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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75화 (75/82)

75화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막연히 생각만 해봤지 딱히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은 없었다. 은후는 대한민국의 축구가 어떤 수준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배우면서 의아했던 적이 많다. 구조적인 면에서 드러나는 문제가 어린 은후에게도 확연히 비쳐졌다.

한국 축구는 불합리한 면이 많았다. 은후는 딱히 그 불합리함을 타파하고 싶지도, 좌절하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한국 축구는 냉정한 시선으로 봤을 때 여기 이 자리 그대로 머물 것 같았다. 언제나 16강 진출을 월드컵의 목표로 여기고 조별예선이 끝나갈 때면 경우의 수를 따지고 다음 월드컵을 위한 감독은 누구를 선임할지 갑론을박하고.

항상 그 반복이니 대한민국 축구가 그 자리 그대로였다. 선수들은 월드컵의 꿈을 항상 간절한 바람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대한민국이 정말로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주축은 어린 선수들이었다. 은후도 대표팀에서 어린 선수지만, 그보다 더 어린 선수들이 월드컵 결승을 이끌었다. 어린 선수들만 있었기에 가능한 결승 진출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엔 우주가 있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세계 축구 역사의 한 흐름으로 대변되는 선수. 세계 선수들의 우상. 월드컵 최다 득점자.

어린 선수들만 있었다면 절대 결승전까지 올라올 수 없었다. 우주는 대표팀에 없던 무언가를 채워주었다. 매일 같이 싸움박질만 하던 최현과 강소중마저 화합시켰다. 최현과 강소중만이 화합했을까. 이 대회가 열리는 잠시나마 대한민국에선 화합이 일어났다. 쓸데없는 분쟁을 멈추고 대표팀의 경기에 눈과 귀를 기울이며 함께 기뻐했다. 고작 둘레 68cm 공 하나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하지만 우주는 돌아오지 않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1년 더 뛰고 은퇴할 수도 있었다. 은후는 2010년에 우주를 옆에서 직접 봤다. 몸을 버려가면서도 헌신한 대표팀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친 것에 광분한 모진 질타였다. 돌아오지 않는 편이 우주의 인생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결국 우주는 돌아왔다. 그리고 이곳이 마지막이 되었다. 우주는 다시 대표팀에 모든 것을 바쳤다. 이제 우주는 해피엔딩을 맞아야 했다. 은후는 굳게 다짐했다. 이 결승은 황은후라는 나 자신의 꿈이 아니라 최대 우상인 우주가 웃을 수 있도록, 반드시 이긴다.

“엘라스티코.”

“결국 디딤발이 보는 방향이 네가 가는 방향이잖아.”

“엘라스티코는 타이밍 싸움이니까 타이밍만 뺏으면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버스에 타기 직전까지도 현과 소중은 스킬볼로 자신들의 스킬을 연습했다. 다른 선수들은 이제 긴장해서 어떤 농담도 건네지 않았다. 중압감 때문에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벌써부터 몸이 굳었다.

“아직 버스에 다 안 올랐지?”

우주가 숙소 밖으로 나오자 재빨리 현과 소중이 대열로 돌아갔다. 대한민국 선수들 22명 모두 바짝 각을 잡고 섰다. 우주는 선수단 대열의 맨 앞자리에 자리 잡았다. 우주의 뒤를 이어서 나오던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코칭 스태프들이 나올 때 선수들이 이제까지의 지도에 감사하다는 뜻을 담은 절을 올렸다. 코칭 스태프들은 맨바닥이니 유난 떨지 말라고 야단이었다. 그 과정에서 농담이 오고가면서 경직된 분위기가 풀렸다. 우주의 의도대로였다.

“자, 마지막이니까 힘내서 가보자!”

“예!”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이 좋은 분위기로 버스에 올랐다. 유대감을 갖는 것, 팀 정신보다 더 무서운 전력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우주는 절대 오늘 독일에게 쉽게 당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최상이었다. 약간의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 걱정이라면 걱정이지만, 그건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몇 년 사이에 이런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르지도 못했다. 항상 스포트라이트 언저리에 머물렀다. 오늘도 그렇게 만들어 줄 작정이었다.

