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34화 (34/235)

< --고코우단 영지 점령전-- >

은연중에 적혈여제를 배신하고 반란군에 가담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네르의 결의는 흔들리지 않는것을 보고 결국 매정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 태현은 가슴 한 켠이 씁쓸한 걸 애써 무시하면서 아지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앗.. 라이 님. 혹시 루루 못보셨나요..?"

"루루? 아, 그 아이린씨와 함께 붙어다니던 무사 소녀 말씀이시군요."

"네! 그 아이가 벌써 2일째 소식이 없어요...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적은 처음이라.. 흑.. 걱정되네요. 어디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흑흑.."

"울지 마세요. 예쁜 얼굴 다 망가지잖아요."

태현은 그러면서 손수건을 꺼내 아이린에게 건넸다. 아이린은 감사하다며 공손히 받아서는 눈물을 닦아내고 곱게 접어서 다시 돌려주었다.

"뭐.. 저도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무언가 소식이 있다면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이 님. 감사합니다!

"연신 허리를 굽히며 감사를 표하는 아이린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몇번이나 하고도 아이린이 그만두지 않자 대충 그 자리를 피했다.

'루루도 어찌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적의를 갖는 상대에게는 매혹도, 섹스에 의한 회유도 잘 안먹혀들었다. 플로우가 그 대표적인 예였는데, 언니의 배신으로 정신적으로 충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날몇일을 태현에게 반항하면서 버텨냈던 플로우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는 태현으로서는 현재 루루가 가히 짐덩어리에 가까웠다."

쩝. 그 때 아이린을 확 덮쳤어야했나?

"지나간 버스에 손 흔들어봤자 버스가 멈춰줄 리 만무한 법. 지나간 일은 어쩔수 없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을 완전히 감출 순 없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어느새 다가온 크로우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그 내색은 않으며 태현은 능청스럽게 물었다."

로아나단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있나?"

"제가 입수한 정보로는 오늘 밤 늦게 대대적으로 고코우단으로 습격이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쉽지만 비밀병기가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아. 아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거니까. 그나저나, 오늘 밤이라? 마침 잘됐군. 혹시 고르디아나의 팀원들이랑 연락 가능해?"

"네.. 가능합니다만. 무슨 일이신지?"

"응. 오늘 밤에 적당히 소란만 일으키라고. 오늘 확실하게 고코우단 잡는다."

"소란을 일으키라고 전하면 되나요?"

"응. 고르디아나의 영주가 그쪽에만 신경쓸 정도로 아주 화려하게. 하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빼라고 그러고. 혹시라도 잡히면 로아나단이라고 그래."

".. 상당히 악랄하신 분이로군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 전해두도록 하죠."

그대로 팔찌로 연락을 하기 시작한 크로우를 뒤로 하고 루루를 구속시켜둔 방으로 들어갔다.

루루는 침대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다.

"뭘 그리 생각하나?"

"....."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루루의 모습에 가당찮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고 태현은 루루의 턱을 잡아 채 눈을 마주보게 만들었다.

"... 당신이랑 할 말 없어."

"하! 건방과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군. 아직까지 너의 입장을 파악하지 못한건가?"

"...... 음적자식. 세이라 여신의 천벌이 있으리라."

"거참 네가 뭐 대단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서 세이라 여신이 지켜준다면 몰라도 네가 뭔데 세이라 여신이 널 위해 천벌을 내려준다는거야?"

"....."

"불리해지자 입을 다무는군. 좋아. 그렇다면 네가 세이라 여신을 믿고 따른다면 이게 무엇인지는 알겠지?"

태현이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꺼내든 것은 녹색 빛이 감도는 구슬파편같은 조각이었다.

과연 그래도 세이라 여신의 무녀와 붙어다니는 호위무사답게 이 조각이 무엇인지는 아는듯, 그걸 본 루루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그건.. 네가 어떻게....?"

"큭큭. 그래. 이게 네가 그리 갈망해 마지 않던 세이라 여신의 조각이다."

"아... 아.. 어.... 어째서.. 이런 음적이.. 여신의 조각을...? 왜...?"

"크크크크.. 여신의 사도.. 에리라고 했던가? 어쨌든, 사도가 직접 와서 조각이 있는 던전을 가르쳐 줬지. 오히려 이러면 내가 여신에게 선택받은 자가 아닌가?"

"그.. 그럴리 없어.. 여신께서 선택한 자가 이런 음적이라니! 인정할 수 없어."

"하... 루루. 그만하자. 여신께서 인정한걸 네가 부정하겠다고? 신성모독이라고, 그거?"

태현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루루의 이성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뭐가뭔지 혼란에 빠져버린 루루가 갈피를 못잡고 흔들리고 있자 태현은 그런 루루의 상태를 보고 득의양양한 미소와 함께 은근슬쩍 루루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흔히들 말하는 멘탈붕괴에 빠진 루루는 이제 더이상 태현의 행동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못했다.

"아아.. 어째서.. 여신님..."

