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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 부회의 방랑자-133화 (133/155)

< --   - 11.   -- >         * 133화 *

좋은방에서 호사스런 식사를 하고, 여느때처럼 두 노예와 함께 마음껏 육욕을 채우곤 그대로 알몸뚱이로 잠든 진석. 문득 눈을 떴다. 한참 어두운 방의 모습. 아직 새벽인가?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오른쪽에선 고양이처럼 몸을 동그랗게 만 셀린이 낮은 숨소리를 내며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케이트가 있어야 할 왼쪽은... 어째서인지 비어있었다.

'어라. 어디간거지?'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어둑한 방안을 휘이 둘러보는 진석. 케이트는 달리 어디간것이 아니라 방안에 있었다. 그녀는 알몸위에 진석의 셔츠만을 한 장 걸친채로 창가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고요한 새벽의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셀린을 깨우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와 케이트에게 다가가는 진석.

"아니 케이트. 이런 새벽에 혼자서 뭐하고 있어?"

"잠이 안 와서요. 이런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낮에 주인님이 마차를 몰아주시는 동안... 저는 책을 읽다 깜빡 잠들어 의도치 않게 한참이나 낮잠을 잤었거든요."

그렇게 대답하며 싱긋 미소를 짓는 케이트. 그냥 옆에 덜렁덜렁 데리고 다녀서 인식이 희미해져 있었지만 확실히 케이트는... 어둠속에서 사는 마족이긴 한 모양이다. 밝은 일광이나 조명 아래에서 보다 어스름한 달빛을 받는 어둠속에서의 모습이 어쩐지 더 아름답게 보였다. 그리고 문득 창 밖을 내다보자니... 거리엔 낮에 보았던 흰색 제복의 남자들이 드문드문 돌아다니고 있는것이 보였다. 디에스교의 문장이 들어간 제복을 차려입은 무장한 2인 1조의 사내들.

'아니 뭐야 저 놈들은? 이 새벽에... 혹시 순찰? 아니 그야 일반적인 경비대도 야간에 순찰을 돌긴 하지만 저놈들은 지들이 뭐라고 대체...'

게다가 숫자를 보니 낮에 보았던 인원에 비해 별반 줄어있는것 같지도 않다. 대충 너댓 블록 당 한 조씩 돌아다니는것 같은게... 설마 밤에도 계속 저지랄로 돌아다닌단 말인가? 하이고 거... 치안만큼은 끝내주게 유지되겠구만. 에라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바 없다. 진석도 의자를 하나 끌어다 케이트의 앞에 앉았다. 케이트는 진석이 자신의 앞에 마주 앉으니 이쪽으로 몸을 슬쩍 기울이며 질문했다.

"주인님. 잠이 안 오신다면... 편하게 주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까요?"

어... 뭘? 뭘 도와주겠다는거야? 진석이 대답없이 가만히 있자 케이트는 긍정의 의미라고 생각했는지 한 손으로 머리칼을 귓바퀴 너머로 쓸어넘기며 진석의 다리사이로 고개를 숙이려고 들었다. 아아. 그런 의미였냐. 진석은 막 입술을 벌리고 물건을 입안에 머금으려는 케이트의 어깨를 붙잡고 도로 일으켰다.

"아니아니. 지금은 괜찮아."

지금은 뭐 그냥 자다 깬거라 그럴 생각도 없거니와... 어젯밤에도 그렇게 실컷 했었는걸. 아무리 쉬지않고 싸댈 수 있다고 해도 나도 최소한의 충전 정도는 해야할거 아니냐. 진석이 제지하자 아쉽다는듯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슬쩍 핥는 케이트. 머리에 뿔까지 달린데다 워낙 요염한 분위기가 있는 케이트다보니 입술을 혀로 핥는 모습만으로도 자연스레 요마 서큐버스가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서큐버스는쪽은 악마고 케이트는 마족이니 엄연히 종이 다르긴 하다만... 그래도 실제 서큐버스도 아마 대충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조금 응석을 부려도 괜찮을까요?"

"응?"

슬쩍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자연스레 진석의 무릎위로 기대어 앉는 케이트. 굳이 말하자면 케이트는 슬렌더 보단 글래머에 쪽에 가까운 편이라 그리 가벼운건 아니었다만... 그래도 맨살에 닿는 그녀의 온기가 싫진 않았다. 얇은 셔츠 자락 한 장 너머로 케이트의 등이 자신의 가슴에 와닿았다. 자연스레 그녀를 끌어안으며 아랫배쪽으로 양 손을 두르는 진석.