현성은 버스가 출발하자 헤드셋을 썼다.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비트는 온 몸의 신경을 자극해서, 경기에 뛸 때의 흥분감을 미리 느끼게 했다. 그러면 정작 경기에 뛸 때는 조금 진정하며 경기할 수 있다.

미르는 눈을 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파브레가스, 알론소, 피를로, 패스가 뛰어난 미드필더들의 모습을 머리에서 구체화시켰다. 지금은 지단이다. 머리에서 재생되는 지단의 플레이에 미르는 자신의 모습을 대입했다. 이제 경기에서는 지단이 될 것이다.

은후는 경기장을 찾을 아영을 떠올렸다. 벌써부터 아빠가 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문제지만, 이젠 됐다. 나름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이제 예전 처음 대표팀에 왔을 때 적응에 도움을 주던 우주와도 마지막이었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소중은 창밖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월드컵 결승에 대한 긴장감은 부정할 것이 아니었다. 이 경기를 보러 오기 위해 고생할 진리를 생각하자니 미칠 것 같았다. 갑자기 사고에 대한 원망감이 생겨났다. 어째서 그 아이의 다리가 그렇게 되어버린 건지. 그렇게 생각하던 소중은 이내 침착하게 감정을 다스렸다. 어쨌든 우주 덕분에 진리가 여기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진리는 우주를 좋아하고, 우주는 월드컵 우승이 꿈이라 했으니까, 꼭 우승한다.

현은 눈을 감고 지금까지의 인생을 그렸다. 아빠와 축구를 배우는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우주처럼 될 수 있는지 그것만 생각해왔다. 김우주의 축구가 최현이 하고자 하는 축구였다. 김우주의 축구는 크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김우주란 사람이 심어놓은 씨앗이 이렇게 자라났다. 계속 보여줬지만 더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도 자라나고 있다. 우주가 은퇴하고 나서도, 이제 다신 축구를 할 수 없어도,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영원히 우주를 우러러 볼테니까.

‘내 마지막 작품.’

버스가 정차하고, 이제 경기장으로 들어갈 때였다. 이제 우주의 화랑에 놓을 마지막 작품이 눈앞에 있었다. 아름다운 작품을 그려낸 화가들은 항상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문득 그렇게 생각한 우주가 경기장으로 가면서 피식 웃었다. 아무렴 상관없었다. 노을의 말처럼, 김우주는 결국 해피엔딩이니까.

몸을 예열하는 동안 경기장의 분위기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우주는 오늘 선발 출전이 아니었지만 컨디션을 확인하기 위해 워밍업도 최선을 다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긴장감 때문인지 전혀 감흥이 안 생겼다. 이겨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러다 현이나 소중을 보니까 문득 부럽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우주는 여기가 끝이지만, 이 아이들은 여기가 시작이다.

월드컵 결승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던 우주는 다시 웃음으로 그 생각을 털어냈다.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고, 마지막 미팅을 위해 선수들이 드레싱룸으로 갔다. 홍명보 감독은 냉정한 말투로 분발을 촉구했다. 상대팀의 기에 눌리지 말고 지금 이 위치를 분명히 기억하라는 것이었다.우주는 선수들의 손을 한 번씩 잡아주고 먼저 드레싱룸 밖으로 나섰다. 이제 벤치로 가야 했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폐막식 행사가 끝난 경기장은 빠르게 정돈된 상태였다. 우주는 벤치에 앉아 간절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선수들은 월드컵 트로피를 애써 외면하며 지나갔다. 우주의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들어올리고 싶었다.

경기에 참여할 선수들과 심판진이 일렬로 섰고, 곧 독일의 국가 다음으로 애국가가 울렸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딱히 슬픈 마음가짐으로 여기 있지는 않았다. 그저 애국가를 듣고, 따라 불렀다. 그런데 슬쩍 눈물이 나오려 했다. 몸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가슴 속의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특별히 강한 애국심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닌데도 애국가를 듣자마자 이러니 이상한 노릇이었다.

주위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기묘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독일을 상대로 사상 최초 월드컵 우승에 도전합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은 연장전 없이 결승까지 올라와 전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요! 대한민국은 항상 독일을 만날 때마다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그렇습니다! 94년 월드컵에서도 그랬고, 2002년 월드컵에서도 그랬죠. 우리가 중요한 건 독일 같은 강팀을 만났을 때에 정신력으로 무장하는 것입니다!]

