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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79화 (79/82)

79화

대한민국이 월드컵 결승에 올라올 수 있던 원동력을 이 결승전이 말하고 있다. 실점을 해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다시 승부의 추를 되돌릴 득점력, 분위기를 타면 제 기량의 이상을 발휘하는 어린 선수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만드는 리더까지.

이 대회 최강의 모습을 보여준 독일이지만 심리적으로 동요하며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독일이 이렇게까지 흔들린 것은 이 대회 최초였다.

[월드컵 결승전! 세계인들이 이 대한민국의 모습을 분명히 봤습니다! 세계 최고의 팀으로 거듭난 대한민국 대표팀!]

[우리 축구의 역사가 그동안 얼마만큼 발전했는지, 그런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선제골을 넣고 3골을 허용했지만 결국엔 다시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김우주 선수는 이제 월드컵 역사에 자신의 빛나는 이름을 새기게 됐습니다!]

동점골 이후 여전히 공격적으로 나서는 대한민국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도 점차 활발히 공격에 나섰다. 본래 이런 상황에선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해야 하지만 대한민국이 기세를 올리고 있었고, 공격을 허용하다가는 정말로 또 실점할 우려가 있었다. 뢰브는 다급한 마음에 선수들에게 큰 동작으로 손짓했다.

[람이 밀어줍니다. 뮐러! 외질에게!]

[좋아요!]

[기성용이 외질을 잘 막았습니다. 기성용과 외질이 겹쳐지면서 외질의 발 맞고 골라인을 나갔습니다. 골킥입니다.]

이제 해는 저물었다. 그러나 마라카냥의 환호성은 꺼지지 않았다.

[공 돌리면서 독일 선수들을 끌어내고 있는 대한민국 선수들입니다.]

전세는 역전되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시간이 흘러갔지만 결국 역전골까지 터져나오지는 못했다. 추가 시간에 접어들자 관중들은 긴장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계속되는 이변과 놀라운 장면이 속출했던 이번 대회이기에, 후반 종료 직전에 한 골이 더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기대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내려와서 공 받는 김우주.]

독일의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에서 공을 받은 우주가 잠깐이나마 자유롭게 놓아졌다. 곧바로 압박을 위해 슈바인슈타이거가 달려들긴 했지만 우주는 재빠르게 슛을 날렸다.

[그대로 슈우우웃!!!]

발등에 얹힌 공은 시원스레 골문으로 쭉 뻗어나가며 관중들의 기대감을 자극시켰다. 그들의 기대감을 만족시키려는 듯 공은 골이 될 것처럼 거침없었다.

[아! 골대!!!]

시원스럽게 날아가던 공은 골대에 맞고 튀어나왔다. 보아텡은 튀어나온 공을 얼른 저 멀리로 걷어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우주를 자유롭게 놓아둔 것이 불만스러운 듯 노이어가 크게 소리쳤다.

우주는 방금 그 슛에 크게 아쉬워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대한민국 응원단도 탄성을 냈다.

[이렇게 후반전 종료됩니다! 브라질 월드컵 결승, 공방전 끝에 연장전에 접어들게 됩니다!]

결국 경기는 연장전으로 가게 되었다.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한 번도 연장전을 치르지 않았기에 조금은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피치 밖으로 나와 최대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애썼다. 근육이 굳어져가는 다리를 풀어주려고 벤치 선수들이 도와주기도 했다.

우주는 선수들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연장전은 말 그대로 연장전, 후반전 대한민국의 기세가 계속된다는 의미다.

“은후는 어떻게 됐어요?”

“지금 병원에 가고 있어. 가서 검사 받을 거야.”

코칭 스태프에게 은후에 대해 묻자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정신을 차렸는지 어땠는지는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 우주는 은후가 꼭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경기를 재개해야 했다. 우주는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선수들은 없는지 눈으로 살폈다. 아직까지도 의욕이 가득한 선수들뿐이었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과 모인 우주는 다시 우승을 외치며 피치에 올라갔다.