'여자의 몸이라는건 참 신기하지. 솔직히 요 며칠새 지겨울 정도로 그렇게나 같이 뒹굴었는데도 막상 또 품에 안고보면 이렇게나 사랑스러우니.'

그리고 아까 관계후 그대로 그녀들 사이에 누워 잠들었었는데 케이트는 자신이 잠든 이후 따로 씻고 나왔던 모양이다. 밀착한 그녀의 몸에서부터 상쾌하면서도 달큼한 향기가 코끝에 풍겨졌다. 케이트는 진석의 무릎위에 앉아 안긴채로 잠시 기대어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저기 주인님. 염치없는 부탁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케이트를 무릎위에 앉힌채 꼭 끌어안고 체온과 부드러운 살결을 만끽하던 진석은 지체없이 대답했다.

"뭔데. 괜찮으니 말해봐."

자신과 케이트는 단순히 돈과 마법으로 엮어진 주인과 노예의 관계.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제대로 맺어진 형태의 관계는 아니다만... 그럼에도 얌전하면서 순종적인 케이트가 퍽 맘에 들었다. 어지간한 부탁이라면 당연히 뭐든 들어줄 수 있었다. 진석의 허락이 떨어졌음에도 한참 침묵을 지키던 케이트는 이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고, 주인님이 내키신다면..."

쉽사리 뒷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뜸을 들이는 케이트. 진석은 케이트를 한층 강하게 끌어안으며 물었다.

"내킨다면?"

"그...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제가 나고 자란 마족들의 도시 살루아에 함께 가주실 수 없을까 하고..."

"......"

대답없이 품에 안은 케이트를 천천히 쓰다듬는 진석.

'그러고보니 거 며칠전에 케이트의 큰 오빠인 카일이 그녀를 되찾으러 왔을때... 카일이 케이트에게 다가가서 뭐라뭐라 속닥거리더만. 그게 이 얘기였었나?'

진석은 아르도르의 폭염을 보여 준 후 자신을 바라보는 카일의 눈초리가 180도 변했다는걸 놓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런 카일이 케이트에게 자신을 데리고 고향의 저택으로 한 번 데려오라는 종류의 이야기를 건넸다면... 만약 그렇다면 카일의 내심쯤은, 진석도 쉽사리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렇군. 기왕 이리된거 여동생을 미끼로 용의 힘을 구사할 수 있는 나를 끌어들여보고 싶다~ 뭐 이런걸까?'

그나저나 마족들의 도시 살루아라. 그건 또 어디 박혀있는거야? 분명 지하도시라고 했으니 어디 뭐 찾기 힘든곳에 틀어박혀 있을것 같긴 하다만... 하지만 지금 굳이 자신이 마족들의 도시에 찾아갈 이유도 없었고 그런다고 해서 딱히 얻을 수 있는것도 없을 것 같았다. 뭐 카일이 스토웰 가문이란 곳의 장남이고 대충 분위기만 봐도 그런대로 잘 먹고사는 가문같으니 찾아간다면 대접정도야 잘 해주긴 할테지만... 단순히 물질적인 보상이나 댓가로만 치면 미리안이 있는 교단쪽이 훨씬 압도적이었다.

'여긴 금화 1만닢쯤 용돈 주듯 내어주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곳인걸.'

진석이 대답없이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자 거부의사라고 생각한건지 약간 당황해하는 기색으로 말을 계속하는 케이트.

"저기, 그... 주인님이 불편하시거나 그럴 생각 없으시다면 가지 않으셔도 괜찮으니까요. 방금 전 이야기는 그냥 잊어버려주시고 없었던걸로..."

"응? 아니야. 못갈거 없지. 딱히 근시일 내에 갈수있다곤 말 못하겠지만 살다보면 언제고 한 번쯤 함께 가 볼 기회가 생기겠지?"

태연하게 대답하는 진석. 딱히 살루아에 갈 생각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지 못할것도 없었다. 물론 납치당해 노예로 팔려온 케이트를 돈 주고 산 주제에 당당히 그 가문에 가보겠다는것도 참 뻔뻔하다 못해 철판수준의 안면두께를 자랑하는 행동이겠지만... 하지만 케이트는 진석의 대답이 기뻤는지 이쪽으로 몸을 돌려오더니, 감격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품에 와락 안겨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정말로..."

