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2. -- > * 137화 *
"러세에에엘!"
제이스는 미리안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흡사 거액의 빚을 떼인 채권자마냥 험악한 형상으로 진석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즉시 그 앞을 셀린과 케이트가 가로막았다. 멈칫한 제이스는 그녀들을 노려보며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
"...대체 너희들은 뭐야? 저리 안 비켜?"
제이스의 눈꼬리가 끝까지 치켜올라간데다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짜증은 그야말로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느낌. 하지만 셀린이나 케이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대꾸했다.
"흥! 비킬 수 없다냐."
"주인님을 향한 무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셀린과 케이트를 매섭게 쏘아보는 제이스. 아 정말! 이 계집들은 도대체 뭐냐고! 제이스는 두 여자 너머에서 히죽거리는 진석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러셀! 장난질 그만하고, 이것들 안치워? 이게 무슨 짓이냐고!"
아이고~ 저놈의 성질머리 참. 귀가 따갑다. 진석은 셀린과 케이트 사이에 끼어들며 손을 뻗어 그녀들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뭔짓은. 이런짓이지."
상대를 도발하는듯한 능글거리는 말투. 제이스가 주먹을 꽉 모아쥐는 것이 보였다.
"너... 너어 정말."
"게다가 요런짓도 할 수 있다고?"
손을 뻗어 제이스의 눈앞에서 셀린과 케이트의 가슴을 더듬어대는 진석. 둘은 생전 처음보는 타인앞에서 가슴이 마구 주물거려지는 와중에도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하긴 커녕 되려 기쁜 표정을 지으며 진석에게 교태롭게 매달려왔다. 이젠 분노를 넘어선 허탈감에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제이스. 진석은 실실거리며 제이스에게 말했다.
"거 입 닫아라. 벌레라도 들어가겠다."
"아니... 러셀 너 진짜... 이 무슨..."
엄청나게 밝히는 남자라는 것쯤 충분히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눈 앞에서 대놓고 이런짓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그리고 아무리 밝혀도 그렇지, 지금까지 쌓아온 서로간의 관계가 있는데 이건 도대체 무슨짓이란 말인가? 하지만 진석은 셀린과 케이트를 놓아주곤 제이스의 곁에 슬쩍 다가서며 말했다.
"노예라고 노예."
"...어?"
"그러니까 이 둘은 노예라고. 한심하긴. 뭘 그렇게 열을 내고 있어?"
노... 노예? 저... 두 계집이? 몇번이고 셀린과 케이트, 그리고 진석을 번갈아보는 제이스. 마른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나서야 재차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노예 따윌... 대체 왜? 어째서?"
제이스가 어벙벙한 표정으로 반문하자 진석은 제이스의 허리에 슬쩍 팔을 두르고 함께 복도를 천천히 걸어나가며 설명했다.
"어째서는 뭘. 너도 방금전에 봤잖아? 내가 미리안이 지시한 일을 처리하고 온거. 이번엔 북쪽의 올린스턴 왕국까지 가서 창염의 검이라는 물건을 회수해왔다고."
"응? 으... 으응."
"그런데 이번 일을 처리하는데엔... 계획상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여자들이 꼭 필요했다고. 하지만 너나 아르데나는 그란델쪽에 가있었는걸? 하다못해 엘리야의 손을 빌리고 싶어도 걔는 또 걔대로 자기 일이 바쁘고.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야했겠어? 이런 일에 돈으로 고용해서 쓸 수 있는 사람을 쓸까? 그건 또 말도 안되잖아. 그러니 이건 어디까지나 미리안이 시킨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이 노예들을 샀을뿐이라고. 알겠어?"
그런... 그런거였단 말인가? 그런거라면... 이런 정체모를 여자들을 방 안까지 들였어도 아무말도 하지 않던 대신관님의 태도도 분명 이해가 가긴 한다. 아직 완전히 납득하지 못한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진석을 바라보는 제이스의 표정은 어느정도 풀어져 있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진석의 말은 그냥 거짓말이었다.
'일에 필요하긴 개뿔. 클립튼 일행에게 당한게 열받아서 옆에 달고 다닐 전투노예라도 사러갔다가 그냥 충동구매한것 뿐인걸.'
