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골목 4대세력-- >
"좋아. 경매장부터 흡수해볼까."
다음 경매 개최일이 분명, 2일 후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접근을 해야하지?'
그 마담이라고 불리던 중년의 여인, 나중에 여기저기 알아보니 이름은 갈라테아. 나이가 38이나 됐지만 스스로 관리를 잘해 아직 20대 후반정도의 미모를 뽐내는 그 여인은, 남편이 모종의 이유로 실직하자, 자신의 숨겨진 상재를 뽐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싸게 나온 물건을 사서 약간의 마진을 붙여 되파는 작업을 반복하다가, 어느정도 돈이 쌓이기 시작하자, 그 돈으로 노예들을 사서 노예매매를 하기 시작했다.
이 사업이 성공해서 점점 규모가 커지자 결국 갈라테아는노예를 직접 수급하기까지 이르렀다.
자신의 산하에 무력단을 조직해서, 여기저기서 직접 몬스터나 가끔은 인간을 잡아와서 경매에 부쳤고, 결국은 이 고르디아나에서 4대 세력중 하나로서까지 성장했던 것이다.
즉, 갈라테아의 산하에는 엘프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무력도 갖춘 실력자들이 있다는 것.
하인리히가 보여줬던 엘프들의 무력을 생각하면 쉬이 상대하기 힘든, 일개 세력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상대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태현과 갈라테아 사이의 접점이 없다는 것. 쉬이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그 남편에게 먼저 접근을 할까?'
남편에 대해서도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직장을 잃고, 아내가 전적으로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괴감과 자신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으로 술과 도박에 빠져 폐인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아내에게 의존하고 있는 한심한 남편이라고.
"좋아. 그럼 그 남편에게 먼저 접근을 해서, 갈라테아에게 손을 뻗어야겠군."
방향을 정한 태현은 도박장에 들어가서 어제 바꾸고 남은 동전을 이용해 천천히 슬롯머신을 돌리기 시작했다.
'왔군.'
부슬부슬한 머리, 깡 마른 몸. 짙은 다크서클. 저번에 태현이 잭팟을 터뜨릴때도 관심 한번 주지않고 자신의 머신만을 돌리던, 그렇기에 오히려 태현의 눈에 띠었던 남자. 말리온. 자신의 아내에게 열등감을 갖고 살고 있는, 안타까운 남자.
오늘 하루는 저 남자의 생활 패턴을 파악하는데 힘쓰기로 했다.
흘긋흘긋 말리온의 동향을 살피며 기계적으로 슬롯 머신을 돌리기 시작했다. 종종 동전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누군가가 버린듯한 케이스를 주웠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아도 케이스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한참을 머신을 돌리던 말리온은 잘 안풀리는지 연신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만을 푹푹 내쉬었다. 그러곤 동전을 다 잃은 듯 터덜터덜 도박장을 나가길래 은밀히 뒤를 밟았다.
근처 식당 아무데나 들어가서 끼니를 때운 말리온은 수중에 잔고를 확인하더니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다녀왔어.."
"어디 있다가 온거에요!? 몸도 안좋으시면서.."
말리온의.. 정확히 말하면 갈라테아의 집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걱정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멸시가 섞인 듯한 갈라테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걸 들은 태현은 속으로 미소지었다.
'생각보다 빨리 해치울 수 있겠군.'
페어리를 꺼내서 빛으로 모습을 감추게 한 후 페어리의 정신교감 스킬을 통해 갈라테아와 말리온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당신.. 계속 그렇게 살면 정말 병들꺼에요. 제가 드리는 간단한 일이라도 해보세요. 네?"
"됐어. 내가 무슨 일이야. 이렇게 살다가, 그냥 죽는거지 뭐. 후우.."
소파에 몸을 파묻고 깊게 숨을 내쉬는 말리온의 모습을 보고 있던 갈라테아의 눈빛에 아주 잠깐이지만 경멸감이 깃들었다가 사라졌다. 갈라테아는 곧 아무런 내색 않고 말리온 곁에 앉아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지 말고.. 자기 일 잘하잖아요? 내일 경매니까, 갯수 맞는지만 파악해줘
요, 네?"