[먼저 독일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마누엘 노이어, 베네딕트 회베데스, 마츠 훔멜스, 제롬 보아텡,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크리스토프 크라머, 메수트 외질, 토니 크로스, 토마스 뮐러, 미로슬라브 클로제.]

[사미 케디라 대신 크라머가 선발 출전하고 있죠. 기본적으로 독일의 백포 라인은 강한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필립 람은 오른쪽 수비수의 포지션으로 출전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네. 중앙과 측면 수비를 오가던 필립 람, 16강 경기부터는 측면 수비수로 활동하는데요. 강소중 선수 혹은 손흥민 선수가 지능적인 필립 람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관건이 되겠습니다.]

[이제 월드컵 결승전에 사상 처음으로 출전하는 역사적인 대한민국의 라인업입니다. 김승규, 박주호, 김영권, 신현성, 이용, 한미르, 구자철, 강소중, 최현, 손흥민, 황은후.]

[김우주 선수가 부상으로 빠져 있습니다만 진통제를 맞고 있기에 언제라도 경기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한 선발 선수들이고요.]

[이 대결은 미로슬라브 클로제와 김우주의 대결로 압축되기도 했는데요. 일단 김우주 선수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대회 유력한 골든볼 후보이고, 제 생각도 다르지 않아요. 우리나라가 결승전까지 올 수 있던 이유는 김우주 선수가 경기력뿐 아니라 선수들의 분위기 자체를 이끌었거든요. 그리고 득점 1위와 함께 월드컵 신기록을 클로제와 함께 달성했기 때문에...]

리우 데 자네이로의 마라카냥 경기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제 경기 시작을 앞두는 상태였다. 엄청난 응원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왔다. 우주는 제발 이 분위기가 선수들의 경기에 좋은 영향만 주길 바랐다.

[대미를 장식할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됐습니다!]

우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경기는 시작 되었고, 이제 정해진 시간까지는 이 경기를 멈춰세울 수 없었다.

[케디라 선수가 원래는 선발 출전 명단에 있었지만 크라머 선수로 급격하게 변경이 되었습니다. 아마 부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네, 크라머 선수가 굉장히 어린 선수거든요. 갑자기 출전 지시를 받고 굉장히 위축된 심리 상태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그동안의 경기에선 부상에서 회복한 슈바인슈타이거와 케디라가 중원 조합을 이루고 앞쪽엔 크로스가 포진해 있었는데요, 이번 대회 최강의 중원이었습니다.]

[어쨌든 독일은 전 포지션에 세계 수준의 선수들만 가득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도 실력에 있어선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독일이 중원에서부터 차분히 정돈된 방식으로 대한민국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공을 몰았다. 대한민국은 미드필더 라인도 낮게 내려서 독일의 공격에 대응했다. 아직 집중력이 가득한 경기 초반이기에 틈이 생기지는 않았다. 독일의 패스 하나하나에 우주의 손엔 땀이 서렸다.

[독일은 뒤로 물러나면서 수비하는 게 아니라 공을 뺏긴 그 지점부터 적극적으로 수비하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의 공간 싸움이 매우 치열합니다.]

[아, 네! 위험한데요! 넘어지는 뮐러!]

독일이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 중앙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막기 위해 미르가 발을 썼지만 결국 뮐러에게 패스가 연결되었다. 뮐러가 공을 잡자 재빨리 현성이 달려나와 뮐러를 몸으로 막았고, 뮐러가 넘어지면서 파울이 선언되었다.

[이런 위치에서는 프리킥도 되도록 내주지 말아야 합니다. 독일이 세트 플레이도 상당히 세심하게 준비하는 팀이거든요.]

독일은 프리킥을 준비하면서 공 주위에 5명의 선수가 모여 작전을 의논했다. 프리킥 지점은 골대와 30m 안팎 정도로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휘슬 울립니다. 빨리 처리해야죠.]