아니 별 대단한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언제고 가능하면 한 번 가지 뭐~ 정도의 말을 했을뿐인데 이렇게 고마워해서야 되려 이쪽이 머쓱하다. 하지만 셔츠자락을 비집고 나온 케이트의 봉긋한 가슴이 자신의 가슴에 맞닿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으므로 그냥 그러려니 케이트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 그렇게 케이트의 부드러운 여체를 한참 안고있자니... 어째 아랫도리의 아들놈이 슬슬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문득 자신의 허벅지를 찔러오는 그 물건의 존재를 눈치챈 케이트는 후후 하고 농염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겨우 한 겹 걸치고 있던 셔츠를 사락 벗어내렸다. 의자 위에서 완전한 알몸으로 마주한 두 명의 나체.

"다시 이렇게 힘이 돌아오셨네요. 그럼 제가... 이 작은 주인님을 어떻게 달래드릴까요. 입으로 해드릴까요? 아니면 역시..."

스윽 다리를 벌리며 진석의 위에 대면좌위 식으로 걸터앉는 케이트. 잔뜩 성이 난 진석의 음경이 케이트의 비부에 눌려졌다.

"이쪽을?"

눈을 가늘게 뜨며 그야말로 색스러운 웃음을 짓는 케이트. 그녀의 외모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이렇게나 고분고분하고 얌전한 성격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뭐 입이건 아랫쪽이건 어느쪽도 다 좋았다. 가슴에 불이 당겨지는 느낌이었다. 진석은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며 즉시 한 손으로 케이트의 뿔을 움켜쥐고 자신의 얼굴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거이거. 감히 허락도 없이 주인님 위에 이따위로 걸터앉다니? 건방진 노예인걸."

"아... 죄송합니... 읍."

진석은 한 손으로 케이트의 뿔을 움켜쥔채, 지금부터 당할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한 표정을 띄우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한참이나 혀를 섞으며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과 혀를 맛보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그녀를 창틀위에 엎드려 기대게 했다.

"주, 주인님...?"

사방이 어두컴컴한 새벽. 호텔의 3층 창문. 딱히 누군가 볼 사람이 있을만한 시간이나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창밖으로 상체를 드러내서야 남의 눈에 띄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케이트는 진석이 자신을 창틀 위에 엎드리게 하니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진석은 왼손을 뻗어 그녀의 뿔을 쥐고 머리를 내리 누르며 오른손으론 새하얀 엉덩이를 스윽 훑었다.

"닥쳐. 다리 벌려."

상냥한 평소와는 달리 거칠고 험악한 말투. 하지만 케이트는 이것이 그저 주인이 좋아하는 플레이의 일종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에게 진짜로 견디지 못할정도의 모멸을 주거나 심한 가학행위를 하는것도 아니었으니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이 남자에게 속한 노예라는것을 일깨워주는 정도의 행위였달까? 그리고 케이트 본인 역시 이렇게 노리개 취급을 당할때마다 스스로 흥분하고 더 자극적인 취급을 받고 싶어한다는걸 깨닫고 있었다. 이 남자를 위해서라면 어떤한 행위에도 진심으로 응할 준비가 되어있었으니까. 케이트는 진석이 삽입을 하기 좋게 스스로 다리를 벌리며 대답했다.

"네에... 부디 주인님이 원하시는대로..."

다리를 벌리자 민감한 비부 위로 부드러운 손길이 와닿는게 느껴졌다. 남자라고 해도 케이트는 자신이 섬기는 이 주인님 한 명 밖에 모르지만... 딱히 다른 남자와 비교해 볼것도 없이 이 사람은 분명 특별했다. 가벼운 손놀림만으로도 절정에 달할 정도의 자극을 손쉽게 선사했으며 본행위에 들어가서도 어떻게 이럴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지치지도 않고 자신의 육체를 휘두르며 가지고 놀았다. 게다가 매일밤 셀린까지 상대하면서도 결국 먼저 떨어져 나가는것은 셀린과 본인쪽이었다. 이 남자가 선사하는 쾌락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저 자기 좋을대로 행사하는 일방통행스러운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굴복할 수 없을 만큼 분명 대단했다. 손끝이 음순과 클리토리스를 매만지고 보듬을수록 호흡이 가빠졌다. 저릿하게 퍼져나가는 쾌감이 자궁과 하복부를 지잉지잉 울려댔다. 자신의 깊은곳 안쪽에서 물기가 어리는것이 느껴졌다.

"아흣... 주, 주인님."

슬쩍 뒤를 돌아보며 애달프게 재촉하는 케이트. 그녀는 진석이 예민한 촉감을 살려 가한 약간의 애무만으로도 금방 달아올라버렸다. 요 최근 매일같이 관계하며 열심히 길을 들여준 보람이 있었달까나? 정말 얼마전까지만 해도 처녀였다는걸 믿을 수 없을정도로 남자의 육체를 갈구하는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진석은 양 손으로 그녀의 뿔을 무슨 운전대 핸들처럼 쥐며,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안에 거침없이 찔러넣었다. 고개가 뒤로 젖혀진 케이트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아아! 들어... 들어왔습... 아, 아앗."

