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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73화 (73/82)

73화

네덜란드가 구상한 버티기 전략은 무위로 돌아갔다. 실점 장면은 수비 라인을 너무 내리고 있던 게 문제였다. 적절한 압박을 가하며 상대의 공격을 어렵게 했어야 하지만 제대로 막질 못했다.

[이번 대회 7번째 골, 대회 득점 1위로 올라서는 김우주입니다.]

[선수 본인에게 마지막 대회에서의 이런 활약은 정말,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지 감히 제가 상상도 할 수 없네요.]

[A매치 통산 득점도 56번째 골로 차범근을 넘어 이제 대한민국 A매치 역대 득점 1위가 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제가 단언하지만 세계의 많은 축구 꿈나무들이 김우주를 우상으로 여기고 있을 겁니다. 꾸준함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선수에요.]

이게 이번 경기에서 주어지는 결승행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봐도 좋았다. 여기서 네덜란드에게 분위기를 내주고 실점을 또 허용한다면 다시 따라붙기는 힘들다. 대한민국에겐 기회가 주어졌다.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최현이 이용 바로 앞에서 패스 받고 전진합니다.]

현은 수비 지역에서 패스를 받고 빠르게 중앙선을 넘었다. 주위에 3명의 선수들이 있지만 모두 현을 막아내지 못했다. 카윗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해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을 하던 현은 중앙으로 패스를 보냈다. 우주가 공을 이어받았다.

[다시 한 번 김우주!]

[마무리! 마무리 해줘야죠!]

우주의 앞을 빠르게 블라르가 막았다. 우주는 블라르를 피하기 위해 블라르 옆으로 공을 치고 갔다. 블라르는 제 타이밍에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하며 우주를 저지했다. 공을 건드린 태클은 수비 위치로 돌아오던 바이날둠에게로 갔고, 바이날둠은 공을 잡아내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없는 곳으로 안전하게 움직였다.

[블라르의 슬라이딩 태클이 정확하게 적중했습니다.]

[김우주가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는 방금 장면으로 보이죠. 블라르가 수비 위치를 지킨다기 보다는 직접적으로 막아내는 형태로, 그런 시도를 했습니다.]

대한민국도 선수 교체를 준비했다. 피치 밖에서 손흥민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터치라인 아웃, 대한민국의 스로인입니다. 선수가 교체되네요. 손흥민 선수가 최현 선수를 대신해서 들어갑니다.]

[네, 최현 선수 정말 열심히 해줬죠.]

[결승 진출을 위한 첫 번째 교체. 홍명보 감독의 교체가 어떻게 적중할지.]

비슷한 성향을 띄고 있는 손흥민을 투입한다는 것은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선택이었다. 현은 아쉬우면서도 이 교체가 승리의 교두보가 되길 바랐다. 첫 월드컵 출전에 결승전까지 진출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자랑이 될 것 같았다. 더군다나 우주와 함께하는 월드컵이었다. 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삼아온 선수와 함께 월드컵 결승까지 간다는 것은 큰 영광이었다. 그래서 벤치에 앉은 순간부터는 어린 시절부터 그랬듯, 다시 김우주의 팬으로 되돌아가 두 손을 꼭 잡고 기도를 올렸다. 제발 이 경기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공격수의 화려함을 보고 환호하긴 하지만 수비수의 수준 높은 수비를 보고도 환호하거든요.]

[네. 특히 이번 대회는 골키퍼의 수준 높은 선방이 돋보였습니다.]

[사실 이번 대회는 두 팀 모두 고민이 많았죠. 우리나라는 정성룡 골키퍼가 약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네덜란드는 실러선 골키퍼가 경험이 많이 없기에 우려가 좀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이제 새로운 김승규 골키퍼를 기용하는 것으로 약간은 그 우려를 덜어냈고, 실러선 골키퍼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죠.]

현성은 차분함을 유지하며 최후방에서 경기 흐름을 읽었다. 체력 부담 때문에 서로를 강하게 압박하지는 못하고 있다. 잔디는 빗물에 젖어 세밀한 킥은 어렵고, 그로 인한 긴 패스가 주요한 공격 루트였다. 오늘 경기 터진 4골 가운데 3골이 모두 긴 패스에서 나온 골이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네덜란드는 공격에서 딱히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효율적인 한 번의 시도로 득점을 노리고 있었고,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강한 압박도 자주 시도하지는 못하고 있다.점차 네덜란드는 지쳐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유리했다.