갈라테아가 품 속으로 기어들어와 애교부리며 말하자 말리온은 커흠커흠 헛기침 하더니
"그 정도는.. 흠흠.. 해볼까..?"
그리고 약 두시간 쯤 뒤, 말리온이 움직이는걸 보고 태현은 선수를 치려했지만
"아. 나 그 창고가 어딘지 모르는구나? 데헷."
같은 꽁트나 치더니 결국 말리온의 뒤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말리온은 터덜터덜 경매장 근처로 가더니 백화점 지하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갔다.
'역시, 뒷골목 세력은 앞쪽과의 모종의 커넥트가 있군.'
어렴풋이 감지하던 추축이었으나 말리온이 백화점 지하로 들어가는것을 보고 확신을 얻게 된 태현은 언젠가 써먹을 수 있겠지 싶어 기억해두었다.
문이 닫힐세라 황급히 쪼르륵 따라들어간 경매장 용 창고를 보고 태현은 깜짝 놀랐다.
'이.. 이게 다..? 경매용 물품..?'
정력증강제, 미약등부터 시작해서 사육용 소나 돼지, 심지어 인간 여자, 몬스터, 엘프. 온갖 것들이 있었다. 심지어 엘리멘탈도 몇몇 눈에 띠었다.
큐브로 보관되고 있는것도 생각보다 놀라운게 많았다. 속성부여 큐브부터 시작해서 고급 몬스터 포획 큐브, 장비 큐브, 일회성 증강 큐브 등등.
말리온은 아까 갈라테아에게 받았는지, 서류를 하나 꺼내들더니 천천히 걸으며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태현은 몬스터들의 상태를 보아하니 온순한 몬스터들은 단순히 근육이완제나 수면제만 먹고 축 처져있었고, 흉폭한 몬스터들은 쇠사슬까지 칭칭 두른채 묶여있었다.
'가엾기도 하지. 내가 풀어주마.'
그 중 가장 흉폭해 보이는 미노타우로스에게 다가가 쇠사슬을 끊어버렸다.
"크륵..?"
자신의 쇠사슬이 헐거워진걸 눈치챈 미노타우로스는 몸을 비틀어 쇠사슬을 떨쳐내버리고 울부짖었다.
"크워어어어어어!!"
"허억..?!"
말리온은 식겁하며 도망가려했지만 다리가 풀려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다.
미노타우로스는 그런 말리온을 붉게 빛나는 흉폭한 눈으로 쳐다보고는, 잡아먹을듯이 덤벼들었다.
'슬슬 나가볼까?'
"위험해요!!"
골렘으로 우선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막았다. 다행히도 그리 레벨은 높지 않은 듯, 골렘은 무리없이 미노타우로스의 공격을 받아냈다.
"거기 아저씨! 이거 딱봐도 경매용 몬스터같은데, 진정시키는 약 없어요? 그런거 구비해놓잖아요?!"
"나.. 난.. 여.. 여기 처.. 처음이라 모.. 몰라.. 히이익!"
말리온이 주저앉은 자리에 물웅덩이가 생기는걸 보아하니 지렸나보다. 어벙한게 참 무쓸모하다 싶어서 결국 페어리의 마비가루를 이용해 무력화시킨 후 다시 쇠사슬을 채워 가뒀다.
'내가 풀어주고 내가 다시 잡다니. 조금 웃긴걸.'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데는?"
"어.. 없... 어.. 어떻.. 게.."
"저, 백화점 청소 직원입니다. 청소하고 있는데, 이쪽에서 몬스터 소리가 들려서요. 달려왔죠. 다행이네요."
"고.. 고맙... 다.. 덕분에.. 살았어.."
어느정도 진정이 됐는지 말 더듬는건 어느정도 사라지자 그제사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나저나, 미노타우로스가 왜 갑자기 저리 날뛰었을까요?"
"흠.. 관리상 실수가 아닐까.."
