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탕스-59화 (58/235)

< --다음은 너야, 글로리아.

-- >

갈라테아를 만족 시켜준 후 앨리스에게 루스티, 아스타를 맡기고 태현은 티레이와 수안을 데리고 각각 오락시설 하나씩 습격했다.

앨리스는 놀이공원, 태현은 테마파크를 각각 급습했고 손쉽게 정복하는데 성공했고, 내친김에 병원까지 들러서 유리 나스와 섹스하면서 겸사겸사 병원의 협력을 약조받는데 성공했다.

또한 뒷골목 세력의 재정으로 방송국의 지분마저 싹 쓸어버리는데 성공했고, 노점상을 방문하니 고르디아나 담당인 고텐 드뮈레는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다시금 충성을 맹세했다.

"이걸로 남은건 백화점 뿐인가?"

태현과 크로우가 이래저래 백화점으로 파고들어갈 틈을 찾아보았지만 영 보이지 않아서 직접 잠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이, 신입! 거기 물건들 다 여기로 옮겨놔!"

"예!"

푸른 모자를 푹 뒤집어 쓰고 열심히 자재를 옮기고 있는 소년은 바로 태현이었다.

직접 잠입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결국 들어갈 만한 곳이 여기밖에 남아있질 않아서, 결국 어쩔수 없이 물건 정리 담당인 업체로 들어가 이렇게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신입! 이리 와봐!"

"예, 예! 갑니다!"

태현이 부른 쪽으로 달려가보자 이쪽 구역 팀장이라고 자신을 밝혔던 털이 수북한 남자.. 이름도 들었지만 남정네, 그것도 아무런 의미 없는 NPC의 이름까지는 기억할 리 없는 태현은, 이미 잊어버렸다.

"듣자하니 니가 이 구역에 대해 빠삭하다며? 내일 검사하러 오시니까 니가 서포트 붙어라."

"? 누가 오시는겁니까?"

"들어보니 여기 오너의 직속 감사관이라던데? 그건 왜?"

"아,여기 백화점 오너분이 워낙 베일에 쌓여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그건 그래. 나도 여기 오너 본적이 없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태현은 적절히 비위도 맞춰가면서 응답해주자 팀장은 기분이 좋은지 이것저것 떠벌리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일한지 벌써 5년이 다되어가는데, 오너 얼굴 한번 본적 없다는건 정말 웃기는 일 아니냐? 맨날 감사관들만 와서 검사하고, 확인한뒤에 이상없으면 공수해가고. 감사관도 이상한게 매번 같은 사람만 온단 말이지? 사람이 그렇게 없나. 그건 그렇고, 오늘 끝나고 술 한잔 할까?"

"내일 감사관 오신다면서요? 더 빡시게 준비해둬야죠. 호의만 받겠습니다."

"야임마 너 그리 착실하게 일하다간 오래 못살아 이것아. 그걸 누가 인정해주기라도 한대? 한번 정도는 빠져도 몰라."

"그래도, 이게 제 역할이니까요."

굳은 의지를 보이는 태현의 모습에 더이상 설득은 무리라고 여겼는지 팀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그렇다면 수고해라. 난 퇴근."

"네. 안녕히 들어가세요."

팀장이 털레털레 나가는걸 보고선 태현은 다시 차곡차곡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한 창고, 열심히 일하는 태현을 지켜보고 있는 시선이 있디는 것도 모른 체.. 다음날 아침, 태현이 출근하자 팀장이 헐레벌떡 태현을 찾았다.

"야, 너, 너 뭔 짓 한거냐?"

"..? 네? 왜요?"

감사관님이 벌써부터 와 계셔! 그러곤 널 찾더라!"

"겍."

뭔진 모르겠지만 괜히 불안한 느낌이 들었던 태현은 튈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란 심정으로 감사관이 있다는 방으로 향했다.

"당신이 타오렌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 물품 리스트를 작성한것도 당신이고요?"

"예, 그렇습니다."

".. 그렇군요."

"???"