[브라질 월드컵 결승, 3대3 동점 스코어로 대한민국과 독일이 연장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네. 30분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교체되어 들어간 우주와 기성용은 활발히 움직이는 것으로 독일의 공격을 매끄럽지 못하게 방해했다. 체력의 부담은 지금의 모든 선수들이 느끼는 것이기에 전반전과 후반전처럼 서로를 매섭게 몰아붙이지는 못했다.

[머리로 걷어내는 훔멜스, 한미르가 떨어진 공 잡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골킥으로 인해 독일 진영에 떨어지는 공을 훔멜스가 머리로 받아냈다. 재빨리 전방으로 움직인 미르가 제일 먼저 공을 잡았고, 우측으로 드리블할 것처럼 움직이더니 중앙으로 방향을 꺾었다.

[로빙 패스! 찔러주는데요!]

[네! 좋아요!]

수비 뒷공간으로 움직이던 우주의 움직임에 맞춰 시도하는 완벽한 로빙 패스였다. 독일 선수들의 키를 넘긴 공은 박스 안에 있는 우주의 발에 안착했다.

우주가 페널티 박스에서 공을 잡아내자 보아텡이 슛 각도를 막아버렸다. 회베데스도 서둘러 우주에게 다가와 압박을 가했다.

현이 재빨리 우측을 파고들었다. 우주는 압박에도 공을 지켜낸 뒤 현에게 패스를 내줬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는 소중이 손흥민과 함께 뛰어들었다.

[최현의 크로스!]

[올라가야죠!]

현의 크로스는 소위 말하는 삑사리였다. 소중은 페널티 박스로 움직이던 찰나에 올라온 현의 크로스가 너무도 높이 뜬 것을 보고 방향을 바꿨다. 오른쪽에서 보냈던 크로스가 코너 에어리어 쪽에 떨어지고 있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음에도 소중은 전력을 다해 공의 낙하지점까지 달려갔다. 다리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져 가는 기분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잡아내는 강소중!]

겨우 공의 속도에 맞춰 낙하 지점에 도달한 소중은 발등으로 정확히 공을 잡아냈다. 람은 바로 소중에게 달려들었다. 퍼스트 터치 타이밍에 맞춰 바로 태클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여기서 공을 뺏길 수는 없었다. 소중은 왼발을 공 옆에 세차게 내딛고는 오른발을 공에 가져갔다.

공에 두었던 오른발 바깥쪽으로 공을 밀어낼 듯 하더니, 어느새 오른발 안쪽이 재차 공을 쳐냈다. 태클을 시도하기 위해 다가선 람이 어안이 벙벙해졌다.

[플립플랩!]

소중은 그 찰나의 순간에 완벽한 스킬을 구사함으로써 람을 제쳐냈다. 소중이 람을 제쳐내고 골라인 위를 타고 독일 골문에 가까워지자 대한민국 응원단이 열렬히 환호했다.

[강소중!!!]

노이어는 골대 옆에 바싹 붙어서서 소중의 슛을 견제했다. 골문 앞으로는 손흥민이 달려들며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어오고 있었다.

소중은 페널티 아크에 있는 우주를 재빠른 고개짓으로 확인한 뒤, 시선은 골대에 고정한 채로 우주에게 패스했다. 노룩패스였다.

[...김우주!!!]

[슛 해야죠!]

45도 각도에서 들어오는 패스는 골문으로 슛을 보내기 더없이 완벽하다. 자신에게 굴러오는 공에 다가선 우주가 빠른 슛을 위해 오른발을 디딤발로 내딛고 왼발을 휘둘렀다.

[슛!!!! 아!!! 몸 맞고 굴절되는 공...!]

독일 골대로 낮게 뻗어가던 공은 훔멜스의 다리에 걸렸다. 독일도 어떻게든 실점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다시 최현!]

오른쪽에 서있던 현은 훔멜스의 다리에 맞고 튀어나온 공을 받아냈다. 현에게는 회베데스가 달려들었다.

다가오는 회베데스를 보면서도 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달려오는 회베데스 쪽으로 공을 치고 들어갔다.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으로 보였다.

[...아!!!]

