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의 도시, 애리조나-- >
보급창의 아침은 빠르다.
수많은 보급품들의 행렬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을 제한된 인원수로 끊임없이, 그리고 빠르게 처리하고 물품을 수령하고 물품을 적재하여야 한다.
그래서 가끔씩 이러한 눈코뜰 새 없는 업무의 파도에 정신적으로 지친 간부나 군무원들이 새로 부임한 장교들을 곯려먹는걸 지켜보는걸 관행삼기도 했다.
그리고 태현이 테리크의 도움을 받아 보급소에 물품을 공급하러 갔을 때도 이러한 관행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어.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 안녕하세요..."
보랏빛 단발에 앳된 얼굴, 크지는 않는 키.
피곤한듯 반쯤은 감겨있는 눈, 계급장을 보니 소위였다.
그걸 본 테리크가 동행시켜준 일행 한명이 옆에서 귀엣말로 속삭였다.
"관행인것 같네요. 적당히 곯려먹죠."
"아, 그거군. 좋아."
사악한 미소를 슬쩍 띄웠다가 곧장 지워버린 태현은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처음 보시는 분이군요. 처음 부임받으셨습니까?"
"네, 어제부로 이 보급소에 발령받았습니다. 리니아 소위라고 합니다."
"아, 네. 라이라고 합니다. 야! 짐 내려라!"
보급소의 아침이 시작됐다.
쉴새 없이 운반되는 짐들.
그리고 자비없이 휘몰아치는 결재서류의 폭풍이것은 신입 소위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태풍이었다.
"리니어 소위, 이건 어디다 놓습니까?"
"에? 엣? 뭐, 뭐죠?"
종이입.
"리니어 소위! 이건 어디다 놓습니까?"
니다."
"우에에에~그, 그거언~"
"리니어 소위! 새 보급 물자들이 도착했습니다!"
"후에에엥?!"
"소대장님, 결재를 해주셔야죠?"
"앗, 네, 네!"
급기야 과부화가 된 리니어는 눈이 팽팽 돌며 점점 패닉상태로 제대로된 지시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근데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주변에 보급소 소속 간부나 군무원, 장병들은 히죽히죽 웃으며 한술 더 뜨기 시작했다.
"소대장님, 이거 여기 아닙니다."
"예? 에? 그, 그럼 맞는 장소에 놔둬요~"
"이거 누가 여기다 놔뒀어?! 소금이잖아 이거!!"
"후에엣? 그, 그럼~"
"소대장님, 결재 안하신거 같은데.."
"앗?! 으아앗! 고, 고마워요!"
"소대장님? 이거 어디다가 둡니까?"
"뭐, 뭔데요?"
"소고기입니다."
"으아아아~~ 소고기라면 저기 식재료 창고에..? 아, 아닌가?"
물밀듯 밀려오는 요구에 결국 펑하고 터진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화려하게 의자에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더, 더이상은~~~"
그걸 본 태현은 대충 볼거 다 봤다 여기고 보급소 간부들의 양해를 얻은 뒤 물품 적재 및 결재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일부러 곯려주려고 하나하나 일일히 물어본거지, 이곳의 모든 이들은 기본적으로 어디다 둬야하는지, 어디로 옮겨야하는지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오는 장병들이고 군무원들이었다.
간부들은 사실상 결재만 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리니어 소위는 그걸 알 턱이 없었고, 실컷 휘둘려져 모두의 활력소가 되준 뒤에야 이 업무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이 마무리 될 무렵, 축 처져있던 리니어는 정신을 차렸는지 야무진 눈으로 태현에게 다가왔다.
"드뮈레 상점쪽 사람이시죠?"
"예, 그렇습니다만."
"오늘 일에 감사드립니다! 자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예.."
태현은 놀려먹으려고 했던 행동에 오히려 감사를 받자 약간 뻘쭘해진 것을 느꼈다.
보급물품 적재를 마치고 자신의 볼일도 마친 뒤 테리크에게 돌아가자 테리크는 태현을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뭡니까? 기분 나쁘게."
"크크크크크.. 이것 좀 보시게."
테리크는 자신의 손에 들린 편지를 태현에게 건넸다.
"뭡니까? 이건.. 푸우웁!!"
태현은 물을 마시며 편지를 받아들고 읽는 순간 마시던 물을 뿜어버렸다.
"쿨럭, 쿨럭.. 케엑. 이거 누가 보낸겁니까?"
"리니어 소위."
"아오.. 이게 무슨.. 하, 나참."
편지의 내용은 도와줘서 감사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것만이었다면 참 다행이었을텐데.
"뭐야 이 《라이님의 늠름한 모습 정말 멋있었습니다 꺄악♡》은?"
마치 풋풋한 첫사랑에게 보내는 편지마냥 태현이 보기에도 낯부끄러운 서술어구가 잔뜩 적혀 있었다.
"푸크크, 《아아, 마치 백마탄 왕자님 같으셨습니다..》 크하헤헤후헤헼 크헠헠 힠핰"
숨넘어갈듯이 웃어제끼던 테리크는 태현이 슬쩍 노려보자 다급히 웃음을 멈추고 딴청을 부렸지만 편지의 내용이 떠오르는지 풉풉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태현도 당혹스럽긴 매한가지였지만..
"이거.. 이용할 수 있겠는데?"
과정이 조금 웃기긴 했지만 이 리니어라는 소위는 자신에게 어느정도 호감을 품게되었음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럼 이걸 이용해 리니어를 따먹고, 이 리니어를 기점으로 차근차근 보급소를 집어삼키는 전략을 세운 태현은 일단 한두번 정도 더 만나보기로 했다.