[이용, 강소중에게 패스. 강소중이 중앙을 보며 돌아섭니다!]

[키핑 좋아요!]

[김우주에게 패스, 김우주는 왼쪽 봤습니다. 손흥민!]

물 흐르듯이 패스가 연결되었다. 점차 낮은 위치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우주는 자신에게로 오는 패스를 모두 다시 동료들에게 돌렸고, 이번엔 공을 잡은 손흥민이 박스 밖에서 위협적으로 드리블을 하고 있었다.

[손흥민의 중거리 슛!!!]

[네에에!!!]

페널티 박스 밖에서 골문을 보고 드리블을 하던 손흥민은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으로 슛을 시도했다. 잔디 위를 가르는 강한 슛에 실러선이 손을 댔다.

[아! 막아내는 실러선!]

실러선은 몸을 눕히며 낮게 깔려오는 공을 옆으로 쳐냈다. 은후가 튀어나온 공에 달려갔지만 실러선의 의도대로 공은 골대 옆을 지나가며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손흥민의 좋은 슛팅 시도였습니다만 실러선이 막았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골문을 보고 드리블 하면서 슛을 시도할 때 슛이 상당히 날카로운데! 방금은 손흥민의 장점이 돋보인 모습이었죠!]

[점점 분위기를 갖고 오는 대한민국!]

네덜란드의 선수들 수준이 높은 건 분명하나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어린 선수들이 수비를 맡고 있었다. 월드컵 베스트 골으로 봐도 무방한 엄청난 실점을 했던 것이 충격인 것 같았다. 약간은 흔들리는 기색이 보였다.

[한미르의 코너킥! 헤딩!!!]

[아아!!!]

[황은후가 머리를 갖다 댔지만 골대 위로 넘어갔습니다!]

코너킥 때 은후는 순간적으로 자유롭게 놓이며 헤더슛을 시도했다. 관중들도 골 찬스라는 것을 직감했는지 은후의 헤더슛이 나왔을 때는 바로 반응을 보였다. 다만 공이 골대 위로 넘어가버렸다. 골을 기대하던 대한민국 응원단은 수그러졌지만 이내 응원 소리를 높였다. 곧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소리가 경기장에 울렸다.

[대한민국이 네덜란드를 다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물러서지 않는 대한민국.]

[이래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가 한 명은 있어야 돼요. 그 분위기를 이끄는 선수란 게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어야 되고, 카리스마가 있어야죠. 우리 팀에는 김우주 선수가 있어요. 15번째 골, 1골이 더 들어간다면 어제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클로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함께 했던 호나우두 선수와는 이제 기록 면으로 봤을 때 같아졌어요.]

[두 선수의 차이를 드러내는 상징적 의미라고도 볼 수 있겠죠. 호나우두는 폭발적으로 김우주 선수에 비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임팩트가 강했지만, 결국 나중엔 부상으로 하향세를 빠르게 탔죠. 그런데 김우주 선수는 크고 작은 부상을 몇 번이고 겪었는데도 계속 기량을 유지했고 결국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소중은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가로지르는 드리블로 네덜란드 선수들 틈을 지나갔다. 그 때 우주가 네덜란드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 사이 공간에서 움직이는 게 보였다. 제 순간에 패스를 주기 위해 소중은 넘어지면서 우주에게 패스를 보냈다. 패스는 성공적이었다. 움직이는 우주의 발 앞으로 향했다.

[넘어지면서 연결해주는 강소중!]

우주는 공이 자신의 앞으로 굴러오는 동안 주위 상황을 모두 파악했다. 이대로 공을 흘려보내면 페널티 박스 정면에 서있던 은후가 잡는다. 우주는 은후의 위치를 보고 공을 잡지 않고 흘려보냈다. 그리고 재빨리 은후 옆으로 지나가며 데 브라이와 블라르 사이로 빠져나가 네덜란드 골문 앞으로 쇄도했다. 은후는 우주의 의도를 단박에 눈치채고 있었기에 원 터치 백힐 패스로 우주에게 공을 연결해 주었다.

[김우주!!! 김우주!!!]

[기회입니다!!!]

