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3. -- > * 148화 *
그리고 즉시 선두로 나서며 전방을 향해 오른손을 뻗는 진석. 상황은 짐작하고 있었다. 어떤 이유인진 몰라도 클립튼 일행이 강행돌파로 왕성에 진입했고,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이나 기사들을 모조리 쓰러트리고 있는 상황. 하긴, 어차피 병사들이나 기사들은 자신에게도 방해물이 될 수 있으니... 이렇게 된 거 한꺼번에 일소한다!
"거 싸움에 흥이 부족하구만? 내가 신선한 열기를 좀 불어넣어주지, 새기타!"
진석은 성광의 반지 스플렌도르를 통해 신성 공격 마법 새기타를 발했다. 오른손에서 순간적으로 번쩍하는 빛이 뿜어지며 전방을 향해 다섯발의 황금빛 구체가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 새기타를 쏘아낸 진석이 말을 멈춰세우고 훌쩍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각 구체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를 아우르는 다섯번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퍼퍼퍼퍼펑!
"뭐, 뭣? 폭발?!"
"또... 또 뭐냐? 누구냐 저 자들은?!"
진석이 날린 새기타로 진석 일행과 클립튼 일행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병사들은 단번에 수십명이나 목숨을 잃고 피떡이 되어버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는 근위기사들과 병사들. 모두의 이목이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난입한 진석에게 집중되었다.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불길과 연기, 그리고 사방에 흩어진 시체들의 파편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며 전방으로 척척 걸어나가는 진석. 그리고 막 말에서 내린 아르데나와 르마쿠르 자매, 셀린, 케이트의 다섯 여자가 그 뒤를 따랐다. 진석은 웃는낯으로 양손을 쫙 펼치며 자신을 주목하는 클립튼 일행과 수비병들을 향해 외쳤다.
"이야~ 이거 오랜만인데? 그 동안 다들 잘 지냈지? 나 안 보고 싶었어?"
"저 자식이!"
"큿, 역시 그때 끝까지 추적해서 숨통을 끊어놨어야 했는데!"
"여기서 나타날 줄이야... 이거 최악의 타이밍인데."
클립튼 일행은 갑자기 나타난 진석을 노려보며 제각기 중얼거렸다. 근위기사들이나 병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진석이 여태껏 상대하고 있던 클립튼 일행에게 다가서며 아는척을 하자, 싸움을 멈추고 양쪽의 동향을 살피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강력한 주문을 시전하며 자신들을 공격한것을 보아하니 새로운 적이 늘어난건가 싶어 긴장했던 것이다. 지금 상대하고 있던 클립튼 일행도 상대가 안되는 판인데 새로 나타난 저들마저 클립튼과 한패라면... 근위기사대나 수비병측엔 절망적일 정도로 승산이 없었다. 소리를 내어 입 밖으로 말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모든 기사들이나 병사들의 머릿속엔 자연스레 그런 생각과 계산이 오고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여태까지 격투로만 병사들을 상대하던 스텔라가 전광석화처럼 대궁을 뽑아들곤 시위에 두 발의 화살을 재워 진석에게 발사했다. 그야말로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내쏘는것이 혀를 내두를만큼 빠른 기습이었다.
"이거나 처먹엇!"
슈슛! 검은깃을 단 두 발의 화살이 진석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스텔라는 특별한 화살은 깃의 색을 달리해 용도에 따라 나눠썼는데, 이 화살도 그러했다. 이 화살의 촉엔 특별히 조합한 즉효성 맹독이 발려있었다. 특정한 두가지 뱀의 독과 대초원에서만 서식하는 마후 도마뱀의 침샘에서 분비되는 신경독을 합친것으로, 평범한 사람이라면 가볍게 스치기만해도 수십초내에 절명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독이었다.
"사양하지!"
하지만 진석은 자신에게 날아든 화살 두 발을 맨손으로 터덕 잡아내더니, 곧바로 손에 힘을 주어 화살대를 와득 부숴버렸다. 분명 어지간한 상대라면 반응도 못하고 맞아버렸을 만한 신속의 기습이었다. 하지만 어웨이크닝으로 능력치가 기본 한계치 50을 이미 아득하게 초월한 진석에겐 그런 사격조차 맨손으로도 막을 수 있을만치 변변찮은 공격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기습이 무위로 돌아가자 미간을 찌푸리는 스텔라와, 그 뒤를 이어 진석에게 즉각 준비해두었던 공격주문을 시전하는 리들리. 사실 리들리는 스텔라가 진석에게 화살을 쏘기도 전, 진석이 나타난것을 보았을때부터 주문을 영창하고 있었다. 스텔라의 뒤를 이어 공격하는것은 단지 강력한 주문을 준비하느라 시전 시간이 길어서 였을뿐. 리들리는 일행의 두뇌인 만큼 실상 누구보다도 상황 판단이 빨랐던 것이다.