진석은 제이스를 옆에 안은채로 복도를 걸어가며 지극히 태연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뭐~ 나도 혈기가 넘치는 남자잖냐? 까놓고 사심이 없었다곤 말 못하지. 이 녀석들은 솔직히 말하자면 둘 다 외모를 보고 샀으니까. 덕분에 아랫도리쪽의 재미도 심심찮게 봤달까."
"......"
말없이 진석을 올려다보는 제이스. 하지만 아까와 같은 분노가 담겨있진 않았다. 그래 그렇지, 이 인간은 원래 이런 놈이였지~ 하는 왠지 자포자기에 가까운 느낌이었달까? 잠시 진석을 바라보던 제이스는 어깨를 늘어트리며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으이그 정말. 오랜만의 재회인데 대신관님과 한통속이 되어 사람 놀리기나 하고... 아, 아니. 그렇지 참. 너! 대신관님하곤 대체 무슨짓을 한거야!"
느닷없이 성질을 내며 진석의 멱살을 움켜쥐는 제이스. 셀린과 케이트에 정신이 팔려있던 제이스는 퍼뜩 아까전 미리안이 진석에게 키스를 한 일을 떠올린 것이다. 제이스의 행동에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셀린과 케이트와 한 발 나서려 했지만 진석은 뒤쪽을 향해 손짓으로 그녀들을 제지하며 제이스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어?"
그리곤 자신을 향해 끌어당기며 입맞춤. 따지려던 와중 느닷없이 키스를 당한 제이스는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해 했지만... 결국 별 저항은 하지 않고 진석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복도에 서서 한참이나 혀를 섞는 둘. 진석은 제이스의 호흡이 상당히 거칠어지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상기된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뒤로 한 발 물러나 손등으로 입술을 닦아내는 제이스.
"가... 갑자기 뭐야?"
"뭐긴. 키스잖아? 거 처음 연애하는 애들도 아닌데 일일이 고작 키스 가지고 떽떽거리지 좀 마. 이까짓게 뭐 큰일이라고."
그래. 틀린말은 아니다. 고작 키스따위. 뭐 평범한 성인간에 나누는 키스라면 별다를게 아니겠지만... 그게 대신관님과 하는거라면 충분히 큰일이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니 제이스는 자신이 정말 괜한 호들갑을 떨었던것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대신관 역시 외모가 어린아이라서 그렇지... 사실은 자기 나이보다 몇 배나 되는 긴 세월을 살아왔다는것쯤, 제이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비록 허신의 강림을 위해 모든걸 다 바친채 살아온 대신관이라지만 그녀도 분명 한 명의 여성. 어린아이의 육신이라도 그 내면엔 여러가지 감정이 있을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뭐 대신관과 자기 사이에 러셀을 놓고 벌이는 치정극 같은게 생겨날 일은 없을테지만...
'...아 정말. 내가 어쩌다가...'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된거지? 나도 정말... 바보 멍청이구나. 서로 처음 만나게 된 계기부터가 적이었던데다가, 처음엔 맘에 들지도 않았고 이래저래 엉망진창이었지만... 어찌됐건 지금 제이스 본인이 진석을 좋아한다는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제이스는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한참 입술을 우물거리다가도, 결국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진석의 옆에 와서 다가서며 팔짱을 꼈다.
"하아... 정말. 틈만 생기면 되는대로 모든 여자들에게 손을 뻗어대니... 어쩔 수 없잖아? 내, 내가 옆에서 더 이상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지켜보는 수 밖엔."
뒤쪽에 서있는 셀린과 케이트를 바라본 제이스. 그래. 저 둘은 노예란 말이지? 그럼 신경쓸 상대도 못되잖아. 자기 의지조차 거세된, 그냥 말 잘 듣는 인형이나 다름 없는 존재들인걸. 제이스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진석을 잡아 이끌었다. 하지만 진석은 그런 제이스의 태도를 지켜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허, 놀고있네. 같잖은 새침을 떨긴... 끝까지 본처 행세라도 하겠다 이건가. 하지만 아쉽구만 제이스 스콧필드. 너는 이미 내 리스트에서 이름이 지워졌거든?'