완벽한 기회가 만들어지자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거대해졌다. 안간힘을 쓰며 데 용이 뒤에서 따라붙고 있지만 우주는 이미 슛 타이밍을 포착했다. 속도를 올리며 공을 받은 우주는 고개를 들어 골문을 봤다. 실리선이 달려나오고 있는 걸 본 순간 단박에 오른발을 디딤발 삼아 왼발로 공을 밀어냈다. 데 용의 늦은 슬라이딩 태클이 오른발목을 꺾고 그의 스터드가 발등을 눌러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곧 진통제처럼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퍼졌다.

실리선의 다리 사이로 공이 지나갔다. 왼발에 맞은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다.

[골!!!! 고오오올!!!]

[고!!! 고오오올!!!! 골!!!!]

[골이 터졌습니다아아아!!! 김우주!!!!]

[단언컨대 이 골은 완벽한 기적입니다!!!!]

스코어 3대2. 자리에 앉아 있던 현이 팔짝팔짝 뛰면서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달려나왔다. 어느 모로 보나 골이었다.

[월드컵 통산 16번째 골! 해트트릭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었습니다!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 세계 강국들 사이에서 김우주가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충격을 준비하는 골입니다!]

반 할이 바쁘게 벤치 앞에서 코칭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홍명보 감독도 한껏 흥분한 뒤에 코칭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관중들은 흥분하며 계속 소리쳤다. 네덜란드 응원단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내다보았다. 대한민국 응원단 가운데서는 눈물을 흘리며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뭔진 모를 울컥함이 대한민국 응원단 사이에서 퍼졌다.

강력한 전염성의 감동이었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도 감동에 젖은 채로 서로를 얼싸 안았다.

[이제 바빠지는 네덜란드 벤치입니다!]

[우리는 이 스코어를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우주는 이제 수비에 집중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굳이 무리해서 공격을 시도할 필요가 없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안정을 추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기회를 더 만든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지친 네덜란드가 경기 극후반에 제 풀에 나가떨어지길 바라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다. 이제 대한민국이 스코어를 지켜내는 입장이 되었다. 공격수 위치에 있으면서도 우주는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와 힘차게 뛰었다.

‘발등.’

그러나 점점 오른쪽 발목과 발등의 고통이 심해졌다. 아까 데 용의 슬라이딩 태클에 걸린 발이었다. 고통을 인지한 순간부터 고통은 점차 커졌다. 걷기 힘들 지경이 되었다. 우주는 숨을 가쁘게 내쉬고 벤치를 향해 손짓한 뒤 자리에 앉았다. 이건 부상이었다.

[아, 지금 김우주 선수가 쓰러져 있는데요.]

[...아아...!]

곧 경기가 중단되고 의료팀이 경기장에 들어왔다. 네덜란드 응원단은 시간을 끈다며 야유를 보냈다. 네덜란드 선수들도 주심에게로 달려가서 경기 속행을 요구했다. 주심도 이러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 주심은 의료팀에게 빠른 결정을 내리라고 했다.

우주는 들것에 실려나갔다. 들것에 실려나가는 동안엔 선수들에게 아무 말도 못해주었다. 선수들의 얼굴엔 당혹감이 묻어있었다.

[아... 김우주 선수가 부상을 입게 되면...]

피치 밖으로 나온 우주의 부상 부위를 살펴본 의료팀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 경기 출전은 무리였다. 발목이 크게 부어오르고 있었고, 발등 위를 만지니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피치에 있는 우주의 빈자리는 구자철이 채우게 되었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 우주는 곧바로 경기장 밖으로 실려 나갔다.

몸이 떨렸다. 큰일은 아닐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불안감이 멈추지 않았다. 이 경기를 이기면 월드컵 결승이다. 그런데, 선수 생활 내내 괴롭혔던 부상이 지금까지도 발목을 잡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울려줘 다시 한 번 그때처럼 그 감동의 메아리 울려줘불러줘 다시 한 번 그때처럼 그 감동의 멜로디 불러줘여기가 끝이라고 느낄 때 더 이상은 없다고 느낄 때

목이 터져라 소리 질러봐

울려줘 다시 한 번 울려줘 다시 한 번 뛰어봐 다시 한 번울려줘 다시 한 번 그때처럼 그 감동의 메아리 울려줘불러줘 다시 한 번 그때처럼 그 감동의 멜로디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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