휘슬이 울렸다. 5명의 선수가 공에서 멀어졌고, 뮐러가 도움 닫기를 시작하더니 그대로 공을 지나쳤다. 속임수였다. 이내 공의 왼쪽에 서있는 크로스가 반대편에 서있는 외질의 앞으로 공을 밀었고, 외질은 공을 멈춰세웠다. 그러자 맨 뒤에 있던 슈바인슈타이거가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짜 킥을 처리하는 선수는 슈바인슈타이거였다.

[슛!!!]

슈바인슈타이거가 기세 좋게 시도한 슛은 수비벽에 막혔다. 강하게 날아왔던 공이 반발로 인해 중앙선까지 날아갔고, 중앙선에 서있던 훔멜스가 떨어지는 공을 머리로 처리했다.

[최현이 머리로 전방에 공 보냅니다!]

현은 수비벽에 강하게 튕겨나갔을 때부터 오른쪽 측면을 통해 전방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훔멜스의 헤더 패스가 독일 선수들에게 이어지기 직전에 현이 몸을 던지며 전방에 있는 은후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황은후가 공 잡아내는데요!]

[역습 가야죠! 빨리 공격 가담 해줘야 돼요!]

은후가 서둘러 중앙선을 넘고 오른쪽 측면으로 공을 몰고갔다. 훔멜스는 은후의 전진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이용해 은후를 막았다. 훔멜스의 몸을 버텨낸 은후는 중앙으로 드리블 방향을 바꿨다. 중앙에 있던 소중이 손을 흔들었다. 패스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은후는 보아텡이 다가오자 재빨리 소중의 앞쪽으로 공을 굴려보냈다.

[아! 막힙니다...!]

보아텡이 발을 들이밀며 공을 쳐냈다. 공은 재차 튕겨나갔다. 은후가 발을 들어올렸지만 튕겨나간 공은 다시 잡을 수 없었다. 공이 은후의 뒤로 흐른 그 때였다.

[다시 공 잡고 밀고 들어오는 최현!!]

[밀고 들어가야죠!!!]

독일 진영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현이 어느새 여기까지 와있었다. 현은 튕겨나온 공을 가슴으로 잡아내고 내친김에 페널티 박스 안까지 내달렸다. 보아텡이 현을 향해 움직였지만 현은 한 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슛을 시도했다.

[슛!!!!]

[슈우우웃!!!]

페널티 박스 오른편 깊숙한 곳이었기에 각도가 없는 위치였지만 이 슛은 직접 골을 노린 슛이 아니었다.

[노이어!!! 막아낸...!!! 다시!!!]

노이어는 빠르게 날아온 공을 손으로 쳐냈다. 강한 슛이었기에 쳐내는 방향까지도 조절할 순 없었다. 슛을 쳐내자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소중의 앞에 공이 떨어졌다. 소중은 공을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고, 몸을 던졌다.

[아!!! 필립 람이 걷어냅니다!!!]

람은 자신의 앞을 지나려는 공을 기어코 다리를 뻗어내며 박스 밖으로 쳐냈다. 자리에서 일어난 대한민국 응원단이 절규하듯 탄식의 소리를 내질렀다.

[골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좋은 공격 기회였습니다! 대한민국이 먼저 위협적인 기회 만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린 이렇게 빠른 역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절대 분위기를 내주지 않는 대한민국! 내친김에 대한민국은 전승 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기적은 준비되고 있습니다!]

우주는 입술을 꽉 깨물며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대한민국 선수들도 엄청난 집중력을 갖고 있는지 경기력에 있어선 뒤지지 않는다. 준비한대로 잘 하고 있다. 우주는 선수들을 향해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었다.

[미드필더 조직에 있어선 독일이 우위에 있을 순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능력도 상당하거든요. 우리가 잘 풀어 나간다면 분명 독일을 곤경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보아텡이 오른쪽으로 패스, 람, 중앙으로!]

독일의 공격 기회였다. 람이 오른쪽에서 한참 올라가 있자 중앙선에서 공을 잡고 패스할 곳을 찾던 보아텡이 바로 람에게 패스했다. 람은 터치라인 앞에 서서 굴러오는 공을 방향만 바꿔 중앙으로 연결했다. 오른쪽 측면으로 뛰어가던 뮐러는 굴러가는 공을 점프하며 흘려보냈다. 구르는 공은 외질에게 연결되었다. 외질은 곧바로 뮐러에게 패스하지 않고 한 템포 늦추는 것으로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했다. 미르가 외질에게 달려들자 외질은 그제야 뮐러에게 패스했다.

