게 티없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다니. 그리고 방금전엔 자신을 찾아온 가족까지 그냥 내버려두곤 군말없이 자신을 따라왔고... 이거 이래도 되는걸까. 진석은 마음속에 남아있는 양심이 조금 찔리는게 느껴졌다.
'셀린은... 어찌보면 야생동물에 가까운 묘인족이니까 그래도 이런 느낌이 드는게 좀 덜한데, 케이트쪽은 내가 그녀를 찾으러 온 가족까지 물리쳐 버렸으니 거 참. 내가 해놓고도 새삼 이래도 되는걸까 싶네.'
이러니 저러니 하는 사이 진석과 케이트는 마을까지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을의 입구엔 왠지 눈에 익숙한 모습의 누군가가 보였다. 뭔가가 불안한지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며 전전긍긍하는 그 상대는... 다름 아닌 셀린이었다. 셀린은 케이트가 진석과 함께 돌아오자 반색하며 달려나왔다.
"케, 케이트! 돌아온거냐!"
양손을 파닥파닥 흔들며 헐레벌떡 뛰쳐나오는 셀린. 진석이 말에서 먼저 내리고 뒤이어 케이트를 내려주자, 셀린은 도도도 달려와 케이트를 와락 끌어안았다.
"으으! 케이트!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냐! 나... 약해서..."
"아니야. 그보다 몸은 괜찮은거야? 분명 많이 다쳤었는데 지금 이렇게 움직여도 괜찮아?"
"괜찮다냐! 주인님이 준 약을 먹었더니 깔끔히 나아버렸다냐. 케이트는 다친데 없냐?"
사이좋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셀린과 케이트.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진석은 왠지 모르게 제이스와 아르데나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아르데나는 제이스 역시 일종의 은인임에도 나에 대한 요... 욕망? 갈구? 그런것 때문에 내심 제이스에게 조차 질투심을 품고 있었다고... 미리안이 그랬었지. 게다가 나한테 그런일을 바라면서 채근해오기도 했었고. 하지만 이 둘은... 그런걸 걱정 할 필요가 없을것 같네.'
딱히 진석이 둘 사이를 신경쓰며 이래라 저래라 했던적도 없었거니와, 저희들끼리 알아서 사이가 좋은것 같으니 이건 이거대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석은 전력 질주 후 또 다시 두 사람을 태우고 오느라 꽤 지쳐있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셀린에게 말했다.
"야 근데 이 녀석~ 주인님은 눈에도 안 들어오고 케이트부터 챙기냐?"
"에? 아... 아니다냐! 주, 주인님도 걱정 했었다냐. 에헤헤."
케이트의 품에 완전히 몸을 묻은채 그런말을 해봐야 별 설득력이 없는걸? 게다가 셀린을 안고 있는 케이트의 모습은 뭐랄까. 흡사 다 큰 동생을 품에 안고 있는... 아니, 동생보다는 왠지 커다란 애완동물을 안고 있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셀린이 모자와 꼬리도 감추지 않은채라 어째 더더욱 그래보였다. 진석은 좀처럼 케이트의 품에서 꼬물거리며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셀린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파앙 소리가 나게 때려준 다음 말을 마을 안쪽으로 끌고가며 말했다.
"자. 아무튼 다시 모였으니까 이제 돌아가자. 마차는 여관쪽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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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으로 돌아간 진석은 셀린과 케이트가 머문 숙박비 겸 수리비로 주인에게 금화를 한움큼 쥐어주었다. 여관 주인이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져 엄청 좋아했음은 물론이다. 어차피 포먼과 연줄이 있는 상대니 돈 문제따위 일일이 신경 안써도 될테지만 주머니가 넉넉한 이상 딱히 이런걸로 쩨쩨하게 굴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적당히 필요한 물건들을 보급한 다음 마을 동쪽 방향으로 빠져나왔다. 혹시 케이트의 오빠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을까봐 걱정했지만 용으로 협박한게 주효했던지 달리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창염의 검은 마차의 짐칸에 싣고, 셀린과 케이트를 양 옆에 태운채 마차를 몰았다. 둘에겐 그녀들과 따로 떨어져 혼자 캐버너에서 머무는 동안 있었던 일을 적당히 이야기 해주었다. 그냥 주로 토너먼트에서 싸웠던 상대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차피 그녀들은 진석 자신의 노예들. 이 둘에겐 무슨 이야길 하더라도 아무 상관없을테지만 그래도 왕세자를 암살하려 했다거나 하는 함부로 들려주기 곤란할만한 부분은 적당히 생략했다.