"노도의 기세로 나의 적을 멸할지니! 나의 부름에 응하라, 이그니클루스의 군세!"
리들리의 주문이 발해지자 찌잉 하고 순간 주변이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허공에서부터 2미터에 달하는 불꽃의 창날이 무려 이백여개가 나타났다. 리들리가 보유한 마법 중 수위에 꼽힐만큼 강력한 공격주문인 이그니클루스의 군세. 리들리의 한계는 이백이었지만, 술자의 역량에 따라 최대 일천개에 이르는 불꽃의 창날을 불러내어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마법. 이것은 한 개인을 노리는 대인용의 주문이 아닌, 불특정 다수나 아예 광범위한 지역 전체를 제압하는 형태의 주문이었다. 허나 리들리는 지금 그것을 진석 하나에 집중해 사용한 것이었다.
"가라!"
쏴아아아악! 이백여개에 달하는 불꽃의 창날들이 진석이라는 한 목표물에 집중되어 쏘아지는 모습은 정말 엄청난 장관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근위 기사들이나 병사들은 그제서야 애당초 자신들이 이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랬다. 클립튼의 의향을 따르느라 병사들을 죽이지 않고 기절을 시키는데서 그치느라 발이 묶여 한참을 전전긍긍 하고 있었을 뿐. 처음부터 병사들의 목숨따위 염두에 두지 않고 강경하게 진입했다면 클립튼 일행은 진즉 본성까지 도달했었으리라. 그리고 진석을 향해 강력한 주문이 발해지자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섯명의 여자들은 경악했다.
"안 돼, 러셀!"
"오, 오빠! 피해요!"
"주인님! 위험합니다!"
다급한 그녀들의 목소리. 하지만 정작 표적이 된 진석은 지극히 태연했다.
'뭐라는거야 이 녀석들~ 내가 고작 이딴 마법이 무서워서 피할것 같냐? 게다가 내가 섣불리 피했다간 자칫하다 너희들이 다칠지도 모른다고. 제법 강한 마법같긴 하지만 단순한 화력승부라면... 나도 안 진다!'
처억. 진석은 허공에서부터 파도처럼 몰아치는 불꽃의 창날 이백여개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왼손은 오른손의 손목 아래쪽을 견착하듯 붙잡곤, 힘껏 외쳤다.
"시시껍절한 마법이구만 마법사 양반! 진짜 화력이 뭔지 보여주지, 나와라! 아르도르의 폭염!"
두웅. 묵직한 저음이 퍼져나가며 즉시 허공에 거대한 적룡의 머리가 떠올랐다. 나타나자마자 마치 성났다는듯 크릉하며 콧김을 내뿜고 투레질을 하는 아르도르의 머리. 다음 순간 아르도르는 정면에서 날아드는 창날의 파도를 향해 입을 쩌억 벌리곤 모든것을 불태워버릴 수 있는 용의 권능을 발했다.
"크와아아아-!!!"
콰아아아아! 시야를 백열시키는 오렌지색의 폭염이 불꽃창날의 군세를 향해 마주 쏟아졌다. 브레스가 뿜어지며 나는 소리는 마치 제트기의 엔진에서 뿜어지는 소음이나 거대한 폭포에서 물이 쏟아져내리는 소음과 비슷했달까. 적룡이 쏘아내는 브레스 웨폰이란 그 여파만으로도 눈과 귀가 멀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크읏...! 또 저것을...!"