[공 잡는 뮐러!]

[선수 놓치면 안 돼요!]

김영권은 뮐러와 적절한 간격을 두고 대치했다. 슛 공간도 동시에 막는 적절한 위치를 잡았다. 뮐러는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대신 중앙으로 패스를 보냈다. 클로제를 향한 패스였다.

[막아내는 한미르! 굴절된 공은 김승규가 잘 잡아냈습니다!]

외질을 쫓던 미르가 뮐러의 패스를 간파하고 페널티 박스 안까지 들어와 길목을 막았다. 미르의 슬라이딩 태클에 막힌 공은 김승규 앞으로 힘없이 굴러갔고, 김승규가 공을 잡아내는 것으로 독일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위험한 상황까진 갔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한미르가 잘 막아냈습니다!]

[길게 처리하는 김승규! 전방에 최현에게 전달 됐습니다!]

현은 뒤에서 날아오는 공을 돌아서지 않고 그대로 발등으로 잡아냈다. 그러나 급한 마음 탓에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고, 훔멜스에게 공을 넘겨주고 말았다. 훔멜스는 재빨리 반대편으로 돌아서서 보아텡을 봤다. 보아텡은 은후의 압박을 받는 중이었다.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선 훔멜스는 수비 위치로 돌아오는 좌측 수비수 회베데스에게 패스했다.

[회베데스에게...]

[아!]

현은 느릿하게 굴러가는 공을 끝까지 쫓았다. 결국 회베데스에게 패스가 전달되기 직전에 현은 공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회베데스의 발에 공이 도착하기 전에 현이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노렸다.

[몸 던지는 회베데스! 다시 훔멜스에게 패스합니다!]

[지금 투지 상당히 좋습니다! 독일 선수들의 실수를 끊임없이 유도하고 있습니다!]

회베데스도 다리를 뻗어 공을 처리하는 것으로 재차 훔멜스에게 패스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평소보다 더 뛰고 있었다. 초반부터 약간 당황스러운 플레이가 계속 나오자 냉정하게 기계처럼 경기를 풀어가던 그들에게도 약간의 빈틈이 생겼다.

[필립 람이 중앙까지, 중앙으로 패스 보냅니다. 토니 크로스, 안쪽 봤지만 구자철에게 막힙니다!]

[네!]

토니 크로스는 공을 잡은 순간 소중과 미르에게 동시에 둘러싸였다. 패스할 공간과 타이밍을 확보하기 위해 전진 드리블을 했지만 구자철이 앞을 막아 선택지를 지울 뿐이었다. 억지로 우겨넣는 패스를 시도해봤지만 구자철의 발에 맞고 공이 튕겨져 나갔다. 소중은 바로 전방으로 돌아서서 튕겨나온 공을 잡아냈다.

[강소중! 측면 쪽으로! 최현!]

훔멜스 앞에 서있던 현은 소중에게 패스를 이어받고 오른쪽 측면으로 공을 치고 나갔다. 훔멜스가 몸을 붙여오며 현을 막아내려 했다. 하지만 현은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훔멜스를 따돌렸다. 엄청난 속도감을 느끼며 현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었다.

워낙 빠른 드리블이었기에 페널티 박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현은 드리블을 멈췄다. 곧바로 훔멜스가 앞을 막았다. 현은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고 다시 공을 치고 나갔다. 한 번 드리블을 멈추긴 했지만 워낙 가속도가 빠른 탓에 훔멜스가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 현은 페널티 박스 오른쪽으로 들어서는데 성공했다.

[가운데 손흥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은 골라인까지 공을 몰고 들어갔다. 골문 앞에 있는 손흥민은 이미 보아텡과 람이 막고 있었다. 고개를 틀어 페널티 박스 밖을 보니 은후가 보였다. 현은 공이 골라인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은후에게 패스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온 독일 선수들 사이를 뚫고 은후의 앞으로 공이 전달되었다.

[황은후!!!]