셀린과 케이트는 진석과 떨어져 지내는 며칠동안 별 일 없이 여관에서만 머물렀다고 했다. 셀린은 실컷 고기를 먹고 잠만 자는 나태한 일상을 보냈고, 그나마 케이트는 그 살집좋던 여관 주인 아줌마에게 이야기해 주방을 빌려 요리 연습을 좀 했다나. 그 짧은 새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한건지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 확인을 해보니 케이트의 요리능력은 무려 C랭크까지 올라가 있었다. E랭크에서 며칠새 단번에 C랭크까지 올리다니. 대단한 진전이었다. 진석의 칭찬에 케이트가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마차를 몰고 반나절. 저녁때가 되어 어느 작은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도 캐버너 남부의 관문같은 도시로, 규모는 여느 도시보다 조금 작지만 일종의 교차점과 같은 위치라 오가는 물동량이 많아 나름대로 번성해있는 곳이었다. 진석은 꽤나 시설이 좋아보이는 여관을 찾아 큰 방을 하나 빌렸다. 방에 들어가 한쪽에 짐을 내려놓고 의자에 걸터앉자니 왠지 모르게 맥이 빠지는 진석.
'아아, 교단에 돌아갈때까진... 약 보름 가량. 또 다시 이렇게 마차로 여관을 전전하거나 길바닥에서 야숙하며 돌아다니는 신세군.'
방랑자 플레이라... 하긴 스스로 생각해봐도 딱 글자 그대로 방랑자다. 비록 헤세스모데우스 교단에 소속된 신분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쭉 대륙 여기저기를 떠돌아만 다녔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너무 오랫동안 여러나라를 돌아다니고 있자니 어째 그것도 좀 지치는 느낌이었다.
'거 먼길을 나다니면 여독이 쌓인다고도 표현하는데... 나는 게임을 시작한 이후 쭉 온갖곳을 돌아다니기만 했잖아? 가끔은 집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푹 쉬고싶달까... 아니, 잠깐. 새삼 생각해보니 나 아직 집도 없네?'
그나마 지금의 진석에게 있어 집에 가까운 고정적인 주거지라고 하면 교단 사원내의 자기방이라고 할까?
'하지만 고작 그 방 한칸을 집이라고 표현하기엔 역시 무리가 있지.'
그리고 미리안을 도와 세계멸망 엔딩을 향해 나아간다면 어차피 집 같은건 아무 소용도 없을터. 게다가 자신의 추측대로라면 미리안이 4대 원소와 관련한 강력한 물건들을 모으고 있는거라면 폭풍의 지팡이와 대지의 눈, 그리고 창염의 검까지 해서 4대 원소 중 이미 바람, 땅, 불. 도합 세 가지의 준비물이 미리안의 손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태평하게 집 타령이나 해도 될까?
'...에이 뭐 그건 그거고. 이번에 교단에 돌아간다면 미리안한테 돈이라도 왕창 뜯어내서 그럴듯한 집이라도 한 채 장만해야겠어. 망할땐 망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거나 쓸 수 있는건 전부 써먹어야지.'
어쨌거나 집이 있으면 노예들을 고정적으로 머물게 할 수도 있으니 아무래도 좀 낫겠지. 게다가 엘리야도 자기 집이 있는데 자신은 아직도 여관방이나 전전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한참을 멍때리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셀린과 케이트가 다가와 앞에 마주앉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둘이 힐끔힐끔 이쪽 눈치를 보는게... 꼭 뭔가 할 말이 있는것 같았다.
