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지나치게 공격적인 기용이었다. 강소중이 한미르와 같은 선에서 뛰고 손흥민과 최현이 양 측면 공격을 맡고 있었다. 최전방엔 황은후와 문제의 김우주였다. 김우주는 몸 상태로써 예리함을 가늠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모든 경기마다 제 역할은 해내는 선수였다. 오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독일의 위협이 되고 있다.
[이용이 공 던져주고요, 황은후가 가슴으로 받아냅니다.]
은후가 독일 진영 페널티 박스 모서리에 걸쳐 서서 이용의 스로인을 받아냈다. 뒤에서 훔멜스가 압박하자 재빨리 우주에게 패스, 우주의 주위로 3명의 선수가 모였다.
[김우주의 원 터치 패스!]
[좋아요!]
주위 독일 선수들이 패스 길목을 모두 막아버리자 우주는 발목을 들어올리는 것으로 공을 띄우는 간결한 패스를 보냈다. 공이 높이 떴다가 정확히 현의 가슴에 떨어졌다.
[차원이 다른 축구를 하고 있는 김우주입니다.]
회베데스가 한껏 경계하며 자세를 잡자 현은 공을 끌고 뒤로 물러섰다. 이용은 현의 뒤로 지나가며 오른쪽 측면 공간에서 쇄도했다. 이용의 움직임을 의식하느라 회베데스가 제자리에 있자 현은 그 사이에 주위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 쉬를레와 슈바인슈타이거가 동시에 자신에게 오고 있었다.
[패스 돌리는 최현. 강소중, 한미르에게 패스합니다.]
주위 독일의 미드필더들을 전부 자신에게 끌어온 현은 순간적으로 압박이 느슨해진 소중에게 패스했다. 소중은 공을 잡고 무리하지 않고 더 뒤에 있는 미르에게 패스했다. 미르는 독일 미드필더들이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있어 시야를 확보하기 편한 상태였다.
미르가 공을 잡을 때 현이 회베데스의 뒷공간으로 뛰어들었다. 미르는 그 짧은 순간 현과 시선을 맞추고 현의 앞으로 로빙 스루 패스를 보냈다. 정돈되어 있던 독일 수비진은 한꺼번에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한미르의 패스 들어갑니다! 최현!]
현은 뒤에서 날아오는 공을 발등으로 정확히 터치하며 자신의 앞에 떨어트려 놓았다. 그리고 오른발로 힘껏 공을 걷어찼다. 각도는 없지만 엄청난 힘의 슛팅으로 골망을 흔들 생각이었다.
[고!! 고...!!!]
[고...!!]
한 박자 빠른 슛은 노이어가 지키는 골문을 금방 흔들어버렸다. 대한민국 응원단이 환호성을 올리려는 순간 독일 수비진은 부심을 보고 이 상황을 납득했다. 오프사이드였다. 골망에 걸려있는 공을 주우러 가던 현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미르가 내준 패스가 최현에게 정확히 걸렸는데요! 정말 기가 막힌 연결이었습니다만 오프사이드였습니다!]
[네! 지금 이렇게 독일이 우리의 2선 공격수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거든요. 그럼 중앙의 한미르 선수가 공을 잡을 때면 대처가 한 템포씩은 늦게 되어 있어요!]
우주는 좋은 패스였다고 소리치며 미르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실망하며 힘없는 걸음으로 돌아오는 현에게는 좋은 슛이었다고 칭찬도 해주었다.
[독일이 압박을 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을 얼마만큼 빨리 노리느냐에 있거든요.]
수비 라인에서 공을 잡게 된 람은 크로스에게 패스를 주며 공격을 전개했다. 크로스에게는 소중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주위 패스를 받을만한 독일 선수들은 모두 대한민국 선수들이 막고 있기에 크로스로서는 빠른 선택을 해야 했다. 크로스는 공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전방의 외질에게 직선 패스를 보냈지만 미르에게 막혔다.
[한미르의 차단, 끝까지 밀어주면서 연결합니다!]
[수비 잘하고 있죠!]
