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코우단 영지 점령전-- >
"아이린!!!"
무녀가 이런데서 죽어버리면 세이라 여신을 만날 방법 자체가 사라져버린다. 그것만은 막아야한다고 생각한 태현은 급하게 페어리에게 보호막을 치게 했지만 상대는 여신의 사도. 불길은 가볍게 보호막을 부숴버리고 아이린을 덮쳤다.
쿠르릉- 쿠르르릉- 쾅! 콰지직!
어느샌가 잔뜩 끼어든 먹구름에서 아이린의 앞에 번개가 여러줄기 내려꽂혔다.
"라일라. 어디 쳐박혀서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니. 저런 애한테 붙잡혀 있기나 하고.. 여신의 사도라는 이름이 울겠어?"
노란 트윈테일, 화려한 옷을 입은 아직까지는 어려보이는 듯한 키. 시온 령을 막 벗어났을 때 나타난, 세이라 여신의 사도, 에리.
"감히 세이라 여신님의 무녀를 죽이려 들다니, 라일라, 너 정녕 죽어볼래?"
하지만 불완전한 유그드라실 큐브에 세뇌당한 라일라에게는 어떤 말도 소용없었다. 그저 주인에게 명령받은 일을 충실히 반복할 뿐이었다.
"... 라일라, 너 정말, 한번은 죽어야 정신차리겠구나...? 싸우전드 썬더!"
천줄기의 번개라는 이름과 걸맞게 수십, 수백줄기의 번개가 라일라를 향해 내려꽂히기 시작했다. 라일라는 그 번개줄기를 멍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자신의 몸을 불로 휘감고선 보호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여신의 사도이여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했다. 태현은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마치 신화의 한 풍경같은 번개가 이리저리 치닫고, 불길이 솟아나는, 종말이 연상되는 이 광경에 순간 매료되어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것이 여신의 사도의 힘...? 실버가 이 힘에 취할 만 하군.. 확실히 매력적이고 압도적인 힘이야. 나도, 갖고싶다...'
하지만 아직 큐브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눈앞에 에리는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몰려들어있던 먹구름에서 비가 한두줄기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무섭게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시원한 소리만을 남기며 내리는 빗줄기에 라일라의 기세가 약해지고, 에리의 위력은 더욱 거세졌다.
슬금슬금 라일라가 밀리기 시작하더니, 곧 에리는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싸워! 다시 일어나서 싸워! 네가 그러고도 여신의 사도야?!"
저 멀리서 악을 쓰며 큐브를 들이대면서 라일라에게 싸울것을 종용하는 실버의 눈은 충혈되어 마치 악귀같았다. 그런 실버의 뒤에 홀연히 은발의 푸른 여인이 나타나서 실버의 손을 붙잡았다.
"아직 어린 아이.. 너무 큰 힘에 취하면 자신을 망치는 길이니.. 일단 이건, 본녀가 받아가도록 하마."
치레느 여신의 사도, 카나리아긴 실버의 손에서 아직까지 미친듯이 불길을 뿜어내는 큐브를 뺏으려던 찰나였다.
"여신의 사도라 할지라도 저희들의 야망을 방해하시는건 용납못하겠는데요~?"
어느새 아데루가 실버의 곁으로 이동해서 실버를 품에 안고 가볍게 당기는것으로 카나리아의 손길을 뿌리치자 카나리아는 그 푸른 눈을 분노로 물들이며 물줄기를 휘감기 시작했다.
그러나 분노가 너무 컸는지, 점점 물줄기는 얼어가서 얼음이 되었고, 주륵주륵 내리던 빗줄기는 어느새 눈송이로 바뀌어 있었다.
"엄청나군..."
갑자기 불어닥치는 눈보라에 한기를 느끼며 태현은 팔을 부여잡았다.
갑작스럽게 눈과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점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라일라와 에리의 주변은 그들의 불꽃과 전력에 녹아내렸지만, 그들도 추위에는 위축되는 듯, 방금까지 치열하게 싸우던 둘은 카나리아의 등장 이후로 섣불리 서로에게 공격을 펑펑 내쏘지 못했다.
"인간주제에, 감히. 여신의 사도를 구속한것도 모자라, 본녀에게 대항하는것인가! 지금 당장 그 큐브를 내려놓고 꺼지지는 못할망정...!"
진심으로 분노한 듯, 카나리아의 주변에는 눈보라가 미친듯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실버는 그 영향인지 바들바들 떨고 있었지만, 아데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가에 미소를 띠우면서 카나리아를 마주보고 있었다.
"여신의 사도들은 인간들의 일에 간섭하면 안되는게 아니었던가요?"
"라일라를 구속시킨 순간 이건 인간들만의 일이 아니라는것을 알텐데?"
"그렇다면 왜 로자리엘님을 세뇌시킨 적혈여제에겐 찾아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이건 단순히 저희가 당신보다 약하기 때문에 이렇게 참견해오시는것이 아닙니까?"
"크... 크읏.... 궤변이다."