"뭐야, 왜 그래?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네에. 실은 저... 음 그게..."
왠지 모르게 말하길 주저하는 케이트. 그러자 셀린이 대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주인님. 주인님은 우리하고 그 일... 하지 않는거냐?"
"...그 일이라니?"
"그, 그러니까... 교미 말이다냐 교미."
본인이 말하면서도 얼굴을 붉히는 셀린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살짝 돌리는 케이트.
'아... 아니 물론 너희들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는건 아니거든?'
배를 타고 이동할땐 배멀미 때문에, 그리고 캐버너에서 머물때는 토너먼트와 그에 대비한 기술을 익히느라 그저 잠시 뒤로 미뤄뒀을 뿐인데? 하지만 계속해서 케이트가 말을 이었다.
"저희 둘은 언제 어느때건 주인님의 요구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만... 지금까지 달리 손을 대시지 않는다는건... 호, 혹시 주인님의 신체에 그럴만한 문제가 생겨서인게 아닐까 싶어서 걱정이 되는터라."
그... 그럴만한 이유라니? 너희들 날 뭘로 생각하는거냐? 고자라도 된게 아닐까 싶은거냐? 그런거냐? 하지만 셀린은 케이트의 말에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경험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케이트가 그랬다냐. 이따금 남자 중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거시기가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부류도 있다더냥. 저번에도 그렇다냐. 주인님이 날 실컷 만지기만 하고 그 이상 아무일도 하지 않은걸 생각해보면..."
아니 그건 그때 케이트가 뒤에서 무~서운 눈으로 뒤를 노려보길래 어쩌다 보니 다음기회에 하자 하고 넘겼을 뿐인데...
"저... 만약 주인님의 몸에 그러한 종류의 흠결이 있더라도 저희들이 노력해서 도와드릴테니 부디..."
왠지 모르게 간절한 어조로 말해오는 케이트. 이렇게되니 진석은 어처구니가 싹 달아나 버렸다. 그저 황망한 표정으로 둘의 말을 듣고 있었을뿐.
'이... 이 녀석들. 둘 다 경험이 없는 몸이니 기껏 생각해서 나중에 한 명씩 따로따로 천천히 진도를 빼주려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내 배려는 생각치도 않고, 뭐? 거시기가 어쩌고 어째? 제 구실을 못해? 아니 그리고 너희들 애당초 엘리야 집에서 내 물건이 멀쩡한걸 분명 봤었잖아? 그걸 보고도 이게 뭔 헛소리야?'
좌우지간 남자로서 이런 무시를 당하고도 참을 수 있을까. 안되겠다 이 녀석들! 진석은 이렇게 된 이상 이 기회에 두 노예에게 주인님의 권위를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진석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둘에게 다가가 자리에서 잡아 일으켰다.
"엣? 주, 주인님...?"
"냐앙? 갑자기 왜 그러냐?"
"시끄러 이것들아. 뭐가 어쩌고 어째? 잘도 제멋대로 떠들어 줬겠다? 둘 다 이리로 따라와!"
내가 르마쿠르 같은 상변태 자매들도 혼자서 몇 번이고 쓰러트렸던, 거시기만이라면 정말 극한까지 단련된 몸이구만! 어디 경험도 없는 처녀들 주제에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아? 진석은 셀린과 케이트를 질질 끌고 침대까지 가서 둘을 그 위로 쓰러트렸다. 진석은 허리에 척 하고 양손을 얹은채 묘하게 기대감을 품은 셀린과 케이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난 말이다. 너희 둘 다 경험이 없으니 상황을 봐서 차례대로 상대해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거 잘 됐네. 너희들 몸으로 직접! 이 주인님 몸에 이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확인시켜주마. 옷 벗어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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