헤세스모데우스 교단을 배신하기로 결심한 진석은 대신관 미리안과 더불어 그녀를 따르는 수호자들 역시 모두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어떤 행동에 들어갈수는 없는 노릇. 그러니 한동안은... 이전처럼 평범하게 행동해야겠지. 진석은 제이스에게 이끌려 복도를 걸어가며 슬쩍 시선을 돌려 셀린과 케이트를 힐끗 바라보았다. 둘은 진석의 시선에 무언의 대답을 하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보였다. 저 둘에게는 앞으로 자신이 할 일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었다. 그야말로 수족과 다름없이 충실한 노예들이니 저 둘과 관련해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보다 문제라면... 일단은 아르데나랄까. 상황을 봐서 얘한테도 미리미리 약을 쳐놔야 할텐데. 자신의 감정마저 죽이고 전적으로 나에게 충성하는 노예들과는 달리, 아르데나에겐 나름대로 본인의 생각과 마음이 있을테니...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 지내며 서로 어느정도는 정이 들었을 제이스를 죽이고 교단을 박살낸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을거라는 보장도 없고.'
진석은 제이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물어보았다.
"어이 제시. 그러고보니 아르데나는 지금 어디있어?"
세월의 흐름이 은근히 느껴지는 꺼칠한 질감의 회색 벽. 그리 크지 않은 창문이 하나 뚫려있는 어느 방. 방 안에는 침대와 작은 탁자, 그리고 탁자에 딸린 의자 두 개와 벽 한 켠에 붙어있는 옷장 하나가 전부였다. 소박하다 못해 검소함마저 느껴지는 방이었다.
"...후우."
그리고 그 방안, 침대 한켠에 걸터앉은 아르데나가 오른손에 쥔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화려한 세공이 들어간 금반지. 삼각형을 둥글게 부풀린듯한 트릴리언 컷의 큼직한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아름다운 청혼반지였다. 다이아몬드의 크기가 상당한것이 아마 이 반지 하나만 팔더라도 어지간한 집 한 채 값이 나올법했다. 한참 반지를 매만지던 아르데나는 문득 자신의 목에 걸린 가죽끈 목걸이에 왼손을 뻗었다. 그 가죽끈의 끝엔 칼집에 꽂힌 본 나이프가 달려있었다. 하지만 내구도가 떨어지는 본 나이프는 그 수명이 진즉 다 했는지 중간 부분이 똑 부러져 있었는데, 철사같은걸로 얼기 설기 수선을 해서 간신히 이어붙여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글자 그대로 간신히 이어붙어 있을뿐. 더이상은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러셀... 오빠..."
진석을 떠올리며 본나이프의 자루를 만지작거리는 아르데나. 오른손에 쥔 반지와 왼손에 쥔 본 나이프를 번갈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다음 순간. 벌컥하고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훌쩍 방안으로 들어섰다.
"여어."
"...오, 오빠?!"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펄쩍 뛰듯 일어나는 아르데나. 어찌나 급하게 일어섰던지 순간 손가락 사이로 반지가 떨어져 바닥으로 땡그랑 하며 떨어져버렸다. 한 편 안면에 헤실거리는 미소를 띄우며 방으로 들어온것은 방금까지 그녀가 떠올리고 있던 상대, 진석이었다. 진석은 문을 닫곤 방으로 들어와 아르데나의 발치에 떨어져 있던 반지를 집어들었다.
"음? 이건 뭐야?"
"아, 그... 그건."
진석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곤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아르데나. 진석은 반지를 자신의 코앞까지 가져와 이리저리 돌려보이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호오. 다이아몬드인가. 이게 이만한 크기라면... 몇캐럿이지? 음 뭐 잘 모르겠지만 이거 무진장 비싸겠는데? 어디서났어?"
"......"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무슨 죄인마냥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아르데나. 진석은 반지를 엄지손가락으로 허공에 티잉 튕겼다가 손으로 다시 탁 잡아채며 말했다.
"아니 뭐. 사실 조금전에 제시에게 다 들었지만서도. 너 청혼 받았었다며? 우와~ 정말 대단해~"
"아, 아으! 그! 아니에요오!"
아르데나는 벌게진 얼굴로 진석에게 달려들어 손에 쥔 반지를 막무가내로 빼앗더니, 창가로 달려가 창문을 열어 젖히고 밖에다가 반지를 휙 집어던져 버렸다. 뒷터 풀밭 어딘가로 휙하니 사라져버린 반지. 진석은 아르데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잠시 벙쪄있다가 창가쪽으로 후다닥 달려와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아이고! 무슨짓을 하는거야? 엄청 비싸보였는데!"
"피, 필요없어요! 애당초 청혼이고 뭐고... 그냥 일방적으로 구애당한것 뿐이고..."