태현이 몸을 더듬건 말건 마치 자기가 무녀인 듯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기도했지만 그런다고 구원이 내려진다면 태현은 이미 옛날에 천벌을 받고 죽었을 것이다.

크로우가 입혀준 옷인지 모를 밋밋한 흰색 티를 찢어버리고, 짧은 핫팬츠를 벗겨버린 뒤 전라를 드러낸 루루를 억지로 침대에 눕히고 어느새 자신의 옷도 벗어제낀 태현은 루루의 자태를 보며 비웃었다.

"하하핫! 처녀를 겁탈당한 상대가 실제로는 자신보다 더 여신에 가까운 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니 이젠 어쩔수 없다는 표정이군. 그런 네가 나에게 반항을 했다 이건가?! 가소롭기 짝이 없군!"

".... 아아.. 여신님. 세이라 여신님. 부디, 부디 아이린만큼은 굽이 살펴 보살펴주소서....."

"얼씨구? 끝까지? 하하! 유쾌하군, 유쾌해! 언제까지 그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을까!"

"하으으으윽!"

루루의 굳게 닫힌 다리를 거칠게 열어버리고 무방비한 보지에 거친 정복자처럼 짓이겨 들어가 범하기 시작했다.

"훗.. 좋아. 그럼 널 오늘 해방시켜주마. 안그래도 아이린이 걱정하고 있더라고."

".... 아이린이... 흐읏..!"

루루는 아이린을 언급하자 다시 한번 흐느끼기 시작했다.

깨끗하고 순결한 여신의 무녀를 곁에서 모시기엔 자신이 너무나도 더럽혀졌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모습에 더욱 흥분된 태현은 거칠게 루루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명심해! 네가 그날 있었던 일을 발설하는 순간, 너도 물론이고 아이린을 포함한 고코우단 전체를 파멸시켜버릴거니까! 무슨 말인지 아리라고 믿는다."

"크슥.. 흐앗! 흐앗! 아아앗!"

'싫은데, 싫어야할텐데, 어째서 내 몸은 이다지도 민감하게 반응하는거야? 아아, 아이린.. 이제 난 너를 무슨 표정으로 대해야하는걸까? 아아.. 아이린.. 아.. 세이라 여신이시여..'

루루의 얼굴에 물방울이 또르륵 흘렀다.

그리고 그 위에서 태현은 마치 야수처럼 거칠게 루루의 몸을, 보지를, 가슴을, 입을 탐하고 있었다.

루루는 그저 태현의 움직임에 그저 휘둘리면서 간헐적인 절정에 몸을 떨수밖에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신나게 루루의 몸으로 성욕을 해소한 태현은 아지트를 나와서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습격 예상 시간이 4시라.. 어.. 그럼 한 30분쯤 여유가 있군."

사실 1시간 정도의 여유는 두려고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정신줄을 놓고 달라붙어오는 루루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발 더 싸주느라고 살짝 지체해버린 것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고코우단. 가로등의 불빛만이 유일한 어둠의 대항마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고, 밝디 밝은 달빛만이 고요한 적막이 감싸인 고코우단의 거리에 내려쬐고 있었다.

아름다운 달빛을 맞으며 적막을 깨뜨리는 벌레의 울음소리를 감상하면서 《대삼림》에 들어선 태현은 《대삼림》마저 고요한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최심부에 다가갔다.

저박저벅,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에 곤히 잠들어있던 레드 와이번이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불청객을 쫓으려 눈을 떴지만 눈앞의 존재가 자신의 주인임을 깨닫고는 다시 날개를 접고선 충성의 자세를 취했다.

"자, 날아오르자. 저 《세계수》의 최정상까지."

레드 와이번은 태현을 태우고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고코우단이 한 눈에 들어올 무렵쯤 되자 《세계수》의 최정상에 다다랐고, 거기에는 마치 철광석을 연상시키는 흑색의 열매가 여기저기 맺혀있었다.

그걸 열심히 수확하던 태현은 거의 다 땄을 무렵 고코우단 쪽이 점점 밝아지며 소란스러워 지는것을 느꼈다.

"시작했나보군. 그럼 우리도 시작해볼까?"

태현이 수련의 탑에서 플로네에게 받은 랜덤 기술 큐브. 이건 아이러니하게도 불속성 기술이었다. 그래서 태현은 이 레드 와이번을 보는순간 이것을 위한 큐브였음을 깨닫고 황급하게 레드 큐브를 제작해, 레드 와이번을 포획했던 것이다.

"레드 와이번, 기술 습득 큐브 사용, 기술 명, 《지옥의 불꽃(헬파이어)》"

태현이 꺼내든 큐브가 빛으로 변하더니 레드 와이번의 몸에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세계수》가 왠만한 불길로는 끄떡없다지? 그럼 이것도 버틸 수 있을까? 레드 와이번, 헬 파이어!"

레드 와이번은 크게 심호흡 하더니 칠흑의 불꽃을 뿜어내었다.