그러자 태현은 주위를 둘러보는 척 하더니 목소리를 낮게 착 깔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제가 백화점 청소 직원이지만 경매장 뒷편 청소도 겸하고 있는데, 거기서 들은 건데 말이죠.."
태현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말리온을 경악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게 말이죠. 마담 갈라테아가 무능력한 말리온 씨를 더이상 데리고 살기 힘들다고, 처리해버리겠다는 식ㅡ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전 처음엔 반신반의 했는데, 오늘 보니 어렴풋이 알겠더군요. 왜 하필 미노타우로스만이 저렇게 날뛰었을까요? 제일 흉폭한 몬스터로 형체도 못알아보게 짓뭉개버리겠다는 아주 악랄한 책략입니다."
"내.. 내 아내가... 그럴리 없어.."
"요즘 들어 부인이 자꾸 말리온 씨를 밖으로 내보내려 하지 않던가요? 대하는 태도도 예전같지 않으시던가..?"
"... 확실히. 요새 계속 일하라고 보채긴 하던데... 조금 차가워진 것 같기도 하고.."
씨익. 태현은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 의심의 싹은 한번 피어나면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리온의 가슴속에 깊숙히 박힌 의심의 싹은, 태현에 의해 무럭무럭 자라나서, 말리온의 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크윽.. 갈라테아 이 창녀같은 년이.. 내가 얼마나 잘 대해줬는데. 내가 실업하자마자 자기 좀 잘 나간다고 날 버리겠다 이건가..!"
"진정, 진정하시죠. 말리온 씨. 아직 확실한게 아닙니다. 확실한 증거를 잡아야합니다. 저것도 그냥 몬스터 포획반의 실수라고 둘러대면 끝날 문제입니다."
"그럼, 나는 어째야 좋은가?"
"제가 옆에서 돕겠습니다. 절 마담 갈라테아에게 붙여주시죠. 그럼 제가 최대한 말리온 씨의 눈과 귀가 되어 정보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 원하는게 뭔가?"
"하핫. 저야 지금 청소 직원따위로 굴러먹고 있지 않습니까. 이 생활만 청산할 수 있다면야."
"돈이라는거군. 안심했네. 뭐, 나를 위해서니 고르디아나를 위해서니 따위의 말을 지껄였다면, 난 그대부터 의심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면서 자신의 품 속에서 단도를 꺼내 보이는 말리온.
"금전. 자기 자신의 영위, 보신. 이런걸 추구하는 자만큼 믿기 어려운 자도 없지만, 그만큼 믿을 만한 자도 없지."
'이거 그냥 호구인줄 알았더니 그것만은 아닌가보구만.'
태현이 말리온의 평가를 수정하는 동안 말리온은 단도를 다시 품에 넣으면서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자, 가세. 오늘 바로 갈라테아에게 소개시켜주지."
말리온은 그래도 충격이 꽤 큰듯, 비틀비틀 거리며 걷자 태현은 곧바로 어깨를 부축했다.
"그러고보니, 자네 이름이 뭔가?"
"타오렌. 타오렌입니다."
태현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이름을 속였다.
'그럼.. 갈라테아를 어떻게 먹는다?'
============================ 작품 후기 ============================오오? 그러고보니 최강혁님이 오랜만에 코멘을 달아주셨네요, 어서오세요!
계속 찾아와주시는 elas님에게도 무한 감사를!
료비님! 처음뵙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뵈요!
리랑탈히님도 요새 자주 뵙네요. 반가워요! 고마워요!
요새 theriper님이 안보이는건 조금 걱정.. 선택지 드려욧!
1. 다른 남자와 미약등을 이용해 성관계 맺게 한 후 그 광경을 말리온에게 보여준다.2. 그럴 필요 있을까? 태현이 직접 갈라테아를 먹은 후 복속시켜 섹스하는 장면을 말리온에게 보여준다.
(물론 자신의 얼굴은 가리고.)
요즘 갑자기 조회수가 3배 가까이 뛰어서 글 쓰는게 즐겁네요. 에헤헤.. 그러니 다들 추천 선작.. 도 좋지만 코멘 좀 많이 던져줘요! 이게 제일 받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