리들리는 혀를 찼다. 엄청난 마력을 소모해 기껏 발휘한 회심의 주문이었는데 적룡의 브레스로 대응해올줄이야. 아무리 이그니클루스의 군세가 강력하다고는 해도 애당초 한점에 집중해서 사용하는 형태가 아닌 광범위한 지역제압형의 주문. 단순 위력만으로 브레스 웨폰과 승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매섭게 타오르는 이백개의 불꽃창날은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용의 폭염에 가볍게 집어삼켜지고 말았다. 허공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화염의 난무. 그렇게 아르도르의 폭염으로 리들리의 주문을 상쇄시킨 진석은 스플렌도르의 메델라를 사용해 자신의 체력과 SP를 회복시키며, 서서히 사라져가는 용의 불꽃을 등진채 즉시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이대로 멍청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봐야 제 2, 제 3의 공격이 날아들지 모르니 반격에 나설참이었다.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어야지, 답례다!"
달려나감과 동시에 허리 뒷춤의 투척용 단검들을 뽑아들고 자신에게 공격을 가했던 스텔라와 리들리를 향해 투척 공격을 가하는 진석. 단검은 엄청난 힘과 속도가 실린채 정면으로 총알같이 쏘아져 나갔다. 브레스에 한 눈을 팔고 있다 깜짝 놀라는 스텔라와 리들리. 숙련된 궁사인 스텔라는 반사적으로 회피할 자세를 취했지만, 마법사인 리들리는 머리회전은 빨랐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해 움찔하면서 어디로 피해야 할지 몰라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스텔라는 놓쳐도 리들리는 투척만으로 잡을수도 있을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중간에 시커먼 뭔가가 뛰어들며 진석이 투척했던 단검을 챙강하고 튕겨내어 버렸다.
"그렇겐 안되지!"
단검을 막아선것은 모데로였다. 은빛의 기운이 서린 한 쌍의 단검을 역수로 쥔 흑발의 청년. 기다란 장발을 흩날리며 전투자세를 취한채 진석의 앞을 가로막았다.
'에이, 이런이런. 뭐 하긴. 얘들은 명색이 용사파티 비슷한건데 겨우 단검 투척 같은정도로 쉽게 잡을 수 있을리가 없지.'
진석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속도를 줄이지 않은채 그대로 모데로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여! 잘 지냈나? 건강해 보이는걸, 라파가!"
말을 검과 동시에 발하는 기습적인 라파가. 딱히 시클론을 쓸 필요도 없었다. 능력치가 월등히 높아져서 이전과는 기술의 위력이나 속도가 확실히 한차원 달라져 있었으니까. 모데로는 진석이 기습적으로 라파가를 걸어오자 지지않겠다는 듯 자신 역시 라파가로 맞섰다.
"흥! 한 번 꼬리를 말고 도망쳤던 주제에 감히! 라파가!"
채챙! 진석의 란비언 페어와 모데로의 은빛 단검들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검날을 얽은채 멈춰선 둘. 맞닿은 검날이 기기긱 하며 귀를 찌르는 금속성의 소음을 냈다. 진석은 히죽 빈정거리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모데로를 노려보았다.
"뭐야 이거. 그간 단련을 게을리 했나? 아니면 피죽도 못 먹었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둘의 검은 처음엔 서로 한치도 밀리지 않겠다는듯 팽팽히 균형을 이루는 듯 했지만 어느샌가 조금씩 모데로쪽이 밀려나고 있었다. 모데로의 무력도 40을 훌쩍 넘었지만 진석의 무력은 이미 그 두배에 달하는 80대에 진입해 있었으니, 이러한 힘 승부에서 모데로가 진석의 상대가 될 리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모데로는 지지않겠다는 듯 진석을 향해 악을 쓰듯 소리쳤다.
"큭... 허튼 소리! 주변에 널린 병사들 안보여? 이만큼 쓰러트리다보니 그냥 좀 지쳤을 뿐이라고!"
"허어. 저번엔 싸우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더니만 이번엔 반말을 찍찍하는게... 연장자에 대한 예의범절을 가르쳐주지!"
진석은 힘을 주어 모데로를 확 밀어낸 다음, 시클론을 발해 순간적으로 자신의 속도를 높인 뒤 몸을 빙글 돌리며 모데로의 가슴팍에 발차기를 먹였다. 힘에서 밀려 아주 찰나지만 균형을 잃었던데다 상상을 초월한 속도의 발차기에 가드도 제대로 못하고 가슴 한복판에 발차기를 적중당한 모데로. 그대로 뒤로 부웅 나가떨어져 볼썽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에 에이미가 깜짝 놀라 모데로의 이름을 높이 외쳤다.
"꺄악! 모데로!"
"커윽! 으... 이, 이 자식!"