진석을 향해 필사적으로 변명하듯 말하는 아르데나. 진석은 그런 아르데나를 내려다보며 내심 만족하고 있었다.
'흐음. 제시가 그랬지. 그란델의 왕궁 안팎을 오가며 사전작업을 하는동안... 아르데나가 레오노르 공주의 수발을 들어줄 하녀로 가장할 필요가 몇 번 있었다고. 그리고 그러다보니 우연히 귀족연맹의 한 축 중에 하나인 무슨무슨 백작가 도련님이 아르데나를 보곤... 그만 첫눈에 반해버렸다나. 어찌나 홀딱 반했던지 막 틈나는대로 찾아오고 우격다짐으로 들이대고 온갖 난리를 치다가 결국엔 청혼반지까지 들이미는 통에 결국 잠시 빠져나와있을 수 밖에 없었다던가.'
그냥 철부지 귀족 도련님이라면 무시하거나 혼쭐을 내주면 그만이겠지만, 그 백작가문은 귀족연맹내에서 유력한 위치에 올라 있는데다 정치적으로도 이쪽을 전폭적으로 조력하는 입장이라 함부로 대할수도 없다보니...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하는 식으로 아르데나를 그냥 레오노르 공주의 곁에서 떼어놀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물론 그 백작가 도련님은 갑자기 사라진 아르데나를 찾아 이후로도 무진장 난리를 쳤다나. 진석은 거의 울상이 된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르데나를 마주보았다.
'뭐어... 하긴. 아직 어른이 되기에 나이는 조금 덜 찼지만... 아르데나도 이미 충분한 미인이긴 하지. 내가 옆에 있었더라면 까짓놈쯤 적당히~ 처리해 줬을텐데. 허허, 이거 별 꼴을 다 보는군.'
당장 자신이 꺾어서 가질 생각은 없다고 한들 어쨌거나 자기 꽃에 꼬이는 벌레는 싫은 법이다. 그나저나 몇달만에 보는거지만, 제이스는 전과 달리 아무 변화가 없었는데 비해... 아르데나는 분위기가 제법 변해있었다. 전에는 정말 연약하게 느껴지다 못해 때론 아무것도 모르는것 같은 백치미마저 느껴졌었지만 지금은 나름 다부진 느낌을 풍기는 성숙한 소녀가 되어있었달까? 아니 그런데... 잠깐만.
"어라. 그러고보니 머리카락... 잘랐네?"
허리까지 내려와 치렁치렁할 정도이던 아르데나의 머리카락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어깨에 겨우 닿는 길이가 되어있었다. 앞머리나 옆머리도 짧게 정돈되어 있는것이 전체적으로 한 번 커트를 해서 손을 본 모양이었다. 아르데나는 아 하고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 눈에 알아보네요 오빠는."
아니 뭐 그야 아무리 둔감한 인간이라고 해도 헤어스타일이 이만큼 변한걸 눈치 못챌리가 있겠냐. 진석은 씨익 웃으며 아르데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었다.
"당연하지. 아르데나의 일인걸? 음음 귀여워, 잘 어울리네."
"아... 오, 오빠."
진석의 손길에 얼굴이 금새 빨갛게 달아오르는 아르데나. 진석이 계속 아르데나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채 옷자락 끝을 쥐고 뭔가를 억누르는듯 하다가...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진석의 품에 안겨들었다.
"보고싶었어요! 그 동안... 정말, 정말로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오빠가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도 없었고..."
진석은 자신의 품에 안겨든 아르데나를 천천히 마주 안곤, 천천히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음~ 아르데나는 응석쟁이구나. 귀엽기도 하지."
"......"
말없이 진석의 가슴팍에 얼굴을 푸욱 묻는 그녀. 진석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아르데나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제이스가 앞뒤 사정을 다 생략하고 아르데나가 청혼받았다는 이야기만 했을땐 너무 놀래서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었지만... 차근차근 사정을 듣고, 또 아르데나 본인의 반응을 직접 보고 나니... 정말 별것도 아니었군. 아무튼 이걸로 확실해. 아르데나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절대적인 내편이다.'
하지만... 지금 자기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셀린과 케이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라나? 기왕이면 그쪽도 시원스럽게 이해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야. 진석은 그렇게 아르데나를 품에 안은채 한참을 토닥거려주었다.
============================ 작품 후기 ============================
쪼금 짧습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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