자신을 감사관 마이크라고 이름 밝힌 중년 남성은 지신의 손에 들린 리스트를 보면서 아무말도 않자 태현은 뭔가 잘못된거라 생각해 틈이 보이면 도망가려는 순간,

"훌륭하군요! 이정도의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런데서 썩고 있다니, 너무나도 아깝군요. 당신을 저희 쪽 비서실로 스카우트 하겠습니다."

"엑?"

"응?"

해고지시가 떨어질 줄 알았던 태현과 호통을 칠거라 생각했던 팀장이 동시에 의아하다는 듯 멍청한 소리를 냈다.

곧 정신차린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속으로 희희낙락하면서 짐을 챙기러 이동했다.

그날부로 비서실에 임명된 태현은 그대로 비서실로 이동하니 넓은 방에는 덩그러니 한 지적으로 생긴 여성이 홀로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태현이 들어오는 소리에 안경을 고쳐쓰고 태현을 바라보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짝 치면서 말을 걸어왔다.

"아! 네가 삼촌이 말한 타오렌이라는 아이구나? 반가워. 난 달리안. 이 고르디아나 백화점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지.. 만 직책만 비서실장이지 비서실 소속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언니의 직속 비서였을 뿐이었는데. 나에게도 부하가 생기다니~"

첫 인상은 상당히 냉정한 인상이었으나 생각보다 떠들썩한 아가씨였다.

'언니?'

"삼촌이요? 언니?"

태현이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이거 말해도 되려나? 라며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고민하더니 대답해주었다.

"이 백화점의 중역들은 대부분 친족들이야. 오너는 내 언니고. 삼촌은 감사관."

"아...! 아까 그 분이시구나. 네. 이해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철저하게 정보가 차단이 되어 있던거군.'

"근데 이제 타오렌 너도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 말해주는거야!"

"감사합니다."

호감을 얻기 위해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달리안은 꺄악 거리며 태현의 자리를 정해주었다.

"한동안 바쁠거야."

"네."

바쁘면 얼마나 바쁘겠나, 자신은 영지조차 다뤄본 몸인데. 라고 태현은 생각했지만 곧 안일한 생각이었다는걸 알게되었다.

이 백화점의 업무량은 왠만한 영지의 업무량 못지 않게 많았고, 태현 조차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업무를 처리해나갔다.

비서실에 취직한 지 어연 5일, 드디어 지옥같던 서류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와 여유가 생겼다.

"여기 늘 이런가요,"

"아니, 월 말인데다가, 최근에 반란군도 발생했으니까, 조금 더 조심하는 단계라 일이 폭증했어. 오늘은 마무리. 끝나고 가족끼리 외식이야."

"아하. 즐거우시겠네요. 외식 맛있게 드세요."

"무슨 소리야 타오렌. 너도 가야지. 가족이라고 했잖아."

"엑.. 저도 가도 되는겁니까,"

"물론이지."

'나이스!'

드디어 오너의 모습을 볼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에 태현은 그것만으로도 여태까지의 지옥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일이 대충 마무리되고, 인근에 가장 호화로운 음식점으로 들어간 태현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면면들을 살펴보았다.

'저 남자가 그 감사관이라던 삼촌이군. 남자는 패스. 1층 홀 안내 담당인 홀 매니저.. 저게 고모부랬던가? 아오, 뭐가 이리 많아.'

결국 남자들에게는 가벼운 인사만 나누고 여성진들을 훑어보았다.'괜찮은 여자는.. 대충 첫 째는 오너.. 본적 없으니 패스. 둘 째, 비서실장 달리안.. 셋 째, 6층 의류 담당 클로제. 그리고 쟤.. 사촌동생이라던 5층 일회성 아이템들 담당 하이사. 정도인가.'

그 외에 여자는 많았지만 태현은 대충 이 넷 정도만 시야에 넣어두었다.

"오너께서 들어오십니다."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이 조용히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집중되었다.