저 남자... 대체 그간 뭘 했길래 힘과 속도가 저렇게 강해진거지? 이건 시클론의 능력만은 아니다. 시클론은 일시적으로 몸의 속도를 높이고 반사신경도 어느정도 가속시켜 주긴 하지만 육체 그 자체를 강화시켜주는건 아니었으니까. 모데로로선 비약적으로 강해진 진석의 능력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일격을 허용당하고도 멍청하게 주저앉아 있을만큼 유약하진 않았다. 분노를 삭이듯 입술을 꾹 깨물며 반격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모데로. 하지만 누군가가 모데로의 뒤로 다가와 진정하라는 듯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엇... 크, 클립튼 씨."
"진정하게 모데로. 저 남자, 아무래도 이번엔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니까."
둘의 회화를 들은 진석은 코웃음을 쳤다. 준비? 그래, 준비라면 준비다. 진석의 머릿속에선 지금까지 해온 온갖 고생들이 주르륵 차례대로 머리를 스쳐갔다. 비록 게임이긴 하지만, 시작한 이후부터 그간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올려온 것들이 있었다. 많은 엔딩을 봐서 게임에 익숙하다고 자부함에도 불구하고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순간마저 여러차례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단지 준비라는 한 단어만으로 치부하기엔... 정말 꽤나 고된 경험이었다.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진석이 큭큭거리며 낮게 웃는 사이 양 옆으로 아르데나, 르마쿠르 자매, 셀린과 케이트가 다가와 제각기 일렬로 늘어섰다. 그리고 클립튼 일행들 역시 이쪽을 노려보며 앞으로 나서 클립튼과 모데로의 주위에 모여섰다. 진석은 웃음을 거두고 손에 쥐고 있던 란비언 페어를 휘리릭 돌려보였다.
"그래그래. 이쪽이나 그쪽이나 따로따로 즐겨서는 흥이 안 살지. 마침 양쪽이 머릿수도 같으니... 어디 다 같이 놀아볼까?"
말없이 오고가는 시선들.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기사들이나 병사들은 아무말 없이 뒤로 물러나 그야말로 배경이 되어버렸다. 방금 전 리들리의 마법이나 진석이 소환한 아르도르의 폭염을 보고 확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들은 이들의 싸움에 끼어들만한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그리고 클립튼은 앞으로 한 발 나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래스커, 아니. 분명 앤커니 맞지? 그쪽은 내가 상대하도록 하지."
앤커니라니. 이건 또 익숙한 가명이구만. 분명... 해밀턴시의 어느 서점 점원 이름이었던거 같은데. 예전 페레나시에서 카야와 함께 데오그라즈로 갈때 댔던 가명이다. 하긴, 이건 카야에게 들었을테지. 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좋아. 대장은 대장이 상대해야겠지. 하지만 하나 일러주지. 내 이름은 러셀이다."
"그것조차 또 가명이었던건가... 정말 용의주도하군."
그렇게 말하며 여태까지 씌워져있던 검집을 천천히 뽑아내는 클립튼. 무언가 강력한 기운이 배어있는 자색의 검날이 날카롭게 빛났다. 진석은 뒤쪽으로 고개를 돌린채 일행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다들 잘 들어. 들었다시피 저 놈은 내가 상대한다. 그리고 바로 옆의 머리 긴 놈 있지? 은색의 쌍단검 들고 있는 놈. 저 녀석은... 아르데나, 네가 상대해."
"네. 알았어요 오빠."
의기가 충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단검을 뽑아들고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데나. 지금 진석 자신의 능력치가 워낙 높아져서 그렇지, 모데로도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무력과 민첩 양쪽이 모두 40이 넘어가는 강력한 캐릭터. 그런 모데로와 정면으로 맞상대 할 수 있는건 이중에서 역시 아르데나 밖에 없었다. 아르데나도 괴물의 힘을 이끌어내면 두 능력치가 40을 넘길 수 있었으니까. 물론 싸움이란건 단순한 능력치만으로 하는것도 아니라지만 아직 미숙한 아르데나의 전투 기술로 모데로를 잡을 수 있을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별달리 고를 수 있는 선택기가 없는것도 사실이었다. 아르데나에게 모데로를 상대할 걸 지시한 진석은 뒤이어 르마쿠르 자매를 바라보았다.
"지젤. 너는... 저 비엔족의 여궁수를 상대해줘. 그리고 아네트는 저쪽의 중년남을."