내부를 채우는 충만감에 들떠있던 케이트는 그제서야 자신이 창밖으로 상체를 내민 상황이란걸 깨달았다. 비록 새벽이고 통행인이래봐야 흰색 제복을 입고 거리를 순찰하는 디에스 교단측의 사내들 몇몇 뿐이지만... 이대로 소리를 내다보면 그 중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를 상황. 케이트는 스스로 입을 틀어막으며 입 속으로 신음성을 삼켜넘겼다. 애써 소리를 내지 않으려 참는 애처로운 모습이 귀여워 진석은 뿔을 꽉 움켜쥔채 허리를 아주 거칠게 앞뒤로 움직였다. 하지만 규칙적이 아니라 지극히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빠르게 찔러대다 갑자기 페이스를 늦춰 천천히, 슬근슬근 찌르다가 갑자기 또 연속으로 찌르기도 하고, 자궁구안으로 귀두가 파고들어갈 정도로 끝까지 찔러넣은채 문질문질 돌리거나 비비기도 했다. 뿔을 붙들린채 일방적으로 농락당하는 케이트의 입술 틈새로 거친 호흡과 새된 비음이 흘러나왔다.

"아으... 흣. 으으... 하악. 아, 아흐..."

"뭐야 케이트. 점점 소리가 커지는데? 그렇게나 남들 앞에서 지금 섹스를 하고 있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거야? 넌 수치라는걸 모르나?"

케이트를 꽈악 붙잡은채 그녀의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는 진석.

"아, 아니... 그... 응! 아아!"

진석은 고개를 저으며 힘겹게 대답을 하려는 케이트를 창틀위로 꽈악 짓누르며 허리를 붙들고 마구잡이로 피스톤 운동을 했다. 자신의 아랫배와 케이트의 엉덩이가 과격하게 부딪혀 퍽퍽 소리가 날 정도였다. 케이트는 그야말로 이를 꽉 물고 부들부들 떨며 입에서 새어나오려는 목소리를 꾹 참아냈다.

'에이 거 참. 그렇게나 열심히 참으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그럼 이번엔 어디...'

자신의 검지손가락 끝을 쪼옥 빨며 침을 바른 진석. 케이트의 항문도 조금 괴롭혀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두운 거리 저 먼곳 어딘가에서 쿠웅 하고 낮은 폭발음 같은게 들려오는걸 들었다. 그 즉시 멈칫하고 굳는 진석의 동작. 케이트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거친 숨결을 토하면서 고개를 슬쩍 들었다.

"하아, 하아... 지금... 뭐였죠?"

"...글쎄. 여기서 꽤 떨어진곳에서긴 하지만 분명 폭발음 같은게 들렸는데."

그리고 폭발음 같은것 때문인지, 거리에 드문드문 흩어진채 순찰을 하며 돌아다니던 흰색 제복의 사내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폭발음이 났던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상황인진 알 수 없었지만, 진석은 뭐가 보통일이 아닌것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이런 젠장. 분명 내가 호기심 충족 차원에서라도 이삼일쯤 머물며 이놈들이 세금 잔뜩 걷어다 어디다 쓰는지 조사해보자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만... 하필 재미보고 있을때 뭔가 일이 터지다니? 젠장, 거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것들!'

그것도 이런 새벽 오밤중에! 게다가 만약 잠에서 깨지 않고 그냥 자고 있었더라면 정말 못듣고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정도의 폭발음이었다. 꽤 멀리서, 낮은 느낌으로 쿠웅하며 울리듯 들려온 소리였으니까. 진석은 잠시 어쩔까 고민하다 곧 칫 하고 혀를 차며 케이트의 몸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있던 자신의 물건을 빼내었다. 케이트의 질육에서 분비된 애액으로 흠뻑 젖어있던 자신의 음경은 물기어린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하읏 하고 아쉬움이 가득 담긴 한숨을 토해내는 케이트. 진석은 조금 전 케이트가 발치에 벗어둔 자신의 셔츠를 주워 걸치며 방 구석에 놓인 자신의 짐배낭으로 다가갔다.

"주... 주인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상기된 얼굴로 거칠어진 호흡을 추스리며 진석에게 질문해오는 케이트. 진석은 짐배낭 위에 대충 널어두었던 장비들을 챙기고 배낭 안쪽에 마구 쑤셔박아 두었던 옷가지를 끄집어 걸치며 대답했다.