푸른색 보호막 같은걸로 자신을 보호하던 세계수는 곧 보호막이 산산조각나면서 헬파이어에 직격하기 시작했고, 점점 검은빛으로 물들더니 결국 새카만 불길로 자신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다.

세계수가 그러하자, 근처의 나무에 튄 불똥들 마저 화려하게 나무들을 태워나가기 시작했고, 이 불길은 곧 《대삼림》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휘유~이거 엄청난걸? 내일 잠자리에 오줌 싸겠군. 자, 돌아가볼까?"

레드 와이번을 타고 고코우단에서 조금 떨어진 숲에 도착해서 큐브에 회수한 후 고코우단으로 달려갔다.

아직까지는 성문에서 버텨주는지, 고코우단 내부에서는 그렇게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지만, 그것ㄷ느 한순간이리라. 태현은 곧바로 관서로 향했다.

이미 미네르는 정신을 차리고 사태 파악을 하고 있는지, 평소의 작업복 같은 옷도, 하늘하늘한 사복도 아닌, 제대로 된 예복을 입고선 영주로서의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현재 동쪽 성문 돌파 위기입니다! 성벽 파손률이 50%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북쪽 철의 산 쪽에서 넘어오는 적들의 수도 어마합니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북쪽 경비대장의 전갈입니다."

"남쪽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조용합니다. 남쪽으로는 인원을 배정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남쪽 경비인원들을 북쪽과 동쪽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져오는 보고에 미네르는 침착하게, 한편으로는 정신없이 처리를 하던 도중, 급하게 들어온 태현의 모습에 반색했지만 이윽고 외치는 태현의 말에 얼굴빛을 흙빛으로 물들일 수 밖에 없었다.

"미네르..! 대, 《대삼림》이 불타고 있어!"

황급하게 《대삼림》쪽으로 달려간 미네르와 그를 보필하기 위해 함께 나선 태현은 《대삼림》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멀리서도 보이는 검붉은 불꽃의 악마가 닥치는대로 집어삼키는 참담한 모습에 신음했다. 미네르는 정신이 나간듯 풀썩 주저 앉았다.

"아아, 《대삼림》이.. 《세계수》가...!! 아아아.. 세이라 여신이시여..."

미네르는 기도를 올리다가 흠칫 무언가 떠올랐는지 어디론가 연락을 걸었다.

"글로리아, 글로리아? 도와줘, 《대삼림》에 화재가 났어! 근데 반란군이 쳐들어와서 인원이 없어! 화재 진압할 인원좀 지원해줘!"

[아- 미네르? 미안한데, 지금 여기도 반란군들로 시끄러워서, 우리도 지금 정신없어. 미칠거같아. 반란군 규모도 파악안되고, 지금 총체적 난국이야. 마침 나도 너에게 증원 요청하려 했는데. 거기도 그래? 아주 작심하고 덤비는거 같은데?]글로리아라고 부른 여성의 대답을 듣자 미네르는 고개를 떨구고 좌절했다.

"아아.. 죄송합니다. 세이라 여신님, 적혈여제님, D.

M님.. "

급기야 눈물을 뚝뚝 흘려대며 그저 주저앉아 있는 미네르를 보다못해 태현이 소리쳤다.

"이런데서 주저앉아 있을거야? 세계수가 어때서, 대삼림이 어때서? 지금 네가 지켜야할건 고코우단의 영지와 영지민 아닌가? 고작 숲 따위에 좌절해서 너를 믿고 따른 영지민들과 영지를 모두 로아나단의 손에 넘겨줄거야?"

그 호통에 미네르가 어렴풋이 정신을 차렸는지 눈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

다.

".. 그.. 그래요..! 이미 불탄 숲과 나무는 어쩔수 없죠! 저는, 저희는, 지금부터 전력으로 고코우단과 그 영지민을 보호하는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나와야지."

그러나 그 결심을 비웃듯이, 전령이 달려와서 급보를 전했다.

"급보입니다! 남쪽에서 상대의 정예병력이 나타나 남쪽을 제압하고 서문으로 가서 협공, 서문이 함락되었습니다! 북쪽도 현재 위급한 상황!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라이 씨. 라이 씨는 북쪽의 지원을 가주세요. 제가 서쪽으로 가겠습니다."

"아니. 저번에도 봤잖아? 이미 로아나단은 너에 대한 대비를 해뒀다고. 서쪽에는 상대의 정예들이라며? 그러면 내가 가야지. 미네르는 북쪽의 지원을 부탁해. 내가 서문으로 갈게."

"... 고마워요, 라이 씨... 부디, 고코우단을 지켜주세요."

"아아. 맡겨둬."

미네르를 북쪽으로 보낸 뒤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태현의 얼굴에는비열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 작품 후기 ============================만악의 근원 태현.

어제 업로드 안한 이유는 혹시라도 누군가 쪽지를 보내주실거라는 헛된 기대였습니다만가볍게 제 기대를 깨주시고 아무도 보내주시지 않으셨더군요.. 실망이 제법 컸습니다ㅜㅜ

그럼 뭘 해야 참여를 해주실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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