"흐응, 알았어. 그렇게 하지."
"엑- 난 왜 늙다리가 상대야?"
순순히 수긍하는 지젤과 그와는 반대로 불만을 토로하는 아네트. 물론 진석도 아무 생각없이 그녀들의 상대를 지정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지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젤의 언월도를 다루는 능력이라면 스텔라의 사격을 충분히 막거나 튕겨내며 맞상대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중년남쪽은 어떤 능력을 지닌건지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아까 언뜻 본 바로는 주먹질로 병사들을 때려눕히고 있었다. 몸에 별다른 무기도 지니지 않은것이 그는 분명 격투가일 확률이 높았다. 그럼 같은 격투가인 아네트로 맞서는게 최선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상대의 숨겨진 능력이 뭐가 더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예전에 대련해 본 바로는 아네트 역시 나름대로 상황에 따른 대응능력이 뛰어난 편이었으니, 어떻게든 상대 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셀린과 케이트였다.
"케이트, 너는 저 마법사를. 그리고 셀린. 너는 저 양갈래 아가씨를 노려. 마법사쪽은 죽여도 상관없지만 아가씨 쪽은 가능하다면 산채로 사로잡도록.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하다면. 여의치 않으면 그냥 죽여도 돼."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다냐!"
진석이 생각하기에 솔직히 자신쪽의 파티는 밸런스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케이트 한 명을 제외하곤 전원이 근접전 캐릭터였다. 아르데나는 괴물이나 검으로 변신하는 능력이 있다지만 그 외에 달리 중장거리전의 능력이 있는건 아니었다. 그리고 지젤이나 아네트는 델 그로도. 아예 종족부터가 순수한 전사의 혈통이었다. 셀린 역시 묘인족답게 신체 능력을 살린 근접전이 장기였다. 전투기술도 묘람권이라는 고유기였고. 진석만큼은 화염화살이라는 초급 마법과 여러 무구들의 힘을 쓸 수 있긴 했지만, 역시 기본적으로는 쌍단검을 다루는 전사였다. 오직 케이트만이 그림자를 다루는 능력을 써서 중장거리전이 가능했을 뿐.
반대로 클립튼 쪽의 파티는 밸런스가 적절했다. 기사인 클립튼과 전사인 모데로. 격투가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 이들이 근접전을 담당했다면 궁수인 스텔라와 마법사 리들리는 각기 중장거리전에 대응이 가능했다. 그리고 일행을 보조해주는 신관 에이미까지. 어디다 던져놔도 적절한 대응이 가능한 인원 구성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섯이 뭉쳐서 싸울때 이야기. 이렇게 열 두명이 제각기 일대일로 싸우게 된다면... 승부는 어디까지나 각자의 개인 역량에 달려있었다.
'솔직히 우리 쪽 애들이 이길거라 생각은 안하지만... 그렇다고 나 혼자 저쪽 전원을 상대하는건 또 엄청 불리할 수 있으니까. 뭐 각자 어느정도 시간만 벌어도 충분해. 우선 이렇게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 대치를 이끌어 낸 후, 내가 하나씩 차례대로 쓰러트려가며 전원을 잡아줄테니까!'
그렇게 진석이 각자가 맡을 상대를 결정지어주었고 진석측의 다섯 여자는 각자가 맡게 될 상대의 방향으로 나가섰다. 잠시간 양쪽에 흐르는 침묵. 말없이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는 눈빛과 신경전이 오고갔다. 그리고 최초로 침묵을 깨고 나선것은 아네트였다.
"에잇- 정말! 내 취향은 젊고 싱싱한 남자란 말이야! 케케묵고 냄새나는 아저씨 따위 정말 싫은데! 너무해!"
황당한 내용의 외침에 순간 아네트에게 쏠린 주변의 시선. 안톤은 뜬금없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사과해버리고 말았다.
"이, 이거 미안합니다. 나이 먹은 아저씨가 상대라서..."
아네트의 움직임이 신호가 된 듯, 전원은 자신이 맡은 상대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 제일 먼저 상대와 부딪힌것은 역시 최초로 달려나갔던 아네트였다.