미르는 외질이 패스를 받기 직전에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 태클로 공만 막아냈다. 그리고 재차 일어나서 다리를 뻗어 간신히 중앙선의 은후에게 패스했다. 은후는 근처에 있는 소중에게 원 터치 패스를 보내며 빠르게 공격을 시도했다.
소중이 공을 잡을 때 우주가 훔멜스와 보아텡 사이 간격으로 침투했다. 수비 라인을 뚫어버리는 우주의 움직임에 소중은 바로 우주의 발에 연결되는 패스를 보냈다.
[강소중의 멋진 패스!]
우주는 공을 잡고 골문을 향해서만 뛰어갔다. 대한민국 응원단은 우주의 드리블에 기대감에 찬 환호성을 질렀다.
[아! 훔멜스가 공을 차단합니다.]
우주가 수비 뒷공간에서 공을 잡을 무렵이었다. 우주의 움직임에 빠르게 반응하며 나란히 달리던 훔멜스가 어깨를 먼저 밀어 넣으며 우주를 밀어냈다. 우주는 휘청거리며 옆으로 밀려나 결국 공을 헌납하게 되었다.
[빠른 공격 전개가 좋았는데요... 아쉽네요.]
원래부터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마나 몸 상태가 안 좋은지 균형도 제대로 못 잡고 넘어질 뻔 했다. 우주는 숨을 가다듬고 독일 수비수들을 압박하기 위해 움직였다. 어차피 이 45분 동안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면 이 아픔도 의미가 없다. 이 경기의 승리가 모르핀이 되어줄 것이다.
[슈바인슈타이거, 뒤로 방향 전환합니다. 다시 람에게 패스. 람은 공 잡고 천천히 올라옵니다. 가만히 두질 않는 황은후, 람의 전진 패스, 뮐러, 박주호가 공 차단하는데요!]
[좋아요!]
[손흥민! 아, 람의 파울입니다!]
독일의 경기 운영 방식은 생각했던 대로 수비적이었다. 선수들이 수비적으로 경기에 나서자고 마음을 먹는다면 애초에 패스를 시야부터 달라진다. 독일은 무리하게 패스를 길게 연결한다거나 스루 패스를 남발하지 않았다. 잘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력으로써 적재적소의 패스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독일을 저지할 수 있는 건 강한 전방 압박 밖에 없었다. 최대한 실수를 유도해야 했다.
그러나 만들어질 것 같으면서도 끝내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는 건 역시 독일 선수들의 수준이 뛰어나고, 경기 운영의 노련미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기에 지금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안다. 방심도 하지 않는다.
[김우주가 공 잡습니다. 우측면으로 돌아서는 김우주, 최현에게 패스 연결합니다.]
[올라가야죠!]
[골문 앞으로 크로스! 보아텡이 막아냅니다!]
[뒤쪽에서!]
[김우주 그대로 슈우우웃!!! 아!!! 골대 위로 벗어납니다!!!]
[아쉽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은 독일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염두하고 있던 몇 개의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독일 선수들은 시나리오대로 경기가 풀려간다면 어떻게 경기할지 미리 구상하고 있었다.
자신감에 따른 준비성의 차이, 그리고 준비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은 곧 독일의 수준이었다. 대한민국에서도 독일에게 앞서가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독일에게 먼저 선제골을 가져갔을 때의 상황을 염두해뒀고, 선제골을 가져왔다.
그런데 곧바로 동점골을 허용하고 역전골에 추가골까지 연이어 허용한 것은 승리에 대한 준비가 너무도 부족했다는 것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결승전까지 올라온 팀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는 없다. 우주는 발목과 발등의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데도 참고 달렸다. 혹사를 당할 때 들었던 한 선배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태극마크는 진통제처럼 느껴졌다.
[슈바인슈타이거가 공 잡고 있습니다. 빠르게 강소중이 압박하는데요. 크로스에게 연결, 바로 전진 패스!]
중앙에서 모든 선수들이 서로가 서로를 압박할 때, 독일 선수들은 대한민국 수비진에 틈을 찾기 위해 안간힘이었다. 독일 선수들은 일찌감치 승부를 확정짓고 싶어 했다. 그건, 얼른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는 마음과도 같았다.
[달려 나와 막아내는 신현성!]