확실히 장교는 장교인듯 헤메던것도 하루 이틀이었고,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진듯 조금은 능숙하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 리니어였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갑작스럽게 잘하지는 못하는지 돌발적인 상황이나 허용한계를 벗어난 업무량이 몰려들때는 종종 패닉 상태에 빠졌고, 그때마다 태현이 도와주었다.
다른 간부나 장병들의 아니꼽다는 시선을 받긴 했지만 뭐, 저들이 어찌하겠는가?
그리고 너희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할때 자신은 이 여자를 품에 안고 잠들어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태현은 무언가 우월감과 함께 빨리 이 여자를 덮치고 싶었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네.. 오늘도 감사했어요.."
태현이 적재가 끝나고 얼추 아침 보급이 끝나자 태현이 먼저 리니어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그러자 리니어는 태현임을 깨닫고 볼을 붉히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저, 내일부턴 다른 담당자로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엑?! 왜, 왜요..?"
화들짝 놀라며 강아지처럼 똘망한 눈망울에 약간의 물기를 섞어가며 태현을 바라보는 눈길에 태현은 마음이 순간적으로 약해졌지만 다시금 독하게 마음을 먹고선 단호하게 말했다.
"아아, 저 테리크 씨.. 아. 드뮈레 가문의 보급 담당자입니다. 테리크 씨에게 개인적으로 부탁 받아서 맡은 임시직이라서요. 이전 보급관이 잠시 사정상 빠져서 거기 대리로 들어온거라서, 이제 그분이 복귀하신다고 하시더군요."
"아..."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듯한 표정을지으며 애절하게 바라보는 리니어는 급기야 눈가에 물기가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그, 그럼 이제 영원히 못보는건가요..?"
"글쎄요. 애리조나 안에서라면 어디서든 만날수 있지 않겠습니까?"
"으음..."
깊게 고민에 빠진 리니어를 뒤로하고 태현은 오늘 할 일을 마무리 짓기 시작했다.
"자, 자. 이놈들아, 빨리하고 쉬자!"
"예!!"
드뮈레 가문의 사람들도 처음엔 태현을 낙하산으로 들어온 무능력자로 취급했으나, 태현의 일솜씨를 보자 그들은 곧 태현을 인정했다. 이 보급 물품 적재등의 일들은 원래 대체로 8시쯤 끝나는데 태현이 부임한 뒤로는 30분 이상 단축되었다. 그리고 그만큼 그들은 꿀맛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더욱 열정적으로 일했다.
결국 무언가 계속 말하려다가 실패하는 리니어를 지켜보며 오늘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하자 역시나 테리크가 편지를 읽고 있었다.
"거참, 성격 나쁘시네, 남의 편지를 그리 막 읽으셔도 되는겁니까?"
"응? 아아, 미안하네. 첫날 편지가 워낙 재밌어서, 무심코."
첫날은 그렇다 치더라도 계속해서 뻔뻔하게 남의 편지를 읽는 테리크에게 순간적으로 짜증났지만 아직까지는 이 인간이 필요하다. 물론 드뮈레 가문과 사이가 나빠져도 좋을건 없기에 참긴 하겠지만.
테리크가 건네주는 편지를 받아 읽자 역시나 오늘 밤 식사나 한 끼 하자는 내용이었다.
'걸렸다...!'
이걸로 리니어도 내것이다.
리니어의 속살을 만끽할 것을 기대하며 노아의 부탁으로 교육부쪽을 향하던 중이었다.
"어라, 마리 아줌마?"
교육부 쪽에서 낯익은 얼굴이다 싶어서 봤더니 첫날 강간했던 마리였다.
조용히, 발빠르게 다가가서 뒤에서 어깨를 붙잡았다.
"히익? 누.. 누구..?"
"어라, 마리 아줌마. 벌써 날 잊었어? 실망인걸.."
"서.. 설마..."
마리 아줌마의 낯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기억나지 않는다면 몸에다 물어봐야겠지?"
그대로 마리를 질질 끌고가 여관은로 들어갔다.
"하아아앗!!"
마리는 그날, 태현이 잔뜩 질내사정하고 떠난 뒤, 급하게 몸을 씻었지만 왠지 모르게 질 속을 철저히 씻어낼 수 없었다. 야릇한 기분이 들어 결국 씻고 나온 뒤에 다시 홀로 자신의 몸을 위로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다음 날 직장 동료들이 뭐 안좋은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마리는 불만족한 상태였다.
그런 날이 이어지다기, 오늘, 자신을 이렇게 만든 원흉, 태현이 또다시 납치하
듯 여관으로 끌고 들어와 강간당하듯 뒤로부터 범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에게서 첫날과 같은 반항적인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이 자지가 사랑스럽다는듯이 엉덩이를 내밀며 더욱 깊이 박아줄 것을 원하고 있었다.
"하아악..! 아, 안돼!!"
"안될 거 뭐있어? 아줌마 보지는 이렇게 내껄 원해서 달라붙는데."
"하이이이히익!!"
마리의 항문을 쑤시며 깊숙히 박아넣자 마리는 가볍게 가버리며 얼굴을 박고 쾌락에 떨 수 밖에 없었다.
"후아앗, 기분좋았다."
별생각없이 그냥 마리가 보여서 잡아먹은 태현은 다음 타겟, 리니어를 노리고 약속 지점으로 발을 옮겼다.
============================ 작품 후기 ============================어.. 음.. 어리숙한게 잘 표현이 됐을런지..1.
리니어를 먹는다2.
안먹는다=====================================================================