"잠깐 나갔다 오겠어. 넌 여기서 셀린하고 기다려."

"하, 하지만 어째서죠? 무슨일인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주인님이 나가시려는건지... 혹 무슨 위험한 종류의 일인지도 모르니 그냥 여기서 계시는게..."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해오는 케이트. 진석은 바지에 다리를 쑤셔넣듯 훌훌 걸쳐입고, 그 위로 전투용 벨트를 걸치며 대답했다.

"케이트. 네가 날 걱정해 주는건 고맙다만... 너 뭘 착각하고 있는거 아냐?"

"...네?"

"난 네 주인이고, 너는 내 노예야. 네가 날 돌봐주는게 아니라 그 반대라고. 아니면 넌 스스로가 섬기는 주인이 그렇게나 못 미더운거냐? 내가 무슨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꼬맹이로 보여?"

진석의 말에 입을 꾹 다물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케이트. 아차. 이거 말이 좀 심했나? 그래도 딴엔 걱정해서 한 말일텐데... 하지만 자신의 생각도 모르고 함부로 간섭하려는게 왠지 거슬려서 그만 그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케이트는 금새 양 손을 앞으로 모으고 최대한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주인님의 말씀대로이십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에... 아니 또 이렇게 구니까 괜히 한 마디 한게 미안해지잖냐? 쳇. 그러는 사이 장비들을 다 걸치고 마지막으로 암살자의 망토를 두른 진석은 곧바로 문을 통해 방에서 빠져나가려다... 몸을 돌려 아직 창가에 서있는 케이트에게 다가갔다. 막 방에서 나가려던 진석이 다시 돌아오니 의아한 표정을 짓는 케이트. 진석은 끄응 하며 그녀의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케이트를 와락 품에 껴안곤 매끄러운 등허리를 차분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아무튼 걱정마. 금방 다녀올께."

"...네. 다녀오십시오."

아으 머쓱하다. 아니 낯부끄럽다!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이람. 진석은 케이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창문을 통해 곧바로 어두운 도시의 밤거리로 뛰어내렸다.

'고작 3층 따위!'

오래전, 진석은 데오그라즈의 베이머스 호텔 3층에서도 뛰어내린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그땐 양 어깨에 에나의 시체와 기절한 제이스의 몸, 그리고 무거운 짐배낭까지 짊어지고 있었던터라 자신의 체중을 한참 초과하는 무게때문에 위험했었지만... 지금은 겨우 장비 몇가지 걸친 가벼운 몸! 진석은 흡사 고양이처럼 밤거리에 가볍게 안착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자니 케이트가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두워서 분명하진 않았지만 왠지 식겁한 표정을 짓고 있는것이, 자신이 갑자기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터라 놀란것이리라. 이래저래 하는짓마다 걱정만 끼치는구만. 진석은 케이트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곤 아까 흰색 제복의 사내들이 달려갔던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조금전까지 한참 섹스를 나누던 흥분감이 남아서일까. 정체모를 폭발음을 쫓아 인적없는 밤의 거리를 달려나간다는것 만으로도... 왠지 모를 희열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가상현실임에도 아드레날린이라도 분비되는건가?

'그나저나 대체 뭘까. 이 오밤중에 뭐가 터진거지? 세금을 끌어모으는것과 관련이 있는걸까?'

전속력으로 달려나간 진석의 모습은 순식간에 어둠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졌다. 그 모습을 창가에서 내려다보던 케이트는 가슴께에 손을 얹으며 가벼운 한 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제멋대로인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런 그가 너무나 좋았다. 그때 침대쪽에서 흠흠 하는 헛기침 소리가 들려와 케이트는 깜짝 놀라며 옆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일어난 셀린이 침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꼬리를 흔들거리고 있었다.

"헤헤... 난 다 봤다냐."

"...셀린. 깨어있었어?"

"묘인족의 청력을 얕보지 말라냐. 분위기를 깰까봐 얌전히 누워 있었을뿐, 자는것 같아도 나는 주변의 소리를 다 듣고 있다냐. 왜 인간들 사이엔 그런말도 있잖냐. 밤말은 새가 듣고 낮말은 쥐가... 어라? 뭔가 다른데?"

푸훗. 케이트는 엉뚱한 말을 하며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셀린을 보여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요샌 자꾸 늦은 오후나 되어 글을 올리다보니..

오늘은 아예 하루가 바뀌자 마자 올려봤습니다. 가끔은 이럴때도 있는거지요. 하하.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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