[좋아요!]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할 수 없게 된 현성은 매순간마다 필사적이었다. 현성은 클로제가 패스를 받아내기 직전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막아냈다.
현성의 발에 맞고 공이 앞쪽으로 굴렀다. 소중이 전진 압박할 때마다 혼자서 중앙의 선수들을 상대하기 바쁘던 미르가 공을 잡을 때였다.
[크로스가 가로채는데요...!]
뒤에서 몸으로 밀고 들어온 크로스가 미르를 밀어내고 공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파울을 요구하며 소리칠 동안 뮐러는 정돈되지 않은 대한민국 수비진 뒤로 달렸다.
크로스의 패스가 바로 뮐러에게로 갔다. 크로스는 이 때 자신의 패스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공이 김영권의 왼발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며 뮐러에게 정확히 연결된 것이다.
[뮐러에게 공이 연결됩니다!]
[안 돼요! 막아야죠!]
페널티 박스 모서리로 들어서며 패스를 받아낸 뮐러는 달려 나오는 김승규를 확인했다. 바로 옆으로는 김영권이 붙어오고 있었다.
[슈...!]
오른발을 들어올리며 슛을 할 것만 같던 움직임을 보인 뮐러는 드리블 방향을 45도로 꺾었다. 김영권이 슛을 막기 위해 슬라이딩 태클까지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기회에서도 침착하게 드리블 방향을 꺾어내 수비를 벗겨낸 뮐러는 골문을 보고 왼발슛을 시도했다.
[뮐러!!!]
[슛...!]
슛을 할 때 균형을 잃고 넘어지느라 공을 정확히 때리진 못했다. 그럼에도 충분했다. 달려나온 김승규 옆으로 공이 지나갔다.
조금 느리지만 충분할 것 같다. 뮐러는 빈 골대로 굴러가는 공을 보며 그런 느긋한 생각을 하다 얼른 몸을 일으켰다.
[막아내는 신현성!!!]
현성은 이미 놓친 뮐러를 쫓는 대신 골대 쪽으로 움직이던 중이었다. 골라인 거의 앞에서 겨우 공을 따라잡은 현성이 몸을 던졌다. 현성의 발에 맞은 공의 방향이 틀어졌다.
[...아!!! 다시!!!]
야속하게도 공은 골포스트 안쪽을 강하게 때리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온 클로제에게로 튀어갔다. 클로제는 허벅지로 공을 막아낸 다음 침착하게 공에 가까이 다가섰다.
[클로제!!!]
아까 페널티 킥을 놓치긴 했지만 이것만큼은 더욱 확실한 기회였다. 수비수 한 명만이 지키는 골대였다. 클로제는 공에 다가서면서 월드컵 신기록에 다시 다가서는 기분을 만끽했다. 클로제가 공을 골문으로 차넣자 신기록을 기원하던 독일 응원단이 환호했다.
“!”
클로제가 공을 잡을 때, 현성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골라인은 마치 공중에 매달린 외줄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런 외줄에 놓여있는 현성은 외줄을 타고 있는 어름산이였다.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클로제의 슛은 골문 구석으로 굴러들어가는 섬세한 슛이 아니었다. 흥분감에 도취되어 그저 골문으로 강하게 차넣는 슛이었다. 현성이 일어나는 동시에 클로제의 슛이 날아들었고, 현성은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에 몸을 던졌다.
[...신현성...!]
현성의 안면을 강타한 공이 다시 골대 앞으로 튀어갔지만, 이번엔 김승규가 잡아냈다. 완전한 골을 막아낸 수비였다.
[신현성이 대한민국을 지켜냅니다!!! 신현성의 엄청난 수비!]
[아!!! 어떻게 이런 수비를...!!! 정말...!]
[1골을 넣은 것과 다름없는 수비입니다!!!]
[정말 너무도 대단한...!]
[신현성이 클로제의 기록 경신을 저지합니다! 클로제가 월드컵 기록의 주인공이 되는 걸 허용하지 않는 신현성입니다!]