은후가 강한 슛을 위해 동작을 크게 하며 공에 다가섰다. 이미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자리 잡은 상황, 곧바로 강한 위력의 슛을 시도해야 하는 지금이었다. 은후는 강한 위력으로 슛을 보낼 수 있었다. 골문을 부술 기세의 슛을 시도하기 위해 은후가 디딤발을 내딛었다.

“!”

슛을 시도하려던 은후를 저지한 것은 크라머였다. 크라머는 은후가 슛을 시도하기 직전 디딤발을 걸었다. 얼마나 급했던지 발을 거는 것과 동시에 은후와 충돌하며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현은 화를 내며 주심에게 소리쳤다. 대한민국 벤치에서도 불만 섞인 항의를 했다.

[아! 크라머의 파울입니다!]

의도적인 공격 방해로 인한 경고감이었다. 독일 선수들이 크라머를 변호하기 위해 주심의 주위로 모였다. 그들은 크라머가 속도를 올리고 있을 때 은후가 슛을 시도하려 하면서 크라머의 앞을 막았다고 말했고, 결국 이 충돌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했다. 독일의 주장 필립 람이 주심에게 열변을 토할 동안 현은 분통을 터트리며 얼굴을 구겼고, 한국의 주장 구자철이 얼른 주심에게로 달려갔다.

결국 주심은 경고는 꺼내지 않았다. 구자철이 경고를 종용했지만 이미 주심은 그렇게 결정을 내린 듯 싶었다.

벤치에 앉은 우주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건 분명 람의 설득이 주심의 경고 결정에 큰 영향을 줬던 것 같다. 독일 선수들이 크라머를 변호하는 동안 제 목소리를 내는 대한민국 선수들이 없었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 얻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어쨌든 프리킥 기회는 분명하다. 골문과 20m 남짓 떨어진 가까운 거리였다. 약간은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위치였기에 왼발인 미르가 감아차기엔 적당했다. 프리킥을 앞두고 공 주위로 현과 소중과 미르가 모였다.

“어떻게 할래요.”

현이 다가오자 소중이 물었다. 이 위치에선 원래 미르가 킥을 처리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벽을 넘기는 킥을 시도한다면 이미 그 정도는 예상하는 노이어에 막힐 확률이 높았다. 미르의 킥은 그닥 강력하지 않았다. 또 미르는 골키퍼를 속이는 동작을 하면서 프리킥을 처리하는데 미숙했다.

오른발을 쓰는 현이나 소중이 프리킥을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 위치에서 속이는 동작을 해봐야 효과가 떨어진다. 순수 킥으로 노이어를 이겨내야 했다.

셋이 수를 생각할 동안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현은 노이어를 한 번 바라보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우리가 작전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나.”

소중은 골문을 보고 쉼호흡을 내쉬었다. 소중이 한 걸음 내딛자 미르가 공을 밀어주었다. 밀어주는 것도 발끝으로 살짝 건드린 수준이었다.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독일 선수들을 비롯해서 골문을 지키는 노이어가 한껏 긴장하는 순간에 소중이 서둘러 발을 뒤로 빼며 물러났다. 그러자 공을 정면으로 보고 몇 걸음 떨어져 있던 현이 움직였다.

세트 피스 전술이었다. 찰나의 순간 혼란을 준 것이다. 벽을 이루고 서있던 크로스가 재빨리 몸을 들이밀었다. 현의 슛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대로 슈우우웃!!!]

[슈우웃!!!]

현이 걷어찬 공은 엄청난 속도로 골문으로 뻗어나갔다. 방향은 노이어가 위치하고 있던 골문 상단이었다. 노이어가 움찔하면서 몸을 움직였지만 소중의 슛을 생각하고 움직이던 탓에 역동작에 걸렸다.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던 슛은 골망 상단 구석을 그대로 때렸다.

[고오오오올!!!!]

[고오올!!!!]

골이었다. 빨간 옷을 입은 모든 사람이 소리치며 일어났다. 경기장이 엄청난 환호성으로 가득찼고, 우주는 기뻐하며 두 손을 번쩍 들고 벤치 앞으로 나가며 동료 선수들을 얼싸안았다.

[골!!! 골입니다!!!]

[기가 막힌 골이에요!!!]

[대한민국이 월드컵 결승에서 먼저 앞서갑니다!!! 전반 11분 만에 최현이 선제골을 기록합니다!!!]