회베데스가 수비 자세를 잡으려는 그 잠깐의 순간에 현이 레인보우 플릭업으로 회베데스를 통과했다. 회베데스는 별다른 수비도 하지 못한 채 현을 그대로 보내버렸다.

[최현!!!]

연이어 수준 높은 플레이가 나오자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져내렸다. 환호성의 중심에 있던 현은 노이어와 골대 사이의 그 좁은 간격을 관통하는 슛을 시도했다.

[아! 옆그물에 맞습니다!]

[아아아!!! 정말 골 찬스를 잘 만들었는데요!!! 개인 기술로 완전히 독일 선수들을 이겨내는 순간이었습니다!]

[브라질 땅 위에서 화려한 개인기로 독일 선수들을 흔들었던 대한민국!]

공이 옆그물에 맞고 튀어나오자 현이 잔디를 걷어차며 짜증을 냈다. 본인의 플레이를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주는 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스쳐 지나는 독일 선수들의 표정을 봤다. 우주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지만, 독일 선수들은 더 놀란 것 같았다. 한 번에 양쪽 측면에서 보기 힘든 개인 기술이 연이어 나왔다. 그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 것 같았다.

[연장 전반전 종료됩니다!]

연장 전반전은 별다른 소득없이 종료되었다. 소득이라 한다면 독일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대한민국 선수들이 엄청난 개인 기량을 선보였다는 점.

연장 전반전이 끝나고 숨만 겨우 돌린 채 진영을 바꾸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대체적으로 연장 전반전과 흐름은 같았다.

[공 잡는 쉬얼레. 바로 올려주는데요!]

터치라인 앞에서 공을 잡았던 쉬얼레가 페널티 박스 앞에 있던 괴체를 향해 긴 패스를 보냈다. 괴체의 머리를 이용하기 위한 크로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김영권이 크로스를 막기 위해 움직이던 중 낙하지점을 잘못 파악하고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아, 괴체!!!]

[위험한데요!!!]

괴체가 가슴으로 공을 받아냈을 땐 곧바로 골키퍼와 1대1 상황이었다. 괴체는 자신의 가슴에 맞고 골문 앞으로 튀어가는 공을 쫓았다. 김승규도 괴체를 막기 위해 달려나왔다.

[괴체!!!]

[아!!!]

괴체가 다리를 길게 뻗어내며 공중에 있는 공을 발등으로 쳐올렸다. 김승규의 키를 넘기는 칩슛, 공이 골라인 안쪽으로 떨어지자 독일 응원단이 두 팔을 뻗쳐들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신현성!!!]

공이 골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동시에 현성이 공을 걷어내버렸다. 마치 갈고리가 긁어내는 것처럼 정확히 공을 골문 밖으로 보내버렸다.

골라인 안쪽에 떨어진 공을 봤던 독일 선수들은 일제히 득점 판정을 요구하며 주심을 바라봤다. 그러나 주심은 고개를 저었다. 독일 응원단도 득점 선언이 나오지 않자 야유를 보냈다.

[골라인 테크놀로지가 정확한 판단을 내립니다! 공이 골라인에 떨어지는 순간 공의 일부분이 골라인에 닿아 있었습니다!]

[이 정밀한 기계가 아주 중요한 판정을 내려준 거죠!]

주심은 철저히 골라인 테크놀로지가 골을 선언하지 않은 것에 대한 판정을 내렸다. 오심이 아니었지만 독일 선수들은 판정이 내려진 순간엔 크게 흥분했다.

[신현성이 오늘 골라인에서 3번이나 실점을 막아냅니다! 완전 해트트릭 수준입니다!]

우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처음에 완벽한 골인줄로만 알았다. 연장전에서 다시 골을 허용하게 된다면 승리는 어려워진다.

[연장 후반전이 종료됩니다!]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게 경기에 열중했을 때, 연장 후반을 마무리하는 휘슬이 울렸다.

[이제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은 승부차기로 가려지게 되겠습니다!]

어쩌면 축구에서 가장 잔인한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피치의 선수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우주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월드컵 우승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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