환호하던 독일 응원단은 경악하며 입을 다물었다. 대신 대한민국 응원단이 소리질렀다. 뢰브는 주먹을 불끈 쥐던 두 손을 다시 주머니에 도로 넣어야 했고, 홍명보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지러운 듯 머리를 털어내던 현성이 곧 정신을 되찾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완벽한 수비를 보여준 현성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힘을 내야 합니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우주에게 다시 2002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때와 지금 선수들을 비교하자면, 정신력만큼은 한없이 약한 어린 선수들이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아니었다. 단지 모를 뿐이었다. 어떻게 자신을 내던질 줄 모르는 그것뿐이었다.
[공 길게 처리하는 김승규 골키퍼!]
완벽한 득점 기회가 무산되자 독일 선수들이 약간은 충격에 빠져있었다. 김승규는 그 틈을 노리고 전방을 향해 길게 공을 차냈다.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독일 수비진이었다.
[김우주!]
센터서클에서 한 번 떨어진 공이 다시 높게 튀어올랐다. 우주는 은후를 향해 헤더 패스를 보냈다. 한 번의 공격 전개로 인해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측에선 현이 움직이고 있었다. 침착하게 가는 게 중요했다.
[황은후가 가슴으로 공 받고...]
가슴으로 공을 받아낸 은후는 오직 공만 봤다. 골대는 보지도 않았다. 우주는 그것이 키핑을 하려는 동작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대로 슛!!!!]
[슈우우웃!!!]
결정적인 수비 이후에 맞이한 공격 기회였다. 더 침착하게 공격을 풀어가도 됐다. 우주는 무리한 시도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2010 월드컵부터 봐왔던 이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성장했던 것인지, 골문과 35m는 떨어진 지점에서 시도한 터닝 발리슛이 위협적으로 골문을 향해 날아들었다. 공은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를 헤집고 자신의 의지라도 갖고 있듯 노이어의 키를 넘긴 다음 골대 안으로 떨어졌다.
골망이 흔들렸다. 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고, 고, 골!!!!!]
[고오오오오오올!!!!]
경기장이 환호성으로 진동했다. 은후는 그런 환호성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로 독일 골대 안에 굴러다니는 공을 향해 달려갔다.
[화, 황은후의 엄청난 고...!]
이 골 하나에 위기감을 느꼈던 것인지 노이어는 골대 안에 놓여있던 공을 저 멀리 차버렸다. 경기가 빨리 재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행동이었다.
독일 선수들과 응원단은 침묵하며 방금 상황을 떠올렸다. 대한민국 응원단은 연신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피치 위에 있는 대한민국 선수들은 서둘러 제자리에 돌아왔다. 경기 종료까지는 20분도 남지 않았던 순간에 터진 만회골, 스코어가 3대2가 되었다. 이제 단 하나 남았다. 우주는 은후를 힘껏 안아준 다음 자리로 돌려보냈다. 은후에겐 전반전의 실수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었는데, 그 실수에 대한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골이었다.
[이제 이 마라카냥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경기장에 있는 각국 중계진들도 연신 방금 그 골에 대한 찬사뿐이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조짐이라고. 이 경기가 이대로 끝날 것 같지만은 않다고. 그게 이 경기를 보는 세계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이제껏 독일의 경기들이 대체적으로 허무하게 끝난 면이 있지만 이 결승전은 달랐다.
[독일의 코너킥입니다.]
[분위기는 우리가 잡고 있습니다!]
[코너킥!]
독일 선수들에게도 방금의 골은 약간의 충격이었는지 경기가 점점 거칠어졌다. 그들은 더 공격적이었다. 이 상황이 독일의 시나리오에서도 있던 것인지는 몰랐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기계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냉철한 독일 선수들이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었다.
[막아냅니다!]
골대 옆에 서있던 박주호는 뮐러의 헤더슛을 몸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얼른 멀리 차냈다. 지금은 공이 어디로 가든 다 해결될 것 같았다.
[떨어지는 공! 강소중!]
박스 안에서 독일 선수들을 마크하던 소중이 어느새 박스 밖으로 움직이며 떨어지는 공을 잡았다. 소중은 왼쪽 터치라인 앞에서 공을 잡아내고는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전방에 우주가 있었다. 공을 잡고 있던 소중은 우주를 향해 패스를 시도하려 했다.