[저런 슛은 누구도 못 막죠!!!]

[기적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 선제골입니다!!!]

현이 오른쪽 손목 위로 입술을 맞추면서 대한민국 벤치로 달려왔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모두가 서로를 얼싸안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고, 준비했던 것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며 골로 연결되었다.

경기장에 있는 대한민국의 모두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선수들이야 원래 해낼 생각 밖에 없었지만 이 골은 대한민국에 쏟아지는 의구심을 저리 보내버렸다.

그러나 우주는 기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침착해져야 한다는 냉철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 경기 시간은 80분이 남아 있었다. 피치로 돌아가려는 선수들에게 우주는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전히 선수들은 들뜬 기색이었다.

‘진정하는 게 중요해.’

선제골은 예술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이제부턴 차분하게 이 경기력을 유지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필요하다면 아예 걸어 잠그는 전략도 좋았다. 그러나 그러기엔 대한민국의 수비력이 완벽한 수준이 아니기에 홍명보 감독은 그런 전략을 내세우지 않았다. 결국은 이런 흐름으로 한 골을 더 노리는 게 좋았다.

그러려면 빈틈이 없어야 한다. 우주는 초조하게 앉아서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이 경기에서 뛰지 못해도 좋으니, 월드컵 우승 트로피만은 꼭 들어 올리고 싶었다.

[필립 람이 공 잡습니다.]

약간씩 간격의 변화가 보였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약간 흥분했는지 신중하지 못한 위치 선정을 하며 독일을 압박했다. 그러니 빈 공간이 한 곳은 꼭 생겼다.

[그대로 헤딩! 그러나 높았습니다.]

[클로제 선수를 노리는 크로스였지만 뒤로 빠졌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이제 저런 크로스 시도도 못하게 확실히 막아줘야 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었다. 독일은 계속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고, 그 공격은 대한민국이 공격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선수들은 역습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독일의 전진을 허용했다. 효과적인 수비가 되지 않는 탓이다.

[크로스 올리는데요! 일단 신현성이 헤딩으로 걷어냅니다.]

아직까지 결정적인 기회를 내주지 않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애초에 빈틈이 생겨서는 안 된다. 우주는 여전히 초조했다.

[토니 크로스가 코너킥 준비합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독일의 장신 선수들을 대비해 골문 앞에 미리 선수들을 많이 배치시켰다. 토니 크로스가 코너킥을 처리하기 직전에 장신 선수들은 모두 골문 앞으로 움직였다. 그에 대응해 대한민국 선수들도 각자 맡고 있는 선수들을 쫓았다.

[앞으로 깔아주는...!]

그 때 뮐러만이 혼자 골문 앞으로 나서지 않고 크로스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크로스는 공을 낮고 강하게 차냈고, 공은 순식간에 뮐러에게로 갔다. 뮐러는 디딤발을 내딛고 강한 오른발 발리슛을 시도했다

[아!!!!]

뮐러의 발리슛은 강하게 골문으로 향했다. 골대 옆에 서있던 박주호가 재빨리 다리를 뻗어 공을 쳐냈다.

훔멜스의 앞으로 공이 튕겨나갔다. 훔멜스는 자신의 앞으로 튀어나온 공을 재빨리 골문에 밀어넣었다.

[...들어갑니다.]

대한민국의 골이 전략에서 비롯된 골이었다면, 독일의 골도 마찬가지였다. 전략이 완벽하게 통했다. 이젠 독일을 연호하는 응원 소리가 경기장에 가득했다. 득점을 한 지 5분 만에 다시 독일이 균형의 추를 맞췄다. 우주의 입술은 바싹 말라갔다.

============================ 작품 후기 ============================

이 용량은 한창 비상을 쓸 때의 용량과 맞먹는군 ㅇㅅㅇ야레야레 ㅇㅅㅇ 하지만 난 비상과 Lighter를 쓰면서 몇 번이나 40kb를 넘겨봤다구 ㅇㅅㅇ 이 정도는 약과라능 ㅇㅅㅇ전혀 놀랍지 않다능 ㅇㅅㅇ 하지만 이제 앞으로는 이 용량 넘길 일 없다능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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