"미안하면 순순히 이거나 먹고 드러누우시지! 이그젝션-"
순식간에 안톤에게 육박해 재빠른 권격을 펼쳐내는 아네트. 한 대만 맞아도 치명타가 될 강철 건틀릿의 매서운 공격이 쏟아져나감에도 안톤은 침착하게 회피하거나 공격을 흘려보내며 아네트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초전이긴 하지만 일단은 호각! 그리고 그 다음으로 공격이 날아든것은 리들리였다. 케이트는 리들리에게 조용히 손을 뻗은채 그림자를 조종했다.
"클라우."
그러자 리들리의 그림자에서부터 거대한 그림자의 손아귀가 나타나 리들리의 하체를 움켜쥐려 들었다. 마귀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연상될만치 그 끝이 길고 날카로운, 흉칙한 손가락들. 저 손에 붙들린다면 그야말로 치명상을 면하기 어려우리라! 하지만 리들리는 의외로 침착하게 클라우가 자신을 붙들기 직전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테카서스의 역장!"
바닥에 내리찍힌 지팡이의 끝에서부터 무형의 힘이 실린 파장이 퍼져나가며 그림자의 손을 소멸시켜버렸다. 후우 하고 한숨을 돌리며 케이트를 노려보는 리들리. 케이트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곤 자신의 주인이 지명해준 적을 노려보며 재차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이번엔 리들리의 주변에 위치한 사물의 그림자들에서부터 뾰족한 그림자의 창날이 나타나 리들리를 향해 솟구쳐 찔러들어갔다. 하지만 리들리도 물러서지않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새로운 주문을 영창했다. 그리고 바로 그 뒤쪽, 스텔라가 막 잔뜩 당겼던 대궁의 시위를 놓는참이었다. 퓨퓽! 두 발의 화살이 쏘아져 지젤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상체와 하체 양쪽을 동시에 노리고 날아드는 절묘한 사격술!
"타아앗!"
채챙! 하지만 어림 없다는 듯 언월도를 빙글 크게 휘둘러서 간단하게 화살을 막아내는 지젤. 분명 스텔라의 사격은 빠르고 정확한 공격이긴 했다. 허나 자신의 몸 어딘가를 노리고 날아든다는걸 아는 이상 이정도쯤 타이밍을 맞추어 언월도로 창막을 쳐서 막아내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갯수 제한이 있는 스텔라의 화살은 쓸수록 점점 줄어들지만 지젤 자신은 언월도를 손에서 놓지 않는 이상 공격 수단이 떨어질 일은 없었다. 내심 자신이 유리한 싸움이라고 판단하며 한 발 한 발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가는 지젤.
"칫, 어디서 재수없는 델 그로도 따위를 끌고와선... 이거나 먹고 떨어져!"
갑자기 허공을 향한채 힘껏 빈 시위를 당기는 스텔라. 뜬금없는 스텔라의 행동에 어리둥절해 하는 지젤.
'뭐야, 화살도 안 걸고 허공을 겨냥하네. 저게 미쳤나?'
하지만 다음 순간, 스텔라의 대궁이 번쩍하고 빛나더니 빈 시위에 은은한 옥빛이 흘러나오는 빛의 화살이 생겨났다. 지체없이 지젤의 머리 위쪽 허공을 향해 빛의 화살을 발사하는 스텔라. 쐐애액 하는 요란한 파공음을 내며 쏘아진 빛의 화살은 그 정점에 달한 순간 갑자기 퍼엉하고 터지나 싶더니... 이내 수십개의 빛의 파편이 되어 지젤의 머리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잔재주를!"
깜짝 놀란 지젤이 빛의 파편들을 피하기 위해 달려나가려 했지만 스텔라는 입가에 득의 만만한 미소를 띄운채 지젤을 향해 총을 쏘는것 만큼이나 빠른 화살연사를 가했다. 정면에서 화살들이 비오듯 날아들지, 머리위에선 빛의 파편들이 떨어져 내리지. 지젤로선 상대의 노림수에 딱 걸려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서고 있어봐야 머리위에서 떨어지는 빛의 파편들에 벌집투성이가 될 터! 지젤은 이를 악물고 언월도를 빗겨들었다. 저 파편무리에 직격하느니... 차라리 화살 한 두대 쯤 맞아주는게 나을터! 각오를 다진 지젤은 앞으로 몸을 던지며 자신의 절기를 발했다.
"하아앗! 봉락열주!"
풍차처럼 언월도를 회전시켜 정면에서 쏟아지는 화살비를 모조리 튕겨내며 스텔라에게 돌진하는 지젤. 그리고 그 너머에선 아르데나와 모데로가 한창 검격을 부딪히고 있었다.