[아!]
[파울이죠!]
[슈바인슈타이거!]
뒤에서 달려온 슈바인슈타이거가 소중을 슬라이딩 태클로 막았다. 소중이 넘어질 때 대한민국 벤치는 격분했다.
[경고를 받는 슈바인슈타이거!]
람이 재빨리 주심에게 달려와 슈바인슈타이거를 변호했지만 우주도 물러서지 않고 마찬가지로 주심에게 이 파울에 대한 의미를 상기시켰다. 이 파울을 그냥 넘어간다면 경기는 더 거칠어질 것이고, 네이마르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주가 퇴장을 종용했지만 일단 주심은 슈바인슈타이거에게 경고를 줬다.
[뭔가 지금 기어가 어긋나기 시작한 독일입니다!]
여전히 슈바인슈타이거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욕을 멈추지 않자 현이 슈바인슈타이거에게로 다가갔다. 소중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싸가지 없는 동생이라지만 그래도 같은 팀은 같은 팀이고 한 살 어린 동생이라도 동생이다. 같은 팀 선수에게 저런 행동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독일 선수들은 그런 현의 앞을 가로막았고, 곧바로 은후가 독일 선수들을 밀쳐냈다. 그러자 대한민국 선수들과 독일 선수들이 엉켰다. 경기장은 잠시나마 야유 소리로 가득찼다.
“흥분하지 마.”
우주는 독일 선수들에게 물러나라고 손짓하며 대한민국 선수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흥분한 현에게는 직접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이기는 사람, 지는 사람. 여기서의 차이는 나를 이길 줄 아는 것.”
결승전까지 올라온 팀들은 수준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그런 경기에선 정신적인 부분의 강함도 중요했다. 우주는 이스탄불을 떠올렸다. 자신을 비롯한 밀란 선수들은 그 때 리버풀에게 정신적인 부분에서 졌다. 그 때 배웠다. 이기는 건 결국 두려움과 부담감을 모두 극복하는 사람, 결국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잘 할 수 있지?”
“네.”
우주는 다시 현을 온순하게 만들고 자리로 돌려보냈다. 다른 선수들은 진정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독일 쪽에서 보복성 플레이를 한다면 이제 이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 우주는 주먹을 꼭 쥐며 다짐했다.
[이제 단 1골만 남았습니다.]
소중은 미르의 패스가 오자 퍼스트 터치를 오른쪽으로 길게 가져갔다. 독일 선수들의 태클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사실 소중은 독일 선수들을 애초부터 두려워하지 않았다. 뮌헨을 18살에 무너뜨린 적도 있었다. 그런 독일이 이제와서 큰 위협은 아니었다. 두려운 것은 그저 패배뿐이었다.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강소중.]
공을 오른쪽까지 몰고가자 슈바인슈타이거와 회베데스가 소중을 막았다. 소중은 중앙으로 위치를 바꾸는 현에게 패스했다. 현은 공을 받아놓고 바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패스를 띄워보냈다. 은후가 날아오는 공에 시선을 두고 골대 앞으로 움직였다.
수비진과 골문 앞 그 공간을 노린 패스였다. 은후가 위치를 잡고 뛰어올랐다.
[크로스!]
[네! 좋아요!]
함께 뛰어오른 보아텡이 공중에서 은후의 몸을 밀어냈다. 은후는 어떻게든 헤더슛을 위해 머리를 움직였다.
그 순간 크로스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나온 노이어가 펀칭하기 위해 주먹을 강하게 뻗었다. 노이어의 펀칭에 공은 저 멀리로 날아갔고, 은후의 관자놀이가 노이어의 주먹에 강타 당했다.
은후는 공중에서 힘을 잃고 보아텡에 밀려 몸체가 앞으로 쏠린 상태에서 떨어졌다. 착지 동작도 없었다.
[...아!]
[지금은...!]
노이어와 보아텡은 굴러 넘어지며 다시 일어났지만 은후는 넘어진 그 자세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의 충격 때문에 우주는 아주 잠깐 정적을 느꼈다.
“황은후!”
우주는 은후에게로 뛰어가는 동안 소리쳤다. 대답도 반응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