"아니죠. 로자리엘님은 사도도 아니고, 여신 그 자체를 복속시킨것인데, 이것은 당연히 여신들과 관계된 일일진데, 저는 여태까지 적혈여제가 여신의 사도에게 습격당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거든요?"
아데루는 부들부들 주먹을 쥐고 떨고 있는 카나리아에게 한껏 비웃어주며,
"이건 단순히 적혈여제에겐 상대도 안되니 안찾아가는거고, 이건 저희가 만만하니까 처벌하러 온것과 어디가 다릅니까? 그러고도 여신의 일이랍시고, 저희에게 간섭하시려고 하는겁니까?"
"크... 으윽.."
정곡을 찔러대는 아데루의 말에 카나리아는 그저 침음성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궤변이다. 궤변이 맞다. 하지만 이것을 인정해버리면, 자신은 추악한 인간과 다를 바 없어진다. 더이상 여신의 사도로서 위엄을 살리지 못하고, 치레느 여신의 신앙과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반박할 수도 없다. 실제로 로자리엘이 적혈여제에 세뇌된 것도 사실이고, 그 로자리엘을 구출하러 그 누구도 움직인 적이 없는것도 사실이다. 사도로서는 여신에게, 자신의 창조주가 아닐지라도 반항하기 어려우니까. 여신은 같은 여신. 같은 등급끼리만 겨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카나리아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럼, 볼일 다 보셨으면, 가보시죠? 여기는 '인간'의 전장이니까요."
아데루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나리아를 보고, 에리를 보았다.
"흥. 난 여신님의 무녀가 공격받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카나리아처럼 나를 흔드려고 해도 소용없을걸."
"그래보이네요."
카나리아가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사라지자, 먹구름이 걷히고 눈이 그쳤다. 그러자 라일라는 다시 날뛰기 시작했고, 에리는 그 라일라를 요격하며 아이린을 지키기 시작했다.
이 둘이 날뛰는걸 뒤로 하고, 태현은 실버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크로우는 그런 태현의 뒤를 따랐다.
"여어. 멋진 궤변이었다, 아데루."
"어머, 라이 씨 아니세요? 여긴 어쩐일이실까?"
거의 반쯤 기절한 실버를 마치 인형인듯 품에 끌어안고, 가끔씩 신음히른 실버를 가엾다는 듯이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실버의 얼굴을 닦아주며 태현의 인사에 아데루는 대답했다.
"너, 정체가 뭐냐."
"저요? 보시다시피, 로아나단의 사주중 하나, 아데루입니다. 전, 탱커의 역할을 맡고 있어요♡"
"그걸 묻는게 아니야. 너, 정말 인간이냐?"
아데루의 읽기 힘든 표정이 지속되더니 꺄르륵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하, 재밌는 말씀을 하시네요? 저, 정진정명 인간입니다. 뭐라고 생각하신거에요? 악마? 괴물?"
"어찌됐건 인간은 아닌거 같은데 말이지."
"아무것도 잃을게 없는 여자는 때론 악귀나찰보다 두려운 존재일 수도 있지요."
그 대답에 태현은 아데루의 편린을 살짝 엿본듯 한 느낌이 들었다.
실버의 손에 들려있던 유그드라실 큐브가 점점 미친듯이 진동하더니, 검은 불길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역시, 불량품은 이게 한계인가요? 하인리히도 리타이어 해버렸고. 오늘 내로 제압했어야 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변수가 드글드글..! 후후. 인간, 재밌어요. 저와 같은 인간일진데 이리도 다르고, 이리도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가득할 줄이야..! 유쾌해요. 실로 유쾌해요...!"
그러면서 실버의 손에서 큐브를 빼내더니 내려놓고선 실버를 품에 안고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네요. 이번은 여기까지네요. 아아, 아쉬워요. 고코우단 마저 뺏길줄이야. 팀 유베.. 아니, 라이 씨, 제법 하시는군요? 오늘은 승리를 실컷 즐기시죠. 다음번엔, 제대로 사주 전체가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아데루는 자신의 몬스터인듯 미노타우로스를 소환해 자신을 들게 한 뒤 나자빠져있는 하인리히 또한 챙겨들고 크게 외쳤다.
"로아나단 철수! 이번엔 우리들의 패배를 인정한다!"
아데루는 그러면서도 태현에게 한마디 외치는것도 잊지 않았다.
"라이 씨. 전 봤거든요. 《대삼림》. 후후. 다음에 뵈요?"
멀어지는 아데루와 미노타우로스. 그리고 수많은 로아나단.
그들이 몰려가고, 태현이 긴장이 풀려 털썩 주저 앉았고, 아까 내려놓고 간 큐브는 결국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파스슥 부서졌다.
"정말로, 진심으로 미안하다!"
방금까지 모든걸 무표정으로 태우던 크림슨 색 여인, 라일라가 미네르와 태현, 아이린, 그라그 에리의 앞에서 사체투지학느는 그저 머리를 땅에다 박으며 사죄하고 있었다.