"리지로!"
모데로에게 바싹 근접한채 몸을 좌우로 휙휙 흔들고 반전하며 단검을 휘두르고 팔꿈치와 무릎을 연달아 찔러넣는 아르데나. 그 몸놀림이 눈이 돌아갈만치 현란하고 재빠른게 여간한 상대라면 순식간에 칼에 찔리고 두들겨 맞아 질펀하게 뻗을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모데로는 그런 흔해빠진 여간한 상대가 아니었다.
"오에스테!"
시클론으로 스스로의 속도를 상승시킨 모데로는 아르데나의 공격을 어렵지않게 흘려보내곤 방금전의 공격에 대응하듯 오에스테의 원무를 걸어왔다. 하지만 아르데나는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쉽게 흘려보냈다는걸 깨닫자마자 곧바로 뒤로 백스텝하며 물러섰다. 허무히 허공을 가르는 모데로의 오에스테. 아르데나는 타이밍을 재서 모데로의 얼굴을 노리고 바닥의 흙을 올려찼다! 아르데나는 포겔먼 교수에게 전투기술을 지도받을때, 자신과 실력이 호각이거나 더 강한 상대에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순간적인 방심을 유도하는게 중요하다고 배웠었다. 이렇게 흙을 걷어차는것도 그에게 배운것이었다. 포겔먼 교수는 아르데나에게 목숨이 걸린싸움에서 비겁이란건 없다며, 주변의 지형지물이나 집기를 비롯해 쓸 수 있는것은 모조리 동원하라고 배웠다. 그리고 가르침을 철저히 실천에 옮기는 아르데나였다. 갑자기 얼굴에 뿌려지는 흙먼지에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모데로.
"인 리니아 레타!"
모데로가 얼굴에 튀어오른 흙먼지에 당황해 손으로 눈가를 가린 사이, 아르데나는 오른손에 쥔 단검을 쭈욱 뻗으며 에페를 구사하는 펜싱 선수처럼 직선으로 찔러나갔다. 그야말로 질풍같은 찌르기! 가로막는것은 그대로 무엇이라도 다 뚫고 나갈것 같은 강렬한 기세였다. 그리고 아르데나가 내찌른 단검이 모데로의 가슴팍에 닿는가 싶은 순간, 모데로의 입에선 힘이 실린 외침이 터져나왔다.
"토르멘타!"
파캉! 촤자자작! 쭉 찔러진 아르데나의 단검이 튕겨나가나 싶더니, 이내 모데로의 간격안에 든 아르데나의 몸 곳곳에 자상이 아로새겨졌다. 몸을 파고드는 고통에 크윽 하고 신음하면서도 반사적으로 뒤로 빠져나가는 아르데나. 하지만 그 짧은 사이 공격을 하느라 쭉 내밀었던 오른팔을 비롯해 몸 이곳저곳이 무려 다섯군데나 베여있었다. 그나마 빠르게 반응해서 물러난 덕에 치명상이 될만치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것이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할 듯 싶었다. 하지만 아르데나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어느 병사의 창대를 집어들곤, 막 토르멘타의 시전이 끝나가는 모데로를 향해 그것을 힘껏 집어던졌다.
"쳇! 무슨 여자애가!"
자신보다도 한참 어려보이는데 얕긴 했지만 토르멘타를 맞고도 별 내색조차 하지않고 저렇게 침착하게 반격을 해오다니? 생긴것과는 달리 정말 독한 애다. 혀를 차며 창을 피해 뒤로 물러나는 모데로. 그리고 아르데나는 창을 피해내는 모데로의 동선을 노리고 재차 덤벼들었다. 모데로도 이번엔 자신의 움직임을 읽고 덤벼온 아르데나의 공격을 흘려보내진 못하고 무기를 들어 그것을 막아냈다. 채앵! 단검과 단검이 기세좋게 부딪히며 청량한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그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셀린과 에이미의 숨바꼭질 같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거기 서라냐!"
"히익! 시, 싫어! 세렌할!"