곧 문이 드르륵 열리며 검은색 계통의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아름다운 금발은 짧고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며, 그 머리 위에는 세련된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예쁘긴 했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은연중에 죄중을 압도하는 분위기. 카리스마라고도 말할 수 있는 자신감에서 따라 나오는 리더쉽. 그것이 저 오너.. -한번 달리안에게 이름을 물어봤을때 미세르라고 들었다- 미세르의 몸 주변에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짓누르는 압박감.

그리고 태현은 이와 비슷한 느낌을 레지스탕스 1에서 한번 느껴본 적 있다.

'카림 대륙의 기사단장, 캐롤 디 하이디가 이와 비슷한 패기같은걸 뿜어낸 적 있었지. 이게 말로만 듣던 왕, 지배자의 위엄이라는 것인가?'

은근히 압도되고 있던 태현과 미세르가 눈이 마주쳤다.

미세르는 처음보는 태현의 모습이 낯설다는듯 눈 속에 의문을 담았지만, 곧 생각이 난듯 살포시 미소를 지어주고는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에 디소곳이 앉았다.

"자, 제 가족 여러분. 한분 한분이 백화점의 매니저이자 오너라는 힘든 자리에서 고생하시는걸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조촐한 자리를 한번 마련해보았습니다. 오늘은 막내도 새로이 들어온 기분 좋은 날. 모두 실컷 마시고, 즐기길 바라겠습니다. 자, 건배."

"막내를 위하여!"

"위하여!"

태현을 위한 건배를 하자 괜히 머쓱해진 태현은 연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초반 페이스 너무 빠른거 아냐?"

옆에서 달리안이 걱정하듯이 물어봤지만 태현은 오징어 다리를 하나 집어먹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저 술 세요."

식사는 한동안 이어졌다.

시간에 맞춰 호화로운 요리들이 줄줄히 나왔으며, 양도 적당했기에 그 누구도 도중에 나가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오늘의 추천 와인입니다. 카림 대륙의 왕, 캐롤 님이 직접 담그신걸로 유명한 하이디, 그걸로 8년산입니다."

"오오, 그 귀한 것을!!"

"게다가 8년산이면 로열 퍼스트 아닌가?"

로열 퍼스트란 그 와인이 만들어진 첫 해 생산된 와인들을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었다.

캐롤은 본래 와인을 담그는걸 좋아했기에 직접 와인을 주조해 마셨고, 그걸 상품으로써 만들어낸게 와인 하이디였다.

그리고 8년산이면 캐롤이 카림 대륙의 왕이 된 첫 해에 만든 와인인 셈이었다.

"캐롤 님께서 돌아가신 이상, 더이상 구할 수 없는 이 와인은, 보물과도 같은 것이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아깝지 않습니다."

크흐윽.. 미세르님.

어찌 이리도 아량이 넓으신가!

노인네들이 넋두리하는걸 어이없다는듯이 지켜보던 태현이었지만 확실히 와인은 맛있었다.

그렇게 식사 자리가 끝날 무렵, 다들 과음했는지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거나, 벽에 기대서 헤롱거리고 있는 와중에 미세르와 태현만이 멀쩡히 연신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막내가 술이 굉장히 세구나?"

"하, 하핫.. 좀, 어릴 때부터 마셔와서.."

플레이어 보정이라는걸 말할 수 없기에 적당히 둘러대고, 밤이 깊어지자 슬슬 하나 둘씩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막내야. 달리안 좀 부탁할게."

"넵. 조심히 들어가세요!"

반쯤 잠들어있는 달리안을 보면서 자신은 클로제를 업고 가는 미세르의 말에 이게 왠 떡이냐 싶어서 선뜻 승낙하고는 달리안을 안아들었다.

'이렇게 빨리 이 몸을 맛보게 될 줄이야.'

자신에게 뻗쳐져 오는 마수의 손길도 모른채 태현에게 안겨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달리안.

태현은 그런 달리안의 모습을 보며 차오르는 기대감에 함박웃음을 지울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하이디 8년산이니 로열 퍼스트니 제가 다 지어낸겁니다.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서. 신의 물방울 읽어볼걸 그랬나? 끆..

연참은 무리데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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