".... 휴. 라일라님 잘못이 아닌결요. 고개를 드시고 일어나주세요. 저희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미네르가 손을 뻗어 라일라의 손을 잡으며 일으켰다. 라일라는 처음엔 움찔하더니 쭈뼛쭈뼛 일어서기 시작했다.
방금까지의 은색 갑주는 전투할때만 입는지, 지금은 가벼운 흰색 티셔츠에 붉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찌됐건, 미안하네. 미력하나마 영지 재건을 도와주지. 이건 내 최소한의 속죄니까, 이것만은 거절하지 말아주게나."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무안한듯 그리 말하는 라일라의 마지막 부탁마저 거절할 수 없었던 미네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그 대답에 라일라는 다행이라는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로아나단의 대대적인 습격이 있던 날로부터 3일 후, 큐브가 박살남과 동시에 기절한 라일라가 정신을 차렸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미네르에게 찾아와 다짜고짜 사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네르는 한사코 라일라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잘못은 라일라님을 세뇌한 로아나단이라며 진정시켰지만, 끝내 온몸을 땅에 던져가면서까지 사죄하는 라일라의 모습에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라일라가 영지 재건을 도와주게 됨으로써, 얼추 5일째 되는 날에는 성벽 정도는 복구할 수 있었다.
"내 도움은 이정도이려나.. 음.. 다시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더
도와줘야하는데, 나도 조금 밀린 일이 있어서."
"이해합니다. 사도님들은 균형의 조율자시니까요."
"음.. 그럼 이만.."
라일라가 다리에 불길을 두르고 하늘을 달려나가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음.. 나도 이정도려나."
"에리님.. 에리님에겐 어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아니아니. 난 내 역할을 다했을 뿐이니까. 무녀를 지키는 것 또한 사도의 역할이니까. 라일라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붙어 있었는데, 제정신으로 돌아온거 같으니 안심이야. 카나리아가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나도 내 할일을 하러 가봐야겠다."
"네. 에리님. 조심히 들어가시길."
"아이린. 몸조심하고. 바이바이."
에리 또한 번개를 두르고 사라졌다.
"하아~~"
그날 이후로 너무 많은 일을, 쉴틈없이, 그것도 여신의 사도의 비위를 맞춰가며 일했더니 몹시도 지친 일행들은, 사도들이 떠나자마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편해지겠네요. 으으응~~ 너무 급하세요. 사도님들."
"시간은 제한되있는데, 최대한 많이 도와주고 싶으셔서 그런것이겠죠. 이해는 하지만..."
복구 작업중 부쩍 친해진 미네르와 아이린이 걸즈토크를 하는 걸 뒤로 하고는 태현은 관서를 나섰다.
고코우단을 한바퀴 돌면서 영지의 상태를 둘러보자, 아직까지 참상의 흔적이 남았지만, 많은 부분이 복구되어 나아지고 있었다.
"아, 크로우. 먼저 가는거야?"
"이번엔 저도 조금 지쳐서.. 먼저 가서 조금 쉬려고 합니다. 고르디아나는 거대한 영지입니다. 혼자선 힘드실겁니다."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는걸로."
크로우를 먼저 고르디아나로 보낸 후, 성벽의 보수를 조금 돕다가, 카린에게 들러 세계수의 과실을 맡기고 왔다.
"어느정도 걸릴꺼같아?"
"3.. 3일은.. 되야... 흐으윽.."
태현이 카린의 보지를 찌붑거리면서 묻자 카린은 몸을 비비 꼬면서 간신히 대답했다.
"그럼, 완성하면 연락 줘. 그때까지 섹스 없어."
"아아아아... 그런.. "
마치 사형선고를 들은 사형수마냥 좌절하던카린은 고개를휘휘 젓더니 작업준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도와주러 다니고, 퇴근을 위해 관서에 들리자, 미네르가 저녁 먹고 가라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함께 저녁을 먹고, 결국 자고 가라는 미네르의 권유를 거부하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추 달이 떠올랐을 무렵, 태현의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라이 씨.. 자요?"
"아니, 안자. 들어와."
거의 투명한 네글리제만을 입고 대놓고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고 있는 미네르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있었다.
"오늘 고생하셨는데, 한잔 어때요?"
"좋지."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더욱 잘받는 느낌에 벌컥벌컥 연신 들이키기 시작했다.
미네르도 태현의 페이스에 맞추려 노력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히고 취했다.
"으음... 아아.."
============================ 작품 후기 ============================theriper/폰관리는 잘하셔야하지요! 그럼 고치셨겠군요. 이참에 폰 바꾸시지ㅋㅅㅋ근데 어째 어제 조회수는 글 안올린 날이랑 비슷해...?
그래서 확인하고 순간 어제 업로드 안한줄 알았는데.. 왜지?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어?
선택지 드립니다.1. 이러려고 왔지? 잔뜩 취한 미네르와 섹스하며 마지막으로 회유해본다.2. 저번에 회유 안됐으니 뭐. 미련은 없다. 깔끔하게 재우고 고르디아나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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