초장부터 에이미를 노리고 매섭게 덤벼든 셀린. 그리고 그런 셀린을 피해 자신에게 버프를 걸어 스스로 가속을 한 채, 주변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도망다니며 신성마법으로 견제를 해대는 에이미. 움직임의 속도 및 민첩성을 높여주는 종류의 버프를 몇개나 중첩해서 건데다가 셀린이 조금이라도 가까워질라치면 비명을 지르고 이리저리 종잡을 수 없이 뛰어다니며 마법으로 견제를 해오니... 몸놀림이 날랜 셀린으로서도 좀처럼 에이미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셀린의 머릿속엔 왠지 모르게 토끼같은 작은 야생동물을 사냥 하던 예전의 기억들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으으... 너 되게 짜증난다냐. 그만 포기하고 잡히라냐, 아픈건 잠깐이다냐!"
"꺄아악! 오지마! 세렌할! 세렌할세렌할세렌할!"
비명을 지르고 양팔을 휘둘러 도망가면서도 신성마법을 연사하는 에이미. 은은히 옅게 빛나는 반투명한 광구가 셀린에게 연달아 날아들었다. 에이미는 저렇게 소리를 지르고 겁먹은듯 도망쳐 다니면서도 그 조준만큼은 놀랍도록 정확했기에 셀린으로서도 이러한 마법의 견제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짜증났다! 붙잡겠다 싶으면 냉큼 도망가며 마법을 난사한다. 어떻게든 피해서 재차 거리를 좁히면... 정신 사납게 소리를 지르고 이쪽저쪽 종잡을 수 없이 뛰어다니며 또 다시 마법의 견제가 잔뜩 날아든다! 재빠른 몸놀림으로 광구를 피해내던 셀린의 관자놀이에 뿌직하고 혈관이 돋아올랐다.
"크으으~ 붙잡히면 진짜 가만 두지 않겠다냥!"
"무, 무서워! 세렌할! 세렌할! 세렐하아알!"
"적당히 좀 해라냐아아아!"
연달아 날아드는 광구들과 짜증으로 폭발하는 셀린의 외침 너머에선 진석과 클립튼이 서로에게 몇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마주보고 대치한 상태였다. 이 둘은 아직 다른이들과 달리 검을 섞지 않은채 그저 가만히 마주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 없이 클립튼을 한참 노려보던 진석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이, 잘난 기사 양반. 당신은 대체 뭘 위해서 싸우는거야?"
하지만 클립튼은 진석의 질문에 대답대신 반문으로 응수했다.
"그 질문은... 되려 내가 하고 싶군. 분명 러셀이라고 했지. 그쪽이야말로 이런짓을 벌인 이유가 무엇인가? 교단이란곳의 목적은 레오노르 공주를 지배해 그란델을 어둠에서부터 장악하는것이였나?"
"큭큭큭. 뭐 좀 알아냈나 했더니... 아직도 그것도 모른채 헤메고 있었어? 나 이거야 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진석. 명색이 용사 파티가 이렇게 무능해서야 세상을 구하겠나? 게다가 세계멸망을 노리는 수괴인 미리안은 이미 자신이 쓰러트렸다! 그러니 이제와서 이들과 싸워야 할 이유는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실은 자신이 세계의 멸망을 막은 구원자라고 곧이 곧대로 말한들... 이들이 그걸 믿어줄까?
'그럴리 없지. 뭐 뻔한 전개긴 하지만... 여기선 서로 싸워서 결판을 내는 수 밖에.'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의 정의를 믿고 여기까지 여정을 해왔을 터. 아무리 말을 잘 한들 말 몇마디만으로 쉽사리 상황이 바뀔리가 없었다. 그렇게 평화롭게 해결이 된다면 이 녀석들도 왕궁에 무력으로 진입한다는 강수를 썼겠냐? 게다가 진석 자신 역시 말 따위로 상대를 설득할 생각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진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란비언 페어를 가슴높이로 들어올렸다.
"피차 쓸데없는 말은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알겠다. 하지만 그 전에 하나만 약속해 주겠나."
"무엇을?"
"내가 이긴다면 진실을 알려주게. 너는 누구인지, 그리고 네가 속한 조직의 구성이나 목적 등. 내가 모르는 모든것을 말이야."
"하! 좋아! 약속하지 고결한 기사나리! 그럼 어디... 최선을 다해서 이 정체모를 악당놈을 한 번 꺾어보라고!"
그리고 다음 순간, 카차아앙! 기습적으로 휘두른 진석의 란비언 페어와 클립튼의 자색 장검이 허공에서 격돌하며 귀를 찌르는 강렬한 금속음이 메아리치듯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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